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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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서문
AI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구조 변화와 대응
서문
김경진
2025년 11월, "AI가 인간에게 던지는 10가지 질문"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독극물 분자 4만 개를 6시간 만에 설계하는 AI, 70개국에서 시민을 감시하는 알고리즘, 3억 개의 일자리를 집어삼킬 자동화의 파도. 10개의 질문을 던졌지만, 책을 탈고하는 순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질문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세상은 제가 책에서 "아직 먼 이야기"라고 조심스럽게 썼던 장면들을 현실로 바꿔놓았습니다. AI 에이전트가 회의를 잡고, 계약서를 검토하고, 고객 상담의 90%를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이 속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000명을 해고했고, 듀오링고는 "AI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계약직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전작에서 경고했던 일들이 예측이 아니라 보도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전작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 질문들이 현실이 된 뒤의 풍경을 기록합니다. 10가지 질문이 AI라는 존재 자체를 향한 것이었다면, 이번 13개 장은 그 AI가 건드리고 있는 인간 문명의 구조물들을 향합니다. 노동시장, 교육 체계, 금융 질서, 민주주의, 에너지 그리드, 도시의 공간 배치, 인간관계의 밀도. 인류가 수백 년에 걸쳐 쌓아올린 것들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작동했던 질서들이었습니다. 그 질서가 지금 동시다발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두렵습니다. 변호사로서,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전국을 다니며 AI 강의를 하는 교육자로서 저는 이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강의장에서 만나는 50대 직장인의 눈에서 불안을 읽습니다. "저는 뭘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20년 경력의 개발자가 AI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 대학 졸업장의 무게가 GitHub 커밋 로그보다 가벼워지는 시대.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노동의 존엄, 교육의 가치, 전문성의 위계, 공동체의 유대,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재심에 부쳐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해시드(Hashed) 김서준 대표의 글들입니다. 그가 바이브 코딩 대기 시간에 메모한 "다가오는 30개의 균열"은 이 책의 설계도와도 같았습니다. 중간관리직 소멸, 빌러블 아워 경제의 붕괴, 콘텐츠 제작 비용의 제로 수렴, 이력서 시대의 종언, 인간 노동의 럭셔리화. 그가 떠오르는 대로 적었다는 30개 항목에 네 개의 AI 모델이 매긴 "3년 내 실현 확률" 퍼센트는, 제가 각 장의 긴급성을 가늠하는 시간표가 되었습니다. 그의 신자본주의 제안,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새로운 경제 구조에 대한 구상은, 이 책이 비관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붙잡아준 닻이었습니다. 그가 제주 오프사이트에서 관찰한 "만드는 것이 가장 쉬워지고, 평가가 가장 앞단으로 올라온" 세계의 역전 현상, 대학의 세 기능(정보, 관계, 선발) 분리에 대한 분석, 인간 복제본의 등장과 정체성 확장에 대한 성찰은, 각 장의 뼈대를 세우는 데 결정적이었습니다.
김서준 대표 외에도 이 책에 지혜를 빌려준 분들이 있습니다. 김진석 인하대 교수의 "인간의 지위가 반려견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 스티븐 울프럼의 "상자 속에서 영원히 비디오 게임을 하는 수조 개의 영혼" 예측, 제프리 힌튼의 AI 의식에 대한 성찰, 유발 하라리의 제도적 대응 제안. IEA, WEF, Goldman Sachs, Gartner, McKinsey의 보고서들은 제 주장에 숫자라는 뼈를 붙여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류는 산업혁명도 겪었고, 두 차례 세계대전도 통과했고, 핵무기의 공포 속에서도 질서를 재건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각이 다릅니다. 김서준 대표의 말처럼 "전쟁이나 지정학은 1년 지나면 다른 국면으로 바뀌지만, AI 충격은 10년 내내 우리를 못살게 굴 것"이기 때문입니다. 충격이 한 번 오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강도를 높이며 계속됩니다. 적응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시대가 주는 가장 깊은 불안입니다.
이 책이 그 불안에 대한 답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균열의 위치를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어디가 무너지고 있는지 모르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2026년 5월 김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