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전투기 · 인공지능 공군
인공지능 전투기 · 인공지능 공군
AI 연구가 김경진
서문 : 탑건(Top Gun)의 시대는 끝났는가?
2024년 5월 2일,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모하비 사막에 정오의 태양이 작열합니다.
주황색과 흰색 도장을 두른 F-16 한 대가 활주로 끝에서 엔진을 울립니다. 프랫앤휘트니 F100 터보팬 엔진이 내뿜는 굉음은 수십 년간 미국 하늘을 지배해온 바로 그 소리입니다.
캐노피 안쪽, 조종석 앞좌석에는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이 비행복과 헬멧을 갖추고 앉아 있습니다.
평범한 시험비행이 아닙니다.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 것은 인간 조종사가 아닙니다. 실리콘 칩 위에 새겨진 알고리즘, 수백만 번의 가상 전투에서 학습한 인공지능입니다.
켄달 장관은 조종간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뒷좌석의 안전 조종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체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곧, 인간이 조종하는 또 다른 F-16이 나타납니다. 두 전투기는 시속 900킬로미터로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1986년, 영화 탑건이 전 세계 극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톰 크루즈가 조종간을 움켜쥐고, 라이벌 아이스맨과 하늘에서 자웅을 겨루던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피트 미첼, 콜사인 매버릭. 그는 규칙을 어기는 무모한 조종사였지만, 결국 승리했습니다. 인간의 직관과 배짱, 그리고 무엇보다 조종간 뒤의 심장이 승부를 갈랐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는 곧 영웅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36년 뒤인 2022년, 속편 탑건: 매버릭이 개봉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이제 백발이 성성한 매버릭은 극초음속 시험기 다크스타를 조종합니다. 그런데 그의 프로젝트가 취소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산이 무인기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한 제독은 매버릭에게 냉정하게 말합니다. "자네 같은 조종사들의 시대는 끝났어." 매버릭은 반박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인간 조종사의 불굴의 의지로 임무를 완수하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관객들은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2년 전인 2020년 8월, 워싱턴 D.C. 인근의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연구소에서 조용한 대회가 열렸습니다. DARPA,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주최한 알파도그파이트 트라이얼입니다. 여덟 개 팀이 개발한 인공지능들이 시뮬레이터 속 가상의 F-16을 몰고 서로 싸웠습니다. 결승까지 올라간 AI는 헤론 시스템즈라는 작은 스타트업이 만든 알고리즘이었습니다. 이 AI는 예선에서 다른 AI들을 모두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가 등장했습니다. 인간입니다. 미 공군의 현역 F-16 조종사, 콜사인 뱅거. 2,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었습니다. 가상의 조종석에서 뱅거는 조종간을 잡았습니다.
AI와 인간의 대결. 결과는 충격이었습니다. 5대 0. AI의 완승이었습니다. 다섯 번의 교전에서 뱅거는 단 한 번도 AI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매번 격추당했습니다. AI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판단하고,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기동했습니다. 뱅거는 대회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놀라움보다는 경외심에 가까웠습니다.”
그것은 시뮬레이터 안의 일이었습니다. 가상 현실. 진짜 하늘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말했습니다. 실제 비행은 다를 것이라고. 시뮬레이션에서는 공기의 저항도, 엔진의 떨림도, G-포스에 짓눌리는 조종사의 육체도 없다고. 현실은 언제나 더 복잡하다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23년 9월, 다시 에드워즈 공군기지. DARPA의 공중전투진화(ACE) 프로그램 연구진은 X-62A VISTA라고 불리는 개조형 F-16을 활주로에 세웠습니다. 이 전투기에는 시뮬레이션에서 수천만 번의 가상 전투를 치른 AI 알고리즘이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전투기가 실제 하늘에서 인간 조종사가 모는 F-16과 공중전을 벌였습니다. 시속 1,900킬로미터, 두 기체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며 600미터까지 접근했습니다. 코 대 코 교전. 진짜 공중전이었습니다.
누가 이겼느냐고요? 군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국가 안보상의 이유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 전투기를 조종하여 공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였습니다. 시뮬레이션의 벽이 무너진 것입니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마지막 경계선이 허물어졌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 켄달 장관이 직접 그 전투기에 탑승했습니다. 장관은 한 시간 동안 비행했습니다. 시속 885킬로미터의 속도, 신체에 5G의 중력가속도가 가해지는 급격한 기동을 경험했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모는 F-16과 300미터 이내로 근접하며 뒤틀리고 선회하는 공중전을 목격했습니다. 조종간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비행을 마치고 캐노피를 열고 내린 켄달 장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그는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기술을 갖추지 않는 것은 안보상의 위험입니다.
이제 우리는 반드시 이것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덧붙였습니다. AI에게 무기 발사 결정권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 비행에서 충분히 봤습니다.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하늘을 정복하고자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밀랍으로 붙인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에 추락했습니다.
그로부터 수천 년 뒤인 1903년, 라이트 형제는 키티호크 해변에서 12초간 36미터를 날았습니다. 불과 66년 뒤인 1969년, 인간은 달에 발을 디뎠습니다. 전쟁터에서 비행기는 정찰 수단에서 폭격기로, 다시 전투기로 진화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복엽기 조종사들은 권총을 들고 서로를 쏘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무스탕과 스핏파이어가 유럽의 하늘을 가르며 메서슈미트와 격돌했습니다. 한국전쟁의 MiG 앨리에서는 제트기 시대가 열렸습니다. 베트남에서 F-4 팬텀이 적기를 추적하며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걸프전에서 F-117 스텔스기가 바그다드의 밤하늘을 갈랐습니다.
그 모든 순간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조종석 안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었습니다. 심장이 뛰고, 땀을 흘리며, 두려움을 느끼고, 그럼에도 조종간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전투기는 조종사의 연장이었습니다. 조종사 없는 전투기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공식이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지치지 않습니다. 두려움을 모릅니다. 9G의 중력가속도에도 의식을 잃지 않습니다. 초당 수백만 번의 계산을 수행합니다. 인간 조종사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AI는 상황을 분석하고, 결정을 내리며, 기동을 실행합니다. 미 공군은 이미 1,000대 이상의 AI 무인 전투기 함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2028년에는 첫 번째 협동전투기(CCA)가 작전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인간 조종사가 모는 F-35 스텔스기 곁에서, AI가 조종하는 무인 전투기들이 윙맨으로 따라붙을 것입니다. 충성스러운 윙맨. 그것이 그들의 이름입니다.
미국만이 아닙니다. 중국은 GJ-11 이검과 암검 같은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GCAP 템페스트와 FCAS라는 두 개의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KF-21 보라매를 기반으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일본, 이스라엘, 튀르키예가 뒤를 잇습니다. 하늘의 지배권을 두고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인기가 처음 등장했던 시절부터, 프레데터와 리퍼가 전장의 암살자로 진화했던 과정, 알파도그파이트에서 AI가 인간을 5대 0으로 꺾었던 충격, 그리고 실제 하늘에서 벌어진 AI 대 인간의 공중전까지. 강화학습이라는 기술이 어떻게 전투기를 날게 하는지, 시뮬레이션에서 익힌 경험이 어떻게 현실로 옮겨지는지, 센서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어떻게 융합되어 적을 찾아내는지 설명합니다. 윙맨 드론과 군집 전술, 6세대 전투기와 지능형 편대의 개념도 다룹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질문들. 기계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해도 되는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누구여야 하는가. AI가 오폭을 저질렀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탑건의 시대는 정말 끝났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매버릭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인간의 판단과 직관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드워즈 기지 상공에서 AI가 F-16을 조종하며 인간 조종사와 맞붙은 순간, 무언가가 돌이킬 수 없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질문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입니다.
하늘의 지배자는 누가 될 것입니까. 그 답을 찾는 여정에, 이제 함께 떠나시겠습니다.
2026. 1. 17.AI 연구가 김경진
제1부 AI 전투기의 태동과 역사
1. 무인기의 탄생: 표적기에서 정찰 드론까지
1935년 영국 해군의 어느 갑판 위. 포병들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무선 조종으로 날아가는 작은 복엽기 한 대가 구름 사이를 누비고 있습니다.
DH.82B 퀸 비(Queen Bee), 여왕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기체는 포탄에 맞아 떨어지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사격 훈련용 표적이었습니다.
조종석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윙윙거리는 엔진 소리만이 하늘에 울려 퍼졌고, 어떤 이들은 그 소리를 수벌(drone)의 날갯짓에 비유했습니다. '드론'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무인기의 역사는 영광이 아니라 희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격추당하는 것이 임무였습니다. 대공포 사수들이 움직이는 표적에 조준하는 법을 익히려면 실제로 쏠 무언가가 필요했고, 유인기를 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종사 없이 날 수 있는 기계가 만들어졌습니다.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기계, 떨어져도 눈물 흘릴 사람이 없는 기계. 이것이 무인기의 첫 번째 정체성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표적기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미국에서는 레지널드 데니(Reginald Denny)라는 사람이 모형 항공기에 무선 조종 장치를 붙여 군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플레인 OQ-2라고 불린 이 작은 비행체는 미국 최초의 대량 생산 무인기가 되었습니다. 전쟁 기간 동안 9,400대가 넘는 OQ-3 모델이 생산되어 태평양과 유럽의 하늘을 날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훈련 중에 격추되어 바다에 빠지거나 들판에 처박혔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냉전의 그림자가 세계를 뒤덮었을 때, 무인기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인기는 더 이상 훈련용이 아니었습니다. 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 그것이 생존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적진 상공을 날아가는 정찰기에는 조종사가 타고 있었고, 격추되면 그 조종사의 목숨과 함께 엄청난 정치적 위기가 따라왔습니다.
1960년 5월 1일, 미국의 U-2 정찰기가 소련 상공에서 격추되었습니다. 조종사 게리 파워스(Gary Powers)는 생포되었고,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습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의 군사 전략가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조종사 없이도 적진을 정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답은 이미 존재했습니다. 표적기를 뒤집어서 쓰면 되었습니다. 격추당하기 위해 날던 기계를 살아 돌아오도록 만들면 되었습니다. 미 공군은 라이언 파이어비(Ryan Firebee)라는 제트 추진 표적기를 정찰용으로 개조했습니다. '라이트닝 버그(Lightning Bug)'라는 암호명을 가진 이 기체들은 베트남전에서 수천 회의 비밀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북베트남의 촘촘한 대공망 위를 날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전자 신호를 수집하고, 때로는 미끼가 되어 적의 미사일을 소진시켰습니다.
라이트닝 버그는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따라 비행했습니다. 실시간 조종은 불가능했습니다. 촬영한 필름은 기체가 귀환한 뒤에야 현상할 수 있었고, 정보는 늘 과거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종사가 타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혁명적이었습니다. 격추되어도 외교 위기가 터지지 않았고, 포로 교환 협상에 끌려가는 일도 없었습니다. 기계가 대신 죽어주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진정한 도약은 1982년 레바논의 베카 계곡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스라엘 공군은 소형 무인기 '스카우트'와 '마스티프'를 띄워 시리아군의 방공망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이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들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지휘관은 컨테이너 안에 앉아서 전장을 '라이브'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적의 레이더가 켜지는 순간을 포착하면, 대기하고 있던 전투기가 즉시 대레이더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시리아군의 대공 미사일 기지 19개가 단 하루 만에 파괴되었습니다.
이 전투는 무인기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표적기에서 시작된 기계가 이제 전장의 눈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맞기 위해 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고, 기억하고, 전달하기 위해 날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성공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급히 기술을 역수입했고, 이것이 훗날 프레데터와 리퍼로 이어지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무인기는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총알받이에서 전장의 감시자로. 소모품에서 전략 자산으로. 격추당해도 아무도 울지 않는 기계에서, 격추되면 수십억 원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정밀 장비로. 하늘에 사람이 타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발상이 전쟁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2. 프레데터와 리퍼: 하늘의 암살자로 진화한 드론
새벽 3시,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 에어컨이 윙윙거리는 컨테이너 안에서 조종사는 조이스틱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의 눈앞에는 모니터 여러 대가 늘어서 있고, 화면에는 지구 반대편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마을이 적외선 영상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흰 점으로 보입니다. 그중 한 점이 움직입니다. 목표입니다. 조종사의 손가락이 버튼 위에 올라갑니다. "파이어." 3초 후, 화면 속 점이 사라집니다. 조종사는 6시간 뒤 퇴근해서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합니다.
이것이 MQ-1 프레데터(Predator)가 만들어낸 새로운 전쟁의 풍경입니다. 보는 것과 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사라진 전쟁. 조종사가 전장에 없어도 되는 전쟁. 프레데터는 단순한 무인기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의 문법 자체를 다시 쓴 기계였습니다.
프레데터의 뿌리는 이스라엘 출신 엔지니어 에이브러햄 카렘(Abraham Karem)의 차고에서 시작됩니다.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자비를 들여 '앰버(Amber)'라는 장기 체공 무인기를 설계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명쾌했습니다. 무인기는 오래 떠 있어야 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앰버의 설계는 GNAT-750을 거쳐 1990년대 중반 RQ-1 프레데터로 진화했습니다.
처음에 프레데터는 정찰기였습니다. 발칸 반도 분쟁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는 눈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프레데터가 목표를 발견하면 무전으로 유인 전투기를 불러야 했고, 전투기가 도착할 때쯤 목표는 이미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정찰과 타격 사이에 시간 간격이 존재하는 한, 적에게는 도망칠 틈이 있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세계가 바뀌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알카에다 지도부를 추적하여 즉각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급증했습니다. 미 공군과 CIA는 프레데터에 헬파이어(Hellfire)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하는 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정찰기에 발톱을 달아주는 수술이었습니다.
2002년 11월, 예멘의 어느 도로. 프레데터가 알카에다 고위 간부가 탄 차량을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버지니아 랭글리의 CIA 본부에서 버튼이 눌렸습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신호가 위성을 타고 예멘 상공의 프레데터에 닿았고, 기체 날개 아래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차량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드론 공격’이었습니다.
프레데터의 명칭은 RQ-1에서 MQ-1으로 바뀌었습니다. 'R'은 정찰(Reconnaissance)을 뜻하고, 'M'은 다목적(Multi-role)을 의미합니다. 이 글자 하나의 변화가 전쟁의 역사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었습니다. 무인기는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사냥하는 포식자가 되었습니다.
프레데터의 성공은 더 강력한 후계기를 낳았습니다. MQ-9 리퍼(Reaper). 이름부터 ‘죽음의 신’ 입니다. 리퍼는 프레데터의 단순한 개량형이 아니었습니다.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하여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고, 무장 탑재량은 15배나 늘어났습니다. 헬파이어 미사일 8발을 달 수 있었고, GBU-12 레이저 유도 폭탄이나 GBU-38 합동직격탄(JDAM)까지 탑재할 수 있었습니다. 전투기에 버금가는 화력이었습니다.
리퍼의 진정한 무서움은 체공 시간에 있습니다. 무장을 가득 채우고도 14시간 이상 하늘에 머물 수 있습니다. 연료만 채우면 27시간도 가능합니다. 이것은 적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리퍼는 목표 지역 상공에서 하루 종일 배회하며 '패턴 오브 라이프'를 관찰합니다. 누가 어디로 다니는지, 누구와 만나는지, 언제 잠을 자는지. 모든 것이 기록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기회가 오면 미사일이 날아갑니다.
리퍼의 눈은 MTS-B(다중 스펙트럼 표적 지정 시스템)입니다. 주간에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야간에는 적외선 센서로 표적을 추적합니다. 합성 개구 레이더(SAR)는 구름이나 연기를 뚫고 지상을 들여다봅니다. 차량 번호판도 읽을 수 있고, 사람의 얼굴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암살자에게도 약점은 있습니다.
리퍼는 느립니다. 최고속도는 시속 480킬로미터 이지만, 일반적인 운용속도는 시속 370킬로미터. 제트 전투기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날개 폭은 20미터에 달해서 레이더에 잘 잡힙니다. 아프가니스탄처럼 적의 방공망이 허술한 곳에서는 신처럼 군림할 수 있지만, 러시아나 중국처럼 현대적인 대공 미사일을 가진 상대 앞에서는 쉽게 격추됩니다.
2024년까지 예멘 후티 반군에게 격추된 MQ-9 리퍼는 20대가 넘습니다. 대당 가격이 3,0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기체가 수십만 달러짜리 구형 미사일에 떨어지는 상황. 이것은 비용 비대칭의 함정입니다. 강대국 간의 전면전에서 리퍼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 공군은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AI가 스스로 비행하며, 통신이 끊겨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새로운 무인기. 프레데터와 리퍼는 그 다리를 놓은 기계들입니다. 원격 조종의 시대에서 자율 비행의 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인간이 조종하는 마지막 무인기였을지도 모릅니다.
3. 조종사의 한계: G-포스와 인지 부하의 물리적 벽
고도 5,000미터. F-16 조종석 안에서 조종사는 급선회를 시작합니다. 순간, 몸무게가 9배로 늘어납니다. 80킬로그램이었던 체중이 720킬로그램의 압력으로 바뀝니다.
피가 머리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시야 가장자리가 어두워집니다. 터널 속을 달리는 것 같습니다. 조종사는 이를 악물고 배에 힘을 줍니다. 숨을 참고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3초. 5초. 7초. 견뎌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의식을 잃고, 기체는 땅으로 추락합니다.
이것이 9G입니다. 지구 중력의 9배. 현대 전투기가 견딜 수 있는 한계이자,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21세기 최첨단 전투기의 성능을 제한하는 것은 엔진도, 레이더도, 미사일도 아닙니다. 조종석에 앉아 있는 인간입니다.
전투기 기체는 20G 이상의 기동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 한, 9G가 천장입니다. 인간의 심장은 9G 상황에서 뇌로 혈액을 퍼 올리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그리고 종종 실패합니다. 혈류가 부족해지면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는 '그레이아웃'이 시작되고, 그다음은 완전한 암흑인 '블랙아웃'이 옵니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의식을 잃습니다. G-LOC(G-force 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중력에 의한 의식 상실입니다. 의식을 잃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놓으면, 기체는 스스로 비행하지 못합니다.
조종사들은 이 한계와 싸우기 위해 훈련받습니다. 원심분리기에 들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9G를 경험합니다. 배와 다리에 공기가 주입되는 G-수트를 입습니다. AGSM(Anti-G Straining Maneuver)이라는 호흡법을 익힙니다. 숨을 참고, 목 아래 근육을 긴장시켜 혈액이 아래로 쏠리는 것을 막습니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하면서 적기를 쫓고, 레이더를 확인하고, 무선 교신을 듣고, 미사일을 발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G-포스는 문제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뇌 안에 있습니다. 인지 부하(Cognitive Load). 현대 공중전은 정보의 폭풍 속에서 벌어집니다. AESA 레이더가 수십 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합니다. 적외선 센서가 열원을 감지합니다. 데이터 링크로 아군 항공기와 정보가 교환됩니다. 전자전 경보 수신기(RWR)가 적의 레이더 조준을 알려줍니다. 이 모든 정보가 조종사의 헬멧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에 쏟아집니다.
인간의 뇌는 병렬 처리 장치가 아닙니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빠르게 전환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0.1초, 0.2초. 공중전에서 이 시간은 생사를 가릅니다.
존 보이드(John Boyd) 대령이 정립한 OODA 루프는 공중전의 본질을 설명합니다. 관찰(Observe), 판단(Orient), 결심(Decide), 행동(Act). 누가 이 순환을 더 빨리 도느냐가 승패를 결정합니다. 상대보다 0.5초 먼저 판단하고 0.5초 먼저 행동하면 이깁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반응 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뇌가 해석하고, 손이 조종간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 아무리 훈련해도 이 한계를 완전히 넘을 수는 없습니다.
스트레스는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죽을 수 있다는 공포, 아군을 잃었다는 분노, 밤새 비행한 피로. 이런 감정들이 뇌의 처리 능력을 갉아먹습니다. 버킷이 가득 찼다(Bucket is full)는 표현이 있습니다. 뇌가 더 이상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조종사는 중요한 경고음을 놓치거나, 적의 기만에 속거나, 아군을 적으로 오인합니다.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는 센서 융합(Sensor Fusion) 기술로 이 문제를 줄이려 합니다. 레이더, 적외선, 전자전 센서의 정보를 컴퓨터가 통합하여 조종사에게 단순화된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전장의 복잡성은 기술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드론 군집이 날아오고, 극초음속 미사일이 쏟아지고, 전자전이 통신을 마비시키는 환경에서 인간이 모든 것을 처리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경제적 문제까지 더해집니다. 숙련된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는 수십억 원이 듭니다. 수년간의 훈련, 비싼 연료, 정교한 시뮬레이터. 그렇게 만들어진 조종사가 한 번의 실수로 죽으면 모든 투자가 사라집니다. 조종사는 그 자체로 전략 자산입니다.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반면 AI는 이러한 한계를 모릅니다. G-포스를 느끼지 못합니다. 피로를 모릅니다. 공포가 없습니다. 수천 개의 센서 데이터를 밀리초 단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아, 적이다'라고 인식하는 순간, AI는 이미 회피 기동을 시작하고 미사일 발사를 준비합니다. 15G 기동도 거뜬합니다. 사출 좌석도, 산소 마스크도, 생명 유지 장치도 필요 없습니다.
결국 인간의 한계가 AI 전투기의 필요성을 증명합니다. G-포스라는 육체의 벽, 인지 부하라는 정신의 벽. 이 두 개의 벽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진화해온 결과이지만, 현대 공중전의 속도에는 맞지 않습니다.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러나 조종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역할이 바뀔 뿐입니다. 직접 조종간을 쥐는 비행사에서, AI 편대를 지휘하는 전장 관리자로. 손가락을 훈련하는 시대에서, 두뇌를 훈련하는 시대로.
4. 네트워크 중심전: 데이터 링크로 연결된 전장
고도 3만 피트.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조종석 밖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날카로운 비프음을 내뱉었습니다. 누군가 있다는 뜻입니다. 심장이 빨라지고 손바닥에 땀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적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내 레이더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디스플레이에 새로운 심볼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나로부터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보지 못한 적기였습니다.
이 정보는 내 레이더가 잡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200킬로미터 후방에서 비행 중인 조기경보기 E-3 센트리가 포착한 표적이었습니다. 조기경보기의 강력한 레이더가 잡아낸 적기의 위치, 속도, 방향이 데이터 링크를 타고 내 전투기에 전송된 것입니다. 나는 이제 볼 수 없던 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눈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네트워크 중심전의 본질입니다.
전쟁사에서 정보는 언제나 무기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무기보다 더 중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중세 시대의 척후병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들은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적진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정보를 얻은 지휘관은 매복을 준비하거나 퇴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였습니다. 척후병이 말을 타고 달려와 보고하는 동안 전장의 상황은 이미 바뀌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음성 무전기의 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거치면서 조종사들은 라디오를 통해 서로 교신했습니다. "3시 방향에 적기 발견!" 이런 외침이 오갔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습니다. 혼전 중에 여러 조종사가 동시에 보고하려 하면 주파수가 뒤엉켜 아무 말도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인간의 혀와 귀를 통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말한 것을 듣고,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걸리는 몇 초의 시간. 초음속 전투기의 세계에서 몇 초는 생사를 가르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1991년 걸프전은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미군과 연합군은 이라크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 승리의 비밀은 더 좋은 전투기나 더 강력한 미사일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차이는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미군은 'Link-16'이라 불리는 전술 데이터 링크를 통해 전장의 모든 아군 플랫폼을 연결했습니다. 전투기, 폭격기, 함정, 지상 부대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인 것입니다.
Link-16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과거의 무전기가 사람의 목소리를 전파로 바꿔 보내는 것이었다면, 데이터 링크는 컴퓨터와 컴퓨터가 직접 대화하는 것입니다. 조종사가 말로 "적기가 3시 방향, 거리 80킬로미터, 고도 2만 피트에 있다"고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레이더가 포착한 정보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어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아군에게 동시에 전송됩니다. 위도, 경도, 고도, 속도, 방향, 그리고 아군인지 적군인지의 식별 정보까지. 말로 설명하면 수십 초가 걸릴 정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의 탄생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 해군 제독 윌리엄 오웬스는 1996년 "체계의 체계"라는 개념을 발표했습니다. 센서와 지휘통제 시스템, 그리고 정밀 무기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곧이어 아서 세브로우스키 제독이 "네트워크 중심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핵심 주장은 명쾌했습니다. 정보의 공유가 전투력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1+1이 2가 아니라 10이 되고, 100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Link-16의 기술적 특성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스템은 시분할 다중접속 방식을 사용합니다. 시간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각 참여자에게 할당하는 것입니다. 마치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발언권을 갖는 회의와 비슷합니다. 다만 그 순서가 초당 수백 번씩 바뀌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또한 주파수 도약 기술을 사용하여 적의 전파 방해에 강합니다. 통신 주파수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적이 방해 전파를 쏘려 해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조종석에서 네트워크 중심전의 효과를 체감하는 순간은 극적입니다. 과거에는 내 레이더가 보여주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레이더가 볼 수 있는 범위 바깥의 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데이터 링크가 연결된 순간, 내 시야는 수백 킬로미터 밖으로 확장됩니다. 동료 전투기가 본 것, 조기경보기가 본 것, 해상의 이지스함이 본 것, 심지어 지상의 레이더 기지가 본 것까지 모두 내 디스플레이에 통합되어 나타납니다. 마치 신의 눈으로 전장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기술은 아군 오인 사격의 위험도 크게 줄였습니다. 혼전 상황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역사 속에는 비극적인 오인 사격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Link-16을 통해 피아식별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이런 위험이 획기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내 화면에 표시된 심볼이 파란색이면 아군, 빨간색이면 적기입니다. 컴퓨터가 식별해 주기 때문에 실수의 여지가 줄어든 것입니다.
2024년 12월,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노르웨이 공군의 F-35와 P-8 해상초계기가 우주의 위성을 통해 Link-16 통신에 성공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Link-16은 가시선 통신, 즉 서로 볼 수 있는 거리 안에서만 작동했습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수평선 너머의 아군과는 직접 통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우주개발청의 저궤도 위성 군집을 중계기로 활용하면서 이 한계가 돌파되었습니다. 이제 지구 반대편의 아군과도 실시간으로 전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역사적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중세 영국의 장궁병을 떠올려 보십시오. 개인 궁수의 솜씨도 중요했지만, 진정한 위력은 일제사격에 있었습니다. 지휘관의 신호에 맞춰 수백 명의 궁수가 동시에 화살을 쏘아 올렸습니다. 하늘을 뒤덮은 화살이 적진에 쏟아질 때, 개별 화살의 위력이 아니라 조율된 집단의 힘이 전장을 지배했습니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현대판 일제사격입니다. 개별 전투기의 성능이 아니라, 연결된 전력의 조율이 승패를 결정짓습니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만능은 아닙니다. 데이터 링크는 적의 전자전 공격 표적이 됩니다. 적이 강력한 전파 방해를 가해오면 통신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조종사의 인지 부하도 늘어납니다. 화면에 수십 개의 심볼이 떠 있을 때, 어떤 것이 당장의 위협이고 어떤 것이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이 무대에 등장합니다. AI는 네트워크를 통해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당장 대응해야 할 위협을 상단에 올리고, 무시해도 될 정보는 걸러냅니다. 편대 전체의 표적 분담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네트워크가 신경망이라면, AI는 그 신경망을 관장하는 두뇌입니다. 미래의 합동전영역지휘통제 체계에서 AI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공군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F-15K와 KF-16에 Link-16을 탑재하여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독자적인 데이터 링크 체계인 Link-K도 개발 중입니다. KF-21 보라매는 처음부터 네트워크 중심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미래에는 KF-21과 무인 충성윙맨이 데이터 링크로 연결되어 협동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 중심전의 시작은 단순한 통신 기술의 발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이었습니다. 개체에서 체계로, 화력에서 정보로, 플랫폼에서 네트워크로. 이 패러다임 전환이 인공지능 전투기가 활약할 무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5. 전투기 자동화의 진화: 기계식 조종에서 디지털 FBW까지
1974년 1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시험 조종사 필 오슬러는 새로운 전투기 시제기 YF-16의 조종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은 고속 활주 시험 예정일이었습니다. 비행이 아니라 단지 활주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오슬러가 스로틀을 밀어 넣자 애프터버너에 불이 붙었습니다. 전투기가 맹렬하게 가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활주 도중 기체가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슬러는 조종간을 움직여 균형을 잡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기체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습니다. 흔들림이 점점 심해지더니, 갑자기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뛰어올랐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이륙이었습니다. 노련한 시험 조종사였던 오슬러는 순간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다시 착륙하려 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그는 그대로 상승하여 6분간 비행한 뒤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양산형 플라이바이와이어 전투기 F-16의 탄생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말한 플라이바이와이어가 무엇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이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전통적인 비행 조종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라이트 형제가 1903년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비행기를 조종하는 방식은 수십 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기면, 그 움직임이 강철 케이블과 도르래, 지렛대를 통해 날개의 조종면으로 전달되었습니다. 마치 인형극에서 줄을 당겨 인형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조종사의 팔 힘이 직접 비행기를 움직였던 것입니다.
이 기계식 조종 방식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었습니다. 조종사는 바람의 저항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의 상태를 온몸으로 감지하며 비행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점점 빨라지고 커지면서, 조종에 필요한 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음속을 돌파하는 제트 전투기의 조종면을 인간의 근력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압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자동차의 파워 스티어링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살짝 움직이면, 유압 펌프가 그 힘을 증폭시켜 조종면을 움직여 줍니다. F-4 팬텀이나 F-15 이글 같은 명기들이 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조종사의 부담은 줄었지만, 조종간과 날개 사이는 여전히 기계적인 연결 장치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복잡한 유압 배관은 무겁고, 적의 공격에 취약했으며, 정비도 까다로웠습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계식 조종으로는 불안정한 비행기를 다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불안정하다니, 그게 좋은 걸까요? 사실 전투기에게는 좋은 것입니다. 안정적인 비행기는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이것은 안전하지만, 기동성을 떨어뜨립니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불안정한 비행기는 마치 팽이처럼 언제든 방향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공중전에서 결정적인 이점입니다.
문제는 인간의 반응 속도로는 이 불안정성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안정한 비행기는 조종사가 손을 놓는 순간 균형을 잃고 추락하려 합니다. 이를 막으려면 초당 수십 번씩 조종면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인간의 뇌와 손이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컴퓨터가 등장합니다.
플라이바이와이어, 줄여서 FBW는 조종간과 날개 사이의 기계적 연결을 끊어버립니다. 대신 전선을 통해 전기 신호를 보냅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기면, 센서가 그 움직임을 감지하여 디지털 신호로 변환합니다. 이 신호는 비행 제어 컴퓨터로 보내집니다. 컴퓨터는 조종사의 의도를 해석하고, 현재 비행 상태(속도, 고도, 자세 등)를 고려하여 각 조종면을 얼마나 움직여야 할지 계산합니다. 그런 다음 유압 작동기에 명령을 보내 조종면을 움직입니다.
핵심적인 차이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기계식 조종에서 조종사는 조종면의 각도를 직접 제어했습니다. FBW에서 조종사가 입력하는 것은 각도가 아니라 의도입니다. "기수를 들어 올리고 싶다"는 의도를 넣으면, 컴퓨터가 현재 상황에서 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조종면 움직임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NASA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1972년, NASA 드라이든 연구센터는 F-8 크루세이더 전투기의 기계식 조종 장치를 모두 제거하고 아폴로 달 착륙선의 컴퓨터를 이식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FBW 항공기 실험이었습니다. 시험 조종사 게리 크리어는 1972년 5월 25일, 기계적 백업 없이 오직 컴퓨터만으로 제어되는 비행기를 하늘로 띄웠습니다. 13년에 걸친 210회의 시험 비행 동안 단 한 번도 컴퓨터 고장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비행 제어가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입니다.
F-16은 이 기술을 양산기에 처음 적용한 전투기입니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설계된 전투기에 말입니다. F-16의 무게 중심은 양력 중심보다 뒤에 위치합니다. 이것은 기체가 끊임없이 기수를 들거나 숙이려 한다는 뜻입니다. 컴퓨터가 초당 수천 번씩 조종면을 조정하여 이 불안정성을 상쇄합니다. 조종사가 느끼기에는 안정적이고 반응성 좋은 비행기입니다. 그러나 컴퓨터 없이는 몇 초도 비행할 수 없는 기체인 것입니다.
F-16의 FBW가 제공하는 또 다른 기능은 비행 영역 보호입니다. 과거의 전투기에서는 조종사의 실수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기동을 하여 날개가 부러지거나, 실속(양력을 잃는 것)에 빠져 추락하는 사고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F-16의 컴퓨터는 조종사가 아무리 거칠게 조종간을 움직여도 기체가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기동하도록 제한합니다. 9G를 넘는 하중이 걸리지 않게, 실속 각도를 넘지 않게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조종사는 적과의 전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자체와 싸울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초기의 F-16은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은 전압이나 전류의 변화로 숫자를 표현합니다. 반면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법을 사용합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F-16은 디지털 비행 제어 컴퓨터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디지털의 장점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행 특성을 소프트웨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같은 기체라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다르게 비행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민간 항공에서도 FBW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1988년 취항한 에어버스 A320은 완전 디지털 FBW를 채택한 최초의 양산 여객기입니다. 에어버스의 철학은 비행 영역 보호를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아무리 세게 당겨도 비행기가 실속하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잉은 777에서 FBW를 도입했지만 조종사가 컴퓨터의 보호 기능을 무시하고 수동 조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두 회사의 다른 철학입니다.
이제 자동 지상 충돌 회피 시스템, Auto-GCAS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기술은 FBW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AI 전투기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입니다.
전투기 조종사에게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지면 충돌입니다. 공중전 중에 상황 인식을 잃거나, 고G 기동으로 의식을 잃어(G-LOC라고 합니다) 비행기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는 사고가 적지 않았습니다. 멀쩡한 비행기와 숙련된 조종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Auto-GCA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시스템은 지형 데이터베이스, GPS, 레이더 고도계를 결합하여 현재 비행 경로를 예측합니다. 만약 이대로 가면 지면과 충돌할 것으로 판단되면, 먼저 조종사에게 경고합니다. 조종사가 반응하지 않으면, 컴퓨터가 조종권을 빼앗아 기체를 상승시킵니다. 날개를 수평으로 돌리고 5G로 당겨 올리는 것입니다.
2016년, 미 공군은 극적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애리조나 공군 주방위군 소속 F-16 훈련생이 공중전 훈련 중 G-LOC에 빠졌습니다. 8.4G의 하중을 견디다 의식을 잃은 것입니다. 전투기는 기수를 아래로 향한 채 시속 700킬로미터 이상으로 지면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교관의 다급한 외침이 무전기를 타고 울렸습니다. "투, 리커버! 투, 리커버!" 그러나 반응이 없었습니다. 고도 8,700피트에서 Auto-GCAS가 작동했습니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체를 회복시켜 조종사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2014년 실전 배치 이후 Auto-GCAS는 12대의 F-16과 13명의 조종사(한 대는 복좌기였습니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F-35에도 탑재되어 있고, F-22에서도 최소 1건의 구조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술로 30년간 30억 달러 이상의 자산과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Auto-GCAS의 도입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는 1990년대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실전 배치에 20년 이상이 걸렸을까요. 조종사들의 저항 때문이었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비행기를 조종하는 능력은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기체를 정밀하게 다루는 것이 그들의 자부심입니다. Auto-GCAS는 이 영역에 기계가 침범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내가 조종하고 있는데 컴퓨터가 내 손을 치운다고?" 많은 조종사가 이렇게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기량이 의심받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DARPA의 ACE 프로그램 매니저인 라이언 헤플린 중령은 이를 1930년대의 기병대에 비유합니다. 당시 기병대원들에게 말 타는 기술은 그들의 정체성이었습니다. 기계화 부대의 도입을 거부했던 것처럼, 조종사들도 자동화에 저항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기병대는 전차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기술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F-22나 F-35 같은 5세대 전투기는 FBW를 넘어 센서 융합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자동화를 구현했습니다. 과거에는 조종사가 레이더 화면을 보고, 적외선 센서를 확인하고, 레이더 경보 수신기 소리를 듣고, 이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서 통합해야 했습니다. 인지 부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5세대 전투기의 컴퓨터는 이 작업을 대신합니다. 여러 센서의 정보를 융합하여 "저것은 적기다, 이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이 최적이다"라는 가공된 정보를 조종사에게 제공합니다.
이 진화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AI 전투기가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기계식 조종에서 유압 조종으로, 아날로그 FBW에서 디지털 FBW로, 비행 영역 보호에서 Auto-GCAS로, 센서 융합에서 AI 파일럿으로. 각 단계는 인간 조종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 끝에는 인간 없이도 비행하고 전투할 수 있는 완전 자율 전투기가 있습니다.
디지털 FBW는 AI가 전투기를 조종하기 위한 필수 인터페이스입니다. 기계식 연결이 남아 있었다면, AI가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로봇 팔이 물리적으로 조종간을 잡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FBW 덕분에 AI는 소프트웨어 코드를 통해 직접 비행 제어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조종사의 손이 조종간에 입력하던 것을 AI의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것입니다.
로마의 글라디우스 검을 떠올려 보십시오. 검사의 숙련된 손이 검을 휘둘렀습니다. 이것이 기계식 조종입니다. 이제 검과 손 사이에 정교한 장치가 끼어들었습니다. 검사의 의도를 읽고, 검이 가장 효과적인 각도로 목표를 향하게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이것이 FBW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장치 위에 전술 참모가 앉았습니다.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를 판단하는 지능입니다. 이것이 AI 전투기입니다.
전투기 자동화의 역사는 인간의 한계를 기계로 보완해온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서, 우리는 인간 없이도 하늘을 지배하려는 기계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제2부 알파독파이트: 공중전의 튜링 테스트
1 DARPA의 도전: 인간 조종사를 이길 수 있는가?
펜타곤 건물 어딘가에서, 2019년 가을,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되었습니다.
과연 기계가 인간 전투기 조종사를 하늘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 흔히 DARPA라 불리는 조직이 던진 이 물음은 70년 전 앨런 튜링이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던 것만큼이나 근본적인 도전이었습니다.
DARPA는 이상한 조직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관료적인 정부 기관 같지만, 실제로는 미친 과학자들의 놀이터에 가깝습니다. 인터넷을 만든 곳도, GPS를 세상에 내놓은 곳도 바로 여기입니다. 스텔스 전투기의 씨앗을 뿌린 것도 이들이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돈을 걸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유일한 정부 기관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런 그들이 이번에는 공중전이라는, 인간의 본능과 직관이 지배해온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공중전 진화, 영어로 ACE(Air Combat Evolution)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프로그램 매니저는 댄 야보르섹 대령이었습니다. 콜사인은 '애니멀'. F-16 조종사 출신인 그는 동료 조종사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란 어떤 사람들인가요. 조종간을 쥐고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을 자존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기계에 맡기라는 말은 그들에게 모욕에 가깝습니다. 애니멀 대령은 이 저항을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역사적인 비유를 들어 이 도전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1939년, 미 육군 참모총장 조지 마셜 장군이 기병대장 존 헤르에게 독일의 전격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헤르 장군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말을 트레일러에 싣고 전선까지 이동해 체력을 아낀 뒤, 전장에서 탱크를 압도하겠다고요.
물론 역사는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기병대는 사라졌고, 탱크가 전장을 지배했습니다. 애니멀은 경고했습니다. 지금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21세기의 기병대가 되지 않으려면, AI라는 새로운 탱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요.
하지만 어떻게 조종사들의 불신을 깰 수 있을까요.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낫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이 있지 않습니까. 애니멀은 AI가 인간 최고수를 1대1 공중전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의 탄생 배경입니다.
왜 하필 독파이트, 즉 근접 공중전이었을까요.
현대 공중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서 미사일을 쏘는 형태로 변하고 있습니다. 가시거리 밖 교전, BVR이라 부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2차 세계대전 방식의 근접 공중전을 골랐을까요. 여기엔 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독파이트는 닫힌 세계의 문제입니다. 바둑처럼 규칙은 명확하지만 경우의 수는 거의 무한합니다. 이런 환경은 AI가 강화학습을 통해 실력을 키우기에 최적입니다. DARPA는 독파이트를 더 복잡한 공중전 임무로 나아가기 위한 관문으로 보았습니다.
둘째, 독파이트는 OODA 루프의 극한 시험대입니다. 관찰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의사결정 과정이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독파이트입니다. 여기서 인간을 능가한다는 것은 AI의 연산 속도와 판단력이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넘어섰음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셋째, 신뢰를 쌓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조종사들은 훈련소 시절부터 독파이트를 통해 기본기를 다집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본능적인 이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한다면, 조종사들은 AI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학연구소, 줄여서 APL이 이 대회의 핵심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들은 콜로세움이라는 이름의 AI 아레나를 만들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이 싸우던 그 원형 경기장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오픈소스 비행 역학 소프트웨어인 JSBSim과 APL에서 개발한 미들웨어, 자율 알고리즘, 시각화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이 시스템은 실시간보다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AI 에이전트들은 이 가상의 하늘에서 수천만 번 죽고 다시 태어나며 싸움을 배워갔습니다.
DARPA는 2019년 8월, 8개의 팀을 선발했습니다.
엘리트 8이라 불린 이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록히드 마틴과 보잉 같은 방산 공룡부터, 헤론 시스템즈나 피직스AI 같은 소규모 AI 전문 기업, 조지아텍 연구소 같은 대학 연구팀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F-16 전투기의 비행 역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상대의 꼬리를 무는 기본 전투 기동을 수행하며, 기관포로 적을 격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사일은 배제되었습니다. 오로지 기체의 기동 성능과 기관포 조준 능력만이 승패를 가르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싸움이었습니다.
대회는 세 단계로 진행되었습니다.
2019년 11월의 1차 트라이얼은 전시 경기 성격이었습니다. 이때 AI들은 비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땅에 곤두박질치기 일쑤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초기에는 AI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법조차 몰랐다. 그냥 추락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2020년 1월의 2차 트라이얼에서 AI들은 이미 인간 조종사들이 구사하는 기본 전술을 흉내 내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프로그램이 연장되면서 5월에 2.5차 트라이얼이 가상으로 추가되었고, 8월의 최종 결선에 이르러서는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기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DARPA 부국장 데이비드 허니는 대회 개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반드시 답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AI 자율 알고리즘이 공대공 전투라는 매우 까다로운 환경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대회는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93개국에서 약 1만 명이 시청 등록을 했고, 추가로 5천 명이 참여를 희망했습니다.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의 독특한 점은 e스포츠 대회 형식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APL 팀은 컨트롤 존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ESPN의 스포츠센터를 모델로 한 해설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공중전과 자율성 전문가들이 AI와 독파이트의 기초, AI와 인간 조종사의 훈련 방법 등을 논의하며 교육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분석과 해설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방산 커뮤니티를 넘어 더 넓은 대중을 참여시키려는 DARPA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대회가 아니었습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독점해 온 하늘의 지배권을 놓고 벌이는 최초의 공식적인 시험대였습니다. OODA 루프의 속도 경쟁에서 AI가 인간을 앞설 수 있는가. 인간의 직관이 지배하던 영역에서 기계의 계산이 승리할 수 있는가. 2020년 8월, 전 세계가 그 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 헤론 시스템즈의 돌풍: 강화학습으로 무장한 AI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 단연 록히드 마틴이었습니다. F-22 랩터, F-35 라이트닝 II 등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를 만든 그들은 전투기의 물리학과 공중전의 교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항공 역학 노하우, 수천 명의 엔지니어, 천문학적인 연구 예산. 누가 봐도 그들이 유리해 보였습니다.
반면 헤론 시스템즈는 직원 수 30명 남짓의 소규모 소프트웨어 기업이었습니다. 그들은 전투기를 만들어본 적도, 조종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메릴랜드주에 본사를 둔 이 작은 회사가 방산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비밀 무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심층 강화학습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헌신이었습니다.
강화학습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행동을 선택하고, 결과를 보고, 보상이나 벌점을 받고, 다음에는 더 좋은 행동을 선택합니다. 이것을 미친 속도로 반복합니다. 어린아이가 걷는 법을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나고. 하지만 AI는 어린아이와 다릅니다. 지치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하루에 수백만 번을 넘어졌다 일어날 수 있습니다.
헤론 시스템즈의 접근 방식은 기존의 방산 기업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록히드 마틴이나 오로라 같은 팀들은 전투기 조종사의 지식을 AI에 주입하려 노력했습니다. 꼬리를 물어라, 에너지를 보존하라 같은 규칙을 가르치려 했습니다. 전문가 시스템이라 부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헤론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AI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상 환경에 던져놓고 수없이 죽고 죽이는 과정을 반복하게 했습니다.
헤론의 AI 에이전트는 팔코라 불렸습니다. 매의 일종인 팔콘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팔코는 가상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는 셀프 플레이 방식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어제의 나를 이기기 위해 오늘의 내가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고, 다시 내일의 내가 그것을 깨뜨리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었습니다.
헤론의 머신러닝 엔지니어 벤 벨에 따르면, 팔코는 총 약 5주에 걸쳐 102개의 서로 다른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리그를 상대로 수십억 번의 독파이트를 치렀습니다. 40억 번 이상의 시뮬레이션 스텝을 거쳤습니다. 이를 인간의 비행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30년 이상의 비행 경험을 축적한 셈입니다. 실제 조종사가 평생 비행해도 2,000~3,000시간을 넘기기 힘든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물리적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압축된 시간의 승리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초기 학습 단계에서 AI는 인간 교관들이 가르치는 정석적인 기동을 흉내 내려 노력했습니다. 에너지를 관리하고, 선회율을 유지하는 교과서적인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러나 학습이 거듭될수록 AI는 인간의 교리를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시뮬레이션 엔진의 물리 법칙 내에서 허용되는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했습니다.
인간 조종사는 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기체를 제어하려 합니다. 헤론의 AI는 달랐습니다. 미세하고 거칠게 조종면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기체를 제어했습니다. 초당 수십 회의 수정 조타. 인간의 손으로는 불가능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정밀한 사격 각도를 만들어냈습니다.
헤론 시스템즈의 성공 뒤에는 두 가지 정교한 기법이 있었습니다. 보상 형성과 커리큘럼 학습입니다. 보상 형성은 AI에게 더 자주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적을 격추했을 때만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유리한 위치를 잡았을 때도, 적의 꼬리에 가까워졌을 때도 작은 보상을 줍니다. 이렇게 하면 AI가 올바른 방향으로 더 빨리 학습합니다.
커리큘럼 학습은 쉬운 것부터 가르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직선으로만 나는 적과 싸우게 하고, 점점 더 똑똑한 적을 상대하게 합니다. 마치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듯이 말입니다. 헤론은 이 두 기법을 콜로세움의 자기 대결 시스템과 결합하여 강력한 성능을 끌어냈습니다.
APL에서 개발한 적 AI 에이전트들은 복잡성과 능력 면에서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였습니다. 가장 단순한 좀비는 직선 수평 비행으로 순항 미사일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기본 에이전트인 로지는 시간 기반의 사소한 고도 및 속도 변화를 실행했습니다. 스크립트 에이전트인 BUD FSM은 교전 상태를 인식하고 미리 정해진 반응을 구사했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강화학습 에이전트인 알파마브0는 인간 입력 없이 자기 대결만으로 개발된 에이전트로, 전문가 조종사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대회 3일 차, 준결승과 결승이 진행되면서 헤론 시스템즈의 AI는 충격적인 전술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정면 공격, 헤드온 건샷이었습니다. 이는 적기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달려들며 기관포를 발사하는 전술입니다. 인간 조종사들은 충돌 위험 때문에 훈련 규정상 이 기동을 금기시합니다. 보통 135도 이상의 각도에서는 사격하지 않습니다. 서로 충돌할 위험이 크고, 파괴된 적기의 파편이 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가 없는 AI에게 이는 가장 확률 높은 승리 공식이었습니다. 준결승에서 오로라 팀을 만난 헤론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적의 정면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해설을 맡은 글록은 경악했습니다. "헤론은 아무런 망설임이 없습니다. 시작 신호와 동시에 살기를 드러내며 적의 콧잔등을 노립니다.”
헤론의 AI는 록히드 마틴과의 결승전에서도 이 전술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록히드 마틴의 AI는 인간의 교리를 반영하여 에너지를 관리하고 위치를 선점하려 했습니다. 우아하고 정석적인 움직임이었습니다. 하지만 헤론의 AI는 그런 신사적인 싸움을 거부했습니다. 마치 광견처럼 달려들어 상대의 허점을 물어뜯었습니다.
헤론은 놀라운 정밀도로 기관포를 조준했습니다. 총구가 마치 적기에 자석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한 번 잡은 표적은 절대 놓치지 않았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적기에게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저 각도에서는 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도, AI의 계산 속에서는 명중 확률 90% 이상의 기회였습니다.
결국 다윗은 골리앗을 꺾었습니다. 헤론 시스템즈는 결승에서 록히드 마틴을 16승 4패의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30명의 소규모 팀이 수만 명의 엔지니어를 거느린 방산 공룡을 꺾은 것입니다. 이것은 도메인 지식보다 데이터 학습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전투기를 만들어본 경험보다, AI를 훈련시키는 방법론이 더 결정적이었습니다.
헤론 시스템즈의 돌풍은 AI가 인간의 모방을 넘어,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승리의 문법을 창조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 앞에는 최후의 상대인 인간 조종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 인간 대 AI의 5:0
전세계가 유튜브 생중계를 지켜보는 가운데, 2020년 8월 20일 오후,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을 대표해 나선 조종사의 콜사인은 뱅어였습니다.
미 공군 무기학교 졸업생으로, F-16 비행 시간만 2,000시간이 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습니다. 워싱턴 D.C. 공군 주방위군 소속의 현역 전투기 조종사였고, 운영 보안상 전체 신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공군 최고 수준의 조종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단순히 비행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전술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교관이었습니다.
뱅어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시뮬레이터에 앉았습니다. APL 팀이 개발한 ADT VR 시스템은 조종사에게 AI 에이전트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일치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전통적인 헤드업 디스플레이 외에도 VR 헤드셋은 위협과 상대 위치에 대한 상황 인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특수 구성요소를 제시했습니다. 공정한 싸움이었습니다. 적어도 정보의 측면에서는 말입니다.
뱅어는 지난 며칠간 AI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그들의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헤론은 초반 정면 공격에 강하다. 그 영역을 피하고 장기전으로 끌고 가서 에너지 싸움을 유도하겠다. 이것이 인간의 전략이었습니다. 수천 시간의 비행 경험에서 우러나온 판단이었습니다.
경기는 총 5라운드로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고도에서 중립적인 시작 조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ACE 뷰어는 F-16 조종사의 관점에서 본 전투 공간과 뱅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투 개요를 제공했습니다. DARPA의 저스틴 모크, 콜사인 글록은 해설자로서 "이것은 거대한 도약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1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두 기체는 정면에서 마주 보며 교차하는 뉴트럴 머지로 시작했습니다. 통상적인 인간 조종사라면 서로의 꼬리를 잡기 위해 선회 경쟁을 벌입니다. 뱅어는 예상대로 헤론의 정면 승부를 피하려 했습니다. 고도를 낮추며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헤론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기수를 돌려 뱅어의 사각을 파고들었습니다. 교차 직후 인간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급격히 기수를 돌려 사격각을 확보했습니다. 뱅어는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피격당했습니다. 첫 번째 교전은 순식간에 헤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해설진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AI의 반응 속도가 OODA 루프를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인간이 상황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동안, AI는 이미 결심하고 행동을 끝마쳤습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뱅어는 전술을 바꿨습니다. AI가 인간처럼 시야에 의존하지 않고 완벽한 상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역이용하려 했습니다. 급격한 기동으로 AI의 예측을 벗어나려 했습니다. 고도를 급격히 변경하고, 수직으로 기동하며 AI를 교란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헤론은 뱅어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있는 듯 대응했습니다. 뱅어가 어떤 기동을 하든, 팔코는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밀리초 단위로 반응하여 뱅어의 선회 반경 안쪽으로 파고들거나, 뱅어가 사격 위치를 잡기도 전에 먼저 발포했습니다. 헤론의 기관포 사격은 오차 없이 뱅어의 기체에 꽂혔습니다. 뱅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인 전투기 기동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서 뱅어는 극단적인 저고도 기동을 시도했습니다. 지면 충돌의 위험을 감수하고 AI를 유인하려 했습니다. 1,300피트, 약 400미터까지 내려갔습니다. 인간에게는 땅에 충돌할 수 있다는 공포가 작용하는 고도였습니다. 하지만 AI에게 공포란 없었습니다.
다섯 번째 교전에서 뱅어는 공격적인 평면 외 기동을 사용하여 초기 교전에서 살아남아 전투를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헤론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냉정하게 고도를 유지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뱅어를 내려다보는 유리한 위치를 점했습니다. 끈질기게 추격했고, 결국 뱅어의 꼬리를 잡아 격추시켰습니다.
최종 스코어 5대0. 인간의 완패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내용이었습니다. 인간 조종사는 단 한 번도 AI에게 유효타를 날리지 못했습니다. 모든 시간을 회피 기동에 사용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뱅어는 시뮬레이터에서 나오며 땀에 젖은 채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충격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로서 훈련받은 표준적인 것들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동적 환경에서 복잡한 물리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적 항공기에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 각도와 다양한 접근 속도, 대기 속도 차이 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헤론의 조준 능력에 대해 그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헤론의 조준 능력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월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기동을 통해 AI의 사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AI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계산하여 끈질기게 조준을 유지했다고 말했습니다. 나노초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는 능력과 두 항공기 간의 완벽한 상태 정보를 활용하여 매우 정밀한 제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뱅어는 AI가 자신의 항공기를 다른 것과 충돌할 수 있는 위치에 놓는 것이 불편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높은 측면 기총 사격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그것을 악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불편해하는 위치에 항공기를 배치하고, 인간이라면 시도하지 않을 각도에서 사격을 가했습니다.
애니멀 대령은 이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AI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 공군 조종사들이 훈련받는 비행 안전 규칙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습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시뮬레이션 전투에서 우위를 제공했습니다.
" 인간은 안전을 위해 지키는 규칙들이 있습니다. AI는 그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5대0의 결과가 던진 메시지는 기술보다 컸습니다. 공중전에서 인간이 최고라는 전제는 깨질 수 있습니다. 그 깨짐은 장비 격차가 아니라 의사결정 격차에서 옵니다. 한 번 깨지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AI는 전술을 암기하지 않고 학습하기 때문입니다.
베테랑이 느낀 충격의 실체는 인지 부하의 한계였습니다. 인간은 비행 제어, 적기 탐색, 전술 판단, 통신 등을 동시에 수행하며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하지만 AI는 이 모든 것을 병렬적으로, 지치지 않고 처리했습니다. 인간이 직관으로 읽는 것을 AI는 확률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잔인할 정도로 일관되게 실행했습니다.
뱅어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체득한 감각이 무용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감각이 더 이상 결정적 우위가 아니게 됐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여전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뛰어남의 정의가 바뀝니다.
그러나 뱅어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AI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통찰을 남겼습니다.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이 기술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전장에서 무적의 팀이 될 것입니다." 해설을 맡은 글록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작동하는 것을 신뢰합니다." AI가 보여준 성능은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조종사들은 AI의 능력을 두려워하기보다, 저런 AI가 내 윙맨이라면 얼마나 든든할까라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결은 44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항공우주 커뮤니티와 펜타곤으로부터 게임 체인저로 인정받았습니다. DARPA 전략기술국장 팀 그레이슨 박사는 말했습니다. "이 결과는 미래 공중 전투 시스템과 인간-기계 공생을 포함하는 개념에 대한 큰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은 공중전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AI가 단순히 보조적인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능가하는 치명적인 전투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I는 시뮬레이션이라는 통제된 환경, 완벽한 정보라는 조건 하에서만 강하다는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5대0의 스코어보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다가올 시대에 대한 예고장이자, 인간 파일럿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 메시지였습니다. 앞으로 조종사의 가치는 누가 더 잘 조종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감독하고 설계하느냐로 이동합니다. AI가 기동을 하고, 인간이 임무와 규칙과 책임을 설계합니다. 이것은 격하가 아닙니다. 역할의 이동입니다.
이제 과제는 이 유리 상자 속의 천재를 거칠고 예측 불가능한 실제 하늘로 데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 배운 것을 현실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요. 완벽한 정보가 없는 세계에서도 AI는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곧 시작될 참이었습니다.
4 ACE 프로그램과 X-62A VISTA: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하늘로
2020년 8월의 어느 날, 전 세계 항공 전문가들은 컴퓨터 화면 앞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헤론 시스템즈의 인공지능이 인간 베테랑 조종사를 5대 0으로 완파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였습니다.
그러나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시험비행 조종사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건 비디오 게임이야." 그들의 냉소는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시뮬레이터 속의 하늘은 언제나 깨끗합니다. 바람은 수학 공식대로 불고, 센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통신 링크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해도 리셋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라는 점입니다. 그곳에서 AI는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싸웁니다. 적기의 위치, 속도, 방향을 1밀리초 단위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전장은 다릅니다. 센서에는 눈처럼 노이즈가 쏟아지고, 통신은 적의 전자전에 끊기며, 대기는 기체를 흔들어댑니다. 가상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중력 가속도가 조종사의 목을 짓누르고, 추락은 게임 오버가 아니라 죽음을 의미합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 흔히 DARPA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바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2019년 시작된 ACE 프로그램, 풀 네임으로는 공중전 진화(Air Combat Evolution)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단순히 AI가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을 넘어섰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AI를 신뢰하고, 함께 팀을 이루어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DARPA는 공중전을 "도전 문제"로 삼았습니다. 속도와 불확실성이 극한에 달하는 공중전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면, 다른 영역은 더 쉽게 풀릴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ACE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18개월 동안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핵심 역량을 검증하고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은 이 단계의 일부였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16개월 동안 무인항공기 비행 시험을 수행하며 알고리즘을 소형 무인기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실제 전투기 규모의 항공기에서 시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의 핵심에 한 대의 독특한 전투기가 있었습니다. X-62A VISTA입니다.
VISTA는 Variable In-flight Simulator Test Aircraft의 약자입니다. 번역하면 가변 비행 시뮬레이터 시험 항공기 정도가 됩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F-16D 복좌형 전투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기체의 내부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스컹크 웍스와 칼스팬이 협력하여 만든 이 괴짜 비행기는, 소프트웨어 설정을 바꾸는 것만으로 F-16이 아닌 다른 항공기의 비행 특성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F-35의 조종 느낌을 원하면 그렇게 설정하고, MQ-9 드론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싶으면 또 그렇게 바꿉니다. 마치 카멜레온이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듯이, VISTA는 하늘 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변환할 수 있었습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미 공군 시험조종사학교가 보유한 이 유일무이한 기체에, DARPA는 SACS라는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System for Autonomous Control of Simulation, 자율 제어 시뮬레이션 시스템입니다.
이것은 AI 에이전트가 기체의 비행 제어 컴퓨터에 직접 접속해 조종면과 엔진 출력을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인터페이스였습니다. 에일러론, 러더, 엘리베이터라 불리는 날개와 꼬리의 조종면들, 그리고 제트 엔진의 추력까지 AI가 직접 다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안전장치도 필요했습니다. 갓 태어난 AI에게 수백억 원짜리 전투기의 조종간을 덜컥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AI가 버그를 일으켜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거나, 기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기동하려 들 수도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뒷좌석에는 인간 안전 조종사가 탑승했습니다. AI가 위험한 기동을 하거나 통제를 벗어나려 하면, 이 조종사가 즉시 개입해 조종 권한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 제어 컴퓨터에는 안전 엔벨로프라는 것이 설정되어, AI가 9G 이상의 무리한 기동을 하거나 지면으로 돌진하려 할 때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차단했습니다.
2022년 12월,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역사적인 비행이 시작되었습니다. 12월 1일부터 16일까지, X-62A는 AI 에이전트가 조종하는 12회의 비행을 수행했습니다. 총 17시간 이상을 하늘에서 보냈습니다. 시뮬레이터 속에서 수천만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했던 그 코드 덩어리들이, 실제 제트 엔진의 추력을 통제하고 양력을 다루며 물리적인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완벽했던 AI가 실제 하늘의 난기류를 만나자 미세하게 떨거나, 센서 데이터의 지연 때문에 반응이 늦어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날은 AI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문제였고, 어떤 날은 기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기동하려다 안전 차단 장치가 작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VISTA를 활용한 테스트의 진가는 반복 숙달에 있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전투기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려면 수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코드를 수정하고, 지상에서 검증하고, 비행 허가를 받고, 다시 비행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CE 팀은 VISTA를 통해 매일 코드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오전에 비행하며 AI의 오류를 발견하면, 점심시간에 코딩을 수정하여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오후 비행에 바로 적용했습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시험비행학교 교관들은 "과거 1년이 걸릴 수정 사항들이 단 하루 만에 해결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X-62A에 탑재된 자율성 알고리즘을 단 몇 분 만에 교체할 수 있었고, 조종사들은 몇 시간 간격으로 다른 팀의 AI를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9월,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AI가 조종하는 X-62A와 인간이 조종하는 F-16 전투기가 실제 공중전을 벌인 것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고도 600미터 상공에서, 두 대의 전투기가 시속 1,900킬로미터의 상대 속도로 서로를 향해 돌진합니다. 서로의 거리가 불과 600미터까지 좁혀지는 순간, 인간 조종사는 본능적인 긴장을 느끼지만, AI는 흔들림 없이 최적의 위치를 계산해 냅니다. 초기에는 방어적인 기동으로 시작했지만, 곧이어 서로 꼬리를 물기 위한 공격적인 기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투의 절정은 두 기체가 정면으로 마주 보고 교차하는 고각도 기수 대 기수 교전이었습니다.
이것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비행이 아니었습니다. 두 대의 전투기는 진짜로 서로를 격추하기 위해 맹렬하게 기동했습니다. 비행 중 X-62A의 앞좌석과 뒷좌석에는 인간 조종사가 탑승해 있었지만, 그들은 조종간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AI의 비행을 모니터링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안전 요원 역할만 수행했습니다. AI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기체를 제어했습니다.
21회의 테스트 비행 동안 팀은 10만 줄 이상의 비행 관련 소프트웨어를 수정했습니다.
AI는 더 정밀하게 비행하고 안전 규정의 한계에서 작동했으며, 컴퓨터의 더 빠른 관찰-지향-결정-행동 루프 덕분에 더 빠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후속 사격을 위해 기동하려 했지만 기회가 있었음에도 정면 사격이나 기회 사격을 시도하지 않는 동안, AI는 가능한 한 빨리 사격했습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미 공군은 이 대결의 구체적인 승패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테스트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증언은 AI의 성능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수석 테스트 파일럿 빌 그레이는 "X-62A는 도그파이트라는 매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비결정론적 AI를 항공우주 시스템에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종사 관점에서 이 변화의 체감은 확실합니다.
시뮬레이터에서 AI와 싸울 때는 상대가 게임 룰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그런데 X-62A로 옮겨오면, AI는 더 이상 픽셀과 벡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수 톤짜리 금속 덩어리이고, 그 금속이 만들어내는 와류와 폐쇄각은 내 기체를 실속으로 몰 수도 있습니다. 속도는 숫자가 아니라 충격으로 다가오고, G는 화면이 아니라 목뼈에 걸립니다.
DARPA ACE 프로그램 매니저인 라이언 헤프론 중령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연구는 도구가 허용하는 만큼만 빠르게 진행됩니다. VISTA의 최근 업그레이드는 AI 기반 자율성의 신속한 통합과 안전한 테스트를 가능하게 하여 훨씬 더 효과적인 테스트베드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AI 기반 자율성의 실제 규모 비행 테스트를 최소 1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ACE 프로그램과 X-62A VISTA의 실험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알파독파이트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ACE는 검증 가능한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공중전의 튜링 테스트는 단지 이겼는지 졌는지가 아니라, 현실의 안전과 신뢰 기준을 통과하며 그 싸움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X-62A가 그 문턱을 실제로 밟았습니다. 시뮬레이터 속의 천재가 현실 세계의 전사로 거듭난 순간이었습니다.
5. 켄달 장관의 탑승: AI 파일럿에 무기 발사를 맡기다
조종석에 앉는 순간, 모든 논쟁이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회의실에서 자율성이 어쩌고 윤리가 어쩌고 떠드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캐노피를 닫고 활주로로 굴러 나가면, 그 말들은 전부 무게를 다시 얻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개념이 아니라 중력이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5월 2일, 70대의 노신사가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뜨거운 활주로에 섰습니다.
미 공군성 장관 프랭크 켄달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었습니다. 냉전 시절 육군 장교로 복무했고, 평생을 국방 기술 엔지니어이자 획득 전문가로 살아온 기술 관료였습니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시찰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추진하는 AI 무인 전투기 프로그램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해, 직접 목숨을 걸고 AI가 조종하는 전투기에 오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가 탑승한 기체는 앞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X-62A VISTA였습니다. 앞좌석에는 켄달 장관이, 뒷좌석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 조종사가 탑승했습니다. 이 비행을 위해 쉴드AI는 강화학습 기반 인공지능을 항공기에 탑재했습니다. 쉴드AI는 2021년 헤론 시스템즈를 인수한 회사였습니다. 바로 그 헤론 시스템즈, 2020년 알파독파이트에서 인간 조종사를 5대 0으로 꺾은 그 AI의 창조자 말입니다. 탑재된 자율 에이전트는 그때 우승한 AI의 직계 후손이었습니다.
캐노피가 닫히고 엔진이 굉음을 내며 점화되었습니다. 이륙 직후, 켄달 장관은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조종 권한을 AI에게 넘긴 것입니다. "나는 조종간에 버튼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자동화를 시작했습니다"라고 그는 나중에 설명했습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의 훈련 구역에 진입하자, 가상의 적기 역할을 맡은 유인 F-16 전투기가 접근해 왔습니다. 켄달 장관이 탄 X-62A는 즉시 전투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었지만, 켄달 장관과 뒷좌석의 안전 조종사 모두 조종간과 스로틀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기체는 스스로 맹렬하게 선회하며 적기의 꼬리를 잡기 위해 기동했습니다. AI는 켄달 장관을 태운 채 최대 5G에 달하는 고기동을 펼쳤습니다. 몸무게가 5배로 늘어나는 압력입니다. 70대 노인의 몸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습니다. 그 압력 속에서도 AI는 냉철하게 적기의 예상 경로를 계산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체를 비틀었습니다.
시속 885킬로미터 이상의 번개 같은 기동이 이어졌습니다.
두 항공기가 약 300미터 이내로 경주하면서 서로 거의 정면으로 마주쳤고, 상대를 취약한 위치로 몰아넣기 위해 비틀고 회전했습니다. 하늘에서의 근접은 인간 관계의 근접이 아닙니다. 300미터 안쪽에서 두 기체가 서로의 실수를 기다리며 코를 맞대고 돌아나가는 것은, 작은 오류가 곧 사망으로 직결되는 거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탑승자가 느끼는 감각은 화려함이 아니라 압박입니다. 장비가 아니라 몸이 먼저 "이건 진짜다"라고 말합니다.
AI는 적기의 사격 통제 레이더가 자신을 조준하려 할 때마다 교묘하게 회피 기동을 하며 역공의 기회를 노렸습니다. 인간 파일럿이 조종하는 F-16은 맹렬하게 공격해왔지만, X-62A의 AI는 빈틈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AI는 인간 조종사가 예측하기 힘든 타이밍에 반격하며 우위를 점했습니다.
약 1시간의 격렬한 비행을 마치고 기지로 귀환한 켄달 장관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조종석에서 내려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비행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비행 중 본 것이 충분해서, 전쟁에서 무기 발사 여부를 결정하는 능력을 아직 학습 중인 이 AI에게 맡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발언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무기통제 전문가들과 인도주의 단체들은 AI가 언젠가 추가적인 인간의 상의 없이 사람을 죽이는 폭탄을 자율적으로 투하할 수 있게 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생사를 결정하는 일을 센서와 소프트웨어에 맡기는 것에 대한 광범위하고 심각한 우려가 있습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켄달은 무기가 사용될 때 시스템에는 항상 인간의 감독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것을 갖지 않는 것이 안보 위험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을 가져야만 합니다.”
조종사 관점에서 무기 발사는 버튼 하나가 아닙니다. 무기 발사는 전술, 식별, 교전규칙, 아군 위치, 탄종의 후폭풍까지 포함한 연쇄 책임입니다. 공중전에서 발사 결정은 종종 1초 안에 내려야 하지만, 그 1초 안에 들어가는 판단 재료는 생각보다 지저분합니다. 센서는 속을 수 있고, 표적은 기만할 수 있고, 데이터링크는 끊길 수 있고, 인간은 오판할 수 있습니다. AI는 오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오판의 형태가 다릅니다. 인간은 피로와 공포로 흔들리지만, AI는 학습 분포 바깥에서 이상한 확신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기 발사를 AI에게 맡긴다는 말은, AI가 더 똑똑하냐가 아니라, 우리가 그 오판 형태를 어떤 안전장치로 봉인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켄달의 탑승 시연은 미 의회와 국방 예산 담당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했습니다.
미 공군은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F-35나 차세대 전투기만으로는 중국의 물량 공세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이 바로 유인 전투기 1대와 AI 무인 전투기 3~5대가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 체계입니다. 미 공군은 2028년까지 최소 1,000대 이상의 AI 무인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F-35나 차세대 전투기 한 대가 여러 대의 AI 무인기를 거느리고 다니며, 위험한 임무는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후방에서 지휘하는 형태입니다.
켄달은 덧붙여 말했습니다. "이것은 변혁적인 순간입니다. 수십 년간 상상만 해왔던 자율 공중전의 잠재력이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공군은 두 종류로 나뉠 것입니다. 이 기술을 도입한 공군과, 그러지 않아서 그들에게 패배하는 공군으로 말이죠.”
쉴드AI의 제품 담당 수석 부사장인 브렛 다시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연구실에서 실제 비행기로 가는 방법을 입증했습니다. 기술을 거기까지 가져가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규정 준수, 테스트 및 검증 부분을 지원하기 위한 우리 직원들의 방법도 입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탑재된 자율성은 민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훨씬 더 정교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적이 어디에 있고, 적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안전과 무기 효과성 모두를 해결하기 위해 내 비행기를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를 동적으로 추론해야 했습니다.
VISTA의 군 운영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도 이와 같은 AI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소프트웨어가 먼저 시뮬레이터에서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학습한 다음 실제 비행 중에 결론을 테스트하고, 그 실제 성능 데이터가 다시 시뮬레이터로 입력되어 AI가 더 많이 학습하는 순환 구조입니다. 중국도 AI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뮬레이터 밖에서 이런 테스트를 실행할 방법을 찾았다는 징후는 없습니다. 전술을 처음 배우는 하급 장교처럼, 일부 교훈은 공중에서만 배울 수 있다고 VISTA의 시험 조종사들은 말합니다.
수석 시험 조종사 빌 그레이의 말이 이것을 정리합니다. "실제로 비행하기 전까지는 모두 추측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유용한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VISTA는 2023년 9월 첫 AI 제어 도그파이트를 비행한 이후, 약 24회의 유사한 비행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각 교전에서 너무 빠르게 학습하고 있어서, VISTA에서 테스트되는 일부 AI 버전은 이미 공대공 전투에서 인간 조종사를 이기고 있습니다. 이 기지의 조종사들은 어떤 면에서 자신들의 후임자를 훈련시키거나 더 적은 수의 조종사가 필요한 미래 구조를 형성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또한 미국이 자체 함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면 AI 제어 항공기를 보유한 적과 하늘에서 맞서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계속 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빨리 달려야 합니다"라고 켄달은 말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 사건의 진짜 메시지는 AI가 무기를 쏜다가 아닙니다. AI가 무기를 쏘는 쪽으로 시스템이 진화할 유인이 너무 강하다는 것입니다. 속도, 비용, 생존성. 인간이 매번 루프를 돌며 결심하기엔 전장이 너무 빨라지고, 유무인 복합 편대에서 인간이 모든 발사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확장성에 한계가 생깁니다. 앞으로의 현실적 그림은 대개 이렇습니다. 평시와 회색지대에서는 인간 통제가 강화되고 AI는 추천과 경보 중심으로 작동합니다. 고강도 전시에서는 인간이 정책과 금지선을 미리 설정하고 AI는 제한된 조건에서 교전 권한을 확대합니다. 최종 단계에서는 인간이 항상 버튼을 누른다가 아니라, 인간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 조건을 설계한다로 이동합니다.
켄달이 조종석에서 본 것은 바로 그 이동의 첫 페이지입니다. 사람은 그 페이지를 읽을 준비가 덜 됐을지 몰라도, 하늘은 이미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1947년 척 예거가 X-1을 타고 음속을 돌파하며 초음속 시대를 열었다면, 2024년 프랭크 켄달은 X-62A를 타고 AI 공중전 시대를 열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하늘을 날아올라, 인간과 겨루고, 인간 리더에게 합격점을 받은 날이었습니다. 이제 하늘의 지배권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알고리즘 에이스의 시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습니다.
제3부 AI는 어떻게 전투를 학습하는가
1. 수천만 번의 가상 죽음
고도 2만 5천 피트. 시뮬레이터 속 가상의 하늘에서 AI가 조종하는 F-16 한 대가 급강하합니다. 적기를 향해 기수를 틀었지만, 속도를 너무 빨리 잃었습니다. 기체는 실속에 빠지고, 곧바로 땅으로 곤두박질칩니다. 화면에 "격추"라는 글자가 뜨고, 시뮬레이션은 리셋됩니다. 이 AI는 방금 죽었습니다.
하지만 1초 뒤, 다시 같은 하늘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또다시 적기를 향해 돌진합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로, 조금 다른 타이밍에. 이 과정이 하루에 수백만 번 반복됩니다.
인간 조종사가 베테랑이 되려면 수천 시간의 비행이 필요합니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초 비행훈련을 마치고, 전투기 기종 전환교육을 받고, 실전 부대에 배치되어 몇 년을 근무해야 비로소 "한 사람 몫"을 합니다. 그리고 그 조종사가 평생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2천에서 3천 시간입니다. 신체의 한계, 근무 기간의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 목숨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추락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런데 AI에게는 그런 한계가 없습니다. 가상의 공간에서 AI는 얼마든지 죽을 수 있고, 얼마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2020년 8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 대회에서 우승한 헤론 시스템즈(Heron Systems)의 AI는 대회 당시까지 약 40억 번의 가상 전투를 치렀습니다. 이것은 인간 조종사로 환산하면 약 31년 치의 비행 경험에 해당합니다. 헤론 시스템즈의 엔지니어 벤 벨(Ben Bell)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AI는 102개의 서로 다른 에이전트와 싸우며 훈련받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대를 만나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견고해졌습니다.”
강화학습의 원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기에게 "무릎을 이 각도로 구부리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겨라"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없습니다. 아기는 그냥 일어서다가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가 넘어지기를 수백 번 반복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 발을 내딛게 되고, 부모가 박수를 쳐주면 "아, 이게 맞는 거구나"라고 깨닫습니다. 넘어지면 아프고, 걸으면 칭찬받으니까요. AI의 강화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가상 세계에 던져진 AI는 비행기가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조종간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미사일을 언제 발사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저 무작위로 이것저것 해봅니다. 조종간을 왼쪽으로 꺾어보고, 스로틀을 당겨보고, 기총 발사 버튼을 눌러봅니다. 대부분은 추락하거나 적에게 격추당합니다. 그럴 때마다 시스템은 AI에게 마이너스 점수를 줍니다. 반대로 적기의 꼬리를 잡거나, 기총 사격에 성공하거나, 적을 격추하면 플러스 점수를 줍니다. AI의 목표는 단 하나, 이 점수의 합계를 최대한 높이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보상 함수(Reward Function)의 설계입니다.
단순히 "적을 격추하라"고만 하면, AI는 미친 듯이 돌진하다가 동귀어진하는 카미카제 전술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매우 정교한 보상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적을 격추하되 자신은 살아남아야 하고, 적의 꼬리(6시 방향)를 잡으면 추가 점수를 받고, 무리한 기동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면 감점당하고, 민간 구역에 진입하면 큰 벌점을 받는 식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알파독파이트 참가팀은 은퇴한 F-16 조종사의 조언을 받아 이런 보상 체계를 설계했습니다. 조종사의 수십 년 경험이 수식과 가중치로 번역된 것입니다.
알파독파이트 결승전에서 헤론 시스템즈의 AI는 인간 조종사 "뱅어(Banger)"를 5대 0으로 완파했습니다. 충격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AI가 인간과 정면으로 마주보며 기관포를 발사한 것입니다.
이른바 "헤드온 건샷(Head-on Gunshot)"이라 불리는 기동입니다. 인간 조종사는 충돌의 공포 때문에 이런 기동을 본능적으로 피합니다. 훈련 규정에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AI는 수천만 번의 가상 죽음을 통해 "충돌 직전 0.1초에 정밀 사격을 가하면, 내가 죽기 전에 적을 먼저 격추할 수 있다"는 해답을 스스로 찾아낸 것입니다. 인간이 가르쳐준 전술이 아닙니다. AI가 무한한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승리의 방정식입니다.
이 과정을 "커리큘럼 학습(Curriculum Learning)"이라고 부릅니다. 처음부터 베테랑 조종사와 붙으면 AI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계속 죽기만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수평 비행을 유지하는 법부터 배웁니다. 그 다음에는 움직이지 않는 표적을 조준하는 법을 익힙니다. 점점 어려운 상대를 만나며 실력을 키웁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기 자신, 혹은 과거의 자기 자신과 싸웁니다. 이것을 "셀프 플레이(Self-Play)"라고 합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정복할 때 쓴 방법과 같습니다. 어제의 내가 사용한 필승 전략을 오늘의 내가 파훼하고, 내일의 나는 그 파훼법을 다시 역이용하는 식으로 무한히 진화합니다.
결국 강화학습은 "실패할 수 있는 자유"에서 시작합니다. 현실의 조종사는 한 번의 실패가 곧 죽음입니다. 하지만 가상 세계의 AI는 수천만 번 죽음으로써 불사의 존재로 거듭납니다. 인간이 한 세대 동안 축적하는 경험을 AI는 며칠 만에 압축합니다. 시간의 법칙이 다른 세계에서 훈련받은 존재가 현실로 내려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알파독파이트의 AI가 베테랑 조종사를 압도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입니다. AI는 단순히 계산이 빠른 것이 아닙니다. 수천만 번의 죽음을 통해 인간이 평생 겪을 수 없는 경험의 양을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2. 시뮬레이션 경험을 현실로 이식
모니터 화면 속의 가상 전투에서 백전백승하던 AI를 진짜 F-16 조종석에 앉히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하늘을 지배할 수 있을까요.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시뮬레이션 속의 하늘은 수학적으로 완벽합니다. 바람은 계산된 대로 불고, 공기 밀도는 균일하며, 엔진은 언제나 100퍼센트 효율을 냅니다. 센서는 노이즈 없이 깨끗한 데이터를 보내고, 통신에는 지연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돌풍이 불고, 구름이 센서를 가리고, 통신 신호가 끊기고, 기체는 알 수 없는 진동을 일으킵니다. 시뮬레이션에서 승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던 AI가 현실의 첫 비행에서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간극을 "리얼리티 갭(Reality Gap)"이라고 부릅니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틈입니다. 이 틈을 메우는 기술이 바로 Sim2Real, 즉 "시뮬레이션에서 현실로"입니다. AI 전투기 개발의 핵심 난제이며, 이것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AI가 진짜 하늘에서 싸울 수 있습니다.
Sim2Real의 첫 번째 전략은 시뮬레이션 환경을 일부러 엉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도메인 무작위화(Domain Randomization)"라는 기법입니다.
훈련 과정에서 바람의 세기를 무작위로 바꾸고, 기체의 무게 중심을 조금씩 흔들고, 엔진 추력을 80퍼센트에서 120퍼센트 사이로 변동시킵니다. 센서 데이터에 일부러 잡음을 섞고, 통신에 지연 시간을 집어넣습니다.
맑은 날씨에서만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폭풍우가 치는 상황, 센서가 고장 난 상황, 엔진 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시뮬레이션에 주입합니다. 이렇게 "지저분한" 환경에서 훈련받은 AI는 현실 세계를 그저 "또 하나의 노이즈가 심한 시뮬레이션"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깨끗한 환경에서만 훈련받은 AI는 현실에서 당황합니다. 그러나 온갖 혼돈 속에서 훈련받은 AI는 현실의 불확실성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전략은 현실의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에 계속 흘려 넣는 것입니다. 이것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고 부릅니다. 진짜 전투기의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서, 가상의 전투기 모델을 업데이트합니다. 실제 비행 테스트에서 얻은 공기역학 데이터, 엔진 반응 속도, 기체 진동 패턴 등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모델을 끊임없이 수정합니다. 그러면 가상 세계가 점점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그 정교해진 가상 세계에서 다시 AI를 훈련시킵니다. 이 순환이 반복될수록 AI는 현실에 강해집니다.
미 공군은 이 Sim2Real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X-62A VISTA라는 실험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F-16D를 개조한 이 항공기는 AI가 실제로 기체를 조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AI가 조종하는 비행 테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12회의 비행에서 AI는 기관포 사격 범위 내 근접전투(도그파이트)와 가시거리 밖 교전(BVR) 시나리오를 모두 수행했습니다. 17시간 이상의 자율 비행 동안, 기체는 실제 공역 제한을 준수하면서 성능을 최적화했습니다.
2023년에는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X-62A VISTA가 AI의 조종 하에 유인 F-16과 실제 공중전을 벌인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 최초의 "인간 대 AI" 실전 공중전이었습니다.
2024년 5월에는 프랭크 켄달(Frank Kendall) 미 공군 장관이 직접 X-62A의 조종석에 탑승했습니다. AI가 조종하는 전투기에 미국 공군의 최고 지휘관이 몸을 맡긴 것입니다. 그는 비행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AI에게 무기 발사 권한을 맡겨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안전장치는 철저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런타임 보증(Runtime Assurance)" 시스템이 AI의 모든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합니다. AI가 "오른쪽으로 5G 선회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이 시스템은 1천분의 1초 단위로 그 명령을 검사합니다. 만약 AI의 명령이 기체의 구조적 한계를 넘거나, 지면 충돌 위험이 있는 궤적으로 이어진다면, 시스템은 즉시 AI의 제어권을 차단하고 안전한 상태로 기체를 복구합니다. 뒷좌석의 안전 조종사가 언제든 AI를 끄고 수동 조종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X-62A의 모든 테스트 비행에서 안전 조종사가 AI를 강제로 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컴퓨팅 파워입니다.
시뮬레이션 속의 AI는 거대한 서버실의 슈퍼컴퓨터 자원을 마음껏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전투기 내부는 공간이 좁고 전력이 제한적입니다. 수천 개의 GPU를 탑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AI 모델을 작은 칩에 들어갈 수 있도록 경량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헤론 시스템즈의 알파독파이트 우승 모델은 엔비디아의 작은 칩 하나에서 구동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강력하면서도 가벼운 AI, 그것이 실전 배치의 전제 조건입니다.
미래의 AI 전투기는 출격 전에 기본적인 전투 기술을 알고 있지만, 전투를 치르면서 적의 패턴을 파악해 그 자리에서 진화할 것입니다. 이것을 "메타 학습(Meta-Learning)" 혹은 "온라인 적응"이라고 부릅니다. 공장에서 학습된 모델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비행 중인 기체의 상태 변화나 적의 전술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자신의 신경망을 미세 조정하는 것입니다. Sim2Real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가상의 지능이 물리적 몸체를 입고 현실의 법칙을 익혀가는 과정입니다. 로봇공학에서는 이것을 "신체화(Embodiment)"라고 부릅니다. AI가 진정한 전사가 되려면, 시뮬레이션의 깨끗한 하늘을 떠나 현실의 거친 하늘로 내려와야 합니다.
3. 센서 융합: 레이더·EO/IR·ESM 데이터 통합
공중전에서 이기는 비결은 단순합니다.
먼저 보고, 먼저 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인간 조종사의 눈은 캐노피 밖의 하늘만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맑은 날, 가시거리 안에 적이 있을 때만 유효합니다. 현대 공중전은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승패가 결정됩니다.
육안으로 적을 확인하기 훨씬 전에 레이더가 적을 포착하고, 미사일이 발사되고, 적기가 격추됩니다. 이것을 "가시거리 밖 교전(Beyond Visual Range, BVR)"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어떤 센서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레이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레이더는 전파를 쏘아 반사파를 탐지합니다. 적이 아무리 멀리 있어도, 금속 표면에 부딪힌 전파가 되돌아오면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텔스 전투기는 레이더 반사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또한 레이더는 전파를 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도 노출합니다. 적의 ESM(전자전 지원장비)이 그 전파를 역추적하면, 사냥꾼이 오히려 사냥감이 될 수 있습니다.
EO/IR(전자광학/적외선) 센서는 다른 방식으로 적을 봅니다. 적기의 엔진에서 나오는 열, 기체와 공기 마찰에서 생기는 열을 감지합니다. 전파를 쏘지 않으므로 은밀합니다. 스텔스기도 엔진 열은 숨길 수 없으므로 IR 센서에는 포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 측정 정확도가 레이더보다 떨어지고, 구름이나 악천후에 취약합니다. ESM은 적이 쏘는 전파를 수동으로 듣습니다. 적 레이더가 켜지는 순간, 그 주파수 패턴을 분석해서 적의 위치와 기종을 파악합니다. 하지만 적이 레이더를 끄고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각 센서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레이더는 거리를 잘 알지만 스텔스에 취약하고, IR은 열을 잘 보지만 거리를 모르고, ESM은 적의 종류를 알지만 정밀 조준은 어렵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이 모든 센서의 데이터를 머릿속에서 통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레이더 화면을 보고, IR 영상을 확인하고, RWR(레이더 경보 수신기) 소리를 듣고, 그 모든 정보를 찰나의 순간에 종합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인지 부하(Cognitive Load)" 한계입니다.
AI의 진짜 힘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센서 융합(Sensor Fusion)"입니다. AI는 레이더, EO/IR, ESM이 쏟아내는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고 통합해서, 하나의 완벽한 상황도를 만들어냅니다. 레이더가 "전방 50킬로미터에 물체 있음"이라고 보고하고, IR 센서가 "전방 48킬로미터에 열원 감지"라고 보고하면, AI는 이것이 같은 적기인지, 아니면 서로 다른 두 개의 물체인지 판단합니다. 위치와 속도의 미세한 오차를 보정해서 하나의 "트랙(Track)"으로 통합합니다. 이것을 "데이터 연관(Data Association)"이라고 부릅니다.
다음 단계는 적의 정체를 밝히는 것입니다.
ESM이 수집한 레이더 주파수 패턴을 분석합니다. "이 신호는 러시아제 Su-35의 레이더다"라고 1차 식별을 합니다. 레이더가 측정한 적기의 속도와 선회율을 확인합니다. 전투기급 기동성을 가졌는지, 아니면 민항기인지 구분합니다. 고해상도 IR 영상으로 기체의 형상을 딥러닝 알고리즘이 분석합니다. 이 세 가지 정보를 AI가 종합해서 "확률 98퍼센트로 무장한 Su-35, 적대적 행위 중"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립니다. 조종사에게는 "발사 가능"이라는 신호만 뜹니다.
F-35 라이트닝 II는 이 센서 융합 기술의 결정체입니다. F-35에는 AN/APG-81 AESA 레이더, AN/AAQ-40 EOTS(전자광학 표적조준장비), AN/AAQ-37 DAS(분산개구장치), AN/ASQ-239 전자전 장비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DAS는 기체 전방위에 장착된 6개의 적외선 카메라로 구성됩니다. 조종사가 어디를 바라보든, 360도 전 방향의 영상이 헬멧 디스플레이에 표시됩니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기체를 투과해서 지상이 보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6시 방향의 적기가 보입니다. 이 모든 센서 데이터를 AI가 융합해서 조종사의 헬멧에 하나의 통합된 전장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조종사들은 이것을 "신의 시점(God's Eye View)"이라고 부릅니다.
적이 전파 방해(Jamming)를 시도하면 어떻게 될까요. 레이더 화면에 수십 개의 허상이 나타납니다. 인간 조종사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나 AI는 ESM 데이터와 IR 영상을 교차 검증합니다. 레이더에는 표적이 잡히지만 열 신호가 없다면, AI는 이것을 "기만체" 또는 "허상"으로 판단하고 화면에서 지워버립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밀리초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적이 플레어를 뿌려 IR 센서를 속이려 해도, 레이더 데이터와 대조하면 진짜 적기와 미끼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인 FCAS와 GCAP는 이것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단일 기체의 센서 융합을 넘어, 편대 내 모든 유무인기가 센서 정보를 공유하는 "클라우드 센서 융합"을 지향합니다. 선두의 무인기가 레이더를 켜서 적을 탐지하고(자신은 위치가 노출될 위험을 감수), 후방의 유인기는 레이더를 끈 상태로 그 정보를 받아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내 비행기의 센서에는 안 보이지만, 아군 드론이 보내온 데이터로 산 뒤에 숨은 적을 조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센서 융합은 전장의 안개를 걷어내는 기술입니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적이 아닙니다. 모르는 것입니다. 적이 어디에 있는지, 몇 대인지, 무장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싸워야 한다면, 아무리 좋은 무기도 소용이 없습니다. AI의 센서 융합은 그 무지의 어둠에 빛을 비춥니다. 수많은 센서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노이즈를 걸러내고, 거짓 표적을 구분하며, 조종사가 신뢰할 수 있는 단일 통합 상황도를 제공합니다. 이것이 5세대, 6세대 전투기의 진짜 힘입니다. 스텔스가 아닙니다. 융합입니다.
4. 표적 탐지·추적·식별: ATR과 멀티타깃 트래킹
고도 2만 5천 피트. 캐노피 너머로 펼쳐진 하늘은 쨍하게 파랗습니다. 그러나 그 고요함 아래에는 치명적인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삐- 삐- 하고 울리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조종석의 전술 디스플레이에는 여섯 개의 녹색 점이 나타났습니다. 적인지 아군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민항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심장이 쿵쿵 뜁니다. 시속 1천 킬로미터로 날아가는 상황에서 이 여섯 개의 점 중 하나가 나를 죽이러 오는 적기라면, 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몇 초뿐입니다.
옛날 전투 조종사들은 이 순간을 온전히 자기 눈과 감각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크 원 아이볼(Mk.1 Eyeball)'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의 눈이라는 뜻입니다. 레이더가 뭔가를 잡아도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때쯤이면 이미 적의 미사일이 발사되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죽는다. 이것이 공중전의 잔인한 현실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TR이 등장합니다. ATR은 '자동 표적 인식(Automatic Target Recognition)'의 줄임말입니다. 쉽게 말하면, 기계가 스스로 적을 찾아내고 "저건 적입니다" 또는 "저건 아군입니다"라고 알려주는 기술입니다.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레이더 화면을 노려볼 필요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대신 보고, 대신 판단합니다.
ATR 시스템의 핵심에는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딥러닝은 인공지능이 수백만 장의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패턴을 배우는 방법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수없이 많은 개 사진을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저건 개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적 전차, 적 전투기, 적 미사일 발사대의 모양과 특징을 학습합니다. 포탑의 형태, 날개의 각도, 배기 가스의 열 패턴. 이런 것들을 외우고 또 외웁니다.
실제 전장에서 ATR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합성개구레이더(SAR)라는 장비가 있습니다. 이 레이더는 구름을 뚫고, 밤에도, 비가 와도 지상의 모습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SAR가 보내오는 이미지는 우리가 보는 사진과 다릅니다. 회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알쏭달쏭한 그림입니다. 훈련받은 분석관도 그 그림을 해독하는 데 몇 시간씩 걸립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0.1초 만에 답을 냅니다. "저 그림자 아래 숨어 있는 건 T-72 전차입니다. 포탑이 15도 회전한 상태이고, 엔진이 켜져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은 이 기술의 위력을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정찰 드론이 찍어온 수천 시간 분량의 영상을 분석관들이 일일이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눈이 빠지도록 화면을 노려보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지치지 않습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영상을 분석하면서 의심스러운 장면만 골라서 사람에게 보여줍니다. 덕분에 분석관들은 정말 중요한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F-35 라이트닝 II가 '하늘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전투기는 센서 융합(Sensor Fusion)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이더, 적외선 카메라, 전자전 장비에서 들어오는 온갖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합쳐서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줍니다. 조종사의 헬멧 디스플레이에는 적기가 붉은색 박스로 표시되고, 그 아래에 기종과 무장 상태까지 친절하게 적혀 나옵니다. "Su-35, 공대공 미사일 4발 탑재 추정." 조종사는 더 이상 레이더 스코프를 해독하느라 머리를 쥐어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적이 하나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멀티타깃 트래킹(Multi-Target Tracking)이 등장합니다. 다중 표적 추적이라는 뜻입니다.
현대전에서 적은 혼자 오지 않습니다. 무인기 수십 대가 벌떼처럼 몰려오고, 그 사이에 진짜 전투기가 숨어 있습니다. 어떤 것은 미끼이고, 어떤 것은 진짜 위협입니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서너 개 이상의 물체를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화면에 스무 개의 점이 나타나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어떤 놈을 먼저 상대해야 할지 결정하는 동안 적의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인공지능은 다릅니다. 수백 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습니다.
각 표적에 고유한 번호를 붙이고, 속도와 방향을 계산하며, 앞으로 어디로 갈지 예측합니다. 마치 천 개의 눈을 가진 괴물 같습니다. 2024년 7월, 미국 공군은 'ATA-AI(Advanced Tracking Architecture Using AI)'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9,9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3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차세대 표적 추적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스텔스기, 극초음속 무기, 드론 스웜처럼 탐지하기 어려운 위협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입니다.
드론 스웜을 상상해 보십시오. 수백 대의 작은 드론이 벌떼처럼 몰려옵니다. 어떤 놈이 자폭 드론이고, 어떤 놈이 단순한 교란체인지 사람 눈으로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각 드론의 비행 패턴을 분석합니다. "1번부터 80번까지는 단순한 미끼입니다. 열 신호도 없고 직선으로만 날아갑니다. 그러나 81번, 95번, 112번은 다릅니다. 회피 기동을 하고 있고, 적외선 신호가 포착됩니다. 이 세 놈이 진짜 위협입니다." 인공지능은 이런 분석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해냅니다.
이 기술의 핵심 알고리즘 중 하나가 칼만 필터(Kalman Filter)입니다. 1960년대에 개발된 수학 공식인데, 움직이는 물체의 다음 위치를 예측하는 데 사용됩니다. 아폴로 우주선의 항법 시스템에도 쓰였던 유서 깊은 기술입니다. 현대의 인공지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적기의 과거 행동 패턴을 학습해서 "이 조종사는 왼쪽으로 도는 것을 좋아한다" 또는 "이 기종은 고도를 낮추면서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까지 예측합니다.
록히드 마틴의 스컹크 웍스(Skunk Works)는 미사일 회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적의 미사일이 날아올 때, 편대 중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 순식간에 파악하고 최적의 회피 기동을 계산합니다. 예전에는 조종사가 여러 개의 디스플레이를 번갈아 보면서 판단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그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지금 당장 오른쪽으로 5G 선회하세요!"라고 알려줍니다.
중국도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습니다. J-20 전투기에 정교한 전자광학 추적 시스템을 통합하고 있고, 미국의 스텔스기인 F-22와 F-35를 탐지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양자 레이더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스텔스 기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유럽의 FCAS(미래전투항공체계) 프로젝트는 '컴뱃 클라우드(Combat Cloud)'라는 개념을 추구합니다. 전장에 떠 있는 모든 비행체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각자가 본 것을 실시간으로 공유합니다. 유인 전투기가 보지 못한 적을 무인기가 발견하면 즉시 정보가 전달됩니다. 이것은 마치 수백 개의 눈이 하나의 뇌에 연결된 것과 같습니다.
결국 공중전의 법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보고(First Look), 먼저 쏘고(First Shoot), 먼저 죽이는(First Kill) 쪽이 이깁니다. 달라진 것은 속도입니다. 인간의 판단 속도에는 생물학적 한계가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뇌가 인식하고, 손이 움직이기까지 최소 수백 밀리초가 걸립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연산 속도는 밀리초 단위가 아니라 마이크로초 단위입니다. 인간이 "어?" 하는 사이에 인공지능은 이미 표적을 식별하고 미사일 시커를 개방했습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가 아무리 많은 표적을 탐지하고 분류한다 해도, 최종 결정은 인간의 몫입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민간 여객기를 적기로 오인한다면? "아니, 저건 적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강력한 사냥개를 부리는 사냥꾼. 그것이 미래 전투 조종사의 역할입니다.
5. 설명 가능한 AI(XAI)
1988년 7월 3일, 페르시아만. 미국 해군의 이지스 순양함 빈센스호(USS Vincennes)의 전투정보실(CIC)에서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레이더 화면에 정체불명의 항적이 나타났습니다. 함장과 승무원들은 긴장했습니다. 당시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시스템은 그 항적을 이란 공군의 F-14 전투기로 분류했습니다. 함장은 미사일 발사를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F-14가 아니었습니다. 이란항공 655편, 민간 여객기였습니다. 290명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컴퓨터 시스템이 잘못된 정보를 표시했고,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승무원들이 그것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요? 당시의 시스템은 "저건 F-14입니다"라고만 말했습니다. 왜 F-14라고 판단했는지, 얼마나 확신하는지,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승무원들은 기계의 말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블랙박스(Black Box)' 문제입니다.
블랙박스는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검은 상자를 말합니다. 입력값을 넣으면 출력값이 나오지만, 그 중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현대의 딥러닝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만 개의 파라미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개발자조차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전투 조종사들에게 신뢰는 목숨과 같습니다. 내 윙맨이 갑자기 대열을 이탈해서 급선회를 한다면, 나는 무전기를 붙잡고 소리칠 것입니다. "왜 그러는 거야!" 그때 윙맨이 "3시 방향에서 SAM(지대공 미사일) 발사를 확인했습니다! 회피 중입니다!"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즉시 이해하고 나도 회피 기동에 들어갑니다. 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윙맨이 인공지능 무인기라면 어떨까요? 놈이 갑자기 적진 한복판으로 돌진합니다. 내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이게 천재적인 전술인지, 시스템 오류인지, 해킹당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순간 나는 공포에 빠집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반역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2020년, DARPA의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에서 헤론 시스템즈의 인공지능 '팔코(Falco)'가 인간 조종사 '뱅어(Banger)'를 5대 0으로 완파했습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과정도 이상했습니다. 팔코는 인간 조종사라면 절대 하지 않을 기동을 선보였습니다. 적기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면서 기관포를 쏘는 '헤드온(Head-on)' 전술을 구사했고, 1초에 수십 번씩 미세하게 조종간을 떨었습니다. 뱅어는 대결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녀석의 사격 실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하다. 하지만 왜 저런 기동을 하는지, 다음에 뭘 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인공지능이 이상한 짓을 하다 추락해도 리셋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는? 내 곁에서 날고 있는 인공지능 무인기가 갑자기 민간인 마을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그게 적의 위장 거점을 타격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작동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XAI(eXplainable AI,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는 기술입니다.
DARPA는 2016년부터 XAI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높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설명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인간이 인공지능 파트너를 이해하고 적절히 신뢰하며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라." 말은 쉽지만 실현은 어렵습니다.
기존의 인공지능이 "이것은 적 전차입니다. 확률 97%"라고만 말했다면, XAI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T-90 전차입니다.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포탑의 형상이 T-90의 데이터베이스와 95% 일치합니다. 둘째, 적외선 센서에서 포착된 엔진 열 분포가 디젤 엔진의 특성을 보입니다. 셋째, 주변에 배치된 호위 차량의 대형이 러시아군 기갑부대 교리와 일치합니다.”
이런 설명이 있어야 조종사가 인공지능의 판단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엉뚱한 이유로 표적을 식별했다면(예를 들어 나무 그림자 모양 때문에), 조종사는 "이 멍청한 기계가 또 틀렸군"이라며 공격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2025년 4월, 미국 공군은 '인공지능에 관한 교리 문서(AFDN 25-1)'를 발표했습니다. 이 문서는 군사 인공지능 개발에서 "투명하고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정기적인 감사와 평가"를 실시하라고 명시합니다. 데이터가 접근 가능하고 이해 가능해야만 군사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뢰의 보정(Trust Calibration)이라는 개념도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을 너무 믿어서도, 너무 안 믿어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너무 믿으면 빈센스호의 비극이 반복됩니다. 너무 안 믿으면 인공지능을 꺼버리거나 무시해서 활용하지 못합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확신도를 솔직하게 밝혀야 합니다. "이 표적은 99% 확률로 적입니다"라고 말할 때와 "이 표적은 적일 확률이 60%입니다. 식별이 불확실합니다"라고 말할 때, 인간의 대응은 달라야 합니다.
프랑스의 방산 기업 탈레스(Thales)는 'TrUE AI'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투명하고(Transparent), 이해 가능하며(Understandable), 윤리적인(Ethical)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인공지능의 의사결정 과정을 추적 가능하게 만들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비행기의 블랙박스를 분석하듯 인공지능의 사고 과정을 역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호주 공군이 보잉과 함께 개발 중인 MQ-28 고스트 배트(Ghost Bat) 무인기도 이 문제에 집중합니다. 유인 전투기 조종사가 자신의 윙맨인 고스트 배트에게 임무를 맡길 때, 조종사는 무인기가 어떤 상태인지, 명령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복잡한 데이터를 직관적인 그림으로 바꿔주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2024년 5월, 프랭크 켄달 미국 공군 장관은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X-62A VISTA 전투기에 직접 탑승했습니다. 시속 550마일(시속 약 880킬로미터)이 넘는 속도로 공중전 기동을 수행하는 동안 켄달 장관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비행 후 그는 "인공지능에게 무기 발사 결정을 맡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수천 시간의 시뮬레이션과 테스트, 그리고 인공지능이 왜 그런 기동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된 후에야 가능해진 신뢰입니다.
XAI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설명을 생성하려면 추가적인 계산이 필요합니다. 전투기가 밀리초 단위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설명을 만드느라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너무 복잡한 설명은 오히려 조종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포탑 형상의 곡률이 0.73이고 열 분포의 표준편차가 2.4입니다"라는 설명은 공학자에게나 의미가 있습니다. 조종사에게는 "저건 전차야, 쏴!"가 필요합니다.
적대적 공격(Adversarial Attack)의 위협도 있습니다. 만약 적이 우리 인공지능의 약점을 안다면? 예를 들어 우리 인공지능이 포탑 형상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면, 전차에 위장망을 씌워 포탑 윤곽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패턴을 이미지에 추가해서 인공지능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XAI가 인공지능의 판단 근거를 공개하면, 역으로 적에게 우리의 약점을 알려주는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윤리적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설명을 제공한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표적의 열 신호 패턴이 적 전투기와 94% 일치합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민간 여객기였다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코드를 짠 프로그래머입니까? 발사 버튼을 누른 조종사입니까? 아니면 인공지능을 배치하기로 결정한 지휘관입니까?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미국 국방부 모두 자율 무기 시스템의 개발과 사용에서 설명 가능성을 핵심 요소로 꼽습니다. "의미 있는 인간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라는 원칙이 강조됩니다. 그러나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고 드론 수백 대가 덤비는 찰나의 순간에 인간이 개입할 시간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네가 알아서 해"라고 권한을 위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XAI는 단순히 "지금 왜 그러는지 설명해"라는 실시간 질문에 답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배치하기 전에 수천 가지 시나리오에서 테스트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미리 검증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이 상황은 제가 학습한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인간님, 당신이 판단하십시오"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투기 조종사로서 나는 기계를 사랑합니다. F-16의 엔진이 내 등 뒤에서 으르렁거릴 때,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내 손끝의 미세한 조작을 정확히 번역해줄 때, 나는 기계와 하나가 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기계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엔진 소리가 조금만 이상해도 알아챕니다. 조종간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면 즉시 느낍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생각을 이해하고, 인공지능이 나에게 자기 생각을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팀'이 됩니다. 그때가 되면 나는 기꺼이 조종간을 놓고,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전술 화면을 보며 지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명 없는 지능은, 전장에서는 광기와 구분되지 않습니다. 블랙박스 안의 유령이 아니라,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가 필요합니다. XAI는 바로 그 전우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입니다.
제4부 충성스러운 윙맨의 시대
1 유무인 복합체계(MUM-T): 인간 리더와 AI 파트너
F-16 바이퍼의 조종석에서 수백 번의 출격을 경험했습니다. 적의 SAM 사이트를 향해 돌진하는 와일드 위즐 임무에서, 내 레이더 경보 수신기는 언제나 미친 듯이 울어댔습니다. 적외선 미사일의 연기가 캐노피 옆을 스쳐 지나갈 때, 내 몸에 쏟아지는 9G의 중력은 폐를 짓누르고 시야를 좁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윙맨이 있다 해도 그 역시 자기 목숨을 지키기에 바빴고, 결국 모든 결정은 내 두 손과 두 눈에 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하늘의 전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유무인 복합체계, 군에서는 MUM-T(Manned-Unmanned Teaming)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 단순히 무인기를 유인기 옆에 붙여놓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전투의 본질을 바꾸는 혁명입니다. 한 대의 유인 전투기가 여러 대의 AI 무인기와 팀을 이루어, 마치 늑대 무리가 사냥감을 몰아가듯 적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인간 조종사는 더 이상 단독으로 싸우는 검투사가 아닙니다. 그는 하늘 위의 지휘관이 됩니다. 전술을 짜고, 명령을 내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를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미 육군이 처음으로 이 개념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회의적이었습니다. "로봇이 전투기 조종사를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핵심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MUM-T의 요점은 로봇이 인간처럼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로봇이 인간이 하기 싫은 일, 아니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와일드 위즐 임무를 수행할 때, 적의 방공 레이더를 찾아내려면 내가 먼저 적의 레이더에 잡혀야 했습니다. 적이 나를 조준해야 비로소 적의 위치가 드러났고, 그때 나는 대레이더 미사일인 HARM을 쏠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나는 미끼였습니다. "나를 쏴라"라고 외치며 적진으로 돌진하는 미친 짓이었고, 매번 출격할 때마다 유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MUM-T 환경에서는 내가 미끼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무인기가 대신 적진으로 들어가 레이더를 켜고 적의 주의를 끕니다. 적이 무인기를 향해 사격 레이더를 켜는 순간, 나는 안전한 거리에서 그 위치를 포착하고 미사일을 날립니다.
이것이 바로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 효과입니다.
2023년 11월, 록히드 마틴의 스컹크웍스가 실제로 이 개념을 시험했습니다. 제트 훈련기 L-39 앨버트로스에 탑승한 조종사가 무인기로 개조한 L-29 델핀 두 대에게 목표물을 지정하고 공격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무인기들은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같은 해 5월에는 보잉이 FA-18 슈퍼 호넷과 MQ-25 스팅레이 드론으로 공중 급유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유인 전투기 조종사가 무인기에게 급유 명령을 내렸고, 드론은 유인기와 속도를 맞추며 안정적으로 연료를 전달했습니다.
2025년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 공군 연구소의 시험에서 F-16C와 F-15E 조종사 각각이 두 대씩의 XQ-58A 발키리 무인기를 동시에 제어하며 공중전 훈련을 수행했습니다. 한 명의 인간 조종사가 네 대의 무인기를 지휘하는 장면은, 과거라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현실입니다.
MUM-T의 핵심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AI 기반의 군집 비행 기술이 있어서 드론들이 스스로 대형을 유지하며 비행합니다. 임무 할당 기술이 있어서 각 드론에게 최적의 역할이 자동으로 배분됩니다. 조종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지휘결심지원 기술이 있고,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자동표적식별기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데이터 링크 기술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윙맨은, 나와 술잔을 나누고 눈빛을 교환한 전우여야 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기계가 버그를 일으켜 갑자기 내 쪽으로 선회한다면? 적을 쏴야 하는 순간에 멍하니 있다면? 이런 걱정은 MUM-T를 도입하려는 모든 공군에서 나오는 목소리입니다. 2020년 DARPA의 알파 독파이트 대회에서 AI가 베테랑 조종사를 5대 0으로 이겼을 때, 많은 조종사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AI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정면 대결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기계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명 가능한 AI, 즉 XAI(Explainable AI) 기술이 중요합니다.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인간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인간은 그 판단을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내 윙맨이 왜 저기로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 나는 그에게 내 등을 맡길 수 없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MUM-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숙련된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는 수십억 원의 비용과 십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AI 파일럿은 복제하면 됩니다. KAI가 개발 중인 KF-21 보라매와 무인기의 연동이 바로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KF-21이 무인기와 팀을 이루는 그날, 한반도의 상공은 훨씬 더 촘촘하게 지켜질 것입니다.
과거 중세 기사들은 혼자서 싸웠습니다. 명예와 용기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머스킷 총이 등장하면서 기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종사는 더 이상 스틱을 붙잡고 적기와 꼬리 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태블릿과 음성 명령으로 수십 대의 무인기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됩니다. 낭만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살아서 집에 돌아갈 확률은 높아집니다. 나는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스카이보그와 발키리: 저비용 소모성 무인기
솔직히 말해봅시다. 우리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싼 몸입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내가 몰았던 F-16 바이퍼도 비쌌지만, 지금 하늘을 지배하는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 II는 그야말로 황금으로 도금한 기계들입니다. F-35 한 대의 가격은 8,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사이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센서, 스텔스 코팅, 엔진, 그리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조종사의 가치까지 합치면, 전투기 한 대의 손실은 국가적인 재앙입니다.
적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비싼 전투기 한 대를 잡기 위해 값싼 미사일 수백 발을 쏘아댈 것입니다. 우리가 수천만 달러짜리 미사일로 수백 달러짜리 드론을 격추하는 동안, 적은 웃고 있을 것입니다. 이 비대칭적인 비용 교환비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 공군이 골머리를 앓던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너무 비싼 무기로 싸우고 있다.”
여기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저비용 소모성 항공기(Low-Cost Attritable Aircraft)입니다. 쉽게 말해 "잃어버려도 배 안 아픈 비행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혁명의 중심에 스카이보그(Skyborg) 프로그램과 XQ-58A 발키리(Valkyrie)가 있습니다.
먼저 오해를 풀고 가야 합니다. 스카이보그는 특정 비행기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 공군이 개발한 AI 시스템, 즉 자율성 핵심 시스템(Autonomy Core System)을 말합니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와 같은 것입니다. 이 AI 두뇌는 어떤 기체에 탑재되든 그 비행기를 자율적으로 조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크라토스의 드론이든, 제너럴 아토믹스의 드론이든, 심지어 개조된 F-16 무인기든 상관없이 이 AI를 심으면 스스로 날 수 있게 됩니다.
스카이보그의 핵심은 개방형 아키텍처입니다. 과거에는 비행기를 만들 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한 몸이었습니다.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비행기를 뜯어고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스카이보그는 다릅니다. 마치 스마트폰에 새 앱을 깔듯이, 새로운 전술이나 기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배운 적의 미사일 회피 기동을 내일 아침 전 세계 모든 무인기에 배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스카이보그 AI를 담을 완벽한 육체가 바로 크라토스의 XQ-58A 발키리입니다.
발키리.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반신반인의 여전사입니다. 전쟁에서 죽을 자를 선택하는 자라는 뜻의 발키리아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 무인기를 처음 봤을 때, 나는 SF 영화 소품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매끈한 스텔스 형상에 V자형 꼬리 날개.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이륙 방식입니다.
발키리는 활주로를 달려서 뜨지 않습니다. 트럭 뒤에 실린 발사대에서 로켓 부스터를 달고 쏘아 올려집니다. 착륙할 때? 낙하산을 펼치고 에어백을 이용해 내려앉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적이 우리의 공군 기지 활주로를 탄도 미사일로 박살 내도, 발키리는 숲 속이나 고속도로, 컨테이너 박스 뒤에서 언제든 출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활주로라는 아킬레스건을 제거한 셈입니다.
2025년 4월에는 더 진화한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크라토스는 고정식 착륙 기어를 장착한 CTOL(Conventional Takeoff and Landing)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이 버전은 일반 활주로에서 이착륙할 수도 있고, 여전히 로켓 부스터로 발사할 수도 있습니다. 운용의 유연성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2026년 1월 8일, 미 해병대는 노스롭 그루먼과 크라토스를 선정하여 발키리를 최초의 작전 가능한 CCA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실험용 시제기에서 실전 무기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가격은 놀랍습니다. 대당 약 2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 수준입니다. 연간 100대 이상 생산하면 200만 달러 이하로도 가능합니다. F-35 한 대 살 돈으로 발키리 3040대를 살 수 있습니다. 크라토스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연간 250500대의 발키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압도적인 물량 전략입니다.
발키리의 성능은 값싼 몸값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최대 속도는 마하 0.86, 항속 거리는 3,000해리(약 5,500km)가 넘습니다. 최대 고도는 45,000피트(약 13,700m)입니다. 내부 무장창에는 8개의 하드포인트가 있어 JDAM 폭탄이나 소구경 유도폭탄(SDB)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2021년 테스트에서는 내부 무장창에서 ALTIUS-600 소형 드론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23년에는 미 공군 연구소가 개발한 AI 비행 소프트웨어로 3시간 동안 자율 비행을 수행했습니다.
2025년 7월에는 또 한 번의 이정표가 세워졌습니다. F-16C와 F-15E 조종사들이 각각 두 대의 발키리를 동시에 제어하며 공중전 훈련 시나리오를 수행했습니다. 인간과 기계의 팀워크가 실전에 가까운 수준으로 시험된 것입니다.
이 저비용 무인기들은 전장에서 무엇을 하는가? 그들은 충성스러운 윙맨으로서 유인 전투기를 호위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우리가 알던 윙맨과는 다릅니다.
첫째, 그들은 센서 확장기입니다. 유인 전투기보다 수십 킬로미터 앞서 나가 적진 깊숙이 들어갑니다. 그들의 센서가 적을 탐지하면, 그 정보는 즉시 후방의 유인기에게 전달됩니다. 유인기는 레이더를 켤 필요도 없이 침묵 상태를 유지하며 적을 조준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둘째, 그들은 무기 트럭입니다.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F-35나 F-22는 내부 무장창에만 미사일을 싣습니다. 탑재량이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발키리 같은 무인기들이 추가 미사일을 싣고 따라간다면? 화력 부족 문제는 단숨에 해결됩니다.
셋째, 그들은 희생양입니다. 적의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올 때, 유인 전투기 대신 그 미사일을 맞아줍니다. 혹은 적의 방공망을 혼란시키기 위해 일부러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전자전 공격을 퍼붓고 산화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 조종사라면 절대 시킬 수 없는 임무지만, 발키리에게는 그것이 존재 이유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저가형 드론이 고가형 전차를 어떻게 유린하는지 목격했습니다. 하늘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적은 딜레마에 빠질 것입니다. 비싼 대공 미사일로 저 값싼 드론을 격추할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다가 공격당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우리의 승리로 귀결될 것입니다.
유럽도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2025년 에어버스는 크라토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독일 공군을 위한 발키리 버전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2029년까지 전력화가 목표입니다. 1,000km 이상의 항속 거리를 가진 스텔스 무인 공격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3. CCA 협동전투기 프로젝트: 미 공군의 1,000대 무인기 계획
1,000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미 공군이 미래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내건 거대한 도박이자, 확고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장관이 직접 X-62A VISTA의 조종석에 앉아 AI 파일럿과 함께 비행했을 때, 그는 전 세계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CCA는 공상과학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전력이다.”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협동전투기)는 앞서 설명한 스카이보그 프로그램과 발키리 실험을 모두 집대성하여, 실제 작전 가능한 전투비행대를 만드는 사업입니다. 미 공군은 차세대 공중 지배 전투기(NGAD) 200대와 F-35 300대 각각에 두 대의 CCA를 배속시켜, 총 1,000대 이상의 AI 무인 전투기를 운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전체 재고는 그 두 배인 2,000대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숫자를 실감해 봅시다. 1,000대는 미 공군의 F-22 랩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A-10 워트호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계획대로 전력화되면, CCA는 미 공군에서 숫자로 보면 가장 많은 자산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미 공군은 2025 회계연도부터 2029 회계연도까지 CCA 프로그램에 89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계획입니다. 2025 회계연도에는 재량 예산 7억 1,170만 달러와 의무 예산 6억 7,800만 달러를 합쳐 약 14억 달러가 배정되었습니다. 2026 회계연도 예산 요청에는 연구개발 1억 1,140만 달러와 조달 1,500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장난감을 사는 돈이 아닙니다.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투자입니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중국입니다.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은 미군이 중국 본토 근처로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천 개의 장거리 미사일과 촘촘한 방공망을 구축했습니다. 현재의 미 공군 전력만으로는 이 방어벽을 뚫을 때 감당해야 할 피해가 너무 큽니다. 미 공군이 도입 예정인 총 1,763대의 F-35A 중 현재 보유량은 400여 대에 불과하고, 현재 구매율로는 2040년 이전에 계획된 물량을 모두 도입할 수 없습니다. CCA가 계획대로 전력화된다면, 지난 20년간 약화된 미 공군의 전투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2024년 4월 24일, 미 공군은 CCA 증강 1단계(Increment 1) 경쟁에서 보잉,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을 탈락시켰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DNA를 가진 안두릴(Anduril)과 무인기의 강자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였습니다. 전통적인 전투기 제조의 명가들이 밀려난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 공군이 더 이상 크고, 비싸고, 오래 걸리는 전통적인 개발 방식을 참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2025년 3월 3일, 미 공군은 제너럴 아토믹스의 설계를 YFQ-42A로, 안두릴의 설계를 YFQ-44A로 지정했습니다. 펜타곤 명명 규칙에서 Y는 시제기, F는 전투기, Q는 무인을 의미합니다. 무인 전투기라는 새로운 범주가 공식화된 것입니다.
2025년 8월 27일, YFQ-42A가 비행 시험을 위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제너럴 아토믹스의 데이비드 알렉산더 사장은 "계약 체결부터 비행까지 1년여 만에 이뤄낸 놀라운 성과"라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MQ-20 어벤저를 통해 5년 이상 축적한 AI 자율 비행 핵심 기술을 YFQ-42A에 적용했습니다. 2025년 10월 31일에는 안두릴의 YFQ-44A도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노스롭 그루먼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25년 12월 4일, 캘리포니아 모하비에서 프로젝트 탈론(Project Talon)을 공개했습니다. CCA 1단계 경쟁에서 기술 성능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가격과 생산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비용을 낮추고 제조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부품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기체 무게를 약 450kg 감량했습니다. 2025년 12월 22일, 미 공군은 이 항공기에 YFQ-48A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습니다. 세 번째 무인 전투기가 등장한 것입니다.
CCA의 가격 목표는 F-35 가격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 즉 기체당 2,500만~3,000만 달러입니다. 이 가격에 스텔스 성능, 고기동성, AI 자율 비행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불가능해 보입니까? 하지만 해내야 합니다. 켄달 장관은 "CCA 없이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CCA가 1,000대 하늘에 뜬다는 것은 전술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미식축구를 생각해봅시다. 쿼터백(유인 전투기)이 공을 들고 있습니다. 그 주변을 라인맨과 리시버들(CCA)이 둘러쌉니다.
어떤 CCA는 재머입니다. 강력한 전자파를 쏘아 적의 레이더를 무력화합니다. 어떤 CCA는 슈터입니다. 공대공 미사일을 잔뜩 싣고 적기를 향해 돌진합니다. 어떤 CCA는 센서입니다. 적진 깊숙이 들어가 은밀하게 정보를 수집합니다. 어떤 CCA는 디코이입니다. 적의 미사일을 유인하여 대신 맞아줍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간 조종사는 일일이 조종간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태블릿이나 음성 명령으로 "공격 대형 A", "방어 모드 전환" 같은 지시만 내리면 됩니다. 나머지는 CCA에 탑재된 자율비행 AI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이 거대한 계획은 미국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호주 공군은 보잉과 함께 MQ-28 고스트 배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이 FCAS 프로그램을 통해 리모트 캐리어를 개발 중입니다. 인도의 HAL은 CATS 워리어를 개발하고 있고, 일본도 F-X 전투기와 연계할 무인 윙맨 개발을 2021년에 발표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미국의 CCA 프로그램 참여 의향서에 서명했습니다.
2025년 12월, 미 공군은 CCA 2단계(Increment 2)를 위해 9개 기업과 개념 정립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1단계에서 탈락했던 기업들도 다시 경쟁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1단계에서 100~150대를 구매하고, 2단계에서 2,350대까지 추가 도입할 수 있습니다.
2025년 5월, 미 공군은 캘리포니아 비일 공군기지를 CCA 항공기 준비 부대의 선호 위치로 발표했습니다. 신속 배치가 가능한 CCA 전력이 실제로 배치될 장소가 정해진 것입니다. 2030년까지 기본운용능력(IOC)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그럼 조종사는 이제 필요 없나요?”
내 대답은 이것입니다. 전쟁은 결국 인간의 의지 싸움입니다. 기계는 계산을 하지만, 결심은 인간이 합니다. 살인을 허가하고, 윤리적 딜레마를 감당하고, 예측 불가능한 혼돈 속에서 직관을 발휘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CCA 프로젝트는 조종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종사를 수퍼맨으로 만들어주는 갑옷입니다.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내 뒤에는 1,000대의 충성스러운 기계 군단이 있습니다. 그들은 불평도 안 하고, 겁도 안 먹고, 오직 나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산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항공전의 역사가 바뀌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제트 엔진의 발명, 미사일의 등장, 스텔스 기술의 도입...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 윙맨의 시대입니다. 이 흐름에 올라타는 자는 하늘을 지배할 것이고, 거부하는 자는 격추될 것입니다.
적들이여, 긴장하십시오. 이제 늑대 한 마리가 오는 것이 아닙니다. 늑대 떼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늑대들의 이빨은 실리콘과 화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4 제너럴 아토믹스 YFQ-42A와 앤듀릴 YFQ-44A 퓨리
2025년 8월 27일, 캘리포니아의 어느 비행장이었습니다. 활주로 끝에 기묘하게 생긴 비행체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조종석 캐노피가 없었습니다. 창문도 없었습니다. 마치 날개 달린 비수처럼 생긴 그 기체가 제트 엔진을 울리며 활주로를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수를 하늘로 들어올려 이륙했습니다. YFQ-42A. 제너럴 아토믹스가 만든 협동전투기(CCA)의 첫 비행이었습니다.
20년 넘게 F-16 바이퍼의 조종간을 쥐어 왔습니다. 이라크 상공에서 적의 대공미사일을 피하며 급선회할 때, 옆에는 언제나 인간 윙맨이 있었습니다. 그의 숨소리가 무선으로 들려왔고,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하늘을 날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윙맨의 자리에 기계가 앉게 되었습니다.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두려움을 모르는 강철의 파트너가.
YFQ-42A라는 명칭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Y'는 생산 대표 시제기를 뜻합니다. 아직 완성품은 아니라는 겁니다. 'F'는 파이터(Fighter), 전투기입니다. 그리고 'Q'는 무인(Uncrewed)을 의미합니다. 미 공군이 무인기에 '전투기' 명칭을 부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순한 알파벳 장난이 아닙니다. 무인기를 전투의 중심에 놓겠다는 선언입니다. 예산 우선순위, 작전 우선순위, 개발 우선순위를 전투기와 동등하게 주겠다는 약속입니다.
제너럴 아토믹스라는 회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무인기 세계의 대부(代父)라 불리는 곳입니다.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 이 이름들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동의 하늘에서 테러리스트들에게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죽음을 선사했던 바로 그 드론들입니다. 지난 30년간 1,200대 이상의 무인기를 납품했고, 비행시간은 900만 시간에 육박합니다. 매 순간 지구 어딘가에서 50대 이상의 제너럴 아토믹스 항공기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가 만든 전투용 무인기라면, 최소한 '작동은 제대로 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YFQ-42A는 XQ-67A라는 시제기에서 진화했습니다. '오프보드 센싱 스테이션(OBSS)'이라는 개념을 적용한 기체였습니다. 공군 연구기관이 발주했던 프로젝트인데, 핵심 아이디어는 '속(Genus)과 종(Species)' 개념입니다. 기본 뼈대는 똑같이 두고, 임무에 따라 기수나 날개, 센서를 갈아 끼운다는 발상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같은 프레임에서 세단도 만들고 SUV도 만드는 식입니다.
전쟁터에서 이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겠습니다. 전방 기지에서 부품이 떨어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정찰용 드론과 공격용 드론이 서로 다른 부품을 쓴다면, 두 가지 재고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기본 부품이 같다면? 정비병들의 악몽이 줄어듭니다. 물류 담당관들의 한숨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전쟁은 총알만으로 이기는 게 아닙니다. 부품 하나, 나사 하나의 수급이 승패를 가르기도 합니다.
YFQ-42A의 외형을 살펴보면, XQ-67A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동체 위쪽에 공기흡입구가 있고, 길쭉한 몸체에 홀쭉한 날개가 달렸습니다. V자형 꼬리날개를 갖추었고, 내부 무장창에 AIM-120 암람 미사일 두 발을 실을 수 있습니다. 스텔스 성능을 높이기 위해 공기흡입구에 톱니 모양 가장자리를 적용했는데,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제너럴 아토믹스 사장 데이비드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군과의 협력 덕분에 1년 남짓 만에 YFQ-42A를 제작하고 비행시킬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성과입니다." 계약 체결 후 16개월 만에 첫 비행에 성공한 겁니다. 과거 전투기 개발에 20년씩 걸리던 시절을 떠올려 보십시오. F-35가 처음 구상되고 양산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16개월은 기적에 가까운 속도입니다.
YFQ-42A의 자율비행 핵심은 5년 넘게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제너럴 아토믹스가 보유한 MQ-20 어벤저라는 제트 드론으로 비행 시험을 거듭하며 AI를 훈련시켰습니다. 이 어벤저는 다른 어떤 경쟁사도 갖고 있지 않은 기체입니다. 수백만 시간의 비행 데이터를 먹고 자란 AI. 그것이 YFQ-42A의 두뇌입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0월 31일, 할로윈 저녁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빅터빌. 서던 캘리포니아 로지스틱스 공항에서 또 다른 괴물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YFQ-44A. 앤듀릴 인더스트리즈가 만든 '퓨리(Fury)', 분노라는 이름의 전투 드론이었습니다.
앤듀릴은 제너럴 아토믹스와 완전히 다른 종류의 회사입니다. 창업자 팔머 러키. 이 젊은이가 만든 첫 번째 작품은 전투기가 아니라 VR 헤드셋이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 가상현실의 세계를 열어젖힌 바로 그 기기입니다. 페이스북에 수십억 달러에 회사를 매각한 뒤, 그는 방산업계로 뛰어들었습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국방부 회의에 들어가는 젊은이. 기존 방산 업체들의 룰을 비웃는 이단아. 그가 만든 회사가 앤듀릴입니다.
퓨리의 역사는 201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블루 포스 테크놀로지스라는 작은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미 공군 훈련에 쓰이는 '가상 적기(Aggressor)' 드론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조종사들이 공중전 훈련을 할 때 적 역할을 맡는 드론입니다. 앤듀릴은 2023년에 이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퓨리를 만들었습니다.
제이슨 레빈, 앤듀릴의 공중 우세 및 타격 부문 수석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지 설계에서 첫 비행까지 556일이 걸렸습니다. 최근 역사상 어떤 주요 전투기 프로그램보다 빠른 속도입니다." 556일. 1년 반도 안 되는 시간입니다. 기존 방산 업체들이 설계 변경 서류를 돌리고 있을 때, 앤듀릴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퓨리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입니다. '래티스(Lattice)'라는 운영체제가 있습니다. 전장의 모든 센서와 무기를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AI가 돌아갑니다. 레빈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YFQ-44A는 원격 조종 항공기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첫 비행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반자율 비행입니다. 조종간과 스로틀로 배후에서 조작하는 조종사는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풀어 설명하겠습니다. 기존 드론은 지상의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고 원격으로 조종합니다. MQ-9 리퍼가 그렇게 작동합니다. 하지만 퓨리는 다릅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면, 퓨리는 스스로 택시를 하고, 스스로 이륙하고, 스스로 비행합니다. 임무 계획을 입력하면, 그것을 스스로 실행합니다. 착륙도 버튼 하나면 됩니다. 인간은 '루프 위(on the loop)'에 있지만, '루프 안(in the loop)'에 있지 않습니다. 감시는 하되 직접 조종은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퓨리의 성능을 살펴보겠습니다. 최대 고도 5만 피트. 마하 0.95,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입니다. 최대 9G의 기동이 가능합니다. 9G면 자기 몸무게의 9배에 달하는 힘이 누르는 겁니다. 인간 조종사라면 기절할 수도 있는 하중입니다. 하지만 퓨리에게는 상관없습니다. 피가 머리로 몰리지도, 눈앞이 캄캄해지지도 않습니다. 그냥 기동합니다.
엔진은 윌리엄스 FJ44-4M 터보팬입니다. 4,000파운드의 추력을 냅니다. 최대 이륙중량은 약 2,270킬로그램입니다. 비즈니스 제트기에 쓰이는 엔진 계열인데, 비용을 낮추면서도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앤듀릴은 생산 속도에도 집착합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아스날-1(Arsenal-1)'이라는 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500만 평방피트 규모입니다. 여기서 퓨리를 찍어낼 예정입니다. 레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스날-1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제조 속도를 두 배 이상 늘렸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수백 가지 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습니다." 2026년 상반기부터 시제품 생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기체는 실제로 무엇을 하게 될까요? 첫째, 미끼 역할입니다. 적의 레이더에 잡혀서 주의를 끌고, 적의 지대공 미사일을 유인합니다. 적이 미사일을 쏟아붓는 동안, 유인 전투기는 안전하게 빠져나갑니다. 둘째, 센서 트럭 역할입니다. 유인 전투기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적을 찾아내고, 그 정보를 데이터 링크로 공유합니다. 셋째, 무장 운반체 역할입니다. 유인 전투기는 위험 구역 밖에 머물고, 무인기가 안으로 들어가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이 역할들은 하나같이 조종사가 하기 싫어하는 일입니다. 왜냐고요? 죽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적의 방공망에 먼저 들어가고, 적의 미사일을 대신 맞아주고, 위험한 임무를 대신 수행합니다. 이걸 이제 기계가 합니다. 인간 조종사의 목숨값이 아깝기 때문입니다.
미 공군은 1,000대 이상의 CCA를 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FQ-42A를 살지, YFQ-44A를 살지, 아니면 둘 다 살지는 2026 회계연도에 결정됩니다. 그때까지 두 기체는 비행시험을 계속합니다. 에드워즈 공군기지와 넬리스 공군기지에서 비행 포락선을 확장하고, 시스템 통합을 검증합니다.
이 두 기체의 의미를 정리하겠습니다. YFQ-42A는 노련한 늑대입니다. 30년 경험을 바탕으로 신뢰성과 모듈화를 무기로 삼습니다. 임무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고, 대량 생산에 유리합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묵묵히 수행하는 충직한 파트너입니다. YFQ-44A 퓨리는 굶주린 코요테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속도와 소프트웨어 우선 철학으로 무장했습니다. 버튼 하나로 이륙하고 착륙하는 자율성. 빠른 개발 주기와 저비용 대량생산. 기존 방산업계의 규칙을 파괴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조종석에서 이 둘을 바라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YFQ-42A는 '네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유연한 숫자'입니다. YFQ-44A는 '네가 먼저 때리기 위해 필요한 공격적 동행'입니다. 둘 다 인간 조종사 한 명이 두세 대의 무인기를 거느리는 교리를 전제합니다.
탑건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탑건의 윙맨이 더 이상 인간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종사는 영웅에서 지휘 노드로 변하고 있습니다. 승패는 한 번의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수십 번의 합리적 희생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그게 불편하다고요? 공중전은 원래 불편한 게임이었습니다.
5 쉴드AI의 X-BAT: 활주로 없는 공중전의 게임체인저
전투기 조종사에게 활주로란 무엇일까요? 생명선입니다. 동시에 무덤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적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폭격당하는 곳이 활주로입니다. 길고, 평평하고, 위성 사진에 선명하게 찍힙니다. 탄도미사일 몇 발이면 활주로가 벌집이 됩니다. 활주로가 박살 나면 전투기는 날지 못합니다. 아무리 비싼 F-22나 F-35도 땅에 묶여 있으면 그냥 고철입니다.
중국과의 전쟁 시나리오를 떠올려 보십시오. 개전 초기, 괌의 앤더슨 기지,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 한국의 오산 기지가 탄도미사일 세례를 받습니다. 활주로마다 거대한 구덩이가 뚫립니다. 정비 시설이 불타오릅니다. 연료 탱크가 폭발합니다. 이륙하지 못한 전투기들은 지상에서 파괴됩니다. 활주로가 없는 공군은 공군이 아닙니다.
바로 이 악몽을 뒤집겠다고 나선 회사가 있습니다. 쉴드AI(Shield AI)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무기가 X-BAT입니다.
2025년 10월 21일, 워싱턴 D.C.였습니다. 군 지도자들과 정부 관계자들, 방산업계 인사들이 모인 행사장에서 쉴드AI는 X-BAT을 공개했습니다. 축소 모형이었지만, 그 형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꼬리로 서 있는 비행체. 수직으로 이륙하고, 수직으로 착륙하는 스텔스 제트기.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투 드론입니다.
브랜든 쳉, 쉴드AI 공동창업자 겸 사장의 말을 옮깁니다. "쉴드AI에서 우리는 가장 위대한 승리는 전쟁이 없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단순하지만 야심찬 마스터 플랜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자율성의 가치를 증명하고, 영역 전반에 확장하고, 공군력을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X-BAT은 그 계획의 다음 단계입니다. 활주로 없는 공군력은 억지력의 성배(聖杯)입니다.”
브랜든 쳉이라는 인물부터 알아야 합니다. 전직 네이비 씰(Navy SEAL)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먼지 낀 건물에서 직접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왜 내 옆에서 똑똑하게 움직이는 로봇이 없는가?"를 고민했던 전사입니다. 전장의 피 냄새를 아는 사람이 만든 회사입니다. 책상물림 엔지니어들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X-BAT의 형상은 기괴합니다. '크랭크드 카이트(Cranked Kite)' 형태의 날개. 전체 길이 26피트(약 8미터), 날개 폭 39피트(약 12미터), 높이 4.7피트입니다. F-35의 절반 크기입니다. 세 대를 세워놓으면 기존 전투기 한 대가 차지하는 공간보다 작습니다.
이륙 방식이 핵심입니다. X-BAT은 꼬리를 땅에 대고 수직으로 서 있습니다. 엔진에 불이 붙으면 로켓처럼 하늘로 솟구칩니다.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몸을 기울여 수평 비행으로 전환합니다. 마치 고대의 프로펠러기 XFY-1 포고(Pogo)를 떠올리게 합니다. 1950년대에 미 해군이 실험했다가 포기한 방식입니다. 인간 조종사는 뒤를 보며 착륙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AI에게는 상관없습니다. 위아래의 개념이 없습니다. 센서 데이터와 벡터 계산만 있을 뿐입니다.
착륙은 더 인상적입니다. X-BAT은 귀환할 때 코브라 기동과 비슷한 움직임으로 기수를 들어올립니다. 그리고 꼬리부터 내려옵니다. 연료를 소모하고 무장을 투하해서 가벼워진 상태라면 애프터버너 없이도 착륙이 가능합니다. 트레일러에 장착된 회수 메커니즘이 기체를 잡아 세웁니다. 복잡한 유도 알고리즘은 V-BAT이라는 작은 드론에서 검증된 기술을 확장한 것입니다.
엔진은 GE 에어로스페이스의 F110-GE-129입니다. F-15와 F-16에 쓰이는 바로 그 엔진입니다. 2025년 11월 5일, GE 에어로스페이스와 쉴드AI가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이 엔진에 AVEN(Axisymmetric Vectoring Exhaust Nozzle), 축대칭 벡터 배기 노즐이 결합됩니다. 1990년대 후반 F-15 ACTIVE 프로그램에서 개발된 추력편향 기술입니다. 세 축으로 노즐이 움직이며 추력 방향을 바꿉니다. 수직 이착륙과 고기동 비행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입니다.
아머 해리스, 쉴드AI 항공기 부문 수석 부사장의 설명입니다. "X-BAT는 네 가지를 결합합니다. 수직이착륙(VTOL), 항속거리, 다목적 능력, 그리고 자율성입니다. VTOL과 항속거리를 합치면 지상에서의 생존성과 공중급유기 의존성 문제가 해결됩니다. 다목적 능력은 위협이 진화할 때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어떤 작전 계획도 적과의 첫 접촉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X-BAT가 독립적으로 또는 협력적으로 자율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자산이 없을 때도 화력을 투사할 수 있게 하고, 킬체인을 단순화합니다.”
항속거리 2,000해리 이상. 이건 F-22의 590해리, F-35A의 670해리보다 훨씬 깁니다. 최대 고도 5만 피트. 4G 기동 가능. 이 수치들을 조합하면, X-BAT은 유인 전투기와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뜻입니다. 느린 드론은 편대에서 뒤처집니다. 빠른 드론이라야 같은 리듬으로 싸울 수 있습니다.
X-BAT의 두뇌는 하이브마인드(Hivemind)입니다. 쉴드AI가 자랑하는 AI 파일럿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미 V-BAT이라는 작은 드론에서 실전 검증을 마쳤습니다. 2024년 6월부터 우크라이나에서 130회 이상 출격했습니다. GPS 재밍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러시아의 SA-11 부크-M1 이동식 방공체계를 찾아냈고, 우크라이나군은 하이마스 정밀 로켓으로 그것을 파괴했습니다.
하이브마인드의 진가는 GPS가 없을 때 드러납니다. 현대전에서 적은 강력한 전자전 공격으로 GPS 신호를 차단합니다. 대부분의 드론은 GPS가 끊기면 길을 잃습니다. 멍하니 제자리를 맴돌거나, 프로그래밍된 귀환점으로 돌아가거나, 그냥 추락합니다. 하지만 하이브마인드가 탑재된 기체는 다릅니다. 카메라와 센서로 지형을 읽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지도를 보고 "저기 강이 있고, 여기 산이 있으니 나는 지금 여기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통신이 끊겨도 작전을 계속합니다.
무장 능력도 갖췄습니다. 두 개의 내부 무장창이 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AIM-120 암람 미사일과 해군의 신형 AIM-174B 건슬링거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장착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외부 하드포인트에 더 큰 무장을 달 수도 있습니다. 정찰, 전자전, 공대공, 공대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가격은 대당 약 2,700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F-35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물론 완전한 5세대 전투기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대량으로 배치한다면 경제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2026년 가을에 수직이착륙 시험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028년에는 완전한 비행시험과 작전 검증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쉴드AI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생산 파트너와 엔진 공급 파트너를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X-BAT의 전략적 의미를 정리하겠습니다. 기존 전투기는 활주로에 묶여 있습니다. 적이 활주로를 파괴하면 끝입니다. 하지만 X-BAT은 트레일러에서 발사됩니다. 숲 속의 공터, 외딴 섬, 흔들리는 함정의 갑판, 어디서든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적은 더 이상 '공군 기지 세 곳만 타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잠재적인 발사 지점은 수천 곳으로 늘어납니다.
영국 해군은 이미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2025년 10월, 해군은 '프로젝트 밴퀴시(VANQUISH)'를 위한 정보요청서(RFI)를 발행했습니다. 해상 기반 이착륙이 가능한 자율 드론의 기술 시연 프로젝트입니다. 2026년 말까지 완료 예정입니다.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수직이착륙은 구조적으로 복잡합니다. 열, 소음, 정비의 지옥이 따라옵니다. 수직 추력 설계는 기체 내부 공간을 차지합니다. 탑재량과 항속거리, 스텔스 형상 사이에서 타협이 필요합니다. 활주로 없는 운용이 가능해질수록, 오히려 지상에서의 안전, 정비 품질, 탄약 취급이 더 까다로워집니다. 비행장이 아닌 곳에서 비행장 수준의 절차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쉴드AI는 그 위험을 '분산 생존성'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 곳에 집중된 전력은 한 방에 무너집니다. 흩어진 전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X-BAT 수십 대를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하면, 적이 전부를 파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F-16 조종석에서 내려온 파일럿입니다. 활주로의 중요성을 뼛속까지 압니다. 활주로가 닫히면 출격이 멎습니다. 출격이 멎으면 제공권은 남의 것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활주로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습니다. 하지만 X-BAT 같은 개념이 현실화되면, '지킬 활주로'의 개념 자체가 흐려집니다. 적이 미사일을 쏟아부어도, 우리는 이미 다른 곳에서 떠 있고 다른 곳으로 내려앉습니다.
미 공군의 협동전투기(CCA) 프로그램 1단계에는 제너럴 아토믹스와 앤듀릴이 선정되었습니다. X-BAT은 거기에 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단계가 있습니다. 쉴드AI는 이미 고객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군만이 아닙니다. 육군과 해군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호주, 네덜란드, 영국 같은 동맹국들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YFQ-42A와 YFQ-44A는 무인 전투기를 전력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첫 문입니다. X-BAT은 공군의 발을 활주로에서 떼어내려는 시도입니다. 하나는 편대의 구성 방식을 바꿉니다. 다른 하나는 전개 방식을 바꿉니다. 결론은 같습니다. 하늘의 전쟁은 더 이상 조종사의 팔힘이 아닙니다. 네트워크와 자율성과 전개 능력의 싸움입니다.
X-BAT은 아직 날지 않았습니다. 2025년 10월에 공개된 건 축소 모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개념만으로도 전장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만듭니다. 활주로가 불타오르는 날, 잿더미 속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르는 X-BAT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적에게는 악몽이고, 우리에게는 희망입니다. 활주로로 가는 곳에는 활주로가 필요 없습니다. 그것이 쉴드AI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제5부 글로벌 AI 전투기 개발 경쟁
고도 3만 피트 상공, 캐노피 너머로 펼쳐진 검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 조종사는 고독을 느낍니다. 산소마스크 안쪽으로 숨이 뜨거워지고, 헬멧이 어깨를 짓누르는 그 순간, 당신은 오직 자신의 두 눈과 훈련된 본능만을 믿을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 고독한 싸움을 홀로 감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고독에 새로운 존재가 끼어들고 있습니다. 피와 살이 아닌 실리콘과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지치지도 않고 두려움도 모르는 동료가 말입니다.
전 세계의 하늘은 지금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이 벌이는 이 경쟁은 단순한 기술 대결이 아닙니다. 누가 다음 세기의 제공권을 장악할 것인가, 누가 하늘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사활을 건 도박입니다. 롱보우가 창과 방패의 시대를 끝냈듯이, 기관총이 기병대의 돌격을 역사 속으로 밀어넣었듯이, 인공지능은 이제 공중전의 문법 자체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1. 미국: DARPA ACE와 VENOM, F-22·F-35 CCA 통합
2020년 여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 대회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미 공군 무기학교 출신의 베테랑 F-16 교관을 상대로 5대 0 완승을 거두었던 것입니다. 시뮬레이터 속의 가상 전투였지만, 그 결과가 던진 충격파는 실제 폭탄만큼이나 묵직했습니다. 인간 조종사는 생존 본능 때문에 본능적으로 회피 기동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기계는 이미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0.1초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 장관은 이 결과를 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하는 데 몇 분의 1초가 걸린다면, 인공지능은 마이크로초 단위로 반응합니다. 수 차수(orders of magnitude)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 차이가 실제로 승패를 가릅니다." 냉정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야심은 시뮬레이터 속 승리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DARPA는 'ACE(Air Combat Evolution)' 프로그램을 통해 이 기술을 진짜 하늘로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X-62A VISTA라는 이름의 특수 개조된 F-16이 실험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VISTA는 '가변 비행 시뮬레이터 테스트 항공기'의 약자로, AI 에이전트가 실제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을 수 있도록 개조된 기체입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9월까지, 21회의 시험 비행이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진행되었습니다. 10만 줄이 넘는 비행 핵심 소프트웨어가 수정되었고, 그 결과는 역사적이었습니다. 2023년 9월, X-62A VISTA는 AI 에이전트의 제어 하에 인간이 조종하는 또 다른 F-16과 실제 공중전을 벌였습니다. 시속 1,200마일로 서로의 꼬리를 물며 돌아가는 그 죽음의 춤판에서, 두 전투기 사이의 간격은 불과 2,000피트에 불과했습니다. 안전 조종사가 기체에 탑승해 있었지만, 그들은 단 한 번도 비상 스위치를 누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기계가 스스로 싸우고, 스스로 판단했습니다.
2024년 5월 2일, 켄달 장관은 직접 X-62A VISTA의 뒷좌석에 올랐습니다. 그의 앞에서 AI가 전투기를 조종했습니다. 장관은 훗날 이 경험을 회고하며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비행이나 1947년 척 예거의 음속 돌파에 비견될 만한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늘의 주인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ACE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히 "AI가 인간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목표는 "신뢰"입니다. 시속 800마일로 날아가는 전투기 안에서 조종사가 옆의 AI 윙맨을 믿고 등을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아무리 옳은 선택을 하더라도, 인간이 그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협력은 불가능합니다. ACE는 바로 이 "설명 가능한 AI"를 전투 환경에서 구현하려는 시도입니다.
여기에 '프로젝트 베놈(VENOM)'이 가세했습니다. 베놈은 'Viper Experimentation and Next-gen Operations Model'의 약자로, 현역 F-16 전투기들을 '날아다니는 AI 실험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미 공군은 6대의 F-16을 AI 시험용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실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자율 비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터에서는 완벽해 보이던 알고리즘도 실제 난기류와 기상 변화, 통신 지연 앞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베놈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실험장입니다.
이 모든 기술의 종착지는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협동전투기입니다. 개념은 단순합니다.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 II 같은 고가의 유인 스텔스 전투기 한 대에,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AI 무인 전투기 2~3대를 붙여 편대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유인기는 '쿼터백'이 되고, 무인기들은 '리시버'가 됩니다. 적의 방공망을 뚫어야 할 때, 위험한 임무는 무인기가 떠맡습니다. 미끼가 되어 적의 미사일을 소모시키거나, 직접 타격하거나, 전자전으로 적의 레이더를 교란합니다. 인간 조종사는 후방에서 전체 전장을 조망하며 지휘합니다.
2024년 4월, 미 공군은 CCA 1단계(Increment 1) 개발 업체로 앤듀릴(Anduril)과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를 선정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이들의 시제기에 각각 YFQ-44A와 YFQ-42A라는 제식명이 부여되었습니다. 'F'가 붙었습니다. 무인기인데 전투기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시대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8월 27일, 제너럴 아토믹스의 YFQ-42A가 캘리포니아 시험장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불과 2개월 뒤인 10월 31일, 앤듀릴의 YFQ-44A '퓨리(Fury)'도 하늘에 올랐습니다. 계약에서 첫 비행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트로이 E. 마인크 공군 차관보는 이 성과를 두고 "장벽을 치우고 전투원에게 집중할 때, 속도 있게 전투 능력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선언했습니다.
YFQ-42A는 제너럴 아토믹스의 '갬빗(Gambit)' 개념에 기반한 기체로, XQ-67A 시험기의 설계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V자 꼬리와 상부 엔진 흡입구, 내부 무장창을 갖추어 스텔스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삼륜식 착륙장치는 준비되지 않은 활주로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앤듀릴의 YFQ-44A는 다른 접근을 취했습니다. 상업용 비즈니스 제트 엔진을 사용하고, 무장은 외부 하드포인트에 장착합니다. 스텔스 성능보다는 비용 절감과 빠른 생산을 우선시한 선택입니다. 앤듀릴의 지도부는 "미국 어디서든 기계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설계"라고 강조했습니다.
CCA 한 대의 가격은 2,050만~2,750만 달러로 추산됩니다. F-35 한 대 가격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미 공군은 Increment 1에서 100~150대를, 최종적으로는 1,000대 이상의 CCA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적이 1억 달러짜리 미사일을 쏠 때, 미국은 2천만 달러짜리 드론을 던져주는 셈입니다. 경제학의 전쟁입니다.
2025년 11월, 제너럴 아토믹스는 두바이 에어쇼에서 결정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F-22 랩터와 MQ-20 어벤저가 L3Harris의 판테라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장비를 장착하고 비행 중 데이터링크를 성공적으로 검증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CCA 개념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 네트워크가 실제 하늘에서 작동함을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2026년 1월 5일, 미 해군 항공전센터는 F-35 조종사들이 터치스크린 태블릿을 사용해 복수의 CCA를 통제하는 시뮬레이션을 공개했습니다. 합동 시뮬레이션 환경(JSE)에서 F-35 파일럿들은 첨단 통신 시스템과 정밀 유도 미사일로 복합 위협에 대응했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개념 연구가 아닙니다. 실제 전술 프로토콜과 절차를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미 공군의 비전은 명확합니다. OODA 루프(관측-판단-결심-행동)의 속도를 인간 한 명의 신경계 한계에서 떼어내어, 편대 전체의 계산 능력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X-62A VISTA는 그 실험용 칼날이었고, CCA는 그 칼날을 대량 생산해 배치하는 공장입니다. 전투기 한 대를 '영웅'으로 보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영웅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입니다. 지휘자는 여전히 인간입니다. 하지만 악보를 읽고 박자를 쪼개는 것은 기계가 더 빠릅니다. 미국은 이 불편한 진실을 이미 받아들였습니다.
2 중국: GJ-11 날카로운 칼과 Dark Sword, J-20 편대 작전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붉은 용이 깨어난 지 오래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은 더 이상 서방의 기술을 베끼는 모방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서방을 섬뜩할 정도로 앞질러 가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지휘 아래 중국은 '지능화 전쟁(Intelligentized Warfare)'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습니다. 기계화와 정보화를 넘어, 인공지능이 전쟁의 두뇌가 되는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야심입니다.
2025년 11월 11일, 중국 공군 창설 76주년을 맞아 인민해방군은 충격적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GJ-11 스텔스 무인전투기가 J-20 '웨이룽(威龍, 위용)' 스텔스 전투기, J-16D 전자전기와 함께 편대 비행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지상 관제사는 "웨이룽 01, 쉬안룽 08이 6번 위치에 도착했습니다"라고 보고했고, J-20 조종사는 "웨이룽 01 수신, 쉬안룽과 협력 구축 완료"라고 응답했습니다. '쉬안룽(玄龍)'—'신비로운 용'이라는 뜻의 이 이름이 GJ-11의 새로운 공식 코드명으로 공개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영상이 던진 충격파는 단순한 홍보물 그 이상이었습니다. 중국이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를 실제로 운용하고 있음을 세계에 과시한 것입니다. GJ-11이 선두로 비행하며 표적에 접근하고, 뒤이어 J-20 스텔스 전투기와 J-16D 전자전기가 따라붙는 편대 구성은 미국조차 아직 실전 배치하지 못한 전술을 중국이 먼저 구현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GJ-11 '샤프 소드(Sharp Sword, 利劍)'는 2009년 선양항공기설계연구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현재는 홍두항공공업집단이 생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3년 첫 비행에 성공했고, 2019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전익기(flying-wing) 형상을 채택한 이 기체는 레이더 반사 면적을 극도로 줄인 스텔스 설계가 특징입니다. 수직꼬리 없는 매끈한 실루엣, 레이더 흡수 재료로 덮인 표면, 차폐된 배기구는 적외선 신호마저 억제합니다.
2025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서 GJ-11은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접이식 날개 힌지가 확인된 것입니다. 이것은 함재기 운용을 염두에 둔 설계입니다. 중국 해군의 차세대 076형 강습상륙함 '쓰촨함'의 휘장에 GJ-11과 유사한 날개 형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GJ-11은 단독으로 싸우지 않습니다. J-20의 '충성스러운 윙맨'으로 설계되었습니다. J-20이 후방에서 암호화된 데이터링크를 통해 지휘하면, GJ-11이 전방으로 나아가 정찰하고, 적 방공망을 교란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타격합니다. 위험한 임무는 무인기가 떠맡고, 인간 조종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거리에서 전체 그림을 조망합니다.
군사분석가 쑹중핑(宋忠平)은 이 편대 구성에 대해 "J-20, GJ-11, J-16D로 구성된 편대는 스텔스 침투, 전자기 간섭, 정밀 타격을 결합한 완벽한 구조"라고 분석했습니다. J-20은 스텔스 침투를 담당하고, J-16D는 적의 레이더와 통신망을 교란하며, GJ-11은 타격 범위를 확장합니다. 세 기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협력 전투 3각편대(coordinated combat triad)'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중국이 J-20의 복좌형(2인승) 버전인 J-20S를 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좌석 파일럿이 비행과 공대공 전투에 집중하는 동안, 뒷좌석의 무장관제사는 GJ-11 편대를 통제하는 '드론 목동' 역할을 맡습니다. 2025년 중반, J-20S가 실전 운용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조종사는 더 이상 스틱과 스로틀만 잡는 존재가 아니라, 여러 센서와 여러 무인기를 하나로 엮어 지휘하는 공중 전장 관리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암검(Dark Sword, 暗劍)'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무인기가 아음속 정찰이나 폭격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암검은 초음속 공중전 무인기로 설계되었습니다. 델타익과 카나드(귀날개)를 갖춘 형상은 기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DSI(Diverterless Supersonic Inlet)를 장착해 애프터버너 없이도 초음속 순항이 가능하며, 최고 속도는 마하 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간이 타지 않는 초음속 전투기.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인간 조종사는 9G를 넘어가면 시야가 좁아지고 의식을 잃습니다. 하지만 암검의 AI는 기체가 부서지지 않는 한계인 15G, 20G까지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고기동으로 꼬리를 잡아채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괴물입니다. 암검이 실전 배치된다면, 근접 공중전의 규칙은 다시 쓰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암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2018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마지막으로 공개된 이후 공식적인 언급이 뜸해졌습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암검 프로젝트가 FH-97A와 같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암검이 현재형 전력이든 과거의 개념이든, 그것이 보여주는 중국의 야망만큼은 분명합니다. "스텔스, 고속, 공대공 전투가 가능한 무인 전투기." 인간이 하던 제공권 싸움을 무인기에게도 시키겠다는 발상입니다.
중국의 전략은 '군민융합(Military-Civil Fusion)'에 기반합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의 AI 역량이 국방 분야로 흘러들어갑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나 윤리적 규제 따위는 당의 목표 아래 무시됩니다. 14억 인구가 생성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AI 학습에 투입됩니다. 서방이 "설명 가능성"이나 "책임 소재"를 논하는 동안, 중국은 실용성에만 집중합니다.
중국군의 유무인 복합 전술은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닙니다. 쑹중핑 분석가도 "현재로선 GJ-11과 J-20의 협력 작전은 훈련 단계"라고 인정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2025년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J-20이나 J-16이 최대 16대의 드론을 이끌고 적 방공망을 공격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지만, 이는 여전히 이론적 교리 모델링 수준입니다. 대규모 작전에서 지휘통제 혼란의 위험성과 취약한 데이터링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중국은 질적 열세를 양적 우세와 AI의 무자비함으로 메우려 합니다.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의 F-35C가 J-20과 조우했을 때, J-20은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링크로 연결된 GJ-11 편대가 늑대 떼처럼 우리를 포위할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우리가 중국의 AI 굴기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용의 발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옵니다. J-20이라는 강력한 창끝 뒤에는, 이름도 없는 수백 개의 독니가 숨어 있습니다.
3 유럽: GCAP 템페스트와 FCAS, 두 개의 6세대 프로젝트
유럽의 하늘은 늘 복잡했습니다. 공역은 촘촘하고, 국경은 짧으며, 정치적 기억은 깁니다. 수백 년간 서로 싸워온 국가들이 이제는 같은 편대에서 날아야 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6세대 전투기는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누가 지휘봉을 잡느냐"라는 질문이 설계도 위에 먼저 올라갑니다. 결과적으로 유럽은 지금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습니다. 영국-이탈리아-일본의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와 프랑스-독일-스페인의 FCAS(Future Combat Air System)입니다.
GCAP의 뿌리는 영국의 '템페스트(Tempest)'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 판버러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된 템페스트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후계기로 기획되었습니다. BAE 시스템스, 롤스로이스, 레오나르도 UK, MBDA UK가 참여한 '팀 템페스트'가 핵심 산업 파트너십을 구성했습니다. 영국은 2025년까지 이 프로젝트에 20억 파운드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2022년 12월,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이 공동 개발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GCAP)'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템페스트의 핵심 기술과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F-X) 프로젝트가 하나로 합쳐진 것입니다. 세 나라는 2035년까지 6세대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GCAP은 단순히 '비행기 한 대'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체계의 체계(System of Systems)'를 구축하려는 시도입니다. 유인 전투기를 중심으로, 무인 윙맨, 센서 네트워크, 전투 클라우드가 하나로 연결됩니다. 조종사가 적을 발견하면, 그 정보는 즉시 무인기, 위성, 함정과 공유됩니다. 조종사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AI가 최적의 대응을 제안합니다.
2025년 6월, GCAP의 산업 합작법인 '에지윙(Edgewing)'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BAE 시스템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일본항공산업진흥주식회사(JAIEC)가 각각 33.3%씩 지분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본사는 영국에 두고, 초대 CEO는 이탈리아 출신이 맡았습니다. 지적재산권, 수출 규정, 제조 책임을 둘러싼 분쟁으로 무너진 다른 국제 항공 프로젝트들과 달리, GCAP은 설계와 기술에 대한 국가 간 작업을 가능케 하는 공식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템페스트 기술 시연기는 이미 조립 단계에 있습니다. 2027년 첫 비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BAE 시스템스의 워턴 시설에서 진행된 시뮬레이터 비행은 150시간을 넘겼고, 자동 코딩 기술을 통해 핵심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수 주가 아닌 수 일 만에 생성했다고 합니다. 롤스로이스는 이탈리아의 아비오 아에로, 일본의 IHI와 함께 엔진 시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GCAP 전투기의 요구 사양은 야심찹니다. 영국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 무장창은 F-35A의 두 배 용량을, 내부 연료만으로 대서양 횡단 비행이 가능한 항속거리를 목표로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더 좋은 비행기"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비행기”입니다.
2025년 12월 26일, 일본 방위성은 GCAP 개발 추진위원회 제11차 회의를 개최하고 2035년 실전 배치 일정을 재확인했습니다. 미야자키 마사히사 방위부대신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는 2026년 회계연도 예산 배정과 유인 전투기 및 무인 시스템 개발 현황이 검토되었습니다. 일본에게 GCAP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처음부터 무인 윙맨과의 협업을 위해 설계된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하고, 동맹국의 무기를 통합하며, 센서와 임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서 독자적 자유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2025년 11월 25일, 세 나라 장관들이 결정적인 회의를 가졌습니다. GCAP는 정치적 비전에서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정부와 산업이 명확한 계약 로드맵 뒤에 정렬되었습니다. 캐나다는 F-35A 도입 이후의 후속 전투기로 GCAP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참여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반면, FCAS는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다쏘(Dassault), 독일의 에어버스(Airbus), 스페인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미래 전투 항공 시스템'이라는 이름처럼 전투기 한 대가 아니라 거대한 네트워크를 지향합니다. 차세대 유인 전투기(NGF)를 중심으로 '리모트 캐리어(Remote Carriers)'라 불리는 다양한 무인기들과 '전투 클라우드(Combat Cloud)'가 통합됩니다.
하지만 FCAS는 내부 갈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쏘와 에어버스 사이의 주도권 다툼, 지적재산권 분쟁, 작업 분담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2025년 9월, 다쏘가 차세대 무기 시스템(NGWS)에서 80%의 작업 분담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베를린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2025년 12월, 다쏘 CEO는 "프로젝트가 계속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1,000억 유로 규모로 추산되는 이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입니다.
독일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연말까지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프랑스-독일 간 장관급 회의조차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독일 산업계 인사들은 사석에서 "토네이도와 타이푼 같은 이전 유럽 전투기 프로젝트에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는 템페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독일이 FCAS를 버리고 GCAP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럽이 두 프로젝트를 동시에 굴리는 것은 낭만이 아니라 불안의 표현입니다. 하나에 올인했다가 정치적으로 무너지면, 제공권의 미래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유럽은 두 개의 엔진을 단 셈입니다. 다만 두 엔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추력을 내면, 기체는 찢어집니다. "유럽이 두 개의 6세대 프로그램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유럽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유럽의 강점은 '통합'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라팔과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쌓아온 전투 항공의 전통, 전자전과 미사일, 항공 엔진, 그리고 실제 작전 경험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가 개발하는 통합 센서 시스템은 기존 레이더보다 1만 배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BAE 시스템스는 90년 역사의 AI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GCAP 전투기의 AI는 조종사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높은 G-포스로 의식을 잃거나 과도한 정보량으로 패닉에 빠지면, AI가 즉시 개입해 기체를 조종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 조종이 아니라 조종사의 파트너로 기능하는 '가상 부조종사’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AI 조종사를 하늘에 띄우고 무인기 편대를 시험하는 동안, 유럽은 여전히 설계와 협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2035년 목표는 야심차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한 세대 뒤처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GJ-11은 J-20과 함께 하늘을 날고 있고, 미국의 CCA는 2028년 생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GCAP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새로운 전투기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주권을 공유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국제 협력 모델의 증명입니다. 토네이도와 타이푼이 냉전 시대의 유럽을 지켰듯이, GCAP은 21세기 중반의 유럽 하늘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조종석의 관점에서 보면, 유럽 파일럿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브로셔가 아닙니다. "언제 받을 수 있나, 얼마나 믿을 수 있나, 그리고 전쟁 첫날 데이터링크가 살아남을 것인가." GCAP이든 FCAS든 결국 답해야 할 질문은 같습니다. 스텔스는 기본이고, 센서 융합은 기본이고, 전자전과 사이버 생존성이 기본입니다. 차이는 '누가 먼저 그 기본을 실물로 묶어내느냐’입니다.
구대륙의 마지막 자존심이 걸린 싸움입니다. 유럽이 이 레이스에서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기술력만의 승리가 아닙니다. 정치적 의지와 산업적 협력이 거둔 승리일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알고리즘의 공중전'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조종사의 기량이 지배하던 시대는 저물고, 데이터의 질과 AI의 판단 속도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왔습니다. 미국의 압도적인 자본과 기술력, 중국의 무서운 속도와 국가 주도의 집중력, 유럽의 정교한 기술 연합. 이 삼파전의 승패는 누가 더 똑똑한 AI를, 더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위에 올려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로서 여전히 인간의 직관과 판단력을 믿습니다. 하지만 저 하늘 위에서 저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고, 동시에 적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반응하는 AI 윙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하늘의 지배자는 더 이상 최고의 파일럿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최고의 알고리즘을 가진 자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알고리즘을 지휘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어야 합니다. 기계는 계산할 뿐, 투쟁하지 않습니다. 전쟁은 의지의 충돌입니다. AI는 훌륭한 사냥개가 될 수 있지만, 총을 든 사냥꾼은 바로 우리입니다. 그 사실을 잊는 순간, 우리는 기계에게 잡아먹힐 것입니다.
4 대한민국: KF-21 보라매와 NACS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나는 F-16CG를 몰고 이라크의 방공망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귀청을 찢듯 비명을 질렀고, 계기판의 불빛들이 정신없이 깜빡였습니다. 그때 내 옆에는 윙맨이 있었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살아 돌아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경남 사천의 활주로에서는 다른 종류의 비행기가 엔진을 예열하고 있습니다. KF-21 보라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입니다. 그리고 이 전투기의 옆자리에는 머지않아 사람이 아닌 기계가 앉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이야기는 저주받은 지정학에서 시작됩니다. 지도를 펼쳐보면 알 수 있습니다. 좁은 반도를 둘러싼 거인들. 서쪽의 중국, 북쪽의 러시아와 북한, 동쪽의 일본. 이 좁은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발톱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빌린 칼이 아니라, 스스로 벼린 칼날 말입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은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선언했습니다.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미국조차 수십 년과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야 겨우 만드는 것이 전투기인데, 한국이 해낸다고요? 그들은 한국인의 절실함을 몰랐습니다.
2022년 7월 19일. 보라매가 사천 공항의 활주로를 박차고 처음으로 하늘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26년 1월, 1600회의 비행 시험이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완료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전투기를 개발하던 튀르키예의 KAAN은 겨우 2회 비행에 머물렀고, 인도의 AMCA는 아직 시제기조차 띄우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해냈습니다.
KF-21의 진짜 이야기는 기체 자체가 아닙니다. 한국이 그리는 미래는 더 크고 더 무섭습니다.
NACS.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ext Air Combat System). 이름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사람이 타는 비행기와 AI가 조종하는 무인기를 하나의 팀으로 묶겠다는 것입니다. KF-21은 이 거대한 체계의 두뇌가 됩니다. 조종사는 지휘관이 되고, 무인기들은 충성스러운 사냥개가 됩니다.
2025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결정적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KF-21 한 대가 4대의 스텔스 드론과 편대를 이루어 날아갑니다. 조종사는 헬멧 디스플레이를 통해 드론들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너는 정찰, 너는 교란, 너희 둘은 나와 함께 타격. 드론들은 적진 깊숙이 들어가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고, 유인기는 안전한 거리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닙니다. 실제 개발 중인 기술입니다. 한국은 가오리-X1이라 불리는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꼬리 날개 없는 전익기 형상의 이 드론은 적의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2025년 말 비행 시험을 시작하고, 2026년 초 KF-21과 합동 비행을 할 예정입니다.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2030년까지 작전 배치가 완료됩니다.
한국이 이토록 미친 듯이 AI와 무인기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구입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군대에 보낼 청년들이 해마다 줄어듭니다. 사람이 부족하면 기계로 채워야 합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2025년 6월, KAI는 또 하나의 카드를 꺼냈습니다.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적이 통신을 교란해도 이 반도체는 독립적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판단합니다. 실리콘 칩 안에 들어간 작은 조종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피로도 없고 공포도 없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G-포스와 싸우며 정신을 잃을 상황에서도 이 AI는 냉정하게 회피 기동을 수행합니다.
KF-21은 세 가지 버전으로 진화할 예정입니다. 블록1은 공중 우세 임무를 위한 초기 양산형. 블록2는 지상 타격 능력을 추가한 능력 향상형. 그리고 블록3, 일명 KF-21EX는 내부 무장창을 갖춘 완전한 스텔스기입니다.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이는 소재를 적용하고, 무인기와의 연동 능력을 완성합니다. 2039년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 전자광학 표적포드, 전파주파수 재머 등 4대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했을 때, 한국은 독자 개발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해냈습니다. 한화시스템이 AESA 레이더를 만들었고, LIG넥스원이 미사일 방어 체계를 담당합니다. 2024년 5월에는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실사격에 성공했습니다.
수출 전망도 밝습니다. KF-21의 대당 가격은 약 8천만 달러. F-35의 절반 수준입니다. 유지비도 시간당 1만 4천 달러로 서방 경쟁기종보다 저렴합니다. 이미 필리핀, 폴란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공동 개발 파트너로 참여했고, UAE는 2025년 사천에서 시험 비행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이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전투기가 아닙니다. 미래 전쟁의 플랫폼입니다. 전투기, 무인기, AI 반도체, 데이터링크를 묶은 완전한 생태계입니다. 여러 나라에서 부품을 사서 조립할 필요 없이 한 나라에서 전부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경쟁력입니다.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엔진은 아직 미국 GE의 F414를 면허 생산하고 있습니다. 항공 엔진은 전투기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한국은 독자 엔진 개발에도 착수했지만, 갈 길이 멉니다. AI 알고리즘의 신뢰성, 유인기와 무인기 사이의 통신 보안, 실전 환경에서의 자율 판단 검증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기술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보라매는 단순한 4.5세대 전투기가 아닙니다. NACS라는 거대한 전투 생태계의 중심이며, 2030년대 동북아 하늘의 게임 체인저입니다. 북한이나 중국과 충돌이 발생한다면, 하늘에는 KF-21 뒤에 수십 대의 AI 드론이 날아가며 적 방공망을 압도하는 광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고대 로마의 글라디우스가 그러했듯, 중세의 롱보우가 그러했듯, 무기는 시대와 함께 진화합니다. KF-21과 NACS는 한반도에서 벼려진 21세기의 검입니다. 반세기 넘게 타국의 날개에 의존해온 국가가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입니다. 하늘의 주권을 되찾겠다는 야수의 포효입니다.
5. 일본·이스라엘·튀르키예: 자율 무인기 개발의 신흥 강자들
하늘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제공권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최근 부상한 중국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들은 거대한 예산과 수십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늘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AI라는 새로운 화약이 발명되면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습니다. 작지만 날카로운 칼날을 품은 신흥 강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일본을 먼저 봅시다. 이 나라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2차 대전 당시 제로센을 만들었던 나라입니다. 비록 패전 후 날개가 꺾였지만, 항공우주 기술의 잠재력은 여전합니다.
2025년 8월, 일본 방위성은 중요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2035년까지 신형 전투기와 함께 작전할 협력 무인기(Collaborative UAV)를 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GCAP(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를 통해 6세대 전투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야심은 그 전투기 옆에서 함께 날 AI 드론에 있습니다.
일본은 섬나라입니다. 광활한 태평양을 감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구는 줄어들고 자위대 지원자는 감소합니다. 사람으로 하늘을 지킬 수 없다면 기계를 띄워야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본의 접근법은 그들의 문화처럼 체계적이고 정교합니다. 스바루가 개발한 실험용 무인기가 방위장비청(ATLA)에 납품되었습니다. 조종사 한 명이 여러 대의 무인기를 동시에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프로토타입도 개발 중입니다.
일본은 미국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보잉 재팬과 계약을 체결하고 MQ-28 고스트 배트 같은 로열 윙맨 드론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합니다. 2026년에는 항공자위대가 호주에서 고스트 배트 비행 시험을 참관할 예정입니다. 미쓰비시 중공업도 자체적으로 두 가지 협동 무인기 컨셉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GCAP 전투기는 처음부터 무인기 팀원을 지휘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AI 기반 전투 클라우드를 통한 센서 융합,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를 통한 360도 전장 인식. F-35A 무장량의 두 배를 실을 수 있고, 대서양을 급유 없이 횡단할 수 있는 항속거리를 목표로 합니다. 2035년 배치가 목표입니다.
일본의 강점은 센서와 소재 기술입니다. 그들의 무인기는 단순한 폭탄 운반체가 아닙니다. 적외선 센서, 고성능 레이더를 장착하고 적의 스텔스기를 찾아내는 하늘의 눈이 됩니다. 사무라이가 갑옷 대신 반도체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스라엘로 가봅시다. 이 작은 나라는 드론 기술의 제왕입니다.
1982년 베카 계곡 항공전. 이스라엘은 무인기를 미끼로 던져 시리아의 방공망을 켜게 만들었습니다. 레이더가 전파를 쏘는 순간 대레이더 미사일이 날아가 초토화시켰습니다. 현대적 방공망 제압 작전의 시초였습니다. 이스라엘에게 드론은 미래가 아니라 생존입니다.
헤론(Heron), 헤르메스(Hermes) 시리즈는 수십 년간 중동의 하늘을 감시해왔습니다. 헤르메스 900은 30시간 이상 체공하며 30,000피트 고도까지 올라갑니다. 300kg의 페이로드를 실을 수 있고, 전자광학/적외선 센서, 합성개구레이더, 전자전 장비 등을 탑재합니다. 50개국 이상의 군대가 엘빗 시스템즈의 무인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진짜 무서운 점은 자폭형 무인기(Loitering Munition)에 있습니다. 하롭(Harop)을 보십시오. 이 녀석은 미사일처럼 날아가지만 목표 지역 상공을 배회합니다. 적의 레이더 전파가 감지되면 AI가 즉시 궤적을 수정해 레이더 안테나로 꽂힙니다. 적이 레이더를 끄면요? 카메라를 사용해 위치를 찾아내 파괴합니다. 조종사가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기계가 스스로 먹잇감을 찾습니다.
하롭은 600마일의 작전 반경과 6시간의 체공 시간을 자랑합니다. 이미 인도와 아제르바이잔에 수출되었습니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와의 전투에서 하롭을 실전 투입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자폭 드론들은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실전에서 학습한 포식자들입니다.
2025년 12월에는 아이언 빔(Iron Beam) 고에너지 레이저 방공 시스템이 이스라엘 방위군에 배치되었습니다. AI가 위협의 궤적, 속도, 고도, 유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레이저 요격과 미사일 요격 중 최적의 방법을 선택합니다. 레이저 한 발의 비용은 전기료로 몇 달러에 불과합니다. 아이언 돔의 타미르 미사일 한 발이 수만 달러인 것과 비교해 보십시오.
이스라엘은 유닛 8200 같은 엘리트 부대에서 천재적인 해커들과 프로그래머들을 배출합니다. 그들의 AI 알고리즘은 가자 지구와 레바논이라는 실전 훈련장에서 학습했습니다. 적의 얼굴을 인식하고 민간인과 적을 구분하며 좁은 창문 틈으로 정확히 파고드는 기술. 2025년에는 독일이 헤론 드론을 거의 10억 유로에 구매했습니다. 루마니아도 엘빗과 4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유럽은 이스라엘 드론 기술에 조용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튀르키예입니다. 이 나라는 드론 전쟁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튀르키예가 항공 강국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바이락타르 TB2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 드론은 러시아 탱크들을 고철로 만들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치명적인 효과. 드론 전쟁의 새로운 문법을 쓴 것입니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야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5년 11월 29일, 역사가 쓰였습니다. 흑해 연안 시놉 상공. 바이락타르 크즐엘마(Kızılelma)가 제트 추진 표적 드론을 격추했습니다.
괵도안(Gökdoğan) 가시거리 밖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해서 말입니다. 세계 최초로 무인 전투기가 BVR 미사일로 공중 표적을 격추한 사건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오랫동안 무인기는 정찰과 지상 타격에만 쓰였습니다. 하늘에서 다른 비행기와 싸우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크즐엘마가 그 경계를 무너뜨렸습니다. 무인기가 공중전에 뛰어든 것입니다.
시험 당시 크즐엘마는 터키 공군의 F-16 5대와 편대를 이루어 비행했습니다. 아셀산(Aselsan)이 개발한 MURAD AESA 레이더가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했습니다. 튀비탁-사게(TÜBİTAK-SAGE)가 만든 괵도안 미사일이 명중했습니다. 플랫폼, 센서, 무기 모두 튀르키예 국산입니다. 독립적인 킬 체인의 완성입니다.
크즐엘마는 2025년 8월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최대 이륙 중량 8.5톤, 무장 탑재량 1.5톤. 25,000~30,000피트 고도에서 500해리의 전투 반경을 가집니다. 스텔스 설계를 적용했고 초음속 비행을 목표로 합니다. 튀르키예의 5세대 전투기 KAAN과 함께 로열 윙맨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2025년 12월 31일에는 KARAT 적외선 탐색추적(IRST) 시스템을 탑재한 비행 시험도 성공했습니다. 레이더를 쓰지 않고 적외선으로 표적을 추적하는 패시브 센서입니다. 적에게 전파를 발사하지 않으니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습니다.
TAI의 앙카-3(ANKA-3)도 주목해야 합니다. 꼬리 날개 없는 전익기 형상의 스텔스 무인기입니다. 2023년 12월 첫 비행을 수행했고, 2025년 1월에는 내부 무장창에서 TOLUN 유도폭탄을 투하하는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내부 발사는 타격 순간까지 낮은 레이더 반사 면적을 유지합니다. 아셀산의 MURAD 레이더를 탑재해 공대공 역할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
튀르키예는 이미 37개국과 드론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파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튀르키예가 건설 중인 MUGEM은 세계 최초의 전용 드론 항공모함입니다. TCG 아나돌루 상륙함에서도 크즐엘마와 TB3가 작전할 예정입니다.
튀르키예 방식의 핵심은 빠른 실행입니다. 서류로 완벽을 증명하기 전에 하늘에 올려서 실패를 빨리 소비합니다. 미국의 XQ-58A 발키리, 중국의 GJ-11, 러시아의 S-70 오호트닉 모두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대공 격추를 공개적으로 시연한 것은 튀르키예가 처음입니다.
세 나라를 정리해 봅시다. 일본은 체계와 협력으로, 이스라엘은 실전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튀르키예는 대량 생산과 과감한 실행으로 하늘의 새로운 규칙을 쓰고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미국만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전쟁터에 딱 맞는 무기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F-16을 몰던 시절, 나는 윙맨이 사람이기를 바랐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손짓으로 의사소통하고, 죽음의 공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인간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의 기술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집니다. 피로를 모르고, 공포를 느끼지 않으며, 수천만 번의 가상 전투에서 학습한 AI 드론들. 이들이야말로 미래 공중전의 진정한 승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늘은 더 이상 탑건들의 독무대가 아닙니다. 칩과 센서, 코드로 무장한 새로운 전사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이스라엘, 튀르키예는 그 흐름의 맨 앞줄에서 거인들을 위협하는 돌팔매를 다듬고 있습니다.
제6부 6세대 전투기와 지능형 편대
1. 6세대 전투기: 플랫폼이 아닌 체계
2025년 3월 21일,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한 장의 발표가 공중전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미 공군이 차세대 제공 우세(NGAD) 프로그램의 핵심 유인 전투기 계약자로 보잉을 선정하고, 그 전투기에 F-47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입니다. 그 순간, 한 시대가 저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라크 상공에서 SA-6 미사일을 피해 급선회하며 아드레날린에 젖어 있던 그 시절, 공중전은 기체 대 기체의 싸움이었습니다. 더 빠른 엔진, 더 날카로운 선회, 더 멀리 보는 레이더.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F-47이 대표하는 6세대는 그런 단순한 경쟁을 조롱합니다.
6세대 전투기의 정의를 묻는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그것은 '비행기'가 아닙니다. '체계(System of Systems)'입니다.
미 공군은 NGAD를 '체계의 가족(Family of Systems)'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유인 전투기는 그 가족의 중심에 있는 '코너스톤(Cornerstone)'일 뿐입니다. 이 전투기 한 대 주변에는 수십 대의 협동전투기(CCA), 즉 AI가 조종하는 무인 윙맨들이 따라붙습니다. 위성이 전장을 내려다보고, 조기경보기가 적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해상의 이지스함과 지상의 레이더가 데이터를 쏟아붓습니다. 이 모든 자산이 하나의 신경망처럼 연결됩니다.
F-47의 공개된 제원을 보면, 전투반경이 1,000해리(약 1,852킬로미터)를 넘고, 최고속도는 마하 2 이상입니다. F-22 랩터보다 약 25퍼센트 넓은 작전 반경을 확보한 것입니다. 태평양이라는 광활한 전장에서 이 항속거리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급유기에 의존하면 적에게 취약점을 드러내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이런 숫자들이 아닙니다. F-47의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6세대 전투기의 조종석에 앉는다는 것은,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전장을 지휘하는 것입니다. F-16을 탈 때, 나는 레이더 스코프를 보고, RWR(레이더 경보 수신기) 소리를 듣고, 윙맨의 무전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상황을 조합해야 했습니다. 그 인지 부하는 인간 두뇌의 한계를 시험했습니다. 실수가 나오면, 그것은 곧 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6세대 전투기의 AI는 이 모든 데이터를 융합합니다. 위성에서 내려오는 열상 이미지, 전방에 나간 드론이 수집한 정보, 해상 이지스함의 탐지 데이터, 전자전 신호의 패턴. AI는 이 모든 조각을 맞추어 조종사의 헬멧 디스플레이에 "적기 3시 방향, 120킬로미터, J-20, 미사일 발사 시 명중률 94퍼센트"라고 띄워줍니다.
스텔스 기술도 진화합니다. F-22와 F-35가 '5세대 스텔스'를 대표한다면, 6세대는 '광대역 스텔스(Broadband Stealth)'를 추구합니다. 레이더는 다양한 주파수를 사용합니다. X밴드, S밴드, 저주파 레이더. 과거의 스텔스기는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6세대 전투기는 모든 대역에서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수직 꼬리 날개가 없는 전익기(Flying Wing) 형상은 이미 공개된 개념도에서 확인됩니다. 적외선 스펙트럼에서도 탐지를 피해야 합니다. 엔진의 열 배출을 최소화하고, 기체 표면의 열 관리를 최적화해야 합니다.
엔진도 혁명적입니다. 가변 사이클 엔진(Adaptive Cycle Engine)은 비행 상황에 따라 구성을 바꿉니다. 초음속 전투 기동이 필요하면 터보제트처럼 폭발적인 추력을 내고, 장거리 순항이 필요하면 고바이패스 터보팬처럼 연료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프랫앤휘트니와 GE 에어로스페이스가 차세대 적응형 추진(NGAP) 프로그램 아래 각각 엔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엔진들은 태평양 전장에서의 장거리 진출을 가능하게 합니다.
미 공군은 최소 185대의 F-47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숫자는 F-22 랩터 함대를 일대일로 대체하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진짜 전력은 이 숫자만으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미 공군은 1,000대 이상의 협동전투기(CCA)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F-47 한 대가 네다섯 대의 CCA를 거느리고 전장에 진입합니다. 조종사는 "구역 A를 소탕하라"는 명령만 내립니다. 그러면 AI 드론들이 알아서 산개하여 적진을 유린합니다. 제너럴 아토믹스의 YFQ-42A, 앤듀릴의 YFQ-44A 퓨리 같은 드론들이 이 역할을 맡게 됩니다.
중국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2024년 12월, 중국은 두 종류의 6세대 프로토타입을 시험비행했습니다. 청두 J-36과 선양 J-50으로 불리는 이 기체들은 미국의 NGAD에 대항하는 중국의 응답입니다. 2025년 8월에는 세 번째 무미익 스텔스기 프로토타입이 목격되었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지시 아래 드론 전쟁 연구와 훈련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J-20을 복좌형으로 개량하여 뒷좌석에 앉은 조종사가 무인기들을 통제하는 전투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유럽도 움직입니다.
영국, 이탈리아, 일본은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 아래 템페스트를 공동 개발합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은 차세대 전투기(NGF)를 중심으로 한 FCAS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스웨덴도 2024년 3월 사브에게 6세대 전투기 개발 가능성 연구를 의뢰했습니다. 그리펜의 후속 기종을 2031년까지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6세대 전투기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은 '모듈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입니다.
과거에는 전투기 성능을 개량하려면 공장에 입고시켜 뜯어고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6세대 전투기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무기를 통합하고, 새로운 적의 레이더 파형을 학습하며, 새로운 전술을 구사합니다. 전장의 속도에 맞춰 진화하는 기체. 적이 새로운 방공 시스템을 배치하면, 우리 전투기도 며칠 안에 대응책을 탑재합니다.
옵션으로 유인과 무인을 전환할 수 있는 설계도 6세대의 특징입니다. 같은 기체가 조종사를 태울 수도 있고, AI에게 맡길 수도 있습니다. 적의 통합 방공망 한복판으로 들어가야 하는 위험한 임무라면, 지휘관은 조종사를 태우지 않고 기체를 보낼 수 있습니다. 기계는 G-LOC(중력에 의한 의식 상실)을 겪지 않습니다. 인간이 견딜 수 없는 9G, 10G의 기동으로 미사일을 회피하고, 감정의 동요 없이 임무를 완수합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6세대 전투기는 혼자 싸우는 '고독한 늑대'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장의 모든 자산을 연결하고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입니다. 과거의 에이스 파일럿은 조종간을 잘 돌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미래의 에이스는 이 시스템을 창의적으로 지휘하는 자가 될 것입니다. F-47이 하늘에 떠오르는 2029년, 공중전의 개념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2. 군집 비행(Swarm): 벌떼처럼 공격하는 드론 전술
야생에서 사자를 쓰러뜨리는 것은 호랑이가 아닙니다. 수천 마리의 벌떼입니다. 사자는 총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벌떼는? 총알 몇 발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라크 상공에서 SA-3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때, 나는 윙맨 한 명과 단둘이었습니다. 서로를 믿고, 정밀하게 계산된 각도로 진입했습니다. 고독하고 위험한 도박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하늘은 다릅니다. 수백, 수천 대의 드론들이 하나의 거대한 지능처럼 움직이며 적을 질식시킵니다. 이것이 군집 비행, 드론 스웜의 공포입니다.
2025년 6월, 중국은 '지우텐(Jiu Tian)'이라는 고고도 장기체공 '드론 모함'을 시험비행했습니다. 날개 폭 25미터의 이 거대한 무인기는 동체의 두 내부 격납고에서 100대에서 150대의 소형 배회탄약 드론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드론 공장입니다. 이 드론들은 투하되자마자 군집을 형성하고, 적의 레이더 기지, 방공 포대, 통신 허브를 향해 쇄도합니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악몽입니다.
군집 전술의 핵심 철학은 간단합니다. "네가 가진 미사일보다 더 많은 표적을 던져주마." 적의 방공 시스템, 러시아의 S-400이나 중국의 HQ-9는 강력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요격 미사일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 발에 수십억 원 하는 요격 미사일로, 한 대에 고작 수백만 원짜리 소형 드론을 맞추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자살행위입니다. 미 국방부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2025년 보고서는 이 점을 냉정하게 지적합니다. "중국과의 전쟁에서 인민해방군은 미사일과 드론의 대규모 이종 살보, 그리고 자율 드론 군집을 미군에게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려면 AI 기반 전투 관리와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무기가 필요하다.”
미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보십시오. 2025년 8월까지 수천 대의 저비용 자율 무인 시스템을 전장에 쏟아붓겠다는 계획입니다. 2024년 회계연도에 5억 달러가 배정되었고, 2025년 회계연도에 추가 예산이 요청되었습니다. 자율 협동 팀 구성(ACT)과 기회주의적 회복탄력 네트워크 토폴로지(ORIENT) 기술에 집중합니다. 이것은 적의 레이더 화면을 하얗게 뒤덮어버리겠다는 선전포고입니다.
2025년 12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중동 최초의 전용 카미카제 드론 전대인 '태스크포스 스콜피온 스트라이크(TFSS)'를 공식 창설했습니다. 그리고 미 해군은 아라비아 만의 USS 산타바바라 비행갑판에서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시스템(LUCAS)을 성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LUCAS는 이란의 샤헤드-136을 역설계한 배회탄약입니다. 수백만 달러짜리 MQ-9 리퍼 같은 고가 플랫폼 대신, 높은 소모율이 예상되는 군집 기반 전투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저비용 드론을 대량 배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미 국방부의 '드론 도미넌스(Drone Dominance)' 프로그램은 2026년 초부터 30만 대의 저비용 드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대당 비용을 5,000달러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군집 드론들의 역할은 분담되어 있습니다. 일부는 미끼(Decoy)가 됩니다. 전투기처럼 가장한 전파 신호를 내보내 적의 레이더를 속이고, 비싼 요격 미사일을 낭비하게 만듭니다. 미국의 ADM-160 MALD가 대표적입니다. 일부는 전자전(Jammer)을 수행합니다. 적의 통신망과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드는 전파 방해를 겁니다. 일부는 센서(Sensor)로 기능합니다. 전장 곳곳에 흩어져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흩어진 드론들은 거대한 분산형 레이더가 되어 은밀하게 숨어 있는 적의 스텔스기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타격(Striker)을 담당합니다. 폭약을 싣고 목표물에 직접 충돌합니다.
2025년 1월, 스웨덴군은 사브가 개발한 새로운 드론 군집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병사 한 명이 최대 100대의 무인 항공 시스템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게 합니다. 2025년 3월 북극 스트라이크 훈련에서 시험되었습니다. 정찰, 방어, 페이로드 전달 임무에서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입증할 계획이었습니다.
중국의 군집 전술 연구는 더 체계적입니다. 인민해방군은 '기러기 떼 전쟁(Goose Flock Warfare)', '벌떼 전쟁(Bee Swarm Warfare)', '모함 전쟁(Mothership Warfare)'이라는 세 가지 군집 전쟁 접근법을 개발 중입니다. 기러기 떼 개념은 다기능 드론 군집이 정찰, 전자전, 운동 타격을 순차적으로 수행하며 적에게 누적 효과를 가하는 것입니다. 벌떼 개념은 소형 드론들이 방공망을 포화시켜 대응 능력을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모함 개념은 대형 무인기가 다수의 소형 드론을 적진까지 운반한 뒤 방출하는 것입니다. 지우텐이 바로 이 개념의 구현입니다.
2025년 8월, 인민해방군은 도시전 대결 훈련 시뮬레이션에서 '드론 군집과 로봇 늑대'를 인간-기계 협동 전투 팀으로 시험했습니다. 그리고 9월 3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열병식에서 새로운 무인 플랫폼들을 다수 공개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전투기 크기의 이름 없는 무인기로, 중국의 협동전투기(CCA), 즉 '충성스러운 윙맨'의 최신 개발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군집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분산 의사결정(분산 AI), 충돌과 간섭 없는 편대 기하(디컨플릭션), 통신이 끊겨도 유지되는 임무 논리(오프라인 자율성), 전자전 하에서의 위치와 시간 동기, 적의 기만에 속지 않는 센서 융합.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군집은 벌떼가 아니라 서로 부딪히는 파리떼가 됩니다.
하지만 비평도 있습니다. 2025년 8월, 《워 온 더 록스(War on the Rocks)》에 실린 한 기고문은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진정한 드론 군집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드론 라이트쇼? 군집이 아니다. 리더-팔로워 자율 팀? 군집이 아니다. 한 사람이 100대 드론을 조종하는 것? 군집이 아니다." 진짜 군집은 복수(plural)가 아니라 단수(singular)라는 것입니다. 중앙 제어기나 지정된 리더 드론, 심지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으로 상황에 적응하는 분산 지능 시스템. 그것이 진정한 군집입니다. 미국 방위산업은 아직 그런 분산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집의 전략적 가치는 명확합니다. 적의 방공망은 '표적 처리 능력'이라는 병목을 가집니다. 레이더는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표적 수가 제한됩니다. 요격 미사일도 동시에 교전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됩니다. 지휘체계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그 결정이 흔들리는 순간, 전체가 흔들립니다. 군집은 그 병목을 찢습니다.
6세대 전투기와 군집의 결합이 진정한 변화를 만듭니다. F-47 한 대가 수십 대의 CCA를 거느리고 전장에 진입합니다. 조종사는 직접 총을 쏘는 대신, 이 치명적인 기계 벌떼를 적의 머리 위로 쏟아붓습니다. 드론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면, 인간은 안전한 뒤편에서 결정타를 날립니다. 전쟁의 낭만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살상의 효율성은 극대화되었습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새뮤얼 파파로 제독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비해 '헬스케이프(Hellscape)' 전략을 언급했습니다. 수천 대의 공중 및 수중 드론을 초기 저지 행동으로 사용하여, 다른 전함과 전투기가 지역에 도착할 시간을 벌겠다는 것입니다.
3. 가시거리 밖 교전(BVR)의 혁명: 먼저 보고 먼저 쏘는 AI
《탑건》에서 매버릭이 적기와 코앞에서 캐노피 너머로 눈을 마주치는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잊으십시오. 그것은 이제 흘러간 역사가 되었습니다.
2025년 5월, 하늘에서 그 사실을 증명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대규모의 공중전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투는 서로의 꼬리를 물고 기관포를 쏘는 근접전(도그파이트)이 아니었습니다.
조종사들은 서로를 보지 못했습니다. 100킬로미터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주고받는 가시거리 밖 교전(BVR, Beyond Visual Range)이었습니다.
파키스탄 공군의 J-10C에 장착된 중국제 PL-15 미사일과 인도 공군 라팔에 장착된 유럽제 미티어 미사일이 최초로 실전에서 맞붙었습니다. PL-15는 능동 전자 주사 배열(AESA) 레이더 탐색기와 이중 펄스 로켓 모터를 갖춘 미사일로, 사거리가 200킬로미터에서 300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행 중 데이터링크를 통해 중간 경로 업데이트가 가능해, 회피하는 표적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미티어는 조절 가능한 램제트 엔진으로 장거리에서도 운동 에너지를 유지합니다. '회피 불가능 구역(No-Escape Zone)'을 형성하여 한번 조준되면 기동으로 피할 수 없게 설계되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투에서 파키스탄 J-10C가 발사한 PL-15가 인도 라팔 한 대를 격추했습니다.
이 전투는 BVR 교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조종사들은 서로를 '본다'기보다, 센서가 만든 확률적 그림자를 보는 것입니다. 양측 모두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투입해 실시간 표적 데이터를 교환했습니다. 펀자브 평야의 평평한 지형과 고고도 AWACS 지원은 양측 모두에게 상당한 레이더 지평선 이점을 제공했습니다. 지형에 가려지지 않고 장거리 교전이 가능했습니다.
F-16을 탈 때도 BVR 교전 훈련을 했습니다. 레이더에 점이 나타나면, 그것이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IFF)하는 것이 가장 큰 골치였습니다. NCTR(비협조 표적 식별) 기술이 있었지만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해야 했고, 그 순간 우위는 사라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AI가 개입하면서 이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6세대 전투기에 탑재된 AI는 '식별의 딜레마'를 해결하려 합니다. AI는 레이더 반사파의 미세한 떨림, 엔진의 적외선 파장, 전자전 장비에서 흘러나오는 전파의 패턴(핑거프린트)을 순식간에 분석합니다. "이것은 수호이-57이며, 윙맨 두 기를 대동하고 있고, 현재 무장은 공대공 미사일 네 발." 이 판단을 내리는 데 0.1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예측 사격'입니다. 2020년 DARPA의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 실험에서 AI가 인간 베테랑 조종사를 5대 0으로 압살했을 때, AI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반응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예측'이었습니다. AI는 인간 조종사가 스틱을 움직이기도 전에, 그가 어디로 움직일지 확률적으로 계산하고 미리 기관포를 쏘았습니다. 이 기술이 BVR에 적용되면 공포 그 자체가 됩니다.
AI는 적기의 현재 속도, 고도, 기종, 그리고 과거의 전술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이 적기는 3초 뒤에 왼쪽으로 급선회하여 미사일을 피하려 할 것이다"라고 예측합니다. 그리고 미사일에게 최적의 요격 경로를 지시합니다. 무작정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덮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사일의 실질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줍니다.
2023년 DARPA의 공중전투 진화(ACE) 프로그램은 X-62A VISTA 전투기에서 AI가 조종하는 도그파이트를 실험했습니다. 12회 비행시험에서 AI 에이전트는 시뮬레이션 적과 1대 1 BVR 교전을 수행하고, 시각거리 내(WVR) 도그파이팅 기동까지 실행했습니다. AI는 시속 1,200마일(약 1,931킬로미터)로 비행하며 인간 조종사의 속도와 민첩성을 따라잡았습니다. 미 공군 비행시험학교의 매리앤 칼렌 중령은 "우리는 실제로 X-62를 유인 F-16과 대결시켰다"고 말했습니다. 2,000피트(약 610미터) 거리에서 시속 1,200마일로 접근하는 정면 교전까지 진행했습니다.
이것이 역사상 첫 AI 대 인간 시각거리 내 교전이었습니다. AI는 고유한 전술을 보여주었습니다.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순간 결정을 내리며 전술을 조정했습니다. 인간 조종사와 달리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프랭크 켄달 당시 공군장관은 "X-62A 팀은 최첨단 머신러닝 기반 자율성이 동적 전투 기동에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했습니다.
DARPA와 공군이 강조하는 것은 도그파이트 자체가 아닙니다. 도그파이팅은 가장 어려운 비행 스타일입니다. AI에게 이것을 가르치면, 다른 임무를 자율적으로 비행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입니다. BVR 교전에서 AI의 강점은 더욱 압도적입니다. 먼저 탐지하고, 먼저 발사하고, 먼저 격추하는 경쟁에서 AI는 인간보다 빠릅니다. DARPA의 AIR(Artificial Intelligence Reinforcements) 프로그램은 다중기 BVR 공중전에서의 전술 자율성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협동 교전(CEC)이 더해지면 BVR은 더욱 치명적이 됩니다. 상황을 그려보십시오. 나는 레이더를 끄고 적의 측면으로 우회합니다. 저 멀리 앞서 나간 나의 스텔스 무인 윙맨이 적기를 탐지합니다. 그 정보는 실시간으로 내 미사일에 입력됩니다. 나는 적을 보지도 않고, 적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지도 않은 채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뒤쪽으로 쏠 수도 있습니다(High Off-Boresight). 발사된 미사일은 내 전투기의 유도가 아니라, 전방에 있는 무인기 또는 우주의 위성이 보내주는 정보를 받아 적에게 날아갑니다. 적기 조종사 입장에서는 RWR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죽음이 빗발치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쏜 거야?"라는 유언을 남길 새도 없이 격추됩니다. 이것이 '침묵의 암살’입니다.
미국의 AIM-260 JATM(합동 선진 전술 미사일)은 PL-15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습니다. 사거리와 성능은 기밀로 분류되어 있지만, PL-15를 능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러시아의 KS-172는 400킬로미터 이상의 교전 거리를 주장하며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자랑합니다. 유럽의 미티어는 조절 가능한 램제트 추진으로 확장된 회피 불가능 구역을 형성합니다. 이것은 BVR 군비 경쟁입니다.
이 모든 기술적 진보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결정은 누가 하는가? AI가 "적기 확실, 격추 확률 99퍼센트"라고 띄웠을 때, 방아쇠를 당기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DARPA의 ACE 프로그램이 '신뢰(Trust)'와 '인간-기계 협업'을 핵심으로 두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스템이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이 믿지 못하면, 인간은 결정을 지연시킵니다. 지연은 BVR에서 곧 패배입니다.
AI는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의 후보군을 실시간으로 정렬합니다. "지금 발사하면 명중 확률 45퍼센트, 10초 더 접근해서 쏘면 85퍼센트. 하지만 10초 더 접근하면 적의 반격 확률이 20퍼센트에서 60퍼센트로 증가함." 이런 계산을 사람은 숨 쉬는 것처럼 못 합니다. AI는 합니다. 전장은 결국 그 차이를 비용으로 청구합니다.
BVR 혁명의 결론은 단순하고 불쾌합니다. 미래의 에이스 파일럿은 최고의 비행 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최고의 알고리즘을 신뢰하고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하늘은 더 넓어졌지만, 결정의 창은 점점 좁아집니다. 그 좁아진 창을 먼저 잡는 쪽이 삽니다. 탑건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하늘의 지배자는 더 이상 조종간을 가장 잘 돌리는 파일럿이 아닙니다. 가장 똑똑한 알고리즘과 가장 먼 거리에서 먼저 쏘는 미사일을 가진 자가 하늘을 지배합니다.
4. 고가 소수 vs 저가 다수: 소모성 무인기의 전략적 가치
고도 3만 피트, 적의 영공에 진입하는 순간 조종석 안은 긴장으로 가득 찹니다.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날카로운 비프음을 토해내고, 적의 지대공 미사일이 활주로를 떠났다는 신호가 들려옵니다. F-16의 조종간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납니다. 그 순간 파일럿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돕니다.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 수천만 달러짜리 기체와 수년간의 훈련을 받은 조종사,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잃는다는 것은 군사적으로 재앙에 가깝습니다.
이라크와 발칸의 하늘을 누비던 시절, 우리는 언제나 숫자에서 열세였습니다. 적의 방공망은 빽빽했고, 아군 전투기는 한 대 한 대가 금처럼 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 자체가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전장은 그때와 다릅니다. 적은 더 이상 우리의 비싼 전투기 한 대를 격추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수백 발의 값싼 미사일을 쏘아대며, 우리가 경제적으로 파산하기를 기다립니다.
이것이 바로 '비용 교환비'라는 잔인한 수학입니다. F-35 라이트닝 II 한 대의 가격은 1억 달러를 훌쩍 넘습니다. 적이 20억 원짜리 미사일로 이 기체를 격추한다면? 전술적으로는 우리가 잘 싸웠을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적이 웃고 있는 셈입니다. 마치 체스에서 폰 하나로 퀸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이 불리한 수학 공식을 뒤집을 카드가 필요했습니다.
그 카드가 바로 '소모성 무인기'입니다. 영어로는 'Attritable UAV'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모성'이라고 해서 휴지처럼 쓰고 버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하는 것이 목표지만, 혹시 격추되더라도 전략적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체스에서 폰을 희생하듯이, 킹이나 퀸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2024년 4월, 미 공군은 협동전투기(CCA)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 참여 업체로 앤듀릴과 제너럴 아토믹스를 선정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하는 YFQ-44A 퓨리와 YFQ-42A는 F-35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생산됩니다. 2025년 5월 현재, 이 무인기들은 지상 테스트를 마치고 첫 비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 공군은 2029년까지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89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내가 탄 F-35가 적진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내 앞에는 4대의 무인기가 편대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적의 레이더가 켜지는 순간, 나는 무인기 1호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가서 저 레이더를 교란해라." 무인기 2호에게는 "미끼가 되어 적의 미사일을 유인해라"라고 지시합니다.
적의 방공 운용사는 혼란에 빠집니다. 스크린에 갑자기 다섯 개의 표적이 나타났는데, 무엇이 진짜 위협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소모하며 가짜 표적을 쫓는 동안, 나는 안전한 후방에서 나머지 무인기에게 타격 명령을 내립니다. 무인기들은 적의 레이더 기지를 향해 돌진하고,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킵니다.
이 전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역사 속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중세 전장에서 기사는 값비싼 갑옷을 입고 말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귀족이었고, 한 명을 잃는 것은 영지 하나를 잃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전장의 맨 앞줄에는 싸고 많은 창병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들이 적의 화살을 받아내는 동안, 기사는 결정적인 순간에 돌격했습니다. 6세대 공중전은 이 원리를 디지털 시대에 되살린 것입니다.
호주의 MQ-28 고스트 배트는 이 개념을 현실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1.7미터 길이에 500킬로그램의 무장을 탑재하고, F/A-18이나 F-35와 함께 편대 비행을 합니다. 2025년 현재 100회 이상의 시험비행을 완료했고, 곧 공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에 돌입합니다. 이 무인기는 정찰, 전자전, 직접 전투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터키의 바이락타르 크즐엘마도 주목할 만합니다. 마하 0.9의 속도를 내며, 내부 무장창과 외부 하드포인트를 갖췄습니다. 2024년 대량생산에 들어갔고, 위성 통제로 완전 자율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한때 드론 강국은 미국과 이스라엘뿐이었지만, 이제 세계 여러 나라가 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GJ-11 공격형 스텔스 무인기는 J-20 전투기의 윙맨으로 활동하며, 미군의 CCA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거대한 제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저가형 무인기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FH-97A는 8발의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하고, 로켓 부스터로 활주로 없이 이륙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장의 지리적 제약을 무너뜨립니다.
대한민국 공군도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KF-21 보라매 복좌형은 후방석 조종사가 무인기 편대를 통제하는 지휘기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2030년대 초반을 목표로, FA-50 경공격기가 다수의 소모성 무인기를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 중입니다.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가오리-X 계열의 스텔스 무인기는 한국형 '충성스러운 윙맨'이 될 것입니다.
왜 이것이 중요할까요? 우리는 북한의 밀집된 방공망과 대량의 재래식 전력을 상대해야 합니다. 값비싼 F-35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합니다. 개전 초기, 적의 방공망을 제압하는 임무는 조종사의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하지만 소모성 무인기가 먼저 들어간다면? 우리 조종사들은 훨씬 안전한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명확합니다. XQ-58A 발키리를 연간 250대에서 500대 생산하면 대당 가격이 20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집니다. 같은 예산으로 F-35 두 대를 사느냐, 발키리 100대를 사느냐의 선택입니다. F-35 두 대는 동시에 두 지점만 공격할 수 있습니다. 발키리 100대는 50개 지점을 동시에 타격하거나, 10개 지점에 각각 10대씩 집중 투입할 수 있습니다.
스웜, 즉 벌떼 전술의 진정한 위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적의 레이더 스크린에 수십 개의 표적이 나타날 때, 그들의 방공 체계는 마비됩니다. 어느 것을 먼저 쏴야 할지 결정하는 동안 귀중한 시간이 흐릅니다. 그 혼란 속에서 진짜 포식자인 유인 전투기가 결정적인 일격을 가합니다.
미 공군 참모총장 케네스 윌스바흐 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CCA는 적을 혼란에 빠뜨려 제공권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요. 그리고 2025년 미 공군 보고서는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CCA는 유인 전투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요. 5세대 전투기와 짝을 이뤄 미래의 고강도 전장을 지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요.
조종사로서 솔직히 말하자면, 내 윙맨이 인간이 아닌 기계라는 사실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냉혹한 전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적의 미사일은 날로 정교해지고, 우리의 파일럿과 비싼 전투기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무인기는 잠들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가족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고가의 유인 전투기가 '쿼터백'이 되어 전장을 지휘하고, 저가의 소모성 무인기들이 '라인배커'와 '리시버'가 되어 몸을 던집니다. 이것이야말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적의 경제를 파탄 내며, 궁극적으로 하늘을 지배할 수 있는 길입니다. "양은 그 자체로 일종의 질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은 AI 시대의 공중전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습니다.
탑건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탑건은 이제 혼자 날지 않습니다. 그는 강철의 군단을 거느린 지휘관이 되어 하늘을 지배할 것입니다.
5 생성형 AI의 적용: 임무계획·정비·정보분석 자동화
영화는 조종사들이 멋지게 기동하는 장면만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의 파일럿 생활은 90%의 서류 작업과 10%의 비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비행 한 시간을 위해 서너 시간 동안 임무 계획을 짜고, 두꺼운 정보 보고서를 읽고, 정비 기록을 뒤적여야 합니다. 이 과정은 지루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갉아먹습니다.
새벽 3시 작전 브리핑룸. 커피는 항상 쓰고, 형광등 불빛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지도 위에 적의 방공망 위치를 표시하고, 연료 소모량을 계산기로 두드리고, 비행 경로에 펜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SA-6 미사일의 사거리 25킬로미터, SA-3은 30킬로미터, 조기경보레이더 탐지거리 150킬로미터. 이 모든 숫자를 머릿속에 구겨 넣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일 임무였습니다. 여러 대의 항공기가 협업하는 복합 임무라면? 하루가 모자랐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2025년 3월, 미 국방혁신부(DIU)는 '썬더포지'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스케일 AI, 앤듀릴, 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개발한 이 시스템은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유럽사령부에 먼저 배치됩니다. 지휘관이 "A 지점의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라"고 입력하면, AI는 수천 개의 변수를 분석하여 수십 개의 작전 시나리오를 순식간에 생성합니다.
미 육군 소장 로버트 클로드의 말에 따르면, DASH-2라는 훈련에서
인간 참모들이 16분 동안 세 가지 작전안을 만들었습니다.
반면 AI는 8초 만에 열 가지 작전안을 내놓았습니다.
인간보다 400배 빠른 속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AI가 만든 계획 중 일부는 현실성이 없었습니다. 어떤 센서가 어떤 날씨에서 작동하는지 같은 세부 사항을 무시해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민간 챗봇의 '환각'보다 훨씬 위험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역할입니다. AI는 초안을 만들고 옵션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려야 합니다. 파이토 AI라는 스타트업은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창업자 마이클 미언은 전직 해병대 정보장교였습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계획을 짜는 데 며칠이 걸리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파워포인트로 지도와 표와 문서를 조립하는 방식 말입니다.
파이토 AI의 시스템은 48단계로 이루어진 임무 분석 과정을 몇 분 만에 완료합니다. 하지만 챗봇처럼 대화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군인들이 익숙한 템플릿 구조를 사용하고, AI 에이전트들이 협업하여 계획을 생성합니다. 초안이 나오면 인간 기획자가 검토하고 수정합니다. 신뢰도 점수가 함께 제시되어 어떤 정보가 확실하고 어떤 정보가 불확실한지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12월, 미 국방부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GenAI.mil'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300만 명의 군인, 공무원, 계약자 모두에게 생성형 AI 도구를 제공한 것입니다. 구글 제미니를 시작으로, 앞으로 여러 첨단 AI 모델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미국 국방장관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미국 전쟁의 미래는 여기 있다. 그것은 AI라고 불린다.”
국방부 수석기술책임자 에밀 마이클은 이 AI 도구가 세 가지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첫째는 일상적인 행정 업무입니다. 문서 작성, 연구 조사, 영상 분석 같은 일들입니다. 둘째는 정보 분석입니다. 위성 사진, 드론 영상, 통신 감청 자료를 빠르게 처리하여 적의 의도를 파악합니다. 셋째는 전투 관련 기능입니다. 병참 계획, 전투 시뮬레이션 같은 작업입니다.
정비 분야에서의 변화는 조용하지만 혁명적입니다. 전투기는 땅에 있으면 비싼 고철일 뿐입니다. 공군력의 핵심은 가동률, 즉 얼마나 자주 하늘에 띄울 수 있는가입니다. 과거의 정비는 '고장 나면 고치는' 방식이었습니다. 조금 나아진 방식은 '500시간마다 부품을 교체하는' 예방 정비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비효율적입니다. 어떤 엔진은 700시간에 고장 나고, 어떤 엔진은 1,200시간을 거뜬히 견딥니다.
2025년 12월, 록히드 마틴과 맨테크는 AI 기반 항공기 유지보수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전투기 곳곳에 심어진 센서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합니다. 엔진 온도, 진동 패턴, 유압 압력, 연료 소모율. 현대 군용기는 비행 한 번에 500기가바이트의 센서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인간이 이 모든 것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AI는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습니다. "3번 엔진 터빈 블레이드의 진동 패턴이 평소와 다릅니다. 48시간 내에 고장 날 확률이 78%입니다." 이런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딜로이트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반 예측 정비는 예상치 못한 가동 중단을 5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미 공군의 'PANDA' 시스템은 이미 3,0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C3 AI와 아마존 웹 서비스가 공동 개발한 이 시스템은 부품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며, 정비 일정을 최적화합니다. 정비사가 "부품이 필요하겠는데?"라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새 부품이 기지에 도착해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생성형 AI가 수만 페이지의 기술 교범을 학습한다는 점입니다. 신입 정비병이 증강현실 고글을 쓰면, AI가 화면에 수리 절차를 실시간으로 띄워줍니다. "이 볼트를 먼저 풀고, 저 배선을 확인하라."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말로 물어봅니다. AI는 해당 매뉴얼 페이지를 즉시 찾아 요약해줍니다. 이것은 베테랑 정비사의 노하우를 디지털화하여 모든 정비병에게 전달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보 분석에서 생성형 AI의 역할은 더욱 결정적입니다. 현대 전장은 정보의 홍수입니다. 위성 사진, 드론 영상, 통신 감청, 소셜 미디어까지.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는 그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국가지리정보국(NGA) 국장은 이제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은" AI 생성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I는 실시간 영상 처리와 다중 센서 융합을 수행합니다. 여러 드론과 위성에서 들어오는 영상을 통합해 전장 상황을 3D로 재구성합니다. "신형 장갑차 12대, 좌표 X-Y, 이동 방향 북동쪽, 속도 시속 40킬로미터." 이런 정보가 실시간으로 조종사에게 전달됩니다. AI는 장난감 트럭과 실제 군용 트럭을 구분하고, 미끼와 실제 레이더를 가려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기술의 실전 활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드론 개발자들은 소형 드론에 간소화된 AI 알고리즘을 탑재했습니다. 드론이 표적까지 마지막 수백 미터를 스스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후방에서는 대용량 AI 모델이 전선 센서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이 '앞뒤 협업' 방식은 미군도 탐구 중인 모델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F-16을 몰면서 동시에 수십 개의 시스템을 모니터링해야 했습니다. 레이더, 무장, 연료, 항법, 통신, 위협경보. 머리는 적기를 추적하고, 손은 조종간을 쥐고, 눈은 계기판을 훑습니다. 인지 부하가 극한에 달합니다. 생성형 AI는 이 부담을 덜어줍니다. "가장 위협적인 표적은?" "5시 방향 15킬로미터." 두 마디로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습니다.
우려도 있습니다. AI가 환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없는 적을 있다고 보고하거나, 중요한 위협을 놓칠 수 있습니다. 미군 예비역 한 명은 GenAI.mil을 사용하면서 "AI 슬롭", 즉 저품질의 일반적인 결과물을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교리 용어가 포함되지 않았고, 많은 다듬기가 필요했습니다. 또 다른 우려는 데이터 유출입니다. 사용자들이 더 좋은 답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은 맥락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전술, 기밀, 계획 세부사항까지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챗봇으로 문제를 생각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요. 진짜 군사적 우위를 제공할 AI 시스템은 공개적으로 발표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수년간 개발 중이며, 훨씬 정교한 형태로 배치될 것입니다.
대한민국도 국방생성형 AI 개발에 나섰습니다. 보안이 생명인 군사 정보를 외부 서버에 넘길 수 없기에, 국방 내부망에 우리만의 AI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한국어의 뉘앙스와 우리 군의 독특한 교리, 작전 환경을 이해하는 한국형 국방 AI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실리콘 참모'와 함께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의 환각을 걸러내고, 윤리적 책임을 지며, 최종 결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임무 계획, 정비, 정보 분석이라는 전쟁의 세 기둥에서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효율성은, 스텔스 성능이나 첨단 무기만큼이나 강력한 보이지 않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엑셀 파일과 파워포인트로 전쟁을 준비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미래의 전쟁은 알고리즘 대 알고리즘의 대결입니다.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파일럿만큼이나, 지하 벙커에서 AI 서버를 관리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대. 그것이 6세대 국방의 모습입니다.
제7부 알고리즘 전쟁의 윤리와 법
1 자율살상무기(LAWS) 논쟁: 방아쇠는 누가 당기는가?
고도 3만 피트, 속도 마하 1.2. 캐노피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고, 조종석 안에서는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가 쉬지 않고 삐걱거립니다. 적의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가 나를 물었습니다. 이 순간 내 손가락은 조종간 위의 빨간 버튼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무기 발사 버튼입니다. 그 금속의 차가운 감촉. 심장이 미친 듯이 뜁니다.
이때 나는 묻습니다. 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가?
표적이 맞는가? 민간인은 없는가? 아군은 안전한가? 수백 번의 훈련과 실전이 내 판단을 돕습니다. 그리고 결심합니다. 발사. 미사일이 레일을 박차고 날아갑니다. 그 결과가 어떻든 책임은 내 것입니다. 그것이 전투기 조종사로서 20년간 지켜온 규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규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율살상무기시스템, 영어로 LAWS(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s)라 불리는 기계들이 전장에 나타났습니다. 이 기계들은 인간의 명령 없이 스스로 표적을 찾고, 스스로 추적하고, 스스로 파괴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터미네이터를 생각하실 수 있지만, 현실은 더 조용하고 더 무섭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롭(Harop) 드론을 보십시오. 이 녀석은 하늘을 배회하다가 적의 레이더 신호를 감지하면 스스로 돌진해서 자폭합니다. 터키의 카구-2(Kargu-2) 드론은 리비아 내전에서 후퇴하는 병사들을 인간의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추적해 공격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것은 2020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벌써 5년 전 이야기입니다.
2024년, 유엔 총회는 자율살상무기에 관한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채택했습니다. 166개국이 찬성하고, 단 3개국만 반대했습니다. 벨라루스, 북한, 러시아. 이 결의안은 국제인도법이 자율무기의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적용되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156개국이 다시 한번 자율무기 규제에 찬성했습니다. 국제 사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왜 이것이 문제일까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도덕적 결정입니다. 중세 기사가 검을 휘두를 때, 그는 상대방의 눈을 보았습니다. 상대가 항복하면 검을 거두었습니다. 로마 병사가 글라디우스를 겨눌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간은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망설임이라는 것을 압니다.
기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에서 AI가 인간 조종사를 5대 0으로 이겼을 때, 그 AI에게는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두려움도 없었고, 자비도 없었습니다. 오직 수학적 최적값만 있었습니다.
적을 파괴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 만약 그 상대가 항복의 몸짓을 했다면? AI는 알아채지 못했을 겁니다. 코드에 "항복 제스처 인식"이라는 줄이 없다면 말입니다.
찬성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기계는 피곤하지 않습니다. 공포에 질리지 않습니다. 복수심에 불타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인간 군인들은 때때로 전쟁의 스트레스 속에서 끔찍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민간인을 오인 사살하기도 하고, 감정에 휩쓸려 교전 수칙을 어기기도 합니다. 기계는 입력된 규칙을 칼같이 지킬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요.
하지만 전쟁은 이론이 아닙니다. 전쟁은 혼돈입니다.
이라크 상공을 날 때를 생각해봅니다. 지상에 총을 든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적군인가요? 아니면 가족을 지키려는 민간인인가요? 혹은 아군과 협력하는 현지 정보원인가요? 인간 조종사는 맥락을 봅니다. 총구가 어디를 향하는지, 주변에 아이들이 있는지, 그의 행동이 공격적인지 방어적인지. AI는 픽셀과 패턴만 봅니다. 0과 1로 세상을 분류합니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전쟁의 문턱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은 정치인들에게 달콤한 유혹입니다. 관에 국기를 덮어 고향으로 보내는 일이 없다면, 전쟁을 결정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부서진 고철만 돌아온다면, 언론의 비난도 줄어들 것입니다. 국가는 더 자주, 더 가볍게 무력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끝없는 알고리즘 분쟁의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제 사회는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편에는 완전 금지를 주장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세르비아, 키리바시 같은 나라들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인간의 통제 없는 살상 무기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모독입니다." 다른 한편에는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처럼 이미 이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기존 국제법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의미 있는 인간 통제"라는 표현조차 거부합니다.
2025년, 유엔 정부 전문가 그룹(GGE)은 "롤링 텍스트"라 불리는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합의 가능한 규제 요소들을 모은 초안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율무기는 예측 가능하고, 추적 가능하고, 설명 가능해야 한다. 인간 감독자는 언제든 시스템을 중단시킬 수 있어야 한다. 민간인 밀집 지역에는 배치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묻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자의 자격은 무엇인가?
조종사로서 나는 그 자격이 책임감이라고 믿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 결과에 대한 무게를 내가 짊어집니다. 잠 못 드는 밤, 악몽, 평생의 기억. 그것이 인간 전사의 십자가입니다. 기계는 그 무게를 모릅니다. 코드에 "죄책감"이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우리는 기계에게 효율을 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혼까지 팔아서는 안 됩니다.
2. Human-in-the-loop
조종석은 좁습니다. 어깨를 돌리면 캐노피에 닿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 안에서 조종사는 수백 가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속도, 고도, 연료, 적의 위치, 아군의 위치, 무장 상태, 통신 내용. 이 모든 것이 1초 단위로 변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레이더가 적을 찾아주고, 컴퓨터가 발사 솔루션을 계산해주고, 경보 장치가 위협을 알려줍니다. 이 모든 도움 덕분에 조종사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의 끝에서,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손가락입니다. 이것이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의 핵심입니다.
이 개념을 처음 들으면 간단해 보입니다. 기계가 표적을 찾고, 조준하고, 모든 준비를 마쳐도, 마지막 "발사" 명령은 인간이 내린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입니다. 인간이 각 교전 행위를 직접 승인합니다. 기계가 "저기 표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인간이 "맞다, 발사해"라고 결정합니다.
두 번째는 휴먼 온 더 루프(Human-on-the-loop)입니다. 기계가 스스로 작동하지만, 인간이 감시합니다. 뭔가 잘못되어 보이면 인간이 개입해서 중단시킵니다. 일종의 감독관 역할입니다.
세 번째는 휴먼 아웃 오브 더 루프(Human-out-of-the-loop)입니다. 인간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기계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알아서 합니다.
문제는 현대 전장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마하 5 이상으로 날아옵니다. 수백 대의 드론이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이 상황에서 인간이 일일이 승인 버튼을 누를 시간이 있을까요? 인간의 반응 속도는 약 0.2초에서 0.3초입니다. 기계는 나노초 단위로 판단합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가 기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입니다.
미 국방부는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국방부 지침 3000.09는 자율무기 시스템이 "적절한 수준의 인간 판단"을 허용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루프 안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식 정책은 이 모호한 표현을 피합니다. 대신 "인간 판단의 행사"를 요구합니다.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의미 있는 인간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라는 표현에 반대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 표현이 현실적이지 않은 수준의 인간 감독을 암시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반자율 정밀유도무기들도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2024년 11월, CCW 정부 전문가 그룹의 "롤링 텍스트"는 "맥락에 적합한 인간 판단과 통제"라는 표현을 포함시켰습니다. 이것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인간 통제의 수준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의 공격은 더 엄격한 인간 감독이 필요할 것입니다. 공해상에서의 대함 미사일 요격은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허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의 국제 논의는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경고합니다. "의미 있는 인간 통제는 공격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시점에 행사되어야 합니다. 미리 설정된 매개변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비례성 원칙을 준수하려면, 무기 사용자가 그 공격의 순간에 민간인 피해가 군사적 이익에 비해 과도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말입니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봅시다.
가자지구 작전에서 이스라엘은 "라벤더(Lavender)"와 "복음(Gospel)"이라는 AI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이 시스템들은 하마스 대원들을 식별하고 표적 목록을 생성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인간 분석가가 AI의 추천을 승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0초였습니다. 20초. 이 짧은 시간에 인간이 AI의 판단 근거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었을까요?
이것이 바로 "고무도장" 문제입니다.
인간이 루프 안에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통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형식적으로 승인 버튼만 누르는 것은 진정한 통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책임 회피를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인간 통제는 AI의 판단을 이해하고, 필요하면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첫째,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가 필요합니다. AI가 "저것이 표적입니다"라고 말할 때,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인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레이더 신호 패턴이 적의 SAM 사이트와 93% 일치합니다. 열 신호는 차량 엔진과 일치합니다. 아군은 반경 10킬로미터 내에 없습니다." 이런 설명이 있어야 인간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중단 권한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무슨 상황에서든 인간이 "중지!"를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계는 즉시 멈춰야 합니다. 통신이 끊기거나 데이터가 이상할 때는 기계가 스스로 공격적 행동을 중단하고 안전 모드로 들어가야 합니다.
셋째, 훈련이 필수입니다. 조종사와 지휘관은 AI 시스템의 능력과 한계를 완전히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종류의 기만에 취약한지. 블랙박스를 그냥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나는 이것을 "켄타우로스 모델"이라 부릅니다.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는 반인반마입니다. 말의 힘과 속도에 인간의 지혜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미래의 전투기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AI가 수천 가지 정보를 처리하고 옵션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큰 그림을 보고 결정을 내립니다. 기계의 효율과 인간의 판단이 결합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판단의 최종 권한은 인간에게 남아야 합니다.
우리가 기계에게 방아쇠를 넘기는 순간, 우리는 전쟁에서 인간성을 잃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잊게 되고, 살인이 단순한 데이터 처리로 전락합니다. 그것은 기술의 승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문명의 패배입니다.
3 AI의 오폭은 누구의 책임인가?
1991년 2월 25일, 걸프전이 한창이던 사우디아라비아 다란(Dhahran) 기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이 날아왔습니다.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이 작동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소프트웨어 버그였습니다. 시스템의 시계가 100시간 이상 연속 가동되면서 오차가 누적되었고, 미사일을 추적하지 못한 것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28명의 미군이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었을까요?
패트리엇 시스템을 만든 레이시온(Raytheon) 회사? 버그를 발견하지 못한 프로그래머들? 시스템을 100시간 넘게 재부팅하지 않은 운용 부대? 아니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때 배포하지 않은 국방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질문은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직 자율무기도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었습니다. 자율살상무기(LAWS)가 스스로 결정해서 민간인을 공격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이것이 "책임의 공백(Accountability Gap)”입니다.
현재 국제법은 인간의 행위와 의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마 규정 제25조는 개인의 형사 책임을 규정합니다. 제30조는 범죄 성립에 "의도와 인식"이 필요하다고 명시합니다. 그런데 기계는 의도를 가질 수 없습니다. 알고리즘은 감옥에 갈 수 없습니다.
2024년 12월, ICC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혐의 중에는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전쟁범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AI 표적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ICC가 AI 관련 전쟁범죄를 직접 다루는 첫 번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장애물이 많습니다.
로마 규정 제30조의 "의도와 인식" 요건은 엄격합니다. 2014년 카탕가(Katanga) 사건에서 ICC는 미필적 고의(dolus eventualis), 즉 해로운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그 위험을 감수하는 것만으로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이것은 자율무기 운용에서 치명적인 허점을 만듭니다. 누군가가 "AI가 그랬어요"라고 말할 때, 그의 "의도"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연구자 마르타 보(Marta Bo)는 이 문제를 깊이 분석했습니다. 그녀는 자율무기 배치에서 불법적 결과가 예견 가능하더라도, 구체적 의도를 가진 식별 가능한 행위자가 없다면 기소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첫 번째 용의자는 지휘관입니다. 국제법에는 "상관 책임(Command Responsibility)"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지휘관이 부하의 범죄를 알았거나 알았어야 했는데 막지 않았다면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AI 시스템에 이 원칙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지휘관이 블랙박스 알고리즘의 모든 판단을 "알았어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용의자는 개발자입니다. 코드를 작성한 프로그래머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하지만 딥러닝 기반 AI는 블랙박스입니다. 개발자 자신도 AI가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100% 설명할 수 없습니다. 수백만 번의 시뮬레이션에서 완벽했던 시스템이, 실제 전장의 예측 불가능한 변수 때문에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고의일까요? 과실일까요?
세 번째 용의자는 방산 기업입니다. 무기를 제조하고 납품한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방산 계약에는 면책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방산 기업은 국가의 보호를 받습니다. 현재 국제법으로는 기업을 전쟁범죄로 기소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네 번째 용의자는... 기계 자체일까요?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AI를 법정에 세울 수는 없습니다. 알고리즘에게 "유죄"를 선고해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모두가 관여했지만, 아무도 직접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2024년 유엔 총회 결의안 79/239는 중요한 발전입니다. 이 결의안은 AI가 군사 영역에서 사용될 때 국제인도법이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적용된다고 확인했습니다. 또한 국제형사법을 적용 가능한 법체계에 추가했습니다. 이것은 개인 형사 책임이 적절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해결책을 향한 노력들이 있습니다.
첫째, "디지털 감사 추적(Digital Audit Trail)"입니다.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AI가 내린 모든 결정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왜 그 시점에, 그 표적을, 적으로 식별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했는지. 어떤 대안을 검토했는지. 이 기록이 있어야 사후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둘째, 국가 책임의 강화입니다. 개인이 아닌, AI 무기를 운용한 국가 자체가 국제법적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각국 정부는 AI 무기 도입에 더 신중해질 것입니다.
셋째, 무기 법적 검토의 의무화입니다. 제네바 협약 추가의정서 I 제36조는 새로운 무기에 대한 법적 검토를 요구합니다. AI 무기의 경우 이 검토가 더욱 중요합니다. 시스템이 국제인도법의 구별 원칙과 비례성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2025년, ICRC(국제적십자위원회)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강조했습니다.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AI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입니다." AI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 남아야 합니다.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조종사로서 나는 내 행동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내가 실수로 민간인을 공격한다면, 그 짐을 평생 안고 갈 것입니다. 군사법정에서 판단을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전사의 명예입니다. 하지만 AI 윙맨이 저지른 일 때문에 내가 감옥에 가야 한다면? 그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AI의 오폭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정의가 아닙니다.
법은 항상 기술보다 느립니다. 하지만 법이 없으면 정글만 남습니다.
전쟁에서도 법은 존재해야 합니다. 우리가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피를 흘리는 것은 인간입니다. 법은 그 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여야 합니다.
4. 해킹과 기만
고도 3만 피트 상공,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행하던 어느 날 밤을 기억합니다. RWR, 즉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적의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가 저를 잡은 것입니다. 그 순간 제가 믿을 수 있는 건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눈앞에서 번쩍이는 계기판의 숫자들, 그리고 수천 시간 비행 경험에서 축적된 제 직감이었습니다. 숫자가 거짓말을 하면, 직감이 잡아줍니다. 직감이 흔들리면, 숫자가 바로잡아줍니다. 이 두 가지의 균형 덕분에 살아서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AI 파일럿에게는 직감이 없습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AI는 데이터로 세상을 봅니다. 레이더가 보내주는 신호, 적외선 센서가 잡아내는 열원, 데이터 링크를 통해 들어오는 아군의 위치 정보. 이 모든 것이 0과 1의 조합으로 AI의 두뇌에 입력됩니다. 입력값이 정확하다면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합니다. 하지만 입력값이 거짓이라면? AI는 그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아킬레우스라는 영웅이 나옵니다. 그는 무적의 전사였습니다. 어머니가 그를 스틱스 강에 담가 불사의 몸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를 들고 있던 발뒤꿈치만은 강물에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킬레우스는 그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아무리 강한 자에게도 약점은 있다는 교훈입니다. AI 파일럿의 발뒤꿈치는 바로 '데이터'입니다. 적이 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오염시킬 수 있다면, 무적의 AI 전사는 한순간에 무력해집니다.
적대적 공격, 눈 뜨고 당하는 환각
가장 소름 끼치는 위협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적대적 공격(Adversarial Attack)'이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AI는 사물을 인식할 때 픽셀, 즉 화면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점들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수백만 장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 패턴이면 탱크다", "저런 패턴이면 트럭이다"라고 학습합니다. 그런데 적이 탱크 표면에 인간의 눈으로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아주 미세한 무늬를 그려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무늬는 AI의 신경망 구조를 역으로 분석해서 만든 '맞춤형 독'입니다. 인간의 눈에는 여전히 탱크로 보입니다. 하지만 AI의 눈에는 그 탱크가 '스쿨버스'나 '양떼' 혹은 단순한 '바위'로 인식됩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제가 AI 윙맨에게 명령합니다. "전방의 적 전차를 공격하라." 그런데 AI가 대답합니다. "전방에는 민간 차량밖에 없습니다." 분명히 60톤짜리 강철 괴물을 보고 있는데, 제 옆의 AI 동료는 그것을 보지 못합니다. 이것은 기계의 고장이 아닙니다.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적이 기계의 눈에 환각을 불어넣은 것입니다.
2024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장에서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블루팀의 AI 지원 화력 부대가 레드팀의 포대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훈련 통제관이 상황을 멈췄을 때 드러난 진실은 참담했습니다. 블루팀 화력 부대의 절반 이상이 이미 파괴된 상태였습니다. 레드팀 지휘관은 사격장에 가짜 포대와 가짜 신호를 뿌려놓았던 것입니다. 블루팀의 AI는 유령을 향해 사격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켰습니다.
반대 상황은 더 끔찍합니다. 적이 민간 병원이나 학교 지붕에 특수한 패턴을 투사해서 AI가 그것을 '미사일 발사대'로 오인하게 만든다면? 우리의 AI 윙맨은 주저 없이 그곳을 타격할 것입니다. 오폭입니다. 민간인들이 죽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이것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전쟁의 본질을 뒤흔드는 문제입니다.
데이터 오염, 우물에 독을 타다
더 교활한 공격이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어지는 공격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데이터 오염(Data Poisoning)'이라고 부릅니다. 우물에 몰래 독을 타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랍니다. 수백만 번의 시뮬레이션, 수천만 장의 사진, 수억 개의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학습합니다. 그런데 만약 적의 사이버 부대가 우리의 학습 데이터 서버에 몰래 침투해서 아주 미세한 오류를 심어놓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적은 평시에 정상적으로 작동하다가 특정한 조건에서만 오작동하도록 AI를 '조련'할 수 있습니다. 붉은색 연막탄을 감지했을 때만, 혹은 특정 주파수의 전파가 들릴 때만, 혹은 특정 날짜가 되었을 때만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백도어(Backdoor)'라고 합니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던 AI가, 전쟁이 터지고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가 됩니다. 아군을 적으로 오인하거나, 적기를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아예 추락해버립니다.
이것은 트로이 목마의 디지털 버전입니다. 고대 그리스 연합군은 거대한 목마 속에 병사들을 숨겨 트로이 성 안으로 들여보냈습니다.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밤이 되자 목마 속에서 병사들이 나와 성문을 열었고, 트로이는 멸망했습니다. 적이 우리 AI의 학습 과정에 '목마'를 숨겨놓았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 AI를 전장에 투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목마 속의 독이 발동합니다.
군사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위성 사진, 정찰 영상, 오픈 소스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데이터의 순수함을 완벽하게 검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적은 인터넷에 가짜 군사 장비 이미지를 대량으로 유포할 수 있습니다. 우리 AI가 그 이미지들을 학습하면, 적의 진짜 무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총 한 방 쏘지 않고도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고철 덩어리로 만드는 전략입니다.
스푸핑, 가짜 현실을 속삭이다
과거의 전자전은 시끄러운 소음으로 적의 귀를 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강력한 전파 방해로 레이더 화면을 눈보라 치듯 흐트러뜨렸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의 전자전은 다릅니다. 적에게 '가짜 현실'을 속삭이는 최면술입니다.
GPS 스푸핑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GPS는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아 자신의 위치를 계산합니다. 그런데 적이 위성보다 더 강한 가짜 GPS 신호를 보낸다면? AI 파일럿은 자신이 실제로 있는 곳과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고 착각합니다.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고 믿으면서 비행합니다.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폭탄을 투하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는 빈 들판입니다. 혹은 더 끔찍하게, 아군 기지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GPS 스푸핑은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드론들이 자신의 위치를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추락합니다. 2025년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대규모 GPS 교란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수백 대의 드론이 영향을 받습니다.
데이터 링크 해킹은 더 무섭습니다. AI 파일럿은 아군 지휘부와 데이터 링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임무 명령, 표적 좌표, 아군 위치 정보가 이 링크를 통해 전달됩니다. 적이 이 링크를 해킹해서 가짜 명령을 보낸다면? "편대, 즉시 180도 선회하여 귀환하라." 암호화된 채널로 들어온 명령입니다. AI는 의심 없이 기수를 돌립니다.
인간 조종사라면 "이 상황에서 귀환 명령이라니 이상하다"고 의심할 것입니다. 지휘부에 음성으로 재확인을 요청할 것입니다. 하지만 AI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다면 명령을 수행합니다. 융통성이 없다는 것, 그것이 기계의 한계입니다.
해킹, 디지털 조종석을 탈취하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 조종석'에 앉아 있습니다. F-35나 F-47 같은 최신 전투기들은 거대한 날아다니는 컴퓨터입니다. 수백만 줄의 코드가 기체를 움직입니다. 적의 해커가 네트워크를 타고 들어와 AI 시스템의 통제권을 탈취한다면? 그것은 적군이 제 뒷좌석에 타고 제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과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세상에는 완벽한 코드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이유입니다. 개발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안 구멍을 뒤늦게 막는 것입니다. 전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검사해도 어딘가에 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적이 그 틈을 먼저 찾아내면, F-47은 하늘을 나는 1,000억 달러짜리 벽돌이 되거나, 적이 조종하는 좀비 드론이 됩니다.
드론 스웜, 즉 군집 드론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수백 대의 드론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마치 한 마리 거대한 생물처럼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약점이 됩니다. 한 대만 해킹당해도 전체 군집이 오염될 수 있습니다. 마치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지듯, 악성 코드가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됩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25년 그들은 SABER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전장 효과적 강건성을 위한 인공지능 보안(Securing Artificial Intelligence for Battlefield Effective Robustness)'의 약자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적대적 공격, 사이버 공격, 전자전 공격에 대한 AI 시스템의 취약점을 평가하고 방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DARPA 관계자들은 현재 전장에 배치된 AI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신뢰의 붕괴, 가장 두려운 것
전투기 조종사로서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적이 아닙니다. '내 비행기를 믿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내 AI 윙맨이 해킹당했거나 기만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 그 윙맨은 더 이상 전력이 아니라 잠재적 위협이 됩니다.
제가 이라크 상공에서 와일드 위즐 임무를 수행할 때, 제 계기판과 제 눈, 둘 다를 믿었습니다. 계기판이 이상한 숫자를 보여주면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이상하면 계기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둘이 서로를 검증해주었습니다. 하지만 AI 파일럿은 센서가 보여주는 것만 압니다. 센서가 거짓을 말해도 그것을 '느낄' 수 없습니다.
알고리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는 AI의 성능뿐만 아니라 그 '강건성(Robustness)'을 확보해야 합니다. 적의 기만 전술에도 속지 않고, 데이터 오염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해킹 시도에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AI가 필요합니다. 미 국방부는 'AI 레드팀'을 운영합니다. 아군의 AI 시스템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해킹하여 취약점을 찾아내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AI가 실전에 배치되기 전에 수천, 수만 번의 디지털 시험을 견뎌내게 합니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최후의 보루는 인간이어야 합니다. AI가 "이것은 트럭입니다"라고 말할 때, 조종사는 자신의 직감과 경험으로 "아니야, 저건 위장된 탱크야"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킹과 기만의 위협 속에서, 인간의 직관은 AI의 오류를 잡아주는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우리가 기계에게 완전히 의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가 보는 것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합니다. AI는 아직 그 의심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알고리즘 전쟁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하늘의 지배자는 더 이상 가장 빠른 자가 아닙니다. 가장 속지 않는 자가 될 것입니다.
5. 군비 경쟁과 국제 규범: 수출통제와 기술 표준의 딜레마
1945년 7월 16일 새벽, 미국 뉴멕시코 사막에서 역사상 첫 번째 핵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그 섬광을 바라보며 힌두 경전의 한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로다." 인류는 그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두 번째 상자를 열고 있습니다.
AI 군비 경쟁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7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이것은 빈말이 아닙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국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를 통해 18개월에서 24개월 안에 수천 대의 자율 무기 시스템을 전장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닙니다. 국가의 생존이 걸린 전쟁입니다.
문제는 이 경쟁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개발하면 중국도 개발해야 합니다. 중국이 개발하면 러시아도 개발해야 합니다. "적이 로봇 군대를 갖는데 우리만 인간으로 싸울 것인가?" 이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국제 규범과 통제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전쟁, 21세기의 석유 금수 조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석유가 없으면 탱크도, 전투기도, 군함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일본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남방으로 진격했고, 결국 진주만을 공격했습니다. 석유가 전쟁의 흐름을 바꾼 것입니다.
오늘날의 석유는 반도체입니다. AI를 학습시키고 운용하려면 고성능 GPU, 즉 그래픽 처리 장치가 필수입니다. 엔비디아의 A100이나 H100 같은 칩은 이제 단순한 컴퓨터 부품이 아닙니다. 전략 물자입니다. 이 칩 없이는 대규모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없습니다. 자율 무인기의 두뇌를 만들 수 없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AI 능력을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해마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고성능 AI 칩 통제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칩의 총 계산 성능, 성능 밀도, 데이터센터 용도 설계 여부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통제 대상을 식별합니다. 중국이 첨단 군사 AI를 개발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물은 언제나 길을 찾습니다. 여러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저성능 AI 칩을 판매해서 규제를 우회했습니다. 미국이 허용 기준을 낮추면, 기업들은 기준 바로 아래의 성능으로 칩을 설계합니다. 규제와 우회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계속됩니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세관에서 잡을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물건이니까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어떻습니까? 알고리즘은 USB 메모리 하나에, 아니면 암호화된 이메일 한 통에 담겨 국경을 넘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는 오픈 소스 AI 모델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중국의 연구소들은 이미 미국의 오픈 소스 모델을 활용해 군사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저비용 AI 무기의 확산, 가난한 자의 공군
더 큰 악몽이 있습니다. 강대국 간의 경쟁이 아닙니다. 확산(Proliferation)입니다.
과거에 정밀 유도 무기나 스텔스기는 소수 강대국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수조 원의 개발비와 수십 년의 기술 축적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은 진입 장벽을 극적으로 낮추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500달러짜리 상업용 드론에 간단한 AI 소프트웨어를 얹어 수백만 달러짜리 탱크를 파괴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것은 비대칭 전력의 극대화입니다.
2025년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한 번의 공습에 수백 대의 드론이 날아듭니다. 9월 9일에서 10일 사이에는 800대의 공격 드론이 투입되었습니다. 그중 약 20대가 폴란드 영공까지 침범했고, NATO 방어망은 겨우 4대만 격추했습니다. 대규모 드론 공격 앞에서 전통적인 방공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이제 테러리스트나 범죄 조직도 위험해졌습니다. 대학원생 수준의 코딩 능력과 상용 드론만 있으면,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인물을 암살하거나 군중을 공격하는 자율 살상 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DIY 킬러 로봇'의 시대입니다. 공격의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기술이 민주화될수록, 공포도 민주화되고 있습니다.
국제 규범의 딜레마, 금지할 것인가 관리할 것인가
국제 사회는 이 위험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에서는 2014년부터 자율살상무기(LAWS)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도 합의는 요원합니다.
2024년 12월, 유엔 총회는 자율살상무기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166개국이 찬성, 3개국(러시아, 벨라루스, 북한)이 반대, 15개국이 기권했습니다. 결의안은 일부 자율살상무기를 금지하고 다른 것들은 규제하는 '이원적 접근법'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2026년까지 인간 통제 없이 작동하는 자율살상무기를 금지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같은 군사 강국들은 전면 금지에 반대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타격하여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미 개발 중인 첨단 무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권 단체와 일부 국가들은 다른 주장을 합니다. "기계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윤리적으로 타당한 말입니다. 키리바시 같은 작은 섬나라는 완전한 금지를 주장합니다. 이 나라는 1957년부터 1962년 사이에 33번의 핵실험을 겪었습니다. 새로운 무기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대한민국은 실용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LAWS 전면 금지에는 반대하며, '의미 있는 인간 통제(Meaningful Human Control)'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라는 실존적 위협과 인구 절벽이라는 현실 앞에서, 우리에게 AI 무기는 포기할 수 없는 생존 수단입니다.
CCW 회의는 합의제로 운영됩니다. 단 한 나라의 반대도 제안을 무산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년이 넘도록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것입니다. 규범을 만드는 것이 이토록 어렵습니다.
기술 표준의 전쟁, 누가 규칙을 정하는가
규범과 함께 중요한 것은 기술 표준입니다. 미래 전장은 모든 무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곳입니다. 미국의 JADC2(합동전영역지휘통제)나 한국의 유무인 복합체계가 성공하려면, 서로 다른 AI 시스템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통된 언어와 규칙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표준을 누가 정하느냐입니다. 미국은 자신들의 표준을 전 세계가 따르기를 원합니다. NATO 회원국들이 미국 장비와 호환되려면 미국 표준을 따라야 합니다. 2025년 NATO는 데이터 활용 전략을 발표하며 상호운용성과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 종속의 문제입니다.
유럽과 한국 등 독자적인 방산 능력을 갖춘 나라들은 고민합니다. 미국 표준을 따르면 연합 작전이 수월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기술에 종속됩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며 '주권 AI'를 외치고 있습니다.
표준의 딜레마는 이렇습니다. 표준이 강하면 안전과 상호운용은 좋아집니다. 대신 혁신 속도가 느려지고, 표준을 주도하는 나라가 규칙을 쥡니다. 표준이 약하면 각자 개발은 빨라집니다. 대신 전장에서 아군끼리 통신이 안 됩니다. 연결이 안 되는 순간, AI는 전력 승수가 아니라 고립된 장난감이 됩니다.
세계는 AI 기술 장벽에 의해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표준, 중국과 그 우방국들의 표준. 마치 냉전 시대의 철의 장막처럼, 디지털 장막이 세계를 가르고 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 앞에서
우리는 지금 1945년의 핵무기 개발자들과 비슷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기술이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도, 파멸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AI 군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가 멈춘다고 적들이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경쟁은 공멸을 부릅니다. 우리는 현명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첫째,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AI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 가능한 AI(XAI)와 보안 기술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DARPA의 SABER 프로그램처럼, 적의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AI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국제적 공조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테러리스트나 불량 국가에게 치명적인 AI 기술이 넘어가지 않도록 수출 통제와 확산 방지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더라도, 속도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셋째, 인간의 통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권한은 기계가 아닌 인간에게 남겨두는 'Human-in-the-loop' 원칙을 끝까지 고수해야 합니다. 이것은 윤리의 문제이자 동시에 생존의 문제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무기는 결국 우리 자신을 해칠 것입니다.
전투기 조종사로서 더 좋은 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무기는 원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 전쟁의 시대에도, 전쟁의 책임과 윤리는 결국 인간의 몫으로 남아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기계와 다른 점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선입니다.
조종석에서 국제 규범은 종이처럼 가볍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종이가 쌓이면, 무기 개발의 방향과 시장의 문이 바뀝니다. 알고리즘 전쟁의 시대에는 미사일만이 아니라 표준과 라이선스와 규정이 편대 비행을 합니다. 그걸 모르면, 전장에서 늦습니다. 늦으면 끝입니다.
제8부 미래 전망과 한국의 선택
1. 대기권 밖으로 확장되는 전장: 우주·사이버 영역 연동
고도 3만 피트. 캐노피 밖은 짙은 남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해갑니다. 산소 마스크 안쪽은 숨결로 축축해지고, 엔진의 진동이 등뼈를 타고 올라옵니다. 이 높이에서 세상은 고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속지 마십시오. 진짜 전쟁은 이제 당신의 머리 위 500킬로미터 궤도에서, 그리고 당신의 항전 장비 속 디지털 회로 안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F-16 와일드 위즐을 몰고 이라크의 방공망을 뚫던 시절, 전장은 눈앞에 펼쳐진 하늘이 전부였습니다. 적의 레이더가 나를 잡으면 미사일이 날아오고, 내가 먼저 찾으면 HARM을 쏴서 레이더 접시를 부숴버렸습니다.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조종석에 앉아 있는 파일럿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장은 대기권 밖으로 뻗어나갔고, 물리적 실체가 없는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무한히 확장되었습니다.
우주는 예전에 그저 정찰 사진이나 찍어주는 고급 카메라 정도로 취급받았습니다. 지금은 전장의 신경계입니다. 위성은 눈이고, 귀이며, 혈관입니다. 내가 전방상방시현기(HUD)를 통해 보는 표적 정보는 저궤도 위성군이 보내주는 데이터입니다. GPS 신호가 없다면 우리가 자랑하는 정밀 유도 폭탄(JDAM)은 멍청한 쇳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지휘부와 통신하는 것도, 적의 방공망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모두 위성 덕분입니다.
문제는 적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위성 요격 미사일을 개발하고 킬러 위성을 띄우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그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먼저 노릴 것입니다. 태평양 상공에서 편대가 적을 향해 날아가는데, 갑자기 내비게이션 화면이 먹통이 되고 아군과의 통신이 끊어지며 표적 정보가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것은 단순한 고장이 아닙니다. 우주라는 전방에서 우리가 패배했다는 신호입니다.
우주전은 영화처럼 레이저로 위성을 쾅 하고 터뜨리는 장면만이 아닙니다. 더 자주, 더 치명적으로는 전파로 목을 조릅니다. 재밍, 스푸핑, 링크 포이즈닝. 믿고 보는 지도, 내가 듣는 공통상황도가 조금씩 어긋납니다. 200미터, 500미터, 1킬로미터. 그 오차가 미사일 유도에 들어가는 순간, 결과는 피와 잔해입니다. 위성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궤도는 예측 가능합니다. 예측 가능한 것은 공격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사이버 공간. 이것은 총성이 들리지 않는 가장 치열한 전장입니다. 과거의 전자전이 적의 레이더에 잡음을 섞는 수준이었다면, 미래의 사이버전은 적의 시스템을 해킹하여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것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KF-21 편대가 적의 영공에 진입합니다. 적의 최신형 방공 레이더가 가동됩니다. 이때 KF-21은 미사일을 쏘는 대신, 강력한 지향성 데이터 링크를 통해 적 레이더의 네트워크 포트로 악성 코드를 전송합니다. 이 코드는 레이더의 피아식별 알고리즘을 조작합니다. 적의 방공포대는 갑자기 자신의 아군기들을 적기로 인식하고 미사일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단 한 발의 총알도 쓰지 않고 적의 방공망을 초토화시키는 것입니다.
적은 센서에서 올라오는 데이터를 늦추거나, 가짜 표적을 심거나, 우선순위 큐를 망가뜨려 진짜 위협이 목록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조종사가 느끼는 것은 단순합니다. 경보음이 울리는데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레이더 화면에 점이 생겼다가 사라집니다. 링크 트랙이 흔들립니다. 인간은 그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불확실성은 판단을 늦추고, 판단 지연은 죽음을 부릅니다.
2024년 10월, 한국은 전략사령부를 창설했습니다.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으로 구성된 한국형 3축 체계를 총괄하는 기구입니다. 국방부는 초기 단계에서 핵·재래식 무기 통합에 집중하고, 이후 우주, 사이버, 전자기 스펙트럼 작전으로 임무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군 우주작전전대는 2024년 6월 대대에서 전대로 승격되었고, 2030년 이후에는 우주사령부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닙니다. 하늘을 지키려면 하늘 밖에서도 이겨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한 것입니다.
우주-사이버 연동의 핵심은 더 많이 연결하자가 아닙니다. 연결은 양날의 검입니다. 중요한 것은 끊겨도 싸울 수 있는 연결, 오염되어도 진실을 뽑아내는 연결입니다. 우주가 끊기면 공중 플랫폼은 로컬 센서와 편대 내 단거리 링크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사이버가 오염되면 데이터는 출처와 신뢰도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미래 전장의 표준은 복원력입니다. 더 빠른 네트워크가 아니라, 맞아도 버티는 네트워크입니다.
한국의 선택은 명확합니다. 한국은 좁은 영토를 가지고 있지만 IT 강국이라는 이점이 있습니다. 거대한 영토를 가진 중국이나 러시아와 물리적 물량으로 경쟁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독자적인 통신 위성망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미국의 GPS에만 의존하는 것은 전시 작전권의 한계를 의미합니다.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과 초소형 정찰 위성 군집을 통해 한반도 주변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끊김 없이 감시해야 합니다. 사이버 사령부와 공군의 작전이 완벽하게 통합되어야 합니다. 전투기 조종사가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사이버 부대가 적의 방화벽을 뚫는 공격이 동기화되어야 합니다. 하드웨어의 타격과 소프트웨어의 침투가 하나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것. 그것이 미래 전장의 승리 방정식입니다.
대기권은 이제 좁습니다. 전쟁의 승패는 고도 100킬로미터 밖에서, 그리고 0과 1의 디지털 미로 속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하늘을 지배하고 싶다면, 먼저 우주와 네트워크를 지배하십시오. 이것이 21세기 파일럿이 전하는 경고이자 조언입니다.
2. KF-21EX와 AAP 무인기: 한국형 MUM-T의 청사진
전투기 조종사에게 윙맨은 생명줄입니다. 그는 나의 사각지대를 봐주고, 공격할 때 엄호하며, 필요하다면 나를 대신해 미사일을 맞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 윙맨은 잃기에 너무나 귀중합니다. 한 명의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수십억 원과 수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기계 윙맨, 즉 유무인 복합체계(MUM-T)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의 KF-21EX와 AAP가 있습니다.
미 공군의 F-22나 NGAD 프로그램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면 숨이 턱 막힙니다. 미국조차 그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다른 국가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여기서 한국의 KF-21 보라매가 가지는 전략적 가치가 빛을 발합니다. 나는 KF-21을 처음 봤을 때, F-16의 민첩함과 F-18의 탄탄함, 그리고 F-22의 형상을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닙니다. 바로 진화 가능성입니다.
2025년 5월, KF-21 양산 1호기의 최종 조립이 시작되었습니다. 블록1은 40대가 2026년부터 실전 배치되고, 블록2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80대가 양산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진짜 혁명은 그 다음에 옵니다. KF-21EX입니다. 한때 블록3로 불리던 이 성능 개량형은 내부 무장창을 갖춘 5세대급 스텔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기관포 배치가 일부 변경되고, 반 매립식 무장 장착대 공간에 내부 무장창이 들어갑니다.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4발, 혹은 8발의 소형 스마트 공대지 무장이 장착됩니다. 외장형 표적획득장비도 내장형으로 바꿔 스텔스 성능을 높입니다.
그러나 KF-21EX의 진짜 역할은 단독 전투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휘관입니다. 여기서 AAP 무인기가 등장합니다. KAI가 개발 중인 다목적 무인기는 충직한 로열 윙맨들입니다. 이 녀석들은 작고, 빠르며, 무엇보다 소모성입니다. 전장 3.1미터, 폭 2.2미터, 150킬로그램 중량에 최대 속도 마하 0.6에서 0.7의 성능을 가진 소형 제트 무인기입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전쟁은 비즈니스입니다. 상대방의 100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소모시키기 위해 1억 달러짜리 유인 전투기를 내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억에서 3억 원짜리 AAP라면 얼마든지 던져줄 수 있습니다. KF-21EX의 조종석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적의 S-400 대공 미사일 레이더가 나를 탐색하고 있다고 비명을 지릅니다. 과거라면 나는 즉시 회피 기동을 하며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고 전장을 이탈해야 했을 것입니다. 임무는 실패입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 윙맨, AAP 편대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AAP들은 즉시 속도를 높여 적진으로 돌진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레이더 반사면적을 부풀려 마치 KF-21인 것처럼 적을 속입니다. 적의 대공 미사일 포대는 미끼를 물고 고가의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AAP 하나가 격추됩니다. 아깝지만, 내 목숨이나 KF-21의 가치에 비하면 싼값입니다. 그 사이 나는 적의 레이더 위치가 드러난 틈을 타 타겟팅 포드로 조준하고, 정밀 유도 폭탄을 투하해 적 방공망을 침묵시킵니다.
AAP는 단순한 미끼가 아닙니다. 정찰용 센서를 달면 눈이 되고, 전자전 포드를 달면 방패가 되며, 자폭 탄두를 달면 그 자체로 미사일이 됩니다. 적응형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무인기의 임무 장비를 레고 블록처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정찰 모듈을 달고 나가고, 내일은 전자전 포드를 달고, 모레는 자폭용 탄두를 달고 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수십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유연성, 이것이야말로 예산과 자원이 한정된 한국군에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KAI는 2024년 말 국회 세미나에서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NACS) 개념을 공개했습니다. KF-21 한 대가 무려 4대에서 16대의 무인기를 동시에 통제하는 시나리오입니다. 미국의 CCA 프로그램이나 호주의 고스트 배트와 같은 개념이지만, 한국은 KF-21이라는 독자적인 국산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스 코드에 대한 접근 권한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AI 알고리즘과 통신 프로토콜을 마음대로 수정하고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록히드 마틴의 허락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전술 시나리오를 그려봅시다. 동해 상공에서 적의 대규모 편대가 접근합니다. 숫적으로 열세인 상황입니다. 과거라면 KF-21은 목숨을 걸고 근접전을 벌여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KF-21EX 조종사는 후방의 안전한 공역에서 AAP 편대를 전방으로 보냅니다.
첫 번째 그룹은 기만 임무를 맡습니다. 적의 레이더에 자신들이 유인 전투기인 것처럼 강한 신호를 뿌리며 유인합니다. 적들이 미끼를 무느라 레이더를 켜고 미사일을 낭비하는 순간, 위치가 노출됩니다.
두 번째 그룹은 그 틈을 타 침투하여 전자전 공격을 가하거나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합니다. KF-21EX 조종사는 이 모든 상황을 콕핏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지켜보며, 유닛들을 지휘합니다. 결정적인 순간, 적의 방어선이 무너졌다고 판단되면 KF-21EX가 직접 고속으로 진입하여 적의 고가치 자산을 타격하고 빠져나옵니다.
한국형 MUM-T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날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싸우게 하는 것입니다. 협동은 링크로 시작하지만 링크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전자전 환경에서 데이터는 끊기고, 지연되고, 왜곡됩니다. 그래서 AAP는 두 가지 모드를 가져야 합니다. 링크가 살아있을 때는 인간이 전술 지휘를 하고, 링크가 죽었을 때는 임무 의도를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행동합니다. 이 구역에서 레이더 방사원을 찾아 위협도를 평가하고, 승인된 규칙 안에서 생존 우선으로 유지하라는 명령이 들어가면, 무인기는 세부 기동을 스스로 만듭니다. 인간은 조종사가 아니라 감독관이 됩니다.
한반도 조건에서 한국형 MUM-T는 거리보다 밀도가 문제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위협이 동시에 나옵니다. 그래서 KF-21EX는 공중 플랫폼이면서 편대의 전술 허브가 됩니다. AAP는 분산된 팔과 눈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팀이 싸우는 방식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예전엔 편대가 한 덩어리로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편대가 구름처럼 퍼졌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응축됩니다. 적은 한 점을 맞추려고 레이더와 미사일을 쏟아붓는데, 그 점이 사라집니다. 대신 여러 점이 생깁니다. 어떤 점은 값비싼 조종사를 태웠고, 어떤 점은 싸구려지만 매우 성가십니다. 적의 계산이 꼬입니다. 전장은 계산 싸움이고, 계산이 꼬이면 사람이 삽니다.
산업적으로도 청사진은 명확합니다. KF-21EX는 업그레이드 가능한 핵심 노드가 되고, AAP는 대량 생산 가능한 소모성 노드가 됩니다. 고급 소수와 저급 다수가 섞일 때 전력이 폭발합니다. 로마 군단이 정예 레기온과 보조병을 섞어 전장을 지배했듯, 한국형 MUM-T는 정예 인간 플랫폼과 대량 무인 플랫폼을 조합해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조종석에서 이것은 아주 현실적입니다. 나 대신 앞에서 맞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보험입니다. 전쟁에서 보험은 항상 비쌉니다. 무인기는 그 보험료를 낮추는 방법입니다.
3. AI 파일럿 기술과 저궤도 통신위성: KAI의 NACS 전략
전투기에서 가장 무서운 소리는 미사일 경보음이 아닙니다. 익숙해집니다.
더 무서운 것은 조용함입니다. 링크가 끊긴 조용함, 업데이트가 멈춘 조용함, 전장이 갑자기 1980년대로 돌아간 조용함입니다. NACS 같은 네트워크 중심 공중전투체계가 지향하는 것은 그 조용함을 없애는 것입니다. AI 파일럿은 두뇌이고, 네트워크는 신경망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낭만이 아니라 구조적 진실입니다.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승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는 드뭅니다. KAI가 제시하는 차세대 공중 전투 체계(NACS) 전략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단순히 쇳덩어리를 파는 단계를 넘어섰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미래 공중전의 신경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경망의 두 축은 바로 AI 파일럿과 저궤도 통신위성입니다.
먼저 AI 파일럿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AI 파일럿은 인간 조종사를 실직자로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조종사를 슈퍼휴먼으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F-16을 탈 때, 뇌 용량의 80퍼센트는 비행 그 자체와 시스템 조작에 썼습니다. 레이더 모드를 바꾸고, 연료를 확인하고, 통신 주파수를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전술적 판단에 쓸 수 있는 뇌 용량은 20퍼센트 남짓이었습니다.
KAI가 개발 중인 AI 파일럿 기술은 이 비율을 역전시킵니다. AI가 비행, 탐지, 시스템 관리 같은 기계적인 업무를 90퍼센트 처리합니다. 연료가 부족하니 최적의 귀환 경로를 설정하겠습니다, 3시 방향에서 미사일 접근 중 회피 기동을 제안합니다. AI는 끊임없이 조언하고 보조합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단순한 자동비행이 아니라, 상황 인식의 공유입니다. AI는 조종사가 미처 보지 못한 위협을 감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줍니다. 조종사는 복잡한 계기판을 해석할 필요 없이, AI가 정리해 준 정보를 바탕으로 공격 혹은 회피라는 최종 결심만 하면 됩니다. 이것은 OODA 루프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줍니다. 적이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는 이미 쏘고 있는 것입니다.
KAI는 2024년 다목적 무인기의 축소형 기체를 통해 기본 항법 및 장애물 회피 등 성능을 시험했습니다. 2025년에는 실기체로 실증을 하고, 2027년께 실제 유인 전투기 및 무인기에 AI 파일럿 기술을 적용해 시험할 계획입니다. 로드맵에 따른 NACS 계획이 모두 실현되면 미래 공중전에서 값싼 다목적 무인기가 자폭 및 전자전으로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이후 무인 전투기가 남은 방공망을 공대지 무기로 공격하고,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 전투기가 마무리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AI 파일럿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은 데이터가, 아주 빨리 필요합니다. 여기서 저궤도 통신위성이 등장합니다. 기존의 정지궤도 위성은 너무 멉니다. 3만 5천 800킬로미터입니다. 신호가 갔다 오는 데 지연 시간이 생깁니다. 0.5초의 지연이 유튜브를 볼 때는 상관없지만, 마하 2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해야 하는 순간에는 치명적입니다.
반면, 고도 300에서 1,500킬로미터에 떠 있는 저궤도 위성군은 지연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전파의 손실과 지연이 낮아 지상망 수준의 고속 통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초공간·저지연 6G 통신의 핵심 요소입니다.
2025년 6월, K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약 1,840억 원 규모의 6G 저궤도 통신위성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2030년까지 통신위성 2기의 본체 개발부터 조립, 시험, 발사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게 됩니다. 세계 최초 3GPP 6G 표준 기반의 국내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을 통해 핵심기술을 자립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KAI는 KT, KTSat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우주·통신·서비스가 융합된 전략적 협력체계를 통해 세계 최초의 6G 위성 상용화와 글로벌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KAI의 NACS 전략은 KF-21과 무인기, 그리고 조기경보기와 지상 통제소가 이 저궤도 위성망을 통해 하나로 묶이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것은 초연결입니다. KF-21이 북한 상공을 비행한다고 칩시다. 기체 자체 레이더는 꺼져 있습니다. 스텔스 유지를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저궤도 위성이 찍은 고해상도 영상과 후방의 조기경보기가 탐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KF-21의 조종석으로 전송됩니다. 동시에 KF-21의 AI는 이 정보를 분석해 함께 비행 중인 무인기들에게 공격 명령을 하달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밀리초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네트워크가 죽으면 외톨이입니다. 센서 데이터와 지휘 데이터가 흘러 들어와야 하고, 그 결과가 동료에게 흘러 나가야 합니다. 저궤도 위성의 장점은 단순합니다. 지연이 낮고, 별자리가 촘촘하면 끊겨도 다른 위성으로 우회할 수 있습니다. 정지궤도 한두 개에 목숨 거는 구조가 아니라, 수십 수백 개의 분산된 노드에 기대는 구조입니다. 적이 한 점을 때려서 신경망을 마비시키기 어려워집니다. 전장 통신에서 이것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 옵션입니다.
물론 저궤도 위성도 만능은 아닙니다. 위성도 맞습니다. 지상국도 맞습니다. 링크도 재밍당합니다. 그래서 NACS 전략의 핵심은 저궤도를 쓰자가 아니라 다층 통신을 엮자입니다. 저궤도, 지상 전술망, 항공 중계, 해상 플랫폼, 필요하면 상용망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전술적으로 통제 가능한 경로를 여러 겹으로 갖는 것입니다. 그 위에서 AI가 네트워크 상태를 평가해 트래픽을 재배치합니다. 전투 중에 인간이 라우팅을 고민하면 이미 늦었습니다. 네트워크는 자동으로 회복해야 하고, 자동 회복은 AI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NACS가 공군 전력의 중심이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엣지 AI입니다. 클라우드가 좋지만 전장에선 클라우드가 자주 죽습니다. 전투기와 무인기 자체가 계산을 해야 합니다. 둘째, 데이터 신뢰입니다. 사이버가 데이터에 독을 타는 세상에서, 각 트랙과 표적 정보는 출처, 시간, 신뢰도를 함께 들고 다녀야 합니다. 셋째, 인간 인터페이스입니다. 조종사는 천재가 아니라, 산소와 G-한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화면이 복잡해지면 전술은 죽습니다. AI는 정보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줄여서 정확히 찔러줘야 합니다.
KAI의 관점에서 보면, NACS는 단일 플랫폼 개발이 아니라 생태계 설계입니다. KF-21 계열은 그 생태계의 탑승 노드가 되고, AAP 같은 무인기는 분산 노드가 됩니다. 저궤도 위성은 상층 백본이 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묶는 소프트웨어, 즉 전술 OS가 진짜 무기입니다. 전투기의 기체는 시간이 지나면 구식이 됩니다. 하지만 네트워크와 AI 전술 로직은 업데이트로 살아남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선택이 갈립니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가면, 매번 새 기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가면, 기체는 플랫폼이고 전력은 알고리즘에서 나옵니다.
이것이 KAI가 그리는 큰 그림입니다. 전투기 한 대의 성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전장 전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강구영 KAI 사장은 6G 저궤도 통신위성 기반의 유무인복합체계를 구축하고 위성 수출 사업화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항공기 수출과 연계한 위성 패키지 수출 모델을 기반으로, 독자 통신망 구축을 원하는 해외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에게는 기회가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과 통신 인프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 기술도 확보했습니다. AI 알고리즘을 짤 수 있는 우수한 인력도 많습니다. 이 모든 요소를 NACS라는 용광로에 잘 녹여낸다면, 미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독창적인 한국형 항공우주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물론 갈 길은 멉니다. 신뢰성 있는 군용 AI를 검증하는 것, 위성 통신의 보안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체 내부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것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F-16을 면허 생산하던 나라가 불과 30년 만에 KF-21이라는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해 띄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정치적 결단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주와 사이버는 군종의 경계를 비웃습니다. 예산도, 권한도, 데이터도 흩어져 있으면 NACS는 종이 위에서만 완성됩니다. 전장에서는 통합이 곧 속도이고, 속도가 곧 생존입니다. 하늘의 지배자는 결국 가장 빠르게 보고, 가장 빠르게 믿을 만한 정보를 만들고, 가장 빠르게 쏘는 쪽입니다. 앞으로 그 속도의 엔진은 조종사의 손목이 아니라, AI와 저궤도 링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KAI의 NACS 전략은 단순한 야망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진화입니다.
4 방위산업과 기술주권: K-방산의 차세대 도전
고도 3만 피트 상공에서 적기를 추적하던 순간,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울렸습니다. 적의 지대공 미사일 레이더가 나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순간 나는 손가락 하나로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고, 전자전 장비를 가동시켰습니다. 기체가 반응했고, 나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전자전 장비 안에 들어 있는 칩이 해외에서만 공급된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권한이 다른 나라 손에 있다면 어떨까요. 전쟁이 터진 상황에서 "부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라는 말은 조종사에게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습니다.
기술주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내 나라가 필요한 기술을 스스로 만들고, 고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마치 자동차를 직접 고칠 줄 아는 정비사와, 매번 정비소에 맡겨야만 하는 운전자의 차이와 같습니다. 전투기의 세계에서 이 차이는 생사를 가릅니다. 전장에서 남의 허락을 기다려야 하는 무기는 무기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세계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서방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수입이 막힌 러시아 군수업체들이 냉장고와 세탁기에서 칩을 뜯어다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대 전쟁에서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전투기 한 대가 한 번의 출격에서 처리하는 데이터량은 베트남 전쟁 당시 전체 공군이 처리하던 양보다 많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밀리초, 그러니까 천 분의 일 초 단위로 경로를 수정하며 날아갑니다. 이 모든 것이 반도체로 돌아갑니다. 반도체가 없으면 현대 전투기는 그저 알루미늄과 티타늄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미국은 칩스 액트(CHIPS Act)를 통해 520억 달러를 투입했고, 중국은 1,5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유럽연합도 43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 계획을 세웠습니다. 2025년 4월 미 국방부는 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혁신 기금을 신설했습니다. 군용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안에서 완결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반도체는 이제 석유보다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석유가 없으면 전차가 멈추지만, 반도체가 없으면 전투기의 두뇌가 멈춥니다.
한국의 방위산업, K-방산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K9 자주포가 폴란드 평원을 달리고, K2 전차가 루마니아에서 시험을 받고, FA-50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하늘을 누빕니다. 2023년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 9위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김동현 본부장은 2025년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자주국방이 의무와 신념의 문제였습니다. 오늘날 그것은 기술 경쟁력과 산업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도전이 숨어 있습니다.
K-방산의 강점은 빠른 납기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이었습니다. 미국제처럼 비싸지도 않고, 러시아제처럼 믿음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세계 무기 시장의 틈새를 정확히 파고든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싸움은 차원이 다릅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반도체, 인공지능, 이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의 자립이 진짜 승부처입니다.
엔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투기의 심장이지요.
한국은 KF-21 보라매를 훌륭하게 만들어냈지만, 그 심장은 미국 GE사의 엔진입니다. 미국이 엔진 공급을 멈추면 KF-21은 날지 못합니다.
엔진 개발은 어렵습니다. 섭씨 수천 도의 고온을 견디는 단결정 합금 기술, 정밀 주조 기술은 전 세계에서 몇 나라만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6세대 전투기 시대를 주도하려면, 이 벽을 넘어야 합니다. 남의 심장으로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습니다.
2025년 2월 통과된 K-칩스법은 중요한 진전입니다.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가 15%에서 20%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올랐습니다. 경기도에 4,7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수퍼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2030년까지 월 770만 개의 웨이퍼를 생산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민간 반도체 역량을 국방 분야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입니다.
전자전 라이브러리도 핵심입니다. 적 레이더가 나를 비출 때, 나는 그 레이더의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주파수, 펄스 반복 주기, 스캔 패턴. 이 정보가 담긴 것이 전자전 라이브러리입니다. 이걸 모르면 경보음은 그저 공포 영화의 배경 음악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영역은 외부 의존이 생기기 쉽습니다. 기밀이 걸린 분야라서 기술 이전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AESA 레이더를 독자 개발한 경험은 이 점에서 값진 자산입니다. 기술 이전을 거부당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공급망 보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투기는 수천,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집니다. 레이더, 임무 컴퓨터, 데이터링크, GPS 수신기, 디스플레이, 스위치 하나까지. 어느 한 부품이 막히면 전체가 멈춥니다. 평시에는 납기 지연으로 끝나지만, 전시에는 비행 불가가 됩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외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침투 사례 30건을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공급망 말단의 탐지 능력이 부족하고, 현행 법적 체계가 능동적 방어를 지원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 이전은 양날의 검입니다. 수출 계약을 따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위험도 따릅니다. 상대국이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으면, 우리가 넘겨준 기술로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터키의 알타이 전차가 K2 플랫폼에서 이전된 기술로 개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제 알타이는 K2의 경쟁자입니다. 기술을 나누되, 핵심은 지키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도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성능과 가격이 승부였습니다. 이제는 "동맹의 정치"와 "업데이트 권한"이 승부입니다. 구매국들이 묻습니다. 이 전투기를 사면 어떤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가. 누가 암호 키를 쥐고 있는가. 누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가. 방위산업이 철강과 엔진의 사업에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의 사업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상명 국방부 장관은 2025년 10월 이렇게 말했습니다.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방산 개발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전통적 방식은 큰 프로젝트를 오래 끌고 가며 마지막에 통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미래는 반대입니다. 작게 만들고, 빨리 날리고, 빨리 깨지고, 빨리 고칩니다. 기체는 안전과 인증 때문에 느릴 수밖에 없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렇게 느릴 이유가 없습니다. 항공기 인증과 전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분리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기체는 안정적으로, 전술 두뇌는 민첩하게.
기술 표준도 무기가 됩니다. 누가 인터페이스를 정하느냐, 누가 데이터 형식을 정하느냐, 누가 유인기와 무인기 사이의 통신 규격을 정하느냐. 표준을 잡는 쪽이 생태계의 중심이 됩니다. 표준을 잡지 못하면, 우리는 늘 누군가의 규격에 맞춰 부품을 끼워 넣는 하청이 됩니다. 한국이 진짜 주도권을 갖고 싶다면, "우리도 만들었다"가 아니라 "남들이 우리 규격으로 들어오게 했다"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험합니다. 거대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고, 인구는 줄어들며, 병력은 감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고슴도치 전략입니다. 작지만 치명적인 가시를 갖추는 것입니다. 그 가시가 바로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로 무장한 K-방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았듯이, 값싼 드론과 AI 소프트웨어가 거대한 전차 군단을 멈춰 세웠습니다.
결국 기술주권은 윤리나 자존심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술의 문제입니다. 상대가 공급망을 공격하고, 위성을 흔들고, 사이버로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시대입니다. 스스로 고치고 스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는 전력은 유리 진열장 안의 모형과 다를 게 없습니다. 하늘에서 살아남는 것은 기체가 아니라 체계입니다. 그 체계를 내 손으로 쥐는 것, 그것이 K-방산 차세대 도전의 본질입니다.
5. 인간과 AI가 함께 쓰는 공중전의 미래
야간에 구름층 위로 올라가면, 세상은 두 겹으로 나뉩니다. 위는 별과 달빛, 아래는 검은 바다 같은 구름. 조종석 안쪽은 계기판의 희미한 불빛으로 가득하고, 내 손은 스틱 위에, 발은 러더 페달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이 자세는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것은 "내가 보고 믿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내 눈과 내 레이더가 전장의 전부였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정리해 준 전장, AI가 합성해 준 표적, AI가 계산해 준 위험 예측이 내 현실이 됩니다.
2020년 8월, DARPA의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 결승전에서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F-16 무기학교 출신의 베테랑 조종사가 헤론 시스템즈의 인공지능과 시뮬레이션 공중전을 벌였습니다. 결과는 5대 0. AI의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탑건의 시대가 끝난 것인가. 하지만 그날의 패배는 인간 조종사의 종말을 알리는 장송곡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였습니다. 인간과 기계가 팀을 이루는 시대 말입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AI가 조종사를 대체할 것인가. 이 질문은 틀렸습니다. 공중전에서 조종사는 단순한 조종 기술자가 아닙니다. 조종사는 책임의 마지막 고리입니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는지, 어느 순간에 방아쇠를 당기고 어느 순간에 물러서는지. 전쟁은 결과의 세계이고, 결과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AI는 계산을 빨리 합니다. 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계산이 전장을 장악하면, 그것은 전투가 아니라 사고의 연속입니다.
2025년 7월, 미 공군은 역사적인 비행을 실시했습니다. 자율협력플랫폼(ACP)이 유인 전투기와 함께 날았습니다. 공중전투사령관 켄 윌스바흐 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ACP를 이용한 이번 시험은 현대전의 진화하는 요구사항을 직접 다룹니다. 우리는 인간-기계 팀을 향상시키기 위해 빠르게 학습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10월에는 더 획기적인 시험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이 AI 항공전투관리자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래프트 AI가 개발한 스타세이지(Starsage)는 대응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여, 조종사들이 몇 분 걸리던 결정을 몇 초 만에 내릴 수 있게 했습니다.
2025년 10월, 앤듀릴의 YFQ-44A가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버튼 하나로 이륙하여 전체 비행 경로를 자율적으로 수행했습니다. 2026년 1월에는 미 해군이 BQM-177A 무인기 두 대를 쉴드 AI의 하이브마인드 소프트웨어로 자율 비행시켰습니다. 가상의 F/A-18이 편대장 역할을 하며 무인기들에게 전투공중초계 임무를 지시했습니다. 로시 해군 소장은 말했습니다. "AI 기반 자율성을 유인 플랫폼과 무인 플랫폼에 통합하는 것은 차세대 항공단 개념을 개발하는 데 핵심이 될 것입니다.”
조종석에서 AI가 진짜로 해주는 일은 멋진 대화가 아닙니다. 표적이 많은 상황에서 우선순위를 매깁니다. 센서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지 표시합니다. 전자전 환경에서 "이 레이더는 나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유인하려는 것"이라는 패턴을 찾아냅니다. 인간은 이런 작업에 약합니다. 피로하고, 스트레스 받고, 중력 가속도가 걸리면 더 약해집니다. AI는 거기서 강합니다. 지치지 않는다는 것은 전장에서 초능력입니다.
존스 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가 개발한 VIPR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가상지능동료추론에이전트(Virtual Intelligent Peer-Reasoning Agent)의 약자입니다. 스타워즈의 R2-D2를 떠올리면 됩니다. 조종사를 보조하는 드로이드 말입니다. VIPR는 조종사에게 세 가지 역할을 합니다. 상황을 인식하는 동료, 성능 좋은 윙맨, 인지 지원 보조자. 컴퓨터 과학자 존 윈더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VIPR는 외부를 바라보며 적의 위협을 추적하고 예측합니다. 동시에 내부를 바라보며 인간 조종사의 의도, 목표, 행동 방식을 초 단위로 이해해야 합니다. 조종사가 전투 중 무언가를 놓쳤을 때, VIPR는 그것을 적시에 알려주어 생존을 돕습니다.”
하지만 AI의 강점이 곧 위험이 되기도 합니다. 지치지 않는 계산은 때로 과신으로 이어집니다. AI가 제시하는 해답이 너무 매끄러우면,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춥니다. 전장에서 생각을 멈추는 순간, 죽음은 예약됩니다. 그래서 인간과 AI가 함께 쓰는 공중전의 핵심은 신뢰 설계입니다. 신뢰는 감정이 아닙니다. 구조입니다. AI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어느 데이터에 근거했는지, 신뢰도는 얼마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조종사는 한눈에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조종석에 앉은 또 하나의 잡음이 됩니다.
전투 중에 사람은 긴 설명을 읽지 않습니다. 스위치 몇 개, 경보음 몇 개, 색상 몇 개로 생사가 결정됩니다. AI 인터페이스는 그래서 단순해야 합니다. "추천 기동: 오른쪽 급선회, 이유: SA-20 추정, 신뢰도 0.78, 대안: 하강 후 지형 엄폐."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인간의 뇌는 전투 중에 논문을 읽지 않습니다. 설명 가능한 AI(XAI)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AI는 "적 미사일이 3시 방향에서 접근 중이므로 회피 기동을 합니다"라고 알려줘야 합니다. "이 표적은 95% 확률로 적의 지휘소입니다"라고 근거를 대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승인 버튼을 누를 수 있습니다.
미래의 편대는 지금과 다른 모습입니다. 인간 한 명이 전투기 한 대를 몰고 싸우는 방식은 사라져 갑니다. 인간 한 명이 여러 대의 무인기를 거느리는 편대 지휘자가 됩니다. 미 공군의 협동전투기(CCA) 프로그램이 이것을 보여줍니다. 2024년 미 공군은 5개 업체에 개발 계약을 주었습니다. 앤듀릴, 보잉, 제너럴 아토믹스,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이 중 앤듀릴과 제너럴 아토믹스가 1단계 생산용 시험기 제작에 선정되었습니다. 목표는 1,000대의 CCA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약 500대의 유인 전투기에 각각 두 대의 무인 윙맨을 붙인다는 계산입니다. 미 공군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89억 달러 이상을 이 프로그램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무인기는 앞에서 정찰하고, 옆에서 교란하고, 뒤에서 무장을 보충합니다. 인간의 역할은 기동이 아니라 의사결정이 됩니다. 전술적 목표를 정하고, 무인기에게 임무 의도를 부여하며, 교전 규칙을 통제합니다. AI는 인간을 대신해 조종간을 잡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인기 집단의 행동을 조율하는 것입니다. 벌떼처럼 움직이는 드론이 제대로 싸우려면, 그 벌떼는 서로를 믿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실수를 보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인간이 실시간으로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AI가 편대의 신경계가 됩니다.
문제는 적도 AI를 쓴다는 점입니다. 인간과 AI가 함께 쓰는 공중전은 결국 알고리즘 대 알고리즘의 싸움이 됩니다. 속임수도 정교해집니다. 가짜 표적, 가짜 전파, 가짜 링크 트랙. 적은 AI에게 먹히는 데이터 독을 뿌립니다. 미래의 조종사는 예전보다 더 회의적이어야 합니다. 화면에 뜬 것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AI가 추천한다고 바로 따르기도 위험합니다. 역설적으로, AI 시대의 조종사는 더 고전적인 감각을 훈련해야 합니다. 기본 기동, 기본 상황인식, 기본 통신. 링크가 죽고 AI가 혼란스러워질 때 살아남는 것은, 결국 인간이 가진 항공술과 전술 본능입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본기는 더 잔인하게 중요해집니다.
얼마나 많은 통제를 AI에게 넘겨줄 것인가. 의미 있는 인간 통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율 시스템의 윤리적이고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려는 메커니즘입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고도로 자율적인 AI 시스템에서 이것을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장벽이 있습니다. 시간적 제약이 첫 번째입니다. 극초음속 전투에서 AI는 인간이 개입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결정을 내립니다. 인간 조종사가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이미 전투는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인지적 제약도 있습니다. 인간은 동시에 수십 개의 위협을 추적하고 평가할 수 없지만, AI는 가능합니다.
"인간이 승인" 버튼을 누르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순진합니다. 전장은 빠르고, 승인 버튼은 병목이 됩니다. 인간이 매번 눌러야 하면, 무인기는 느려집니다. 느린 무인기는 좋은 표적입니다. 반대로 AI에게 맡기면, 오인식과 오발의 책임 문제가 남습니다. 미래는 단계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방어적 자율성이 먼저 넓어집니다. 회피 기동, 위협 회피, 재밍 대응, 편대 재정렬. 공격적 자율성은 규칙과 제한이 더 강하게 붙습니다. AI가 싸움의 몸을 맡고, 인간이 싸움의 의지를 맡는 형태입니다.
조종사와 AI 사이의 신뢰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합니다. 인간 조종사는 자율 시스템에 대해 적절히 보정된 신뢰를 개발해야 합니다. 시스템의 능력을 과신하여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말고,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여 충분히 활용하지 않지도 말아야 합니다. 제너럴 아토믹스의 마크 브링클리 이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종사들이 싸움처럼 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뮬레이션과 훈련을 통해 자율 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신적 모델을 개발하여 상호운용성과 효과를 높여야 합니다.”
인간과 AI가 함께 쓰는 공중전은 단순히 전력 상승이 아닙니다. 전쟁의 속도를 올립니다. OODA 루프라는 것이 있습니다. 관찰, 판단, 결심, 행동. 전투에서 이 순환을 적보다 빠르게 돌리는 쪽이 이깁니다. AI는 관찰하고 판단하는 시간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여줍니다. 인간은 결심하고 행동하는 데 집중합니다. 적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적의 목을 겨누고 있을 것입니다.
승패는 한 번의 천재적 기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체계가 좌우합니다. 누가 더 빨리 학습하고, 누가 더 빨리 전술을 수정하고, 누가 더 빨리 취약점을 막는가. 전쟁이 점점 소프트웨어처럼 바뀝니다. 소프트웨어 전쟁에서 이기는 쪽은 늘 같습니다. 업데이트가 빠른 쪽, 복원력이 강한 쪽, 그리고 인간이 마지막 순간에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설계한 쪽입니다.
조종석에서 나는 여전히 스틱을 잡습니다. 하지만 내 옆에는 보이지 않는 조종사가 앉아 있습니다. 그 조종사는 피로도 없고, 공포도 없고, 자존심도 없습니다. 대신 오류가 있고, 속을 수도 있고, 과신도 합니다. 인간과 AI의 공중전은 그 불완전한 동료와 함께 날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미래의 하늘은 더 똑똑해지겠지만, 더 잔인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하늘의 지배자가 누가 될 것인가. 대답은 명확합니다. AI도 아니고 인간도 아닙니다. AI와 완벽하게 융합된 인간입니다. 기술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기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칼이 요리사의 손에 있으면 훌륭한 요리가 되지만, 강도의 손에 있으면 흉기가 됩니다. AI도 우리가 어떻게 쓰고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을 운용할 현명한 전사들을 길러내야 합니다. 기술과 인간, 윤리와 효율성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에서, 비로소 진정한 자주국방과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탑건은 더 이상 외로운 늑대가 아닐 것입니다. 그는 수많은 AI 윙맨들과 디지털 신경망으로 연결된 전장의 지휘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하늘은 여전히, 용기 있는 자들의 것입니다.
에필로그: 하늘의 지배자는 누가 될 것인가
2024년 여름, 에드워드 공군기지 상공에서 두 대의 F-16이 마주 봤습니다. 시속 900킬로미터로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두 전투기. 그 중 한 대의 조종석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습니다. AI가 조종간을 쥐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격렬한 공중전. 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 조종사는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을 의미할까요?
수십 년간 하늘을 날았습니다. 와일드 위즐 임무를 수행하며 적의 방공망 한가운데로 뛰어들었고,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미친 듯이 울려대는 조종석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들었습니다. G-포스가 내 몸을 짓누를 때, 시야가 좁아지고 의식이 아득해지는 그 순간에도 손가락은 조종간을 놓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한계. 그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9G의 압력 아래서 내 심장은 평소의 세 배로 뛰어야 했고, 뇌로 가는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복부에 힘을 줘야 했습니다.
AI는 그런 고통을 모릅니다. 두려움도, 피로도, 주저함도 없습니다. 밀리초 단위로 상황을 판단하고 반응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탑건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것일까요? 영화 속 매버릭처럼 인간 조종사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질문은 처음이 아닙니다. 1957년, 미국 군 지도자들은 이미 유인 전투기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미사일의 시대가 왔으니 조종사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은 여전히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그 예측을 뒤엎었습니다. 미사일만으로는 복잡한 전장을 지배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판단력, 직관,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습니다.
로마 군단병이 글라디우스 검을 들고 전장에 섰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그 짧은 칼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밀집대형 속에서 적과 눈을 맞추며 싸워야 하는 전사의 정신이 그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중세의 장궁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활시위를 당기는 힘, 바람을 읽는 눈,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감각. 무기는 변해왔지만,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늘의 전쟁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종말이 아니라 진화입니다.
2025년 스웨덴에서는 사브의 그리펜 E 전투기에 '센타우르'라는 AI가 탑재되어 인간 조종사와 함께 시험 비행을 했습니다. 이 AI는 조종사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돕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복잡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협을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하고, 조종사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말하자면 AI는 지치지 않는 전투 비서인 셈입니다.
미 공군의 '충성스러운 윙맨' 개념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인간 조종사가 탄 유인 전투기가 편대장이 되고, AI가 조종하는 무인기들이 그 곁을 지킵니다. 마치 고대 전장에서 장군이 호위병들에게 둘러싸여 적진으로 진격하던 것처럼. 쉴드 AI가 개발한 X-BAT는 활주로 없이도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무인 전투기입니다. 2,000해리가 넘는 항속거리와 5만 피트 이상의 비행고도. 이런 기체들이 F-35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F-35를 '선택적 유인기'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같은 전투기가 상황에 따라 인간 조종사가 탈 수도 있고, AI가 혼자 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위험한 임무는 AI에게 맡기고,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인간이 직접 나섭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J-36, J-50으로 추정되는 6세대 전투기 시제품들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25년 8월에는 또 다른 스텔스 기체가 포착되었습니다. 충성스러운 윙맨 드론일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유인기일 수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GCAP와 FCAS라는 두 개의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KF-21 보라매는 우리의 첫 번째 국산 초음속 전투기입니다. 여기에 AI와 무인기를 결합하는 NACS 프로그램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저궤도 통신위성과 연동되는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작은 나라가 강대국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똑똑해야 합니다. 인간의 두뇌와 기계의 속도를 결합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길입니다.
하늘의 지배자가 누가 될 것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인간도 AI도 아닙니다. 둘이 함께하는 자가 하늘을 지배할 것입니다.
마치 기사가 말과 하나가 되어 전장을 누볐듯이, 미래의 전투조종사는 AI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레이더 경보가 울릴 때, 적의 미사일이 날아올 때, 밀리초 단위의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최종 결정,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윤리적 책임, 법적 책임, 그리고 역사 앞에 서는 책임. 그것만큼은 기계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언젠가 그 푸른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이 인간일지 기계일지, 아니면 둘의 조합일지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늘은 언제나 가장 용감하고, 가장 현명하며, 가장 잘 준비된 자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기원전 전장에서도 그랬고, 제1차 세계대전의 복엽기 시절에도 그랬으며, F-22와 F-35의 시대인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가오는 AI의 시대에도 그 진리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투기 조종사의 후예들이여,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적응하십시오. 진화하십시오. 과거의 조종사들이 프로펠러에서 제트엔진으로, 기계식 조종에서 플라이 바이 와이어로 전환했듯이, 여러분도 AI와의 공존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살아남는 길이고, 승리하는 길이며, 하늘의 지배자가 되는 길입니다.
캐노피 너머로 펼쳐지는 무한한 하늘. 그곳은 여전히 인간의 꿈과 용기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왜 싸우는지, 무엇을 지키는지 아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전쟁의 기술은 바뀌어도 전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본질의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인간이 서 있습니다.
하늘의 지배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 대답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