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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21장 미국: DARPA ACE와 VENOM, F-22·F-35 CCA 통합
제5부 글로벌 AI 전투기 개발 경쟁
고도 3만 피트 상공, 캐노피 너머로 펼쳐진 검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 조종사는 고독을 느낍니다. 산소마스크 안쪽으로 숨이 뜨거워지고, 헬멧이 어깨를 짓누르는 그 순간, 당신은 오직 자신의 두 눈과 훈련된 본능만을 믿을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 고독한 싸움을 홀로 감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고독에 새로운 존재가 끼어들고 있습니다. 피와 살이 아닌 실리콘과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지치지도 않고 두려움도 모르는 동료가 말입니다.
전 세계의 하늘은 지금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이 벌이는 이 경쟁은단순한 기술 대결이 아닙니다. 누가 다음 세기의 제공권을 장악할 것인가, 누가 하늘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사활을 건 도박입니다. 롱보우가 창과 방패의 시대를 끝냈듯이, 기관총이 기병대의 돌격을 역사 속으로 밀어넣었듯이, 인공지능은 이제 공중전의 문법 자체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21장 미국: DARPA ACE와 VENOM, F-22·F-35 CCA 통합
2020년 여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알파독파이트(AlphaDogfight)' 대회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미 공군 무기학교 출신의 베테랑 F-16 교관을 상대로 5대 0 완승을 거두었던 것입니다. 시뮬레이터 속의 가상 전투였지만, 그 결과가 던진 충격파는 실제 폭탄만큼이나 묵직했습니다. 인간 조종사는 생존 본능 때문에본능적으로 회피 기동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기계는 이미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0.1초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프랭크 켄달 미 공군 장관은 이 결과를 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하는 데 몇 분의 1초가 걸린다면, 인공지능은 마이크로초 단위로 반응합니다. 수 차수(orders of magnitude)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 차이가 실제로 승패를 가릅니다." 냉정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야심은 시뮬레이터 속 승리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DARPA는 'ACE(Air Combat Evolution)' 프로그램을 통해 이 기술을 진짜 하늘로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X-62A VISTA라는 이름의 특수 개조된 F-16이 실험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VISTA는 '가변 비행시뮬레이터 테스트 항공기'의 약자로, AI 에이전트가 실제 전투기의 조종간을 잡을 수 있도록개조된 기체입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9월까지, 21회의 시험 비행이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 상공에서 진행되었습니다. 10만 줄이 넘는 비행 핵심 소프트웨어가 수정되었고, 그 결과는 역사적이었습니다. 2023년 9월, X-62A VISTA는 AI 에이전트의 제어 하에 인간이 조종하는 또 다른 F-16과 실제 공중전을 벌였습니다. 시속 1,200마일로 서로의 꼬리를 물며 돌아가는 그 죽음의춤판에서, 두 전투기 사이의 간격은 불과 2,000피트에 불과했습니다. 안전 조종사가 기체에탑승해 있었지만, 그들은 단 한 번도 비상 스위치를 누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기계가 스스로 싸우고, 스스로 판단했습니다.
2024년 5월 2일, 켄달 장관은 직접 X-62A VISTA의 뒷좌석에 올랐습니다. 그의 앞에서 AI가전투기를 조종했습니다. 장관은 훗날 이 경험을 회고하며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비행이나 1947년 척 예거의 음속 돌파에 비견될 만한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늘의 주인이 바뀌기시작한 것입니다.
ACE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히 "AI가 인간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목표는 "신뢰"입니다. 시속 800마일로 날아가는 전투기 안에서 조종사가 옆의 AI 윙맨을믿고 등을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아무리 옳은 선택을 하더라도, 인간이 그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협력은 불가능합니다. ACE는 바로 이 "설명 가능한 AI"를 전투 환경에서 구현하려는 시도입니다.
여기에 '프로젝트 베놈(VENOM)'이 가세했습니다. 베놈은 'Viper Experimentation and Next-gen Operations Model'의 약자로, 현역 F-16 전투기들을 '날아다니는 AI 실험실'로 개조하는프로젝트입니다. 미 공군은 6대의 F-16을 AI 시험용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실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자율 비행 기술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터에서는 완벽해 보이던 알고리즘도 실제난기류와 기상 변화, 통신 지연 앞에서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베놈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실험장입니다.
이 모든 기술의 종착지는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협동전투기입니다. 개념은단순합니다.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 II 같은 고가의 유인 스텔스 전투기 한 대에, 저렴하고대량 생산이 가능한 AI 무인 전투기 2~3대를 붙여 편대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유인기는 '쿼터백'이 되고, 무인기들은 '리시버'가 됩니다. 적의 방공망을 뚫어야 할 때, 위험한 임무는 무인기가 떠맡습니다. 미끼가 되어 적의 미사일을 소모시키거나, 직접 타격하거나, 전자전으로 적의레이더를 교란합니다. 인간 조종사는 후방에서 전체 전장을 조망하며 지휘합니다.
2024년 4월, 미 공군은 CCA 1단계(Increment 1) 개발 업체로 앤듀릴(Anduril)과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를 선정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이들의 시제기에 각각 YFQ-44A와 YFQ-42A라는 제식명이 부여되었습니다. 'F'가 붙었습니다. 무인기인데 전투기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시대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5년 8월 27일, 제너럴 아토믹스의 YFQ-42A가 캘리포니아 시험장에서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불과 2개월 뒤인 10월 31일, 앤듀릴의 YFQ-44A '퓨리(Fury)'도 하늘에 올랐습니다. 계약에서 첫 비행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트로이 E. 마인크 공군 차관보는 이 성과를 두고 "장벽을 치우고 전투원에게 집중할 때, 속도 있게 전투 능력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증명했다"고 선언했습니다.
YFQ-42A는 제너럴 아토믹스의 '갬빗(Gambit)' 개념에 기반한 기체로, XQ-67A 시험기의 설계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V자 꼬리와 상부 엔진 흡입구, 내부 무장창을 갖추어 스텔스 성능을확보했습니다. 삼륜식 착륙장치는 준비되지 않은 활주로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앤듀릴의 YFQ-44A는 다른 접근을 취했습니다. 상업용 비즈니스 제트 엔진을 사용하고, 무장은 외부 하드포인트에 장착합니다. 스텔스 성능보다는 비용 절감과 빠른 생산을 우선시한선택입니다. 앤듀릴의 지도부는 "미국 어디서든 기계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설계"라고 강조했습니다.
CCA 한 대의 가격은 2,050만~2,750만 달러로 추산됩니다. F-35 한 대 가격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미 공군은 Increment 1에서 100~150대를, 최종적으로는 1,000대 이상의 CCA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적이 1억 달러짜리 미사일을 쏠 때, 미국은 2천만 달러짜리 드론을 던져주는 셈입니다. 경제학의 전쟁입니다.
2025년 11월, 제너럴 아토믹스는 두바이 에어쇼에서 결정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F-22 랩터와 MQ-20 어벤저가 L3Harris의 판테라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장비를 장착하고 비행 중 데이터링크를 성공적으로 검증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CCA 개념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 네트워크가 실제 하늘에서 작동함을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2026년 1월 5일, 미 해군 항공전센터는 F-35 조종사들이 터치스크린 태블릿을 사용해 복수의 CCA를 통제하는 시뮬레이션을 공개했습니다. 합동 시뮬레이션 환경(JSE)에서 F-35 파일럿들은 첨단 통신 시스템과 정밀 유도 미사일로 복합 위협에 대응했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개념 연구가 아닙니다. 실제 전술 프로토콜과 절차를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미 공군의 비전은 명확합니다. OODA 루프(관측-판단-결심-행동)의 속도를 인간 한 명의 신경계 한계에서 떼어내어, 편대 전체의 계산 능력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X-62A VISTA는 그 실험용 칼날이었고, CCA는 그 칼날을 대량 생산해 배치하는 공장입니다. 전투기 한 대를 '영웅'으로 보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영웅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입니다. 지휘자는 여전히인간입니다. 하지만 악보를 읽고 박자를 쪼개는 것은 기계가 더 빠릅니다. 미국은 이 불편한 진실을 이미 받아들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