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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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서문
인공지능 AI, 법정에 서다
서문
김경진 변호사
2025년 어느 날, 나는 서울 사무실에서 낯선 이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해외 로펌 파트너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AI 저작권 분쟁이 생기면 어떤 법리가 적용되나요?" 나는 답장을 쓰려다 멈췄습니다. 확신이 없었습니다.
검사로 13년, 변호사로 15년 넘게 일해온 사람이 확신이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98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 세상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법은 명확했고, 기술은 단순했습니다. 인천지검에서 첫 발령을 받아 기업범죄를 수사할 때도, 서울중앙지검에서 지적재산권 사건을 다룰 때도, 나는 법조문과 판례라는 나침반을 믿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했습니다. 나침반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회의원으로 일하며 나는 기술 입법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디지털 거버넌스, 자율주행, 데이터 규제. 새로운 기술이 밀려올 때마다 법은 한 발 늦었습니다. 때로는 두세 발. 기술은 달리는데 법은 걷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로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AI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6개국의 AI 정책과 규제 프레임워크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EU AI Act를 읽고, 미국의 AI 이니셔티브를 검토했습니다. 《AI 패권전쟁》을 썼고, 《AI 행정혁명》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정책과 규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법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70건이 넘는 AI 저작권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2025년 한 해에만 소송 건수가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2025년 9월, Anthropic은 15억 달러를 지불하고 작가들과 합의했습니다. 미국 저작권 소송 역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불법복제 사이트에서 50만 권의 책을 내려받아 AI를 훈련시킨 대가였습니다. 2026년 1월 5일에는 뉴욕 연방법원이 OpenAI에게 2천만 건의 ChatGPT 대화 로그를 뉴욕타임스 측에 제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저작권 침해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기록들입니다.
저작권만이 아닙니다. 2025년 5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HR 소프트웨어 기업 Workday를 상대로 한 연령차별 집단소송을 허가했습니다. 40세 이상 지원자 수백만 명이 AI 채용 알고리즘에 의해 차별받았다는 주장입니다. 100개가 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단 한 번의 면접도 잡지 못한 사람. 그는 알고리즘이 자신을 걸러냈다고 믿었습니다. 2025년 8월에는 플로리다 배심원단이 테슬라에게 2억 4천만 달러 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오토파일럿 시스템의 결함이 사망 사고에 기여했다는 판결이었습니다. 12월에는 캘리포니아 DMV가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마케팅이 허위 광고라고 판정했습니다. 딥페이크 사기 피해는 2025년 1분기에만 2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3초 분량의 음성만 있으면 누구든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기록입니다.
뉴욕타임스가 OpenAI를 제소한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65,000명의 지원자를 걸러낸 알고리즘이 어떻게 법정에 서게 되었는지. 자신의 목소리를 도둑맞은 성우가 어떻게 싸웠는지.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법조인입니다. 동시에 기술의 미래를 믿는 사람입니다.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나는 이 책에서 보여주려 합니다.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Gemini, Claude, NoteBookLM 등 다양한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자료를 검색하고, 초안을 검토하고, 번역을 확인하는 데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이러니합니다. AI가 촉발한 법적 분쟁을 다루는 책을 AI와 함께 썼으니까요. 더 아이러니한 것이 있습니다. 내가 사용한 Claude를 만든 Anthropic은 바로 지금 15억 달러 합의금을 분할 납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AI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AI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AI와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그 이해의 작은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1월 김경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