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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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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하나 #2 AI가 고른 해고 명단, 86%가 여성이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여성 직원은 출산을 이틀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회사는 메타였고, 해고 대상을 고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었습니다. 이 여성을 포함해 메타의 전현직 직원 26명은 2026년 7월 14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CBS News, 2026-07-15, https://www.cbsnews.com/news/26-meta-workers-sue-ai-aided-layoffs-medical-family-leave/). 원고 가운데는 육아휴직을 썼던 남성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 소송이 다시 불러낸 숫자가 있습니다. 610만 명 중 86%라는 숫자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2026년 1월 21일 노동자의 AI 적응력을 다룬 보고서를 냈습니다(Brookings Institution, 2026-01-21, https://www.brookings.edu/articles/measuring-us-workers-capacity-to-adapt-to-ai-driven-job-displacement/). 저자 샘 매닝 등 연구진은 라이트캐스트의 지역별 고용 자료를 바탕으로, 근로자마다 AI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과 다른 일자리로 옮겨 갈 힘을 함께 계산했습니다. 옮겨 갈 힘은 모아 둔 돈, 다른 직종으로 기술을 옮길 수 있는 정도, 사는 지역의 일자리 밀도, 나이 네 가지로 쟀습니다. 그 결과 AI 위험은 크고 옮겨 갈 힘은 약한 노동자가 610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근로자의 4.2%에 해당합니다. 이 610만 명 가운데 86%가 여성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추상적이지만, 직종을 보면 이유가 드러납니다. 취약 직종 상위에는 사무원 약 250만 명, 비서와 행정보조 약 170만 명이 올랐습니다. 접수안내원 약 96만5천 명, 의료비서 약 83만1천 명도 포함됐습니다. CBS 뉴스는 1월 29일 이 보고서를 다루며, 연구진이 "여성의 취약함은 능력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몰려 있는 직무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CBS News, 2026-01-29, https://www.cbsnews.com/news/ai-job-loss-disruption-women/). 사무직에 여성이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 하나가, AI가 감원 대상을 고를 때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이 통계는 발표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다시 조명받은 계기는 메타 소송이었습니다. 메타는 지난 5월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했습니다. 그 규모는 8천 명입니다. 소송을 낸 26명은 메타가 AI 시스템, 키보드 입력 기록, AI 사용량 대시보드, 알고리즘 성과 평가를 감원 대상 선정에 썼다고 주장합니다(CBS News, 2026-07-15, https://www.cbsnews.com/news/26-meta-workers-sue-ai-aided-layoffs-medical-family-leave/). 휴직 중이던 직원은 그 기간 동안 AI를 쓴 이력이나 컴퓨터에 입력한 글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 이 지표가 그대로 낮은 성과로 읽혔다는 것입니다. 메타는 "인력 관리 결정은 AI가 아닌 사람이 내렸다"며 소송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법률 전문 매체 파인드로는 이 소송이 성과 기반 AI 감원을 두고 미국 대기업을 상대로 낸 최초의 소송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FindLaw, 2026-07-16, https://www.findlaw.com/legalblogs/courtside/meta-faces-first-ai-driven-layoff-lawsuit-over-medical-and-family-leave-bias/). 소장은 가족의료휴가법, 임신차별금지법, 미국장애인법과 여러 주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도 8월 20일 서울경제, 22일 트윅24가 잇달아 보도했습니다(서울경제, 2026-08-20, https://www.sedaily.com/article/20081308; 트윅24, 2026-08-22, https://www.twig24.com/news/2026/08/22/20260822500019).
노동법을 다루는 변호사로서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AI가 무엇을 근거로 해고 대상을 골랐는지, 회사도 당사자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키보드 입력 글자 수는 휴직자에게 원래 적을 수밖에 없는 숫자인데, 그 사정을 따지지 않고 성과 점수로 바꿔 버렸습니다. 사람이 내린 결정이라면 이런 구멍은 면접이나 이의제기 과정에서 걸러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도 해고와 육아휴직 불이익을 금지하지만, 판단 근거가 알고리즘 안에 숨어 있으면 법으로 다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채용과 해고에 AI를 쓰는 회사는 그 판단 근거를 노동자가 요구하면 설명할 의무를 지도록 법을 정비해야 합니다.
같은 논리는 노동 현장 밖에서도 위험합니다. 학생의 답안이나 학습 태도를 AI로 점수 매기는 학교, 미성년자의 이용 기록으로 위험도를 평가하는 서비스도 똑같이 설명되지 않는 숫자로 사람을 줄 세웁니다. 학습자와 미성년자는 성인 노동자보다 이의를 제기할 힘이 더 약합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에 AI를 세우려면, 그 판단을 사람이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그 장치 없이 숫자만 믿는 조직은, 610만 명 중 86%라는 숫자를 다음에는 다른 얼굴로 되풀이하게 될 것입니다.
1. Brookings Institution, "Measuring US workers' capacity to adapt to AI-driven job displacement", 2026-01-21, https://www.brookings.edu/articles/measuring-us-workers-capacity-to-adapt-to-ai-driven-job-displacement/
2. CBS News (CBS MoneyWatch), "AI poses bigger threat in jobs with more women, study finds", 2026-01-29, https://www.cbsnews.com/news/ai-job-loss-disruption-women/
3. CBS News / AP, "26 Meta workers sue over alleged AI-aided layoffs targeting employees on medical or family leave", 2026-07-15, https://www.cbsnews.com/news/26-meta-workers-sue-ai-aided-layoffs-medical-family-leave/
4. FindLaw, "Meta Faces First AI-Driven Layoff Lawsuit Over Medical and Family Leave Bias", 2026-07-16, https://www.findlaw.com/legalblogs/courtside/meta-faces-first-ai-driven-layoff-lawsuit-over-medical-and-family-leave-bias/
5. 서울경제, "[영상] 육아휴직 쓴 여성부터 자르세요...사람 대신 AI가 해고 대상 고르자 벌어진 일", 2026-08-20, https://www.sedaily.com/article/20081308
6. 트윅(TWIG24), "육아휴직 썼네, 해고...AI에 감원 맡겼더니 86%가 여성", 2026-08-22, https://www.twig24.com/news/2026/08/22/2026082250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