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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투기의 태동과 역사

작성자
김경진
작성일
2026-02-26 23:52
조회
247
 

AI 전투기의 태동과 역사

 

1. 무인기의 탄생: 표적기에서 정찰 드론까지

 

1935년 영국 해군의 어느 갑판 위. 포병들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무선 조종으로 날아가는 작은 복엽기 한 대가 구름 사이를 누비고 있습니다.

DH.82B 퀸 비(Queen Bee), 여왕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기체는 포탄에 맞아 떨어지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사격 훈련용 표적이었습니다.

조종석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윙윙거리는 엔진 소리만이 하늘에 울려 퍼졌고, 어떤 이들은 그 소리를 수벌(drone)의 날갯짓에 비유했습니다. '드론'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무인기의 역사는 영광이 아니라 희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격추당하는 것이 임무였습니다. 대공포 사수들이 움직이는 표적에 조준하는 법을 익히려면 실제로 쏠 무언가가 필요했고, 유인기를 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종사 없이 날 수 있는 기계가 만들어졌습니다.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기계, 떨어져도 눈물 흘릴 사람이 없는 기계. 이것이 무인기의 첫 번째 정체성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표적기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미국에서는 레지널드 데니(Reginald Denny)라는 사람이 모형 항공기에 무선 조종 장치를 붙여 군에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플레인 OQ-2라고 불린 이 작은 비행체는 미국 최초의 대량 생산 무인기가 되었습니다. 전쟁 기간 동안 9,400대가 넘는 OQ-3 모델이 생산되어 태평양과 유럽의 하늘을 날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훈련 중에 격추되어 바다에 빠지거나 들판에 처박혔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냉전의 그림자가 세계를 뒤덮었을 때, 무인기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인기는 더 이상 훈련용이 아니었습니다. 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 그것이 생존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적진 상공을 날아가는 정찰기에는 조종사가 타고 있었고, 격추되면 그 조종사의 목숨과 함께 엄청난 정치적 위기가 따라왔습니다.

1960년 5월 1일, 미국의 U-2 정찰기가 소련 상공에서 격추되었습니다. 조종사 게리 파워스(Gary Powers)는 생포되었고,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습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의 군사 전략가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조종사 없이도 적진을 정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답은 이미 존재했습니다. 표적기를 뒤집어서 쓰면 되었습니다. 격추당하기 위해 날던 기계를 살아 돌아오도록 만들면 되었습니다. 미 공군은 라이언 파이어비(Ryan Firebee)라는 제트 추진 표적기를 정찰용으로 개조했습니다. '라이트닝 버그(Lightning Bug)'라는 암호명을 가진 이 기체들은 베트남전에서 수천 회의 비밀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북베트남의 촘촘한 대공망 위를 날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전자 신호를 수집하고, 때로는 미끼가 되어 적의 미사일을 소진시켰습니다.

라이트닝 버그는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따라 비행했습니다. 실시간 조종은 불가능했습니다. 촬영한 필름은 기체가 귀환한 뒤에야 현상할 수 있었고, 정보는 늘 과거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종사가 타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혁명적이었습니다. 격추되어도 외교 위기가 터지지 않았고, 포로 교환 협상에 끌려가는 일도 없었습니다. 기계가 대신 죽어주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진정한 도약은 1982년 레바논의 베카 계곡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스라엘 공군은 소형 무인기 '스카우트'와 '마스티프'를 띄워 시리아군의 방공망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이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들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었습니다. 지휘관은 컨테이너 안에 앉아서 전장을 '라이브'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적의 레이더가 켜지는 순간을 포착하면, 대기하고 있던 전투기가 즉시 대레이더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시리아군의 대공 미사일 기지 19개가 단 하루 만에 파괴되었습니다.

이 전투는 무인기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표적기에서 시작된 기계가 이제 전장의 눈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맞기 위해 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고, 기억하고, 전달하기 위해 날았습니다. 이스라엘의 성공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급히 기술을 역수입했고, 이것이 훗날 프레데터와 리퍼로 이어지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무인기는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총알받이에서 전장의 감시자로. 소모품에서 전략 자산으로. 격추당해도 아무도 울지 않는 기계에서, 격추되면 수십억 원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정밀 장비로. 하늘에 사람이 타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발상이 전쟁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2. 프레데터와 리퍼: 하늘의 암살자로 진화한 드론

 

새벽 3시, 네바다주 크리치 공군기지. 에어컨이 윙윙거리는 컨테이너 안에서 조종사는 조이스틱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의 눈앞에는 모니터 여러 대가 늘어서 있고, 화면에는 지구 반대편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마을이 적외선 영상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흰 점으로 보입니다. 그중 한 점이 움직입니다. 목표입니다. 조종사의 손가락이 버튼 위에 올라갑니다. "파이어." 3초 후, 화면 속 점이 사라집니다. 조종사는 6시간 뒤 퇴근해서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합니다.

이것이 MQ-1 프레데터(Predator)가 만들어낸 새로운 전쟁의 풍경입니다. 보는 것과 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사라진 전쟁. 조종사가 전장에 없어도 되는 전쟁. 프레데터는 단순한 무인기가 아니었습니다. 전쟁의 문법 자체를 다시 쓴 기계였습니다.

프레데터의 뿌리는 이스라엘 출신 엔지니어 에이브러햄 카렘(Abraham Karem)의 차고에서 시작됩니다.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자비를 들여 '앰버(Amber)'라는 장기 체공 무인기를 설계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명쾌했습니다. 무인기는 오래 떠 있어야 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앰버의 설계는 GNAT-750을 거쳐 1990년대 중반 RQ-1 프레데터로 진화했습니다.

처음에 프레데터는 정찰기였습니다. 발칸 반도 분쟁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는 눈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프레데터가 목표를 발견하면 무전으로 유인 전투기를 불러야 했고, 전투기가 도착할 때쯤 목표는 이미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정찰과 타격 사이에 시간 간격이 존재하는 한, 적에게는 도망칠 틈이 있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세계가 바뀌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알카에다 지도부를 추적하여 즉각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급증했습니다. 미 공군과 CIA는 프레데터에 헬파이어(Hellfire)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하는 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정찰기에 발톱을 달아주는 수술이었습니다.

2002년 11월, 예멘의 어느 도로. 프레데터가 알카에다 고위 간부가 탄 차량을 추적하고 있었습니다. 버지니아 랭글리의 CIA 본부에서 버튼이 눌렸습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 신호가 위성을 타고 예멘 상공의 프레데터에 닿았고, 기체 날개 아래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차량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드론 공격’이었습니다.

프레데터의 명칭은 RQ-1에서 MQ-1으로 바뀌었습니다. 'R'은 정찰(Reconnaissance)을 뜻하고, 'M'은 다목적(Multi-role)을 의미합니다. 이 글자 하나의 변화가 전쟁의 역사를 가르는 경계선이 되었습니다. 무인기는 더 이상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사냥하는 포식자가 되었습니다.

프레데터의 성공은 더 강력한 후계기를 낳았습니다. MQ-9 리퍼(Reaper). 이름부터 ‘죽음의 신’ 입니다. 리퍼는 프레데터의 단순한 개량형이 아니었습니다.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하여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고, 무장 탑재량은 15배나 늘어났습니다. 헬파이어 미사일 8발을 달 수 있었고, GBU-12 레이저 유도 폭탄이나 GBU-38 합동직격탄(JDAM)까지 탑재할 수 있었습니다. 전투기에 버금가는 화력이었습니다.

리퍼의 진정한 무서움은 체공 시간에 있습니다. 무장을 가득 채우고도 14시간 이상 하늘에 머물 수 있습니다. 연료만 채우면 27시간도 가능합니다. 이것은 적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리퍼는 목표 지역 상공에서 하루 종일 배회하며 '패턴 오브 라이프'를 관찰합니다. 누가 어디로 다니는지, 누구와 만나는지, 언제 잠을 자는지. 모든 것이 기록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기회가 오면 미사일이 날아갑니다.

리퍼의 눈은 MTS-B(다중 스펙트럼 표적 지정 시스템)입니다. 주간에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야간에는 적외선 센서로 표적을 추적합니다. 합성 개구 레이더(SAR)는 구름이나 연기를 뚫고 지상을 들여다봅니다. 차량 번호판도 읽을 수 있고, 사람의 얼굴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암살자에게도 약점은 있습니다.

리퍼는 느립니다. 최고속도는 시속 480킬로미터 이지만, 일반적인 운용속도는 시속 370킬로미터. 제트 전투기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날개 폭은 20미터에 달해서 레이더에 잘 잡힙니다. 아프가니스탄처럼 적의 방공망이 허술한 곳에서는 신처럼 군림할 수 있지만, 러시아나 중국처럼 현대적인 대공 미사일을 가진 상대 앞에서는 쉽게 격추됩니다.

2024년까지 예멘 후티 반군에게 격추된 MQ-9 리퍼는 20대가 넘습니다. 대당 가격이 3,0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기체가 수십만 달러짜리 구형 미사일에 떨어지는 상황. 이것은 비용 비대칭의 함정입니다. 강대국 간의 전면전에서 리퍼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 공군은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AI가 스스로 비행하며, 통신이 끊겨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새로운 무인기. 프레데터와 리퍼는 그 다리를 놓은 기계들입니다. 원격 조종의 시대에서 자율 비행의 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인간이 조종하는 마지막 무인기였을지도 모릅니다.

 

 

3. 조종사의 한계: G-포스와 인지 부하의 물리적 벽

 

고도 5,000미터. F-16 조종석 안에서 조종사는 급선회를 시작합니다. 순간, 몸무게가 9배로 늘어납니다. 80킬로그램이었던 체중이 720킬로그램의 압력으로 바뀝니다.

피가 머리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시야 가장자리가 어두워집니다. 터널 속을 달리는 것 같습니다. 조종사는 이를 악물고 배에 힘을 줍니다. 숨을 참고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3초. 5초. 7초. 견뎌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의식을 잃고, 기체는 땅으로 추락합니다.

이것이 9G입니다. 지구 중력의 9배. 현대 전투기가 견딜 수 있는 한계이자,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21세기 최첨단 전투기의 성능을 제한하는 것은 엔진도, 레이더도, 미사일도 아닙니다. 조종석에 앉아 있는 인간입니다.

전투기 기체는 20G 이상의 기동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 한, 9G가 천장입니다. 인간의 심장은 9G 상황에서 뇌로 혈액을 퍼 올리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그리고 종종 실패합니다. 혈류가 부족해지면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는 '그레이아웃'이 시작되고, 그다음은 완전한 암흑인 '블랙아웃'이 옵니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의식을 잃습니다. G-LOC(G-force 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중력에 의한 의식 상실입니다. 의식을 잃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놓으면, 기체는 스스로 비행하지 못합니다.

조종사들은 이 한계와 싸우기 위해 훈련받습니다. 원심분리기에 들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9G를 경험합니다. 배와 다리에 공기가 주입되는 G-수트를 입습니다. AGSM(Anti-G Straining Maneuver)이라는 호흡법을 익힙니다. 숨을 참고, 목 아래 근육을 긴장시켜 혈액이 아래로 쏠리는 것을 막습니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하면서 적기를 쫓고, 레이더를 확인하고, 무선 교신을 듣고, 미사일을 발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G-포스는 문제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뇌 안에 있습니다. 인지 부하(Cognitive Load). 현대 공중전은 정보의 폭풍 속에서 벌어집니다. AESA 레이더가 수십 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합니다. 적외선 센서가 열원을 감지합니다. 데이터 링크로 아군 항공기와 정보가 교환됩니다. 전자전 경보 수신기(RWR)가 적의 레이더 조준을 알려줍니다. 이 모든 정보가 조종사의 헬멧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에 쏟아집니다.

인간의 뇌는 병렬 처리 장치가 아닙니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빠르게 전환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0.1초, 0.2초. 공중전에서 이 시간은 생사를 가릅니다.

존 보이드(John Boyd) 대령이 정립한 OODA 루프는 공중전의 본질을 설명합니다. 관찰(Observe), 판단(Orient), 결심(Decide), 행동(Act). 누가 이 순환을 더 빨리 도느냐가 승패를 결정합니다. 상대보다 0.5초 먼저 판단하고 0.5초 먼저 행동하면 이깁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반응 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뇌가 해석하고, 손이 조종간을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 아무리 훈련해도 이 한계를 완전히 넘을 수는 없습니다.

스트레스는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죽을 수 있다는 공포, 아군을 잃었다는 분노, 밤새 비행한 피로. 이런 감정들이 뇌의 처리 능력을 갉아먹습니다. 버킷이 가득 찼다(Bucket is full)는 표현이 있습니다. 뇌가 더 이상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조종사는 중요한 경고음을 놓치거나, 적의 기만에 속거나, 아군을 적으로 오인합니다.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는 센서 융합(Sensor Fusion) 기술로 이 문제를 줄이려 합니다. 레이더, 적외선, 전자전 센서의 정보를 컴퓨터가 통합하여 조종사에게 단순화된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전장의 복잡성은 기술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드론 군집이 날아오고, 극초음속 미사일이 쏟아지고, 전자전이 통신을 마비시키는 환경에서 인간이 모든 것을 처리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경제적 문제까지 더해집니다. 숙련된 전투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는 수십억 원이 듭니다. 수년간의 훈련, 비싼 연료, 정교한 시뮬레이터. 그렇게 만들어진 조종사가 한 번의 실수로 죽으면 모든 투자가 사라집니다. 조종사는 그 자체로 전략 자산입니다.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반면 AI는 이러한 한계를 모릅니다. G-포스를 느끼지 못합니다. 피로를 모릅니다. 공포가 없습니다. 수천 개의 센서 데이터를 밀리초 단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아, 적이다'라고 인식하는 순간, AI는 이미 회피 기동을 시작하고 미사일 발사를 준비합니다. 15G 기동도 거뜬합니다. 사출 좌석도, 산소 마스크도, 생명 유지 장치도 필요 없습니다.

결국 인간의 한계가 AI 전투기의 필요성을 증명합니다. G-포스라는 육체의 벽, 인지 부하라는 정신의 벽. 이 두 개의 벽은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진화해온 결과이지만, 현대 공중전의 속도에는 맞지 않습니다.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러나 조종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역할이 바뀔 뿐입니다. 직접 조종간을 쥐는 비행사에서, AI 편대를 지휘하는 전장 관리자로. 손가락을 훈련하는 시대에서, 두뇌를 훈련하는 시대로.

 

 

4. 네트워크 중심전: 데이터 링크로 연결된 전장

 

고도 3만 피트.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조종석 밖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날카로운 비프음을 내뱉었습니다. 누군가 있다는 뜻입니다. 심장이 빨라지고 손바닥에 땀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적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내 레이더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디스플레이에 새로운 심볼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나로부터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보지 못한 적기였습니다.

이 정보는 내 레이더가 잡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200킬로미터 후방에서 비행 중인 조기경보기 E-3 센트리가 포착한 표적이었습니다. 조기경보기의 강력한 레이더가 잡아낸 적기의 위치, 속도, 방향이 데이터 링크를 타고 내 전투기에 전송된 것입니다. 나는 이제 볼 수 없던 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눈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네트워크 중심전의 본질입니다.

전쟁사에서 정보는 언제나 무기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무기보다 더 중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중세 시대의 척후병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들은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적진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정보를 얻은 지휘관은 매복을 준비하거나 퇴로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였습니다. 척후병이 말을 타고 달려와 보고하는 동안 전장의 상황은 이미 바뀌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음성 무전기의 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거치면서 조종사들은 라디오를 통해 서로 교신했습니다. "3시 방향에 적기 발견!" 이런 외침이 오갔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습니다. 혼전 중에 여러 조종사가 동시에 보고하려 하면 주파수가 뒤엉켜 아무 말도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인간의 혀와 귀를 통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말한 것을 듣고,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걸리는 몇 초의 시간. 초음속 전투기의 세계에서 몇 초는 생사를 가르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1991년 걸프전은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미군과 연합군은 이라크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 승리의 비밀은 더 좋은 전투기나 더 강력한 미사일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차이는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미군은 'Link-16'이라 불리는 전술 데이터 링크를 통해 전장의 모든 아군 플랫폼을 연결했습니다. 전투기, 폭격기, 함정, 지상 부대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인 것입니다.

Link-16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과거의 무전기가 사람의 목소리를 전파로 바꿔 보내는 것이었다면, 데이터 링크는 컴퓨터와 컴퓨터가 직접 대화하는 것입니다. 조종사가 말로 "적기가 3시 방향, 거리 80킬로미터, 고도 2만 피트에 있다"고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레이더가 포착한 정보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어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아군에게 동시에 전송됩니다. 위도, 경도, 고도, 속도, 방향, 그리고 아군인지 적군인지의 식별 정보까지. 말로 설명하면 수십 초가 걸릴 정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의 탄생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 해군 제독 윌리엄 오웬스는 1996년 "체계의 체계"라는 개념을 발표했습니다. 센서와 지휘통제 시스템, 그리고 정밀 무기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곧이어 아서 세브로우스키 제독이 "네트워크 중심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핵심 주장은 명쾌했습니다. 정보의 공유가 전투력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1+1이 2가 아니라 10이 되고, 100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Link-16의 기술적 특성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스템은 시분할 다중접속 방식을 사용합니다. 시간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각 참여자에게 할당하는 것입니다. 마치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발언권을 갖는 회의와 비슷합니다. 다만 그 순서가 초당 수백 번씩 바뀌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또한 주파수 도약 기술을 사용하여 적의 전파 방해에 강합니다. 통신 주파수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적이 방해 전파를 쏘려 해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조종석에서 네트워크 중심전의 효과를 체감하는 순간은 극적입니다. 과거에는 내 레이더가 보여주는 것이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레이더가 볼 수 있는 범위 바깥의 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데이터 링크가 연결된 순간, 내 시야는 수백 킬로미터 밖으로 확장됩니다. 동료 전투기가 본 것, 조기경보기가 본 것, 해상의 이지스함이 본 것, 심지어 지상의 레이더 기지가 본 것까지 모두 내 디스플레이에 통합되어 나타납니다. 마치 신의 눈으로 전장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기술은 아군 오인 사격의 위험도 크게 줄였습니다. 혼전 상황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역사 속에는 비극적인 오인 사격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Link-16을 통해 피아식별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이런 위험이 획기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내 화면에 표시된 심볼이 파란색이면 아군, 빨간색이면 적기입니다. 컴퓨터가 식별해 주기 때문에 실수의 여지가 줄어든 것입니다.

2024년 12월,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노르웨이 공군의 F-35와 P-8 해상초계기가 우주의 위성을 통해 Link-16 통신에 성공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Link-16은 가시선 통신, 즉 서로 볼 수 있는 거리 안에서만 작동했습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수평선 너머의 아군과는 직접 통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우주개발청의 저궤도 위성 군집을 중계기로 활용하면서 이 한계가 돌파되었습니다. 이제 지구 반대편의 아군과도 실시간으로 전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역사적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중세 영국의 장궁병을 떠올려 보십시오. 개인 궁수의 솜씨도 중요했지만, 진정한 위력은 일제사격에 있었습니다. 지휘관의 신호에 맞춰 수백 명의 궁수가 동시에 화살을 쏘아 올렸습니다. 하늘을 뒤덮은 화살이 적진에 쏟아질 때, 개별 화살의 위력이 아니라 조율된 집단의 힘이 전장을 지배했습니다. 네트워크 중심전은 현대판 일제사격입니다. 개별 전투기의 성능이 아니라, 연결된 전력의 조율이 승패를 결정짓습니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만능은 아닙니다. 데이터 링크는 적의 전자전 공격 표적이 됩니다. 적이 강력한 전파 방해를 가해오면 통신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조종사의 인지 부하도 늘어납니다. 화면에 수십 개의 심볼이 떠 있을 때, 어떤 것이 당장의 위협이고 어떤 것이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이 무대에 등장합니다. AI는 네트워크를 통해 쏟아지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당장 대응해야 할 위협을 상단에 올리고, 무시해도 될 정보는 걸러냅니다. 편대 전체의 표적 분담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네트워크가 신경망이라면, AI는 그 신경망을 관장하는 두뇌입니다. 미래의 합동전영역지휘통제 체계에서 AI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공군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F-15K와 KF-16에 Link-16을 탑재하여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독자적인 데이터 링크 체계인 Link-K도 개발 중입니다. KF-21 보라매는 처음부터 네트워크 중심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미래에는 KF-21과 무인 충성윙맨이 데이터 링크로 연결되어 협동 작전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네트워크 중심전의 시작은 단순한 통신 기술의 발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전환이었습니다. 개체에서 체계로, 화력에서 정보로, 플랫폼에서 네트워크로. 이 패러다임 전환이 인공지능 전투기가 활약할 무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5. 전투기 자동화의 진화: 기계식 조종에서 디지털 FBW까지

 

1974년 1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시험 조종사 필 오슬러는 새로운 전투기 시제기 YF-16의 조종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은 고속 활주 시험 예정일이었습니다. 비행이 아니라 단지 활주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오슬러가 스로틀을 밀어 넣자 애프터버너에 불이 붙었습니다. 전투기가 맹렬하게 가속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활주 도중 기체가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슬러는 조종간을 움직여 균형을 잡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기체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습니다. 흔들림이 점점 심해지더니, 갑자기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뛰어올랐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이륙이었습니다. 노련한 시험 조종사였던 오슬러는 순간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다시 착륙하려 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그는 그대로 상승하여 6분간 비행한 뒤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양산형 플라이바이와이어 전투기 F-16의 탄생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말한 플라이바이와이어가 무엇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이 기술을 이해하려면 먼저 전통적인 비행 조종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라이트 형제가 1903년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비행기를 조종하는 방식은 수십 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기면, 그 움직임이 강철 케이블과 도르래, 지렛대를 통해 날개의 조종면으로 전달되었습니다. 마치 인형극에서 줄을 당겨 인형을 움직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조종사의 팔 힘이 직접 비행기를 움직였던 것입니다.

이 기계식 조종 방식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었습니다. 조종사는 바람의 저항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의 상태를 온몸으로 감지하며 비행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점점 빨라지고 커지면서, 조종에 필요한 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음속을 돌파하는 제트 전투기의 조종면을 인간의 근력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압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자동차의 파워 스티어링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살짝 움직이면, 유압 펌프가 그 힘을 증폭시켜 조종면을 움직여 줍니다. F-4 팬텀이나 F-15 이글 같은 명기들이 이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조종사의 부담은 줄었지만, 조종간과 날개 사이는 여전히 기계적인 연결 장치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복잡한 유압 배관은 무겁고, 적의 공격에 취약했으며, 정비도 까다로웠습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계식 조종으로는 불안정한 비행기를 다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불안정하다니, 그게 좋은 걸까요? 사실 전투기에게는 좋은 것입니다. 안정적인 비행기는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이것은 안전하지만, 기동성을 떨어뜨립니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불안정한 비행기는 마치 팽이처럼 언제든 방향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공중전에서 결정적인 이점입니다.

문제는 인간의 반응 속도로는 이 불안정성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불안정한 비행기는 조종사가 손을 놓는 순간 균형을 잃고 추락하려 합니다. 이를 막으려면 초당 수십 번씩 조종면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인간의 뇌와 손이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기서 컴퓨터가 등장합니다.

플라이바이와이어, 줄여서 FBW는 조종간과 날개 사이의 기계적 연결을 끊어버립니다. 대신 전선을 통해 전기 신호를 보냅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기면, 센서가 그 움직임을 감지하여 디지털 신호로 변환합니다. 이 신호는 비행 제어 컴퓨터로 보내집니다. 컴퓨터는 조종사의 의도를 해석하고, 현재 비행 상태(속도, 고도, 자세 등)를 고려하여 각 조종면을 얼마나 움직여야 할지 계산합니다. 그런 다음 유압 작동기에 명령을 보내 조종면을 움직입니다.

핵심적인 차이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기계식 조종에서 조종사는 조종면의 각도를 직접 제어했습니다. FBW에서 조종사가 입력하는 것은 각도가 아니라 의도입니다. "기수를 들어 올리고 싶다"는 의도를 넣으면, 컴퓨터가 현재 상황에서 그 의도를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조종면 움직임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NASA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1972년, NASA 드라이든 연구센터는 F-8 크루세이더 전투기의 기계식 조종 장치를 모두 제거하고 아폴로 달 착륙선의 컴퓨터를 이식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FBW 항공기 실험이었습니다. 시험 조종사 게리 크리어는 1972년 5월 25일, 기계적 백업 없이 오직 컴퓨터만으로 제어되는 비행기를 하늘로 띄웠습니다. 13년에 걸친 210회의 시험 비행 동안 단 한 번도 컴퓨터 고장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비행 제어가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입니다.

F-16은 이 기술을 양산기에 처음 적용한 전투기입니다. 그것도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설계된 전투기에 말입니다. F-16의 무게 중심은 양력 중심보다 뒤에 위치합니다. 이것은 기체가 끊임없이 기수를 들거나 숙이려 한다는 뜻입니다. 컴퓨터가 초당 수천 번씩 조종면을 조정하여 이 불안정성을 상쇄합니다. 조종사가 느끼기에는 안정적이고 반응성 좋은 비행기입니다. 그러나 컴퓨터 없이는 몇 초도 비행할 수 없는 기체인 것입니다.

F-16의 FBW가 제공하는 또 다른 기능은 비행 영역 보호입니다. 과거의 전투기에서는 조종사의 실수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기동을 하여 날개가 부러지거나, 실속(양력을 잃는 것)에 빠져 추락하는 사고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F-16의 컴퓨터는 조종사가 아무리 거칠게 조종간을 움직여도 기체가 견딜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기동하도록 제한합니다. 9G를 넘는 하중이 걸리지 않게, 실속 각도를 넘지 않게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조종사는 적과의 전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자체와 싸울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초기의 F-16은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은 전압이나 전류의 변화로 숫자를 표현합니다. 반면 디지털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법을 사용합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F-16은 디지털 비행 제어 컴퓨터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디지털의 장점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행 특성을 소프트웨어로 바꿀 수 있습니다. 같은 기체라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다르게 비행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민간 항공에서도 FBW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1988년 취항한 에어버스 A320은 완전 디지털 FBW를 채택한 최초의 양산 여객기입니다. 에어버스의 철학은 비행 영역 보호를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아무리 세게 당겨도 비행기가 실속하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잉은 777에서 FBW를 도입했지만 조종사가 컴퓨터의 보호 기능을 무시하고 수동 조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두 회사의 다른 철학입니다.

이제 자동 지상 충돌 회피 시스템, Auto-GCAS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기술은 FBW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AI 전투기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입니다.

전투기 조종사에게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지면 충돌입니다. 공중전 중에 상황 인식을 잃거나, 고G 기동으로 의식을 잃어(G-LOC라고 합니다) 비행기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는 사고가 적지 않았습니다. 멀쩡한 비행기와 숙련된 조종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Auto-GCA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시스템은 지형 데이터베이스, GPS, 레이더 고도계를 결합하여 현재 비행 경로를 예측합니다. 만약 이대로 가면 지면과 충돌할 것으로 판단되면, 먼저 조종사에게 경고합니다. 조종사가 반응하지 않으면, 컴퓨터가 조종권을 빼앗아 기체를 상승시킵니다. 날개를 수평으로 돌리고 5G로 당겨 올리는 것입니다.

2016년, 미 공군은 극적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애리조나 공군 주방위군 소속 F-16 훈련생이 공중전 훈련 중 G-LOC에 빠졌습니다. 8.4G의 하중을 견디다 의식을 잃은 것입니다. 전투기는 기수를 아래로 향한 채 시속 700킬로미터 이상으로 지면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교관의 다급한 외침이 무전기를 타고 울렸습니다. "투, 리커버! 투, 리커버!" 그러나 반응이 없었습니다. 고도 8,700피트에서 Auto-GCAS가 작동했습니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체를 회복시켜 조종사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2014년 실전 배치 이후 Auto-GCAS는 12대의 F-16과 13명의 조종사(한 대는 복좌기였습니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F-35에도 탑재되어 있고, F-22에서도 최소 1건의 구조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술로 30년간 30억 달러 이상의 자산과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Auto-GCAS의 도입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는 1990년대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실전 배치에 20년 이상이 걸렸을까요. 조종사들의 저항 때문이었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비행기를 조종하는 능력은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기체를 정밀하게 다루는 것이 그들의 자부심입니다. Auto-GCAS는 이 영역에 기계가 침범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내가 조종하고 있는데 컴퓨터가 내 손을 치운다고?" 많은 조종사가 이렇게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기량이 의심받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DARPA의 ACE 프로그램 매니저인 라이언 헤플린 중령은 이를 1930년대의 기병대에 비유합니다. 당시 기병대원들에게 말 타는 기술은 그들의 정체성이었습니다. 기계화 부대의 도입을 거부했던 것처럼, 조종사들도 자동화에 저항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기병대는 전차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기술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F-22나 F-35 같은 5세대 전투기는 FBW를 넘어 센서 융합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자동화를 구현했습니다. 과거에는 조종사가 레이더 화면을 보고, 적외선 센서를 확인하고, 레이더 경보 수신기 소리를 듣고, 이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서 통합해야 했습니다. 인지 부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5세대 전투기의 컴퓨터는 이 작업을 대신합니다. 여러 센서의 정보를 융합하여 "저것은 적기다, 이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이 최적이다"라는 가공된 정보를 조종사에게 제공합니다.

이 진화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AI 전투기가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기계식 조종에서 유압 조종으로, 아날로그 FBW에서 디지털 FBW로, 비행 영역 보호에서 Auto-GCAS로, 센서 융합에서 AI 파일럿으로. 각 단계는 인간 조종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 끝에는 인간 없이도 비행하고 전투할 수 있는 완전 자율 전투기가 있습니다.

디지털 FBW는 AI가 전투기를 조종하기 위한 필수 인터페이스입니다. 기계식 연결이 남아 있었다면, AI가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로봇 팔이 물리적으로 조종간을 잡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FBW 덕분에 AI는 소프트웨어 코드를 통해 직접 비행 제어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조종사의 손이 조종간에 입력하던 것을 AI의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것입니다.

로마의 글라디우스 검을 떠올려 보십시오. 검사의 숙련된 손이 검을 휘둘렀습니다. 이것이 기계식 조종입니다. 이제 검과 손 사이에 정교한 장치가 끼어들었습니다. 검사의 의도를 읽고, 검이 가장 효과적인 각도로 목표를 향하게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이것이 FBW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장치 위에 전술 참모가 앉았습니다.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를 판단하는 지능입니다. 이것이 AI 전투기입니다.

전투기 자동화의 역사는 인간의 한계를 기계로 보완해온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서, 우리는 인간 없이도 하늘을 지배하려는 기계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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