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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0장 이란의 검문소
2026년 미국 이란 전쟁과 전 세계의 에너지 위기
10장 이란의 검문소
김경진
제10장 이란의 검문소
10.1 라라크 섬 북쪽의 새 항로
2026년 3월 16일, 런던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에 본사를 둔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의 해상교통 분석팀은 한 가지 이상한 패턴을 포착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신호가 하나둘 다시 찍히기 시작했는데, 그 궤적이 기존 항로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유조선과 LNG 운반선들이 밟아온 길, 국제해사기구(IMO)가 설정한 해상교통분리대(TSS, Traffic Separation Scheme)의 양방향 항로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대신 선박들은 이란 본토 해안에 바짝 붙어서, 케슘 섬(Qeshm Island)과 라라크 섬(Larak Island) 사이의 좁은 수로를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가 설계한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었습니다.
그 규칙을 이해하려면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를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은 34킬로미터. 국제적으로 공인된 항로는 이 34킬로미터의 한가운데, 오만 쪽 해역에 치우친 넓고 깊은 수역에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양방향 항로의 폭은 각각 3.2킬로미터이고, 두 항로 사이에 3.2킬로미터의 완충 구역이 놓여 있었습니다.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에 따르면, 이 같은 국제 해협에서는 모든 국가의 선박이 방해받지 않고 신속하게 지나갈 수 있는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이 보장됩니다. 해협 양편의 연안국, 즉 이란과 오만은 이 통과를 방해하거나 정지시킬 수 없습니다. 협약 제44조가 그렇게 못 박고 있습니다.
IRGC는 이 항로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2월 28일 전쟁 발발 직후부터 기뢰를 부설하고, 대함 미사일 포대를 가동하고, 자폭 드론과 무장 고속정을 풀어놓았습니다. 3월 1일 유조선 스카이라이트(Skylight)호가 오만 카삽(Khasab) 북쪽에서 피격되어 인도인 승무원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습니다. 같은 날 MKD VYOM호는 드론보트(무인 자폭 선박) 공격으로 기관실에 불이 나고 폭발이 일어났으며, 인도인 선원 1명이 사망했습니다. 3월 6일에는 예인선 무사파 2(Mussafah 2)호가 해협 인근에서 피격되어 선원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것이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공격이었습니다. 3월 11일에는 태국 선적 컨테이너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가 오만 북쪽 13해리 지점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고, 오만 해군이 승무원 20명을 구조했습니다. 3월 중순까지 국제해사기구(IMO)가 집계한 피격 상선은 최소 18척이었습니다. 사망자는 7명 이상이었습니다.
보험사들이 전쟁 위험 보험을 철회한 뒤로 이 항로는 사실상 누구도 진입하지 않는 공백 지대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해상 운송 톤수의 90퍼센트에 대해 해상 배상 보험을 제공하는 12개 P&I(보호배상, Protection & Indemnity) 클럽 국제 그룹이 3월 5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보험 보장을 전면 철회했습니다. 보험 없는 항해는 곧 선주에게 수억 달러의 자산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것이었고, 어떤 합리적 경영자도 감수할 수 없는 도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란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항로를 버리고, 라라크 섬 북쪽을 돌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USNI 뉴스(USNI News)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기존에 선박들이 오만 해역에 가까운 남쪽 항로를 이용하던 것을 바꿔, 라라크 섬을 돌아가는 새로운 항로를 설정했습니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이 항로를 케슘 섬과 라라크 섬 사이의 "IRGC 통제 회랑(IRGC-controlled corridor)"이라고 불렀습니다. AP통신은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정상적일 때 선박들은 해협 한가운데의 양방향 항로를 이용한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선박이 라라크 섬 북쪽을 돌아가는 다른 경로를 택하고 있으며, 이것은 선박들을 이란의 영해 안에, 이란 해안에 더 가까이 위치시킨다."
이 새로운 뱃길의 치명적인 특징은 지리 자체에 있었습니다. 라라크 섬 북쪽 수역은 이란 본토와 이란이 요새화한 섬들 사이에 끼어 있는 비좁은 회랑입니다. 기존의 TSS 항로가 오만 영해와 맞닿아 있어 미 해군이나 연합 해상 전력이 감시하고 개입할 여지가 있었던 것과 달리, 이 항로는 이란이 명백하게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영해 안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chigan)의 인류학 교수 자틴 두아(Jatin Dua)가 USNI 뉴스에 설명한 것처럼, 이 항로는 이란의 영해를 관통하는 것이었습니다. 선박이 이 수역에 들어서는 순간, 국제 해협에서 보장되는 통과통항권은 사라집니다. 이란의 영해에서는 이란이 곧 법이 됩니다.
해상 리스크 분석가 티머 라난(Timer Raanan)은 로이드 리스트 웨비나에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것은 전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전쟁 이전에 교통이 움직이던 방식이 아니며, 이란이 해협 교통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한 전개입니다."
좌현에는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과 칼리지 파르스(Khalij Fars) 대함 탄도미사일이 도열한 이란 해안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우현에는 IRGC 해군의 쾌속정 전진기지가 벌집처럼 파여 있는 케슘 섬과 라라크 섬이 포진해 있습니다. 선박의 좌우 양쪽 모두가 이란의 화력 사정권 안입니다. 항로의 폭은 가장 넓은 곳도 2킬로미터를 넘기 어려웠고, 흘수(Draft, 선체가 물에 잠기는 깊이)가 20미터에 달하는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Very Large Crude Carrier)이 다니도록 설계된 바다가 아니었습니다. 수심이 불규칙하고, 조류가 거세며,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천해(淺海)입니다. VLCC가 이 좁은 수로를 통과하려면 엔진 출력을 최소로 낮추고,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기어가듯 움직여야 했습니다. 자칫 조타 실수나 기계 결함으로 배가 항로를 수십 미터만 벗어나도 좌초하거나, 이란이 부설한 기뢰밭에 진입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CBS 뉴스는 라라크 섬을 이란의 "톨 부스(toll booth)"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란 해안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이 섬이 이란의 전체 해협 장악의 구체적 초크포인트가 되었다"고. 로이드 리스트는 3월 후반에 라라크 섬을 경유한 통과를 33건 추적했지만, 더 남쪽의 정상 항로를 통한 통과는 단 한 건도 기록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지리적 이동이 만들어낸 결과는 군사적이면서 동시에 법적이었습니다. 미 해군 제5함대가 항공모함 전단을 이 해역에 배치하고 있었지만, 이란 영해에 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미 해군 구축함이 자국 상선을 보호하겠다며 라라크 섬 북쪽 항로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이란의 영해를 무단 침범하는 행위가 됩니다. 이란 입장에서는 자위권 발동의 명분이 생기는 셈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전쟁의 확전을 감수해야 하는 도박입니다. 펜타곤의 호르무즈 강제 통과 긴급 계획인 에픽 에스코트 작전(Operation Epic Escort)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했지만, IRGC의 고속공격정, 케슘 섬과 아부무사(Abu Musa) 섬에 배치된 해안 대함 미사일과의 직접 교전이라는 확전 위험을 수반했습니다.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의 분석은 이 상황의 역설을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미국의 전쟁 기획자들은 수십 년간 이란의 해협 봉쇄에 대비해 왔는데, 막상 해협은 효과적으로 닫혔다는 것입니다. 3월 한 달간의 총 통과 선박 수가 전쟁 전 하루 통과량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쟁 전에는 매일 약 110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는데, 전쟁 이후에는 하루 10척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3월 1일부터 25일까지 기록된 총 통과 선박 수는 142척이었고, 같은 기간 2025년에는 2,652척이 통과했습니다. 94.6퍼센트의 감소. 해협의 역사적 평균은 24시간에 약 138척입니다. 2026년 3월의 25일간 총 통과량이 평시 하루치에 겨우 도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142척 가운데 67퍼센트는 이란과 직접적인 무역 또는 소유 관계가 있는 선박이었고, 3월 후반으로 갈수록 이 비율은 90퍼센트까지 올라갔습니다. 나머지는 주로 그리스 소유 또는 연계 선박(15퍼센트)과 중국 선박(10퍼센트)이었습니다. 이란산 원유의 선적은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을 유지했고, 이 가운데 약 100만 배럴이 3월 1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에너지 분석 업체 보르텍사(Vortexa)는 추정했습니다.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를 실은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최소 8척도 3월 이후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이란은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해협을 자국의 사유지로 만들었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지나갈 수 있는지를 이란이 결정하는 구조를 완성한 것입니다. 자유의 바다가 이란의 사설 요금소로 바뀌었습니다.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 대표 이언 브레머(Ian Bremmer)가 소셜미디어에 쓴 것처럼, 해협은 "완전히 닫힌"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란의 유조선은 여전히 통과하고 있었고, 중국으로 석유를 실어 나르며 이란에 수입을 안겨주고 있었습니다.
자유의 바다가 허가의 바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허가에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10.2 통과 절차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싶은 선박의 선주사와 운항사는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야 했습니다. 상대는 IRGC와 연결된 중개인이었습니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가 세 명의 개별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절차는 이렇게 작동했습니다. 선박이 오만만(Gulf of Oman)에서 해협 입구에 접근하기 72시간에서 96시간 전, 운항사는 "IRGC가 공인한 중개인(approved intermediaries)"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이 중개인들은 이란 바깥에서 활동하는 이란 연계 인물들이었습니다. 연락이 닿으면, 운항사는 방대한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제출 서류의 목록은 국경 검문소의 그것을 닮았습니다. 선박의 IMO 번호(국제해사기구가 부여하는 고유 식별 번호), 소유 체계(ownership chain, 실소유주에 이르는 지분 구조), 적재된 화물의 종류와 용량, 화물의 최종 목적지, 그리고 탑승한 모든 승무원의 성명과 국적이 포함된 완전한 명부. 이 모든 데이터가 중개인을 경유하여 IRGC 해군 호르모즈간(Hormozgan) 지방 사령부로 전달됩니다.
IRGC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로이드 리스트는 이 과정을 "지정학적 심사(geopolitical vetting)"라고 불렀습니다. 제재 목록과의 대조, 화물 적합성 검토(석유가 다른 모든 화물보다 우선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해당 선박이 미국, 이스라엘, 또는 그들의 서방 동맹국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선박의 소유주, 화물을 구매한 기업, 보험을 제공하는 회사, 선원의 국적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이란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국가와 관련이 있으면, 통과는 거부되었습니다.
이란 외무부가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에게 보낸 서한은 이 원칙을 외교적 언어로 포장했습니다. 해협은 "비적대적 선박(non-hostile vessels)"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단 "이란의 관할 당국과 조율하여 행동하는" 조건에서만 그렇다고.
실제 거부 사례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IRGC 해군 사령관 알리레자 탕시리(Alireza Tangsiri)는 3월 25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려, 컨테이너선 셀렌(Selen)호가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허가 없이" 해협을 통과하려 했기 때문에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수역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은 이란 해양 당국과 완전한 조율을 거쳐야 합니다." 이것이 그의 선언이었습니다. 이틀 뒤인 3월 27일, 이스라엘은 반다르아바스 공습으로 탕시리를 사살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구축한 시스템은 그의 죽음 뒤에도 작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3월 27일에는 더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COSCO) 소속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두 척, CSCL 인디안 오션(CSCL Indian Ocean)과 CSCL 아크틱 오션(CSCL Arctic Ocean)이 라라크 섬을 돌아 통과하려다가 급격하게 유턴하여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웹사이트의 위성 데이터가 이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했습니다. 홍콩 선적의 로터스 라이징(Lotus Rising)호도 전날 같은 섬 앞에서 되돌려졌습니다. 이들은 중국 선적임에도 불구하고 IRGC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입니다. IRGC는 이 사건 직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부패한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다고 거짓 주장한 뒤, 오늘 아침 세 척의 다국적 컨테이너선이 허가된 선박 교통을 위한 지정 회랑으로 이동했으나, IRGC 해군의 경고 후 되돌려 보내졌다." 그리고 추가 성명이 뒤따랐습니다. "시온주의-미국 적국의 동맹국이자 지지국의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의 통행은, 어떤 목적지든 어떤 항로든, 금지된다."
심사를 통과한 선박에게는 IRGC가 발급하는 고유한 허가 코드(clearance code)와 항로 지시가 부여되었습니다. 이 코드는 선박의 AIS 단말기와 연동되는 일종의 디지털 통행증이었습니다. 코드를 받은 선박이 라라크 섬 인근 해역에 도달하면, VHF 무전 교신이 시작됩니다. 알자지라(Al Jazeera)의 보도는 이 장면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선박이 해협에 들어서면 IRGC 사령관들이 VHF 라디오를 통해 선박의 허가 코드를 요구하며 소리친다. 선박이 응답하고, 승인되면 이란 쪽에서 보트가 도착하여 라라크 섬 주변의 이란 영해를 통과하는 내내 호위한다." 코드가 일치하지 않거나, 코드 자체가 없는 선박은 통과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절차를 통과한 선박의 수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3월 13일부터 27일까지 이 IRGC "톨 부스(toll booth)" 시스템에 따라 사전 승인된 경로로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총 26척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최소 9척은 라라크 섬을 돌아가는 우회 경로를 통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었고, AIS 데이터 부재로 우회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선박도 21척 더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기존의 정상 항로를 통해 AIS 신호를 켠 채 통과한 선박은 단 한 척도 없었습니다. 3월 15일 이후로 정상 항로의 AIS 통과 기록은 제로였습니다.
별도로, 3월 한 달간 로이드 리스트가 추적한 "암흑 통과(dark transits)", 즉 AIS를 끈 채 해협을 지나간 선박은 46척이었습니다. 국제 제재 대상 선박과 비제재 선박 모두가 추적을 피하기 위해 AIS를 껐습니다. 윈드워드(Windward)는 길이 290미터(950피트)를 넘는 대형 "암흑 선박" 8척이 해협에서 AIS를 끈 채 운항하는 것을 포착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제재 대상 선박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루 110척이 자유롭게 오가던 바다가, IRGC의 무장 호위정이 이끄는 몇 척의 선박만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통제 구역으로 바뀐 것입니다. 과거 자유의 바다였던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통과하기 까다로운 검문소가 되었습니다.
안보 컨설팅 업체 컨트롤 리스크스(Control Risks)는 고객 브리핑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이 체계가 개별 외교적 예외를 통해서가 아닌, 이란의 해협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관철하려는 시도인 한, 미국이 이를 오래 묵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서방 연계 선주와 운항사들은 자발적으로 이란 영해에 선박을 보내지 않을 것이지만, 다른 이들은 그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분석가들은 추가로 경고했습니다. 이란의 승인이 안전한 통과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선장과 승무원들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서류 심사와 코드 확인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IRGC의 회색 고속정이 유조선의 좌우현에 바짝 붙어 항해를 강제하는 몇 시간 동안, 선교(船橋, bridge)에서는 극도의 긴장이 흘렀습니다. 이란의 해상 통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물리적 강제력과 심리적 압박이 결합된 권력의 과시였습니다. NBC 뉴스의 한 분석가는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이슬람 혁명수비대는 선박의 정보를 확인하고 사실상 톨 부스처럼 행동합니다."
전쟁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절차, 전쟁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굴복. 3월 13일경 톨 부스 경로가 열린 이후 이란의 상선 공격 빈도는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마지막 공격은 3월 19일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앞바다에서 해양 예인선 할룰 50(Halul 50)이 피격된 것이었습니다. 공격이 줄어든 이유는 자명했습니다. 이란은 무차별 공격 대신 체계적 통제라는 더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구를 손에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절차의 끝에는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0.3 건당 200만 달러, 위안화 결제
이란 의원 알라에딘 보루제르디(Alaeddin Boroujerdi)는 영국 소재 페르시아어 위성 방송 이란 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에 출연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쟁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로부터 통과료를 받아야 합니다."
의원 모함마드레자 레자에이 쿠치(Mohammadreza Rezaei Kouchi)도 반혁명수비대 계열 통신사 파르스(Fars)와 타스님(Tasnim)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해협의 안보를 제공하고 있으니, 선박과 유조선이 그런 수수료를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통과료의 규모는 선박 1회 통과당 최대 200만 달러(약 28억 원)였습니다.
블룸버그(Bloomberg)가 2026년 3월 24일 가장 먼저 보도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상선에 대해 이란이 통과료를 징수하기 시작했으며, 건당 최대 200만 달러가 비공식적으로(ad hoc basis) 요구되고 있다고.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선박이 실제로 이 금액을 지불했다고. 3월 26일 블룸버그는 후속 보도에서 이란 의회가 이 통과료를 법제화하는 법안 초안을 작업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익명의 의원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이 법안은 다음 주 확정될 예정이었고, 호르무즈에 대한 이란의 "감독(oversight)"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CNN, NBC, 알자지라, CNBC, 포린 폴리시가 잇따라 후속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로이드 리스트는 확인했습니다. "모든 선박이 직접 통행료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두 척은 지불했으며 그 결제는 위안화로 이루어졌다."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사무총장 자셈 모하메드 알부다이위(Jasem Mohamed al-Budaiwi)는 이란이 해협 통과 대가로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최초의 고위 관리가 되었습니다. 포린 폴리시는 이 징수 체계를 현대 해양 역사상 국가가 국제 해협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료를 부과한 첫 번째 사례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숫자가 만들어내는 산술을 따라가 봅니다.
CNN의 계산에 따르면, 평시 호르무즈 해협을 매일 통과하는 원유의 양은 약 2,000만 배럴이고, 이것은 대략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척에 해당합니다. 유조선 한 척당 200만 달러를 받으면 하루 2,000만 달러. 한 달이면 약 6억 달러(8,500억 원). LNG 운반선까지 포함하면 월 8억 달러 이상이 가능합니다. CNN은 이 수치가 이란의 2024년 월별 석유 수출 수입의 15~20퍼센트에 해당한다고 계산했습니다. 또 다른 출처에 따르면 화물량 기준으로 배럴당 0.50달러에서 1.20달러 수준의 통과료가 협상되었습니다.
이 수치를 다른 것과 나란히 놓으면 의미가 드러납니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서 벌어들이는 통행료 수입은 정상적인 해에 월 7억에서 8억 달러 사이입니다. 수에즈 운하는 1869년 개통 이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공 수로이고, 이집트 정부가 정당한 주권을 행사하여 운영하는 시설입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뜯어내려는 금액은 수에즈 운하의 수입에 필적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수에즈는 인공 수로이고 호르무즈는 자연 해협이라는 것, 수에즈는 국제법적으로 통행료 징수가 인정되고 호르무즈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란 반관영 통신 타스님은 한술 더 떴습니다. 평시 하루 약 120척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전제에서, 선박당 200만 달러의 "특별 보안 서비스료"를 징수할 경우 연간 수입이 1,000억 달러(약 150조 원)를 넘길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전시의 극도로 제한된 통과 상황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치이지만, 이란이 이 검문소를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지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였습니다.
이란 의회(마즐리스, Majlis) 민사위원회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법안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고, 3월 말이나 4월 초 의회 표결이 예상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이란의 "주권, 지배, 감독(sovereignty, dominance and supervision)"을 해협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현대 해양 역사상 국제 해협에 대한 최초의 영구적 주권 통행료가 되는 셈이었습니다. 포린 폴리시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수에즈 운하 같은 영구적 현금 창출 장치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미국과의 예비 협상에서 직접 꺼내놓기까지 했습니다. 이란이 종전 조건으로 내건 5개 항목 가운데 하나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인정"이었습니다.
미 해군전쟁대학(Naval War College)의 국제 해양법 교수 제임스 크라스카(James Kraska)는 CNN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통과료 부과는 통과통항의 규칙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국제법상 연안국이 호르무즈 같은 국제 해협에서 요금을 징수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유엔 해양법 협약 제26조와 제44조는 분명합니다.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에서는 모든 선박에 통과통항권이 보장되며, 영해 내에서조차 통과 자체에 대한 요금 부과는 금지됩니다. 외국 선박에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특정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에 한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복잡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란은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에 서명은 했지만 비준(ratify)은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도 당사국이 아닙니다. 이란은 바로 이 미비준 상태를 자국의 법적 논거의 핵심에 놓았습니다. 비준하지 않은 조약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미국 법률 전문 사이트 로페어(Lawfare)의 2026년 3월 분석은 이 구별이 테헤란의 법적 주장의 중심에 있다고 짚었습니다.
미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3월 28일 파리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이것은 불법이고, 용납할 수 없으며, 세계에 위험합니다. 세계가 이에 맞설 계획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G7 외무장관들은 "안전하고 통행료 없는 항행의 자유(safe and toll-free freedom of navigation)"를 회복할 "절대적 필요성"을 공동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약속은 적대 행위가 종료된 뒤에야 실행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이란의 톨 부스는 도전받지 않는 채 작동을 이어갔습니다. 사우디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Prince Faisal bin Farhan) 왕자는 G7 정상회의에서 유럽과 인도를 상대로 5차례 양자 회담을 가지며 전시 대응 조치의 실행을 압박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0만 달러라는 금액보다 세계 금융 질서를 더 크게 뒤흔든 것은 이 통행료의 결제 통화였습니다.
위안화(Chinese Yuan, RMB). 달러가 아닙니다.
로이드 리스트는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모든 선박이 직접 통행료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두 척은 지불했으며 그 결제는 위안화로 이루어졌다." 결제는 중국 측 중개인을 통해 처리되었습니다. 서방이 통제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을 완전히 우회하여, 중국 인민은행 산하의 국경간은행간결제시스템(CIPS,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을 통해 위안화로 송금되었습니다. 서울경제신문 영문판의 보도도 이를 확인했습니다. "이란은 중국과 인도 같은 우호국 선박만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으며, 일부 선박으로부터 약 200만 달러의 통과료를 중국 위안화로 징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결제는 쿤룬은행(Kunlun Bank)을 통해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쿤룬은행은 역사적으로 SWIFT 체계 바깥에서 이란-중국 간 거래를 중개해 온 중국계 은행입니다. 또 다른 보도는 중국이 이란을 위해 구축한 비밀 결제 네트워크 "추신(Chuxin)"을 언급했습니다. 이 네트워크는 미국의 제재 감시망을 완전히 벗어나 위안화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우회 통로였습니다. 2021년 이란과 중국이 체결한 4,000억 달러 규모의 25년 협력 협정은 이 결제 인프라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경제 파트너가 되는 대가로 할인된 가격에 이란산 원유를 공급받기로 했고, 모든 거래는 달러 체계 바깥에서 이루어지기로 했습니다.
이 결제 구조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면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국왕과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이에서 성립된 합의, 페트로달러(Petrodollar) 체제입니다. 사우디는 모든 석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받기로 했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이 합의 이후 52년 동안, 지구상의 거의 모든 석유는 달러로 거래되었습니다.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했고, 달러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는 미국의 금융 패권을 떠받치는 구조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료를 위안화로만 받겠다고 한 것은, 이 52년 된 구조의 심장부를 겨냥한 행위였습니다.
CIPS의 규모가 이 흐름의 실체를 보여줍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CIPS를 통해 처리된 위안화 거래 규모는 245조 달러 상당이었고, 이것은 전년 대비 43퍼센트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전쟁 이전부터 인프라는 이미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은 40개 이상의 중앙은행과 위안화 스왑 라인을 체결해 두고 있었고, 디지털 위안화(e-CNY) 플랫폼 엠브리지(mBridge)를 일부 중동 중앙은행들이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부터 3월 15일까지, 1,170만 배럴에서 1,650만 배럴 사이의 이란산 원유가 이란 항구에서 중국 정유소로 이동했습니다. 정상적인 국제 해운 시스템이나 서방 보험, 달러 결제를 통해서가 아닙니다.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제재를 피해 운항하는 선박들)을 통해, 그리고 모든 결제는 미국 달러 바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3월 한 달간 그림자 선단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2월에는 15퍼센트 수준이었습니다.
이 구조 안에서 서방 해운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200만 달러 상당의 위안화를 환전하여 이란 측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는 미국의 이란 제재법을 정면으로 위반합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에 적발되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달러 금융망에서의 퇴출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나 통과료를 내지 않으면 배는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갈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습니다.
아시아 타임스(Asia Times)의 분석은 이 상황을 넓은 시야에서 조명했습니다. 달러가 하루아침에 왕좌에서 내려오는 것은 아니고, 위안화가 글로벌 기축 통화의 모든 부담을 떠안을 준비가 된 것도 아닙니다. 중국은 여전히 자본 통제를 유지하고 있고, 금융 시장의 개방성과 신뢰도는 미국에 미치지 못합니다. 미국 달러에 대한 불만을 가진 나라들조차 하나의 통화 종속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데 열의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추세는 중요합니다. 러시아는 이미 에너지를 중국에 위안화로 팔고 있고, 인도는 2026년 3월 한 달에 6,0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위안화와 디르함으로 결제했습니다.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비달러 결제 메커니즘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위안화 호르무즈 정책은 글로벌 금융에서 새로운 방향을 창조한 것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흐름을 가속시킨 것입니다.
유럽비즈니스매거진(European Business Magazine)은 이 상황의 본질을 가장 날카롭게 포착했습니다. 위안화로 결제하는 유조선은 호르무즈를 통과하고, 달러로 결제하는 유조선은 보험과 기뢰와 IRGC의 표적 지정에 의해 차단되는, 이분화된 석유 시장이 탄생했다고. 같은 상품에 두 개의 가격, 같은 수역에 두 개의 통화, 같은 배럴의 석유에 두 개의 시스템. 달러가 방지하려 했던 그 분열이, 달러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전쟁에 의해 가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10.4 선별적 개방
3월 12일, 이란 국영 방송 프레스TV(Press TV)에서 앵커가 한 장의 사진을 배경에 띄운 채 성명서를 낭독했습니다. 성명의 주인공은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공습으로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3월 9일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 88인의 성직자로 구성된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에 의해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인물입니다. 56세. 그가 직접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공습에서 아내 자흐라(Zahra), 여동생, 조카, 형부를 잃었고, 10대 아들 모하마드 바게르(Mohammad Bagher)도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본인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 보안 관리는 그가 다리를 다쳤다고 평가했지만 부상의 심각성은 불분명했습니다. 이란계 반체제 인사 아미르 살라리안(Amir Salarian)은 가디언(The Guardian)에 "그가 연설을 할 상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새 지도자의 영상이나 음성 기록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성명은 대리 낭독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한 문장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지렛대는 반드시 계속 사용되어야 합니다."
이 한 문장은 이란의 해협 통제가 전쟁의 부산물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소우판 센터(The Soufan Center)의 분석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를 세계 경제의 동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국가 안보의 연장이자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대결에서 전략적 지렛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첫 공식 성명은 확전(escalation)과 지역적 압박의 신호였습니다.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국제안보학 강사 롭 가이스트 핀폴드(Rob Geist Pinfold)는 알자지라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랐던 것, 그러니까 새 최고지도자로부터 수사법의 변화 같은 것, 그런 것은 실제로 전혀 들려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듣고 있는 것은 기존 입장의 반복입니다."
성명에는 다른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적이 경험이 부족하고 극도로 취약한 다른 전선을 개방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전쟁 상태가 계속되고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이를 가동할 것"이라고.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즉시 폐쇄"할 것을 주변국에 권고했고, "그 기지들은 공격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예멘의 무장세력도 "그 일을 할 것"이고, 이라크의 무장세력도 "도우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가는 이 성명 직후 상승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발언 후 유가 상승세가 가속되었습니다.
2주 뒤인 3월 26일,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가 구체적인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이 5개국 국적의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공식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란 외무부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보낸 서한에서 이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비적대적(non-hostile) 국가의 선박은 이란 관할 당국과 조율을 거쳐 통과할 수 있다."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그들의 서방 동맹국 선박에게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통과가 불허되었습니다.
이 다섯 나라의 면면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이란의 계산이 보입니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서방의 대이란 제재 결의를 비토(veto)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입니다. CIPS를 통한 위안화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전쟁 이전부터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은 중국행이었고, 전쟁 이후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은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을 유지하며 계속 중국으로 흘러갔습니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COSCO), 중국상선에너지해운(China Merchants Energy Shipping)의 유조선들은 가장 낮은 마찰과 가장 유리한 요율로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중국은 호르무즈 지역을 통해 자국 원유 수입의 45퍼센트를 들여옵니다. 90일에서 130일치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란산 원유를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9~12달러 할인된 가격에 처리하는 중국 지방 정유소(이른바 티팟 정유소, teapot refineries)들이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를 함께 받으면서 이란과 반(反)서방 연대를 형성한 군사 동맹국입니다. 무기 거래, 정보 공유, 유엔에서의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란산 원유와 러시아산 원유의 대중국 거래는 대부분 위안화 또는 물물교환으로 CIPS를 통해 결제되고 있었습니다.
인도는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전통적인 비동맹 노선을 걷는 나라입니다. 아시아 최대 에너지 소비국 가운데 하나로서, 이란과 미국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란은 인도에 당근을 제시했습니다. 3월 13일 인도 국적 가스 운반선 시발릭(Shivalik, IMO: 9356892)과 난다 데비(Nanda Devi, IMO: 9232503)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습니다. AIS 데이터는 드문드문했지만, 시발릭이 라라크 섬을 돌아가는 비정상적 항로를 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3월 14일부터 24일 사이에 인도 국적 LPG 운반선 5척이 세 차례에 걸쳐 해협을 빠져나왔고, 이들은 오만만에서 인도 해군 전함의 호위를 받아 작전명 상칼프(Operation Sankalp) 아래 안전하게 귀환했습니다. 이란과의 외교적 협상이 이 통과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테헤란 주재 이란 대사가 인도에 안전 통과를 직접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배치는 미국 주도의 반이란 해상 연합에 인도가 참여하는 것을 차단하는 이간책이기도 했습니다. 인도가 이란의 통과 허용 목록에 올라 있는 한, 인도가 미 해군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강제 개방 작전에 참여할 동기는 줄어듭니다. 인도 정유사들은 이미 러시아산 원유를 위안화와 UAE 디르함으로 결제하고 있었고, 이란의 당근은 인도를 달러 중심 에너지 체계에서 더 멀리 떨어뜨리는 효과를 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란의 접경국이자 가스 파이프라인 수입국입니다. 파키스탄 정부 소유의 아프라막스급(Aframax) 유조선 카라치(Karachi, IMO: 9903413)호는 3월 16일 이란의 허가를 받아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탱커트래커스닷컴(TankerTrackers.com)에 따르면 이 선박은 톨 부스 경로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라크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란산 가스와 전력의 주요 수입국입니다.
공식적인 5개국 목록 바깥에서도 개별 협상을 통한 통과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3월 26일 이란으로부터 선박 통과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터키의 교통장관 압둘카디르 우랄로글루(Abdulkadir Uraloğlu)도 3월 13일 이란이 터키 선박의 통과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100만 배럴의 인도행 원유를 실은 사우디 유조선도 통과가 허용되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말레이시아, 중국이 모두 테헤란과 직접 선박 통과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이 목록에서 배제된 나라들의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퍼센트를 넘는 이 나라들은 에너지 공급의 동맥이 잘린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유조선들이 텅 빈 채 푸자이라(Fujairah)와 카삽 앞바다에 묶여 있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아르세니오 도밍게스(Arsenio Dominguez)는 알자지라에 해협 양쪽에 약 2,000척의 선박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상 정보 분석 업체 윈드워드(Windward)는 "많은 운항사들이 장거리 우회 항로를 택하기보다는 호르무즈 바깥에서 위치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만의 무스카트(Muscat) 술탄 카부스 항에는 유조선 칼리스토(Callisto)를 비롯한 대형 선박들이 닻을 내린 채 대기하고 있었고, 현지 주민들이 항구에 나와 이 이례적인 풍경을 촬영했습니다.
유럽의 대형 해운사들도 진입을 포기했습니다. 머스크(Maersk) 같은 서방 선적 선박이나 서방 보험에 가입된 선박, 미국이나 유럽 또는 일본 항구를 목적지로 하는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어떤 경로로든 통과가 차단되었습니다. 크루즈 선박 6척이 페르시아만에 갇혀 최소 15,000명의 승객이 발이 묶였습니다. 사우디 크루즈사 아로야(Aroya), 셀레스탈 크루즈(Celestyal Cruises)의 디스커버리와 저니, MSC 크루즈의 유리비아(Euribia), TUI 크루즈의 마인 쉬프 4호와 5호가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란의 선별적 개방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친 타격은 치명적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전쟁 전 수출 능력의 약 60퍼센트를 페르시아만 경유 해협 통과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란이 해협을 닫은 뒤 이 경로가 사실상 마비되었습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동서 원유 파이프라인(East-West Crude Oil Pipeline)의 가동률을 급히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이 파이프라인은 홍해 연안의 얀부(Yanbu) 항으로 연결되는데, 하루 500만 배럴의 수송 능력이 있었지만 실제로 처리하는 양은 그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회장 술탄 알자베르(Sultan Ahmed Al Jaber)는 워싱턴에서 미 부통령 JD 밴스(JD Vance)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를 인질로 잡으면, 모든 나라가 몸값을 지불합니다. 주유소에서, 식료품점에서, 약국에서, 모든 가정이." 그는 이란의 행위를 "경제적 테러(economic terrorism)"라고 규정했습니다. UAE는 수십 개 국가에 "호르무즈 보안군(Hormuz Security Force)" 결성을 제안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5개국 허용 목록의 가장 깊은 의미는, 이란이 한 발의 총알도 쏘지 않고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중국에게 열려 있는 바다가 일본에게는 닫혀 있고, 인도에게 열려 있는 바다가 한국에게는 닫혀 있습니다.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구분이 미국의 동맹인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3월 26일, 이스라엘은 IRGC 해군 사령관 알리레자 탕시리를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 공습으로 사살했습니다. 현지 시각 새벽 3시경의 공습이었습니다. 정보국장 베흐남 레자에이(Behnam Rezaei)를 비롯한 IRGC 해군 고위 지휘부도 함께 제거되었습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이스라엘 카츠(Israel Katz)는 탕시리를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부설과 봉쇄라는 테러 작전의 직접적 책임자"라고 규정했습니다. 미 해군 제독은 IRGC 해군 병사들에게 "자리를 떠나거나 죽거나(abandon your posts or die)"라고 경고했습니다. 탕시리는 2018년 8월부터 IRGC 해군 사령관을 맡아왔고,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부설과 봉쇄를 직접 지휘한 인물이었습니다.
해양전문매체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The Maritime Executive)는 레자에이의 정보 네트워크 없이 "IRGC 해군은 대부분 무력화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분석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톨 부스 시스템 자체는 이미 관료화되었기 때문에 그 창조자가 사라진 뒤에도 계속 작동할 수 있다고.
그리고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습 유예를 10일 연장하여 데드라인을 4월 6일로 미뤘습니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Keir Starmer)는 이 상황의 본질을 직설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전쟁이 멈추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데는 이란과의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컬럼비아 대학(Columbia University)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수석 연구원 캐런 영(Karen Young)은 CNBC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톨 부스를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은 "매우 명백하다"고. "그것은 걸프협력회의 국가들, 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명백함"이 현실이 되기까지, 페르시아만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2,000척의 선박들, 라라크 섬 북쪽의 비좁은 수로를 IRGC 고속정의 호위 아래 기어가듯 지나가는 유조선들, 위안화로 결제되는 200만 달러의 통과료, 중국과 인도에게만 열리고 한국과 일본에게는 닫힌 바다가 2026년 3월 말 호르무즈 해협의 현실이었습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이 전 세계 바다를 호위하며 보장해 온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미국이 아직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호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2002년 밀레니엄 챌린지(Millennium Challenge 2002) 워게임에서 이란을 모델로 한 적군이 물질적으로 우세한 미군을 이겼던 결과가 24년 뒤 현실이 되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 미국이 지켜온 해양 질서를 허무는 역설. 그 역설의 한가운데에 이란의 검문소가 서 있었습니다. 위안화는 달러가 비워둔 자리로 조용히, 그러나 착실하게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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