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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8장 Open DAGIR와 트레이드윈즈: 정부가 백본을 소유한다는 생각
미국 국방부 CDAO(인공지능최고책임자)
8장 Open DAGIR와 트레이드윈즈: 정부가 백본을 소유한다는 생각
김경진 변호사
2024년 12월 20일, 최고 디지털 및 인공지능 사무국(Chief Digital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 CDAO)의 책임자 라다 플럼(Radha Plumb) 박사가 공개 대담에 나섰습니다. 무기 이야기가 나올 법했지만, 그가 꺼낸 것은 휴대전화 이야기였습니다. 시스템 설계에 30년이 걸리고, 앱은 5개만 깔려 있으며, 그 5개를 앞으로 30년 동안 그대로 써야 하는 아이폰을 팔겠다고 하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건 진담입니다. 국방부가 소프트웨어를 사는 방식이 실제로 그렇게 생겼다는 이야기니까요. 게다가 이 말을 꺼낸 사람은 사무국 바깥의 비판자가 아니라 바로 그 사무국을 이끄는 사람입니다. 이 비유가 겨냥한 제도, 그리고 그걸 우회하려고 국방부가 만든 두 장치가 있습니다. 하나는 Open DAGIR라는 계약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라는 조달 시장입니다.
1절 30년 걸려 구식 전화기를 사는 조직: 전통적 획득의 병목
'획득(acquisition)'이라는 말은 우리말로는 조달과 사업 관리를 함께 아우릅니다. 군이 필요를 정의하고, 예산을 받고, 업체를 고르고, 물건을 받아 부대에 넘기는 전 과정을 가리킵니다. 그 절차는 원래 배와 전차와 탄약을 사려고 다듬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제품을 살 때도 그 절차를 그대로 밀어붙였습니다. 문제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배를 사는 일과 소프트웨어를 사는 일은 시간표부터 다릅니다. 배는 설계에 여러 해가 걸리고, 건조에 또 여러 해가 걸리고, 취역한 뒤에는 수십 년을 씁니다. 그동안 배의 성격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앞에서 오래 따지고 나중에 오래 쓰는 절차가 배에는 잘 맞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정반대입니다. 배포한 다음 날에도 고쳐야 하고, 몇 주 지나면 아예 다른 물건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의 서류는 이 물건을 배처럼 다룹니다. 앞에서 30년어치 요구를 못박아 두고, 그걸 30년 내내 그대로 쓰라고 합니다. 플럼 박사의 아이폰 비유가 겨눈 게 바로 이 어긋남입니다.
물론 이 발언은 공개 대담에서 나온 CDAO 책임자의 말이지, 국방부의 공식 규정 문구도 아니고 감사 기관이 매긴 진단도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조직의 우두머리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조직을 이렇게까지 깎아내렸다면, 이건 흥을 돋우려는 수사가 아니라 안에서 오래 곪은 실감으로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자기 조직의 흠을 굳이 지어내 떠벌릴 사람은 없으니까요.
같은 문제를 구체적인 사건으로 증언한 사람이 있습니다. 마지 팔미에리(Margie Palmieri) CDAO 수석 부책임관입니다. 그는 2014년에 해군 분산 공통 지상 시스템(Distributed Common Ground System-Navy, DCGS-N)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고치려 했습니다. 감시정찰(ISR) 데이터가 폭증하던 때였습니다. 감시정찰이란 정찰기와 위성과 무인기가 모아 오는 영상과 신호 정보를 말합니다. 그 양이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 있었고, 그래서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산 심의를 맡은 비용분석·프로그램평가실(Cost Assessment and Program Evaluation, CAPE)이 자금 승인을 거부했다고 그는 회고합니다. CAPE는 국방부 안에서 사업의 비용 추정을 검토하고 예산 배분을 따지는 조직입니다. 여기서 막히면 사업은 아예 시작되지 않습니다.
거부한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연구개발시험평가(RDT&E) 예산은 초기에 확 치솟았다가 양산 단계로 넘어가면 영구히 줄어드는 모양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램프 업(ramp up)과 램프 다운(ramp down)입니다. 그래프가 산 모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정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팔미에리 부책임관이 낸 계획서에는 그 하강 곡선이 없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배포한 뒤에도 계속 고쳐야 하니 투자가 끝나질 않기 때문입니다. 개발이 끝나는 순간이 없으니 그래프가 내려올 곳도 없습니다. "프로그램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그는 전합니다.
기술의 성격과 예산표의 모양이 부딪쳤을 때, 이긴 쪽은 예산표였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왜 계속 돈을 먹는지에 대한 설명은 회의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받아들여진 것은 그래프가 규정된 모양과 다르다는 사실뿐이었습니다. 서식이 기술을 이긴 것이죠.
병목은 요구사항 절차에도 있습니다. 요구사항(requirements)이란 군이 "우리는 이런 성능의 물건이 필요하다"고 적어 내는 서류를 말합니다. 이 서류가 있어야 예산이 따라붙고 사업이 열립니다. 이즈라엘 브루머 박사는 국방부의 요구사항 양식이 점진적 개선만 담을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마차 없는 마차(horseless carriage)'라는 표현을 씁니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그걸 '말 없는 마차'라고 불렀듯이, 새 기술을 옛 범주의 말로만 적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옛 범주로만 적을 수 있으면, 옛 범주를 깨는 기술은 서류에 아예 적히질 못합니다. 비디오 대여점 시절에는 우편으로 오는 DVD를 요구할 수 없었고, 우편 DVD 시절에는 스트리밍을 요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브루머 박사가 짚는 건 관료들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서류 양식 그 자체가 상상의 범위를 정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은 기술은 군의 소요 문서에 적힐 칸이 없습니다. 칸이 없으면 예산이 붙지 않고, 예산이 붙지 않으면 사업이 열리지 않습니다. 판을 뒤엎을 만한 기술일수록 이 문턱에서 걸립니다.
브루머 박사는 여기에 시간 계산을 하나 덧붙입니다. 국방부가 결정을 내리고 실제로 집행하기까지 걸리는 주기가,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평균 기간보다 두세 배 길다는 것입니다. 이 버티는 기간을 업계에서는 활주로(runway)라고 부릅니다. 통장에 남은 돈으로 회사가 버틸 수 있는 개월 수를 말합니다.
계산해 보면 잔인할 만큼 간단합니다. 활주로가 18개월인 회사가 있는데 국방부의 결정 주기가 36개월이라면, 그 회사는 계약서를 받기도 전에 문을 닫습니다. 시제품은 만들었는데 사업화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 구간을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라고 부릅니다. 계곡 건너편에 계약이 있는데, 건너가는 다리가 회사의 수명보다 긴 겁니다.
이 두세 배라는 숫자는 브루머 박사 본인의 진술이지 통계로 뒷받침된 값은 아닙니다. 그러니 배수 자체는 느슨하게 읽는 게 맞습니다. 다만 국방부의 결정 주기가 스타트업의 활주로보다 길다는 방향만큼은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큽니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굳은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 자체가, 계약서를 받기 전에 문을 닫는 회사가 드물지 않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안에도 병목이 숨어 있습니다. 앤드루 브룩스, 글렌 파햄, 댄 폴리아드 같은 실무자들의 말에 따르면, 기존 장기 계약에는 업체가 데이터를 정부에 무상으로 개방할 의무 조항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규격)라는 말이 나옵니다.
API를 문에 비유해 봅시다. 어떤 시스템이 자기가 가진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려면 규격에 맞는 문이 있어야 합니다. 계약서에 그 문을 만들라는 조항이 없으면, 업체는 문을 안 만들어도 계약 위반이 아닙니다. 문이 없으면 데이터는 업체의 제품 안에 갇힙니다. 정부가 돈을 내고 모은 데이터인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한번 조달망에 들어온 업체가 데이터를 사유화하고 다른 업체가 들어올 문을 닫아 버리는 상태를 벤더 락인(vendor lock-in), 즉 업체 종속이라고 부릅니다. 종속이 무서운 건 교체 비용 때문입니다. 데이터가 한 업체의 제품 안에만 있으면, 다른 업체로 갈아타는 순간 그동안 쌓은 걸 다 잃습니다. 그래서 계약을 갱신하는 쪽이 늘 싸 보이고, 그 싸 보임이 10년을 갑니다.
병목은 예산 심의 회의실 안에도 있습니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댄 폴리아드는 국방부의 고위 예산 심의 포럼인 DMAG를 예로 듭니다. 전투기와 미사일 예산을 올리면 참석한 장성들이 곧바로 알아듣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공통 데이터 계층이나 인공지능 엔지니어 인건비를 올리면 눈이 풀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사시가 된다(crossed eyes)'는 표현까지 씁니다.
이 증언은 예산 심의에 시각적 편향이 있다는 걸 보여 줍니다. 격납고에 세워 둘 수 있는 물건에는 예산이 붙고, 서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에는 예산이 붙기 어렵습니다. 데이터 계층은 다 완성되어도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엔지니어의 인건비는 사열식에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회의실의 이해도가 기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 역시 실무자의 회고이고 회의록 원문으로 대조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앞의 CAPE 사례, 요구사항 양식 사례와 정확히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같은 편향을 증언한다면, 예산 심의의 시각적 편향은 실재하는 것으로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DMAG는 정식 명칭이 분명치 않아 약어 그대로 두는데, 국방부의 고위 예산 심의 포럼이라는 성격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돈은 있는데, 그 돈을 담는 그릇이 전혀 다른 물건용이라는 것입니다. 예산 그래프의 모양, 요구사항 양식의 칸, 계약서의 데이터 조항, 예산 회의실의 이해도가 기술의 속도를 정합니다. 그릇을 바꾸지 않으면 돈을 더 부어도 같은 곳에서 샙니다. 다만 방위사업청의 절차가 CAPE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한국의 소요 문서가 '마차 없는 마차'의 함정에 빠지는지는 여기서 함께 따지지 않습니다.
2절 Open DAGIR: 데이터 계층은 정부가, 응용 프로그램은 경쟁으로
Open DAGIR는 약어입니다. 풀어 놓으면 'Open Data and Applications Government-owned Interoperable Repositories'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정부가 소유하고 서로 맞물리는 개방형 데이터·응용 프로그램 저장소'가 됩니다. 이름이 길고 낯설지만, 담긴 생각은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담는 밑바닥은 정부가 갖고, 그 위에서 도는 프로그램은 업체들끼리 경쟁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왜 이런 설계가 나왔을까요. 앞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과거 국방부는 소프트웨어를 전차나 함선처럼 수직 통합된 한 덩어리로 샀습니다. 수직 통합이란 데이터 저장, 처리, 화면, 응용 기능이 한 업체의 제품 안에 죄다 묶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한 회사가 만든 물건을 통째로 사는 것입니다.
이 덩어리를 사면 업체 종속이 딸려 옵니다. 데이터가 그 제품의 형식으로만 존재하고 그 제품의 화면으로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술 데이터가 그 덩어리 안에 갇혀서, 다른 군과 나눌 수 없는 정보 사일로(silo, 곳간처럼 닫힌 저장소)가 굳어집니다. 육군이 산 제품 안의 데이터를 공군이 볼 수 없게 되는 상황입니다.
Open DAGIR는 이 덩어리를 가로로 자릅니다. 아래층인 데이터 백본과 표준 API는 정부가 통제하고 소유합니다. 위층인 응용 프로그램은 여러 업체가 갈아 끼울 수 있게 열어 둡니다. 백본(backbone)이란 여러 시스템이 공통으로 기대는 뼈대를 말합니다. 뼈대를 정부가 쥐고 있으면 그 위에 붙는 근육은 언제든 바꿔 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데이터가 특정 업체에 잠기지 않고, 새 업체가 들어올 문이 계속 열려 있게 됩니다. 죽음의 계곡도 좁아집니다. 작은 회사가 국방부에 들어오려면 원래는 대형 방산 업체의 제품에 얹히거나 자기 힘으로 전체 시스템을 다 만들어야 했습니다. 백본이 이미 서 있으면, 그 위에 앱 하나만 들고 들어오면 됩니다.
국방부의 데이터 기반 시설을 이야기할 때 아드바나(Advana)와 국방 데이터 플랫폼(War Data Platform, WDP)이라는 이름이 함께 나옵니다. 2026년 1월 9일자 memorandum(국방부 내부의 공식문건)은 이 둘을 같은 것의 새 이름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 memorandum이 나누는 것은 셋입니다. 전군의 데이터·인공지능 기반이 되는 WDP, 회계 감사와 재무관리 업무를 계속 받치는 재무관리용 아드바나, 그리고 WDP 위에서 도는 응용서비스입니다. "아드바나를 WDP로 이름만 바꿨다"고 적으면 이 셋이 하나로 뭉뚱그려집니다. Open DAGIR가 말하는 '정부가 소유하는 밑바닥'은 이 가운데 기반 계층 쪽이고, 업체들이 경쟁하는 '위층'은 응용서비스 쪽입니다. 이 memorandum에 찍힌 날짜는 1월 9일이고, 웹에 게시된 경로는 1월 12일에 걸려 있습니다.
Open DAGIR의 설계에는 업체 쪽을 향한 안전장치도 들어 있습니다. 팔미에리 부책임관이 그 장치를 설명합니다. 그는 데이터 플랫폼과 응용 프로그램을 서로 다른 계약으로 나눠 조달한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계약서에 묶여 있던 것을 둘로 쪼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소유한 데브섹옵스(DevSecOps, 개발·보안·운영을 하나로 묶은 소프트웨어 배포 파이프라인)를 통해 데이터를 정부가 쥠으로써, 자기 기술을 다른 플랫폼 업체와 공유하고 싶지 않은 중소 업체의 지식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데브섹옵스란 코드를 짜고, 보안 검사를 하고, 실제 환경에 올리는 과정을 하나의 자동화된 통로로 묶은 것을 말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풀어 봅시다. 작은 회사가 큰 업체의 플랫폼 위에 자기 프로그램을 올리면, 그 큰 업체는 작은 회사의 기술이 어떻게 도는지를 옆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경쟁자에게 자기 설계를 보여 주는 꼴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실력 있는 회사일수록 국방 사업을 꺼립니다. 정부가 통로를 직접 쥐면 이 걱정이 줄어듭니다. 작은 회사는 자기 프로그램을 정부의 파이프라인에 바로 올리고, 큰 업체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종속을 깨려고 만든 장치가 그대로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는 것입니다.
계약 구조는 세 덩어리로 나뉩니다. 플럼 박사가 대담에서 직접 설명한 구분입니다. 한 덩어리는 전군 단위의 데이터 기반 시설입니다. 대규모 데이터를 모으고 다듬고 통제하는 뒷단 스택이며,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긴 자금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지휘통제 영역의 전략적 조달, 전군 분석 영역의 경쟁 입찰 같은 것입니다. 지휘통제 조달에 특정 업체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그 이름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여기서는 회사 이름 대신 영역 이름만 적습니다.
다른 한 덩어리는 전군 단위의 라이선스입니다. 문서 편집기나 표 계산 프로그램을 부서마다 따로 사면 돈이 줄줄 샙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열 개 부서가 열 번 사면, 협상도 열 번, 단가도 열 개가 생깁니다. 그래서 국방부 본부 수준에서 한꺼번에 사서 각 군과 전투사령부에 나눠 주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춥니다. 이 덩어리는 조달의 혁신이라기보다 낭비를 막는 살림살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살림살이가 나머지 두 덩어리를 떠받칩니다. 중복 구매로 새는 돈을 막아야 데이터 기반 시설과 시제품 실험에 쓸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남은 한 덩어리는 시제품과 유연한 요구사항을 다루는 경로입니다. 90일 주기로 도는 글로벌 정보 우위 실험(Global Information Dominance Experiments, GIDE)과 시제품 챌린지를 거쳐, 쓸 만하다고 판명된 민간의 작은 프로그램을 트레이드윈즈 시장이나 시제품 기타 거래 권한(Other Transaction Authority, OTA)으로 빠르게 받아들이는 길입니다. 기타 거래 권한이란 통상적인 연방 조달 절차를 밟지 않고도 계약할 수 있게 허용된 법적 통로를 말합니다. 정규 절차 바깥에 난 샛길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 샛길이 있어야 90일 주기의 실험이 계약으로 이어집니다. 실험은 빠른데 계약이 느리면 실험의 속도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 덩어리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설계한 사람의 속셈이 보입니다. 오래 가는 것은 길게 사고, 공통으로 쓰는 것은 한꺼번에 사고, 빨리 바뀌는 것은 짧게 사자는 것입니다. 모든 걸 하나의 하드웨어식 서식에 밀어 넣던 관행을, 서식 자체를 셋으로 쪼개서 푸는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앞 절의 예산 그래프 문제에 대한 답도 들어 있습니다. 램프 다운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소프트웨어 사업은, 하강 곡선을 그려야 하는 서식 자체에서 빠져나오면 됩니다. 계속 투자해야 하는 데이터 기반 시설은 기반 시설 덩어리로 보내고, 짧게 사고 짧게 버리는 앱은 시제품 덩어리로 보냅니다. 성격이 다른 두 물건에 같은 그래프를 요구하지 않는 것, 이게 이 설계의 핵심입니다.
목표 지표도 공개돼 있습니다. 개럿 번슨(Garrett Berntsen) 부최고데이터책임자는 2027년까지의 도전 과제를 네 가지로 밝혔습니다. Open DAGIR 생태계의 플랫폼 사용자를 백만 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것, 디지털 소프트웨어 목록을 넓혀 상용 소프트웨어끼리 경쟁하게 한다는 것, 현장에서 소프트웨어를 새로 얹거나 갱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90퍼센트 줄인다는 것, 그리고 CDAO가 관리하는 모든 확장 역량에 대해 국방부의 연합 데이터 카탈로그(federated data catalog)와 같은 수준의 접근 권한을 강제한다는 것입니다. 연합 데이터 카탈로그란 여러 조직에 흩어진 데이터의 목록을 한곳에서 찾을 수 있게 만든 색인을 말합니다.
네 지표는 성격이 제각각입니다. 사용자 수와 목록의 크기는 세기 쉬운 숫자입니다. 배포 시간 90퍼센트 단축은 기준선이 있어야 검증되는 숫자인데, 그 기준선은 함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접근 권한 강제는 숫자라기보다 규칙에 관한 목표입니다. 이 네 가지는 달성 보고가 아니라 번슨 부최고데이터책임자가 2027년까지 걸어 둔 목표치입니다. 다만 지표를 이렇게 짜 놓은 것만으로도 설계자가 무엇을 성공으로 치는지는 드러납니다. 부피는 사용자 수와 목록으로, 속도는 배포 시간으로, 개방성은 접근 권한 강제로 재겠다는 것입니다. 목표의 생김새가 곧 이 제도가 스스로에게 매긴 채점표로 보입니다.
Open DAGIR의 핵심 주장은 새 기술을 사자는 게 아닙니다. 데이터 계층의 소유권을 정부가 쥐자는 것입니다. 소유권이 아래층에 있으면 위층은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습니다. 소유권이 업체에 있으면 교체 비용이 감당 못 할 수준으로 불어납니다. 한 업체의 완성품을 통째로 사면 처음이 편하고, 밑바닥을 직접 쥐면 처음이 고됩니다. 그 고됨을 감당하는 대가로, 뒤에 오는 10년의 선택지가 열립니다.
3절 트레이드윈즈 마켓플레이스: 5분 영상과 6일 계약이라는 주장의 검증
트레이드윈즈 솔루션 마켓플레이스는 CDAO가 운영하는 온라인 조달 시장입니다. 업체가 자기 기술을 등록해 두면 국방부의 구매 담당자가 검색해서 곧바로 계약할 수 있게 만든 창구입니다. 앞에서 말한 시제품 덩어리, 그러니까 빨리 바뀌는 것을 짧게 사는 경로가 실제로 놓인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 시장을 둘러싸고 널리 퍼진 숫자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5분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6일 계약'입니다. 한국어 소개 글에서는 둘이 늘 나란히 붙어 다닙니다. 그런데 실제로 따져 보면 두 숫자의 신분이 서로 다릅니다.
먼저 5분 영상입니다. 이 주장은 여러 발언에서 겹쳐 확인됩니다. 업체는 수십, 수백 쪽짜리 제안서 대신 5분을 넘지 않는 영상을 제출합니다. 영상에는 자기 기술이 국방부의 어떤 임무 요구와 어떤 빈틈을 어떻게 메우는지를 담아야 합니다.
이 규격이 왜 중요한지 볼까요. 수백 쪽짜리 제안서를 쓰려면 제안서 전문가를 고용해야 합니다. 대형 방산 업체에는 그 일만 하는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열 명짜리 스타트업에는 없습니다. 제안서의 두께는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회사의 규모를 재는 자입니다. 5분 영상은 그 자를 치워 버리는 장치입니다.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 붙여 봅시다. 팔미에리 부책임관은 이 시장이 비전통 기업, 즉 방산 대기업이 아닌 회사를 위해 설계됐으며 5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경쟁을 거치면 등록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CDAO의 신속 획득 책임자 보니 에반젤리스타(Bonnie Evangelista)는 제안 절차에서 요구하는 것이 5분짜리 영상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플럼 박사도 기술 해법에 관한 영상을 내고 절차를 줄인 방식으로 경쟁 선정을 거치는 조달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사람의 말이 서로 어긋나지 않으니, 5분 영상은 확인된 사실로 다뤄도 됩니다.
다만 이 5분은 등록 단계에서 업체가 내는 제출물의 상한을 가리키지,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나 계약 체결까지의 기간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세 사람이 하나같이 '5분짜리 영상'이라고 못박아 말한 걸 보면, 이 5분은 느슨한 권장이 아니라 규격으로 정해진 상한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6일 계약입니다. 이 숫자에는 뿌리가 없습니다. 트레이드윈즈를 통한 계약이 '6일' 걸린다는 발언도 기록도 원자료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뒤에 볼 3일, 10일 같은 실제 발언들 사이에 끼여 출처를 잃은 채 옮겨 다니다 굳어진 표현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6일 계약은 근거 있는 성과가 아니라 떠도는 숫자로 두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대신 다른 숫자가 있습니다. CDAO의 최고기술책임자 윌리엄 스트라일라인(William Streilein) 박사는 공개 발표에서, 포털에서 검색으로 적절한 해법을 찾으면 자기가 듣기로는 3일 만에도 계약을 맺어 역량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문 표현은 '최소 3일(as little as three days)'입니다. 같은 발표에서 기술 창업자인 질문자 그렉 빔은 시제품 자금 지원에 3일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놀랍다고 반응했습니다. 이 반응 자체가 숫자의 성격을 알려 줍니다. 업계 사람이 듣고 놀랄 만큼 이례적인 속도라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이 말은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스트라일라인 박사의 말에는 '제가 듣기로는'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발화자 자신이 전해 들은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는 겁니다. 계약을 직접 집행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들었다는 것이죠. '최소'라는 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최소는 최선의 경우를 가리키지 평균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백 건 가운데 한 건이 3일이었어도 그 한 건은 '최소 3일'입니다. 평균이 얼마인지 알려 주는 자료는 없습니다.
그러니 정확하게 적으면 이렇습니다. CDAO 최고기술책임자가 3일 만에 계약이 이루어진 사례를 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문장과 '트레이드윈즈는 3일 만에 계약이 된다'는 문장은 전혀 다른 문장입니다. 앞은 근거가 있고, 뒤는 근거가 없습니다.
세 번째 숫자도 있습니다. 해군성 실무 토론에 참여한 발언자 찰스는 전술 데이터 실험에 새 민간 기술자를 받아들일 때 트레이드윈즈와 신속 계약을 거쳐 10일쯤 만에 온보딩을 마쳤다고 언급했습니다. 온보딩이란 새 인력이나 새 기술을 체계 안으로 들여 실제로 일하게 만드는 절차를 뜻합니다.
3일, 6일, 10일이라는 숫자가 뒤섞여 유통되는 까닭도 여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말했고, 그 말들이 출처를 잃은 채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누군가 중간값처럼 보이는 6일을 적어 넣자 그게 굳은 것입니다. 못을 박을 근거까진 없지만, 세 숫자의 출처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 설명이 그중 그럴듯합니다.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좀 더 단단한 발언이 남아 있습니다. 번슨 부최고데이터책임자는 트레이드윈즈 시장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으며, 지난 9월 이후로 395개의 디지털·인공지능 기술 해법이 즉시 계약 가능한 상태로 등록돼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국방부 안의 32개 조직이 그 해법들을 골라 실제 조달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두 숫자는 성격이 다릅니다. 395는 등록의 숫자이고, 32는 실제 계약의 숫자입니다. 등록은 업체가 하는 일이고, 계약은 국방부가 하는 일입니다. 시장에 물건이 쌓여 있다는 사실과 그 물건이 실제로 팔렸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두 숫자를 함께 읽어야 시장의 온도가 보이는데, 등록 395에 계약 32라면 이 시장은 진열은 그득하되 아직 거래가 데워지는 초입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난 9월'이 몇 년인지는 발언 시점이 밝혀져 있지 않아 연도를 특정하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참여 업체의 성격도 바뀌고 있습니다. 에반젤리스타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형 방산 기업들까지 자기 기술의 영상을 트레이드윈즈에 내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의회 청문회에서도 이 시장을 언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그는 덧붙입니다. 비전통 기업을 위해 만든 문으로 전통 기업이 들어오는 셈이죠. 이 변화는 양날입니다. 한편으로 대기업까지 들어올 만큼 이 통로가 실질적인 계약을 낳는다는 신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제안서를 쓸 인력이 넉넉한 회사들이 빠른 통로까지 차지하면 작은 회사가 설 곳은 좁아집니다. 다만 5분 영상이 제안서의 두께라는 자를 이미 치워 둔 이상, 대기업이 들어와도 규모로 밀어붙이던 이점은 예전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이 좁아진다기보다 경쟁의 기준이 두께에서 내용으로 바뀌는 쪽에 가깝습니다.
견줘 볼 만한 수치로는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 DIU)의 더그 벡(Doug Beck) 단장이 제시한 숫자가 있습니다.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사업의 자율성 분과에 132개 회사가, 특수작전사령부의 다국어 정보 수집 입찰에 39개 회사가 참여했다고 그는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소관은 분명히 해 둡시다. 리플리케이터를 주관하는 조직은 국방혁신단입니다. CDAO는 이 사업을 이끌지 않고, 알파-1(Alpha-1)과 공통 데이터·시험평가 기반을 대는 지원자로 참여합니다. 벡 단장의 숫자를 견주는 건 트레이드윈즈의 395라는 숫자를 홀로 두면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리플리케이터를 CDAO의 사업으로 읽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트레이드윈즈는 새 법을 만들어 생긴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권한을 겹쳐 쌓아 만들었습니다. 상용 솔루션 개방(Commercial Solutions Opening, CSO) 권한과 연방조달규정(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 FAR)의 관련 조항을 함께 얹는 방식입니다. 이를 '권한 적층(stacking authorities)'이라고 부릅니다.
이게 왜 영리한지 볼까요. 새 제도를 만들려면 법을 고쳐야 하고, 법을 고치려면 의회를 설득해야 하고, 그 과정에 몇 해가 걸립니다. 그런데 이미 있는 권한들을 겹쳐 쌓으면 법을 고치지 않고도 새 통로가 생깁니다. 관료제 안에서 관료제를 우회하는 기술입니다. Open DAGIR와 트레이드윈즈가 나란히 지닌 성격이기도 하고요.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한번 '계약 가능(awardable)' 상태로 등록되면, 구매자는 새 공고를 내지 않고 검색만으로 이미 걸러진 해법을 골라 계약할 수 있습니다. 경쟁은 등록 단계에서 이미 치렀으니 구매 단계에서 다시 치를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3일이라는 숫자가 나올 만한 구조적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경쟁을 앞단에서 한 번 치러 두었으니 뒷단이 빨라지는 건 설계상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FAR의 특정 조항 번호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조달법의 조항 번호는 한 글자만 어긋나도 전혀 다른 제도를 가리키므로 직접 열어 대조한 번호만 인용합니다.
결국 남는 건 숫자를 다루는 태도입니다. 5분 영상은 세 사람이 입을 모은 규격이고, 6일 계약은 뿌리를 못 찾은 헛숫자이며, 3일은 조건이 잔뜩 붙은 전언입니다. 세 문장의 무게가 서로 다릅니다. 해외 제도를 소개하는 글에서 이 무게 차이가 지워지면, 없던 성과가 사실로 굳어 버립니다. 굳은 사실은 정책 문서에 실리고, 정책 문서는 다시 인용됩니다. 그때쯤이면 원래 출처를 아무도 찾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발표든 인용할 때는 누가 한 말인지를 함께 적습니다. 발화자를 알면, 뒤에 오는 사람이 그 말을 다시 저울에 올릴 수 있으니까요.
4절 표기 바로잡기: '오픈 대거'는 어디서 생긴 말인가
이 제도의 공식 표기는 Open DAGIR입니다. 그런데 회의록, 대담 전사본, 청문회 속기록 곳곳에 '오픈 대거(Open Dagger)' 또는 'Open Dagier'라는 철자가 섞여 나옵니다. 단검을 뜻하는 영어 단어 dagger 말입니다. 군사 용어처럼 들려서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건 별개의 제도 이름이 아니라 전사 오류입니다. '오픈 대거'는 독립된 용어가 못 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오기로만 다룹니다.
원인은 소리에 있습니다. DAGIR는 미국식 발음으로 '대거'에 가깝게 읽힙니다. dagger와 발음이 겹칩니다. 그래서 CDAO 관계자들이 회의에서 이 단어를 말로 꺼내면, 음성을 글자로 옮기는 기계나 사람이 익숙한 단어인 dagger로 받아 적습니다. 음성 인식기는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해당할 법한 단어를 고르는데, 고를 때 기준이 되는 건 세상에 흔히 쓰이는 단어인지 여부입니다. dagger는 흔한 단어이고, DAGIR는 국방부의 몇몇 사람만 쓰는 약어입니다. 기계는 언제나 흔한 쪽으로 기웁니다.
전사본 안에 그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한 대담록에는 전사기가 소문자 dagger로 적어 놓았는데, 바로 뒤에서 플럼 박사가 이건 정부 소유 저장소와 관련된 '긴 약어'라고 설명합니다. 단검이라는 단어라면 긴 약어일 리가 없습니다. 앞 줄은 단검이라 적고 뒷줄은 긴 약어라고 말하니, 문서 자체가 자기모순을 품고 있는 겁니다. 사람이 읽으면 몇 초 만에 알아챌 모순인데, 기계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사람도 헷갈립니다. 번슨 부최고데이터책임자는 스탠퍼드 대담에서 "6월에 오픈 대거를 발표하셨다"는 취지로 말합니다. 그러고는 자기 입으로 풀어 놓은 정의는 DAGIR의 철자 순서를 그대로 따릅니다. 정부 소유, 상호운용, 개방형 데이터와 응용 프로그램 저장소라는 순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신 말고 약어를 지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덧붙입니다. 조직 안에서도 이 이름이 편히 굴러가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 말에는 제도가 6월에 공개적으로 소개됐다는 시점 정보도 담겨 있습니다. 다만 몇 년 6월이었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아 연도는 비워 둡니다.
같은 종류의 사고가 포털 주소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한 웨비나의 실시간 전사본에는 발표자가 구두로 답한 포털 주소가 'prettywindai.com'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찍혀 있습니다. 실제 주소는 'tradewindai.com'입니다. 음성을 글자로 옮기는 기계가 발음을 잘못 알아들은 겁니다. 이 오류를 그대로 따라간 사람은 시장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주소를 두드리게 되니까요. 철자 하나가 제도와 사람 사이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오기의 분포에는 뚜렷한 경향이 있습니다. '오픈 대거' 계열의 철자는 구두 속기록과 인터뷰 전사본 쪽에 몰려 있습니다. 12월 20일자 CDAO 대담 기록, 하원 청문회 속기록, 플럼 박사의 싱크탱크 대담 기록 같은 문서들입니다. 반대로 정식 표기인 Open DAGIR는 문자로 기획된 문서 쪽에 나타납니다. 소개문의 머리글, 공식 보도자료의 설명문 같은 것들입니다. 손으로 쓴 문서는 맞고, 입으로 말한 걸 기계가 받아쓴 문서는 틀리는 구도입니다. 오류는 사람이 무지해서 생긴 게 아닙니다. 소리가 글자로 건너오는 그 한 칸에서 생겼습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검색의 문제입니다. 계약 규격서와 사업 공고를 찾으려면 정확한 철자가 필요합니다. '오픈 대거'로 찾으면 아무것도 안 나오거나 엉뚱한 문서가 나옵니다. 연구자와 실무자가 자료를 놓치는 첫 번째 이유가 이런 철자입니다. 이름을 알아야 문서를 찾고, 이름이 틀리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름의 오류는 자료의 결손으로 이어지고, 자료의 결손은 내용의 결손으로 이어집니다.
다른 하나는 뜻의 문제입니다. '대거'라고 적으면 이 제도가 무기 사업처럼 읽힙니다. 단검이라는 말은 날붙이와 특수작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DAGIR의 실제 뜻은 정부가 소유하고 서로 맞물리는 개방형 저장소입니다. 무기가 아니라 계약 구조와 데이터 소유권에 관한 이름입니다. 철자가 틀리면 제도의 성격이 통째로 오해됩니다. 무기 사업으로 읽히는 순간, 이 제도가 던지는 질문, 즉 데이터의 밑바닥을 누가 소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사라집니다. 세 개의 계약 덩어리도, 5분 영상도, 권한 적층도 모두 그 질문에 딸린 답입니다. 질문이 사라지면 답도 이유를 잃습니다.
남은 하나는 인공지능이 만든 요약을 다루는 문제입니다. 대화형 인공지능이 내놓는 요약에도 '오픈 대거'라는 표기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인공지능은 원자료에 있는 오기를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물려받은 오기는 새 문서에 실려 다시 퍼집니다. 오류가 번지는 경로는 이렇습니다. 회의실의 목소리가 있고, 그걸 받아 적은 기계가 있고, 그 전사본을 읽고 요약한 인공지능이 있고, 그 요약을 한국어로 옮긴 글이 있습니다. 각 칸에서 오류는 지워지지 않고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넘어갈 때마다 오류는 더 확신에 찬 문장으로 다듬어집니다.
미국 국방부의 데이터 제도를 한국어로 읽으려는 사람은 그 사슬의 맨 끝 칸에 서 있습니다. 앞 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단검이 아닌 것을 단검이라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오해 위에 정책 제언을 쌓게 됩니다. 잘못된 표기가 자료 사이를 돌며 불어나는 과정이 지금까지 본 사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래 남을 교훈은 어쩌면 계약 구조보다 이 오염의 경로에 있습니다. 계약 구조는 제도가 바뀌면 낡습니다. 오염의 경로는 자료를 다루는 한 계속 되풀이됩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Open DAGIR라는 원어로 적고, 억지로 한글로 옮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인용된 발언 안에 '오픈 대거'가 나올 때만, 잘못 옮겨진 표기임을 밝히고 인용하면 됩니다. 한국어로 이 제도를 다루는 글이 모두 이 원칙을 지키면, 뒤따라오는 독자의 검색과 대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남겨 둡니다. Open DAGIR는 데이터 계층을 정부가 소유하겠다는 선언이고, 트레이드윈즈는 그 위층을 빠르게 갈아 끼우겠다는 창구입니다. 두 장치는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백본이 없으면 앱을 빨리 사도 얹을 데가 없고, 빠른 창구가 없으면 백본 위가 텅 비어 있습니다. 그런데 두 장치가 실제로 업체 종속을 줄였는지를 바깥에서 따져 본 자료는 아직 없습니다. 등록된 해법의 수와 계약을 맺은 조직의 수는 발표됐지만, 그 계약이 부대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말해 주는 숫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성과를 말하는 자료는 국방부가 스스로 낸 발표에 몰려 있고, 실패를 말하는 자료는 거의 없습니다. 이 치우침 자체가 하나의 신호로 보입니다. 제도가 정말 굴러갔다면 부대 쪽에서, 업체 쪽에서 성패를 가리는 목소리가 이미 흘러나왔을 텐데, 지금은 만든 사람들의 설명이 대부분입니다. 그 말들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이 제도는 잘 설계된 약속이되,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는 앞으로 부대의 사용 기록이 답할 문제로 두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