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재
책으로 읽는 AI서재
한 권을 고르고, 목차에서 차례대로 읽을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PDF 다운로드 책
다국어로 읽는 대학생 교양 인공지능
한국어 원문과 외국어 번역을 함께 실은 유학생용 교재입니다. 각 책 소개 페이지에서 PDF를 받을 수 있습니다.
[AI서재] 5장 AI 고용 차별과 알고리즘 편향 (100번 탈락한 남자)
인공지능 AI, 법정에 서다
제2부 알고리즘 차별과 규제집행
5장 AI 고용 차별과 알고리즘 편향 (100번 탈락한 남자)
김경진 변호사
가. Mobley v. Workday 랜드마크 사건 (알고리즘이 나를 거부했다)
(1) AI 고용결정의 대리인(Agent) 책임론
데릭 모블리는 100개가 넘는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단 한 번의 면접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는 흑인이었습니다.
40대였습니다.
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력서에는 역사적 흑인 대학(HBCU) 졸업 경력이 적혀 있었고, 1995년이라는 졸업연도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한 번도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일까요.
어느 날 그는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지원서를 제출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거절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그것도 새벽 시간에. 사람이 검토했다면 불가능한 속도였습니다.
그는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2023년 2월, 모블리는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피고는 그를 거절한 100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워크데이(Workday)라는 단 하나의 회사였습니다. 워크데이는 인사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전 세계 수천 개 기업이 이 회사의 채용 플랫폼을 사용합니다. 모블리가 지원한 100개 회사 대부분이 워크데이의 시스템을 쓰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법적으로 흥미로운 질문이 등장합니다. 워크데이는 모블리의 고용주가 아닙니다. 그를 채용하려 한 적도 없습니다. 단지 채용 도구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워크데이가 고용 차별의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모블리의 변호사들은 "대리인 책임론(Agent Liability)"이라는 법리를 꺼내 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런 것입니다. 당신이 부동산 중개인에게 집을 팔아달라고 의뢰했다고 합시다.
중개인이 특정 인종의 구매자에게만 집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그 중개인도 차별의 책임을 집니다. 당신의 대리인으로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워크데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모블리 측 주장이었습니다. 워크데이는 단순히 도구를 제공한 게 아닙니다. 누구를 면접에 부를지, 누구를 탈락시킬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워크데이는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고용주가 아닙니다. 고용 결정은 우리 고객사가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설정한 기준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일 뿐입니다.
2024년 7월 12일, 리타 린(Rita Lin) 판사는 워크데이의 기각 요청을 상당 부분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의 핵심 문장은 이랬습니다. "워크데이의 소프트웨어는 고용주가 설정한 기준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원자를 추천하고 어떤 지원자를 탈락시킬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한 문장이 AI 채용 도구 산업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2) 연령·인종·장애 복합 차별 인정
모블리의 소송은 단순한 연령 차별 소송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세 가지 보호 특성을 모두 주장했습니다. 연령(40세 이상), 인종(흑인), 장애(불안장애). 법적으로 이것을 "복합 차별(Intersectional Discrimination)"이라고 부릅니다.
복합 차별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학입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5%의 불이익을 받고, 40대라는 이유로 5%의 불이익을 받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5%의 불이익을 받는다고 합시다. 단순 합산하면 15%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불이익들이 곱해집니다. 40대 흑인 장애인은 20대 백인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블리의 변호사들은 AI 시스템이 이런 복합 차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워크데이의 알고리즘은 지원자의 졸업연도를 봅니다. 1995년 졸업이면 대략 나이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흑인 대학 졸업 경력을 봅니다. 인종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력서에 있는 공백 기간을 봅니다. 건강 문제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채용 추천 점수"를 매깁니다.
문제는 이 점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린 판사는 모블리의 복합 차별 주장이 본안 소송을 진행하기에 충분히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녀는 모블리가 "100개 이상의 다양한 직종에 지원했음에도 모든 지원에서 스크리닝 단계에서 거절당했다"는 점, 그리고 "거절 이메일이 업무 시간 외에, 지원 후 한 시간 이내에 도착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합치면, 워크데이의 알고리즘이 자격 조건이 아닌 다른 요소, 즉 보호받는 특성에 근거해 자동으로 지원자를 거절했다는 추론이 가능했습니다.
(3) Workday AI 시스템 분석과 집단소송 확대
2025년 5월 16일,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린 판사가 연령차별금지법(ADEA)에 따른 집단소송 조건부 인증을 승인한 것입니다.
집단소송 인증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겠습니다.
모블리 혼자 소송을 진행하면, 워크데이는 그에게만 배상하면 됩니다.
하지만 집단소송이 인증되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소송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워크데이의 법률 팀이 법정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워크데이 시스템을 통해 거절된 지원서는 11억 건이었습니다. 그중 40세 이상 지원자만 추리면 "수억 명"에 달할 수 있습니다.
워크데이는 바로 이 점을 기각 사유로 주장했습니다. 수억 명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린 판사의 답변은 명쾌했습니다. "집단이 수억 명에 달한다면, 그것은 워크데이가 수억 명을 차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차별 혐의가 통지를 거부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 판결 이후, 양측은 집단 구성원에게 소송 참여 기회를 알리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2025년 12월, 법원은 통지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전통적인 집단소송에서는 우편으로 통지서를 보냅니다. 하지만 수억 명에게 우편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린 판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통지, 심지어 워크데이 자체 플랫폼을 통한 통지까지 허용했습니다. 집단소송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소송을 넘어섭니다. AI 채용 도구를 제공하는 모든 벤더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워크데이가 패소한다면, 하이어뷰(HireVue), 에이케이(ATS), 파이메트릭스(Pymetrics) 같은 다른 AI 채용 도구 회사들도 비슷한 소송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도구들을 사용하는 고용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린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소송은 AI 채용 도구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법적 테스트 중 하나다."
나. EEOC 및 연방기관 집행 사례
(1) iTutorGroup 연령차별 합의: 최초의 연방 제재
2023년 8월, 미국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는 역사적인 발표했습니다. iTutorGroup이라는 온라인 영어 교육 회사가 AI 채용 시스템으로 연령 차별을 했다는 혐의로 36만 5천 달러를 국가에 납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iTutorGroup의 AI 시스템은 단순했습니다.
지원자의 나이를 확인한 후, 여성은 55세 이상, 남성은 60세 이상이면 자동으로 탈락시켰습니다. 사람이 이력서를 검토하기도 전에. 이것은 노골적인 의도적 차별이었습니다. 알고리즘에 "55세 이상 여성은 탈락"이라는 규칙을 직접 코딩한 것이니까요.
EEOC는 이 사건을 AI 채용 차별에 대한 첫 번째 연방 제재로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당시 EEOC 위원장 샬럿 버로우스(Charlotte Burrows)는 성명에서 말했습니다. "고용주들은 AI와 알고리즘을 차별의 방패로 사용할 수 없다. 기술이 차별적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여전히 불법이다."
iTutorGroup 사건은 어떤 의미에서 쉬운 사건이었습니다. 명백한 의도적 차별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어려운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의도 없이,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법률 용어로 이것을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이라고 부릅니다. 모블리 대 워크데이 사건이 바로 이 차별적 영향을 다루고 있습니다.
(2) AI 채용도구 감사 현황과 기준
2023년 5월, EEOC는 AI 채용 도구에 관한 기술 지침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문서는 고용주들에게 AI 도구를 사용할 때 민권법 제7편(Title VII)을 어떻게 준수해야 하는지 안내했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이랬습니다.
AI 도구가 특정 보호 집단에 불균형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기적으로 검사하라. 불균형한 영향이 발견되면, 그 도구가 업무 관련성이 있고 사업상 필요한지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2025년 1월,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AI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을 폐지했습니다. 1월 23일, "미국의 AI 리더십 장벽 제거"라는 제목의 새로운 행정명령을 서명했습니다. 이 명령은 연방 기관들에게 기존 AI 정책을 검토하고, "혁신에 방해가 되는" 정책을 철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1월 27일, EEOC 웹사이트에서 AI 관련 지침들이 사라졌습니다. 2023년 5월의 Title VII 지침, 2022년 5월의 장애인법(ADA) 관련 지침, 2024년 12월의 웨어러블 기기 관련 지침까지. 노동부(DOL)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I와 포용적 채용 프레임워크", "AI 모범 사례" 같은 문서들이 접근 불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지침이 사라졌다고 해서 법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민권법 제7편, 연령차별금지법(ADEA), 장애인법(ADA)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법들은 의회가 제정한 것이고,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폐지할 수 없습니다. 모블리 대 워크데이 소송이 계속 진행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기회의 평등과 능력주의 회복"이라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기관들에게 "차별적 영향" 이론에 기반한 집행을 축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것은 모블리 소송의 핵심 법리를 겨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민간 소송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모블리의 변호사들은 연방 정부가 아니라 사인(私人)으로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2026년 현재 미국은 기묘한 상황속에 있습니다. 연방 정부 기관들은 AI 채용 차별에 대한 집행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소송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주(州) 정부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다. 뉴욕시의 실험
(1) 뉴욕시 Local Law 144: 자동화 고용결정 도구(AEDT) 편향 감사 의무화
2023년 7월 5일, 뉴욕시는 세계 최초로 AI 채용 도구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습니다. 뉴욕시법 144호(Local Law 144)는 "자동화 고용결정 도구(Automated Employment Decision Tool, AEDT)"를 사용하는 모든 고용주에게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째, 독립적인 편향 감사를 매년 실시할 것.
둘째,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지원자에게 AI 도구 사용 사실을 알릴 것.
편향 감사란 무엇일까요. 학교 시험을 생각해 보십시오. 한 학급에 남학생 100명, 여학생 100명이 있습니다. 시험을 치렀습니다. 남학생 중 50명이 합격했습니다. 합격률 50%입니다. 여학생 중 35명이 합격했습니다. 합격률 35%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왜 여학생 합격률이 더 낮을까요. 여학생이 공부를 못해서일까요. 아니면 시험 문제 자체에 문제가 있을까요.
미국 고용법은 간단한 계산법을 만들었습니다. 여학생 합격률을 남학생 합격률로 나눕니다. 35 나누기 50. 답은 0.7입니다. 70%입니다. 이 숫자가 80% 미만이면 빨간불이 켜집니다. 시험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것이 "4/5 규칙"입니다. 5분의 4. 80%. 한 집단의 합격률이 다른 집단의 80%에 미치지 못하면, 그 시스템은 의심을 받습니다. 시스템이 특정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편향 감사는 이 계산을 AI 채용 도구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청년과 중장년. 각 집단의 합격률을 비교합니다. 80% 기준선을 넘는지 확인합니다. 넘지 못하면 AI가 차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5년 12월, 뉴욕시 감사관(Comptroller)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집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편향 감사를 형식적으로만 실시하거나, 감사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뉴욕시법은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다른 주와 도시들이 이를 참고해 더 강력한 규제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 일리노이 SB 1398: AI 채용 규제
일리노이주는 AI 채용 규제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2020년부터 시행된 "AI 비디오 면접법(Artificial Intelligence Video Interview Act)"은 고용주가 AI로 비디오 면접을 분석할 때 지원자에게 미리 알리고 동의를 받도록 요구합니다.
2025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HB 3773호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법은 AI가 채용, 승진, 해고 등 고용 관련 결정에 사용될 때 보호받는 특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합니다. 또한 고용주에게 AI 사용 사실을 지원자와 직원에게 통지하도록 요구합니다.
일리노이법의 특징은 기존 차별금지법의 틀 안에서 AI를 규제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법적 개념을 만들지 않고, 기존의 차별 금지 원칙이 AI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3) 콜로라도 AI Act: 차별적 영향 사전 방지 의무
콜로라도주는 가장 야심찬 AI 규제를 시도했습니다. 2024년 5월에 통과된 SB 24-205, 일명 " 콜로라도 AI법(Colorado AI Act)"은 EU AI법을 모델로 삼아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알고리즘 차별 방지"입니다. 고용, 주거, 금융, 의료, 교육 분야에서 중요한 결정에 사용되는 AI 시스템의 개발자와 배포자는 "합리적인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여 차별을 방지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영향 평가(impact assessment)를 실시하고, 위험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소비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 법은 시행되기도 전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2025년 5월, 콜로라도 주지사 재러드 폴리스(Jared Polis)는 주 의회에 서한을 보내 법 시행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이 법이 "복잡한 준수 체계"를 만들어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25년 8월, 콜로라도 의회는 특별 회기를 열었습니다. 여러 개의 수정안이 제출되었습니다.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법안,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법안, 소기업 면제를 확대하는 법안. 협상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결국 8월 26일,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 로버트 로드리게스(Robert Rodriguez)는 타협안 대신 단순한 시행 연기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원래 2026년 2월 1일이었던 시행일을 2026년 6월 30일로 5개월 미루는 것이었습니다.
8월 28일, 폴리스 주지사는 이 법안(SB 25B-004)에 서명했습니다. 콜로라도 AI법의 모든 실질적 요구사항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단지 시행이 늦춰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복잡성이 추가되었습니다. 2025년 12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AI 정책의 국가적 프레임워크 보장"이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 명령은 "주(州) 차원의 과도한 규제"가 AI 혁신을 저해한다고 비판하며, 법무부에 "AI 소송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문제가 있는 주법에 법적 도전을 제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콜로라도 AI법이 첫 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사이의 이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방 정부는 AI 산업의 혁신을 우선시하고, 주 정부들은 시민 보호를 우선시합니다. 기업들은 그 사이에서 어떤 규칙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라. 기업 분쟁 사례
(1) Intuit/HireVue 사건
2019년,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하이어뷰(HireVue)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출했습니다.
하이어뷰는 비디오 면접 플랫폼으로, AI를 사용해 지원자의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단어 선택을 분석하고 "채용 가능성 점수"를 매깁니다.
ACLU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하이어뷰의 시스템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감정 인식" 기술에 의존한다. 이 기술은 특정 인종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은 "정상적인" 눈 맞춤이나 얼굴 표정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흑인의 얼굴 표정은 백인의 얼굴 표정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하이어뷰는 이 비판에 대응해 2021년에 얼굴 분석 기능을 제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음성 분석과 언어 분석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 보스턴 글로브 기사에 따르면, 하이어뷰는 여전히 머신러닝을 사용해 지원자의 답변을 점수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상과 음성이 아니라 텍스트로 변환된 답변을 분석한다고 합니다.
인튜잇(Intuit), 델타 항공, T모바일,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대기업들이 하이어뷰를 사용해왔습니다. FTC는 ACLU의 민원에 대해 공식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AI 채용 도구에 대한 공적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2) Baker v. CVS: 알고리즘 필터 논란
브렌던 베이커(Brendan Baker)는 매사추세츠주 밀턴에 사는 주민이었습니다.
2021년 1월, 그는 CVS 약국의 공급망 관리직에 지원했습니다. 그는 채용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CVS는 하이어뷰의 비디오 면접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지원자는 화면 앞에서 질문에 답하고, 그 영상이 녹화됩니다. 질문들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성실함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누군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본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성실하게 행동한 경험을 말해주세요."
녹화된 영상은 어펙티바(Affectiva)라는 제3자 플랫폼으로 전송되었습니다.
MIT 미디어랩에서 스핀오프된 이 회사는 AI를 사용해 얼굴 표정, 눈 맞춤, 목소리 톤, 억양을 분석합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하이어뷰는 지원자에게 "채용 가능성 점수"를 부여합니다. 이 점수에는 "성실성과 책임감" 평가가 포함됩니다.
하이어뷰의 마케팅 자료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지원자가 "타고난 성실함과 명예심"을 가지고 있는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 탐지"에 도움이 되고, "과장하는 사람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합니다.
베이커는 2023년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의 법적 주장은 의외의 각도에서 나왔습니다.
매사추세츠주에는 "거짓말 탐지기법(Lie Detector Statute)"이 있습니다. 이 법은 고용주가 채용 조건으로 거짓말 탐지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또한 모든 채용 지원서에 "매사추세츠에서는 거짓말 탐지 테스트를 고용 조건으로 요구하거나 실시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통지를 포함하도록 요구합니다.
베이커의 주장은 단순했습니다.
하이어뷰의 시스템은 사실상 거짓말 탐지기입니다. 지원자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해서 "성실함"을 평가한다면, 그것은 기만을 탐지하려는 시도입니다. CVS는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법이 요구하는 통지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2월 16일, 패티 사리스(Patti B. Saris) 판사는 CVS의 기각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그녀는 베이커가 통지를 받지 못함으로써 "정보적 손해(informational injury)"를 입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통지를 받았다면, 그는 면접을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을 것입니다. 2024년 7월 17일, CVS와 베이커는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1980년대에 만들어진 거짓말 탐지기 금지법이 2020년대의 AI 기술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술 중립적(technology-neutral)" 법 해석의 힘입니다. 법이 특정 기술(폴리그래프)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기만 탐지)을 금지했다면,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새로운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이런 해석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베이커 사건과 모블리 사건, 그리고 연방과 주 정부 사이의 규제 줄다리기는 하나의 큰 질문을 던집니다. AI가 채용 결정을 내릴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합니까. 알고리즘을 만든 개발자입니까. 알고리즘을 구매한 고용주입니까. 아니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됩니까. 다음 장에서 다룰 FTC의 집행 사례들은 이 질문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