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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9장 보험이 먼저 항복했다
2026년 미국 이란 전쟁과 전 세계의 에너지 위기
9장 보험이 먼저 항복했다
김경진
제9장 보험이 먼저 항복했다
9.1 IRGC의 봉쇄 선언
2026년 3월 2일 월요일, 이란 국영 텔레비전 IRINN의 황금 시간대 뉴스.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은 에브라힘 자바리(Ebrahim Jabari),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총사령관의 수석 고문이었습니다. 그는 군복 차림이었습니다.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한 마디가 나왔습니다.
"해협은 폐쇄되었다. 통과를 시도하면 혁명수비대와 해군이 그 배를 불태울 것이다."
이 선언은 이란이 과거에 되풀이해 온 수사적 위협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그동안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국제 제재가 강화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끌어들였습니다. 소형 고속정으로 유조선의 항로를 방해하거나, 익명의 대리 세력을 내세워 선박에 흡착 기뢰(Limpet mine)를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이른바 회색지대(Gray Zone) 전술.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을 만큼의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상대에게 피로감을 주는 방식입니다. 2019년 6월 오만만에서 일본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호와 노르웨이 유조선 프론트 알테어호가 피격됐을 때도 이란은 공식적으로 관여를 부인했습니다. 모호함이 곧 방패였습니다.
자바리의 선언은 그 방패를 내던진 것이었습니다. "통과를 시도하면 불태우겠다." 모호함은 사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명백한 전쟁 행위(Act of War)의 선포뿐이었습니다.
선언에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이틀 전인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개시했습니다. B-2 스텔스 폭격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해상 발사 정밀유도탄이 이란 전역의 핵 시설, IRGC 사령부, 방공망, 탄도미사일 기지를 동시에 타격했습니다. 그리고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습니다. 이란 건국 이래 최악의 군사적 충격이었습니다. 체제의 상징이 사라진 혼란 속에서 IRGC가 꺼낸 보복 카드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였습니다.
자바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IRGC의 군사 및 비대칭 전력을 총괄하는 하탐 알 안비아(Khatam al-Anbiya) 본부의 대변인이 알자지라를 포함한 복수의 매체에 출연하여 한층 구체적인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단 1리터의 석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및 그 동맹국과 연관된 모든 선박을 합법적인 군사 타격 목표로 간주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당신들은 인위적으로 유가를 낮출 수 없을 것이다. 배럴당 200달러의 석유를 기대하라."
선언과 경고만이 아니었습니다. IRGC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폭격 당일인 2월 28일 밤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무전기에는 VHF(초단파) 경고 방송이 반복 송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 영국 해군의 해상무역작전센터(UKMTO, UK Maritime Trade Operations)가 이 방송을 확인하고,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 북아라비아해 전역에 걸친 대규모 군사 활동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물리적 현실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미 해군 5함대의 정찰 자산과 상업 위성 사진은 이란 남부 연안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했습니다. 오만의 무산담 반도와 마주 보는 이란의 반다르 아바스(Bandar Abbas) 해군 기지와 자스크(Jask) 항구에서 수십 척의 무장 고속정이 해협의 주요 길목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고속정들은 크기가 작았습니다. 대신 다연장 로켓, 대함 미사일, 자폭용 폭약을 싣고 있었습니다.
해저에서도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가디르(Ghadir)급과 파테(Fateh)급 소형 잠수함이 해협의 얕은 수역으로 진수되었습니다. 이 잠수함들이 살포한 것은 구시대적인 접촉식 기뢰가 아니었습니다. 특정 선박의 자기장과 음향 신호를 인식하여 목표물이 위를 지나갈 때 폭발하는 지능형 기뢰(Smart mine)였습니다. 3월 10일, 미국 군사 정보 당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이란에 기뢰 제거를 요구했고, 미군은 이란의 기뢰 부설함 16척을 파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산악 지대에는 지상 화력이 배치되었습니다. 마하 3 이상의 속도로 낙하하는 칼리지 파르스(Khalij Fars) 대함 탄도미사일(ASBM, Anti-Ship Ballistic Missile) 포대가 전투 위치에 올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파괴력을 입증한 샤헤드(Shahed) 계열 자폭 드론 수백 대가 발사대에 장착되었습니다. 폭 34킬로미터, 실질 항로 폭 3.2킬로미터의 좁은 회랑은 다층적 살상 구역으로 바뀌었습니다.
IRGC는 선언 다음 날, 해협 입구로 접근하던 그리스 선적의 빈 유조선 근처 해상에 지대함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은 선박에서 1해리도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 꽂혔습니다. 거대한 물기둥이 솟았습니다. 오발이 아니었습니다. 레이더가 정확히 목표를 조준하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선박을 격침할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한 경고 사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피가 흘렀습니다.
3월 1일, 오만 무산담 반도의 하사브(Khasab) 항구 북쪽 약 5해리 해상에서 팔라우 선적의 유조선 스카일라이트(Skylight)호가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되었습니다. 선미 부근의 기관실과 거주 구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거대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20명의 선원 가운데 인도인 선원 4명이 부상했습니다. 오만 해양안전센터는 승선원 전원을 대피시켰다고 확인했습니다. 위성 추적 데이터 분석 기업 윈드워드(Windward)에 따르면, 스카일라이트호 자체가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대상 선박으로, 이란산 석유를 밀수출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의 일부였습니다. 이란이 자기편 선박마저 공격한 것입니다. 윈드워드는 이를 "정밀 타격이 아니라 구역 봉쇄(Area denial)를 위한 무차별적 위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누구의 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바다를 지나는 것 자체가 사격의 대상이었습니다.
같은 날, 무스카트 북쪽 약 52해리 해상에서 마셜아일랜드 선적의 유조선 MKD 비욤(MKD Vyom)호가 폭약을 실은 무인 드론 보트에 타격당했습니다. 기관실에서 폭발과 화재가 일어났고, 인도인 선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선박 관리사인 V.Ships Asia는 성명을 통해 사망 사실을 확인하면서 유족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뭄바이 주재 인도 대사관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1명의 승선원은 파나마 선적 MV SAND호로 대피했습니다.
3월 2일에는 미국 선적의 스테나 임페러티브(Stena Imperative)호가 바레인 항구에 정박한 상태에서 두 차례 피격당했습니다. 항만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습니다. 이란과 연계된 아테 노바(Athe Nova)호는 IRGC의 허가 없이 해협을 통과하려다 드론 2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IRGC 산하 타스님 통신은 이 배가 "불법 통과를 시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브롤터 선적의 상업 유조선 허큘리스 스타(Hercules Star)호도 UAE 연안에서 피격이 확인되었습니다.
IRGC의 공격 범위는 해협의 21마일 병목 구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3월 4일 밤 10시 40분(UTC), 해협에서 약 800킬로미터 떨어진 페르시아만 최북단, 쿠웨이트의 무바라크 알 카비르(Mubarak Al Kabeer) 항구 인근에 정박해 있던 바하마 선적의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소난골 나미베(Sonangol Namibe)호가 폭발에 휩싸였습니다. 158,425재화중량톤(DWT)에 길이 273미터인 이 배의 좌현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렸고, 선장은 소형 선박이 현장을 이탈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란제 자폭 무인정(USV, Unmanned Surface Vessel)이었습니다. 선체에 구멍이 뚫렸고, 밸러스트 탱크에 물이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UKMTO는 화물 탱크에서 기름이 유출되어 환경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배는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Sonangol) 소유로, 이라크 국영 석유 판매기관 SOMO와의 계약에 따라 이라크산 연료 8만 톤을 싣기 위해 대기 중이었습니다. 승선원은 무사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페르시아만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는 것.
3월 8일까지 UKMTO가 확인한 해상 공격은 10건이었습니다. 3월 12일까지 21건으로 늘었습니다. 5명의 선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공격당한 선박의 국적과 소유 관계에는 일관된 패턴이 없었습니다. 이란 연계 제재 대상 유조선(스카일라이트), 서방 상업 유조선(허큘리스 스타), 중립국 선적의 독립 유조선(MKD 비욤), 러시아 무역과 연결된 혼합 소유 선박(시 라 도나)까지. 윈드워드의 분석은 명확했습니다. "소속에 따른 정밀 타격이 아니라, 상업 해운 자체를 억제하기 위한 구역 봉쇄 효과."
이란은 수백 척의 군함을 도열시키는 재래식 해상 봉쇄를 하지 않았습니다. 소수의 선박을 잔혹하게 파괴하여 극도의 공포를 조성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군함이 해협을 막은 것이 아닙니다. 공포가 해협을 막았습니다.
각국의 정상들은 심야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 브래드 쿠퍼 해군 대장은 3월 3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아라비아만,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에서 항행 중인 이란 군함은 단 한 척도 없다. 최소 17척이 파괴되었다." 미군은 이란 해군을 무력화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해협은 닫혀 있었습니다. 이란의 해군력이 해협을 봉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드론 보트 몇 척, 지능형 기뢰 몇 개, 해안 산악에 숨겨진 미사일 포대 몇 곳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바다 위의 불타는 유조선이 아니라, 런던 시티의 보험 시장이었습니다.
9.2 전쟁 위험 보험의 철회
현대 해상 무역의 기저에는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이 있습니다. 강철도, 연료도 아닙니다. 보험입니다.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Very Large Crude Carrier) 한 척을 건조하는 데는 1억 2천만 달러에서 1억 5천만 달러가 듭니다. 이 배에 가득 실린 원유의 가치는 국제 유가에 따라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를 넘깁니다. 선박과 화물을 합치면 단 한 번의 항해에 움직이는 자산이 최소 3억 달러, 한화로 약 4천억 원에 이릅니다. 만약 이 배가 피격되어 수십만 톤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된다면, 환경 정화 비용과 피해 보상금은 그 몇 배에 달합니다. 보험 없이 이 규모의 자산을 바다에 내보내는 해운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상 보험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선체보험(Hull insurance)은 배 자체의 물리적 손상을 보장합니다. 화물보험(Cargo insurance)은 실려 있는 원유나 LNG의 손실을 보장합니다. 선주 상호 책임 보험(P&I, Protection and Indemnity)은 제3자 배상 책임, 환경 오염 피해, 선원 사상을 보장합니다. 이 세 겹의 보험이 온전해야 배가 움직입니다. 어느 한 겹이라도 무너지면 배는 멈춥니다.
이 보험 체계의 심장부는 런던에 있습니다.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의 라임 스트리트 1번지, 로이즈(Lloyd's of London). 1688년 에드워드 로이즈의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이 보험 시장은 336년 동안 세계 해상 무역의 위험을 인수해 왔습니다. 로이즈 산하에 합동전쟁위원회(JWC, Joint War Committee)라는 협의체가 있습니다. 로이즈 시장과 런던 국제보험협회(IUA)의 언더라이터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전 세계 바다를 모니터링하며 전쟁, 테러, 해적 등으로 선박이 파괴될 위험이 높은 해역을 '위험 고지 구역(Listed Areas)'으로 지정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중동 해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위험 구역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위험 구역에 들어가는 선박은 연간 기본 보험과 별도로 '추가 할증료(AP, Additional Premium)'를 내야 합니다. 이것을 전쟁 위험 할증료(WRP, War Risk Premium)라고 부릅니다. 평시에 이 할증료는 선박 가액의 0.01%에서 0.05% 수준이었습니다. 1억 5천만 달러짜리 VLCC 기준으로 1만 5천 달러에서 7만 5천 달러. 유조선 한 번 운항의 운임 수익에 비하면 미미한 비용이었습니다.
2월 28일 에픽 퓨리 작전이 개시되고, IRGC가 VHF 경고 방송을 시작한 그 날 밤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3월 1일 월요일 아침, 주말을 보내고 책상으로 돌아온 런던의 언더라이터들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할증료를 즉시 올렸습니다.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에 따르면, 3월 2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의 전쟁 위험 할증료는 선박 가액의 1%까지 치솟았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기존의 20배에서 100배로 뛴 것입니다. 1억 5천만 달러짜리 VLCC 기준으로 150만 달러.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에는 훨씬 높은 요율이 적용되었습니다. 로이즈 리스트는 이들 선박에 대한 할증료가 2.5%에서 5%까지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1억 5천만 달러짜리 배가 해협을 한 번 통과하는 데 375만 달러에서 750만 달러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3월 첫째 주가 지나면서 할증료는 더 올랐습니다. 로이즈 리스트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요율은 선박 가액의 10%까지 치솟았습니다. 1억 3800만 달러 가치의 5년 된 VLCC가 해협을 한 번 통과하는 데 1천만 달러에서 1,400만 달러의 보험료를 현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조선이 원유를 운송해서 얻는 운임 수익을 아득히 초과하는 금액입니다. 배를 띄우는 순간 수백만 달러의 적자가 확정되는 구조.
할증료 폭등보다 치명적인 일이 벌어진 것은 3월 2일이었습니다. 국제P&I클럽그룹(International Group of P&I Clubs)의 주요 회원사들이 일제히 움직였습니다. 가드(Gard), 스쿨드(Skuld), 노스스탠다드(NorthStandard), 런던 P&I 클럽, 아메리칸 클럽. 이들은 이란 해역, 페르시아만, 인접 수역,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전쟁 위험 보장을 취소한다는 통지를 발송했습니다. 통지서에 명시된 효력 발생일은 3월 5일 자정이었습니다.
여기서 정확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로이즈 시장협회(LMA, Lloyd's Market Association)는 3월 23일자 공식 성명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쟁 위험 보험이 취소되었거나 가입이 불가능하여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전쟁 위험 보험은 현재도 로이즈와 런던 시장에서 가입할 수 있습니다." LM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요 로이즈 해상전쟁보험 참여사의 88%가 미국 및 영국 연계 선박에 대한 선체 전쟁 위험 인수 의향을 유지하고 있었고, 90% 이상이 화물 전쟁 위험 인수 의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보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험료가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었습니다. 불규칙전(Irregular warfare) 연구기관은 이 현상을 세 단계로 분석했습니다. 1단계: 할증료가 급등합니다. 비용이 올라가지만 운항이 멈추지는 않습니다. 호르무즈 할증료는 선박 가액의 0.2%에서 1%로 뛰었고, VLCC 한 항차당 약 80만 달러가 추가되었습니다. 2단계: 기존 보장이 만료되고, 갱신 조건이 가혹해집니다. P&I 클럽들이 72시간 전 취소 통지를 발송하면, 선주는 극단적으로 인상된 요율로 재협상해야 합니다. 로이즈 리스트의 확인에 따르면, 보장이 완전히 철회된 것이 아니라 연간 2만 5천 달러짜리 보장이 주당 3만 달러로 대체된 것이었습니다. 실질적 효과는 동일했습니다. 3단계: 이 비용이 해운사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보험이 존재하더라도 아무도 가입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가 3월 5일 이후 나타났습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단말기를 통해 P&I 클럽의 전쟁 위험 보장 취소 소식이 전파되자, 전 세계 해운사 본사의 통제실에서는 일제히 다급한 무선 통신이 쏟아졌습니다. 덴마크의 머스크(Maersk), 독일의 하파그로이드(Hapag-Lloyd), 프랑스의 CMA CGM, 스위스-이탈리아의 MSC, 중국의 코스코(COSCO), 한국의 HMM. 세계 6대 컨테이너 선사가 모두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중단했습니다.
머스크는 3월 1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모든 선박 통과를 중단합니다. 아라비아만 항구에 기항하는 서비스에 지연, 경로 변경, 일정 조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파그로이드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관련 당국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의 공식 폐쇄와 현 지역 안보 상황의 악화로 인해,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선박의 해협 통과를 중단합니다. 이 조치는 재량적 결정이 아니라 현 조건과 규제 제한에 대한 필수적 대응입니다." CMA CGM은 페르시아만 내에 있거나 동 지역으로 향하는 모든 자사 선박에 "즉시 대피(Take shelter)" 명령을 내렸습니다. MSC는 모든 중동 행 화물에 대한 신규 예약 접수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하파그로이드는 3월 2일부터 상부 걸프, 아라비아만, 페르시아만 발착 화물에 대한 전쟁 위험 할증금(War Risk Surcharge)을 도입했습니다. 컨테이너 1개당 최대 3,500달러. 이 비용은 고스란히 화주에게 전가됩니다.
보험의 철회는 보험 시장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해운 노동 시장으로 즉각 전이되었습니다. JWC가 해당 해역을 고위험 교전 구역으로 분류함에 따라, 선원들에게 위험 수당(Hazard pay)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BIMCO(발틱국제해사위원회)의 표준 전쟁 위험 약관(CONWARTIME)에 따르면, 선장은 승선원과 선박에 대한 위험이 '너무 높다(Too high)'고 판단할 경우 페르시아만 진입 명령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선원들의 합법적 승선 거부권(Right of refusal)이 발동된 것입니다. 해운사가 아무리 많은 돈을 제시해도, 민간인 선원을 교전 구역으로 강제 투입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리스의 선주 해리 바피아스(Harry Vafias)는 약 100척의 유조선, 벌크선, LPG 운반선을 운영하는 가문의 대표입니다. 로이즈 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한 보험이 없고,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피격될 확률이 너무 높다. 보험 없이 그 짓을 하려면 미친 사람이어야 한다."
이란은 거대한 해군 함대를 동원한 전통적 해상 봉쇄를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소수의 상선을 타격하고, 기뢰를 뿌리고, TV에 나와 선언을 했습니다. 봉쇄를 최종적으로 완성해 준 것은 런던 시티의 보험 계리사(Actuary)들의 계산기였습니다. 미사일보다 스프레드시트가 먼저 해협의 숨통을 끊었습니다.
물리적 봉쇄가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도 전에, 숫자와 계약으로 이루어진 경제적 봉쇄가 호르무즈 해협을 질식시켰습니다. 불규칙전 연구기관의 분석은 이 사태의 의미를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다음 번 초크포인트는 기뢰나 미사일이 아니라, 언더라이터의 요율 재산정 통지서에 의해 폐쇄될 수 있다. 보장이 기술적으로 존재하되, 그 어떤 선주도 지불하지 않을 가격으로."
9.3 3월 1일, AIS 화면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규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를 켜두어야 합니다. 이 장치는 선박의 위치, 침로, 속력 등을 수초 간격으로 발신합니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이나 클플러(Kpler) 같은 선박 추적 서비스는 이 신호를 수집하여 세계 해운의 흐름을 실시간 지도 위에 표시합니다.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을 비추는 이 디지털 지도 위에는 평소 원유를 싣기 위해 들어가는 배와 원유를 가득 싣고 나오는 배들이 빽빽하게 얽혀 거대한 띠를 형성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루 수백 척. 이 항적은 매일 2천만 배럴의 석유가 세계 경제의 동맥을 타고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명 징후(Vital sign)였습니다.
2월 28일 금요일 밤, 에픽 퓨리 작전이 개시된 직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페르시아만 내부에 있던 유조선들은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해협을 빠져나가려 했습니다. 2월 28일 하루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16척이었습니다. 그 전날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3월 1일 토요일, 통과 선박 수가 72척으로 줄었습니다. 아직 전례 없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감소세가 뚜렷했습니다.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의 데이터입니다.
그날 밤이 지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3월 2일 자정 직후, AIS 화면에서 유조선 신호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위키피디아의 호르무즈 위기 항목은 이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3월 2일 자정 직후, 해협 내에서 AIS 신호를 송출하는 유조선이 없었다(No tankers in the strait broadcast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signals)." 다만 같은 항목은 "데이터가 불완전하고 위성 항법 장치에 기반한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3월 2일 IRGC의 공식 봉쇄 선언이 TV를 타고 전 세계에 전파된 뒤,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트래픽은 80% 이상 급감했습니다. 윈드워드의 해상 정보 일일 보고서에 따르면, 3월 1일에서 2일 사이 미국, 영국, EU 선적의 선박은 단 한 척도 해협을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남아 있는 제한적 통행은 건화물선(Dry bulk carrier)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화면은 더 비어갔습니다.
3월 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척이었습니다. 3월 8일에는 2척으로 줄었습니다. 둘 다 이란 선적이었고, 유입(Inbound) 통과는 없었습니다. 7일 평균 5.88척이던 통과량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조차 곧 사라졌습니다.
3월 14일, 윈드워드의 일일 보고서는 그날의 AIS 확인 통과량을 기록했습니다. 양방향 모두 제로. 이전 날 대비 100% 감소. 7일 평균 2.57척 대비 완전한 공백. 보고서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적대 행위가 시작된 이래 상업 해운의 최초의 가시적 정지(The first visible halt in commercial shipping through the chokepoint since hostilities began)."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집계에 따르면, 전쟁 발발부터 3월 중순까지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총 21척에 불과했습니다. 개전 전에는 하루에 100척 이상이 지나던 곳입니다.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3월 초부터 3월 셋째 주까지의 기간에 1만 재화중량톤 이상 화물선의 해협 통과 횟수를 총 111회로 집계했습니다. 이 가운데 동향(Eastbound, 페르시아만에서 나오는 방향) 78척, 서향(Westbound, 들어가는 방향) 33척이었고, 서향 통과의 대부분은 제재 대상이거나 그림자 선단 소속이었습니다.
통과 선박의 국적별로 보면 이란 26%, 그리스 17%, 중국 9%였습니다. 전체 통과량의 60% 이상이 이란과 연계된 선박(이란 소유, 이란 선적, 제재 대상, 그림자 선단, 이란 기항선)이거나 이란의 허가를 받고 통과한 선박이었습니다. 나머지는 AIS를 끄고 어둠 속에서 통과를 시도한 이른바 '다크 트랜짓(Dark transit)' 선박들이었습니다.
윈드워드는 3월 중순 기준으로 해협 부근에서 AIS를 끈 채 활동하는 290미터 이상의 대형 '다크 십(Dark ship)' 8척을 위성으로 탐지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척은 미국 제재 대상 선박으로, 3월 16일 UAE 호르 팍칸(Khor Fakkan) 항구 부근에서 관측된 뒤 AIS를 끄고 사라졌습니다. 3월 4일경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아이마 터미널에서 약 1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유조선은 AIS를 끄고 해협을 통과한 뒤 5일 만인 3월 9일 오전 7시(UTC)에 신호를 다시 켰습니다. 극소수의 모험적 선주들이 극도로 높아진 운임료를 노리고 암흑 속의 도박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해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멈춰 선 배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약 400척의 선박이 오만만(Gulf of Oman)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스플래시247(Splash247)은 해협 양쪽에 고립된 선원이 2만 명을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UAE 동부 연안의 푸자이라(Fujairah) 항구 앞바다에는 진입을 포기한 채 닻을 내린 유조선,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이 바다를 뒤덮었습니다. 로이즈 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내부에 갇힌 컨테이너선은 약 140척, 적재 컨테이너 46만에서 47만 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20피트 컨테이너 환산 단위)에 달했습니다. MSC 소속 15척(합산 10만 9천 TEU), 머스크 소속 14척(7만 TEU), 코스코 소속 대형선 2척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이 막대한 연료비와 지연 손해금을 태우며 바다 위에 발이 묶인 선단. 수천억 달러어치의 자산이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드론이나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서 떠 있었습니다. 카타르는 3월 5일 LNG 수출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습니다. 전 세계 LNG 공급의 20%가 한순간에 증발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LNG 현물 운임은 하루 3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로, 열 배 뛰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멈춘 그 효과는 디지털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을 타고 즉각 전이되었습니다. 원유는 채굴되어 유조선에 실린 뒤 약 한 달의 항해를 거쳐 아시아의 정유 시설에 도착합니다. 파이프라인의 끝에서 석유가 계속 흘러나오려면, 해협이라는 입구에 새로운 유조선이 끊임없이 들어가야 합니다. 3월 초의 텅 빈 AIS 화면은 한 달 뒤 아시아 정유 공장의 저장 탱크가 바닥날 것이라는 예정표였습니다.
한국의 울산과 여수, 일본의 가와사키, 중국의 닝보에 위치한 정유 공장들의 원유 도입 부서 전화기에 불이 났습니다. 트레이더들은 미국산 셰일 오일, 북해산 브렌트유, 서아프리카산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시장을 뒤졌습니다.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27%를 담당하던 공급망이 통째로 사라진 상황에서 대체 물량을 구하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국제 유가가 반응했습니다. 개전 전 배럴당 약 65달러였던 브렌트유는 3월 8일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22년 이후 4년 만이었습니다. 개전 전 대비 약 40% 상승. 그리고 유가는 계속 올라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 이후, 그리고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자국 석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면서 비축유 방출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와 가스의 85%가 아시아 국가들로 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2일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하여 해협을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고, 3월 15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직접 군사적으로 항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말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시작한 것이 아니다." 16개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영국, 호주, 한국, 일본이 트럼프의 해군 연합 참여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대단히 어리석은 실수(A very foolish mistake)"라고 비난하며 "미국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응수했습니다. 나중에는 NATO를 "겁쟁이"라고 불렀고, "미국 없는 NATO는 종이 호랑이"라고 조롱했습니다.
3월 19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 위한 항공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이란 해안을 따라 배치된 지하 미사일 격납고에 GBU-72 5천 파운드 관통폭탄을 투하했습니다. 2,500명의 해병대 추가 병력이 중동으로 파견되었습니다. 이들이 수륙양용 상륙 훈련을 받은 부대라는 사실은 이란 최대의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Kharg Island) 점령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낳았습니다. 3월 26일, 이스라엘은 호르무즈 봉쇄를 지휘하던 IRGC 해군 사령관 알리레자 탕시리(Alireza Tangsiri)를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탕시리가 "해협 봉쇄와 폭격의 테러 행위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탕시리가 사살된 다음 날인 3월 27일, IRGC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봉쇄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그 동맹국의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의 해협 통과를 금지한다." 같은 날, 중국 선적의 선박 2척이 해협 진입을 시도하다 이란에 의해 저지당했습니다. 태국 선적의 벌크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는 케심 섬(Qeshm Island)에 좌초했습니다.
이란의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는 3월 26일 성명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인도, 이라크, 파키스탄 5개국의 선박에 해협 통과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선박에 대해서도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과의 협의를 거쳐 통과를 승인했습니다. 3월 27일에는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도주의적 목적의 화물과 비료 수송선의 통과를 허용했습니다. 봄 파종 시기에 비료 공급이 끊기면 전 세계 식량 생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조치였습니다.
한편 인도는 독자적으로 움직였습니다. 3월 14일부터 24일 사이, 인도 선적의 LPG 운반선 5척이 인도 해군 구축함의 호위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오만만에서 합류하여 인도로 향했습니다. 작전명 산칼프(Operation Sankalp). 3월 15일, 파키스탄 선적의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카라치(Karachi)호가 아부다비에서 적재한 원유를 싣고 AIS를 켠 상태로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마린트래픽이 확인한 바로는, 개전 이후 비이란 화물 선박이 AIS를 켜고 해협을 통과한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그리스의 다이나콤 탱커스 매니지먼트가 운영하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셴롱(Shenlong)호도 약 100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싣고 3월 8일경 해협을 통과하여 인도 뭄바이에 도착했습니다.
이 개별적인 통과 사례들은 해협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의 허가를 받았거나, 이란과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의 선박이거나, 군함의 호위를 받았거나, AIS를 끄고 어둠 속에서 도박을 감행한 극소수의 예외적 통과였습니다. 대다수의 상업 선박, 서방 국가 연계 선박, 보험이 없는 선박에게 해협은 닫혀 있었습니다.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의 집계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연계 선박의 해협 통과는 총 11척이었습니다. 대부분 잡화선이었고, 유조선은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은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원유와 카타르산 LNG 운반선의 안전 통과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3월 12일, 중동 걸프에서 제벨 알리(Jebel Ali)로 향하던 한 중국 소유 선박이 AIS에 "China Owner"를 방송하며 통과했다가 파편에 맞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후 중국 선박의 통과도 위축되었습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와 보험사 처브(Chubb)가 200억 달러 규모의 재보험 지원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해협 통과 선박의 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DFC가 "모든 국가의 선박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의 정치적 위험 보험과 보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무디스(Moody's) 신용평가사는 이 프로그램이 배상 책임 보장(Liability cover)을 포함하지 않아 해협의 해운 봉쇄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는 로이즈 의장 찰스 록스버러와 만나 해상 보험 지원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모든 움직임에도 해협의 AIS 화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유로뉴스가 3월 25일에서 26일 사이 마린트래픽 데이터로 제작한 타임랩스 영상은 해협을 조심스럽게 지나는 유조선(빨간색)과 화물선(초록색) 몇 척만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쟁 전에는 출퇴근 시간대의 도심 도로처럼 빽빽하던 항적이, 텅 빈 새벽의 시골 국도처럼 한산했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보고서는 3월 11일 기준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이 핵심 항로는 유조선 통행에 사실상 폐쇄되었으며, 세계 원유, 석유제품, LNG 공급의 거의 5분의 1이 고립되어 있다(This vital passage is effectively closed to tanker traffic, stranding almost a fifth of world supplies of crude oil, oil products, and liquefied natural gas)."
텅 빈 AIS 화면. 매일 2천만 배럴의 석유가 흐르던 21마일의 수로가 멈추고, 수백 척의 배가 바다 위에 고립되고, 수만 명의 선원이 갇히고, 보험이 항복하고, 유가가 126달러를 찍고, 세계 경제의 대동맥이 끊어진 2026년 3월의 기록입니다.
해협은 물리적으로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구멍이 뚫린 것도, 거대한 장벽이 세워진 것도 아닙니다. 수심은 여전히 60미터이고, 폭은 여전히 34킬로미터입니다. 물은 여전히 흐릅니다. 배만 흐르지 않았습니다. 드론 보트 몇 척, 지능형 기뢰 몇 개, TV 선언 한 번, 보험 요율 재산정 통지서 몇 장. 그것으로 세계 석유 공급의 5분의 1이 멈추었습니다.
이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현대 세계 경제의 에너지 공급망은 거대해 보이지만, 그 거대함을 떠받치는 기둥은 놀라울 만큼 가늘다는 것. 21마일의 수로, 보험 계약서의 약관 한 줄, 그리고 선주와 선원의 공포. 이 세 가지가 무너지면 나머지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3월 1일 자정 이후 AIS 화면에서 사라진 선박 아이콘들. 그 공백은 배가 없다는 사실만을 보여준 것이 아닙니다. 현대 문명이 석유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고 있는지, 그 의존의 물리적 경로가 얼마나 좁은지, 그 좁은 경로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한 장의 화면에 압축해서 보여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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