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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3장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AI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구조 변화와 대응
3장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김경진
1. 실행의 민주화가 낳는 안목의 귀족화
런던 시티의 한 상업 소송 로펌에서 변호사 사라 로든은 의뢰인으로부터 과일 상자 하나를 건네받았습니다. 안에는 3년 치 회의록, 왓츠앱 대화 기록, 내부 이메일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예전이라면 주니어 변호사 네다섯 명이 이틀 밤을 새우며 이 서류를 분류하고, 누가 언제 회계 문제를 처음 인지했는지 타임라인을 재구성했을 것입니다. 사라는 대형 언어모델에 전체 문서를 밀어 넣었습니다. 5분 뒤, 기계는 특정 이사회 멤버가 2021년 9월 14일 오후 3시 왓츠앱 메시지에서 재무 이상 징후를 처음 언급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것은 기술의 효율성이 아닙니다. 실행의 비용이 0에 수렴하는 세계가 이미 도착했다는 사실입니다.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이 현상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습니다. "실행의 민주화가 안목의 귀족화를 낳는다." 네 개의 인공지능 모델(Claude Opus 4.6, Grok 4.20, Gemini 3.1 Pro, GPT-5.4)이 독립적으로 평가한 이 예측의 3년 내 실현 확률은 85%였습니다. 네 모델 모두 거의 같은 숫자를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이 변화의 확실성을 보여줍니다.
누구나 글을 쓰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코드를 뽑아낼 수 있게 되면서 만드는 행위 자체는 가치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치의 무게중심이 이동합니다. 어떻게 만드느냐(How)에서 무엇이 좋은 것인가(What is good)를 판단하는 영역으로. 인공지능이 내놓은 수천 개의 시안 가운데 어떤 것이 의뢰인의 의도에 부합하고 시대를 관통하는 미학을 담고 있는지 결정하는 힘, 그것은 여전히 기계 바깥에 있습니다. 김서준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실행 능력이 평준화되면서 문제 정의력과 미적 감각이 소득 격차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안목이 어디서 오느냐입니다. 과거에는 주니어 단계에서 수천 건의 서류를 직접 읽고, 수백 시간의 실무를 거치며 맥락을 체득했습니다. 그 과정이 지름길 없는 도제식 교육이었고, 10년 뒤 시니어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이건 안 되고, 저건 된다"는 직관이 몸에 배는 구조였습니다. 인공지능이 주니어의 업무를 흡수하면서 이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습니다. 기초 실행 단계를 건너뛴 세대가 어떻게 고도의 안목을 가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로펌에서 벌어진 일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도, 컨설팅 펌에서도, 방송국 편집실에서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김서준 대표의 30개 균열 목록에서 기업 법무팀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항목은 3년 내 실현 확률 60%를 기록했는데, 핵심 포인트는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절벽이 된다"는 문장이었습니다.
빌러블 아워(시간당 과금) 경제의 붕괴 항목은 3년 내 실현 확률 80%를 기록했습니다. 컨설팅, 법률, 회계 등 B2B 지식산업 전체가 요금표를 다시 써야 합니다. 시간을 파는 것이 곧 직업이었던 사람들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시간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사라 로든도 인정합니다. 서류 검토에 5분 걸렸다고 해서 청구서에 5분을 쓸 수는 없다고. 20년간 쌓아온 법적 판단력의 가격을 어떤 단위로 매겨야 하는지, 업계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파트너 중 한 명은 최근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파는 건 시간이 아니라 잠을 설친 횟수였는데, 이제 기계가 잠을 안 자니까."
결국 미래의 불평등은 도구의 소유 여부에서 발생하지 않습니다. 도구가 쏟아내는 무수한 선택지 가운데 진짜 가치를 골라내는 심미안과 맥락 이해력, 거기서 갈라집니다. 기술이 모든 이에게 실행의 날개를 달아주었는데, 그 날개로 어디를 향해 날지 결정하는 지적 안목은 오히려 더 높은 성벽 안으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김서준 대표의 30개 균열 목록에서 인간 노동의 럭셔리화 항목은 3년 내 실현 확률 75%를 기록했습니다. "수제 가구, 인간 요리사, 대면 상담이 고급 서비스가 된다. 비효율은 인간 노동의 마지막 경쟁력이다." 이 진단이 불편하게 와닿는 이유는, 그것이 안목을 갖지 못한 대다수에게 남은 자리가 기계보다 느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프리미엄을 받는 시장뿐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2. 프롬프팅 역량 격차의 기하급수적 확대
같은 ChatGPT 앞에 두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한 사람은 "오늘 뭐 먹지?"를 묻고, 다른 사람은 같은 도구로 산업의 지형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격차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날, 세상은 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것입니다.
프롬프팅은 명령어를 입력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 구조로 재설계하며, 기계가 내놓은 결과의 오류를 잡아내고, 반복적으로 정제하는 고도의 지적 활동입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미래의 학생들이 인공지능 도구를 모국어처럼 다루며 생산성을 열 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 내다봅니다. 그 혜택이 프롬프팅 역량을 갖춘 이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격차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프롬프팅 역량은 비판적 사고, 문제 구조화 능력, 메타인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능력들은 교육 환경과 문화 자본에 크게 좌우됩니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좋은 질문을 접해본 적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기존의 교육 불평등이 증폭됩니다. 격차가 선형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체스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뒤에도 인간 선수 간 실력 차이가 사라지지 않았듯, 인공지능이 아무리 강해져도 그것을 다루는 인간 사이의 격차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격차의 축이 바뀔 뿐이죠. 지식에서 질문으로, 정보에서 구조화로.
프롬프팅 시험이라는 개념을 상상해봅니다. 가장 까다로운 파트는 아마 이런 문제일 것입니다. 일부러 결함이 심어진 인공지능 출력물이 주어집니다. 그럴듯하지만 미묘하게 틀린 분석, 논리적이지만 전제가 잘못된 추론. 인공지능이 자신감 있게 내놓는 오답을 그대로 삼키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함정이고, 이를 걸러내는 능력이야말로 프롬프팅 역량의 진짜 핵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제는 수험생의 전문 분야 바깥에서 출제됩니다. 변호사에게 유전공학, 의사에게 건축 설계. 측정되는 것은 사전 지식이 아니라, 모르는 영역에서 인공지능과 협업해 전문가급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저소득 국가와 소외 계층은 고가의 인공지능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의미 있게 쓰는 방법을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6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 2026)에 따르면 북미와 오세아니아의 평균 자산은 세계 평균의 338%인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20%에 불과합니다. 같은 도구 위에서도 이 격차는 그대로 복제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해 지능을 키워가는 동안, 정작 데이터를 제공한 대다수 대중은 기술의 수혜자가 아닌 소비자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가장 역설적인 부분은 이것입니다. 인공지능 모델이 강해지면 "대충 물어봐도 괜찮은 답"의 영역이 넓어지고, 역량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은 점점 더 복잡하고 미묘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프롬프팅 역량의 차이는 곧 정보의 비대칭으로 이어집니다. 한쪽은 인공지능을 지능적 비서로 부리며 부를 쌓고, 다른 쪽은 인공지능이 설계한 알고리즘의 통제 아래 놓입니다. 2025년 3분기 기준 미국 상위 1%의 순자산은 약 55조 달러로, 하위 90% 전체가 보유한 자산과 맞먹습니다. 연방준비제도 데이터입니다.
벤치마크는 결국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의 거울입니다. 수능이 있었기에 한국은 암기력과 풀이 속도를 중시했고, 사교육 시장은 그 측정 기준에 맞춰 거대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프롬프팅 벤치마크가 등장하면, 교육과 채용과 승진의 기준이 그 위에서 재편됩니다. 측정이 현실을 만듭니다. 우리가 어떤 스카우터를 만드느냐가, 어떤 전투력을 키울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진짜 질문은 점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새로운 측정 기준이 만들어낼 세상은, 과연 지금보다 더 공정한 세상일까요. 기술 주권이 소수의 국가와 기업에 집중되면서 지역적 가치와 맥락이 배제된 인공지능 모델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현상도 이 격차를 부채질합니다. 같은 도구를 쥐었다는 사실이 평등의 증거가 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도구를 쥔 손의 방향이 모든 것을 가릅니다.
3. 금융 서비스의 노골적 계층화
1980년대 조나단 로빈이 개발한 프리즘(PRIZM) 시스템은 미국 인구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수십 개 집단으로 분류하며 정밀 마케팅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디에 살고 무엇을 소비하는지 분석해 시장 가치에 따라 서열을 매긴 것이죠. 40년 뒤, 인공지능은 이 모델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금융 서비스 기관의 85%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인공지능을 씁니다. 이 기계들은 실시간 데이터와 예측 알고리즘으로 고객의 신용도를 소수점 단위까지 평가합니다. 전통적인 FICO 점수는 결제 이력, 부채 규모, 신용 기간, 신규 신용, 신용 구성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비교적 명료하게 작동했습니다. 쓰는 쪽도, 평가받는 쪽도 어떤 요인이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기계학습 기반 신용 모델은 완전히 다른 규모에서 작동합니다. 소셜 미디어 활동, 위치 정보, 온라인 쇼핑 패턴은 기본이고, 스마트폰 사용 습관, 온라인 양식을 채우는 속도, 신용 신청 시각까지 수백에서 수천 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하나의 점수로 수렴합니다. 대출을 갚을 능력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변수들이 운명을 결정합니다.
이 시스템은 과거의 차별을 학습합니다. 2022년 웰스파고는 알고리즘이 흑인과 라틴계 신청자에게 비슷한 재무 조건의 백인 신청자보다 높은 위험 점수를 부여한 사실이 드러나 조사를 받았습니다. 기계학습 모델은 역사적 데이터에서 패턴을 추출하는데, 그 데이터 자체에 인종, 성별, 연령에 따른 편향이 누적되어 있으니 편향의 재생산은 구조적 귀결입니다. 2025년 11월 발표된 한 학술 리뷰는 금융 알고리즘의 다수에서 결함을 확인하며, 문제의 핵심이 "가장 널리 쓰이는 알고리즘들이 여전히 특정 결정에 도달한 방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둠 속에 놓인 채 기술을 신뢰하도록 강요받고, 그 기술이 잠재적으로 삶을 망가뜨리는 와중에도요. EU는 2025년 발효된 인공지능법(AI Act)에서 신용 평가와 대출을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하고 투명성과 인간 감독을 의무화했지만, 알고리즘 내부의 작동 방식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계층화는 양쪽 끝에서 동시에 가속됩니다. 부유한 고객에게는 인공지능이 선별한 최적의 투자 기회와 고도화된 자산 관리 비서가 제공됩니다. 반대편에서는 취약 계층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드는 고금리 대출 상품이 정교하게 타기팅됩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사용자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패배감을 느끼는 순간을 포착해 맞춤 광고를 노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금융 현장에서도 이 정서 모니터링이 결합하면, 돈이 필요한 순간에 가장 불리한 조건의 상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김서준 대표의 30개 균열 목록에서 금융 계층화는 3년 내 실현 확률 50%를 기록했는데, 수치가 낮아 보여도 그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지만 규제의 속도가 기술을 따라잡지 못해서 현실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이었습니다.
Axios가 2026년 1월 보도한 미국의 부의 분배 데이터는 이 구조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인공지능 붐이 본격화된 2025년 2분기, 상위 10% 가구의 자산은 한 분기 만에 5조 달러 늘어난 반면 하위 50%의 자산 증가는 1,500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33배 차이입니다. CBS 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부의 불평등은 30년 만에 최대 격차를 기록했고, 상위 1%의 순자산 비중은 32%로 사상 최대를 찍었습니다. 경제학자 리처드 윌킨슨이 경고했듯,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신뢰가 낮고 사회적 지위 불안이 높습니다. 인공지능은 이 불안을 데이터화하여 수익으로 전환하는 기계인 셈입니다.
금융 서비스의 계층화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이라는 장막 뒤에서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부의 이동 통로를 차단합니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자가 더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고,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부정적 데이터가 쌓인 이들은 시스템 밖으로 밀려납니다. 디지털 레드라이닝(digital redlining)이라는 용어가 학계에서 등장한 이유입니다. 1930년대 미국 정부가 빨간 선으로 특정 인종 거주 지역의 대출을 차단한 것과 문법이 같습니다. 다만 빨간 잉크 대신 수백만 줄의 학습 데이터가 그 선을 긋고 있을 뿐입니다.
4. 1인 기업 폭발과 고용 없는 성장의 가속
매슈 갤러거(Matthew Gallagher)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2024년 9월 그는 ChatGPT, Claude, Midjourney, Runway, ElevenLabs를 조합해 원격 의료 플랫폼 메드비(Medvi)를 혼자서 만들었습니다. 첫 달 고객 300명. 두 달 뒤 1,000명 추가. 2025년 첫 해 매출 4억 100만 달러, 고객 25만 명, 순이익률 16.2%. 2026년 예상 매출은 18억 달러입니다. 비교 대상인 힘스앤허스(Hims & Hers)는 2,442명의 직원으로 24억 달러 매출에 순이익률 5.5%를 기록했습니다. 갤러거는 형 엘리엇 한 명을 고용했을 뿐입니다. 직원 1인당 매출을 계산하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샘 올트만은 2023년 동료 기술 CEO들과 "최초의 1인 10억 달러 기업이 등장하는 연도"에 대한 내기를 걸었다고 밝혔습니다. 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5년 5월 "Code with Claude" 컨퍼런스에서 그 시점을 2026년으로 지목하며 70~80% 확률을 부여했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자동 매매(proprietary trading)와 개발자 도구를 꼽았습니다. 이스라엘 개발자 마오르 슐로모(Maor Shlomo)는 노코드 플랫폼 Base44를 혼자 만들어 6개월 만에 25만 사용자를 확보하고 Wix에 8,000만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2025년 12월의 일입니다. 수익성까지 달성한 상태에서의 매각이었습니다.
숫자가 추세를 말해줍니다. 미국 센서스 데이터 기준 비고용주 사업체는 2,980만 개로, 미국 경제에 1.7조 달러를 기여합니다. 솔로 창업자 비중은 2019년 23.7%에서 2025년 중반 36.3%로 뛰었습니다. 2026년 기준 7자리 매출(연 100만 달러 이상)을 올리는 사업체의 38%가 솔로프리너입니다. 네덜란드의 피터 레벨스(Pieter Levels)는 직원 0명으로 연 3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이 모델이 특수한 사례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1인 기업의 기술 스택 비용은 연간 3,000달러에서 12,000달러 사이. 같은 기능을 전통적 방식으로 충당하면 월 8만~12만 달러가 듭니다. 95~98%의 비용 절감, 60~80%의 영업이익률. 전통적 스타트업의 10~20%와는 차원이 다른 수치입니다.
이 화려한 1인 기업의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인간의 인지적 노동을 기계로 대체할 강력한 유인을 갖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3억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의 영향권에 들어올 것으로 예측했고,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초부터 기술직 20~30세의 실업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거의 3%포인트 높게 나타났습니다. 주니어급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수행하던 기초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옮겨가면서 사회의 중간 허리 역할을 하던 자리들이 빠르게 비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미국 전문 서비스업 구인 공고는 201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치입니다.
김서준 대표는 이 딜레마를 명확히 짚었습니다. "AI 진전을 막으면 경쟁력을 잃고, AI 때문에 사라지는 일자리를 방치하면 사회에 큰 충격파가 온다. 두 사이드의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 그의 30개 균열 메모에서 1인 SaaS 회사 폭발은 3년 내 실현 확률 70%, 중간관리직 소멸은 65%를 기록했습니다. "팀을 만드는 능력보다 팀 없이 버티는 능력이 창업의 핵심 역량이 된다"는 그의 문장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Gartner도 2026년까지 20%의 조직이 인공지능으로 조직을 수평화하며 중간관리직의 절반 이상을 제거할 가능성을 내다봤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져도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드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위협합니다. Bank of America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12월 고소득 가구의 임금 상승률은 3%였으나, 중소득은 1.5%, 저소득은 1.1%에 그쳤습니다. 옥스팜(Oxfam)의 2026년 1월 보고서는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자산이 2025년 한 해 동안 2.5조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류 하위 절반인 41억 명이 보유한 전체 자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자산 소유자와 고도의 인공지능 운용 능력을 갖춘 소수만이 성장의 열매를 독점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숙련가로 성장하던 경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개인들은 시스템의 부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5. 자본주의 목표 함수의 위기: 돈에서 사회적 가치로의 전환 필요성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반세기 넘게 비즈니스 세계의 공리로 작동한 이 문장이 지금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더 싸고 빠르게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을 구매할 소득을 가진 인간이 사라진다면 시스템 자체가 멈추기 때문입니다. 제프리 힌튼의 경고를 떠올려봅니다.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한다면, 과연 어떠한 종류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인지 의문입니다. AI는 과거의 다른 기술혁명과는 매우 다른 종류입니다."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설계도를 제시합니다. 그는 기존 자본주의를 "돈에서 더 많은 돈으로의 순환에 모든 것을 건 구조"로 정의하면서, 실제로 경제 활동이 만들어내는 산출물은 돈만이 아니라고 짚습니다. 일자리, 환경 영향, 세금, 그리고 사회적 가치. 문제는 우리가 이 토탈 지표를 만들지 못해왔다는 것입니다. 기존 모델은 이랬습니다. 기업이 돈 벌고, 세금 내고, 정부는 세금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사회 문제 해결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비용도 커지는데, 효율성을 따질 방법이 없으니 예산은 늘어나도 성과는 불투명합니다.
그의 제안은 이 순서를 뒤집는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만드는 행위 자체를 시장화하고, 측정하고, 정량화하고, 보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 "돈을 많이 벌었으면 세금 내라. 사회 가치를 많이 만들었으면 그만큼 가져가라." 11년째 이 측정 방법론을 연구해온 김서준 대표는 평가 방법도 만들었고 연구원도 운영 중입니다. NGO 활동, 기업의 사회공헌, 장애인 고용, 환경 보호 같은 "착한 일"에 시장 원리를 적용하고, 그 일을 한 만큼 세금을 환류해주는 구조가 작동하면, 인공지능이 없애는 일자리만큼 반대편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지금 한국의 현실은 다릅니다. 착한 일에 칭찬은 하지만 그 일을 직업으로 삼는 데는 반대합니다. 리턴이 안 나오니까요. 부모들도 자녀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뛰어드는 것을 꺼립니다. 측정을 못 하면 자원 배분도 안 되고, 제도화도 안 됩니다. 칭찬으로 끝나는 거죠. 세상에 측정을 못 하면 관리가 안 되고, 관리가 안 되면 만들 수도 없습니다. 자본주의 이론을 사회 사이드에 집어넣으면 새로운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김서준 대표의 핵심 주장입니다.
PwC의 2025년 연구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인공지능이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생산성 향상이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며, 정책적 개입이 병행되는 최적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지니계수가 2035년까지 0.8%포인트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0.8%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1980년부터 현재까지 불평등이 가파르게 상승한 기간 동안 지니계수 변화가 약 0.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년간의 불평등 확대를 10년 만에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핵심은 "특정 조건 하에서"라는 전제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불평등 가속기가 됩니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인공지능이 질병을 치료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급진적 풍요"의 시대를 열 것이라 낙관합니다. 물과 에너지 비용이 0에 수렴하는 세상. 그런데 풍요가 실현되더라도 분배의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204명의 새로운 억만장자가 탄생했습니다. 거의 매주 네 명꼴입니다.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의 집단 자산은 2025년 한 해 2.5조 달러 늘었는데, 이는 인류 하위 절반 41억 명의 총자산과 거의 같은 규모입니다.
김서준 대표의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면, 이 딜레마를 풀 수 있는 구조가 보입니다. 정부가 혼자 하던 사회 문제 해결을 국민 스스로가 수행하고, 정부는 심판 역할을 맡는 것. 이 시스템이 작동하면 Social Value Economy가 부상합니다. 스케일이 작으면 인공지능 때문에 혼란만 겪고, 인공지능 진전을 막으면 경쟁력을 잃습니다. "AI 충격은 다른 충격과 다릅니다. 전쟁이나 지정학은 1년 지나면 다른 국면으로 바뀌지만, AI 충격은 10년 내내 우리를 못살게 굴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목표 함수를 이윤에서 사회적 가치로 전환하는 것은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의 생존 조건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잠재적 풍요를 소수가 독점하는 디스토피아 대신, 그 풍요의 측정과 분배를 위한 새로운 운영체제를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