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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9장 사나에노믹스 — 아베노믹스의 계승과 변주
유리 천장을 넘어서
제5부 권력 —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19장 사나에노믹스 — 아베노믹스의 계승과 변주
김경진
경제 정책에는 이름이 필요합니다.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2년 12월에 정권에 복귀하면서 내세운 경제 재생 전략에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미국 언론이 먼저 사용했고, 그것이 역으로 일본에 수입됐습니다. 아베 본인이 처음부터 그 이름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의 경제 철학을 담은 상징어가 됐습니다.
사나에노믹스(サナエノミクス)도 같은 방식으로 탄생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의 경제 노선을 요약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이름이었습니다. 2024년 총재 선거 과정에서 그녀 스스로 이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베노믹스의 직계 계승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2025년 10월 이후에는 실제 정책의 이름이 됐습니다.
아베노믹스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가 총리에 복귀했을 때 일본은 오랜 디플레이션(deflation), 즉 물가 하락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내년에 사면 더 싸지겠지"라며 지출을 미뤘습니다. 기업은 투자를 꺼렸습니다. 이 악순환이 20년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엔화는 강하게 유지됐고, 수출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아베는 이 문제를 세 개의 화살로 뚫겠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화살은 "대담한 금융 완화"였습니다. 일본은행(日本銀行)이 전례 없는 규모로 돈을 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은행 총재로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를 임명했습니다. 구로다 총재는 "이차원 완화(異次元緩和)"라고 불리는 초대형 양적 완화를 실시했습니다. 목표는 연간 2% 물가 상승률을 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화살은 "기동적인 재정 출동"이었습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공사업, 재해 복구, 사회 인프라 투자. 수십 조 엔 규모의 경제 대책이 연이어 발표됐습니다.
세 번째 화살은 "민간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성장 전략"이었습니다. 규제 완화, 노동 시장 개혁, 여성 활용(一億総活躍), 혁신 투자. 이른바 민간 주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략의 성과는 복잡합니다.
분명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됐습니다.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실업률이 낮아졌습니다. 취업자 수가 늘었습니다. 일본은 적어도 겉으로는 경기 회복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했습니다. 2% 물가 상승 목표는 수년 동안 달성되지 못했습니다. 임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습니다. 소비는 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은 기득권의 저항에 막혀 절반의 성공에 그쳤습니다. 막대한 재정 지출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정부 채무를 더욱 늘렸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공급망을 뒤흔들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닥쳤습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수십 년의 디플레이션이 반대 방향으로 전환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왔습니다.
아베노믹스가 싸워온 문제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왔습니다.
그 달라진 세계에서 사나에노믹스가 등장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아베노믹스의 계승자를 자처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복사본이 아니었습니다. 세계가 달라졌기 때문에, 화살의 방향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사나에노믹스의 첫 번째 기둥은 "확장적 통화 정책의 유지"입니다.
일본은행은 2022년부터 금리 인상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일본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2024년에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카이치는 이에 반대했습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수요 확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의한 것입니다.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이 인플레이션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투자를 막고, 경기 회복의 싹을 자를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은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불렀습니다. 중앙은행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카이치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일본은행이 협조해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총리가 된 이후에도 이 입장은 유지됐습니다. 일본은행과의 협의를 강조하면서, 급격한 금리 인상보다 점진적 접근을 지지했습니다. 엔화 가치의 안정이 수출 기업과 지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습니다.
이것이 아베노믹스와의 첫 번째 연결 고리입니다. 금융 완화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를 계승했습니다. 그러나 목표가 달라졌습니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을 끝내기 위한 금융 완화였습니다. 사나에노믹스는 인플레이션 시대에도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신중한 금리 관리입니다.
두 번째 기둥은 "위기관리 투자"입니다.
이것이 사나에노믹스가 아베노믹스와 가장 명확하게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아베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이 "기동적인 재정 출동"이었다면, 사나에노믹스의 두 번째 기둥은 단순한 경기 부양이 아닙니다. 국가 안위에 직결된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방위비 증액. GDP 대비 2%를 목표로 합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방위비를 GDP의 1%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아베 시절부터 그 목표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기시다 내각이 방향을 정했으며, 다카이치는 이를 가속화했습니다. 단순한 군비 증강이 아니라, 국방을 경제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담겨 있었습니다. 방위 산업의 육성, 국내 방산 기업의 성장, 동맹국과의 공동 생산. 이 모든 것이 연결됐습니다.
식량 안보.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낮습니다. 칼로리 기준으로 38%를 약간 웃도는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수입에 의존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밀 수급을 흔들면서, 식량 안보의 취약성이 드러났습니다. 다카이치는 농업의 스마트화, 식량 생산의 국내 강화, 비축 강화를 위한 투자를 적극 재정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에너지 안보. 일본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합니다.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 경제 구축. 다카이치는 총리 후보 시절부터 원전 재가동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경제 안보의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이 세 가지 영역에 대한 투자가 "위기관리 투자"입니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기반을 다지는 투자입니다.
세 번째 기둥은 "성장 투자"입니다.
이것이 사나에노믹스에서 가장 미래 지향적인 부분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터, 우주, 바이오. 다카이치는 이 다섯 분야를 일본이 미래에 먹고살 성장의 씨앗으로 봤습니다.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닙니다. 경제안전보장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반도체를 보겠습니다. 2010년대에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크게 밀렸습니다. 1990년대에 세계를 지배했던 일본 반도체가 경쟁에서 뒤처졌습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반도체가 경제안보의 핵심 이슈가 됐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면서, 반도체는 단순한 경제 상품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가 됐습니다.
다카이치가 경제안전보장담당 대신이었을 때, 경제안전보장추진법(経済安全保障推進法)을 만들었습니다. 그 법의 핵심 중 하나가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물자의 국내 생산 강화였습니다. TSMC의 일본 공장 유치도 이 맥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다카이치는 이 흐름을 총리 자리에서 더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AI와 양자 컴퓨터는 다음 세대의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입니다. 일본은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져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다카이치는 이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주는 방위와 경제가 교차하는 영역입니다. 위성 통신, GPS, 군사 감시. 일본이 우주 역량을 키우는 것은 경제적 이익이기도 하고 안보적 필요이기도 합니다. 바이오는 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의료와 제약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성장 투자가 사나에노믹스의 세 번째 기둥입니다.
아베노믹스와 사나에노믹스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것과 다른 것이 보입니다.
같은 것. 금융 완화를 지지하는 기조. 적극 재정을 지지하는 방향. 재무성의 재정 긴축론에 저항하는 태도.
다른 것.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 탈출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사나에노믹스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시대에 설계됐습니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은 민간 주도 성장, 규제 완화였습니다. 사나에노믹스의 성장 투자는 국가 주도, 전략 투자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 아베노믹스에는 "경제안보"라는 축이 없었습니다. 사나에노믹스에서는 경제안보가 모든 것의 중심입니다.
이것이 두 정책 체계의 본질적 차이입니다. 아베노믹스는 내수 살리기와 수출 경쟁력 회복이 목표였습니다. 사나에노믹스는 안보와 성장의 통합이 목표입니다. 경제를 국방처럼 생각하는 것, 국방을 경제처럼 관리하는 것. 그 사고방식의 전환이 사나에노믹스의 혁신입니다.
재무성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일본 재무성(財務省)은 재정 건전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온 부처입니다. 기초재정수지(프라이머리 밸런스)의 흑자화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소비세 인상 논의의 배후에는 항상 재무성의 논리가 있었습니다.
다카이치는 이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프라이머리 밸런스 달성을 절대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경제가 성장해야 세수가 늘고, 세수가 늘어야 재정이 개선됩니다. 성장 없는 긴축은 경기를 악화시키고, 결국 재정도 더 나빠집니다."
이 주장은 적극 재정파의 오랜 논리입니다. 아베 시절에도 이 갈등이 있었습니다. 아베는 결국 소비세를 10%로 올리는 결정을 하면서 재무성과의 타협을 택했습니다. 다카이치는 더 강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총리가 된 이후 재무성과의 관계는 정책 협의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대규모 경제 대책이 발표됐고, 재무성은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인 긴장은 계속됐습니다.
아베노믹스의 지적 토대를 세운 사람은 예일대 명예교수 하마다 코이치(浜田宏一)였습니다. 그는 금융 완화의 이론을 제공했고, 아베 정권에서 내각관방참여로 일했습니다.
하마다는 사나에노믹스에 대해 복잡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베 시절의 금융 완화는 옳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디플레이션과 엔고가 문제였습니다. 금융 완화가 맞았습니다. 지금은 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오늘의 일본에 필요한 정책은 그때와 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베노믹스의 생부가 그 후계자에게 주의를 촉구한 것이었습니다.
다카이치는 이 경고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수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비용 인플레이션"이라는 논리로 답했습니다. 해외 요인에 의한 가격 상승이므로, 금리를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논쟁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사나에노믹스의 가장 큰 시험은 실현 가능성이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재원이 필요합니다. 재원은 세금 또는 국채로 마련합니다. 이미 GDP 대비 정부 채무 비율이 세계 최고인 일본에서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가.
다카이치의 답은 "성장으로 갚겠다"는 것입니다. 투자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나고, 그 늘어난 세수로 채무를 갚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른바 "성장 재정론"입니다.
이 논리의 전제는 투자가 실제로 성장으로 이어지느냐입니다. 반도체 공장에 수십 조 엔을 투자한다고 해서, 그것이 일본 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의 재정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 과제입니다.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에 걸쳐 발표된 대규모 경제 대책은 그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나에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아직 쓰이고 있는 중입니다.
경제는 실험입니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사나에노믹스도 역사의 검증을 기다립니다.
참고 자료 - MONEYIZM — 사나에노믹스란? 아베노믹스와의 차이: https://www.all-senmonka.jp/moneyizm/news/313171/ - 第一生命経済研究所 — 사나에노믹스 1분 해설: https://www.dlri.co.jp/report/ld/534492.html - 丸紅経済研究所 — 다카이치 정권의 성장 전략과 위기관리 투자: https://www.marubeni.com/jp/research/report/data/20251120_tamaoki.pdf - 日本経済新聞 — 다카이치 수상 적극 재정으로 국력을 강하게: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214MU0R21C25A1000000/ - 文春オンライン — 하마다 코이치 씨가 사나에노믹스에 쓴소리: https://bunshun.jp/articles/-/84368 - ai-government-portal — 아베노믹스와 사나에노믹스 비교 분석: https://ai-government-portal.com/%E3%82%A2%E3%83%99%E3%83%8E%E3%83%9F%E3%82%AF%E3%82%B9%E3%81%A8%E3%82%B5%E3%83%8A%E3%82%A8%E3%83%8E%E3%83%9F%E3%82%AF%E3%82%B9%E3%81%AE%E5%BE%B9%E5%BA%95%E6%AF%94%E8%BC%83%E5%88%86%E6%9E%90%EF%BC%9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