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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31장 리더십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인공지능의 아버지
31 리더십
김경란, 김경진
3월, 서울의 한 호텔 방에서 데미스 허사비스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검은색 정장 차 림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둔 그는 겉으로는 침 착해 보였지만, 그의 머릿속은 수백만 가지의 경우의 수와 잠재적인 시스템 오류에 대 한 걱정으 로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딥마인드의 초기 멤버이자 오랜 동료인 무스타 파 술레이만은 그 순간의 허사비스를 “폭풍의 눈”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그는 주변의 모든 혼란을 잠재우 는 고요함을 유지하면서도, 그 내부에는 그 누구보다도 격렬한 에 너지를 품고 있는 리더였습니다. 허사비스의 리더십은 ‘완벽’에 대한 강박에 가까운 집착에서 시작됩니다. 동료들은 그를 두고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딥마인드의 수석 연구원 데이 비드 실버 는 허사비스가 연구 결과물을 검토할 때의 깐깐함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는 단순히 ‘작 동한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왜 작동하는가?’, ‘이것 이 최선의 방법인가?’, ‘이 것이 범용 인공지능(AGI)으로 가는 길에 어떤 의미를 갖는 가?’를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 질문들은 때로 연구자들을 지치게 만들지만, 결국 우리를 한계 너머로 밀어 올리는 원동력 이됩니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딥마인드의 조직 문화에 깊게 뿌리내려 있습니다. 허사비스는 ‘빠르게 움직여 파괴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실리콘밸리의 격언을 거부합니다. 대신 그 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 하게 검증하며 나아가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고수합니다.
이는 구 글이라는 거대 기업 의 속도전과는 종종 마찰을 빚기도했습니다. 구글이 챗GPT의 등장에 대응해 바드 (Bard)와 제미나이(Gemini) 출시를 서두를 때, 허사비스는 안전성과 정확성을 담보하 지 않은 출시는 딥마인드의 철학에 위배된다며 마지막까지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일 부 동료들은 이러한 그의 태도를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AI가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 키거나 편향된 정보를 내놓을 때마다 허사비스의 우려가 옳았음이 증명되곤했습니다.
그의 리더십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보호막’으로서의 역할입니다. 그는 연구원들이 외부 의 압력, 특히 상업적 성과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 경을 만드 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2014년 구글에 인수될 때 그가 내건 조건 중 하 나가 런던에 본사를 유지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소란스 러움에서 한 발짝 떨어 져, 학문적 순수성을 지킬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을 확보 하려 했던 것입니다. 한 연구 원은 “데미스는 우리를 위해 총알을 막아주는 방탄유리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구글 경 영진과의 치열한 협상 테이블에서는 냉철한 전략 가였지만, 연구실로 돌아오면 다시 호기 심 많은 과학자의 얼굴로 돌아와 “어제 그 아 이디어는 어떻게 됐어?”라고 물으며 눈을 반 짝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더십에는 분명한 비용이 따릅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완벽을 기 하려는 성향은 의사결정의 병목 현상을 초래하기도했습니다. 딥마인드의 조직이 커 지면서 허사비스 한 사람이 모든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을 챙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주요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직접 설정하고 싶 어 했고, 이는 때때로 실무진에게 과도한 업무 로드와 기다림의 시간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부 전직 직원들은 딥 마인드의 높은 기준이 숨 막히는 압박감으로 다가왔다고 토로하기도했습니다. “천재들과 함께 일한다는 자부심은 컸지만, 내가 그 기준에 미 치지 못할까 봐 매일 두려움에 떨었다” 는 고백은 허사비스가 만든 ‘엘리트 주의’ 문화 의 그늘을 보여줍니다. 허사비스는 동료들에게 단순한 상사가 아닙니다. 그는 함께 체스를 두고, 늦은 밤까 지 우 주의 기원에 대해 토론하는 동료이자, 때로는 범접할 수 없는 직관을 보여주는 스승이기도합니다. 그의 리더십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이나 강압적인 지시에서 나 오는 것이 아닙니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지적 탁월함,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순수 한 열정에서 비롯됩니다.
동료들은 그가 제시하는 ‘지능을 풀어 세 상을 구한다’는 비전에 깊이 공감하기에, 그의 깐깐함과 집요함을 기꺼이 견뎌내는 것입니다. 그는 천재라는 신화 속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그 신화를 현실로 만들기 위 해 매일 자신과 동료들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뇌하는 리더입니다. 연구자, 경영자, 기업인을 겸하는 복합적 역할 데미스 허사비스의 명함에는 ‘CEO’라는 직함이 찍혀 있지만, 그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신경과학 연구자이자, 수천 명의 직원을 이끄는 경영자이며, 거대 자본과 기술 권력을
조율해야 하는 기업인입니다. 이 세 가지 역할은 서로 충돌하기도 하 고 보완하기도 하면서 허사비스라는 복잡한 인물을 구성합니다. 먼저 연구자로서의 허사비스는 여전히 현역입니다.
그는 단순히 보고만 받는 관리 자가 아 닙니다.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알파폴드(AlphaFold) 프 로젝트에서도 그는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연구의 방향을 틀어쥐는 역할을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최 신 논문을 챙겨 읽고, 연구원들과 화이트보드 앞에서 수식을 써가 며 토론하는 것을 즐깁니 그에게 경영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적은 없었습니 그는 뇌의 해마가 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AI의 강화학 습 알고리즘에 적용하는 아이 디어를 직접 제안하는 등, 신경과학자로서의 배경을 AI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이 러한 ‘연구자적 감각’은 딥마인드가 다른 빅테크 기업의 AI 조직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경 쟁력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경영자의 옷을 입어야했습니다. 2010 년 런던 의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 딥마인드는 이제 수천 명의 박사급 인재들이 모인 거대한 조직 이되었습니다. 허사비스는 자유분방한 해커 문화와 엄격한 학문적 규율을 조화시켜야 하 는 과제를 안게되었습니다.
그는 딥마인드를 ‘21세기의 벨 연구소 (Bell Labs)’로 만들고자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학계의 최고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고, 그들이 논문 실 적에 얽매이지 않고 장기적인 난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동시 에 그는 구글이라는 모회사의 기대치를 관리해야했습니다.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도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순수 과학 연구에 천문 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 해, 그는 끊임없이 딥마인드의 가치를 증 명해야했습니다. 알파고 이벤트나 알파폴드의 단 백질 구조 데이터베이스 무료 공개 결정은 과학적 성과인 동시에, 딥마인드의 존재 의의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탁월한 경 영적 판단이었습니다. 기업인으로서의 허사비스는 더욱 냉혹한 현실과 마주해야했습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제품 출시로 AI 시장의 판도를 흔들 때, 허사비스는 ‘책 임감 있는 AI’ 라는 원칙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줄타기해야했습니다. 그는 AI가 가 져올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기술의 민주화와 안전 통제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습니다. 2023년 구 글의 AI 조직이 통합되어 ‘구글 딥마인드’가 출범했을 때, 그는 사실상 구글 전체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는 그가 더 이상 상아탑 속의 연구자로만 머물 수 없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는 경쟁사와의 속도전에서
승리해야 했고,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했으며,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도 대응 해야했습니다. 이 복합적인 역할들 사이의 긴장은 허사비스에게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습니다. 연구자로서 그는 완벽을 추구하고 싶지만, 기업인으로서는 타이밍을 놓칠 수 없습니다.
경 영자로서 그는 조직의 안정을 원하지만, 혁신가로서 그는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 흥미로운 점은 허사비스가 이 모순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 려 한다는 것입니 그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융합’의 달인입니다. 게임 개발자 시절 프로그래밍과 기획을 오갔던 것처럼, 그는 연구의 깊이 와 비즈니스의 넓이를 동시에 확보하려 노력합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합니다.
“우리는 과학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제품을 만들 고 있습니다. 이 둘은 다르지 않습니다. 최고의 과학이 결국 최고의 제품이 될 것입니다.”
이는 그가 40년간 품어온 “지능을 풀어, 다른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 션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에게 연구, 경영, 사업은 이 거대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각각의 도구일 뿐입니다. 허사비스는 이 세 가지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하이브 리드 리더’의 전형을 보여줍니 때로는 실험실 가운을 입은 과학자로, 때로는 칠판 앞 에 선 교수로, 때로는 말끔한 정장 차림의 CEO로 변신하며 그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표준을 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성취를 만드는 생활 구조 "밤의 두 번째 교대"와 집중의 루틴 런던의 밤이 깊어지고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 무렵, 데미스 허사비스의 ‘진짜’ 하루가 시작됩니다. 그는 이를 "두 번째 교대(The Second Shift)"라고 부릅니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퇴근 후 휴식을 취하는 시간, 허사비스는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잠재운 뒤, 밤 10시 가 넘 어서야 다시 책상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 새벽 4시까지, 온전히 자신만의 몰입을 위한 시간을 갖습니다.
이 루틴은 단순한 야근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가 치열한 낮 시간 동안 쏟아지는 업 무와 미 팅, 의사결정의 홍수 속에서 소진되지 않고, 오히려 창의성을 충전하는 그만 의 성스러운 의식입니다. 낮 시간의 허사비스가 구글 딥마인드의 CEO로서 수천 명의 조직을 이끌고 수 많은 보고를 처리하는 ‘관리자’라면, 밤 시간의 허사비스는 순수한 ‘연구자’이자 ‘몽상가’ 로 돌아갑니다.
그의 서재는 이 시간 동안 고요한 실험실이됩니다. 그는 이 시간에 최신 논문을 읽 고, 기술 적 난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딥마인드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점검합 니다. 방해받 지 않는 이 긴 호흡의 시간 동안 그는 낮에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생 각의 조각들을 연 결합니다. 때로는 체스판을 복기하듯 AI 모델의 구조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고, 때로 는 물리학이나 생물학 같은 전혀 다른 분야의 서적을 탐독하며 영감을 얻습니다.
그가 새벽 4시까지 깨어 있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는 이 새벽의 고요함이 주는 특유의 명료함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잠든 시간, 모든 소음이 사라진 그 적 막 속에서 그는 생각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갑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아 이디어들은 대부분 이 시간에 떠오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알파고의 결정적인 '신의 한 수'나, 알파폴드의 구조적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아마 이 고 독한 새벽의 사투 속에서 잉 태되었을 것입니다.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든 그는 오전 10시쯤 기상합니다. 남들보다 늦은 아침이지만, 그의 뇌 는 이미 전날 밤의 치열한 사고 과정을 통해 예열된 상태입니다. 사무실에 출 근한 그는 오 후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의 일정은 분 단위로 쪼개져 있 지만, 그는 항상 맑 은 정신으로 회의에 참석합니다. 밤의 사색이 그에게 낮을 버틸 수 있는 지적 체력을 제공 하기 때문입니다. 허사비스의 이러한 생활 패턴은 그가 가진 독특한 시간 관념을 보여줍니다. 그는 항 상 양 손목에 시계를 차지 않더라도(때로는 스마트워치와 아날로그 시계를 동시에 착 용하기도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민감합니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재촉하는 사람처 럼 보입니다. " 인생은 짧고, 풀어야 할 지능의 비밀은 너무나 거대하다"는 생각이 그를 잠들지 못하게 하 는지도 모릅니다. 이 "두 번째 교대"는 또한 그가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합니다. 낮 동안 기업 경영이 라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다가도, 밤이 되면 그는 다시 과학과 우주의 신비라 는 이상으로 도피할 수 있습니다.
이 순환이 그를 지치지 않게합니다. 그에게 밤샘은 노동이 아니라, 지 적 유희이자 회복의 과정입니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CEO라는 무 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 고, 4살 때 체스판을 처음 마주했던 그 소년의 호기심 어린 눈 빛을 되찾습니다.
허사비스의 위대한 성취들은 천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매일 밤 반 복되는 이 고독하고도 치열한 루틴 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입니다.
호기심과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 데미스 허사비스의 뇌 구조를 이해하는 열 쇠는 '경계 없음'에 있습니다. 그는 한 분야의 전 문가가 되기를 거부하고, 여러 분야의 경계선 위에서 춤을 추듯 지식을 탐험하는 진정한 폴리매스(Polymath, 박식가)입니다. 그의 이력서는 마치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삶을 합쳐놓 은 듯합니다.
세계 랭킹 2위 의 체스 유망주, 천만 장 이상 팔린 게임을 만든 프로그래머, 그 리고 기억과 상상력을 연구해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실은 신경과학자. 이 이질적인 경험 들은 딥마인드라 는 용광로 안에서 하나로 녹아들었습니다. 그의 융합적 사고는 어린 시절 체스판 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체스는 그에게 논리 적 사고 와 직관의 결합을 가르쳤습니다.
수읽기를 통해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심리적 통찰, 그리고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 는 멘탈 관리 능 력은 훗날 그가 기업을 경영하고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자산 이되었습니다. 10대 에 게임 개발사 불프로그(Bullfrog)에서 피터 몰리뉴와 함께 '테 마파크'를 만들면서, 그는 이 시뮬레이션 능력을 컴퓨터 코드로 구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수천 명의 관람객이 각자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설계하며, 그는 "지능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 문을 품게되었습니다.
이 질문은 그를 신경과학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케임브리지와 UCL에서 그는 인 간의 뇌 가 어떻게 기억을 저장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상상 하는지를 탐구했습니다. 해마가 손상된 환자들이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그의 연 구 결과는 2007년 사 이언스지가 선정한 10대 과학 성과에 올랐습니다.
이 연구는 단 순히 뇌과학의 성과로 끝나 지 않았습니다. 허사비스는 이 발견을 AI 알고리즘에 그대 로 적용했습니다. 딥마인드의 강 화학습 AI가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하여(기억), 낯선 환경에서 최적의 전략을 찾아내는(상 상) 방식은 인간 뇌의 메커니즘을 모방한 것입 니다. 생물학적 뇌의 원리를 디지털 코드로 번역해내는 능력, 이것이 바로 허사비스가 가진 융합적 사고의 정수입니다.
그의 지적 호기심은 과학과 공학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는 역사, 철학, 예술에 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와 현대의 기술이 만나 야 한다고 믿습니다.
AI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을 고민할 때, 그는 기술적 안전장치뿐 만 아니라 철학적,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만드는 이 지능이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 가?"라는 그의 물음은 인문학적 소양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그는 독서를 통해 시 대를 초월한 사상가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지혜를 현재의 AI 개발에 접목하려 노력합니다. 허사비스의 융합적 사고는 딥마인드의 채용과 조직 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딥마인드에는 컴퓨터 공학자뿐만 아니라 물리학자, 생물학자, 신경과학자, 윤리 학자, 심지 어 생태학자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있습니다. 허사비스는 이들이 서로의 전문 용어가 아닌, '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도록 장려합 니다. 그는 "서로 다 른 분야의 충돌 지점에서 혁신이 일어난다"고 굳게 믿습니다. 알 파폴드 프로젝트가 성공 할 수 있었던 것도 구조 생물학의 난제를 머신러닝 전문가들 이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보았기에 가능했습니다.
그에게 호기심은 단순한 흥미가 아니라 생존 본능과도 같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봅니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바둑판의 포석, 그리고 우주의 물리 법칙 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를 처리하고 최적의 상 태를 찾아가는 공통된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허사비스는 이 보편적인 원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 이 경계를 넘나듭니다. 그의 융합적 사고는 복잡한 세상의 문제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가두 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조망하며 해법을 찾아내는 강력한 도 구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 딥마인드의 미션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다큐멘터리 'The Thinking Game'(2024) 트라이베카 영화제 프리미어와 허사비스 의 내면 세계 2024년 6월, 뉴욕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스크린에 딥마인드의 로고가 떠 올랐습니다. 그렉 코스(Greg Kohs) 감독의 다큐멘터리 '더 씽킹 게임(The Thinking Game)'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딥마인 드의 내부를 밀착 취재한 이 작 품은 단순한 기업 홍보 영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지능을 풀겠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에 도전한 사람들의 고뇌와 환희, 그리고 그 중심에서 있는 데미스 허사비스라는 한 인간의 내면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기록이었습니다. 영화는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 가려진 지난한 실패의 시간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특 히 인공지능이 과학적 발견을 주도하는 시대를 열기 위해 시작된 '알파폴드' 프 로젝트의 초 기 난관들이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연구팀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 좌절 하고, 허사비스가 고뇌에 찬 표정으로 회의실을 서성이는 장면들은 천재적인 성취가 결코 우연이나 영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웅변합니다. 스크린 속의 허사비스
는 확신에 찬 CEO의 모습과, 미지의 영역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탐험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허사비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동기를 목격합니다. 그가 왜 그토록 강박적으로 지능의 본질을 파고드는지, 그에게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 드러납니다. 영화에는 그가 어린 시절 체스 영재로 주목받던 영상부터, 게임 개발자 시 절, 그리고 딥마인드를 창업하고 구글에 합류하기까지의 여정이 교차 편집됩니다. 이 과정에서 허사비스는 "과학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도구"라며, AI가 이 도구를 더욱 날카 롭게 다듬어 질병, 기후 위기, 에너지 문제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영화는 낙관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허사비스가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 계하며, 이 강력한 힘이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야 함을 역설하는 장면들도 담겨 있습니다. 트 라이베카 영화제 관객들은 기술적 성취의 경이로움과 동시에, 그것을 다 루는 인간의 책임 감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안고 극장 문을 나섰습니다. 허사비스에게 이 영화는 자신의 업 적을 과시하는 트로피가 아니라, 자신이 평생을 바쳐온 '생각 (Thinking)'이라는 행위의 아름 다움과 무게를 세상과 공유하고자 하는 진심 어린 고 백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말합 니다. "우리가 지능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가장 결정적 인 순간이 될 것입니다.” '알파고' 다큐멘터 리(2017)와의 연결 '더 씽킹 게임'은 2017년 공개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 켰던 다큐멘터리 '알파고 (AlphaGo)'의 정신적 후속작이자, 서사의 완결판과도 같습니다. 두 작품 모두 그렉 코스 감 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딥마인드라는 하나의 주체를 다루고 있지만, 그 지향점과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알파고'가 인간과 AI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 드라마였다면, '더 씽킹 게임'은 인간과 AI의 '협력'을 통해 과학의 지평을 넓혀가는 지적 탐험기입니다.
전작에서 이세돌 9단과의 승부는 승패가 명확히 갈리는 제로섬 게임의 긴박함을 주었습니다. AI는 인간을 넘어서는 두려운 존재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지기 도했습니다. 반면, 이 번 작품에서 AI는 인간 과학자들의 한계를 보완하고, 5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단백질 구 조 예측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든든한 파트너로 등장합니다.
두 다큐멘터리를 연결하는 고리는 바로 허사비스의 비전입니다. '알파고'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승리에 도취하기보다 "이제 이 기술을 과학적 문제 해결에 써야 한 다"고 말했습니 '더 씽킹 게임'은 그 선언이 어떻게 현실이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명 서입니다. 알파고 가 바둑이라는 닫힌 세계(Closed System)에서의 승리였다면, 알파폴드는 생물학이라는 무 한하고 복잡한 열린 세계(Real World)에서의 승리입니다.
영화적 기법 면에서도 두 작품은 연결됩니다. 감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AI 기술을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시각적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알파고'가 바둑판 이라는 2 차원 평면 위에서 펼쳐지는 수싸움을 보여주었다면, '더 씽킹 게임'은 3차원 공간에서 춤추 듯 접히고 꼬이는 단백질의 역동적인 구조를 시각화하여 생명의 신비를 예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허사비스라는 인물의 변화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2016년의 허사비 스가 자 신의 기술을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자 하는 패기 넘치는 도전자였다면, 2024 년의 허사비스 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기사 작위를 받은 거장으로서, 기술의 사회적 책 임과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성숙한 사상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알파고'가 "AI가 인간을 이길 수 있는가?" 를 물었다면, '더 씽킹 게임'은 "AI와 인간이 함께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허사비스와 딥마인드가 걸어온 10년의 궤적을 기록한 역사적 사료 이자,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거대한 서사 시의 1부와 2부로 남을 것입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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