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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0장 실리콘밸리의 구애와 구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인공지능의 아버지
10 실리콘밸리의 구애와 구글
김경란, 김경진
갈 것"이라고 경고한 일화 2010년 런던의 러셀 스퀘어 근처, 낡은 사무실에서 시작된 딥마인드는 창립 초기부터 자금 난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습니다. 당시 딥마인 드는 당장 팔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 전무했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은 데미스 허 사비스의 머릿속에 있는 '지능을 풀겠다'는 추상적이고 거대한 비전뿐이었습니다.
당 시 영국의 벤처 투자 환경은 지금처럼 성숙하지 않았고, 수익 모델이 없는 과학 연구소에 돈을 댈 투자자는 드물었습니다. 허사비스는 자신의 비전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곳은 미국 실리콘밸리뿐이라고 판단 했습니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곳에서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 자이자 급 진적인 기술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을 만났습니다. 체스 마스터였던 허사비스와 체 스 애호가였던 틸은 '인간 지능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를 둔다는 공통된 철학 위에서 유대 감을 형성했습니다.
틸의 투자는 딥마인드에게 생명줄과 같았지만, 더 극적인 만남은 그 이후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피터 틸의 주선으로 허사비스는 스페이스X의 본사 구내식당에서 일론 머스크를 만 나게됩니다. 머스크는 인류를 다행성 종조(multi-planetary species)로 만들어 문명 의 멸종을 막 겠다는 원대한 계획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기술의 미 래와 인류의 운명 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머스크는 허사비스에게 자신의 화성 이주 계획을 열정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지구에 기후 재앙이나 소행성 충 돌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인류의 문명을 보존하기 위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해야 한 다는 것이었습니다.
허사비스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머스크의 눈을 직시하며 차분하지만 서늘한 경고를 던졌습니다. "일론, 당신의 계획은 훌륭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우 리가 인공지능 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AGI(범용 인공지능)를 개발한다면, 그 AI는 화성까지 당신을 따라갈 것입니다.”
이 한마디는 머스크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머스크는 물리적인 재난이나 자원 고갈은 계산에 넣었지만, 초지능
(Superintelligence)이라는 존재가 물리적 거리를 초월해 인류를 위 협할 수 있다는 사 실은 미처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허사비스는 인공지능이 단순 히 코드로 이 루어진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종의 탄생일 수 도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지능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지능을 올 바 른 가치관으로 정렬(Alignment)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화는 머스크의 세계관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딥마인드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금전적 수익을 기대한 투자가 아니었습니다.
훗날 머스크가 고백했듯, 그는 "터미네이터의 등장을 막기 위해, 혹은 적어도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 는지 감시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허사비스에게 이 투자는 단순한 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가 장 영향 력 있는 거물들에게 AGI가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당대 내에 실 현 가능한 과 학적 과제이자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실존적 위협임을 각인시킨 것입니다.
이로써 딥마인 드는 런던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전 세계 기술 리더들이 주목하는 'AI의 진원지'로 급부상하 게되었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AGI 비전 딥마인드가 초기 투자자들을 매료시킨 것은 화려한 데모 영상이나 사용자 지표가 아니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 대부분의 AI 기 업들은 '빅데이터 분석'이나 '이미지 인식' 같은 좁은 영역의 인공지능(Narrow AI)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나은 추천 알고리즘이나 더 정확한 광고 타겟팅 기술을 팔았습니다. 하지만 허사비스는 달랐습니다. 그는 투자자 들 앞에서 "우리는 제품을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능 그 자체를 만듭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허사비스가 제시한 AGI(범용 인공지능) 비전은 '아폴로 프로젝트'나 '맨해튼 프로젝 트'에 비견될 만한 거대 과학 프로젝트였습니다. 뇌신경과학(Neuroscience)과 기계학 습(Machine Learning)을 융합하여,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고(Learning), 계획하며 (Planning), 낯선 환경 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 알고리즘을 만들겠다는 청 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거의 연금술에 가 까운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허사비스에게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서사가 있었습니다. 어 릴 적 체 스 챔피언으로서의 경험, 게임 개발자로서 가상 세계를 창조했던 경험, 그리 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기억과 상상을 연구하며 얻은 뇌과학적 통찰을
하나로 엮어냈습니 그는 "인간의 뇌가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기계라 면, 우리는 그 원리를 실리콘 칩 위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게임(Games)을 AI의 지능을 측정하고 훈련시키는 완벽한 실험실(Testbed)로 정의했습니다.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다루 기 전에, 명확한 규칙과 목표가 있는 게임 환경에서 AI를 훈련시켜 지능의 근육을 키우겠 다는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논리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나 홍콩의 리카싱 같은 거물 투자자들은 허사비스 가 제시한 '지수함수적 성장'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허사비스는 딥마인드 창립 때부터 품어온 신념, 즉 AI가 질병, 에너지, 기후 변화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 해 줄 것"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 라, 인류 문명의 운영체제 (OS)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딥마인드가 성공할 경우 얻게 될 가치가 기존의 인터넷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과 는 차원이 다를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허사비스는 기술적 비전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독특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학계의 연구 자유와 스타트업의 빠른 실행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조 직'을 만들겠다 고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한곳에 모아, 논문 실적에 얽매 이지 않고 장기적인 난제에 집중하게 하겠다는 그의 구상은 당시 대학 연구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던 천재급 연 구원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허사비스라는 인물에게서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 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직관이 공존함을 보았습니다. 딥 마인드는 제품 하나 없 이도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했고, 훗날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 수하게 되는 결정적인 발판이되었습니다.
허사비스는 돈을 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 에 동참할 신도들을 모은 셈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제안 거절과 구글 2014년 구글에게 인수되다. 2013년 말, 딥마인드의 기 술적 성취가 가시화되기 시작하자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구애의 손길을 내민 것은 페이스북(현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였습니다. 저커버 그는 개인 전용기를 띄워 허사비스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들을 캘리포니아
로 초대했습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금액 차이였을 수 도 있지만, 근 본적인 이유는 철학의 차이였습니다.
허사비스는 페이스북이 딥마인드 의 기술을 단순히 사용자 뉴스피드를 최적화하거나 얼굴 인식 기능을 개선하는 데에 만 쓸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딥마인드가 거대 기업의 부속품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구글의 래리 페이지였습니다.
2014년 1월, 구글은 약 5억 달러 (당시 환 율로 약 4억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딥마인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는 구글 역사상 유럽에서 진행한 인수 중 최대 규모였습니다. 당시 딥마인드는 직원이 50 여 명에 불과했고, 매출은 '0'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호사가 들은 구글이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런 수익 모델도 없는 영국의 작은 연구소에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은 것은 비이성적인 도박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래리 페이지는 허사비스와 마찬가지로 '문샷(Moonshot)'을 꿈꾸는 인물이었습니다.
페이지는 딥마인드가 구글의 검색 엔진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구글을 진정 한 의미의 'AI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엔진이 될 것임을 간파했습니다. 허사비스에게 이 인수는 단순한 엑 시트(Exit)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40년 퀘스트인 AGI 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막 대한 자원, 즉 '연료'를 확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거래 는 비밀리에, 그러나 전광석화처 럼 진행되었습니다. 허사비스는 훗날 이 순간을 회상 하며 "우리는 로켓을 만들 설계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우주로 쏘아 올릴 연료 가 없었다. 구글이 바로 그 연료를 제공했 다"라고 비유했습니다.
인수 조건 : 윤리 위원회 설립, 런던 본사 유지, 연구 자율성 확보 허사비스는 협상 테이블에서 놀라울 정도로 깐깐하고 단호했습니다. 그는 딥마인드가 구 글에 흡수되 어 사라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는 '구글의 딥마인드'가 아니라, '구글 안의 딥마인 드'로 남기를 원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전례 없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래리 페 이지는 이를 수용했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딥마인드의 기술이 윤리적으로 사용되도록 감시할 '윤리 위원회 (Ethics Board)'의 설립이었습니다. 허사비스는 AI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오용의 위험도 커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딥마인드의 기술이 군사적 목적이나 첩보 활동에 사용되는 것을 원천적으 로 차단하고 싶어했습니다. 이는 당시 테크 기업 인수 합병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건이었습니다. 피인수 기업이 인수 기업에게 "당신들이 내 기술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감시하겠다"라고 요구한 셈이었으니까요. 이는 허사비스가 AI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인류에게 영향을 미칠 거대한 힘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줍 니다. 두 번째 조건은 본사를 런던에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구글에 인수된 기업들 은 실리콘밸리의 마운틴뷰 본사(Googleplex)로 흡수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하지만 허사비스는 딥마인드가 실리콘밸리의 상업적 문화에 물드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런던이 가진 학문적 전통, 유럽의 다양한 인재 풀,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빠르 게 움직 여 파괴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문화와 거리를 둔 차분한 연구 환경이 AGI 개발 에 필수적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딥마인드를 '상업적 회사'가 아닌 '21세기의 벨 연구소 (Bell Labs)'로 만들고자했습니다. 구글은 이례적으로 런던 킹스 크로스에 딥마인드의 독립 적인 왕국을 건설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세 번째는 연구의 자율성 확보였습니다.
딥마인드는 구글의 단기적인 제품 개발 사 이클에 종속되지 않고, 장기적인 AGI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았습니다. 즉, 당장 돈 이 되지 않는 바둑 AI나 단백질 구조 예측 같은 기초 과학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입니 이 협상은 허사비스가 단순한 개발자가 아니라, 자신의 미션을 지 키기 위해 거대 자본 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전략가임을 증명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골리앗의 품에 안기다": 컴퓨팅 파워와 리소스 확보를 통한 연구 가속화 구글과의 합병은 딥마인드에게 '골리앗의 힘'을 부여했습니다.
AI 연구, 특히 딥러닝(Deep Learning)과 강화학습은 막대한 양의 컴퓨팅 파워(Compute Power)를 필요로합니다. 수백 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거대 신경망을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수천, 수 만 개의 GPU 와 데이터 센터가 필요합니다. 스타트업 규모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비 용이었습니다.
구글의 인수로 딥마인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를 마음껏 사용 할 수 있 는 권한을 얻었습니다. 소총을 들고 싸우던 군대가 갑자기 핵항공모함을 얻 은 것과 같았습니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칩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의 초기 버전에 대한 접 근권은 딥마인드의 연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훗날 세상을 놀라게 할 '알파고 (AlphaGo)'의 훈련과 대국 역시 구글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1,920개의 CPU 와 280개의 GPU를 사용했는데, 이렇게 자원을 유동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지 구상에 구글을 포함해 몇 되지 않았습니다. '구글'이라는 브랜드는 전 세계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되었습니다.
딥마인드는 구글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학계 최고의 석학들을 영입했고, 박사급 연구원들에게 금융권 수준의 연봉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허사비스는 구글이라는 거인의 어 깨 위에 올라타, 자신이 꿈꾸던 AGI라는 별을 향해 손을 뻗을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 합병은 긴장의 씨앗도 품고 있었습니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 글의 모토 와 "지능을 풀자"는 딥마인드의 미션은 겉보기엔 조화로워 보였지만, 거대 상장 기업의 이 윤 추구 본능과 순수 과학 연구소의 이상주의는 언젠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 허사비스는 구글의 리소스를 활용하면서도 그들의 통제로부터 벗 어나려 끊임없이 줄 타기를 해야했습니다. 훗날 딥마인드가 구글 브레인(Google Brain)과 통합되고, 오픈AI와 의 경쟁 속에서 상업화 압박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극명 하게 드러나게됩니다. 2014년의 그 합의는 딥마인드를 전설로 만드는 시작점이었지 만, 동시에 허사비스에게는 '기업가'와 ' 과학자'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 뇌하게 만드는 족쇄의 시작이기도했습니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했을 때, 허사비스는 하룻밤 사이에 거대한 부를 손에 쥐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관례대로라면 팔로알토 저택으로 이사하고 테슬라를 몰 법도했습니다. 허사비스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노스런던 하이게이트에 남았고, 2016년까 지 기차를 타고 출퇴근했습니다. 평생의 리버풀 FC 팬이기도 한 그는, 2019년 안필드에서 바르셀로나를 4대 0으로 꺾는 역전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될 사 람이 "You'll Never Walk Alone"을 따라 부르며 환호하던 밤이었습니다.
딥마인드 시절의 데미스 허사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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