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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3장 루비콘을 건너다
3장 루비콘을 건너다
1993년, 서른 번째 생일의 결단
기원전 49년 1월, 로마의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갈리아 원정을 마치고 군단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그의 앞에는 루비콘이라는 이름의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작은 강이었습니다. 말을 타면 금세 건널 수 있을 정도로. 그러나 이 강에는 법이 걸려 있었습니다.
로마의 법은 군대를 이끈 장군이 이 강을 건너 로마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건너면 반역 자가 됩니다. 건너지 않으면 정치적 적수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됩니다.
카이사르는 강가에 서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강을 건넜습니다.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역사 속에서 위대한 결단을 내린 인물들에게는 저마다의 루비콘 강이 있었습니다.
1993년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서른 살 생일을 앞둔 한 청년에게도 그런 강이 나타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젠슨 황이었습니다.
1993년 2월 17일. 젠슨 황은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중국의 현인 공자는 서른 살을 '이립(而立)' 이라 불렀습니다. 스스로 우뚝 서는 나이라는 뜻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뜻을 세우는 때라는 의미이기도합니다. 그러나 젠슨 황에게 서른이라는 숫자는 그보다 더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약속의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뒤로 돌려보겠습니다. 오리건 주립대학교의 전기공학과 실험실. 열일곱 살의 젠슨 황은 그곳에서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이름은 로리. 같은 과 학생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실험 파트너가 되었고, 친구가 되었고, 결국 연인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젠슨은 로리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서른 살이 되면 회사의 CEO가 될 거야.”
열일곱 살 청년의 호언장담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젊은이가 흔히 내뱉는 허풍 같기도 했습니다. 로리는 그 말을 믿었을까요? 믿지 않았을까요?
중요한 것은 젠슨 황 자신이 그 말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서른이라는 나이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1993년 당시 젠슨 황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LSI 로직이라는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직함은 디렉터, 우리말로 하면 이사 정도 됩니다. 그 전에는 AMD라는 유명한 반도체 회사에서 마이크로프 로세서 설계를 담당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인재였습니다. 연봉도 높았고, 주변의 인정도 받았습니다. 말하자면 잘나가는 엔지니어였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상태로 만족했을 것입니다. 안정된 직장, 넉넉한 수입, 존경받는 지위. 미국에 이민 온대만 출신 청년이 이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면 대단한 일입니다. 그의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좋은 직장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니?”
어머니가 보기에 아들은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젠슨 황의 마음속에는 다른 생각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는 컴퓨터 산업의 변화를 읽고 있었습니다.
1993년은 개인용 컴퓨터, PC가 빠르게 퍼져나가던 시기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가 대중화되면서, 컴퓨터는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기계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젠슨 황은 여기서 한가지를 더 보았습니다.
컴퓨터의 미래는 문자가 아니라 그림에 있다.
당시 컴퓨터 화면은 대부분 글자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엑셀로 표를 만들고, 워드 프로세서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컴퓨터의 주된 용도였습니다.
그래픽이라고 해봐야 단순한 2차원 그림이 전부였습니다. 3차원, 즉 3D 그래픽은 수천만 원짜리 전문 워크스테이션에서나 가능한 기술이었습니다. 일반 가정의 PC에서 3D 게임을 한다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젠슨 황은 달랐습니다.
머지않아 PC에서도 3D 그래픽이 가능해지리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칩을 자신이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서른 번째 생일이 다가올수록 그의 마음은 급해졌습니다.
안락한 직장이라는 강둑에 계속 머물 것인가. 아니면 창업이라는 거친 물살 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아내 로리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렸습니다. 서른 살에 CEO가 되겠다던 그 말을.
젠슨 황은 결심했습니다. LSI 로직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돌아갈 다리를 불태우는 것이었습니다.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안정된 직장도, 높은 연봉도, 인정받는 지위도 모두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직관을 믿기로 했습니다. 기술의 미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널 때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외쳤듯이, 젠슨 황도 자신만의 주사위를 던졌습니다. 1993년, 그의 나이 서른 살. 그렇게 그는 강을 건넜습니다.
데니스 식당 구석 자리의 세 청년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회사들에는 저마다 탄생의 장소가 있습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부모님 집 차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휴렛패커드도 팔로알토의 한 차고에서 태어 났습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위대한 회사는 차고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달랐습니다.
이 회사가 태어난 곳은 차고가 아니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이름은 '데니스'. 미국 전역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 24시간 영업하는 평범한 식당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베리에사 로드. 그곳에 있는 데니스 식당은 젠슨 황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열다섯 살 때 그가 처음으로 일한 곳이 바로 데니스였기 때문입니다. 접시를 닦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던 곳. 내성적이던 이민자 소년이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 곳 이기도 했습니다.
1993년, 서른 살이 된 젠슨 황은 다시 데니스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접시를 닦으러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사를 세우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온 사람은 두 명이었습니다.
크리스 말라초스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라는 유명한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였습니다.
커티스 프리엠. 역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출신으로, IBM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기술자였습니다.
세 사람은 데니스의 구석진 부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부스란 등받이가 높은 좌석으로, 다른 손님들과 어느 정도 분리된 공간을 만들어주는 자리입니다. 그들은 그곳에 앉아 커피를 시켰습니다.
왜 하필 데니스였을까요? 젠슨 황은 나중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집보다 조용하고, 커피값이 싸기 때문이었습니다.”
데니스의 커피는 무한 리필이 가능했습니다. 한 잔 값만 내면 몇 잔이든 더 마실 수 있었습니다. 세 청년은이 점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아침에 만나서 저녁까지,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커피를 열 잔 씩 리필하면서.
젠슨 황은 훗날 이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종업원들은 아마 우리를 쫓아내고 싶었을 겁니다.”
음식은 별로 시키지 않으면서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는 손님. 식당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니스의 종업원들은 그들을 내쫓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세 청년은 마음껏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3D 그래픽이었습니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의 화면은 2차원의 세계였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세계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장에서는 이미 3D 그래픽을 사용하는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1993년에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은 컴퓨터로 만들어낸 공룡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세 청년은 생각했습니다.
머지않아 가정용 PC에서도 이런 3D 그래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칩을 우리가 만들자고.
CPU, 즉 중앙처리장치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합니다. 모든 계산을 처리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그러나 3D 그래픽을 처리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계산이 필요합니다. 화면에 보이는 수백만 개의 점 하나 하나에 대해, 빛이 어디서 오는지,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 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모두 계산해야합니다.
CPU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세 청년의 아이디어는 이랬습니다.
CPU를 돕는 전용 칩을 만들자. 그래픽 처리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두뇌를 만들자.
이것이 훗날 GPU, 그래픽 처리 장치라고 불리게 될 개념의 시작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냅킨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냅킨 위에 회로도를 그리고, 아이디어를 적었습니다.
팬케이크 시럽 냄새가 풍기는 식당 안에서, 세 청년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역할 분담도 정해졌습니다.
크리스 말라초스키는 하드웨어 설계를 맡기로 했습니다.
커티스 프리엠은 칩의 구조 설계와 알고리즘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젠슨 황은 사업 전략과 경영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커티스 프리엠이 젠슨 황에게 물었습니다.
"너 CEO 할 거지?”
젠슨 황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열일곱 살 때 로리에게 했던 약속이 이제 현실이 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이름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NVision'이라는 이름을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비전'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같은 이름의 회사가 있었습니다. 화장지를 만드는 회사였 다고 합니다.
이름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라틴어 사전을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인비디아(invidia)'라는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질투'라는 뜻이었습니다. 커티스 프리엠이 말했습니다.
"우리 제품을 보고 경쟁자들이 질투로 파랗게 질리게 만들자.”
그렇게 회사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엔비디아. NVIDIA. 질투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따온 이름이었습니다.
1993년 4월 5일. 젠슨 황은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회사를 정식으로 등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변호사의 이름은 제임스 게이더. 그는 젠슨 황에게 회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을 요구했습니다. 젠슨 황은 주머 니를 뒤졌습니다. 200달러가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젠슨 황은 크리스와 커티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각자 200달러씩 내줄 수 있어?”
두 사람도 200달러씩 냈습니다.
그렇게 엔비디아의 초기 자본금은 600달러가 되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0만 원쯤 됩니다. 지금 시가총액이 수조 달러에 달하는 회사의 시작이 70만 원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데니스 식당의 그 구석 자리. 그곳에서 세 청년이 냅킨 위에 그린 그림이 훗날 세계를 바꾸게 될 줄은, 그때 아무도 몰랐습니다.
시장이 없는 곳에 시장을 만들겠다는 선언
엔비디아가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팔 물건은 있는데, 살 사람이 없었습니다.
1993년 당시, 3D 그래픽 칩을 사줄 고객이 어디에 있었을까요?
PC 사용자들은 엑셀이나 워드 프로세서를 쓰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2D 그래픽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3D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아직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젠슨 황은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당신들 기술이 대단한 건 알겠어요. 그런데 누가 그걸 사겠어요? 시장이 어디 있나요?”
투자자들의 질문은 합리적이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물건을 사줄 고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만들려는 제품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0원짜리 시장이었습니다.
젠슨 황은 이것을 '제로 빌리언 달러 마켓(Zero Billion Dollar Market)'이라고 불렀습니다. 현재 가치가 0달러인 시장. 아무것도 없는 시장. 그런데 그는 바로 그곳을 노렸습니다.
보통의 경영자라면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찾았을 것입니다.
큰 시장에서 작은 점유율이라도 차지하는 것이 안전한 전략입니다. 경영학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젠슨 황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우리는 시장 점유율을 놓고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시장을 만들 것입니다.”
대담한 선언이었습니다. 시장이 없는 곳에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니까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달걀을 먼저 낳겠다고 대답한 셈이었습니다.
그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만약 우리가 저렴하고 강력한 3D 그래픽 칩을 만들면, 게임 개발자들이 그 칩을 이용해서 3D 게임을 만들 것입니다.
3D 게임이 나오면, 게이머들이 그 게임을 하기 위해 우리 칩을 살 것입니다.
칩이 팔리면 우리는 더 좋은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칩이 나오면 더 좋은 게임이 나올 것입니다. 이렇게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젠슨 황은 비디오 게임에 주목했습니다. 왜 하필 게임이었을까요? 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게임은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판매량을 가진 유일한 분야입니다.”
3D 게임을 만들려면 엄청난 계산 능력이 필요합니다. 실시간으로 화면을 그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미리 그려놓은 그림을 보여주면 됩니다. 하지만 게임은 다릅니다. 플레이어가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화면이 즉시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게임은 엄청나게 많이 팔립니다.
영화는 한 번 보면 끝이지만, 게임은 계속해서 즐깁니다. 인기 있는 게임은 수백만 장, 수천만 장이 팔립니다. 판매량이 크면 연구 개발에 투자할 돈도 많아집니다. 젠슨 황은 이 점을 노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엔비디아의 첫 번째 제품인 NV1은 실패했습니다.
성능은 좋았지만 너무 비쌌습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정한 표준과 맞지 않았습니다. 독자적인 기술을 고집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제품은 팔리지 않았고,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젠슨 황은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폐업까지 30일 남았다고 생각하며 일했습니다.”
30일. 한 달. 그 정도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급여를 줄 돈이 없었습니다. 연구 개발을 계속할 자금도 부족했습니다. 창업 후 5년 동안 세 번이나 파산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젠슨 황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줄였습니다. CEO가 1달러만 받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것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습니다. 나는 이 회사를 믿고, 내 미래를 여기에 걸었다. 당신들도 함께 믿어달라.
그리고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독자적인 기술을 고집하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표준을 따르기로 한 것입니다. NV3라는 새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이번에는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살아났습니다.
1999년, 엔비디아는 드디어 세상에 없던 것을 내놓았습니다. 지포스 256. 이 제품과 함께 젠슨 황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습니다. GPU. 그래픽 처리 장치. 이전까지는 그런 이름의 제품이 없었습니다. 그가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1993년 데니스 식당에서 냅킨 위에 그렸던 그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젠슨 황은 나중에 말했습니다.
"만약 창업이 얼마나 힘든지 미리 알았다면, 아마 시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무지가 오히려 용기가 되었던 셈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았고,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널 때, 그가 반드시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젠슨 황이 엔비디 아를 창업했을 때, 그가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강을 건넜습니다. 그리고두 사람 모두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2023년 9월, 젠슨 황은 다시 데니스 식당을 찾았습니다. 30년 전 창업을 논의했던 바로 그 식당이었습니다. 데니스 CEO 켈리 발라드가 그를 맞이했습니다. 그녀는 젠슨 황에게 표창장을 건넸습니다. 그가 앉았던 구석 자리에는 명판이 붙었습니다.
"1조 달러 기업을 탄생시킨 자리.”
젠슨 황은 그 자리에 서서 말했습니다.
"식당에서 첫 직장을 시작하세요. 식당에서 일하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겸손을 배우게 됩니다. 친절을 배우게 됩니다.”
열다섯 살에 접시를 닦던 소년. 서른 살에 루비콘을 건넌 청년. 예순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값진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시장이 없는 곳에 시장을 만들겠다던 그의 선언은 결국 이루어졌습니다. 3D 그래픽 칩 시장은 지금 수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GPU는 단순히 게임용 칩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면서, GPU는 그 세계를 움직이는 심장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의 뒷부분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1993년의 그날, 데니스 식당 구석 자리에서 세 청년이 내린 결단이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그리고 그 주사위는 세상을 바꾸는 숫자를 보여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