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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7장 여의도 저승사자를 되살리다
한동훈이 대한민국에 남긴 그간의 흔적
7장 여의도 저승사자를 되살리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과 서민의 방패
김경진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부활
여의도 저승사자의 부활 — 한동훈, 취임 당일 서민의 방패를 되세우다
2022년 5월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법무부 대강당. 한동훈이 제69대 법무부 장관 취임사를 읽고 있었습니다. 49세, 헌정사상 검사 출신 최연소 법무부 장관이었습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이었고, 거대 야당 180석이 그를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취임사의 어조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첫 번째 행동은 빠르고 단호했습니다.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실태에 대해 시급히 점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합니다. 오늘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습니다."
'오늘 즉시'라는 말에 밑줄을 그어야 합니다. 장관 취임식에서 흔히 나오는 수사(修辭)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다음 날인 5월 18일,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공식 설치되었습니다. 말한 지 하루 만에 조직이 가동된 것입니다.
없앤 사람, 되살린 사람
이 조직의 역사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되었다가, 증권가와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듬해 서울남부지검으로 옮겨갔습니다. 금융감독원, 국세청,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의 전문 인력이 검사와 한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형태였습니다. '합동수사'라는 이름 그대로, 검찰의 수사력과 금융기관의 전문성을 한데 묶은 조직이었습니다.
성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출범 직후 7개월 동안 126명을 재판에 넘기고 240억 원의 불법수익을 환수했습니다. 한 해 많게는 100건 가까운 사건을 처리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주가조작,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불공정공시 등 자본시장을 좀먹는 범죄들을 전담하는 유일한 상설 수사기구였습니다.
그런데 이 조직이 2020년 1월 사라졌습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 13곳을 폐지하면서, 증권범죄합수단도 함께 없앤 것입니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이었습니다.
합수단이 사라진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졌습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신라젠 주가조작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수조 원대의 금융 범죄가 연쇄적으로 불거졌지만, 전담 수사 조직은 이미 해체된 뒤였습니다. 합수단 부활론이 고개를 들었으나, 추 전 장관은 선을 그었습니다.
2년 4개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서민 투자자들은 라임과 옵티머스에서 수천억 원을 잃었습니다. 주가조작 세력은 전담 수사 조직이 사라진 증권가를 활개치며 돌아다녔습니다.
48명의 정예 조직
한동훈이 되살린 조직은 이전보다 더 컸습니다. 검사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유관기관 직원 등 총 48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종전의 합수단(47명)이나 그 사이 운영되던 수사협력단(46명)보다 큰 규모였습니다.
국세청 정예요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이 파견되었습니다. 검찰의 강제수사 권한, 국세청의 자금추적 역량, 금감원의 시장감시 전문성, 거래소의 거래데이터 분석 능력이 한 지붕 아래 모인 것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금융 범죄의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주가조작범은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동원합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를 만들고, 허위 공시로 투자자를 속입니다. 이런 범죄를 수사하려면 금융시장의 작동 원리를 아는 전문가,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세무 전문가, 거래 패턴을 분석하는 데이터 전문가가 검사와 나란히 앉아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야 합니다.
일반 검찰 수사부가 이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합수단처럼 전문 인력이 상시 결합된 조직과,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기관 저 기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방식은 속도와 밀도에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장관의 의지, 조직의 확장
한동훈은 합수단 부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금융·증권 분야에서 시작한 전문 합동수사 모델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보조금 사기, 공공조달 비리, 국가 예산 횡령 등 국민의 세금을 갉아먹는 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입니다.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단도 신설했습니다.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합수단은 출범 5개월 만에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급 20명과 중간간부급 78명 등 111명을 입건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매년 수천억 원의 피해를 낳는, 문자 그대로 서민을 울리는 범죄입니다.
세 개의 합동수사단이 나란히 선 모습입니다. 여의도의 주가조작범, 정부 예산을 빼먹는 재정 범죄자, 노인과 사회 초년생을 노리는 보이스피싱 조직. 한동훈이 취임사에서 말한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의 전선(戰線)은 이렇게 세 갈래로 펼쳐졌습니다.
취임사에 담긴 철학
한동훈의 취임사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검찰 개혁, 진짜 형사사법 시스템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문장에 그의 수사 철학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검찰 개혁이라는 단어는 당시 정치권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줄이는 것'과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었습니다. 한동훈은 그 프레임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한 자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수사 체계를 세우는 것이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밤길 다니기 겁나는 사회, 조폭이 설치는 사회, 서민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그냥 참고 넘어가기를 선택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말 뒤에 곧바로 합수단 부활이 선언되었습니다.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첫 문장을 뒷받침한 것입니다. 강강약약(強强弱弱) —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따뜻하게. 그가 검사 시절부터 지켜온 원칙이 장관의 첫 행보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2년 4개월의 공백이 남긴 것
여의도 저승사자가 사라진 2년 4개월 동안,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돌이켜보면 합수단 폐지의 대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약 1조 6천억 원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로 약 5천억 원이 증발했습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은 은퇴자금을 맡긴 중장년층, 목돈을 불려보려던 일반 투자자들의 것이었습니다.
합수단이 있었다면 이 피해를 전부 막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담 수사 조직이 여의도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 억지력이 됩니다. 저승사자가 떠난 여의도는 범죄자들에게 빈집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한동훈은 그 빈집에 다시 자물쇠를 달았습니다. 그것도 취임 당일, 단 하루 만에. 어떤 장관이 취임 첫날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대개 상징적입니다. 그러나 한동훈의 첫날은 상징이 아니라 실행이었습니다. 취임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서울남부지검에는 48명의 수사관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