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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7장 네 번의 좌천에도 굴하지 않다
한동훈 이야기
PART 02 강강약약(強强弱弱) 한동훈 · 원문 02
7장 네 번의 좌천에도 굴하지 않다
김경진
2019년 7월의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한동훈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검찰 내 특수통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의 나이 마흔여섯.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그 자리에 서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습니다.
정상에 오른 기분이었을까요?
그러나 운명은 그에게 또 다른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한동훈은이 수사의 총지휘를 맡았습니다. 딸의 대학입시 비리 의혹, 사모펀드 투자 의혹, 가족관련 비리 의혹. 수사 대상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거물이었고, 그 뒤에는 문재인정부 전체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한동훈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정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가 후배 검사들에게 늘 하던 말이었습니다.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법의 원칙이 기준이어야 한다고 그는 믿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불법은 불법이었습니다. 수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나중에는 대법원에서 실형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습니다.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습니다. 취임 직후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한동훈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대검 부장에서 채 6개월도 되지 않아 지방으로 발령받는 것은 검찰 역사상 이례적인일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좌천이었습니다.
첫 번째 좌천이었습니다.
“괜찮습니다."
한동훈은 담담하게 짐을 쌌습니다. 부산행 KTX에 오르며 그는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서울 도심이 점점 멀어졌습니다. 20년 걸려 올라간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밀려나는 기분이 어땠을까요. 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부산에서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020년 3월 31일, MBC가 충격적인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채널A 기자와 검찰이 유착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죄 혐의를 조작하려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그 중심에 한동훈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한동훈은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이미 들끓고 있었습니다. 검찰과 언론이 손잡고 야당 인사를 음해했다는 프레임은 강렬했습니다. 연일 그의 이름이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범죄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2020년 6월, 두 번째 좌천 인사가 발표됐습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찰 내에서 '유배지'로 불리는 자리였습니다. 직접적인 수사나 지휘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한직이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적한 연수원에서 그는 연구보고서나 쓰는 신세가 됐습니다.
한때 재벌 총수를 구속하고,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검사가.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 7월 29일, 검찰은 한동훈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일환이었습니다. 그날, 수사 검사가 압수수색팀을 이끌고 왔습니다.
사건은 압수수색 도중에 벌어졌습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은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함께 있던 검찰 수사관들도 그 순간 한동훈이 증거인멸을 의심할 만한 행동은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럼에도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현직 검사가 현직 검사에게 폭행을 당한 것입니다.
독직폭행 피해자가 된 한동훈은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1심에서 가해 검사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죄였습니다.
하지만 2022년 7월 21일, 2심에서 "고의와 상해 입증이 어렵다"며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억울합니까?"
누군가 물었습니다. 한동훈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징징대면 구차합니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습니다. 억울해도 징징대지 않는다. 부당해도 원망하지않는다.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
2021년 6월, 세 번째 좌천 인사가 발표됐습니다.
사법연수원 부원장.
언뜻 보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보다 나아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사법연수원부원장 자리에는 검사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검사가 갈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연수원에서 연수원으로. 검찰의 핵심에서 변방으로. 한동훈은 묵묵히 그 길을 걸었습니다.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4월 9일.
반전이 찾아왔습니다.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2년간 한동훈을 옭아맸던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조작된 의혹이었습니다.
누명이었습니다.
한 달 뒤인 2022년 5월 17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한동훈은 제69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네 번의 좌천 끝에 그는 검찰의 수장이 아닌, 검찰 위에 선 자리에 올랐습니다. 훗날 한동훈은 그 시절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력이 잘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권력이 잘못된 길로 갔을 때 어떤 교정력이 발생하느냐가 그 정권의 성패를 좌우해 왔습니다. 저는 손해를 보더라도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습니다.”
정의는 때로 긴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제자리를 찾습니다.
그것을 믿는 사람만이, 어둠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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