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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7장 노벨상을 거머쥔 AI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인공지능의 아버지
17 노벨상을 거머쥔 AI
김경란, 김경진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 2024년 10월 9일, 런던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런 던 특유의 잿빛 하늘로 시작되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킹스 크로스 본사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 돌고 있었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에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전화벨이 울렸을 때, 데미스 허사비스 는 아내와 함께 평범한 아침을 맞 이하고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소식은 그가 4 살 때부터 체스판 위에서, 12살 때부터 컴퓨터 화면 앞에서, 그리고 지난 15년간 딥마인드 라는 조직을 통해 끈 질기게 추구해 온 '지능의 해결'이라는 미션이 마침내 과학계의 가장 높은 권위로부터 인정받았음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그해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세 사람에게 돌아갔습니다.
단백질 설계의 선구자인 워 싱턴 대 학교의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가 절반의 지분을, 그리고 나머지 절반을 데미 스 허사비스와 딥마인드의 수석 연구원 존 점퍼(John Jumper)가 공동으 로 수상했습니다. 단순한 시상이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컴퓨터 공학 의 전유물이거나 실리 콘 밸리의 수익 창출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가 자연의 가 장 깊은 비밀을 해독하는 '과 학적 도구(Scienti c Tool)'로 편입되었음을 선포하는 사 건이었습니다.
AI가 과학적 발견의 핵심 도구가 됨을 입증한 역사적 사건 허사비스의 수상은 1972 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크리스천 앤핀센(Christian An nsen)이 던 진 50년 묵은 난 제, 즉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그 3차원 입체 구조를 예측할 수 있 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AI의 대답이었습니다. 반세기 동안 수많은 생물학자가 실험실에서 엑스레이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과 씨 름하며 하나의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데 수년, 때로는 박사 학 위 과정 전체를 바쳐야했습니다. 그러나 허사비스와 점퍼가 이끄는 팀이 개발한 '알 파폴드2(AlphaFold2)'는 이 과정을 단 몇 분, 몇 초 단위로 단축해 버렸습니다.
이것은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하늘로 돌려 목성의 위성을 발견했을 때와 비견될 만 한 순간이었습니다. 망원경이 천문학의 시야를 확장했듯이, AI는 생물학의 시야를 근 본적으로 확 장했습니다. 노벨 위원회가 "이것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는 발견 중 하나"라고 평했을 때, 그들은 단순히 기술의 성능을 칭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들은 AI가 인간 지능의 한계를 보완하고 확장하여,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속도와 규모 로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허사비스가 창립 초기부터 주창해 온 "지능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다른 모든 것을 해결 한다는 딥마인드의 미션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알파폴드는 2억 개가 넘는 단백질 구조, 사실상 지구상에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 의 구조를 예측하여 공개했고, 전 세계 190개국 200만 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이를 통 해 말라리아 백신부터 플라스틱 분해 효소 연구까지 과학의 최전선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초현실적인 경험": 수상 소감과 과학계·AI계의 반응 수상 소식을 접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허사비스는 평소의 냉철한 분석가적 모습과 달리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이 순간을 "초현실적인 경험(Surreal experienc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 머리속이 하얗게 변했습니다(My mind went blank). 믿기지 않는 영광입니다."
그의 이 짧은 고백 속에는 게임 개발자에서 신경과학자로, 다시 창업가로 변 신을 거듭하며 걸어온 비주류의 길이 주류 과학계의 정점에서 만나는 벅찬 감 정이 녹 아 있었습니다. 그는 동료인 존 점퍼와 딥마인드 팀 전체에 공을 돌렸습니다. "이것은 거대한 팀의 노력 (team effort)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것은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수백 명 의 엔지니어 와 과학자가 밤을 지새우며 쌓아 올린 지식의 결정체입니다." 그의 이러 한 태도는 전통적 인 '고독한 천재 과학자'의 신화가 AI 시대에는 '집단지성과 기계지 능의 협업'으로 대체되 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과학계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화학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순수 한 화학 인가, 아니면 컴퓨터 공학인가?"라는 논쟁이 잠시 일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이 수상이 불가 피한 시대적 흐름임을 인정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알파폴드는 우리 분야의 구글 지도 (Google Maps)와 같다"며 찬사를 보냈고, AI 연구자들은 딥러닝 기 술이 튜링상(Turing Award)을 넘어 노벨상까지 도달한 것에 대해 "AI의 겨울(AI
Winter)은 영원히 끝났다"며 환 호했습니다.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이 하루 전날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과 맞물 려, 2024년은 바야흐로 'AI 노벨상의 해'로 기 록되었습니다. 노벨상이 열어준 새로운 문: 정책 입안자와 대중에 대한 영향력 확대 노벨상은 허 사비스에게 명예 그 이상을 의미했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거대한 '메가폰'을 쥐 여준 것과 같았습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의 CEO로서 그가 AI의 위험성과 규제를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그것을 기업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나 마케팅으로 해석하려 는 경 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은 그의 발언에 순수 과학 적 권위를 부여했습니다.
수상 이후, 허사비스는 각국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더 강력한 영 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AI가 가져올 '근본적 풍요(Radical Abundance)'의 가능성을 설 파하는 동시에, 통제 불가능한 초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서도 과학적 엄밀함을 가지고 경고했습니다. 대중들에게 그는 더 이상 차가운 기술 기업가가 아니라, 질병을 정복하고 인류의 난 제를 해결하려는 '현자(Sage)'의 이미지로 다가갔습니다.
노벨상은 그가 꿈꾸는 AGI 가 단순한 상 업적 산물이 아니라, 인류 공공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되었습니다. Time 올해의 인물(2025) CBE(2017)에서 기사 작위까지: 영국 과학계의 아이콘 2024년 3월, 노벨상 수상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또 다른 영예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영국 왕실은 데미스 허사비스에게 기사 작위(Knight Bachelor)를 수여한다고 발표했습니 2017년, 과학과 기술에 대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CBE)을 받은 지 7년 만의 승격이었습니다.
버킹엄 궁전에서 찰스 3세 국왕 앞에 무릎을 꿇고 어깨에 검을 받는 의식은, 런던 북부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공립학교를 다니며 체스와 코딩으 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소년이 명실상부한 영국 최고의 지성으로 인정받는 상징적 인 장면이었습니다. 허사비스의 기사 작위 수훈은 영국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앨런 튜링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위대한 과학적 계보가 21세기에 이르러 AI라는 새로 운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영국 정부와 과학계는 허사비스를 '현대판 튜링'으로 내세우며, 영국이 AI 기술의 종주국이 자 윤리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임을 전 세계에 과시했습니다. 허사비스에게 '경(Sir)'이라는 호칭은 개인적 영광을 넘어, 그가 이끄는 딥마인드가 실리콘 밸리의 자 본에 속해 있으면서 도 그 뿌리와 철학은 영국의 인문학적, 과학적 전통에 깊이 박혀 있음을 증명하는 훈장이었습니다. "AI의 설계자들(Architects of AI)" — 2025년 타임 올해의 인물 공동 선정 2025년 4월, 허사비스는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타임(TIME)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 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는 추천사에서 "그는 단순히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 (understanding) 를 구축하고 있다"며 허사비스가 생물학과 컴퓨팅을 융합하는 방식 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같은 해 12월, 타임지는 2025년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AI의 설계자 들 (Architects of AI)'이라는 이름 아래 데미스 허사비스를 샘 올트먼, 젠슨 황과 함께 공동 선 정했습니다. 잡지의 표지에는 인간의 뇌를 닮은 복잡한 신경망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타임지는 선정 이유로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가장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여준 인물들" 이라고 밝히며, 특히 허사비스에 대해서는 "상업적 경쟁 속에서도 과학적 발 견이라는 AI의 본질적 가치를 잃지 않고, 인류 지식의 총량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 다"고 평가했습니다. 2025년은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전 세계인의 일상에 완 전히 스 며든 해였습니다. 동시에 AI가 신약 개발, 기후 예측, 신소재 발견 등 실질적 인 물리적 세계 의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원년이기도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허사비 스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AI 혁명이 단순히 챗봇과 대화하는 흥미로운 놀이를 넘어, 문명의 기반을 재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을 뿐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AI가 실험실 밖으로 나와 우리 삶의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때 비로소 시작될 것입니다"라고 말 하며, 여전히 그의 시선이 현재의 영광이 아닌 미래의 AGI를 향해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래스커 의학연구상, 캐나다 게어드너 국제상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UCL, 임페리 얼 등 명예박사학위 허사비스의 서재에는 노벨상 메달 옆으로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패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습니다. 2023년은 그에게 '수상의 해'였습니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노벨상이라 불 리는 '브레이크스루 상(Breakthrough Prize)' 생명과학 부문을 수상하며 3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래스커 의학연구상 (Lasker Award)'과 '캐나다 게어드너 국제상 (Canada Gairdner International Award)'을 연달아 수상했습니다. 이 상들은 전통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이나 화학상 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상들로, 의사가 아닌 컴퓨터 공학자가 이 상들을 휩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생물학의 패러다임이 '관찰과 실험'에서 '데 이터와 예측'으 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였습니다.
또한 그는 자신이 공부했던 학문적 고향들로부터 최고의 예우를 받았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은 물론, 옥스퍼드 대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 영국의 주요 명문 대학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습니다. 젊은 시 절, 학계의 느린 속도에 답답함을 느껴 스타트업의 세계로 뛰어들었 던 그가, 이제는 학계 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되어 강단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종종 이렇 게 말하곤했습니다. "저는 학계를 떠난 것이 아니라, 학계를 확장하기 위해 잠시 다른 길을 걸었을 뿐입니다.” 왕립학회(FRS), 왕립공학아카데미 (FREng) 펠로우 허사비스가 받은 수많은 영예 중에서도 그가 가장 아끼는 타이틀 중 하나는 바로 '왕립학 회 펠로우(FRS, Fellow of the Royal Society)'입니다.
2018년, 그는 만 41세의 나이로 360년 역사를 가진 영국 왕립학회의 최연소 펠로우 중 한 명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과 같은 거인들이 거쳐 간 그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그는 영국 왕립공학아카데미(FREng)의 펠로우로도 선출되었습니다.
과학(FRS)과 공학 (FREng) 양쪽 아카데미의 펠로우가 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이는 허사비스가 가진 독특한 정체성, 즉 과학적 탐구 정신과 공학적 해결 능력을 겸비한 ' 융합형 인재'로서의 면모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왕립학 회의 앤틱한 회의실에 앉아 AI의 미래를 논하면서도, 그 기술이 어떻게 현실의 공학적 난제들을 해결할 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에게 이러한 펠로우십은 단순 한 명예직이 아니라, 과 학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목소 리를 내야 하는 무거운 책무 (Noblesse Oblige)였습니다.
2024년 노벨 화학상 발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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