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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3장 한국의 선택: AI G3 도약을 위한 제언
PALANTIR 전쟁 감시 인공지능
제6부 미래와 시사점: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13장 한국의 선택: AI G3 도약을 위한 제언
김경진 변호사
가. 한국형 국방 AI의 필요성
(1) 북한 위협과 주변국 군비 경쟁 속 한국의 대응
2024년 가을,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전시장에 거대한 알파벳 'A'자 형태의 구조물이 들어섰습니다. 한화그룹이 세운 전시관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AI가 조종하는 무인전투기 모형, 드론과 자폭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무기, 승조원 수를 절반으로 줄인 스마트 전투함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ADEX 2025의 주제는 'AI가 만드는 미래 전장'이었습니다. 한화 관계자는 방문객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제는 파일럿이 아니라 데이터가 전투를 지휘합니다."
같은 시각, 휴전선 너머에서는 다른 종류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2024년 한 해에만 탄도미사일을 수십 차례 발사했습니다. 그중에는 극초음속 활공체라고 주장하는 무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동시에 북한의 사이버 공격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추산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있으며, 이 자금 상당 부분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투입됩니다. 전통적인 재래식 전력 열세를 비대칭 역량으로 상쇄하려는 전략입니다.
문제는 북한만이 아닙니다.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는 지역입니다. 중국은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 통일할 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히 천명했습니다. 인민해방군의 해군력은 이미 척수 기준으로 미국을 앞질렀습니다. 일본은 헌법 해석을 바꿔 방위비를 GDP의 2%로 끌어올렸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동북아에서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가능하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 모든 위협에 한국이 대응해야 할 병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연간 출생아 수는 약 25만 명 수준입니다. 1970년대 100만 명에 달했던 수치가 4분의 1로 감소한 것입니다. 국방부 추산에 따르면 2040년이 되면 현재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병역자원 자체가 바닥납니다. 인구절벽은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안보 위기의 본질입니다.
국방부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 '국방혁신 4.0'입니다.
2023년 발표된 이 계획의 핵심은 기술로 인력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AI 기반 드론과 로봇이 전투원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인공지능이 전장 상황을 분석하고 지휘관의 결심을 지원하는 지능형 C4I 체계, 위성과 드론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타격체계와 연동되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시스템. 이 모든 것이 로드맵에 담겨 있습니다.
2024년 4월에는 국방부 산하에 국방AI센터가 창설되었습니다. 2025년 1월, 이 조직은 국방인공지능기술연구원으로 확대 개편되었습니다. 예산은 약 150억 원 규모입니다. 육·해·공군 각 군은 AI 기반 전력 변환을 위한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감시영상 자동분석체계, AI 반도체를 활용한 클라우드 시스템, 전투참모용 슈퍼컴퓨터 도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과 목표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국방 연구개발 예산은 전체 국방비의 약 5%입니다. 미국은 15% 이상을 투자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입니다. AI가 학습하려면 대규모의 양질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군은 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육·해·공군은 각자의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그 네트워크들은 서로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미국 정보기관들이 겪었던 '사일로' 문제가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군 내부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위성 영상, 드론 정찰, 휴민트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20분 만에 킬체인을 완성했습니다. 한국군이 이런 체계를 구현하기까지는 국방부 계획대로라면 10년에서 15년이 걸립니다. 그 사이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한 국방 전문가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종이 위에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이미 전장에서 그 미래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2) 팔란티어 모델에서 배우는 민관 협력(PPP)
2016년, 팔란티어는 미국 육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연방조달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상용 소프트웨어가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하지만 육군은 이 절차를 건너뛰고 전통적인 방산업체들에게만 사업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팔란티어의 주장은 간명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더 좋고 더 싸다면, 왜 경쟁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법원은 팔란티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국방부가 상용 솔루션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
이 판결은 미국 방산업계의 판도를 바꾸었습니다.
70년 넘게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 같은 전통 방산업체들이 독점하던 시장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 뒤로 앤두릴, 스페이스X, 실드AI 같은 기업들이 국방 계약을 따냈습니다. 2025년 팔란티어가 미 육군과 체결한 100억 달러 규모 계약은 이 흐름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75개의 개별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사업이었습니다.
한국은 이 모델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첫째, 민간의 기술 역량을 국방에 끌어들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팔란티어의 핵심 기술인 온톨로지는 원래 페이팔에서 사기 탐지를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데이터 처리 기술, 테슬라의 자율주행 알고리즘, 스타링크의 위성 통신망은 모두 민간에서 탄생해 군사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한국에도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기업, AI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인력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국방 분야에 진입할 통로가 막혀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방산 조달 시스템은 여전히 폐쇄적입니다. 방위사업청의 복잡한 규정, 긴 사업 주기, 원가 산정 방식은 빠르게 움직이는 기술 기업들에게 맞지 않습니다. ADEX 2025에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3년마다 세대가 바뀌는 기술을 만듭니다. 그런데 정부 사업 주기는 10년입니다. 이 간극을 좁히지 않으면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둘째, '코스트 플러스' 계약 관행을 타파해야 합니다. 코스트 플러스란 사업자가 들인 비용에 일정 이윤을 더해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사업자가 비용을 절감할 유인이 없습니다. 오히려 비용을 부풀릴수록 이익이 늘어납니다. 팔란티어는 이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우리는 정해진 가격에 결과물을 납품하겠다. 비용이 초과해도 우리가 부담한다." 이런 고정가격 계약 방식이 국방부의 예산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셋째, 소프트웨어 역량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으로 방산은 철강과 탄약과 엔진의 영역이었습니다. 탱크가 몇 대인지, 전투기가 몇 대인지가 전력의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공식을 뒤집었습니다. 세계 2위 군사력으로 평가받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소프트웨어 기반 킬체인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드웨어의 우위가 소프트웨어의 열세를 상쇄하지 못한 것입니다.
한국 방산업계도 이 변화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ADEX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AI가 실시간으로 협업해 표적을 탐색·타격하는 '천무 3.0'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LIG넥스원은 전장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AI 전투관리체계(BMS 2.0)를 선보였습니다. 한화시스템의 스마트 배틀십은 AI 기술로 승조원 운용 인원을 60명에서 30명대로 줄였습니다. 방산 4대 기업의 2025년 3분기 수주잔고는 91조 원으로 전년 대비 21.6% 증가했고, 연간 수주잔고 10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팔란티어 모델의 진정한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입니다. 민간과 정부 사이의 신뢰,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야 혁신이 가능합니다. 2024년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12대 전략분야 중 하나로 '국방·안보'를 선정했습니다. 위원회의 국방·안보 분과장은 한국국방연구원 AI정보화연구실장이 맡았습니다. 정부가 국방 AI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방산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방산 수출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소프트웨어입니다. 팔란티어처럼 데이터 플랫폼을 무기체계와 함께 수출할 수 있다면, K-방산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들어서게 됩니다."
2030년까지 방산 수출 200억 달러. 정부가 내건 목표입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탱크와 자주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민관 협력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나.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 전략
(1) 해외 플랫폼 의존의 리스크와 자체 역량 확보
2025년 초,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중국 AI 서비스 딥시크(DeepSeek)에 대한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딥시크는 한국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중국 서버에 저장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정부의 정보 수집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중국 정부는 딥시크가 보유한 한국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시정권고를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가면 주권은 어디에 있나?
팔란티어가 미국 정부에 판매하는 것은 소프트웨어만이 아닙니다. 그 소프트웨어가 처리하는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입니다. 고담 플랫폼에 입력되는 정보기관 데이터, 파운드리에 통합되는 기업 데이터, AIP가 분석하는 실시간 전장 데이터. 이 모든 것이 팔란티어의 시스템을 거칩니다. 시스템을 누가 운영하느냐가 곧 정보를 누가 통제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점점 더 많은 해외 클라우드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국내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해외 업체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섰습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도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하면서 같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해외 플랫폼 의존이 가져오는 리스크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킬 스위치' 리스크입니다. 외교 갈등이나 제재 상황에서 플랫폼 접근이 차단될 수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서방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시스코 모두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팔란티어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을 선언하고 러시아와의 모든 협력을 종료했습니다. 한국이 특정 진영과 갈등을 빚을 때, 핵심 인프라가 외국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둘째, 기술 종속(락인) 리스크입니다. 한번 특정 플랫폼에 데이터를 올리고 시스템을 구축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하기 어렵습니다. 전환 비용이 막대하고,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며, 학습된 AI 모델을 그대로 옮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팔란티어의 아폴로 플랫폼이 고객들에게 강력한 락인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입니다. 일단 팔란티어 생태계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셋째, 협상력 약화입니다. 대안이 없으면 가격이나 조건을 협상할 여지도 없습니다. 2023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팔란티어와 3억 3천만 파운드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을 때, 영국 내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 NHS 데이터를 미국 기업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쟁이었습니다. 하지만 NHS는 이미 팔란티어 시스템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대안이 없는 협상에서 을의 입장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인식한 한국 정부는 '주권 AI' 담론을 꺼내들었습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국가 목표 설정의 주권, 인프라 운영의 주권, 인재 확보의 주권. 핵심은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2025년까지 1만 개의 GPU를 확보하고, 2026년 상반기까지 세계 6위권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며, 2027년까지 국가AI컴퓨팅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프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정한 주권은 그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역량에서 나옵니다.
팔란티어의 가치는 서버나 GPU에 있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연결하고 의미를 추출하는 온톨로지 기술, 그것을 구현하는 엔지니어링 역량,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는 FTE(Forward Deployed Engineer) 인력에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해도, 그 위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외국에서 가져온다면 주권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2024년 12월 통과된 AI 기본법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입니다. 재석 264명 중 260명이 찬성했습니다. 이 법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됩니다. 고영향 AI에 대한 투명성 의무, 안전성 확보 조치, 국내 대리인 지정 요건 등이 담겨 있습니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내 법규를 준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궁극적인 해답은 한국형 팔란티어, 한국형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부 데이터, 국방 데이터, 공공 데이터를 안전하게 통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주권적 플랫폼. 그것이 없다면 한국은 언제까지나 외국 플랫폼의 소비자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2) K-방산과 AI 기술의 융합 가능성
2025년 10월 ADEX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LIG넥스원의 전자전기(EA기) 모형이었습니다.
설명을 맡은 연구원은 관람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항공기는 북한 전역의 전파 신호를 탐지·분석해 통신을 교란하거나 아군 작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 기술로 4만 피트 상공 작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왔습니다." 화면에서는 가상의 전장 지도 위로 전자파 교란 신호가 퍼지는 시연이 진행되었습니다.
K-방산의 진화는 눈부십니다.
2023년 ADEX에서 294억 달러였던 수주 상담 규모는 2025년 449억 달러로 52.7% 증가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 K2 전차를, 노르웨이에 K9 자주포를 수출했습니다. 현대로템의 디펜스솔루션 부문 매출 중 72%가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방산 수출 200억 달러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하드웨어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 방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은 소프트웨어입니다.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이 전통 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을 추월한 것이 상징적입니다. 미 국방부가 2025년 팔란티어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 것은 항공모함이나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라 데이터 통합 플랫폼 때문이었습니다. 무기가 아니라 무기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K-방산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AI 소프트웨어 역량을 무기체계에 융합해야 합니다.
이미 그 움직임은 시작되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3.0'은 정찰용 드론과 자폭 드론이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협업하는 체계입니다. 발사관이 열리면 드론이 먼저 이륙해 목표를 탐색하고,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자폭 드론이 정밀 타격합니다. 한화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각 탄이 실시간 협업하는 구조입니다."
한화오션이 선보인 '스마트 배틀십'은 AI가 전투관리체계(CMS), 기관통제체계(ECS), 함정통합관리체계(IBS)를 통합 운영합니다. 자동 표적 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60명이 필요한 함정을 30명대 중반 인원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인구절벽 시대에 핵심적인 해법입니다. LIG넥스원은 AI 기반 전투관리체계(BMS 2.0)를 개발했습니다. 전장의 모든 무기, 센서, 지휘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 의사결정을 지원합니다. KF-21 전투기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지·공대공 유도탄도 공개되었습니다. 회사는 KAIST와 협력해 AESA 레이더와 SAR 반도체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유·무인 복합작전(MUM-T) 체계를 2030년까지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AI 파일럿 시뮬레이터, KF-21의 무인 윙맨 역할을 할 KUS-FS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삼성전자와 협력해 AI 반도체 개발에도 나섰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술들이 수출 상품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화시스템은 F-15 전투기용 ELAD(Electronic Laser Attack Demonstrator)를 보잉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국 방산업체가 미국 방산 시장에 진입한 첫 사례입니다. LIG넥스원의 유도로켓 '비궁'은 미국 해외비교시험(FCT)을 통과해 미국 수출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KAI는 미 해군 훈련기 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규모만 10조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게임체인저는 무기 단품이 아니라 시스템 통합 역량입니다.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것은 개별 무기의 성능이 아니었습니다. 위성, 드론, 지상군, 포병대, 미사일 부대를 하나의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해 킬체인을 단축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이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 미사일을 개별적으로 수출하는 것과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을 함께 수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LIG넥스원이 제시한 'K-방공망 벨트' 비전이 그런 방향입니다. L-SAM, 천궁-II, 해궁, 신궁으로 구성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라인업을 AI 기반 지휘통제체계와 함께 패키지로 수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중동, 아시아, 북아프리카, 유럽으로 맞춤형 다층방공 솔루션을 확장하고,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모델까지 제안합니다.
이것이 한국형 팔란티어의 가능성입니다.
하드웨어에서는 이미 세계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그 하드웨어들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통합하는 플랫폼, 그리고 그것을 구현할 인재입니다. K-방산 4대 기업의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3.8% 급증한 3조 5천억 원에 달한 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이 이익을 AI와 소프트웨어 역량에 재투자한다면, K-방산은 하드웨어 수출국에서 전장 시스템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다. 교육, 행정, 공공정책에 주는 시사점
(1) 공공 데이터 거버넌스와 팔란티어 모델의 적용
2020년 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했지만 병상이 어디에 얼마나 비어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수천 개 의료기관이 각자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시스템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환자 데이터, 장비 재고, 인력 배치, 백신 물량이 각기 다른 데이터베이스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정보의 사일로였습니다.
NHS는 팔란티어를 불렀습니다.
파운드리 플랫폼이 도입된 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산소 공급량, 마스크 재고, 인공호흡기 위치, 병상 점유율이 단일 대시보드에 표시되었습니다. 백신이 도착하면 어느 지역에 얼마나 배분해야 하는지 AI가 계산했습니다. 접종 예약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을 매칭했습니다. NHS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처음으로 전체 시스템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공공 부문은 이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공 데이터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주민등록, 건강보험, 국세, 부동산, 차량, 금융, 교육 데이터가 촘촘하게 축적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각 부처가 자신만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그 시스템들은 서로 호환되지 않습니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교육부의 데이터베이스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정책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취업 후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 공공주택에 입주한 가구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교육 투자가 미래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여러 부처의 데이터를 연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그런 연결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팔란티어 모델의 핵심은 '단일 진실 공급원(Single Source of Truth)'입니다.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온톨로지로 통합해 전체 그림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NHS 사례에서 병원 A의 환자 데이터와 병원 B의 장비 데이터가 연결되었듯이, 한국 정부의 복지 데이터와 고용 데이터가 연결된다면 정책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2024년 9월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범국가 AI 대전환'을 핵심 정책축으로 제시했습니다. 공공 부문의 AI 적용이 중요한 의제입니다. AI 네이티브 정부 플랫폼, 통합 민원 서비스 플랫폼, 민간 역량을 활용한 공공 시스템 재설계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 집적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 통합에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거버넌스입니다.
누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지, 누가 책임을 지는지. 이런 규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데이터 통합은 혼란만 초래합니다. 팔란티어가 '메타데이터와 계보(Lineage) 시스템'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모든 데이터가 어디서 왔고, 누가 언제 접근했고,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추적해야 책임 소재가 명확해집니다.
2025년 8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생성형 AI 개발·활용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합니다. 이 안내서는 AI 수명주기를 목적 설정, 전략 수립, 학습·개발, 적용·관리의 네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합니다. 핵심은 CPO(개인정보보호책임자)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입니다.
공공 부문에서 팔란티어 모델을 적용하려면, 단순히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거버넌스 체계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부처 간 데이터 공유 원칙, 접근 권한 관리 시스템, 감사 추적(Audit Trail) 메커니즘, 오용 시 책임 체계. 이런 요소들이 갖춰져야 데이터 통합의 혜택을 누리면서 위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2) 효율성과 프라이버시 보호의 균형점 모색
2023년 2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헤센 주와 함부르크 주 경찰이 사용하던 팔란티어 기반 시스템이 위헌이라는 결정이었습니다. 재판소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클릭 한 번으로 개인의 프로파일링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정보 자기결정권(Informational Self-Determination)을 침해합니다." 헤센 주는 2023년 9월까지 법률을 개정해야 했고, 함부르크 주의 관련 법률은 무효화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팔란티어 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팔란티어는 압도적입니다. 범죄 수사에서 수백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해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테러 방지에서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습니다. 보건 위기에서 자원 배분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전체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능력이 프라이버시의 위협이 됩니다.
전체 그림을 본다는 것은 개인의 삶을 낱낱이 들여다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LAPD의 예측 치안 프로그램 '오퍼레이션 레이저'는 범죄가 일어날 장소와 사람을 예측해 경찰력을 배치했습니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특정 인종 거주 지역에 경찰을 집중 배치하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예측이 편향을 재생산한 것입니다.
한국은 이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개인정보 인프라를 가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주민등록번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평생 개인을 추적합니다. 건강보험 데이터는 모든 의료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국세 데이터는 소득과 재산을 낱낱이 파악합니다. 통신 데이터는 위치와 행동 패턴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것을 AI가 연결하면 무엇이 가능해질까요.
2024년 12월 통과된 AI 기본법은 '신뢰 기반'을 내세웠습니다.
법의 공식 명칭이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 이유입니다. 법은 세 가지 기본원칙을 제시합니다. 인간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기술의 합목적성 원칙. 그리고 열 가지 핵심요건을 명시합니다. 인권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침해금지, 공공성, 연대성, 데이터 관리, 책임성, 안전성, 투명성.
이 중 '고영향 AI'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무가 부과됩니다. 고영향 AI란 사람의 생명,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입니다. 자율주행 시스템, 의료 진단 AI, 금융 신용평가 AI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AI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투명성 확보 의무, 안전성 확보 의무, AI 영향 평가 의무를 집니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 한국에서 서비스하려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만으로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기술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팔란티어가 강조하는 '인간-기계 공생(Human-Machine Teaming)' 개념이 참고가 됩니다. AI가 블랙박스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인간이 이해하고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 가능한 AI(XAI), 감사 추적 시스템, 편향 탐지 도구가 필수입니다.
제도적 장치도 필요합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AI가 공공 의사결정에 사용될 때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은 시민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EU의 AI법이 '인간 감독(Human Oversight)' 권리를 명시한 것처럼, 한국도 유사한 제도를 구축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효율성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어디서 설정할 것인가. 범죄 예방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감시를 허용할 것인가. 공공 서비스 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 연결을 허용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사회마다 다른 답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은 역사적 경험 때문에 감시에 민감합니다. 나치의 게슈타포, 동독의 슈타지가 개인 정보를 어떻게 악용했는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팔란티어 시스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미국은 9.11 이후 안보를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서 팔란티어가 정보기관의 핵심 도구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북한의 위협, 인구절벽, 행정 효율화 요구는 데이터 통합의 유혹을 강화합니다. 하지만 권위주의 역사의 기억,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경험, 프라이버시에 대한 시민 의식 성장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AI 기본법은 "신뢰 기반"이라는 표현으로 이 균형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법조문에 적힌 원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 기술은 때때로 사람을 죽입니다." 그는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기술의 힘과 위험을 동시에 인정한 것입니다. 한국이 팔란티어 모델에서 배워야 할 것은 기술만이 아닙니다.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솔직한 대화,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효율성과 자유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을 관리하는 지혜입니다.
데이터의 힘을 활용하되, 그 힘에 잠식되지 않는 것. 그것이 AI G3 도약을 향한 한국의 진정한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