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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4장 법무 행정의 뉴노멀
한동훈 이야기
PART 04 민생 현장에서 답을 구한 한동훈 · 원문 01
14장 법무 행정의 뉴노멀
김경진
2022년 5월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는 3만 3,400명의 법무부 직원 중 일부가 모여 있었습니다. 새 정부 첫 번째 법무부 장관의 취임식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마흔아홉 살의 한동훈이 단상에 섰습니다.
취임하는 한동훈의 넥타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훈민정음체로 "불휘기픈남䝪ǁ䞗"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용비어천가의 첫 구절.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패션으로 보았고, 누군가는 메시지로 읽었습니다. 한동훈은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법무부 동료 공직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는 '동료'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장관이 3만 명이 넘는 부처 직원들을 '동료'라고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회의실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국민들께서 부동산, 물가,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지금, 저는 국민께 힘이되고, 위로가 되는 법치행정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법무부 장관 취임사에서 '위로'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이례적이었습니다. 법무부는 수사와 기소, 교정과 출입국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국가 권력의 칼날을 쥐고있는 부처입니다. 그런 곳의 수장이 '위로'를 말했습니다. 칼을 든 손이 먼저 내민 것은 악수였습니다.
그는 계속했습니다.
"법무부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명칭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두 개 부처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국방부입니다."
잠시 멈췄습니다.
"법무부의 영문 명칭은 'Ministry of Justice'입니다. 잊지 맙시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우리는 항상 시스템 안에서 '정의(Justice)'에 이르는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정의.
검사 시절 그가 늘 품어왔던 단어였습니다.
SK를 수사할 때도, 현대자동차를 수사할 때도, 국세청을 수사할 때도, 삼성을 수사할때도 그는 이 단어를 놓지 않았습니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게. 그것이 정의라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은 좌천의 이유가 되기도 했고, 결국 이 자리까지 그를 데려온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취임식이 끝난 뒤, 그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갔습니다. 100만 뷰를 넘겼습니다. 총리나장관 취임식 영상이 100만 뷰를 기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궁금해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네 번 좌천당한 검사. 조국 수사의 핵심 인물. 검언유착 조작 사건의피해자.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던 사람. 그리고 이제,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젊은 법무부 장관.
상처투성이의 이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상처들이 오히려 그를 빛나게 했습니다. 그날 오후, 한동훈은 첫 번째 지시를 내렸습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십시오."
참모진이 물었습니다. "내일 바로요?”
"네. 내일 바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9년 추미애 장관 시절 폐지되었습니다. 주가조작, 불공정거래, 분식회계 같은 범죄를 전담하던 조직이었습니다. 한동훈이 론스타 주가조작을 수사했던 바로 그 조직이었습니다.
폐지 이유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다만 그 이후 증권범죄 수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여의도의 어둠은 그만큼 짙어졌습니다.
다음 날인 5월 18일,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출범했습니다. 언론은 이를 '여의도 저승사자의 귀환'이라 불렀습니다.
취임 이틀 만에 한동훈은 검찰 간부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되었던 검사장들이 대거 물러났습니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피의 숙청"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한동훈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인사는 만사입니다.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배치하는 것이 조직을 살리는 길입니다." 6월 14일, 그는 또 하나의 지시를 내렸습니다.
"앞으로 법무부 내부 문서에서 '님' 호칭을 쓰지 마십시오. '장관님'이 아니라 '장관'으로 쓰십시오.”
작은 변화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권위주의와의 단절 선언이었습니다. 호칭하나가 문화를 바꿉니다. 문화가 바뀌면 조직이 바뀝니다.
한동훈은 말했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높임말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입니다."
그해 여름, 한동훈의 얼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었습니다. 짤방이 만들어지고, 어록이 회자되고, 팬페이지가 생겨났습니다. '한동훈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어느 정치분석가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중간층 반응이 좋은 쪽입니다.
신언서판과 도덕성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습니다."
신언서판(身言書判). 관리를 뽑을 때 보는 네 가지 기준. 외모, 말씨, 글씨, 판단력.
한동훈은 그 네 가지 모두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기에 취하지 않았습니다.
"정의와 상식의 법치.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일곱 시에 출근했습니다.
퇴근은 밤 열한 시를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관용차 의전을 줄이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직접 버튼을 눌렀습니다.
장관실 직원이 우산을 들어주려 하자 그는 손을 저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다 같이 젖는 겁니다."
그것이 한동훈이 생각하는 정의였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비를 피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
비를 맞는 장관.
그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았습니다.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시대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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