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재
책으로 읽는 AI서재
한 권을 고르고, 목차에서 차례대로 읽을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프랑스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은 이 교재를 무료로 마음껏 내려받아 사용해도 좋습니다. 개인 학습과 수업 자료로 쓰고, 필요한 부분을 인쇄해 공부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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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러시아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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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베트남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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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라오스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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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몽골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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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어로 읽는 대학생 교양 인공지능
한국어 원문과 외국어 번역을 함께 실은 유학생용 교재입니다. 각 책 소개 페이지에서 PDF를 받을 수 있습니다.
[AI서재] 2장 체스판 위의 신동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인공지능의 아버지
2 체스판 위의 신동
김경란, 김경진
4세에 체스 입문, 13세에 마스터 등급(Elo 2300) 달성 아버지와 삼촌의 체스 대국을 보고 배우다 1980년, 노스런던의 허사비스 가정에서 평범한 저녁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코스타스와 삼촌이 거실 탁자에 체스판을 펼쳐놓고 말을 움직이 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 두 전문 선수가 아닌, 그저 여가를 즐기는 아마추어 수준이었습니다.
네 살짜리 데미스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에 64칸의 흑백 격자판 위에서 벌어지는 조용 한 전투가 들어왔습니다. 데미스는 자기도 두고 싶 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와 삼촌은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귀엽게 여겼을 뿐입니다. 말의 이름과 움직 이 는 방향 정도 알려주면 금세 흥미를 잃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 갔습니다.
규칙을 배운 지 불과 2주 만에, 네 살짜리 아이가 아버지를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삼 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허사비스는 훗날 이렇게 회고합니다.
"체스는 원 래 제가 할 줄 알 았던 것 같습니다. 네 살에 배웠는데, 배우던 기억조차 없어요.” 코스 타스는 아들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고, 노래를 쓰고, 교사 일을 전전하며 늘 새로운 도전에 나서던 이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아버 지는 곧바로 아들을 지역 체스 클럽에 데려갔습니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 작되었습니다"라고 허사비스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체스 인생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었습니다.
5세에 전국 무대에 섰습니다. 6세에 런던 8세 이하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 렸습니 체스 클럽의 어른들은 이 작은 소년이 판을 읽는 방식에 놀랐습니다. 단순히 다음 수를 계산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판 전체의 흐름을 감지하고, 상대의 의도를 읽 고, 몇 수 앞의 상 황을 머릿속에 그려내는 능력이 또래와 달랐습니다. 아이는 늘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상대 와 두었고, 그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체스판 앞에서의 집중은 아이의 일상을 바꿨습니다.
방과 후 시간, 주말, 방학이 모 두 체스 로 채워졌습니다. 학교를 빠지고 해외 대회에 나가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부 모는 아들의 경기 결과에 민감했습니다. 이기면 기뻐했고, 실수하거나 패하면 크게 속
상해했습니다. 어 린 허사비스에게 체스는 순수한 놀이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기대가 실린 무거운 과업이기 도했습니다. 아버지와 삼촌의 체스판에서 우연히 시작된 게임 은, 이미 소년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 거실의 체스판이 없었다면 딥마인드도 없었을 것입니다. 알파고도, 알파폴드도 없었을 것입니다. 네 살짜리 아이가 아버지에게 "나도 두고 싶다"고 말한 그 순간은, 40년 뒤 노벨 화학상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의 첫 번째 수였습니다.
잉글랜드 주니어 대표팀 주장 9세에 잉글랜드 11세 이하 대표팀의 주장이되었습니다. 보통의 아이들이 아직 체스의 기 초 정석을 익히고 있을 나이에, 허사비스는 국 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후로도 잉글랜드 주니어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습니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늘 자기 나이 또래 국가대표팀의 캡틴이었고, 대부분 훨씬 나이 많은 선수들과 경기했습니다.” 주니어 대표팀 주장 타이틀은 체스 실력만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회 현장에서 팀을 이끌고, 전략적 배치를 논의하고, 동료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까지 포 함합니다. 10대 초반의 아이가 이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은, 허사비스에게 체스판 위의 계 산 능력 외에 사람을 읽고 상 황을 관리하는 능력이 이미 자라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훗 날 딥마인드에서 2,000 명 이상의 연구자를 이끄는 리더십의 첫 연습이 주니어 체스 대표팀 주장실에서 시작 되고 있었습니다. 13세, 허사비스는 엘로 레이팅(Elo rating) 2300에 도달했습니다. 엘로 레이팅은 체 스 선수 의 실력을 수치화하는 국제 표준 시스템입니다.
일반적인 아마추어 클럽 선수 가 1200~1400 사이에 위치하고, 1800이면 상당한 고수로 인정받습니다. 2000을 넘 으면 '후보 마스터(Candidate Master)', 2200 이상이면 공식적으로 '마스터(Master)' 등급에 해당합니다. 13세 소년이 2300에 도달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성인 클럽 선수를 압도하는 수준에 올랐다 는 뜻입니다.
그 시점에서 허사비스의 세계 14세 이하 랭킹은 2위였습니다. 1위는 헝가리의 유디 트 폴가 르(Judit Polgár)였습니다. 폴가르의 레이팅은 2335. 허사비스보다 35점 높았습니다.
유디트 폴가르는 이후 여성 체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성장하여, 15세 에 최연소 그랜드마스터 기록을 세우고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기도 한 전설적 인물입 니다. 허사비스가 세계 2위를 차지한 시점에 바로 위에 있던 사람이 이 정도 수준의
천재였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허사비스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줍 니다. 이 시기 허사비스의 일상은 체스에 완전히 점령당해 있었습니다. 학기 중에도 수시 로 학교를 빠지고 유럽 각지의 국제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여름 방학과 크리스마스 방학은 모두 대회 일정으로 채워졌습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오프닝 이론을 공부하고, 기보를 분석하고, 엔드게임 패턴을 암기했습니다.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것이 당시 그의 계획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삶 전체를 체스 하나에 바쳐야 한다는 것 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에, 흥미로운 역설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체스에 깊이 빠져들 수록, 허사비스는 체스가 가르쳐주는 것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습니다. 초반 에 체스가 선물한 것은 범용적 사고력이었습니다.
문제를 분해하고, 패턴을 인식하고, 여 러 수 앞을 내다보는 능력. 그러나 마스터 수준에 접어들면서 필요한 것은 점점 체스만을 위한 전문 지식으로 바뀌어갔습니다. 특정 오프닝의 20수째 변화 구, 특수한 엔드게임 포지 션의 승패 이론 같은 것들. 이 지식은 다른 분야에 전혀 쓸 모가 없었습니다. 세계 2위라는 숫자는 영광이었지만, 동시에 갈림길의 표지판이기도했습니다.
한쪽 길은 체스에 인생을 걸고 세계 1위를 향해 달리는 것이었고, 다른 한쪽 길은 체스에서 배운 사고 력을 들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13세의 소년은 선택을 내 리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 질문은 이미 움트고 있었습니다. 체스가 가르쳐준 메타 스킬: 전략적 사고와 패턴 인식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수를 내다보는 능력의 배양 허사비스는 체스를 '정신의 체육관(mental gym)'이라고 불렀습니다.
체육관에서 역기를 드 는 사람은 역기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근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고, 그 근력은 일상의 다른 모든 활동에 전이됩니다. 허사비스에게 체스가 바로 그런 역할을했습니다. 64칸의 판 위에서 훈련한 사고력은 체스를 떠난 뒤에도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도구가되었습니다.
체스가 가르쳐준 첫 번째 메타 스킬은 복잡한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체스판에는 초기 배치 상태에서 32개의 말이 놓여 있고, 가능한 경우의 수는 약 10의 120승 에 달합니다. 이 숫자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약 10 의 80승)보다 압도적으로 큽니다. 이 거대한 가능성의 공간 속에서 최선의 수를 찾으
려면, 모든 경우를 하나하 나 계산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판 전체의 구 조를 읽어야합니다. 어디에 힘 이 집중되어 있는지, 어디가 약한지, 상대의 전략적 의 도가 무엇인지를 감지해야합니다.
나무 하나하나가 아니라 숲 전체를 보는 능력입니다. 허사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이 능력을 반복적으로 훈련했습니다. 한 수를 두기 전에 그 수가 판 전체의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 칠지를 가늠하는 습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역학을 읽는 습 관이 그에게 몸 에 밴 사고방식이되었습니다.
이 능력은 훗날 딥마인드에서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수천 명의 연구자로 구성된 조직을 경영할 때, 그리고 단백질 접힘이라는 생물학의 난 제에 도전할 때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두 번째 메타 스킬은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입니다. 마스터급 체스 선수는 판 위의 말 배치를 보는 순간 특정 패턴을 인식합니다.
인지심리학자 에이드리언 드흐 로트 (Adriaan de Groot)의 연구에 따르면, 체스 마스터는 약 5만에서 10만 개의 패 턴을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이 패턴들이 즉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마스터는 초보자가 10분 걸려 분석할 상황을 몇 초 만에 파악합니다. 허사비스가 4세부터 13세까지 9년간 매일같이 수행 한 것은 바로 이 패턴 라이브러리의 구축이었습니다.
패턴 인식 능력은 체스판 밖에서도 강력한 무기가됩니다. 과학 연구에서 데이터 속 규칙 성을 포착하는 것, 사업에서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 게임 디자인에서 플레이어 의 행동 유 형을 분류하는 것 모두 본질적으로 패턴 인식 작업입니다. 허사비스 자신 도 이를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체스를 높은 수준으로 두면, 실제로 연마하는 것은 메타 스킬입니다. 문 제 해결, 상상력, 창의적 사고, 전략적 사고. 이런 것들을 과학이 나 사업 같은 다른 분야에 옮겨 쓸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메타 스킬은 여러 수 앞을 내 다보는 계획 능력입니다.
체스에서는 한 수를 두기 전 에 최소 3~5수 앞을 계산합니다. 마스터급은 10수 이상을 내다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 순한 계산이 아니라 '만 약 내가 이렇게 두면, 상대는 이렇게 응수할 것이고, 그러면 나는 이 런 선택지가 생기 는데, 그중 어떤 것이 5수 뒤에 가장 유리한 포지션으로 이어지는가'를 판 단하는 조건 부 추론입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의사결정 트리(decision tree)를 머릿속에서 구축 하고 탐색하는 작업이며, 훗날 딥마인드가 알파고에 적용한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Monte Carlo Tree Search)의 인간 버전이기도합니다.
허사비스는 이 세 가지 메타 스킬, 즉 시스템적 사고, 패턴 인식, 계획적 선견을 체 스판 위에서 9년간 혹독하게 단련했습니다. 이 세 가지는 훗날 그가 설계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핵 심 구성 요소와 정확히 대응합니다. 딥러닝은 패턴 인식을, 강화학습은 시스템 속에서의 최적 행동 탐색을, 트리 탐색 알고리즘은 미래의 경우의 수를 내다보 는 계획 수립을 담당합니다.
네 살짜리 소년이 아버지의 체스판에서 시작한 훈련이, 30년 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의 설계 원리로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체 스판은 허사비스에게 게임 이상이었습니다. 지능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최초의 실 험실이었습니다.
12세, 리히텐슈타인 대회 1989년 봄,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 리히텐슈 타인에서 국제 체스 오픈 대회가 열렸습니다. 12세의 데미스 허사비스가 대회에 참가 하고 있었습니다. 대회장은 수백 명의 선수로 가득했습니다.
각국에서 모인 체스 고수 들이 긴장감 속에서 말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허사비스의 상대는 독일의 피데 마스터(FIDE Master) 카르스텐 피퍼엠덴(Carsten PieperEmden)이었습니다. 대국은 길고 치열했습니다.
10시간이 넘도록 두 사람은 체스판 앞에서 일어나지 못 했습니 중반전이 지나고 엔드게임에 접어들면서 말의 수가 줄어들었고, 게임은 킹과 퀸 대 킹, 룩, 비숍, 나이트라는 복잡한 종반전으로 흘러갔습니다. 60수가 넘어가고, 70수를 지나, 77 수까지 이어졌습니다. 12세 소년의 집중력과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 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이 왔습니다. 허사비스는 패배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일어 서더니 극적인 제스처로 보여주었습니다.
허사비스가 퀸을 희생했더라면 스테일메이 트 (stalemate), 즉 무승부를 만들 수 있는 수순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 는 마지막 순간에 저렴한 트릭을 시도했고, 지쳐 있던 12세 소년은 그것을 놓쳤습니다. "위장이 뒤틀 리는 기분이었습니다"라고 허사비스는 회고합니다.
허사비스는 대회장을 벗어나 리히텐슈타인의 들판을 걸었습니다. 알프스의 산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산책 중에, 12세 소년 의 머릿속 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생각속에서 대회장 홀을 내려다보았을 때, 수백 명의 뛰어난 두뇌들이 서로 이기기 위해 말을 움직이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방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두뇌를 서로 경쟁하고 이기는 데 쓰고 있습니다.
만약 저 모든 두뇌를 하나의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다면, 병을 치료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 시간과 에너지를 더 나은 곳에 쓸 수 있다면,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 지 않을 까요.” 12세 아이의 직관이었습니다. 논리적 추론이라기보다 확신에 가까웠습니다.
10시간의 지 독한 대국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패배한 직후, 정서적으로 바닥을 친 상태에서 터져 나온 근본적인 물음이었습니다. 체스를 사랑하지만, 이것이 내 인생 전부가 되어야 하는가. 이 뛰어난 두뇌들이 서 로를 이 기는 데만 쓰이는 것이 최선인가. 만약 이 지적 역량을 모아서 인류의 진짜 문 제에 투입할 수 있다면. 이 순간을 기점으로, 허사비스의 방향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곧바로 체스를 그만둔 것은 아닙니다. 그 뒤로도 수년간 대회에 참가했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옥스 브리지 대항 전에 3년 연속 출전하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 표는 이 리히텐슈 타인의 산책에서 조용히 내려놓아졌습니다. 대신 새로운 질문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체스에서 훈련한 이 사고력을, 더 큰 문제에 쓸 수는 없을까. 허사비스가 훗날 딥마인드를 창립하면서 내건 미션 "지능을 풀면, 나머지는 해결된 다 (Solve intelligence, and then use that to solve everything else)"는, 바로 이 12세 의 직관을 성인 의 언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리히텐슈타인의 대회장에서 수백 명의 두 뇌가 체스판에만 묶 여 있는 것을 보며 느낀 안타까움, 그 지적 역량을 암 치료나 기후 문제 같은 인류적 과제에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 이것이 20년 뒤 범용 인공지능 (AGI)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됩니다. 수백 명의 체스 마스터 대신, 수만 대의 컴퓨터 가 하나의 학습 알고리즘 아래에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하 고, 기상 패턴을 분석하는 세상. 허사비 스가 꿈꾼 것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의 산책은 이 전기의 원점(原點)입니다.
10시간의 패배가 선물한 깨달 음이 없 었다면, 허사비스는 뛰어난 체스 그랜드마스터로 생을 마쳤을지 모릅니다. 그 러나 12세의 소년은 체스판 너머를 보았고, 그 시선은 결국 과학사를 바꾸는 데까지 닿았습니다.
첫 컴퓨터(ZX Spectrum 48K)와 프로그래밍 커모도어 아미가(Commodore Amiga)에서 오셀로 AI 개발 1984년의 어느 오후, 런던의 한 체스 대회장에서 여덟 살 소년 데미스 허사비스가 우승 트 로피를 안았습니다. 소년의 손에는 상금 200파운드 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라면 장난감 가게로 뛰어갔을 돈입니다.
그러나 데미스의 발걸음은 전자제품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그곳에서 선택한 물건은 검 은 본체에 무지개빛 줄무늬가 새겨진 작은 기 계, 싱클레어 ZX 스펙트럼 48K(Sinclair ZX Spectrum 48K)였습니다. 1982년 클라이브 싱클레어 경(Sir Clive Sinclair)이 출시한 8비트 가정용 컴퓨터였습니다.
고무 재질의 납작한 키보드, 거실 텔레비전에 연결해야 화면이 나오는 투박한 구조, 카세 트테이프로 프로그램을 불러들이는 느린 방식. 사양만 놓고 보면 보잘것없 었지만, 이 기계 가 가진 진짜 힘은 가격에 있었습니다. 125파운드에서 175파운드 사 이라는 가격표는 영국 전역의 평범한 가정에 컴퓨터를 들여놓는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500만 대 이상 판매된 이 작은 상자는 영국 IT 산업의 씨앗이되었고, 수천 명의 10대 소년소녀들을 이른바 '침실 프 로그래머(Bedroom Coders)'로 변모시킨 장본인이었습니다.
데미스의 가정에는 컴퓨터를 아는 어른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버지 코스타스와 어머니 앤젤라는 스스로를 '기술 공포증 환자(Technophobes)'라고 부를 만큼 기계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집에 선생이 없다는 것은 소년에게 불리한 조건이 아니라 축복이되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했습니다. 소년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런던 차링 크로스 로드(Charing Cross Road)에 자리한 대형 서 점 포일스(Foyles)로 향했습니다. 그곳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가 앞에 주저앉 아 책을 펼쳤습니다.
허사비스는 훗날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와 함께 포일스에 가 서 프로그래밍 코너에 앉아 게임에서 무한 목숨을 얻는 방법을 배우곤 했어요. 그 시절 컴 퓨터의 놀라운 점은 켜자마자 바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직 감적으로 이 기계가 창의력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마법의 도구라는 것을 이해했어 요." ZX 스펙트럼에는 베이직(BASIC) 인터프리 터가 내장되어 있어서 전원을 켜는 순간 코 딩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키보드의 각 키에는 최대 여섯 가지 기능이 할당되어 있었고, 'J' 키 하나만 누르면 'LOAD'라는 명 령어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설계였습니다.
소년은 잡지 에 인쇄된 수십 줄, 때로는 수 백 줄의 코드를 한 글자 한 글자 타이핑하며 프로그래밍의 문 법을 체득했습니다.
이 시기 영국에서는 '유어 싱클레어(Your Sinclair)', '크래시(Crash)', '싱클레어 유 저(Sinclair User)' 같은 컴퓨터 잡지들이 매달 게임과 유틸리티의 소스 코드를 지면에 실었습니다. 독 자들은 그 코드를 직접 타이핑해서 실행했습니다. 오타 하나만 있어도 프로그램은 작동을 멈추었고,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와 디버깅의 기초를 익혔습니다.
데미스에게 이 과정은 고통이 아니라 게 임이었습니다. 체스판 위에서 상대의 수를 읽는 행위와 코드 속에서 버그를 추적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같은 능력, 즉 패턴을 인식하고 논리적 경로를 추적하는 능력을 요 구했습니다. 성장과 함께 도구도 진화했습니다.
ZX 스펙트럼의 48킬로바이트 메모리와 단색에 가까운 그래픽은 곧 소년의 야심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데미스는 훨씬 강력한 성능을 갖춘 커모 도어 아미가(Commodore Amiga)로 기종을 바꾸었습니다. 아미가는 당 시로서는 파격적인 컬러 그래픽, 스테레오 사운드를 갖춘 16비트 컴퓨터였습니다.
새 로운 기계 앞에서 데미스는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게 될 근본적인 질문을 처음으로 스 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컴퓨터 가 나처럼 생각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첫 번째 실험 대상은 보드게임 오셀로(Othello)였습니다.
허사비 스는 자신 이 오셀로를 둘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판단 과정을 분해했습니다. 현재 판세의 유리함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상대방이 다음에 어디에 돌을 놓을지 어 떻게 예 측하는지, 여러 수 앞을 내다볼 때 어떤 가지를 먼저 탐색하고 어떤 가지를 잘 라내는지. 그 는 이 사고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옮겼습니다. 게임 트리의 가지들을 효율적으로 잘라내는 알파-베타 프루닝(Alpha-Beta Pruning) 같은 탐 색 기법의 기초를 독학으로 익힌 것도 이 무렵입니다.
완성된 프로그램은 남동생을 이길 수 있을 만큼 제법 잘 두었습니다. 허사비스는 훗 날 이 경험을 아카데미 오브 어치브먼트(Academy of Achievement) 인터뷰에서 이렇 게 회고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첫 번째 프로그램 중 하나가 리버시, 영국에서는 오 셀로라고 부르는 게임을 두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꽤 잘 두었어요. 제 남동생을 이길 수 있었으니까요.” 이 작은 성공 안에 거대한 원형이 숨어 있었습니다.
인간의 사고 과정을 관찰하고, 그것을 알고리즘으로 번역하며, 기계가 스스로 최선 의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이 세 단계의 흐름은 20년 뒤 딥마인드가 아타리 게임을 정 복하고, 바둑 의 신을 넘어서고,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과정과 정확히 같은 뼈대를 공유합니다. 여 덟 살 체스 소년이 상금 200파운드로 산 검은 상자는 그렇게 인류 의 미래를 바꾸는 40년 여 정의 출발선이되었습니다. 놀이가 곧 연구가 되던 시기 데미스 허사비스의 유년 시절에는 놀이와 연구 사이의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보 통의 아이들에게 게임은 학교와 숙제로부터의 도 피였지만, 데미스에게 게임은 정밀하게 해체하고 재조립해야 할 시스템이었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손에 넣으면 그는 먼저 즐겼고, 그 다음에는 분해했습니다. 화면 속 캐릭터 가 왜 저렇게 움직이는지, 점수 체계는 어떤 논리로 설계되었는지, 난이도 곡 선은 왜 이 지 점에서 꺾이는지. 소년의 방 안에 놓인 컴퓨터는 오락기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실험실이었습니다.
1980년대 영국은 이런 소년이 자라기에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ZX 스펙트럼과 BBC 마이크로(BBC Micro)가 보급된 교실과 가정에서 수천 명의 10대가 코 딩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Matthew Smith는 열일곱 살에 '매닉 마이너(Manic Miner)'를 만들었고, 데이비드 브래번 (David Braben)과 이언 벨(Ian Bell)은 대학 기숙사에서 우주 탐험 게임 '엘리 트(Elite)'를 완 성했습니다.
올리버 쌍둥이(The Oliver Twins)는 자기 방에서 '디지 (Dizzy)' 시리즈를 탄생시 켰습니다. 침실 프로그래머들의 황금기였습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청소년들이 자기방에서 코드를 짜고, 그 결과물을 출판사에 팔아 용 돈을 벌던 시대. 데미스는 시대적 물결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년은 동시대의 다른 천재들과 미묘하게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의 젊은 프로그래머들이 더 화려한 그래픽, 더 빠른 속도, 더 자극적인 게임 플 레이에 열정을 쏟았다면, 데미스의 관심은 게임 속 존재들의 행동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적군 캐릭터는 왜 항상 같은 패턴으로 움직일까. 만약 이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행동을 관 찰하고, 거기서 배우고, 다음번에는 다른 전략을 쓴다면 어떨까. "가상 세계의 인물들에게 어떻게 지능을 부여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당시 열 살 안팎의 소년이 품기 에는 지나치게 거 대한 것이었지만, 체스 대국에서 인간 지성의 깊은 곳을 탐험해본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였습니다. 데미스의 집으로 돌아오면 그는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체스판 위에서 수만 번 반복한 경험이 코드로 변환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체스에서 한 수를 두기 전에 세 수, 다섯 수 앞을 내다보는 습관은 프로그래밍에서 조건 분기와 재귀 함수를 설계하는 감각이되었습니다. 기물의 상대적 가치를 순간적으로 계산하 던 직관은 게임 AI의 평가 함수(Evaluation Function)를 만드는 기초가되었습니다.
승리했을 때의 보상과 패배했을 때의 대가를 수천 번 체험한 기억은 훗날 강화학습 (Reinforcement Learning)의 보 상 체계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되었습니다. 이 모든 연결은 의식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년은 재미있어서 코드를 짰고, 재미있어서 게임을 분석했을 뿐입니다.
이 시기에 형성된 허사비스 특유의 습관이 있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동시 에 바라보는 융합적 사고입니다. 그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인간의 심리를 관찰했습니다.
왜 어떤 게임은 사람을 몇 시간이고 붙잡아두는데, 어떤 게임은 5분 만에 지 루해지는가. 그 는 인공지능을 설계하면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체스에서 직관적으로 좋은 수를 떠올리는 순간,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 는 것일까. 기계는 지치 지 않고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하는 반면, 인간은 대부분의 가 지를 무시하고 단번에 핵심으로 뛰어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두 세계의 장점을 결 합할 수는 없을까. 소년은 스스로를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학술 용 어를 아직 몰랐을 뿐, 이미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방은 프로그래밍 서적과 플로피 디스크, 체스 기보집과 게임 잡지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보다 화면 속 데이터가 자신이 의도한대로 반응하 는 것을 지 켜보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고립으로 보였을 이 시간들이 소년에게는 퍼 즐의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가장 행복한 몰입이었습니다. 게임이라는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 속에서 지능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식은 딥마인 드의 핵 심 철학이되었습니다. 2013년 딥마인드가 아타리 게임 '벽돌 깨기(Breakout)'에 규칙을 전혀 알려주지 않 은 채 화 면 픽셀만 보여주고 스스로 학습하게 한 실험, 2016년 알파고가 인간의 기보 없이 자기 대 국만으로 바둑의 신이 된 알파고 제로, 2020년 알파폴드가 50년 난제인 단백질 접힘 문제를 풀어낸 과정.
이 모든 것의 원형은 노스런던의 어느 방에서 소년이 오셀로 AI를 만들며 품었던 단순한 질문, "컴퓨터가 나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체스 상금 200파운드짜 리 검은 상자 앞에 앉은 여덟 살 소년의 방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 것은 지능을 풀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40년 퀘스트의 첫 번 째 스테이지였습니다. 체스 토너먼트에 출전한 소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