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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인공지능, 동물의 언어를 번역하다 - 에필로그 인터스피시즈 인터넷과 공존의 지구
인공지능, 동물의 언어를 번역하다
에필로그 인터스피시즈 인터넷과 공존의 지구
김경진 변호사
E.1 향유고래의 클릭 소리와 심해의 알파벳
바다 깊은 곳은 늘 어둡다. 햇빛이 닿지 않는 수천 미터 아래는 캄캄한 밤과 같다. 그 어둠 속에서 향유고래는 소리로 세상을 본다. 향유고래는 이마에서 딱딱 하는 소리를 쏘아 보낸다. 이 짧은 소리 하나를 클릭(click)이라고 한다 [3].
향유고래는 클릭을 여러 개 이어서 낸다. 이렇게 이어진 소리 묶음을 코다(coda)라고 한다 [2, 3]. 클릭은 소리 하나이고, 코다는 그 클릭을 여러 개 묶은 소리 다발이다. 코다는 클릭을 3개에서 40개쯤 이어 만든다. 사람의 귀에는 코다가 그저 똑같은 딱딱 소리로만 들린다. 오랫동안 사람은 이 소리를 뜻 없는 소음으로 여겼다 [2].
그러나 인공지능이 이 소리를 다시 들었다. 프로젝트 세티(Project CETI)라는 연구팀이 나섰다. 세티는 고래의 말을 풀려는 여러 나라 학자들의 모임이다. 이 팀의 프라티유샤 샤르마(Pratyusha Sharma) 연구원과 제이콥 안드레아스(Jacob Andreas) 교수가 소리를 분석했다. 도미니카 향유고래를 오래 지켜본 셰인 게로(Shane Gero) 박사도 함께했다 [1].
연구팀은 아주 많은 소리를 모아 살폈다. 향유고래 코다 8,719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서 코다를 이루는 네 가지 기본 요소를 찾았다. 소리의 리듬과 빠르기, 그리고 덧붙이는 작은 클릭 같은 것들이다. 이 요소들을 이리저리 바꾸면 서로 다른 코다가 만들어진다.
인공지능은 똑같아 보이던 클릭 속에서 규칙을 찾아냈다. 향유고래는 클릭 사이의 간격을 조금씩 늘였다 줄였다 한다. 소리의 빠르기도 바꾼다. 클릭 묶음 앞뒤에 작은 소리를 덧붙이기도 한다. 이 작은 차이들이 모여 서로 다른 소리 구조를 만든다.
향유고래는 소리의 빠르기도 매만진다. 같은 코다를 조금 늘여서 내기도 한다. 조금 당겨서 빠르게 내기도 한다. 노래를 부를 때 박자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과 닮았다. 이 작은 늘이고 당김도 소리를 바꾸는 열쇠가 된다.
새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갔다. 학자들은 코다 속에서 어떤 높이의 울림이 세게 나는지 살폈다. 사람이 '아'와 '이' 모음을 낼 때도 세게 울리는 자리가 있다. 향유고래 코다에서도 그런 자리가 나타났다. 세티 팀은 이런 고래 모음 두 가지를 찾았다. 사람이 내는 '아'와 '이' 소리와 비슷하다 [4].
향유고래는 어떻게 이런 모음을 낼까. 향유고래는 머리 안쪽 소리 입술에서 소리를 만든다. 그 소리를 머리 속 공기주머니로 다듬는다. 사람이 목청에서 소리를 내고 입 모양을 바꿔 모음을 만드는 것과 닮았다. 소리를 만드는 곳과 다듬는 곳이 나뉘어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향유고래가 약 156가지의 서로 다른 코다를 낸다고 밝혔다. 이 코다들은 낱글자가 아니다. 리듬과 빠르기 같은 몇 가지 요소를 엮어 만든 소리 묶음이다. 적은 재료로 많은 소리를 짓는 솜씨가 심해에도 있었던 것이다. 다만 각 코다가 무슨 뜻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소리의 구조를 찾았을 뿐이다.
같은 코다도 무리마다 조금씩 다르다. 사람의 사투리와 비슷하다. 한 무리 안에서는 서로 소리를 겹쳐 내며 장단을 맞춘다. 한 고래가 소리를 내면 다른 고래가 곧바로 소리를 이어 붙인다. 이렇게 향유고래는 대화의 흐름을 함께 만든다.
어떤 코다는 이름표 같은 구실을 한다. 향유고래는 큰 가족 무리를 이루어 산다. 무리마다 즐겨 쓰는 코다가 따로 있다. 이 코다를 들으면 어느 무리의 고래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이 사투리로 고향을 짐작하는 것과 닮았다.
이렇게 작은 차이가 쌓여 소리를 이룬다는 점이 중요하다. 향유고래는 몇 가지 소리 요소를 이리저리 엮는다. 그 엮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코다가 만들어진다. 사람이 몇 개의 자모로 수많은 낱말을 만드는 것과 닮았다. 심해에도 이런 짜임새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소리를 잡으려면 좋은 녹음 장치가 필요하다. 세티 팀은 고래 몸에 붙이는 작은 녹음기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고래의 소리와 함께 물속 상황도 기록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소리를 냈는지 함께 봐야 뜻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공지능이라는 새 도구를 얻고 나서야 심해의 알파벳이 보였다.
[1] Sharma, P., Gero, S., Payne, R., Gruber, D. F., Rus, D., Torralba, A., & Andreas, J. (2024). Contextual and combinatorial structure in sperm whale vocalisations. Nature Communications, 15, 3617. https://doi.org/10.1038/s41467-024-47221-8
[2] Oceanographic. (2026). Scientists listen in on sperm whale communication with new tech. Oceanographic Magazine. https://oceanographicmagazine.com/news/scientists-listen-in-on-sperm-whale-communication-with-new-tech/
[3] Project CETI. (2026). Research. Project CETI. https://www.projectceti.org/research/index
[4] Kemeny, R. (2026, April 14). We're one step closer to understanding the sperm whale 'alphabet'. National Geographic.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nimals/article/sperm-whale-vowel-patterns-communication-discovery
E.2 사람만 말을 한다는 생각을 넘어서
오랫동안 사람은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겼다. 지구에서 말을 하고 뜻을 나누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믿었다. 사람의 말과 닮지 않은 동물 소리는 그저 소음으로 보았다. 이렇게 사람만 특별하다고 믿는 생각이 오래 이어졌다 [1].
이 믿음은 오랜 벽처럼 단단했다. 그 벽 때문에 동물의 소리는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사람은 이웃 생명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그냥 흘러갔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 벽은 사람의 말투로 동물을 재던 버릇에서 자랐다. 사람은 낱말과 문장이 있어야 말이라고 여겼다. 그 틀에 맞지 않는 소리는 뜻이 없다고 밀어냈다. 그러나 동물의 소리는 사람의 말 틀에 맞출 까닭이 없다. 저마다 다른 몸과 다른 삶에서 나온 소리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이 벽을 조금씩 허물고 있다 [3, 4]. 인공지능은 동물의 소리를 생각 지도 위에 정리한다. 학자들은 이 지도를 잠재 공간(latent space)이라고 부른다. 이 지도에서는 소리가 비슷하면 점도 가까이 모인다. 소리가 다르면 점도 멀리 떨어진다 [4].
학자들은 사람의 말 지도와 동물의 소리 지도를 나란히 놓아 보았다. 두 지도는 서로 아주 먼 남남이 아니었다. 지도의 모양을 맞추어 겹치면 비슷한 자리가 나타났다. 사람의 어떤 낱말과 동물의 어떤 신호가 같은 자리에 놓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방법이 숨어 있다. 두 지도를 겹칠 때 미리 만든 번역표가 필요 없다. 학자들은 두 지도의 생김새만 보고 서로 맞는 자리를 찾는다. 종이 두 장을 겹쳐 창에 대고 무늬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모양 맞춰 겹치기를 학자들이 지금 시험하고 있다.
이런 연구를 이끄는 학자들이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가슈페르 베구시(Gašper Beguš)는 동물 소리의 규칙을 인공지능으로 찾는다. 이들은 사람의 말 규칙을 동물에게 억지로 씌우지 않는다. 소리 그 자체의 모양에서 규칙이 스스로 드러나기를 기다린다.
여기서 새 생각이 자란다. 동물은 사람의 말을 기다리는 대상이 아니다. 동물은 저마다 자기 세상을 느끼고 그 세상을 소리로 그려 온 짝이다. 동물이 자기 감각으로 느끼는 세상을 움벨트(Umwelt)라고 한다. 박쥐는 소리로 세상을 보고, 개는 냄새로 세상을 읽는다. 고래에게는 고래의 세상이 있고, 새에게는 새의 세상이 있다.
이 겹치기 방법은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낸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미리 만든 사전이 없다. 낱말을 짝지어 놓은 표도 없다. 그런데도 인공지능은 두 지도의 모양만 보고 짝을 찾으려 한다. 서로 다른 세상을 이어 붙이는 새 다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의 소리를 사람 말 아래에 두어서는 안 된다. 동물의 생각과 가락을 나란히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모든 생명의 소리를 똑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사람이 지구의 한 식구로 자라려면 먼저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2].
[1] Rodríguez-Garavito, C. (2026, February 19). AI-enabled decoding of whale communication could bolster animal rights. NYU School of Law Ideas. https://www.law.nyu.edu/news/ideas/cesar-rodriguez-garavito-animal-communication-ai
[2] MOTH - More Than Human Life. (2026). MOTH x CETI: Exploring how understanding sperm whale communications can be a force for good. mothrights.org. https://mothrights.org/news/moth-x-ceti-exploring-how-understanding-sperm-whale-communications-can-be-a-force-for-good/
[3] Bioneers. (2026). The quest to decode whale-speak. Bioneers. https://bioneers.org/the-quest-to-decode-whale-speak/
[4] Rutz, C., Bronstein, M., Raskin, A., Vernes, S. C., Zacarian, K., & Blasi, D. E. (2023). Using machine learning to decode animal communication. Science, 381(6654), 152-155. https://doi.org/10.1126/science.adg7314
E.3 지구 생명을 잇는 종간 인터넷
사람 사이에는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은 멀리 있는 사람끼리 소식을 주고받게 잇는 그물이다. 그런데 지구에는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다. 고래와 코끼리, 새와 꿀벌, 나무까지 함께 산다. 이들 생명을 하나로 잇자는 꿈이 있다. 이 꿈을 종간 인터넷(Interspecies Internet)이라고 부른다 [1].
이 꿈은 2013년에 처음 나왔다. 인터넷을 만든 빈트 서프(Vint Cerf)와 음악가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이 앞장섰다. 학자 닐 거센펠드(Neil Gershenfeld)와 다이애나 라이스(Diana Reiss)도 함께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사람만의 것으로 두지 말자고 했다. 동물에게도 그 그물을 열어 주자는 생각이었다.
종간 인터넷은 동물의 소리를 앱으로 번역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구의 모든 생명이 서로의 소식과 위험을 나누는 큰 그물을 뜻한다. 사람의 신경이 몸 구석구석을 잇듯이, 이 그물은 온 지구의 생명을 잇는다.
사실 이런 연결의 조각들은 자연 속에 이미 있다. 여러 동물은 다른 종의 경고 소리를 엿듣는다. 미어캣이 위험을 알리면 곁의 다른 동물이 그 소리를 알아듣고 함께 피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엿듣기를 70종이 넘는 동물에게서 확인했다. 서로 다른 동물이 같은 위험 정보를 나누는 셈이다 [2].
돌고래도 이런 나눔을 보여 준다. 돌고래는 무리와 무리가 바다에서 만날 때 휘파람을 주고받는다. 저마다 다른 이 휘파람은 이름표 같은 구실을 한다. 소리로 서로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소리의 길이 이미 하나의 그물을 이룬다 [3].
이 그물은 소리만 잇는 것이 아니다. 나무와 풀도 신호를 낸다. 물이 마르면 토마토와 담배 같은 식물은 사람 귀에 안 들리는 소리를 낸다.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 한 그루는 한 시간에 30번에서 50번쯤 딱딱 소리를 낸다. 인공지능은 이런 소리를 모아 식물의 상태를 읽어 낼 수 있다 [4].
인공지능은 이런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일을 돕는다. 새로 나올 통신망도 힘을 보탤 수 있다. 6G라는 통신망은 전파를 물체에 튕겨 주변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통신망을 감지기로 삼는 이 생각을 네트워크 센서(network as a sensor)라고 한다. 다만 이 기술을 동물 소통망에 잇는 일은 아직 가능성일 뿐이다 [5].
이 그물을 잘 쓰면 자연을 지킬 수 있다. 열대우림에서 나무를 함부로 베기 시작한다고 하자. 흩어지는 새들의 움직임과 식물의 이상 신호가 그물을 타고 중앙으로 모인다. 사람이 곧바로 그 소식을 받고 멈출 수 있다. 종간 인터넷은 감시가 아니라 함께 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구의 생명이 서로의 위험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는 큰 신경망이 되는 것이다.
[1] Interspecies Internet. (n.d.). About. Interspecies Internet. https://www.interspecies.io/about
[2] Magrath, R. D., Haff, T. M., Fallow, P. M., & Radford, A. N. (2015). Eavesdropping on heterospecific alarm calls: from mechanisms to consequences. Biological Reviews, 90(2), 560-586. https://doi.org/10.1111/brv.12122
[3] Quick, N. J., & Janik, V. M. (2012). Bottlenose dolphins exchange signature whistles when meeting at se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79(1738), 2539-2545. https://doi.org/10.1098/rspb.2011.2537
[4] Khait, I., Lewin-Epstein, O., Sharon, R., et al. (2023). Sounds emitted by plants under stress are airborne and informative. Cell, 186(7), 1328-1336. https://doi.org/10.1016/j.cell.2023.03.009
[5] Nokia Bell Labs. (n.d.). Network as a sensor. Nokia. https://www.nokia.com/bell-labs/research/6g-networks/6g-technologies/network-as-a-sensor/
E.4 새 도구가 밝힌 것들: 자연의 말을 배우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동물 소리를 배우는 쪽으로도 나아갔다. 지구종 프로젝트(Earth Species Project)가 새 인공지능을 내놓았다. 이름은 네이처엘엠 오디오(NatureLM-audio)다. 이것은 동물 소리를 위해 만든 첫 대형 소리 인공지능이다. 2024년 11월에 처음 공개했고, 2025년 국제 학회(ICLR)에서 정식으로 소개했다 [1].
이 인공지능은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한다. 소리를 듣고 어떤 동물인지 알아맞힌다. 그 동물이 새끼인지 어른인지도 가려낸다. 소리의 종류를 나누고, 소리에 설명을 붙인다. 녹음 속에 동물이 몇 마리 있는지 세기도 한다.
사람이 안 가르친 일을 해낸 점이 눈에 띈다. 보통 인공지능은 배운 일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은 많은 소리를 익히는 동안 새 재주를 스스로 얻었다. 몇 마리인지 세는 일도 처음부터 배운 것이 아니다. 많이 듣다 보니 저절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구종 프로젝트는 여러 동물의 말을 함께 살핀다. 지금은 까마귀와 흰돌고래, 코끼리의 소리를 파고들고 있다. 세계 곳곳의 생물학자들과 손을 잡고 자료를 모은다. 한 종만 보지 않고 여러 종을 나란히 보는 것이 이 팀의 방식이다.
2026년 7월에는 새 도구가 하나 더 나왔다. 이름은 에이엘피 데이터(alp-data)다. 여러 동물의 소리 자료를 한곳에 모은 도구다. 새소리와 고래 소리, 벌레 소리 자료 35가지를 담았다. 이제 학자들은 여러 동물의 소리를 한 창구에서 꺼내 쓸 수 있다 [2].
지구종 프로젝트는 이 흐름을 동물 언어 처리(Animal Language Processing)라고 부른다. 동물 소통을 인공지능으로 연구하는 방법이다. 사람의 말 규칙을 동물에게 그대로 씌우지 않는다. 동물마다 소통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인정한다. 그 위에서 인공지능이 자료로 규칙을 찾는다 [3].
이 팀은 사람들의 생각도 물어보았다. 2025년에 세계 67개국 1,057명에게 물었다. 많은 사람이 동물의 말을 알게 되는 일을 반겼다. 그러면서 동물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는 걱정도 내놓았다. 기술이 자라는 만큼 조심하는 마음도 자라는 것이다 [4].
이 새 도구들은 학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 예전에는 한 학자가 한 동물만 오래 파고들었다. 자료도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제는 여러 동물의 자료를 한 창구에서 함께 본다. 나뉘어 있던 연구들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모이는 것이다.
다음 목표로 소리 재생 시험이 있다. 인공지능이 만든 소리로 동물에게 말을 걸어 보는 시험이다. 이 계획은 주로 프로젝트 세티(Project CETI)가 밝혔다. 지구종 프로젝트는 소리를 함부로 들려주기보다 자료를 모으고 살피는 일에 힘을 쏟는다. 사람이 만든 소리를 동물이 알아듣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5].
[1] Earth Species Project. (2024, November 11). Introducing NatureLM-audio: An audio-language foundation model for bioacoustics. Earth Species Project. https://earthspecies.org/2024/11/11/introducing-naturelm-audio-an-audio-language-foundation-model-for-bioacoustics/
[2] Earth Species Project. (2026, July 22). Introducing alp-data: A shared data layer for animal language processing. Earth Species Project. https://earthspecies.org/2026/07/22/introducing-alp-data-a-shared-data-layer-for-animal-language-processing/
[3] Earth Species Project. (2026, April 2). Animal language processing: An AI convergence in animal communication. Earth Species Project. https://earthspecies.org/2026/04/02/animal-language-processing-an-ai-convergence-in-animal-communication/
[4] Earth Species Project. (2025, September 29). What the world thinks about AI and animal communication: Findings from our first global survey. Earth Species Project. https://earthspecies.org/2025/09/29/what-the-world-thinks-about-ai-and-animal-communication-findings-from-our-first-global-survey/
[5] Project CETI. (2026). Research. Project CETI. https://www.projectceti.org/research/index
E.5 조심스럽게 듣기: 책임 있는 도구와 공존의 약속
새 도구는 힘이 세다. 힘이 센 도구는 잘못 쓰면 해가 된다. 인공지능은 이제 동물 소리를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힘을 나쁘게 쓰면 동물을 속일 수도 있다. 가짜 소리로 야생 동물을 꾀어내는 일을 생각해 보자. 밀렵꾼이 가짜 소리로 사냥에 나설 수도 있다 [1][2].
그래서 우리는 세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첫째,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 약속이다. 동물 무리는 오랜 세월 자기만의 소리 문화를 쌓아 왔다. 사람이 장사나 지배를 위해 가짜 소리를 넣어 그 질서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은 동물의 소리를 빼앗는 무기가 아니다. 동물의 문화를 그들 뜻대로 지키는 도구여야 한다.
왜 이런 약속이 필요할까. 사람은 오래도록 자연을 이기려고만 했다. 소리를 아는 힘도 자칫 상대를 조종하는 힘으로 바뀔 수 있다. 무리 속으로 함부로 끼어들면 동물의 삶은 흐트러진다. 그래서 아는 만큼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둘째, 소리에 표시를 남기는 약속이다. 학자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동물 소리에 보이지 않는 표를 심자고 제안한다. 이 표를 오디오 워터마크(audio watermark)라고 한다. 위조지폐의 숨은 그림처럼, 사람 귀로는 못 듣지만 기계는 알아본다. 그러면 어떤 소리가 진짜이고 어떤 소리가 가짜인지 가릴 수 있다 [3].
이 표시는 자료를 지키는 일에도 쓰인다. 학자들은 바다와 숲에 녹음기를 오래 걸어 둔다. 이렇게 사람이 끼어들지 않고 소리만 모으는 일을 수동 음향 관측이라고 한다. 가짜 소리가 섞여 들면 이 자료가 더러워진다. 소리에 표를 심어 두면 가짜를 걸러 자료를 깨끗하게 지킬 수 있다.
셋째, 함께 정하는 약속이다. 뉴욕 대학교 법학대학원의 모스(MOTH) 프로그램이 이 일을 앞장서 한다. 모스는 사람 아닌 생명의 권리를 살피는 모임이다. 기계가 찾아낸 자료는 바다를 지켜 온 원주민의 오랜 지혜와 만나야 한다. 원주민이 오래 관찰해 얻은 자연 지식을 전통 생태 지식이라고 한다. 사람의 이익만으로 규칙을 정해서는 안 된다.
이 세 가지 약속은 하나의 마음에서 나온다. 새 힘을 얻었다고 상대를 마음대로 다루지 않는 마음이다. 사람은 오래도록 자연을 도구로만 여겨 왔다. 이제는 그 버릇을 돌아볼 때다. 인공지능이라는 새 힘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무거운 책임이다.
향유고래의 말을 알게 되면 새 권리도 생각할 수 있다. 학자들은 고래가 괴롭힘을 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자기 문화를 지킬 권리도 함께 말한다. 2024년 뉴질랜드와 쿡제도의 원주민 지도자들은 고래를 사람과 같은 권리를 가진 존재로 보자고 선언했다. 고래는 사람이 마음대로 쓰는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책은 지구의 생명을 통역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향유고래의 클릭과 새의 노래, 코끼리의 낮은 울림을 인공지능이 하나씩 풀어 왔다. 통역은 상대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알려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지구의 생명을 통역하는 다리다. 그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널 때, 우리는 이웃 생명들과 함께 사는 지구를 만들 수 있다. 통역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한 일이다.
[1] Inside Climate News. (2025, October 29). AI is decoding whales' communications. Could that be a turning point in the push for their rights? Inside Climate News. https://insideclimatenews.org/news/29102025/ai-sperm-whale-communications-legal-rights/
[2] MOTH - More Than Human Life. (2026). MOTH x CETI: Exploring how understanding sperm whale communications can be a force for good. mothrights.org. https://mothrights.org/news/moth-x-ceti-exploring-how-understanding-sperm-whale-communications-can-be-a-force-for-good/
[3] Rutz, C., Bronstein, M., Raskin, A., Vernes, S. C., Zacarian, K., & Blasi, D. E. (2023). Using machine learning to decode animal communication. Science, 381(6654), 152-155. https://doi.org/10.1126/science.adg7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