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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9장 총선 불출마 선언
한동훈 이야기
PART 05 기득권을 내려놓은 한동훈 · 원문 01
19장 총선 불출마 선언
김경진
2023년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한동훈은 당의 원내대표 즉 당대표 권한대행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며칠 전, 당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당은 지도부 공백에 빠졌습니다. 당내에서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법무부 장관 자리를 내려놓고 당을 맡아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장관님, 당을 맡아주셔야 합니다."
한동훈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가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여당과 대통령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직언, 의료 사태에 대한 쓴소리,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문제제기. 그는 이미 '불편한 장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그 균열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닷새 뒤인 12월 26일, 온라인 전국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재적 824명 중 650명이 참여했고, 찬성 627명, 반대 23명으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임명안이 가결되었습니다. 96.46%의 압도적 지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한동훈이 취임 일성으로 꺼낸 말은 당 안팎을 놀라게 했습니다.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비례대표에도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정치권의 통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언이었습니다.
비대위원장은 총선에서 승리한 뒤 당대표로 복귀하거나,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입니다. 비례 1번, 혹은 당선이 유력한 수도권 지역구 공천은 당연한 보상으로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그는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하겠지만, 제가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대선 직행'을 노린 계산된 행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오히려 발이 묶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라고요. 또 다른 이들은 그가 여의도 정치의 문법을 모르는 정치 초년생이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유승민전 의원은 "험지나 접전지에 출마하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은 그날 단상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보다 선민후사(先民後私)입니다.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먼저입니다."
'선당후사'는 정당 정치인들의 오래된 격언입니다.
당을 먼저 생각하고 개인의 이익은 뒤로 미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동훈은 그 격언마저 뒤집었습니다. 당보다 국민이 먼저라고요.
정당인으로서는 위험한 발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바라보는 곳이 여의도가 아니라 여의도 밖의 국민들임을 분명히했습니다.
불출마 선언 뒤 그의 일정은 빡빡해졌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전국을 돌았습니다. 접전지를 찾아다니며 후보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제가 당선되면 좋겠지만, 그보다 당이 이기는 게 중요합니다." 그의 말에 어떤 후보는 울컥했다고 합니다.
정치인이 자기 당선보다 당의 승리를 말하는 것은 여의도에서 흔히 듣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권력의 과실을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이스스로 그것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여의도 문법을 쓰지 않겠습니다."
그의 말은 선언이자 도전이었습니다. 여의도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거부이자, 새로운 정치 문화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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