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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20장 기상 예측, 핵융합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인공지능의 아버지
20 기상 예측, 핵융합
김경란, 김경진
2010년 딥마인드를 설립하며 칠판에 적었던 이 문장은, 15년이 지난 지 금 실험실 밖 의 현실이 되어 우리 머리 위의 하늘과 땅속의 에너지, 그리고 미지의 물질 세 계를 바 꾸고 있습니다. 웨더넥스트(WeatherNext) 1) 슈퍼컴퓨터의 굉음과 AI의 침묵: 100년의 꿈을 1분으로 압축하다 2023년 가을, 영국 레딩(Reading)에 위치한 유럽중기예보센터 (ECMWF)의 거대한 서버실 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굉음을 내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 고의 기상학자들이 모인 이곳에서 는 농구장 크기만 한 슈퍼컴퓨터가 수백만 개의 프 로세서를 가동하며 지구 대기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수 치 예보 모델(NWP)'은 지난 100년간 인류가 날씨를 예측해 온 표준이었습니다. 대기를 잘게 쪼개고, 각 격자마다 유체 역학의 난제인 나비에-스토크스(Navier-Stokes) 방정식을 대입하여 미분과 적분을 반복하는 이 방식은 엄 청난 전력을 소모하며 10일 뒤의 날씨를 예측하는 데 수 시간이 걸렸습니다. 같은 시각, 런던 구글 딥마인드 사무실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레 미 람 (Remi Lam)을 비롯한 연구팀은 단 한 대의 데스크톱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이 엔터 키를 누르자, 불과 1분 만에 전 세계의 10일 치 기상 예보가 화면에 떴습니다. 이 AI 모 델의 이름은 '그래프캐스트(GraphCast)'였습니다.
놀랍게도 이 AI는 수천 억 원짜리 슈퍼컴 퓨터가 몇 시간 동안 계산한 결과보다 허리케인의 경로를 더 정확하게 예측해 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이 대기의 물리 법칙을 하나하나 계산해서 풀어내는 '연역적 접근'이 라면, 우리의 AI는 지난 40년 동안의 날씨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대기의 패턴을 익힌 '귀납적 접 근'입니다. 노련한 선장이 구름의 모양만 보고도 폭풍우를 감지하듯, AI는 수식 없이도 직 관적으로 지구의 흐름을 읽어냅니다.”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이
기술은 '웨더넥스트(WeatherNext)'라는 이름으로 진화했습니 2025년 말 공개된 '웨더 넥스트 2'는 기존 그래프 캐스트보다 8배 더 빨라졌고, 국지적인 집중 호우나 급격한 기온 변화 같은 기상이변을 예측하는 데 있어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맥락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기상이 변이 일상이 된 시대에, 알람처럼 울리는 정확한 홍수 경보는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슈퍼컴퓨터 모델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여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반 면, 웨더 넥스트는 가정용 컴퓨터 수준의 전력만으로도 국가 단위의 예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허 사비스는 이를 두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기술이 지구를 망쳐서는 안 된 다"는 딥마인드의 엔지니어링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합니다. 기상학계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물리 법칙을 모르는 블랙박스 AI가 내 놓은 예 측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딥마인드는 이에 대해 '뉴럴GCM(NeuralGCM)'이라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응답했습니다. 대기의 큰 흐름은 전통적인 물리 모델로 계산하되, 구름이나 난류 같은 복잡하고 미 세한 영역은 AI가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허사비스가 늘 강조해 온 "인간의 지식 과 AI의 직 관의 결합"을 상징합니다.
웨더넥스트의 기술은 구글 검색에 통합되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우산을 챙겨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상의 도구가되었습니다. 100년 전, 수작업으로 대기를 계산하려 다 실패했던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의 꿈이 AI를 만나 비로소 완성된 것입니다. 핵융합 플라즈마 반응로에서의 AI 활용 1) 1억 도의 젤리를 손가락으로 잡는 법 기 상 예측이 하늘의 패턴을 읽는 것이라면, 핵융합은 태양의 심장을 지구상에 구현하는 일입니다.
허사비스는 어릴 적부터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꿨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 한 유일 한 에너지원이 핵융합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핵융합에는 치명적인 난제가 있었습니다. 바 로 1억 도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반응로(토카막) 벽에 닿지 않게 공중에 띄워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의 스위스 플라즈마 센터(SPC). 이곳의 연구원 들은 토 카막 안에서 춤추는 플라즈마를 제어하기 위해 수십 년간 고군분투해 왔습니다. 플라즈마 는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불안정해서, 자석의 자기장을 아주 조금만 잘 못 조절해도 순식간 에 붕괴해 버립니다. 기존의 제어 방식은 수천 개의 변수를 사람 이 미리 계산해 입력해야 했기에, 복잡하고 새로운 형태의 플라즈마를 시도하는 건 엄 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허사비스는 딥마인드의 강화학습 팀을 이곳에 파견했습니다.
그들의 미션은 간단했 습니 "AI에게 플라즈마를 가지고 노는 법을 가르쳐라.” 딥마인드의 AI는 시뮬레이션 속에서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플라 즈마를 벽에 부딪혀 꺼트 리기 일쑤였지만, 알파고가 바둑의 묘수를 스스로 깨우쳤듯, AI는 자기장 코일 19개를 초당 1만 번씩 미세하게 조절하며 플라즈마를 안정시키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 고 운명의 날, AI는 실제 토카막 제어권을 넘겨받았습니다. 결과가 나왔습니다. AI는 연구원들이 주문한대로 플라즈마를 둥근 도넛 모양뿐만 아 니라, 눈송이 모양(snow ake), 물방울 모양(droplet) 등 기하학적으로 복잡한 형태 로 자유자 재로 변형시켰습니다.
특히 '음의 삼각도(negative triangularity)'를 가진 플 라즈마 형태를 안 정적으로 유지해 낸 것은 물리학계의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 형태는 반응로의 벽에 주는 열 손상을 줄이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성배'와 같았 기 때문입니다. fl 핵융합 반응로 안에는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기체, 즉 플라즈마가 있습니다.
이 플라즈마는 너무 뜨거워서 어떤 물질로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한 자기장으로 공 중에 띄워서 가 둡니다. 이때 플라즈마를 옆에서 잘라 본 단면의 모양이 반응로의 성 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핵융합 장치들은 거의 예외 없이 플라즈마 단면을 영문 대문자 D 모양으 로 만들어 왔습니다. 바깥쪽으로 볼록한 이 형태를 '양의 삼각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형태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플라즈마 가장자리에서 에너지가 주기적으로 폭발 하듯 튀어나오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반응로 내벽을 반복적으로 때려서 깎아먹는 것입니다. 상용 핵융합을 발전소로 만들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였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한 가지 이론적 해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D자 모양을 좌 우로 뒤 집어서, 볼록한 면이 안쪽을 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을 '음의 삼각도'라 고합니다. 계 산상으로는 이 형태에서 에너지 폭발 현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그
러면서도 에너지를 가두는 효율은 오히려 높게 유지되었습니다. 벽의 손상을 줄이면 서 동시에 성능도 올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답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 디까지나 이론이었습니다.
실 제 반응로 안에서 이 뒤집힌 형태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 제였고, 수십 년간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형태를 핵융합 분야의 '성배'라 고 불러 왔습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성배를 실험실에서 실제로 구현해 낸 것입니다. 이론으로만 존재 하던 플 라즈마 형태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에 물리학계 가 충격을 받 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핵융합 상용화를 가로막던 가장 큰 공 학적 장벽 하나를 넘을 수 있는 실마리가 마침내 잡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성과는 2022년 《네이처》 표지를 장식했고, 2025년 12월에는 미국의 핵융합 스타트업 '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 CFS)'와의 파트 너십으로 이어졌습니다. 딥마인드는 CFS가 짓고 있는 상용 핵융합로 'SPARC'에 AI 제어 기술을 이식하기로했습니다. 실험실의 과학적 호기심이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산업적 현실로 넘어가는 결정 적 순간이었습니다.
허사비스에게 이 프로젝트는 '지능'이 어떻게 '물리적 세계'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 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입니다. 인간의 반사 신경으로는 불가능한 0.0001초의 제어를 AI는 해냅니다. 이것은 단순히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인류가 에너지의 결핍에서 벗어나 '근본적 풍요(Radical Abundance)'로 나아가는 열쇠입니다. 허사비스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기후 변화를 해결하고 우주로 나아가려면 무한하고 깨끗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AI가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자율 과학자(AI Scientist)의 가능성 1) 잠들지 않는 실험실: 2026년, 과학의 속도가 달라진다 허사비스의 사무실 한편에는 늘 위대한 과학자들의 전기가 꽂혀 있습니다.
다윈, 아인슈타 인, 튜링... 그는 그들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발견의 과정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인간 과학자는 잠을 자야 하고, 밥을 먹어야 하며, 편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만약 지치지 않고, 편견 없이, 모든 논문을 다 읽은 과학자가 있다면 어떨까?” 이 질문은
2025년, 구글 딥마인드가 발표한 'AI 코사이언티스트(AI Co-Scientist)'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이것은 챗GPT처럼 단순히 질문에 대답해 주는 비서가 아닙니다. 연구자가 " 이 단백질이 암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봐 줘"라고 목표를 던져주면, AI 코사이 언티스트는 스스로 수만 건의 관련 논문을 검색하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합니다. 허사비스의 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2026년, 영국에 세계 최초의 '완 전 자동 화 AI 과학 실험실(Automated AI Science Lab)'을 개소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실험실에 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이 없습니다. 대신 로봇 팔들이 쉴 새 없이 피 펫을 움직이고, 물질을 합성하고, 현미경으로 결과를 분석합니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과 같습니다. '제미나이(Gemini)' 모델이 두뇌 역할을 하여 "새로운 초전도체 후보 물질을 합성해 보자"라고 명령을 내리면, 로봇 팔들이 즉시 수 백 가지의 배 합 비율로 실험을 수행합니다. 실험 결과가 나오면 AI는 실시간으로 데 이터를 분석해 "실 패. 배합 비율을 0.5% 수정해서 재시도"라는 판단을 내립니다. 인 간 연구자가 일주일 동안 할 실험을 이곳에서는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해치웁니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 정부와의 50억 파운드 규모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차세대 배터 리 소 재, 고효율 태양전지, 그리고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허사비스가 설립한 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생물학'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허사비스는 묘한 긴장을 마주합니다. "그렇다면 인간 과학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지휘자'로 승격시킬 것이라고 주 장합니 "AI는 실험과 데이터 분석이라는 고된 노동을 맡고, 인간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무엇이 가치 있는 연구인지를 결정하는 창의적 역할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2026년의 자동화 실험실은 허사비스가 12살 때 체스판 앞에서 했던 생각, "이 지 능을 더 나 은 곳에 쓸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거대하고 실질적인 대답입 니다.
알파고가 바둑의 정석을 깼듯, 이제 AI 과학자는 인류가 수백 년간 쌓아온 '발견의 속도'라 는 한계를 깨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 발견의 민주화이자, 인류 지 식의 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특이점'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핵융합 토카막 반응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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