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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부록 3. 기업 AI 도입 법적 리스크 체크리스트
인공지능 AI, 법정에 서다
부록
부록 3. 기업 AI 도입 법적 리스크 체크리스트
김경진 변호사
2024년의 어느 화요일 아침, 캐나다 밴쿠버의 한 항공사 임원은 커피를 마시다 사레가 들렸습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민사분쟁해결심판원이 에어캐나다에 812달러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금액은 작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수십억 달러의 무게를 지녔습니다. 심판관 크리스토퍼 리버스는 이렇게 썼습니다. "챗봇이 대화형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에어캐나다 웹사이트의 일부일 뿐입니다. 에어캐나다가 자사 웹사이트의 모든 정보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에어캐나다의 변호사들은 기막힌 논리를 펼쳤습니다. 챗봇은 "별개의 법적 실체"이므로 회사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심판관은 이를 "놀라운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 순간 전 세계 기업의 법무팀 사무실에서는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챗봇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습니까?"
이 체크리스트는 그 혼란스러운 화요일 아침을 맞이하지 않기 위한 생존 가이드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할 일 목록'이 아닙니다. 이것은 AI라는, 우리가 만든 것 중 가장 똑똑하지만 가장 통제하기 힘든 존재를 회사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여올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안전 가옥의 설계도입니다.
AI 모델 개발 단계별 법적 체크리스트
2025년 6월 23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윌리엄 알섭 판사가 의자에 기대앉았습니다. 그의 앞에는 작가들과 앤스로픽 간의 저작권 소송 서류가 쌓여 있었습니다. 앤스로픽은 수백만 권의 책을 학습시켜 클로드를 만들었습니다. 일부는 합법적으로 구입했고, 일부는 인터넷의 해적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했습니다. 판사는 펜을 들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취득한 저작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은 공정이용이다. 놀라울 정도로 변형적이다." 하지만 다음 문장이 문제였습니다. "불법 복제본을 사용한 것은 다른 이야기다."
모든 재앙은 아주 작은 결정에서 시작됩니다. 2023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그냥 가져다 써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개발자의 클릭 한 번이, 2025년 수천억 원짜리 소송장이 되어 돌아오는 식입니다. 모델 개발 단계는 건물의 기초를 다지는 것과 같습니다. 기초가 오염되면 건물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첫 번째 관문은 AI 시스템의 위험 등급 분류입니다. 여러분이 만들려는 AI가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EU AI법은 2025년 8월 2일부터 범용 AI 모델에 대한 의무를 시행했습니다. 고위험 AI를 만든다면, 여러분은 매출의 최대 7%를 과징금으로 낼 각오를 해야 합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대 3,500만 유로입니다. 고위험 AI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을 내리는 AI입니다. 채용, 대출, 의료 진단, 보험 심사, 입학 사정. 이런 영역에서 작동하는 AI는 모두 고위험으로 분류됩니다. 콜로라도주의 AI법도 같은 논리를 따릅니다. 2026년 6월 30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AI에 합리적 주의 의무를 부과합니다. 위반 시 건당 2만 달러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개발팀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AI는 누군가의 취업, 대출, 의료, 주거에 영향을 미치는가? 만약 그렇다면, 여러분은 고위험 AI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지 마십시오. 저위험이라고 해서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관문은 모델의 출처와 라이선스 확인입니다. 오픈소스라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오픈소스라고 해서 모두 공짜는 아닙니다. 아파치 2.0 라이선스인지, 상업적 이용이 금지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연구용'으로 배포된 모델을 가져다가 유료 서비스를 만든다면, 여러분은 스스로 시한폭탄의 타이머를 누른 셈입니다. 깃허브 코파일럿 소송이 좋은 예입니다. 이 소송은 오픈소스 코드의 라이선스 정보를 제거하고 학습에 사용한 행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2025년 12월 현재, 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외부 API를 사용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의 API를 쓸 때 계약서를 꼼꼼히 읽었습니까? 데이터 처리 권한, 기밀 유지, 2차 학습 금지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까? "제공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포괄적 면책은 실무에서 통상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배포자인 여러분도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관문은 알고리즘 편향성 테스트입니다. 워크데이 소송을 떠올리십시오. 흑인, 장애인, 40대 이상 지원자를 시스템적으로 걸러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개발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모델을 공격하고, 편향성을 드러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레드 팀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지금 내부에서 발견하는 편향은 '버그'지만, 나중에 법정에서 발견되는 편향은 '차별'입니다. 차별은 벌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집단소송으로 이어집니다.
네 번째 관문은 설명 가능성의 확보입니다. 블랙박스 AI는 법정에서 취약합니다. 시그나와 유나이티드헬스의 의료 보험 거부 사건에서, AI의 불투명한 거절 사유는 집단소송의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AI가 특정 결론을 내린 이유를 사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술적 아키텍처를 갖추었습니까? EU AI법은 고위험 AI에 대해 기술문서와 로그 보관을 '시장 출시 전 작성'으로 못 박고 있습니다. "나중에 쓰면 늦는다"는 경고입니다.
마지막으로, 파운데이션 모델의 투명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API를 쓴다면, 그나마 책임의 일부를 그들에게 미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거대언어모델을 미세조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여러분의 모델이 학습한 기본 데이터에 아동 성착취물이나 테러 모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습니까? 2023년 스탠포드 연구팀은 LAION-5B 데이터셋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발견했습니다. 이 데이터셋은 수많은 이미지 생성 AI의 학습에 사용되었습니다.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체크리스트
2023년 12월 27일, 뉴욕타임스의 변호사들은 69페이지짜리 소장을 연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거기에는 이상한 증거가 들어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와 ChatGPT가 생성한 텍스트를 나란히 놓은 것이었습니다. 두 텍스트는 거의 똑같았습니다. 단어 하나, 쉼표 하나까지. 변호사들은 이것을 '역류'라고 불렀습니다. AI가 학습한 내용을 그대로 토해내는 현상. 그들의 주장은 단순했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기사를 복사했다. 그것도 수백만 개를.
데이터는 AI의 식량입니다. 하지만 상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듯, 오염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AI는 환각을 일으키거나 소송을 불러옵니다.
첫 번째 점검 항목은 학습 데이터의 적법한 취득 여부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니까 써도 된다"는 말은 2022년까지만 통하던 변명입니다. 2025년 2월 11일,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의 스테파노스 비바스 판사는 톰슨 로이터 대 로스 인텔리전스 사건에서 공정이용 항변을 기각했습니다. 로스는 웨스트로의 저작권 있는 헤드노트를 학습에 사용했습니다. 판사는 이것이 저작권 침해라고 판결했습니다.
웹 크롤링을 할 때 robots.txt 규약을 준수했습니까? 유료 구독 뒤에 있는 콘텐츠를 우회해서 긁어오지는 않았습니까? 데이터 브로커에게 샀다면, 그 브로커는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얻었습니까?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데이터를 폐기하는 것이 쌉니다. 앤스로픽 사건에서 알섭 판사는 분명히 했습니다. 합법적으로 취득한 책으로 학습시키는 것은 공정이용이지만, 해적판을 사용한 것은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고.
두 번째 점검 항목은 개인정보 및 생체정보 포함 여부입니다. 클리어뷰 AI의 사례를 기억하십시오. 이 회사는 인터넷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긁어모아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3,050만 유로, 영국에서 755만 파운드, 프랑스에서 2,000만 유로, 이탈리아에서 2,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물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일리노이주 생체정보보호법(BIPA) 위반으로 집단소송에 직면했습니다.
여러분의 데이터셋에 이름, 주소, 전화번호, 혹은 사람의 얼굴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았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GDPR이나 BIPA 위반으로 회사의 문을 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데이터 보호 당국은 ChatGPT가 GDPR상의 삭제권을 기술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서비스를 일시 차단한 적이 있습니다.
세 번째 점검 항목은 데이터 정화와 저작권 꼬리표 관리입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학습 데이터에 '체제 전복적 내용'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서구권에서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콘텐츠가 학습에 쓰이는 것을 거부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025년 8월 2일부터 시행된 EU AI법은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학습 데이터의 요약 공개를 의무화했습니다. 데이터 출처, 라이선스 상태, 개인정보 포함 여부, 합성 데이터 사용 여부를 문서화해야 합니다.
학습 데이터에 꼬리표를 달아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 데이터만 골라서 삭제하는 '언러닝'은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데이터 계보를 남겨 나중에 특정 출력이 어떤 데이터 군에서 비롯되었는지 설명 가능한 수준까지 끌고 가야 합니다.
네 번째 점검 항목은 입력 데이터의 기밀성 유지입니다. 직원들이 챗봇에게 회사의 기밀 문서를 입력하며 요약해 달라고 시키고 있지는 않습니까? 2023년 삼성전자의 엔지니어가 ChatGPT에 기밀 코드를 입력했던 사건을 기억하십시오. 그 정보가 OpenAI의 서버에 저장되었습니다. 입력된 데이터가 모델 학습에 재사용되지 않도록 설정했는지,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계약을 맺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품질과 편향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구글의 피부과 AI 앱은 어두운 피부색에 대한 데이터 부족으로 편향성 논란을 빚었습니다. 데이터가 특정 인종, 성별,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습니까? 불균형이 심한 경우 샘플링 조정, 합성 데이터 보강, 모니터링 지표를 도입해야 합니다.
배포 전 법적 검토 항목
2024년 2월 14일, 제이크 모팻이라는 사람이 에어캐나다를 이겼습니다. 그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그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예약해야 했습니다. 에어캐나다 웹사이트의 챗봇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정상가로 예약하신 후 90일 이내에 사별 할인을 신청하시면 됩니다." 모팻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에어캐나다의 실제 정책은 사후 신청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에어캐나다는 항변했습니다. 챗봇이 한 말에 대해 회사가 책임질 수 없다고. 챗봇은 "별개의 법적 실체"라고. 심판관은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에어캐나다가 자사 웹사이트의 모든 정보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정보가 정적 페이지에서 나왔든 챗봇에서 나왔든 차이가 없습니다."
모델을 만들었고, 데이터도 깨끗하다고 칩시다. 이제 세상에 내놓을 차례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 AI가 저지를 사고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를 정하는 일입니다.
첫 번째 검토 항목은 약관 및 면책 조항의 구체화입니다. "AI가 뱉은 말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라는 한 줄의 문구로는 부족합니다. 에어캐나다 사건에서 보았듯, 법원은 AI를 회사의 대리인으로 간주합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의 한계, 의사 결정의 구속력 여부, 그리고 사용자가 AI 생성물을 활용할 때의 책임 소재를 약관에 명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아무리 약관을 잘 써도, 소비자를 기만했다면 소용없습니다. 미국 FTC는 'Operation AI Comply'를 통해 DoNotPay의 "로봇 변호사" 같은 과장 광고 기업들을 집중 단속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검토 항목은 AI 생성물 표시 의무입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이나 가짜 뉴스로 인한 소송을 피하고 싶다면, 이 콘텐츠가 AI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티 나게 알려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와 EU는 이미 이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생성형 AI 관리 잠정방법도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현저한 식별 표식"을 요구합니다. 워터마크 기술을 적용했습니까? C2PA 표준에 따른 메타데이터를 삽입했습니까? 사용자가 이를 임의로 삭제할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까?
세 번째 검토 항목은 설명 가능성과 이의 제기 절차입니다. 여러분의 AI가 누군가의 대출을 거절하거나 채용을 불합격시켰다면, 그 사람은 "왜?"라고 물을 권리가 있습니다. 콜로라도주 AI법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합니다. AI의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리포트 기능이 있습니까? AI의 결정에 대해 인간 상담원에게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까? '인간 개입 시스템'은 법적 안전장치입니다. GDPR 제22조는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정보주체에게 부여합니다.
네 번째 검토 항목은 환각 방지 및 모니터링 시스템입니다. AI는 숨 쉬듯이 거짓말을 합니다. 문제는 그 거짓말이 너무나 그럴듯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통제된 환경에서도 AI 챗봇은 3%에서 27%의 확률로 환각을 일으킵니다. 마타 대 아비앙카 사건에서 뉴욕의 변호사 스티븐 슈워츠는 ChatGPT가 만들어낸 가짜 판례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징계를 받았습니다. 배포 전에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 등을 통해 사실관계 검증 절차를 거쳤습니까? 출시 후에도 AI가 뱉어내는 유해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차단할 수 있는 관제탑이 있습니까? 다섯 번째 검토 항목은 제3자 권리 침해 모니터링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 딥페이크 사태나 엑스AI의 그록이 만든 비동의 성적 이미지 논란은 플랫폼 기업의 필터링 의무 소홀에 대한 법적, 사회적 비난을 초래했습니다. 유명 캐릭터, 상표, 초상권 침해 소지가 있는 키워드 입력 시 생성을 거부하거나 변형하는 필터링이 정상 작동합니까? 저작권자나 피해자가 권리 침해를 신고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창구를 마련했습니까? 신고 접수 시 즉각적인 게시 중단 및 검토 절차가 내부 매뉴얼화되어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책임 소재와 거버넌스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AI 윤리 및 법적 리스크를 전담하여 모니터링하고, 사고 발생 시 '킬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 있습니까? ISO/IEC 42001이 'AI 경영시스템'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업이 AI를 만들거나 쓰는 전 과정에서 정책과 책임, 절차와 개선을 시스템으로 고정하라는 취지입니다. AI 책임 보험에 가입했거나 준비금이 확보되었습니까?
이 체크리스트의 항목 하나하나는 누군가가 피눈물을 흘리며 얻어낸 교훈입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다음 챕터의 '피고인'으로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혁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애초에 법원에 갈 일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에필로그: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시대2024년 1월, 네바다 사막의 한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있었습니다. 환자는 29세의 사지마비 청년 놀랜드 아보였습니다. 8년 전 다이빙 사고로 어깨 아래 모든 감각을 잃은 그였습니다. 의사들이 삽입한 것은 동전 크기의 칩이었습니다. 1,024개의 전극이 달린 뉴럴링크의 첫 번째 인간용 임플란트.
수술 후 몇 주가 지났습니다. 아보는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였습니다. 체스를 두었습니다. 마리오 카트를 플레이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커서를 움직이려고 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했어요. 지금은 그냥 커서가 거기로 가라고 생각해요. 손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어요."
이 문장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손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인간이 수백만 년간 도구를 사용해온 방식, 의지와 행동 사이에 반드시 존재하던 신체라는 매개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책은 AI가 촉발한 법적 분쟁들을 다뤘습니다. 저작권, 차별, 프라이버시, 안전. 이 모든 분쟁의 밑바닥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영역에 들어왔을 때, 기존의 규칙은 여전히 유효한가.
법정은 이 질문에 답하려 애썼습니다. 판사들은 19세기에 만들어진 저작권법을 21세기의 언어모델에 적용했습니다. 1960년대 민권법을 알고리즘 차별에 대입했습니다. 때로는 맞아떨어졌고, 때로는 어긋났습니다. 뉴욕타임스 대 OpenAI 소송의 판사는 "공정이용"이라는 오래된 개념을 수백만 건의 데이터 학습에 적용해야 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마차 시대의 교통법규로 자율주행차를 규제하려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의 혼란은 더 큰 혼란의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법률 시스템의 위기가 아닙니다. 문명 자체의 재정의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이런 순간은 몇 번 없었습니다.
불의 발견. 농업혁명. 인쇄술. 산업혁명. 각각의 순간에 인류는 새로운 능력을 얻었고, 그 능력은 기존의 모든 것을 뒤흔들었습니다. 농업은 정착 생활을 낳았고, 정착은 도시를 만들었고, 도시는 국가를 탄생시켰습니다. 인쇄술은 지식의 독점을 무너뜨렸고, 종교개혁과 과학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산업혁명은 노동의 의미를 바꿨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대립하는 철학을 낳았습니다.
AI는 이 계보의 다음 장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속도입니다. 농업혁명은 수천 년에 걸쳐 퍼졌습니다. 산업혁명은 수백 년이 걸렸습니다. AI는 수년 만에 모든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ChatGPT가 출시되었습니다. 2년 후, 우리는 AI가 기사를 쓰고, 코드를 작성하고, 의료 진단을 내리고, 법적 조언을 하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법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것이 이 책에 담긴 모든 분쟁의 본질입니다. 기술은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하고, 법은 산술적으로 대응합니다. 그 간극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소송이 제기되고, 판사들이 고민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새로운 현실을 설명할 철학이 없습니다.
저작권법은 "창작자"라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하지만 창작자가 무엇인지 우리는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합니다. AI가 그림을 그릴 때, 창작자는 AI인가, AI를 만든 회사인가, 프롬프트를 입력한 사용자인가, 아니면 AI가 학습한 수백만 작품의 원작자들인가. 미국 법원과 중국 법원은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 그 차이는 법률 해석의 차이가 아닙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전제의 차이입니다.
고용차별법은 "의도"라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누군가를 차별하려는 의도가 있었는가. 하지만 알고리즘에게 의도란 무엇입니까. Workday의 채용 시스템은 흑인 지원자를 차별하려는 의도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그저 과거 데이터의 패턴을 학습했을 뿐입니다. 그 패턴에 역사적 차별이 녹아 있었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알고리즘의 책임입니까, 알고리즘을 만든 회사의 책임입니까, 차별적 데이터를 생산한 사회 전체의 책임입니까.
프라이버시법은 "개인"이라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나의 얼굴, 나의 목소리, 나의 데이터는 나의 것입니다. 하지만 AI가 수백만 개의 얼굴을 학습해서 만든 합성 얼굴은 누구의 것입니까. 어떤 특정인의 얼굴도 아니면서 모든 사람의 얼굴인 이미지. 우리의 법은 이런 존재를 상상한 적이 없습니다.
뉴럴링크의 놀랜드 아보로 돌아가 봅시다. 그는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합니다. 지금은 컴퓨터 커서입니다. 10년 후에는 무엇일까요. 로봇 팔. 외골격. 어쩌면 다른 사람의 신체.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궁극적 목표가 "인간과 AI의 공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뇌를 AI에 직접 연결하는 것. 생각의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 그가 옳든 틀리든, 이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인간이란 무엇입니까. 뇌에 칩을 이식한 사람은 인간입니까, 사이보그입니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무엇입니까. 그의 생각은 순수하게 그의 것입니까, 아니면 AI가 보조한 것입니까. 그가 AI의 도움으로 떠올린 아이디어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가 AI의 제안에 따라 내린 결정의 책임은 누가 집니까.
이 질문들에 답할 철학이 우리에게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개의 거대한 철학 체계를 발전시켰습니다. 이 체계들은 "노동이란 무엇인가", "소유란 무엇인가", "정의로운 분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답이었지만, 적어도 질문은 공유했습니다.
AI 시대에는 질문 자체가 바뀝니다. 노동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소유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생각의 소유권이란 무엇인가. 정의로운 분배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정의로운 관계란 무엇인가.
이 새로운 질문들에 답하려면 새로운 철학이 필요합니다. 칸트가 계몽주의를 위해, 마르크스가 산업사회를 위해, 롤스가 복지국가를 위해 제공한 것처럼. 누군가는 AI 시대의 철학적 기초를 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개인인지 집단인지, 서양에서 나올지 동양에서 나올지, 인간이 만들지 아니면 아이러니하게도 AI가 도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에 등장한 판사들, 변호사들, 피해자들, 기업인들은 모두 이 거대한 전환기의 첫 세대입니다. 그들은 완전하지 않은 도구로 완전하지 않은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옳은 결정을 내리고, 때로는 틀린 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 자체가 새로운 철학의 재료가 됩니다.
뉴욕타임스 대 OpenAI 판결이 어떻게 나든, 그것은 "AI 학습이 저작권을 침해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됩니다. Workday 판결이 어떻게 나든, 그것은 "알고리즘 차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됩니다. 이 답들이 쌓여서 패턴이 되고, 패턴이 쌓여서 원칙이 되고, 원칙이 쌓여서 철학이 됩니다.
우리는 그 철학이 완성되기 전에 살고 있습니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하고, 때로는 불공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문명의 시작이었습니다. 규칙이 만들어지기 전의 시기.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 질서가 아직 서지 않은 시기. 이 책의 제목이 "법률 전쟁"인 이유입니다. 전쟁은 파괴이면서 동시에 창조입니다.
2025년 1월, 놀랜드 아보는 유튜브에서 뉴럴링크 칩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비디오 게임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8시간 연속으로. 그는 말했습니다.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그의 말이 맞습니다.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다음에 무엇이 올지, 그리고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2026. 1. 25.
김경진 변호사인공지능 AI, 법정에 서다.
전자책 발행|2026년 2월 5일저 자|김경진 펴낸이|김경진 펴낸곳|김경진 변호사 출판사 출판사등록|2025. 3. 10. (제2025-000015호)
주 소|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로 91, 백일빌딩 304호 전 화|02-6338-1905 이메일|kimkj008@gmail.com ISBN|979-11-24360-02-6 c 김경진 2026 본 책은 저작자의 지적 재산으로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참고) 이 책속의 사진 이미지 그래프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생성되었습니다. 글의 내용 중 일부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