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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프랑스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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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러시아어·한국어 쌍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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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베트남어·한국어 쌍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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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라오스어·한국어 쌍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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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몽골어·한국어 쌍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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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어로 읽는 대학생 교양 인공지능
한국어 원문과 외국어 번역을 함께 실은 유학생용 교재입니다. 각 책 소개 페이지에서 PDF를 받을 수 있습니다.
[AI서재] 트럼프, 모욕의 외교 - 제28장 500억 달러 교육 수지 붕괴와 유학생들의 유럽·아시아 대거 탈출(Talent Drain)
트럼프, 모욕의 외교, 텅 비어 가는 제국
제28장 500억 달러 교육 수지 붕괴와 유학생들의 유럽·아시아 대거 탈출(Talent Drain)
김경진 변호사
2026년 8월 11일, 미국 국제교육자협회(NAFSA)가 한 장의 전망 보고서를 냈다. 올가을 미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 9.5%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숫자로 옮기면 약 11만 1,000명이 캠퍼스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NAFSA는 이 감소가 대학 주변 지역 경제에서 34억 달러를 앗아 간다고 계산했다. 일자리도 최대 4만 개가 위험하다고 봤다.
한 해 전 가을에는 새로 입학한 유학생이 17% 줄었다. 올봄에는 신입 학부생이 평균 20%, 신입 대학원생이 24% 줄었다. 감소 폭이 해마다 커지고,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80년 가까이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자석이었다. 인도와 중국의 수재들은 미국 유학을 당연한 경로로 여겼다. 그 경로가 흔들리고 있다. 이 장은 비자 불안과 추방 공포가 어떻게 미국 고등교육의 수출 모델을 깎아 먹는지 추적한다. 떠난 인재들이 독일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로 어떻게 흩어지는지도 살핀다.
28.1 한 해 500억 달러, 미국 고등교육이라는 수출 산업
유학생 교육은 미국의 대표적인 서비스 수출이다. 외국 학생이 미국에 와서 내는 등록금과 생활비는 통계상 수출로 잡힌다. 미국 안에서 쓰는 돈이지만, 외국에서 벌어 온 돈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와 국무부가 2025년 11월 낸 「오픈도어스(Open Doors) 2025」 보고서가 기준점이다. 2024~2025학년도 미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117만 7,766명이었다. 전년보다 5% 늘어 역대 최대였다. 미국 전체 대학생의 6%가 유학생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이들이 2024년 한 해 미국 경제에 약 550억 달러를 보탰다고 집계했다. NAFSA는 대학 주변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만 따로 계산해 약 430억 달러로 봤다. 기관마다 셈법은 다르다. 어느 쪽으로 보든 한 해 500억 달러 안팎의 산업이다. 우리 돈으로 약 70조 원 규모다.
출신국을 보면 인도와 중국이 절반을 넘는다. 2024~2025학년도 인도 출신은 36만 3,019명으로 1위였다. 중국 출신은 26만 5,919명으로 2위였다. 두 나라를 합치면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3위는 한국이다.
유학생의 57%는 과학·기술·공학·수학, 곧 STEM 분야를 공부했다. 대학원생이 전체 유학생의 약 40%를 차지했다. 졸업 후 실습 취업 제도인 OPT로 일하는 유학생도 29만 4,253명에 이르렀다. OPT는 졸업한 유학생이 전공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기본 1년이고, STEM 전공자는 최대 3년까지 일할 수 있다.
이 돈의 흐름은 미국 대학 재정의 뼈대를 이룬다.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연방 장학금인 펠 그랜트(Pell Grant) 같은 지원을 받는다. 유학생은 이런 연방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대부분이 할인 없이 등록금 전액을 낸다. 주립대학에서는 주 밖 학생 요율, 곧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낸다.
대학은 이 수입으로 미국인 저소득층 학생의 장학금을 메웠다. 실험실 장비를 사고, 교수 연구를 뒷받침했다. 미국 국내 대학생 수는 2010년 이후 약 200만 명 줄었다. 대학들은 그 빈자리를 외국 학생으로 채웠다. 같은 기간 유학생은 60% 넘게 늘었다. 유학생 의존은 대학들이 스스로 택한 재정 전략이기도 했다.
연구 현장에서는 의존도가 더 깊다. 미국 주요 연구 중심 대학의 이공계 박사과정은 상당 부분을 외국인이 채운다. 뉴욕 바드 대학(Bard College)의 레온 보트스타인(Leon Botstein) 총장은 블룸버그 방송 「월스트리트 위크」에 나와 이 구조를 짚었다. 그는 미국의 과학 대학원 체계가 해외 인재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초·중등 교육만으로는 정밀 연구 인력을 충분히 길러 내지 못한다는 진단도 덧붙였다. 외국 인재를 들여와 세계 최고가 된 나라가 그 문을 스스로 닫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28.2 비자가 무기가 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비자를 통제의 도구로 썼다. 비자는 법적 권리가 아니라 정부가 주는 허가다. 정부는 그 허가를 언제든 거둘 수 있다고 여겼다. 유학생들은 이 틈에서 신분 불안을 온몸으로 겪었다.
첫 번째 충격은 2025년 봄에 왔다. 정부가 학생 및 교환방문자 정보 시스템(SEVIS)에서 수천 명의 체류 기록을 한꺼번에 지웠다. 그중에는 교통 딱지 한 장 말고는 법 위반 기록이 없는 학생도 있었다. 여러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자 정부는 일부 기록을 되살렸다. 하지만 학생들 머릿속에 남은 공포는 되돌리지 못했다.
두 번째 충격은 비자 심사 창구에서 왔다. 2025년 5월 27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 세계 미국 공관에 전문(電文)을 보냈다. 학생 비자 인터뷰 예약을 새로 받지 말라는 지시였다. 가을 학기 입학을 앞둔 학생들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 국무부는 6월 18일 인터뷰를 다시 열었다. 그 대신 신청자에게 소셜미디어 계정을 공개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영사는 이 계정들을 보며 미국과 미국 제도에 적대적인 흔적이 있는지 살폈다. 이 과정은 제26장에서 자세히 다뤘다.
바로 다음 날인 5월 28일, 루비오 장관은 중국 학생을 겨냥한 발표도 했다. 중국공산당과 연관이 있거나 핵심 분야를 공부하는 중국 학생의 비자를 적극 취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유학생 2위 송출국 전체가 움찔했다.
비자 취소 건수도 빠르게 늘었다. 국무부는 2025년 8월, 그해 들어 학생 비자 6,000건 이상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의 약 4배였다. 국무부는 이 가운데 약 4,000건이 폭행, 음주운전, 절도 같은 법 위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300건은 이민국적법의 '테러 지원'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2026년 1월에는 누적 취소 건수가 8,000건이라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취소 사유의 대다수가 범죄나 테러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테러 지원'의 범위를 어떻게 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터프츠 대학 박사과정생 뤼메이사 외즈튀르크(Rümeysa Öztürk)의 사례가 이 모호함을 보여 준다. 그는 학보에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공동 기고문을 실었다. 그 뒤 비자가 취소되고 거리에서 연방 요원에게 체포됐다. 법원은 2025년 5월 그의 석방을 명령했다. 유학생들은 글 한 편이 추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세 번째 충격은 입국 자체를 막는 조치였다. 2025년 12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입국 제한 포고령을 확대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39개국 국민에게 비자 발급이 전면 또는 일부 중단됐다. 이전에는 학생 비자에 적용하던 예외가 이번에는 대부분 빠졌다. 이란과 나이지리아처럼 유학생을 많이 보내던 나라도 대상에 들어갔다.
네 번째 충격은 졸업 이후의 길을 겨냥했다. 유학생에게 미국 학위의 가치는 졸업 뒤 미국에서 일할 기회와 묶여 있다. 그 사다리의 첫 칸이 OPT이고, 다음 칸이 전문직 취업비자 H-1B다.
2025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신규 H-1B 청원에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매기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뒤이어 H-1B 추첨에서 고임금 경력자를 우대하는 규칙도 추진했다. 갓 졸업한 유학생에게 불리한 설계였다.
OPT 자체도 흔들렸다. 조지프 에들로(Joseph Edlow) 이민서비스국(USCIS) 국장은 2025년 인준 청문회에서 OPT를 없애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재학 기간이 끝난 F-1 학생에게는 취업 허가를 주지 않는 방향이 그의 구상이었다. 국토안보부는 2025년 가을 정부 규제 일정표에 'Practical Training' 개정안을 올렸다. 2026년 1월에는 크리스티 노엄 장관 명의 서한에서 OPT의 범위와 기간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OPT는 법률이 아니라 규정에 근거한 제도라서 행정부가 손대기 쉽다는 논리였다.
2026년 7월 17일에는 '체류 기간(D/S)' 제도를 없애는 최종 규칙이 나왔다. D/S는 유학생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체류를 허용하던 오랜 관행이다. 새 규칙은 체류 기간을 입학 허가서에 적힌 학업 기간으로 묶고, 최대 4년으로 제한한다. 그보다 오래 머물려면 이민 당국에 따로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졸업 후 OPT를 하려는 학생도 이 연장 신청을 거쳐야 한다. 이 규칙은 2026년 9월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박사과정은 대개 5년 이상 걸린다. 박사과정생은 학위를 받기 전에 한 번 이상 이민 당국의 재량 심사를 거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인도 학생 단체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북미인도학생협회(NAAIS)의 수단슈 카우식(Sudhanshu Kaushik) 대표는 인도 방송 CNN-News18에 나와 사정을 전했다. 그는 유학생이 해마다 미국 경제에 500억 달러를 보태 왔다고 강조했다. 큰 빚을 내 미국에 온 학생들이 졸업 전에 추방당할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인도 학생 상당수는 집이나 땅을 담보로 학자금을 빌린다. 비자 취소는 곧 한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28.3 숫자로 확인되는 이탈
정책의 효과는 입학 통계에 곧바로 찍혔다.
2025년 가을, IIE와 국무부가 800여 개 대학을 조사했다. 새로 입학한 유학생은 전년보다 17% 줄었다. 신입 대학원생은 12% 줄었다. 유학생 전체 수는 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미 미국에 와 있던 학생과 OPT 인원이 버텨 준 덕분이다. NAFSA는 이 감소만으로 11억 달러의 손실과 일자리 약 2만 3,000개 감소를 추산했다.
2026년 봄 학기에는 감소 폭이 커졌다. NAFSA가 2026년 5월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 대학의 62%가 유학생 입학이 줄었다고 답했다. 신입 학부 유학생은 평균 20%, 신입 대학원 유학생은 평균 24% 줄었다. 2025년 가을 입학생 상당수는 정책이 바뀌기 전에 지원한 학생이었다. 봄 학기 수치가 새 정책의 효과를 더 정확히 보여 준다.
앞으로 들어올 학생의 흐름도 가늘어졌다. 미국 대학 공통지원서 기관인 커먼앱(Common App)은 2026~2027학년도 지원 현황을 발표했다. 전체 지원은 늘었지만, 외국인 지원자는 10% 줄었다. 커먼앱 집계 이래 가장 큰 감소였다. 인도 지원자는 14% 줄었다.
인도 정부 자료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인도 외교부는 2026년 4월 2일 상원에서 SEVIS 자료를 인용했다. 2025년 2월 미국의 인도 학생은 37만 8,787명이었다. 2026년 2월에는 35만 2,644명으로 줄었다. 1년 새 6.9% 감소였다.
박사과정에서는 감소가 가팔랐다. 미국대학협회 자료교환(AAUDE) 집계로 2026년 가을 외국인의 박사과정 지원은 21% 줄었다. 외국인 박사과정 합격자는 17% 줄었다. 미국 연구의 미래 인력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2026년 8월, 이 장의 첫머리에 적은 전망이 나왔다. NAFSA와 조사업체 JB인터내셔널은 올가을 유학생이 9.5%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2025~2026학년도 약 117만 명이 2026~2027학년도 약 106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응답 대학의 3분의 2 가까이가 추가 감소를 예상했다. 일부 대학은 대학원 입학이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답했다. NAFSA는 유학생 3명이 미국 일자리 1개를 만든다고 본다. 유학생 11만 명이 줄면 일자리 수만 개가 흔들린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500억 달러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6년 가을 기준으로 줄어드는 돈은 수십억 달러 규모다. 하지만 신입생이 줄면 그 효과는 4년, 5년에 걸쳐 쌓인다. 신입생 감소가 몇 해 이어지면 전체 유학생 수가 계단식으로 내려간다. 교육 수지의 붕괴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진행 중인 과정이다.
28.4 대학 재정과 연구실의 균열
유학생 감소는 곧바로 대학 예산에 구멍을 냈다. 연방 연구비 삭감과 동시에 온 충격이라 여파가 컸다.
하버드는 이 싸움의 한복판에 있었다. 2025년 5월, 국토안보부는 하버드의 유학생 수용 자격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버드 재학생의 약 27%인 6,700여 명이 유학생이었다. 연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스(Allison Burroughs) 판사가 이 조치를 막았다. 이 법정 공방은 제25장에서 다뤘다. 정부는 하버드의 연방 연구비 20억 달러 이상도 묶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과제를 수행하던 연구실에는 작업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하버드 문리대학(FAS)은 2025년 10월 박사과정 입학 정원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 하버드 학보 『더 하버드 크림슨(The Harvard Crimson)』이 그 규모를 전했다. 이과 계열은 75% 넘게, 인문 계열은 약 60% 줄었다. 분자세포생물학과는 신입 박사생을 4명만 뽑기로 했다. 이 결정은 교수 100명의 반대 서한을 불렀다. 2025년 10월 연방 연구비가 돌아오자, 학교는 감축 폭을 약 50%로 낮췄다. 2026년 5월에는 다음 해 박사 입학을 다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한두 해 동안 끊긴 박사 인력의 공백은 연구실에 그대로 남는다.
하버드처럼 기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은 더 힘든 선택을 해야 했다. 시카고의 드폴 대학은 2025년 가을 유학생이 30% 줄었다. 학교는 채용 동결과 임원 급여 삭감, 재량 지출 제한을 검토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은 유학 대학원생 감소를 재정난 원인의 하나로 들었다. USC는 2025년 7월 이후 수백 명을 해고했다. 노스웨스턴 대학은 여러 원인이 겹친 재정난 속에 425개 직위를 없앴다.
교육 전문 매체 『헤칭거 리포트(The Hechinger Report)』는 이 흐름의 피해자를 미국 학생으로 짚었다. 국내 학생이 당장 더 많은 돈을 내지는 않는다. 대신 더 적은 교육을 받는다. 강좌가 줄고, 전공이 통폐합되고, 장학금 예산이 줄어든다. 2026년 가을 여러 대학이 등록금을 올린 배경에도 유학생 수입 감소가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도 대학의 가치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2025년 5월 25일, 그는 모교 프린스턴 대학의 졸업 예배 행사에서 연설했다. 파월은 미국의 위대한 대학들이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국가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졸업생들에게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50년 뒤 돌아볼 때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우는 데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 공세를 한층 높인 직후였다. 중앙은행 수장이 정치적 발언을 아끼는 관례를 생각하면 무게가 있는 연설이었다.
28.5 독일, 등록금 없는 대안
미국이 문을 좁히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문을 넓혔다. 가장 많은 학생을 끌어들인 곳은 독일이다.
독일 공립대학은 원칙적으로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학생은 한 학기에 수백 유로 수준의 학기 분담금만 낸다. 미국 명문대 등록금이 한 해 6만 달러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독일 학술교류처(DAAD)의 연례 보고서 「비센샤프트 벨트오펜(Wissenschaft weltoffen) 2025」가 흐름을 보여 준다. 2024~2025년 겨울 학기 독일 대학의 외국인 학생과 박사과정생은 약 40만 2,000명이었다. 전년보다 약 6% 늘어 역대 최대였다. 새로 들어온 외국인 1학년생도 11만 6,600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DAAD는 독일을 영어권이 아닌 나라 가운데 가장 큰 유학 목적지로 평가했다. 외국인 학생의 43%가 공학을 공부한다.
인도 학생이 이 성장을 이끌었다. DAAD 인도 사무소는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새 수치를 알렸다. 2025~2026년 겨울 학기 인도 학생은 6만 9,816명이었다. 1년 전보다 17.5%, 약 1만 400명 늘었다. 인도는 독일 유학생 출신국 1위다. 독일 외국인 학생 가운데 13.5%가 인도 학생이다.
독일 대학들은 영어로 가르치는 석사과정을 꾸준히 늘려 왔다. 독일어를 못해도 공학 석사를 딸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졸업 뒤에는 18개월 동안 일자리를 찾으며 머물 수 있다. 독일은 숙련 인력이 부족한 나라다. 정부도 유학생을 미래 노동력으로 보고 받아들인다.
다만 독일행이 곧 미국의 대체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도 학생은 비자를 받기 전에 독일 은행의 차단 계좌에 1만 1,904유로를 넣어야 한다. 생활비를 증명하는 돈이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유럽연합 밖 학생에게 한 학기 1,500유로의 등록금을 받는다. 사립 응용과학대학은 등록금이 따로 있다. 독일 공영방송 DW는 2026년 3월 인도 유학생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주인공은 학비와 방값을 대려고 식당에서 일했다. 독일어를 못하면 졸업 뒤 취업 문턱도 높다. 독일은 등록금이 싼 선택지이지, 모든 면에서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28.6 일본·홍콩·싱가포르, 아시아의 흡수 전략
아시아 대학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2025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의 유학생 수용 자격을 취소하자 반응이 잇따랐다.
일본에서는 도쿄대학이 먼저 나섰다. 도쿄대는 하버드에서 공부를 이어 가지 못하는 유학생을 임시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토대학도 다음 날 같은 뜻을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전국 대학에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에서 공부를 이어 가기 어려운 학생을 받거나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도쿄대에는 이미 참고할 틀이 있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피해 학생과 연구자에게 연구실과 숙소를 무료로 내준 프로그램이다.
일본의 관심은 학생보다 연구자에게 더 크게 쏠렸다. 오사카대학은 2025년 5월 미국의 젊은 의학 연구자 100명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도호쿠대학은 5년에 걸쳐 주로 미국에서 연구자 500명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본 내각부는 2025년 6월 세계 수준의 연구 환경을 만들겠다며 'J-RISE' 구상을 발표했다. 일본은 미국을 떠나려는 연구자에게 안정된 연구비와 자리를 제시하는 전략을 폈다.
다만 일부 보도처럼 도쿄대가 모든 하버드 유학생에게 전액 장학금과 입학을 보장한 것은 아니다. 도쿄대의 발표는 임시 수용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이었다. 일본의 언어 장벽과 낮은 연구자 급여도 여전한 한계다.
홍콩은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홍콩과학기술대학(HKUST)은 2025년 5월 23일 공개 초청장을 냈다. 하버드에 재학 중이거나 합격한 유학생에게 조건 없는 입학과 간소한 절차를 약속했다. 궈이커(郭毅可) 교무부총장은 다양성이 창의와 진보를 낳는다며 하버드 학생을 맞을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홍콩 교육국도 모든 대학에 학생 이전을 적극 도우라고 요청했다. HKUST는 하버드 대학원생 6명에게 장학금 조건의 입학을 제안했고, 그중 5명이 받아들였다.
숫자로 보면 아직 작다. 하지만 흐름은 분명하다. 홍콩대학(HKU)은 미국에 있는 학생들로부터 500건 넘는 문의를 받고 약 200건의 편입 지원을 처리했다. HKUST의 국제 학부 지원자는 1년 새 40% 늘었다. 중국 본토 학생의 선택도 달라졌다. 중국 최대 유학 컨설팅 기업 신둥팡(新東方)의 2026년 유학 보고서가 이 변화를 보여 준다. 중국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가고 싶은 유학지 1위는 영국, 2위는 홍콩이었다. 미국은 3위로 밀렸다. 홍콩이 2위에 오른 것은 12년 만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을 순위 하락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싱가포르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NTU) 총장은 2025년 4월 한 행사에서 발언했다. 지금이 아시아 대학들이 미국 인재를 데려올 '황금 같은 기회'라는 내용이었다. 싱가포르국립대학(NUS)과 NTU는 넉넉한 정부 연구비를 앞세운다. 산업계와의 긴밀한 연결도 미국 연구자를 부르는 무기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영어로 가르치고 연구비가 넉넉하다. 중국 본토나 동남아와 가깝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렇다고 아시아 대학이 미국 명문대를 곧바로 대신하기는 어렵다. 홍콩은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학문의 자유에 대한 의문을 안고 있다. 싱가포르는 규모가 작아 받아들일 수 있는 학생 수에 한계가 있다. 아시아의 흡수 전략은 미국의 빈자리를 모두 메우기보다 가장 뛰어난 일부를 골라 데려가는 데 초점이 있다.
28.7 캐나다와 유럽, 연구자를 사들이다
학생뿐 아니라 연구자도 움직였다. 연구자 이동은 수가 적어도 한 명 한 명의 무게가 크다. 연구실 하나가 옮겨 가면 박사과정생과 박사후 연구원, 연구비와 특허가 함께 따라간다.
유럽연합은 2025년 5월 5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과학을 위해 유럽을 택하라(Choose Europe for Science)' 계획을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5억 유로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해외 연구자 유치를 약속했다. 표적은 분명했다. 연구비가 끊기고 정치적 압박을 받는 미국의 과학자들이었다.
캐나다는 더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 캐나다 정부는 2025년 12월 12억 달러 규모의 혁신 투자 계획을 내놨다. 그 핵심이 '에디 골든버그 캐나다 연구석좌(Eddie Goldenberg Research Chairs of Canada)' 프로그램이다. 2026년 8월 발표된 첫 선발자 64명 가운데 48명이 미국 대학에서 옮겨 온다. 하버드와 예일, MIT 출신이 포함됐다. 캐나다는 이들에게 8년간 3억 5,000만 달러 넘는 연구비를 약속했다. 기후변화와 분자생물학, 교통, 인공지능 같은 전략 분야가 대상이다. 내년에는 63명을 더 뽑는다.
『하버드 크림슨』은 2026년 9월 22일 이 가운데 하버드 출신 3명의 사연을 전했다. 보건대학원의 커티스 허튼하워(Curtis Huttenhower) 교수는 17년 몸담은 하버드를 떠난다. 그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에 미생물군 연구센터를 새로 세울 계획이다. 케네디스쿨 북극 이니셔티브를 이끌던 제니퍼 스펜스(Jennifer Spence)와 의과대학의 피터 캐러밴(Peter Caravan) 교수도 캐나다로 향한다. 허튼하워와 스펜스는 트럼프 2기 미국의 연구 환경과 정치 상황의 불안정을 이직 이유로 들었다. 허튼하워는 연구비 체계가 흔들리면서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흘 뒤인 9월 25일, 『하버드 크림슨』 편집위원회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미국이 인재를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대학협회(AAU)에 따르면 미국 대학 일자리에 지원하는 중국과 유럽 연구자가 크게 줄었다. 사설은 행정부가 법정에서 여러 차례 졌고 의회도 연구비 삭감을 견제했다고 짚었다. 그래도 빠르고 되풀이되는 공격이 미국 연구 체계를 흔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과학 연구에는 불확실성이 가장 해롭다는 지적이었다.
28.8 미중 정상회담과 '60만 명' 발언의 역설
유학생 문제는 미중 관계와도 얽혀 있다. 미국 유학생 2위 송출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일관되지 않았다. 2025년 5월, 루비오 장관은 중국 학생 비자를 적극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25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학생 60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미국 대학 재정에 중국 학생이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도 담겨 있었다. 지지층 안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실제 정책은 그 발언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4~2025학년도 중국 유학생은 이미 4% 줄어 있었다.
2026년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보잉 여객기와 대두, 소고기를 두고 숫자를 주고받았다. 유학생과 연구자의 왕래는 합의 목록의 중심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 쪽에서 보면 서두를 이유가 적었다. 중국은 이미 홍콩과 본토 명문대를 통해 자국 인재를 붙잡고 있다. 미국에서 연구하던 중국계 과학자의 귀국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문을 좁힐수록 중국은 인재를 안에서 기를 명분을 얻는다.
인재는 협상장에서 주고받는 물건처럼 다룰 수 없다. 보잉 200대는 서명 한 번으로 주문이 오간다. 유학생 한 명은 여러 조건을 따져 보고 결정한다. 비자 인터뷰 대기, 소셜미디어 심사, 체류 기간 제한, 졸업 후 취업 불안이 모두 변수다. 한 번 다른 나라를 택한 학생은 그 나라에서 경력을 쌓는다. 그 학생의 후배들도 같은 길을 따라간다. 정상 간 발언 한마디로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28.9 소프트파워의 침식과 남는 질문
미국이 20세기 패권을 쥔 데에는 군사력과 달러만 작용한 것이 아니다. 세계의 인재가 미국 대학에 모였다. 그들은 미국의 연구 문화와 법치, 자유로운 토론을 몸으로 겪었다.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가 정부와 기업, 학계의 지도자가 됐다. 미국은 이렇게 세계 곳곳에 자연스러운 우호 인맥을 만들었다.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말한 소프트파워, 곧 강제가 아닌 매력으로 얻는 영향력의 핵심이 여기에 있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페르난도 라이머스(Fernando Reimers)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이 자산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학생 입학 금지와 연구비 동결을 스스로를 해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하버드가 뒷걸음칠 수 있다고도 했다. 세계 최고의 학문 중심지에서 19세기의 외딴 지방 대학으로 돌아간다는 경고였다. 과장이 섞인 표현이다. 그러나 인재가 떠난 대학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경고로는 새겨들을 만하다.
이 장의 판단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 유학생 감소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캐나다와 영국, 호주도 이민 억제를 이유로 유학생 비자를 조였다. 2026년 봄 캐나다 대학의 69%, 영국 대학의 42%, 호주 대학의 44%가 학부 유학생 감소를 겪었다. 영어권 '빅4' 전체가 동시에 문을 좁힌 셈이다. 독일과 아시아의 부상은 미국의 실책과 영어권 전체의 긴축이 함께 만든 결과다.
둘째, 미국은 아직 세계 최대의 유학 목적지다. 2025~2026학년도에도 110만 명 넘는 유학생이 미국에 있었다. 최상위 대학의 연구 역량과 산업 생태계는 쉽게 따라잡히지 않는다. 2026년 가을 실제 입학 통계는 IIE의 가을 조사가 나와야 확정된다. NAFSA도 실제 결과가 전망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셋째, 그럼에도 흐름의 방향은 분명하다. 신입생이 줄고, 박사과정 지원이 줄고, 연구자가 떠난다. 그 사이 독일은 역대 최대의 유학생을 받았고, 홍콩은 중국 학생의 선택지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캐나다는 미국 대학에서 48명의 연구자를 한 번에 데려갔다. 이런 이동은 해마다 쌓인다. 10년 뒤 미국 연구실의 빈자리는 오늘 입학하지 않은 박사과정생의 수만큼 커진다.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 유학생 송출 3위 국가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과 가족은 따질 것이 늘었다. 비자 심사와 체류 기간 제한, OPT 축소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한국 대학과 정부에는 반대편의 기회도 있다. 미국을 떠나는 연구자와 학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따져 볼 때다. 독일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는 이미 움직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학생을 안보 위협이나 일자리 경쟁자로 그렸다. 그 대가로 미국은 한 해 500억 달러 규모의 산업과 세계 인재의 신뢰를 함께 걸었다. 돈은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벌 수 있다. 한 번 다른 길을 찾은 인재의 발길을 되돌리는 데에는 한 세대가 걸릴 수 있다. 제29장에서는 이 탄압에 맞서 하버드 안팎의 학계와 문화계가 어떤 방식으로 저항했는지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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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CNN-News18, 수단슈 카우식 NAAIS 대표 대담; CNN, 페르난도 라이머스 교수 대담, 2025~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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