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재
책으로 읽는 AI서재
한 권을 고르고, 목차에서 차례대로 읽을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프랑스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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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러시아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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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베트남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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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라오스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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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몽골어·한국어 쌍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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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어로 읽는 대학생 교양 인공지능
한국어 원문과 외국어 번역을 함께 실은 유학생용 교재입니다. 각 책 소개 페이지에서 PDF를 받을 수 있습니다.
[AI서재] 종장 유가는 어디로, 그리고 한국을 위한 제언
봉쇄된 해협
종장 유가는 어디로, 그리고 한국을 위한 제언
김경진 변호사
호르무즈 해협의 한 지점, 밤바다
2026년 6월 말의 어느 밤, 세계 곳곳의 트레이더들이 같은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해운 추적 앱에 뜬 작은 삼각형 하나였습니다. 유조선 한 척이 호르무즈 해협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화면 속 배는 좁은 물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그러다 방향을 틀었습니다. 뱃머리가 돌아가는 순간, 배럴당 가격을 표시하는 다른 창의 숫자가 위로 튀어 올랐습니다.
배가 되돌아 나온 이유는 그날 밤 아무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기뢰 때문인지, 나포 위험 때문인지, 보험사가 항해를 막았는지. 트레이더들은 삼각형이 방향을 바꾸는 픽셀 몇 개를 보며 배럴당 수 달러의 손익을 계산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다른 배 한 척이 같은 해협으로 들어가 이란 영해까지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숫자는 다시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 언저리에 머물렀습니다. 전쟁이 터지기 전 63달러였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이 95달러라는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분명했습니다. 시장은 끝났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배 한 척의 항로에 세계 경제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블룸버그의 한 분석가는 그 며칠 사이의 시장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나머지 금융시장은 이 전쟁을 잊고 싶어 하지만 석유시장은 아직 그러지 못한다고. 양측의 포격은 잦아들었고, 조심스럽고 깨지기 쉬운 휴전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트레이더들은 마린 트래킹 앱의 삼각형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전날 한 척이 통과하는 듯하다가 되돌아갔고, 이란이 자국 원유의 통항까지 스스로 멈추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헤드라인이 떴다가, 이튿날 아침에는 다른 유조선이 해협에 들어가 이란 영해에 닿았다는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값은 그 부스러기 같은 소식들을 따라 위아래로 흔들렸습니다.
이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을 압축합니다. 전쟁은 끝났는가. 유가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 질문 모두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첫 번째 진실입니다. 이 마지막 장은 그 세 질문을 순서대로 붙들되, 편한 결말로 봉합하지 않으려 합니다. 봉합할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1. KIEP 3대 시나리오와 전문가 전망의 불일치
전쟁이 시작된 방식부터 되짚어 보겠습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과 이스라엘의 포효하는 사자 작전이 동시에 시작됐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미국과 이란은 오만의 중재로 핵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2월 26일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마주 앉아, 60퍼센트까지 올라간 농축 우라늄의 농축도를 낮추는 문제에서 견해차를 좁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 관측이 무색하게 이틀 뒤 폭격이 시작됐습니다.
개전 24시간 안에 이란 내부 1,000여 곳이 무력화됐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국가지도부와 함께 제거됐습니다. 인공지능이 정찰과 판단과 결심과 타격을 초 단위로 엮은 작전이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전쟁은 인공지능이 킬 체인의 전 과정을 초·분 단위로 동시에 조율한 역사상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위성이 찍은 영상을 분석관이 판독하고 지휘부가 결심해 타격 명령을 내리기까지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리던 옛 방식과 달랐습니다. 국가지리정보국이 운영하는 팔란티어의 메이븐 시스템에 앤트로픽의 대규모 언어 모델 클로드가 결합되면서, 사람의 인지 속도로는 불가능한 작전 템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이란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저단가 군집 드론과 분산 지휘구조로 버텼습니다. 미국이 자랑하던 모자이크 작전 개념을 거꾸로 이용해, 지휘부를 잘게 흩어 놓고 값싼 드론을 떼로 날렸습니다. 비용 교환비는 600대 1까지 벌어졌습니다. 미국이 값비싼 요격 수단으로 이란의 싸구려 드론 한 대를 잡을 때, 이란은 그 600분의 1 값으로 다시 한 대를 띄웠습니다. 개전 12일 동안 미국이 쏟아부은 전비는 약 1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25조 원에 이르렀는데, 전선은 교착에 빠졌습니다. 정밀 무기로 상대 지도부를 없애면 전쟁이 끝난다는 오래된 등식이 여기서 깨졌습니다.
이란은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해협을 잠갔습니다. 호르무즈를 사실상 봉쇄하고 걸프협력회의 회원국의 에너지 시설을 때렸습니다.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좁은 물길 하나였습니다. 봉쇄 소식이 전해진 날, 코스피는 단일 거래일 기준 12.06퍼센트 떨어졌습니다. 역대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헬륨 공급이 끊겼습니다. 첨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얇은 얼음 위에 서 있었는지가 드러났습니다. 중동의 물길 하나가 서울의 증시와 반도체 공장으로 곧장 이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세 갈래로 갈린 미래
이 충격이 앞으로 유가를 어디로 끌고 갈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정면으로 계산했습니다. 국제거시금융실의 송하윤 부연구위원과 세계지역연구센터의 강문수 연구위원이 4월 1일 내놓은 보고서였습니다. 전 세계 33개국을 하나로 묶는 GVAR 모형에 전쟁의 전개 양상을 세 갈래로 넣었습니다. 한 나라의 유가 충격이 다른 나라의 물가와 성장으로 어떻게 번지는지를, 33개국의 상호작용을 통째로 계산하는 구조였습니다.
세 갈래는 전쟁이 얼마나 깊어지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첫째 갈래는 조기 종전, 곧 전쟁이 빨리 멈추거나 휴전에 이르는 경우입니다. 둘째는 호르무즈가 봉쇄된 채 전쟁이 길어지는 경우입니다. 셋째는 에너지 시설이 직접 타격을 받으며 전선이 넓어지는 경우입니다. 연구진은 세 갈래마다 원유 생산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조건으로 걸고, 그 결과 유가가 어디까지 가는지를 뽑아냈습니다. 짐작이 아니라 제약조건을 부여한 모형의 답이었습니다.
결과는 무거웠습니다. 세 갈래 어디에서도 유가는 전쟁 이전의 63달러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027년 4분기를 기준으로, 조기 종전이어도 배럴당 90달러, 봉쇄가 길어지면 117달러, 에너지 시설이 무너지면 174달러였습니다. 전쟁이 온건하게 끝나는 경우에조차 전쟁 전보다 약 43퍼센트 높은 값이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이유는 명료합니다. 총성이 멎어도 부서진 시설을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봉쇄가 길어지는 경우에는 86퍼센트 높은 수준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세 번째 갈래, 시설 직접 타격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급등으로 이어지는데, 연구진은 그 174달러조차 하한선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모형이 직선으로 반응을 계산하는 구조라, 값이 극단으로 갈수록 실제 충격은 계산치를 웃돌 수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시설이 무너지는 국면에서 시장의 공황은 직선 위에 얌전히 얹히지 않습니다.
보고서가 쓰인 4월 초, 브렌트유는 이미 108달러 안팎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값을 두고 현실이 둘째 갈래, 곧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에 근접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세 갈래 가운데 낙관과 비관의 중간이 아니라, 비관 쪽에 가까운 자리에 이미 와 있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보고서의 결론은 선제적 공급 다변화와 비상 수급 대책이 시급하다는 쪽으로 모였습니다.
같은 바다, 정반대의 표
여기까지가 한쪽 전망입니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점,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정반대에 가까운 그림을 내놓았습니다. 7월에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에너지정보청은 6월 18일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를 여는 양해각서에 서명한 사실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서명 이후 해협의 통항이 늘어난 것을 확인한 뒤, 올해 남은 기간의 세계 원유 생산 전망을 위로 올렸습니다. 올해 안에 대부분의 원유 생산이 전쟁 전 수준 가까이 돌아오고, 봉쇄로 멈춰 섰던 생산의 대부분이 2027년 1분기까지 다시 가동될 것으로 봤습니다.
숫자가 이 낙관을 뒷받침했습니다. 에너지정보청의 표에서 브렌트유는 2025년 69달러, 2026년 82달러를 거쳐 2027년에는 65달러로 내려앉습니다. 6월 한 달 평균은 이미 85달러로, 5월보다 22달러, 4월 고점보다 32달러 낮아진 값이었습니다. 3분기 전망치는 74달러로, 직전 달 전망보다 27달러를 깎아 내렸습니다. 재고 그림도 함께 풀렸습니다. 3분기 세계 원유 재고 감소폭을 하루 220만 배럴로 잡았는데, 이는 6월 전망의 700만 배럴, 2분기의 500만 배럴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였습니다. 원유가 다시 돌면서 창고에서 퍼내야 하는 양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에너지정보청은 내년이면 시장이 전쟁 이전의 공급 과잉 상태로 되돌아갈 것으로까지 내다봤습니다.
같은 시점을 두고 두 기관의 숫자가 이렇게 벌어졌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27년 말에 90달러에서 174달러 사이를 그린 바로 그 지점을, 에너지정보청은 65달러로 그렸습니다.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의 117달러와 견주면 두 배 가까운 격차입니다. 이 격차는 두 기관의 실력 차가 아니라 전제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에너지정보청은 양해각서가 지켜지고 해협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그 정상화가 얼마나 취약한지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한쪽은 전쟁이 끝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다른 쪽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합니다. 같은 바다를 보면서도 결론이 갈립니다. 전망이 하나로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입니다.
41년 경력이 처음 겪는 부족
기관의 표에서 눈을 돌려 시장 최전선으로 내려가면, 이 불일치는 더 날것으로 드러납니다. 1985년부터 석유·가스 업계에 몸담은 한 베테랑이 있습니다. 그는 41년 경력을 통틀어 처음 겪는 공급 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호르무즈의 목조르기가 만든 재앙적 공급 부족인데, 그것이 언제 풀릴지, 어떤 후유증을 남길지, 풀 수는 있는 문제인지조차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원유가 제때 오지 않으니 정유사는 원료를 못 구하고, 정제품은 귀해지고, 값은 오릅니다. 이 연쇄를 그는 자기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앉은 자리에서 유가는 며칠 단위로 요동쳤습니다. 두 달 전 119달러, 여드레 전 84달러, 그날 102달러였습니다. 60일에서 90일 사이에 30달러, 40달러가 오르내리는 폭이었습니다. 백악관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이란 언론이나 중동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부스러기 같은 정보 하나에 값이 위아래로 튀었습니다. 그는 미래를 점치는 일이야말로 금융에서 위험한 놀음이라며, 열 번 중 아홉 번은 틀린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자기 경력 동안 예측 불가능한 충격은 반년에 한 번꼴로 어김없이 찾아왔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판단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오늘 파는 배럴, 오늘 뚫는 유정, 오늘 완결하는 시추공이 60일, 90일, 120일 뒤에야 생산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오늘 치르는 시추 비용과 장비 값은 그 몇 달 뒤 유가에 대한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은행 대출과 투자자의 돈이 그 가정을 딛고 움직입니다. 확신이 없어도 어디로 공이 튈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산업의 숙명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결론은 대체 에너지였습니다. 소비자든 제조업체든 국가든, 원유가 제때 오지 않자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세 목소리가 한 방에 있다고 상상해 봅니다. 33개국을 모형에 넣은 연구원, 세계 원유 생산 표를 다시 쓴 통계 기관, 41년 경력의 트레이더. 셋은 서로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전망이 갈린다는 사실은 무능의 증거가 아닙니다. 변수가 그만큼 살아 움직인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변수들의 목록을 들여다보면, 왜 누구도 확언하지 못하는지가 보입니다.
2. 호르무즈 정상화까지 남은 변수
전쟁의 흐름을 날짜로 짚어 보면 정상화가 왜 이렇게 더딘지 드러납니다.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이 발효됐습니다. 잠깐의 숨 고르기였습니다. 4월 13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협상이 결렬됐고, 미국은 이란을 향한 해상 역봉쇄로 작전의 주도권을 되찾았습니다. 봉쇄를 풀려던 전쟁이 다른 방향의 봉쇄로 번진 셈입니다. 5월 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조치를 표방한 프로젝트 프리덤을 전격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6월 18일, 전쟁 종식과 해협 개방을 담은 양해각서 서명이 이어졌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끝을 향해 가는 듯 보입니다. 실제 바다에서는 달랐습니다.
멈춤이지 평화가 아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7월 초에 내놓은 진단은 제목부터 명확했습니다. 라드 알카디리가 쓴 글의 제목은 멈춤이지 평화가 아니다, 였습니다. 이 합의는 평화 협정이 아니라 연장된 휴전이며, 애초에 미국과 이란을 전쟁으로 끌고 간 바로 그 역학에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해서 맺은 거래였고, 이란도 안보와 재정에서 얻을 것이 있어 기꺼이 받아들인 거래였습니다. 그러나 거래는 전쟁의 뿌리를 뽑지 못했습니다.
연구소의 진단에서 회복은 부분적이고 불안정했습니다. 배들이 해협을 건너기 시작했지만 통항 조건을 둘러싼 긴장은 남았고, 협상은 더디게 갔습니다. 산발적인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이란은 해협의 교통을 통제하려 했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맞섰습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입니다. 연구소의 다른 학자들도 각자의 각도에서 같은 불안을 짚었습니다. 세계는 온건한 결말을 원하지만 보험은 걸어 두고 싶어 한다는 진단, 호르무즈에 새로운 정상이 자리 잡았다는 진단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어느 쪽도 위기가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실제로 무엇을 지켜보고 있었는지는 앞서 본 밤바다의 장면 그대로입니다. 블룸버그의 분석가는 첫 협상이 어느 쪽의 입장도 눈에 띄게 바꾸지 못한 채 끝났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당사자를 한 방에 앉힌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은 2주짜리 휴전이 끝나기 전에 추가 회담이 열릴지 모른다는 데서 실낱같은 낙관을 얻었습니다. 브렌트유가 95달러 언저리에 머문 것은 그 실낱같은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근거가 튼튼한 낙관이 아니라, 다음 회담이라는 한 가닥에 매달린 낙관이었습니다.
통항 네 조건과 2차 봉쇄
에너지 시장에 중요한 변수는 호르무즈의 개방이었습니다. 그런데 개방의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관세가 없어야 하고, 해군 호송이 없어야 하고, 기뢰가 없어야 하고, 선박에 아무 위험이 없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진짜 개방입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배들은 밤바다에서 다시 뱃머리를 돌립니다. 문서에 서명이 되어 있어도, 물길 어딘가에 기뢰가 떠 있을 가능성 하나만으로 배는 항해를 포기합니다. 개방은 선언이 아니라 네 조건이 동시에 성립하는 상태의 이름입니다.
여기에 미국이 새로 세운 2차 봉쇄가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봉쇄의 물류와 전략적 의도가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공급을 더 조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원유든 정제품이든 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봉쇄를 풀겠다는 나라가 다른 손으로는 봉쇄를 걸어 두는 모순을 시장은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안에서는 휘발유 가격과 여론의 반발이 뚜렷하게 맞물려 돌아갔습니다. 값이 오르면 반발이 커지고, 반발이 커지면 정책이 흔들립니다. 에너지정보청의 표에서 미국 소매 휘발유 가격은 2026년 갤런당 3.64달러로, 전해와 이듬해의 3.10달러 안팎보다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주유소의 숫자판은 백악관 정책의 압력계였습니다.
이란의 선택도 변수였습니다. 한때 이란이 자국 원유의 통항까지 스스로 멈추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루 150만에서 200만 배럴, 대략 180만 배럴에 이르는 이란산 원유가 세계 공급에서 빠집니다. 봉쇄가 남의 배만 막는 것이 아니라 제 배까지 세우는 국면으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상대의 배를 막으려던 무기가 자기 수출까지 끊는 양날의 칼이 되는 순간입니다.
물리적 시장과 금융 시장 사이에도 틈이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배럴을 손에 넣어야 하는 현물 시장은 여전히 공황에 가까웠습니다. 지금 당장 원유 한 배럴을 구하려면 어디서 얻겠느냐는 물음에, 블룸버그의 분석가는 전략비축에서 나오는 배럴이 가장 현실적인 답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북해의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했지만, 어디서 배럴을 빨리 끌어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혼선이 컸습니다. 값이 오르면 걸프 바깥의 생산이 서서히 늘긴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면 선물 중심의 금융 시장은 조심스러운 낙관을 보였습니다. 같은 유가를 놓고도 배를 띄우는 사람과 계약서를 다루는 사람의 체감이 달랐습니다. 현물의 공황과 금융의 낙관이 한 시장 안에 공존했습니다.
셈이 맞지 않는 호송
여기에 군사적 변수가 겹칩니다. 5월 4일, 미국 중부사령부는 상선의 통항 자유를 회복하겠다며 유도탄 구축함, 100대가 넘는 지상·해상 기반 항공기, 다영역 무인 플랫폼, 약 1만 5천 명의 병력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작전 이름은 프로젝트 프리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인도주의적 조치라 불렀습니다. 동시에 작전을 방해하면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셈이 맞지 않았습니다. 중동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은 12척이었는데, 평시에도 하루 100척이 오가는 해협을 이 전력으로 호송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100척을 12척이 지킬 수는 없습니다. 이란의 동의가 없으면 작전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 작전이 실제 호송이 아니라 국가와 보험사와 해운 기관 사이의 운항 조율 절차에 가깝다고 전했습니다. 군함이 배 옆에 붙어 지키는 그림이 아니라, 서류와 통신으로 배들의 항로를 맞춰 주는 행정에 가까웠다는 것입니다.
전직 미 해군 대령 칼 슈스터는 전통적 호송 작전을 수행할 자산 자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호주 해군 출신으로 로위연구소에 몸담은 제니퍼 파커 연구위원은 미국이 군사 작전을 호송과 동일시하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사실상 이란이 미 군함을 먼저 때려야만 작전이 멈추는 구조라고 평가했습니다. 방어를 위한 작전이 아니라,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기를 기다리는 작전이라는 냉정한 진단이었습니다. 인도주의라는 명분과 실제 작전의 얼개 사이에 이렇게 큰 틈이 있었습니다.
계산식에 넣을 수 없는 두 변수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다음 국면이 두 변수에 달려 있다고 봤습니다. 하나는 미국 국내 정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뒤로하고 싶어 했고, 호르무즈를 다시 여는 것만으로 충분한 성과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가 치른 대가를 공화당 강경파와 일부 민주당 의원은 이란을 강하게 만들고 이스라엘을 배신한 조건으로 읽었습니다. 핵 협상이 60일 시한을 넘기면 더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는 이 사안이 가자와 달라서, 백악관이 그냥 흘려보내고 워싱턴이 잊어 주기를 바랄 수 있는 파일이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이 지역 휴전을 지킬 의지가 있느냐입니다. 이번 전쟁은 홀로 선 위기가 아니라 이스라엘이 10월 7일 이후 이어온 역내 판도 재편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입니다. 14개 항의 계획은 네타냐후 정부가 협상 당사자가 아니었는데도 이스라엘을 지역 휴전에 묶어 두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하면 미국의 정책과 무관하게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고, 레바논에서 이어지는 충돌이 그 위험을 그대로 보여 주었습니다. 미국 국내의 압박이든 이스라엘의 행동이든, 어느 한쪽이 새로운 군사 행동으로 번지면 호르무즈의 흐름은 다시 위태로워집니다.
이 두 변수는 어느 것도 유가 계산식 안에 깔끔하게 넣을 수 없습니다. 국내 정치의 압력과 동맹국의 결심은 배럴당 몇 달러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모형도, 에너지정보청의 표도, 41년 경력 트레이더의 감도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 것입니다.
정상화까지 남은 변수를 한자리에 모아 보면 그림이 분명해집니다. 통항 네 조건, 미국의 2차 봉쇄, 이란의 자체 통항 중단 가능성, 현물과 금융의 괴리, 셈이 맞지 않는 호송 작전, 미국 국내 정치, 이스라엘의 의지, 60일 핵 협상 시한. 이 여덟 개의 손잡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배는 다시 돌아섭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되돌릴 수 있는 손잡이가 너무 많이 열려 있습니다.
3. 공급 다변화·전략비축 법제화·조건부 파병론
이제 한국의 자리로 옮겨 봅니다. 이 충격이 남긴 것은 유가 그래프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이 어디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가 함께 드러났습니다. 나프타 수입 가운데 중동 비중이 약 34.4퍼센트였습니다.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 셋 중 하나가 중동에서 왔다는 뜻입니다. LNG 수급도 흔들렸습니다. 카타르 라스 라판 시설이 피격되면 복구에 3년에서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몇 주짜리 대응으로 막을 수 있는 위기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봉쇄 첫날 코스피가 12.06퍼센트 무너지고 반도체용 헬륨이 끊긴 장면은, 에너지 위기가 곧 산업 위기이자 안보 위기라는 것을 한 번에 보여 줬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브렌트유 108달러 무렵의 현실을 두고 이미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에 근접했다고 판단하며 정책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제언 — 공급 다변화
첫 번째 제언은 공급 다변화입니다. 중동 한 곳에 34.4퍼센트를 걸어 둔 나프타 구조, 카타르 한 시설의 피격으로 수 년간 흔들릴 수 있는 LNG 구조는, 물길 하나가 잠기는 순간 그대로 국가 경제의 급소가 됩니다. 급소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눌리는 순간에야 존재를 드러냅니다. 봉쇄 첫날이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시장 최전선에서도 이미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이 원유 부족에 대한 단기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었습니다. 41년 경력의 트레이더가 말했듯, 소비자든 제조업체든 국가든, 원유가 제때 오지 않자 다른 길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국에게 공급 다변화는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수입선을 넓히고, 대체 연료의 몫을 늘리고, 물길이 막혔을 때 우회할 경로를 미리 확보해 두는 일입니다.
다만 이 길에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중동을 대체할 규모의 공급처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블룸버그의 분석가가 짚었듯, 값이 오르면 걸프 바깥의 생산이 늘긴 하지만 그것은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이고, 당장 손에 쥘 배럴의 상당수는 전략비축에서 나옵니다. 다변화 자체가 값을 치르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더 먼 곳에서 더 비싸게 들여오는 구조를 평시에 감당해야 위기에 버틸 수 있습니다. 공급 다변화는 공짜 보험이 아니라, 보험료를 미리 내는 결정입니다.
두 번째 제언 — 전략비축의 법제화
두 번째 제언은 전략비축의 법제화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이번 전쟁을 분석하며 전략 에너지와 핵심 소재의 비축을 법으로 의무화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한국형 합동전영역지휘통제 체계의 조기 전력화, 저비용 방어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제시된 네 갈래 제언의 하나였습니다. 헬륨 공급이 끊기자 첨단 산업 공급망이 얼마나 얇은 얼음 위에 서 있었는지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공정 하나가 멈추면 그 뒤에 늘어선 산업 전체가 함께 멈춥니다.
비축은 위기가 닥친 뒤에 쌓는 것이 아니라 평시에 법으로 강제해 두는 것입니다. 값이 쌀 때, 물길이 열려 있을 때 채워 두어야 합니다. 위기가 오면 이미 늦습니다. 봉쇄가 3년에서 5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몇 주치 재고로는 산업이 버티지 못합니다. 정부의 재량에 맡겨 두면 예산이 빠듯한 해에는 비축이 뒤로 밀립니다. 그래서 에너지와 소재의 비축을 정부 재량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충격이 남긴 제도적 숙제입니다. 전략비축은 평시에는 낭비처럼 보이다가 위기에 국가를 살리는, 값을 미리 치르는 또 하나의 보험입니다.
세 번째 제언 — 조건부 파병론
세 번째 제언은 무겁습니다. 파병입니다. 5월 4일 프로젝트 프리덤이 시작되던 무렵,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가 피격됐습니다. 자국민과 자산이 직접 위협받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공개적으로 지목했습니다. 신중함을 지키는 것만으로 동맹의 압박을 눌러 두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남의 전쟁이 우리 배를 때리고, 동맹의 지도자가 우리 이름을 부르는 국면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단독 작전에 곧장 합류하는 것은 고위험 저보상의 구도였습니다. 호송할 자산도 부족하고 이란의 동의도 없는 작전에, 우리 병력을 먼저 밀어 넣는 것은 위험이 큰데 돌아올 것이 적은 선택이었습니다. 앞서 본 대로, 그 작전은 사실상 이란이 미 군함을 먼저 때려야 멈추는 구조였습니다. 그런 작전에 성급히 올라타는 것은 계산이 서지 않았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내놓은 답은 이중 구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3월 1차 파병 요청이 거부된 뒤, 미국의 동맹국들은 두 갈래로 움직였습니다. 한쪽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휴전 뒤 방어 임무를 맡는 다국적 연합작전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미국 단독 작전이 있었습니다. 일본과 호주는 직접 파병을 피하면서, 유럽과 함께하는 다자 연대 그리고 이란과의 양자 협상으로 우회했습니다. 두 강대국의 요구 사이에서 한쪽에 전부를 걸지 않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한국도 미국 단독 작전에 대한 직접 합류는 신중하게 결정하되, 유럽 동맹국이 주도하는 다자 트랙에는 참여함으로써 두 구조를 함께 쓰는 길이 제시됐습니다. 외교와 정보와 보험을 조율해 비전투 자산을 제공하고, 전쟁이 끝난 뒤 다국적 호송으로 발전시키는 조건부·단계적 기여 방안을 설계하자는 것입니다. 파병을 밀어붙이는 요인과 억제하는 요인을 저울에 함께 올려놓고, 어느 한쪽으로 성급하게 기울지 말자는 신중론입니다. 자국민의 배가 피격된 마당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셈이 맞지 않는 작전에 병력을 먼저 넣을 수도 없는 자리에서, 비전투 기여라는 중간 길을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세 제언은 한 몸이다
이 세 제언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공급을 다변화해 급소를 줄이고, 비축을 법으로 강제해 시간을 벌고, 파병은 조건을 걸어 위험을 관리합니다. 에너지 전략과 안보 전략은 따로 놀지 않았습니다. 봉쇄 첫날, 코스피와 헬륨과 나프타가 동시에 흔들린 것처럼 말입니다. 유가가 오르는 것과 화물선이 피격되는 것과 반도체 공정이 멈추는 것은 한 사건의 세 얼굴이었습니다. 그러니 대응도 한 몸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에너지만 챙기고 안보를 비우거나, 안보만 챙기고 공급망을 비우면, 다음 봉쇄에서 비운 쪽이 먼저 무너집니다. 이번 충격은 한국에게 에너지와 안보를 한 몸으로 다시 짜라는 경고였습니다.
다시 밤바다로
이 책을 여기서 밝은 전망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유혹이 있습니다. 양해각서가 서명됐고 배들이 다시 해협을 건너기 시작했으니, 곧 63달러로 돌아갈 것이라고. 에너지정보청의 표는 그렇게 말합니다. 2027년 브렌트유 65달러, 전쟁 이전의 공급 과잉으로의 복귀. 편안한 숫자입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양해각서가 지켜진다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하는 그림입니다. 그리고 그 전제야말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인질로 잡혀 있다고 부른 바로 그 취약한 조건입니다. 멈춤이지 평화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표는 다르게 말합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세 시나리오 어디에서도 유가는 전쟁 전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온건한 조기 종전에서도 90달러, 봉쇄가 길어지면 117달러, 시설이 무너지면 174달러였고 그 174달러조차 하한선이었습니다. 부서진 시설은 서명 한 장으로 복구되지 않고, 카타르 라스 라판이 실제로 맞았다면 3년에서 5년이 필요했습니다. 두 표는 같은 바다를 보며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둘 중 어느 표가 맞을지는 여덟 개의 손잡이가 결정합니다.
앞서 본 유조선은 그날 밤 뱃머리를 돌렸다가, 다음 날 다른 배가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그 사이 값은 튀어 올랐다 내려왔습니다. 통항의 네 조건, 미국의 2차 봉쇄, 미국 국내 정치, 이스라엘의 의지, 60일 핵 협상 시한, 이란의 다음 선택, 현물과 금융의 괴리, 셈이 맞지 않는 호송. 이 손잡이들 가운데 무엇이 먼저 움직일지는, 41년 경력의 트레이더도, 33개국을 모형에 넣은 연구원도, 세계 원유 생산 표를 다시 쓴 통계 기관도 확언하지 못합니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틀린다던 그 트레이더의 말이, 지금 이 순간 시장 전체의 정직한 자기 고백입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유가 전망은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손에 쥔 것은 답이 아니라 준비의 목록입니다. 공급을 넓히고, 비축을 법에 새기고, 파병에 조건을 다는 일. 그것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단단하게 해 두느냐에, 다음 밤바다의 삼각형 하나가 서울의 아침을 어떻게 흔들지가 달려 있습니다. 화면 속 작은 배 한 척이 방향을 트는 순간, 준비된 나라와 준비되지 않은 나라의 아침은 서로 다른 색으로 밝아 올 것입니다. 그 배는 아직 해협 어귀에 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