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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5장 첫 번째 사람을 얻는 법 - 참모 1호의 무게
정치와 사람
5장 첫 번째 사람을 얻는 법 - 참모 1호의 무게
김경진
제2부 사람을 얻다
5장 첫 번째 사람을 얻는 법 - 참모 1호의 무게
가 케네디에게 소렌슨이, 김대중에게 한화갑이 있었습니다
1953년 1월, 매사추세츠주에서 갓 상원의원에 당선된 존 F. 케네디의 워싱턴 사무실에 스물다섯 살의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네브래스카주 링컨 출신의 테드 소렌슨이었습니다. 네브래스카 대학교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이 젊은 변호사는 워싱턴에서 커피 한 잔 마셔본 적도 없고, 수표 한 장 써본 적도 없는 청년이었습니다. 보스턴 명문가 출신으로 도회적이고 세련된 케네디와는 모든 면에서 달랐습니다. 케네디는 가톨릭이었고, 소렌슨은 유니테리언교도였습니다. 케네디는 하버드를 나왔고, 소렌슨은 중서부의 공립대학을 나왔습니다. 케네디는 타고난 사교가였고, 소렌슨은 스스로 인정하듯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데 서툴렀습니다.
두 사람이 좁은 상원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그 뒤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소렌슨은 입법 보좌관으로 시작했지만, 곧 케네디의 지적 분신이 되었습니다. 케네디의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거친 사유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하나의 철학으로 엮어내는 일, 그것이 소렌슨의 역할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미국 50개 주를 함께 돌아다니며 유권자들을 만났고, 이 긴 여정 속에서 서로의 생각을 완벽하게 읽게 되었습니다. 소렌슨은 훗날 이렇게 말합니다. 기자들이 자신이 케네디의 마음속에 들어가 문장을 완성한다고 쓸 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고.
1961년 1월 20일의 취임 연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흐루쇼프에게 보낸 서신, 1963년 6월 베를린과 아메리칸 대학교에서의 연설. 케네디 시대를 정의하는 말들의 상당수에 소렌슨의 손길이 닿아 있었습니다. 케네디가 암살당했을 때 소렌슨은 "내 인생에서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경험"이라고 썼습니다. 그것은 상사를 잃은 슬픔을 넘어, 자기 자신의 절반을 잃은 것에 가까운 상실이었습니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습니다. 군사정권의 감시 아래 가택연금과 망명을 오가던 김대중의 곁에는 한화갑이 있었습니다. 칠흑 같은 정치적 겨울 동안 그는 주군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 흩어진 조직의 실핏줄을 이어 붙이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권력도 보상도 눈앞에 없는 시절,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절에 곁을 지킨 사람이었습니다.
참모 1호를 두는 것은 일손을 돕는 직원을 채용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결함과 두려움을 가감 없이 내보일 수 있는 한 사람을 찾는 일입니다. 리더가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모습 뒤에는 반드시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판단이 흔들리는 새벽, 자존심이 꺾이는 순간, 분노를 삼켜야 하는 회의.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도 등을 돌리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필요하면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존재가 참모 1호입니다.
첫 번째 참모가 누구냐는 그 정치인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승리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두면 그 정치인의 정치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원칙을 지키되 소통에 능한 사람을 첫 번째로 세우면, 뒤이어 모여드는 사람들도 그 결에 맞추어 정렬됩니다. 첫 번째 깃발이 어디에 꽂히느냐에 따라 전체 진형의 모양이 결정됩니다.
나 나의 결핍을 채워줄 이질적인 동료를 영입하는 용기
권력을 쥐거나 새로운 진용을 짤 때, 리더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습니다. 설명이 길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통하는 사람,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 농담의 코드가 맞고 분노의 대상이 겹치는 사람. 이런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편안합니다. 회의가 빨리 끝나고, 이견이 적고, 의사결정이 매끄럽습니다.
편안함은 독약입니다.
자기와 닮은 사람들로만 채운 조직은 거울 방에 갇힌 것과 같습니다. 어디를 봐도 자기 얼굴만 보입니다. 맞은편에 절벽이 있는지, 뒤에서 물이 차오르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 조직은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한 방향으로만 움직입니다. 사각지대를 볼 눈이 없기 때문입니다.
평생 법전과 판례의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의 곁에는 시장 바닥의 거친 민심을 감각적으로 읽어내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신중하고 과묵한 리더에게는 장애물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돌격대장이 필요합니다. 꼼꼼한 분석가의 옆에는 큰 그림을 그리는 몽상가가 앉아야 합니다. 이질적인 동료는 리더에게 불편함을 줍니다. 회의가 길어지고, 충돌이 잦아지고,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케네디와 소렌슨의 관계가 그랬습니다. 부유한 보스턴 가문의 감각과 네브래스카 평원의 진보적 정의감은 본질적으로 이질적이었습니다. 이 두 감각이 부딪치고 섞이면서 케네디의 언어는 보수에게도 진보에게도 닿는 폭넓은 울림을 얻었습니다. 소렌슨이 케네디의 복사본이었다면, 역사에 남을 그 연설들은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나의 결핍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리더들은 흔히 자신의 강점은 잘 알지만 결핍은 보지 못합니다. 혹은 보면서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 분야까지 다 알 필요는 없다"는 자기 합리화가 뒤따릅니다. 결핍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 곁에는 결국 약점을 가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약점을 더 깊이 파묻어주는 사람만 모이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못하는지, 어떤 감각이 부족한지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바로 그 부분을 채워줄 사람을 찾아 나서는 일. 그것이 조직을 만드는 첫 번째 용기입니다.
이질적인 동료와의 동행은 매 순간 갈등의 연속입니다. 의견이 다르고, 속도가 다르고,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듭니다. 그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이질적인 동료를 밀어내는 순간, 리더는 다시 거울 방으로 돌아갑니다. 한 사람의 그릇은 유한합니다. 그 그릇을 깨고 나와 더 넓은 공간을 품으려면, 나와 다른 결의 사람이 일으키는 마찰을 기꺼이 감내해야 합니다.
다 비상대책위원장을 수락하던 그 저녁 — 첫 번째 합류자가 누구였는가가 이후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12월의 바람이 매서운 저녁이었습니다. 침몰하는 배의 조타실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한 순간, 머릿속에는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진흙탕으로 걸어 들어가는 결정이었습니다. 구조대장의 역할을 맡았으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함께 물에 뛰어들 사람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전화를 누구에게 걸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히 실무를 도울 사람을 구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보내는 최초의 신호입니다. 배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항해할 것인지를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입니다.
기성 정치의 문법에 익숙한 안정적인 인물을 첫 번째로 세우면, 당장의 혼란은 수습할 수 있습니다. 내부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대신 바깥의 기대는 식어버립니다. "결국 달라지는 건 없구나"라는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반대로, 기존 체제와 거리를 둬온 새로운 인물을 세우면 내부의 반발은 거셉니다. 당장 옆자리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그러나 바깥에서는 "진짜 바뀌려고 하는구나"라는 기대가 피어오릅니다.
어떤 선택이든 대가가 따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대가를 알고서 선택하느냐, 모르고서 선택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첫 번째 참모가 정해지는 순간,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의 지형도가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원칙주의자를 첫 번째로 세우면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현실주의자를 세우면 현실주의자들이 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조직의 DNA를 결정하는 시원 세포와 같습니다. 그 세포의 성질이 전체 조직으로 복제되어 나갑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자리는 평시의 당대표와 다릅니다. 위기 상황에서 불을 끄러 온 소방대장입니다. 소방대장이 첫 번째로 부르는 대원이 화학 전문가인지, 구조 전문가인지, 폭발물 처리반인지에 따라 작전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그날 저녁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첫 번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이었느냐. 그것이 이후 벌어진 모든 일의 물줄기를 정했습니다.
라 초기 팀에서 충성심과 역량 사이의 균형을 잡는 법
초기 팀을 꾸릴 때 리더는 깊은 골짜기에 서게 됩니다. 한쪽 절벽에는 '역량'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다른 쪽 절벽에는 '충성심'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떨어집니다.
역량에 치우쳐 사람을 모으면 조직은 용병 집단이 됩니다. 이들은 일의 완성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보고서의 수치는 정확하고, 대안의 논리는 탄탄하고, 실행 속도는 빠릅니다. 그런데 전황이 불리해지는 순간 이들은 냉정하게 손익을 계산합니다. 이 배에 남아 있는 것이 유리한가, 아니면 건너편 배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한가. 계산 결과가 불리하다고 나오면 미련 없이 떠납니다. 그들에게는 조직에 대한 감정적 유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충성심에만 기대어 사람을 뽑으면 조직은 맹신자들의 모임이 됩니다. 이들은 리더를 위해 기꺼이 총알받이가 됩니다. 어떤 비난이 쏟아져도 방패를 들고 서고, 리더의 말이 곧 법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리더의 판단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리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만 반복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풀어낼 기술적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위기가 닥치면 정신력은 넘치지만 해법은 없는 상태에 빠집니다.
균형을 잡는 일은 이론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극도로 어렵습니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두 가치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역량 있는 사람도 평시에는 충성스러워 보이고, 충성스러운 사람도 평시에는 역량이 있어 보입니다. 구별은 작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가능해집니다.
외부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질 때 어떤 참모는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세 가지 준비해 옵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데이터를 들이대며 최선의 경로를 제시합니다. 역량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참모는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리더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리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반박 자료를 만들어 놓고,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출근해서 리더가 기분 나쁠 일을 미리 차단해 놓습니다. 충성심입니다.
이 두 가치를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발견하기는 드뭅니다. 그래서 리더는 두 종류의 사람을 조합해야 합니다. 역량 있는 사람에게는 비전과 철학을 끊임없이 심어주어 정서적 유대를 만들어가고, 충성스러운 사람에게는 현장의 경험과 역할을 부여하여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역량과 충성심이 하나의 그릇 안에서 섞일 때, 그 사람은 비로소 리더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됩니다.
초기 팀의 구성은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함께 달리면서 끊임없이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어떤 사람은 역량은 뛰어나지만 조직의 방향과 맞지 않아 떠나보내야 할 때가 있고, 어떤 사람은 충성심은 깊지만 맡은 역할에 한계를 보여 자리를 옮겨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조정을 미루면 조직은 서서히 기울어집니다. 리더의 가장 고된 일은 비전을 선언하거나 연설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역량과 충성심의 밸런스를 매일매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 그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초기 팀의 생존을 결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