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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7장 다시 학생이 되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인공지능의 아버지
제3부 뇌, 마음의 설계도
7 다시 학생이 되다
김경란, 김경진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자연 지능을 알아야 한다 UCL 인지신경과학 박사 과정 2005년의 어느 차가운 아침,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엘릭서 스튜디오(Elixir Studios) 의 사무 실 창밖을 내다보던 데미스 허사비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는 이미 스무 살 초반에 자 신의 게임 회사를 차려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린 성공한 기업가였고, 그 가 만든 게임들은 수백만 장이 팔려나갔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12 살 소년 시절, 체스판 앞에서 "생각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컴퓨터를 샀던 그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느낀 것입니다. 당시 게임 산업은 점점 더 화려한 그래픽과 자극적인 재미에만 몰두하고 있었고, 허 사비스 가 꿈꾸던 ‘지능을 가진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기술적 한계와 상업적 논 리에 부딪혀 있었습니다. 그는 주변의 만류를 뒤로하고 회사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는 가방 하나를 메 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교정을 밟았습니다. 허사비스가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 공학이 아닌 뇌과학, 즉 인지신경과 학 (Cognitive Neuroscience)을 선택한 것은 매우 전략적이고도 철학적인 결정이었습니다. 그 는 당시의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히 수학적 계산이나 통계적 확률에만 의존하 고 있다는 점 에 주목했습니다.
진정한 지능, 즉 인간처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스스로 학습하며 창의적인 해결 책을 내 놓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만들려면, 이미 그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 는 유일한 존 재인 인간의 뇌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런던의 유서 깊은 대학인 UCL은 뇌 의 지도를 그리는 신경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는 이 곳에서 화려한 CEO의 직함을 내려놓고, 매일 아침 일찍 도서 관에 앉아 두꺼운 신경과학 전공 서적을 탐독하는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돌아갔습니다.
박사 과정 동안 허사비스는 단순히 학위를 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뇌 의 각 부위가 어떻게 서로 통신하며, 우리가 보고 듣는 정보를 어떻게 ‘지식’으로 바꾸 는지에 대 한 근본적인 원리를 파헤쳤습니다. 특히 그는 인간이 과거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어떻게 미래 의 일을 미리 그려보는지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 과정은 훗날 딥마인드(DeepMind)가 만들어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핵심인 ‘강 화학습’ 과 ‘경험 재생(Experience Replay)’의 토대가되었습니다. 그는 뇌를 생물학 적 기관으로만 보지 않고, 우주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일종의 ‘알고리즘 기계’로 보았습니 이 4년간의 학문적 몰입은 그가 인공지능 역사상 가장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만든 결 정적인 전환점이되었습니다. 지도교수 엘리너 맥과이어(Eleanor Maguire) UCL 연구실의 문을 두드린 허사비 스를 맞이한 사람은 엘리너 맥과이어 교수였습니다.
맥 과이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런던 택시 기사 연구’의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런던의 복잡한 길을 외우는 택시 기사들의 뇌를 조사하여, 공간 기억을 담당 하는 ‘해 마’라는 부위가 일반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 인물이었습니다. 허사비스는 맥과이 어 교수의 연구팀에 합류하며, 뇌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 니라 끊임없이 지도를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능동적인 엔진이라는 사실에 전 율했습니다.
맥과이어 교 수는 허사비스의 비범한 집중력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높게 평가했고, 두 사람의 만 남은 뇌과학과 컴퓨터 공학이 만나는 거대한 불꽃을 일으켰습니다. 맥과이어 교수의 지도 아래 허사비스는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해마 (Hippocampus)’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마는 바다의 해마를 닮았 다고 해 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곳은 우리가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작년 여름 휴가 때 어디를 갔는 지를 기억하는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의 핵심 본부입니다.
허사비스는 맥과이어 교수와 함께 뇌가 어떻게 이 수많은 파편 같은 기억들을 연결 하여 하 나의 생생한 장면으로 재구성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연구실에서 그는 택시 기사들의 뇌 영상 데이터부터 기억력을 상실한 환자들의 사례까지 방대한 자료를 분 석하며, 뇌의 작동 원리를 수학적 모델로 바꾸는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맥과이어 교수는 허사비스에게 과학적 엄밀함을 가르쳤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가설 이라 도 철저한 실험과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허 사비스는 교수님과 함께 밤늦도록 실험 설계도를 그리며, 피험자들의 뇌를 기능적 자 기공명영상 (fMRI)으로 촬영하여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신호들을 추적했습니다.
이 시기에 허사비스가 배운 것은 ‘시스템 신경과학’의 관점이었습니다. 뇌의 한 부위가 단독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위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여 지 능을 만들어낸다는 시각입니 맥과이어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허사비스는 단순한 엔지니어를 넘어 뇌의 설계도를 읽어낼 줄 아는 과학자로 거듭났고, 두 사람의 논문 은 세계 최고의 과학 학술지들에 실 리며 학계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뇌의 원리를 AI 아키텍처에 적용하려는 시도 허사비스의 연구실 책상 앞에는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유명한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내가 만들 수 없는 것은, 내가 이해한 것이 아니다(What I cannot create, I do not understand)." 이 말은 허사비스가 뇌를 연구하는 근본적인 태도였습니다. 그는 뇌과학자들이 발 견한 현 상들을 보며 끊임없이 자문했습니다.
"뇌의 기능을 컴퓨터 코드로 구현한다면 어떤 모습일 까?" 그에게 뇌 연구는 완벽한 인공지능을 설계하기 위한 ‘역공학 (Reverse Engineering)’ 과 정이었습니다. 그는 뇌가 신경세포 간의 연결 강도를 조절 하여 학습한다는 사실을 보며, 인공 신경망의 ‘가중치’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에 대 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뇌의 ‘해마’가 잠을 자는 동안 낮에 겪었던 일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되감기 (Replay)하며 학 습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것을 컴퓨터에 적용한다면, 인공지능이 매 순간 새로운 데이터를 받을 필요 없이 과거의 데이터를 반복해서 학습함으 로써 훨씬 더 똑똑해질 수 있 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훗날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게임을 배울 때 사용한 ‘경험 재생’ 기술의 원형이되었습니다.
허사비스는 뇌의 작동 방식을 관찰하며, 인공지능이 가져야 할 ‘아키텍처(구조)’를 상상했습니다. 단순히 명 령어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뇌처럼 여러 모 듈이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목표를 세우 고 세상을 이해하는 구조를 꿈꾼 것입니다. 허사비스는 동료 학자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정한 AI는 인간의 뇌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닮아야합니다. 그것이 가장 우아하고 효율적인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는 박사 논문을 쓰면서도 틈틈이 이 아이디어들을 메모지에 코드로 옮겨 적었습니다.
뇌 가 공간을 인식하는 법, 추상적인 개념을 형성하는 법,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법 등이 모두 잠재적인 인공지능 설계도에 포함되었습니다. 파인만의 말 처럼, 그는 지능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 그것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품었습니다. UCL에서의 박사 과정은 지능의 본질에 대한 확신을 주었으며, 이제 그 확신을 세상에 증명할 도구인 ‘딥마인드’를 설립할 준비를 마친 셈이었습니다.
해마, 기억과 상상력의 연결 고리 해마 손상 환자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획기 적 발견 2007년 초, 허사비스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건강한 일반인들을 모아놓고 아주 특별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일 아침에 해변에 놀러 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거기서 무엇이 보이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해마가 손상된 환자들의 반 응은 충 격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단 한 발자국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음, 바다가 있겠죠... 그리고 모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전부예요. 아무런 그림 이 그려지지 않아 요"라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 스크린은 텅 빈 백지와 같았습니다. 이 실험은 인류가 기억과 상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 았습니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기억은 ‘과거’를 위한 것이고, 상상은 ‘미래’를 위한 별개 의 능력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허사비스는 기억을 못 하는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사 실을 증명해 냈습니다. 즉, 해마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일기장이 아 니라, 과거의 기억 파편들을 꺼내어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를 조립하는 ‘마음의 작업 대’였던 것입니다. 허사비 스는 이 발견을 통해 지능의 핵심이 ‘예측’과 ‘시뮬레이션’ 에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되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이유는 미래에 닥칠 일을 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생존의 법 칙을 뇌의 깊은 곳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허사비스는 환자들의 짧고 단절된 문장들을 분석하며 인간 지능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 꼈습니다. 우리가 "내일 친구와 점심을 먹는다"라고 상상할 때, 우리 뇌는 눈 깜짝할 사이 에 수많은 과거 기억을 재조합하여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허사비 스는 이 능력을 인 공지능에 이식하고 싶어했습니다.
인공지능이 현재의 데이터만 처 리하는 것이 아니라, 과 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하고 최선의 선택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본다면 어떨까? 이 획기적인 발견은 뇌과학계의 최고 권위지인 『네이 처(Nature)』에 실렸고, 전 세계 언론 은 "기억과 상상이 한 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젊은 천재"라며 허사비스를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에피소드 기억과 장면 구성(Scene Construction) 이론의 개발 허사비스는 해마 손 상 환자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장면 구성(Scene Construction)’이 라는 혁신적 인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왜 해마가 망가진 환자들이 미래를 상상하지 못 하는지를 분석하면서, 그들이 단순히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입 체적인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기억하거 나 상상할 때, 우리 뇌는 먼저 무대 배경이 되는 공간을 설정합니다. 탁자가 어디에 있 고, 창문 은 어디에 있으며, 햇빛은 어느 방향에서 비치는지 같은 3차원 배경 말입니다. 허사비스는 해마가 바로 이 ‘3차원 가상 무대’를 건설하는 건설 현장 소장과 같다 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겪는 모든 경험(에피소드)은 이 무대 위에 올려집니다. 무 대가 없 으면 배우들이 연기할 수 없듯이, 뇌 안에서 공간적 배경이 구성되지 않으면 기억도 상상 도 불가능해집니다. 허사비스는 fMRI를 통해 사람들이 무언가를 상상할 때 뇌의 해마 부 위가 격렬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것을 인 공지능 설계에 적용 할 중요한 힌트로 삼았습니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단어나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하나의 입체적인 구조로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행동을 예측해야 한다는 비전을 세운 것입니다.
‘장면 구성’ 이론은 심리학과 뇌과학 분야에서 고전으로 여겨지던 기억 이론들을 하 나로 통합하는 역할을했습니다. 허사비스는 "기억은 재생(Playback)이 아니라 재구성(Reconstruction)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뇌는 매번 새로운 무대를 짓고 기억의 조각들을 배치 한다는 것입니다.
이 유연한 사고방식은 훗날 딥마인드의 AI가 바둑판이라는 공간을 이해하고, 수 많은 가상 대국을 통해 승리 확률을 계산하는 원동력이되었습니다. 허 사비스는 뇌의 복잡 한 메커니즘을 ‘장면’과 ‘구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냄으로써, 인공지능이 가야 할 북극 성을 발견했습니다.
"마음의 시뮬레이션 엔진(Simulation Engine of the Mind)" 개념 박사 과정 막바지 에 이르러 허사비스는 자신의 연구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개념을 정 립했습니다. 바로 "뇌는 마음의 시뮬레이션 엔진(Simulation Engine)"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는 인간이 지 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을 압도하고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위험에 뛰어들 기 전에 머릿속에서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 라고 보았습니다.
원시인이 사냥을 나가기 전 "저 숲으로 가면 사자가 나타날까? 저 바위 뒤에 숨으면 안전할 까?"라고 상상하는 그 과정 자체가 지능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뇌는 가상의 미래를 미리 살아보고, 가장 안전하고 이득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정교한 시뮬레이터였습니다. 허사비스에게 이 개념은 인공지능이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였습니다.
당시의 인공지 능은 주어진 규칙 안에서 계산만 잘하는 ‘계산기’에 불과했지만, 허사비스는 ‘스스로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AI’를 꿈꿨습니다.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의 물리 법 칙과 인과 관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 간의 지능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뇌의 해마 와 전두엽이 협력하여 이 엔진을 가동하는 방식을 보며, 인공 신경망 구조에 이 ‘시뮬 레이션 루프’를 어떻게 넣을지 고민했습니다.
이 ‘마음의 시뮬레이션 엔진’ 개념은 훗날 딥마인드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인 ‘모델 기반 강 화학습(Model-based Reinforcement Learning)’으로 이어졌습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 안에서 상상력을 발휘하 여 정답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허사비스는 런던의 좁은 연구실에서 fMRI 영상을 들여다보며, 먼 미래에 인공지능이 복잡한 질병 치료법을 시뮬레이션하고 기후 변화 의 대안을 찾아내 는 장면을 미리 그려보았습니다.
그는 이미 자신의 뇌라는 엔진을 돌려, 딥마인드가 가져 올 미래의 혁명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Science지 선정 "2007년 10대 과학적 돌파구" Nature, Science, Neuron, PNAS 등 최고 저널에 영향력 있는 논문 발표 데미스 허사비스의 학계 데뷔는 화려했습니다. 보 통 박사 과정 학생이 평생 한 번 싣기도 어려운 세계적인 학술지들에 그의 이름이 적 힌 논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네이처(Nature)』, 『사이언스
(Science)』, 『뉴런(Neuron)』,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등 과학자들에게 는 성배와 같은 학술지들이 허사비스의 연구 결과를 앞다투어 게재했습니다. 게임 개 발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단숨에 신경과학계의 떠오르는 스 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가 발표한 논문들은 질문의 깊이가 달랐기 때문에 영향력이 컸습니다.
그는 뇌의 미세 한 기능 하나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 상상, 지능’이라는 인간 마음의 거대한 작 동 원리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설명해 냈습니다. 학계에서는 그를 두고 "컴퓨터 과학자의 날카로운 논리와 신경과학자의 깊은 통찰력을 동시에 가진 드 문 인재"라고 평가했습니다. 연구 인용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전 세계 유 수의 대학들로부터 강연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그가 2007년에 발표한 논문들은 기억력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도구이다"라는 그의 명제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기억 연구의 방향을 송두리째 돌려놓았습니다. 이 시기에 쌓은 학문적 성취와 인맥은 훗날 딥마인드를 창업했을 때, 실리콘밸리의 자본뿐 만 아니라 학계의 최고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신뢰자산이되었습니다.
허사비 스는 지능의 본질을 꿰뚫는 과학적 권위를 세움으로써 미래의 인공지능 혁명을 주도 할 자격을 스스로 증명해 냈습니다. fMRI 연구를 통한 기억 회상과 상상의 동일 신경 기제 증명 허사비스의 연구 중 가 장 결정적인 증거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한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그 는 사람들을 커다란 원통형 기계인 fMRI에 눕히고, 두 가지 과제를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의 일을 기억해 보세요"였고, 두 번째는 "다음 크리스 마스 에 일어날 일을 상상해 보세요"였습니다. 기계가 윙윙거리며 뇌의 혈류 변화를 촬영하는 동안, 모니터에는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과거를 회상할 때 불이 들어오는 뇌 부위와 미래를 상상할 때 불이 들어오는 부위가 마치 거울을 보듯 거의 똑같았던 것입니다.
기억과 상상이 뇌의 동일한 ‘신경 기제(Neural Mechanism)’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입증했습니다. 즉, 뇌 입장에서 과거를 떠올리는 것과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작업이었습니다. 해마를 중심으로 한 특정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 저장된 정보들을 재조합하는 과 정이었 던 것이죠. 허사비스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능이란 과거의 경험을 재료 삼아 미래의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이 발견은 2007년 『사이언 스』지에 의해 "그해 세계 10대 과학적 돌파구" 중 하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 성취는 허사비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그는 뇌가 어떻게 무형의 상 상력을 유형의 지능으로 바꾸는지 확인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마법 같은 과정을 디지털 코드로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fMRI 영상을 보며 확신했습니다. 뇌가 기억 파편들을 모아 미래를 그리듯, 인공지능도 데이터의 파편들을 모아 세상을 시뮬 레이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입니다.
박사 과정을 마칠 무렵, 허사비스는 더 이상 학 교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마음의 설계도를 충분히 읽어낸 그는, 이제 그 설 계도를 들고 세상을 바꿀 기계를 직접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거친 비즈니스의 세계 로 발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습니다.
fMRI 뇌 스캔 이미지, 해마 영역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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