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재
책으로 읽는 AI서재
한 권을 고르고, 목차에서 차례대로 읽을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프랑스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은 이 교재를 무료로 마음껏 내려받아 사용해도 좋습니다. 개인 학습과 수업 자료로 쓰고, 필요한 부분을 인쇄해 공부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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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러시아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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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베트남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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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라오스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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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위한 교양 인공지능
몽골어·한국어 쌍어판
372쪽 PDF. 인공지능의 기본 개념과 대학 생활에서 AI를 쓰는 방법을 두 언어로 읽는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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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어로 읽는 대학생 교양 인공지능
한국어 원문과 외국어 번역을 함께 실은 유학생용 교재입니다. 각 책 소개 페이지에서 PDF를 받을 수 있습니다.
[AI서재] 제4장. 2단계 판단: 우리는 고영향 인공지능사업자인가
제4장. 2단계 판단: 우리는 고영향 인공지능사업자인가
2025년 가을, 한 중견 인사관리 회사의 회의실입니다. 이 회사는 AI 면접 분석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지원자가 화상으로 면접을 보면, AI가 음성 톤, 답변 내용, 표정 변화를 분석하여 적합도 점수를 산출합니다. 고객사인 대기업 인사팀은 이 점수를 1차 면접 합격 여부에 참고합니다. 2026년 1월 22일,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됩니다. 이 회사의 법무 담당자가 법 제2조 제4호를 펼칩니다. 사목, "채용, 대출 심사 등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 또는 평가." 시선이 멈춥니다. 우리 시스템이 여기 해당하는가. 해당한다면 위험관리방안을 수립하고, 판단 근거를 설명하고, 이용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고,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문서를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의무는 없습니다. 이 한 줄의 판단에 수억 원의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걸려 있습니다.
1. 고영향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기본법 제2조 제4호가 정의합니다.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활용되는 것."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합니다. 법이 열거한 영역에서 쓰여야 하고, 생명이나 신체 안전이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영역에 해당하더라도 영향이 중대하지 않으면 고영향이 아닙니다. 영향이 중대하더라도 열거된 영역 밖에서 쓰인다면 고영향이 아닙니다.
이것이 2단계 판단 구조입니다.
1단계. 도메인 해당성입니다. 이 인공지능시스템이 법 제2조 제4호 가목부터 카목까지 열한 개 영역 가운데 어디에서 활용되는가.
2단계. 중대성 판단입니다. 이 시스템이 그 영역에서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가.
시행령 제25조는 이 판단의 절차도 정합니다. 사업자는 자기 시스템이 고영향에 해당하는지 사전에 검토해야 하고, 필요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요청을 받은 장관의 회신에 기본 30일이 주어집니다. 1회에 한해 30일 연장이 가능합니다. 사업자로서는 사전 검토의 판단 근거를 문서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열한 개 영역
법 제2조 제4호는 가목부터 카목까지 열한 개 영역을 나열합니다.
가목. 에너지법에 따른 에너지의 공급입니다. 전력 공급망, 가스 배관 제어, 열 공급 시스템에 AI를 쓰는 경우입니다. 전력 수급 예측 모델이 오작동하면 광역 정전이 납니다. 2011년 9월 15일 대한민국 전역에서 벌어진 순환 정전 사태는 전력 수급 예측 오류가 원인이었습니다. AI가 이 예측을 대신하는 시대에, 그 AI의 실패는 곧 인프라의 실패입니다.
나목. 먹는물관리법에 따른 먹는물의 생산 공정입니다. 정수장에서 수질 데이터를 분석하고 약품 투입량을 결정하는 AI가 대상입니다. 잘못된 약품 투입은 수질 오염으로 이어지고, 수질 오염은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이 영역은 범위가 좁습니다. "생산 공정"에 한정됩니다. 수돗물 배관 관리나 먹는물 유통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목.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 제공 및 이용 체계의 구축과 운영입니다. 병원 정보시스템, 원격진료 플랫폼, 환자 배정 알고리즘, 의료 자원 배분 시스템이 해당합니다. 범위가 넓습니다. 보건의료 체계의 구축과 운영 전반을 포괄합니다. AI가 응급환자 분류(triage)를 보조하는 시스템, AI가 병상 배정을 결정하는 시스템, AI가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하여 추가 검사를 권고하는 시스템, 이 모두가 다목에 걸릴 수 있습니다.
라목. 의료기기법에 따른 의료기기 및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따른 디지털의료기기의 개발과 이용입니다. AI 영상 판독 소프트웨어, AI 기반 심전도 분석기, AI 진단 보조 프로그램이 여기 들어옵니다. 이 항목 가운데 디지털의료기기에 관한 부분은 2026년 1월 24일에 시행되었습니다. 원법 시행일인 1월 22일보다 이틀 늦습니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이 같은 날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의료기기법에 따른 의료기기 부분은 원법과 함께 1월 22일부터 적용되었습니다. 의료기기 사업자에게는 이미 의료기기법에 따른 인허가 체계가 있습니다. 인공지능기본법은 거기에 고영향 AI 의무를 하나 더 얹습니다. 다만 중복 규제 완화 조항이 있어서, 의료기기법상 의무를 이미 이행한 사업자는 해당 범위 내에서 기본법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다목의 보건의료와 라목의 의료기기는 겹치는 영역이 있습니다. AI 영상 판독 시스템 하나가 두 항목에 모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이면서 동시에 보건의료 체계의 운영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어느 쪽이든 고영향에 해당하므로 의무의 범위에 실무적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마목.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른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의 안전 관리 및 운영입니다. 원자력발전소 제어계통, 핵연료 관리, 방사선 감시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는 경우입니다. 원자력은 실패의 비용이 무한대에 가까운 영역입니다. 이 영역에서 AI를 쓰는 사업자는 이미 원자력안전법 체계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바목. 범죄수사 또는 체포를 위한 생체인식정보의 분석과 활용입니다. 법은 생체인식정보의 예시로 얼굴, 지문, 홍채, 손바닥 정맥을 열거합니다. 범죄수사 목적의 안면인식 AI, 지문 매칭 AI, 홍채 스캔 분석 AI가 대상입니다. 용도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범죄수사 또는 체포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출입국 관리나 건물 보안 목적의 안면인식은 바목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사목이나 자목에 해당할 여지는 있습니다.
EU AI법은 생체인식을 한국보다 엄격하게 다룹니다.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 시스템(real-time remote biometric identification)의 법 집행 목적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테러 방지나 실종 아동 수색처럼 좁은 예외만 허용합니다. 한국법에는 이런 원천 금지가 없습니다. 범죄수사 목적 생체인식 AI를 고영향으로 분류하여 안전 의무를 부과할 뿐, 쓰지 못하게 막지는 않습니다.
사목. 채용, 대출 심사 등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 또는 평가입니다. "등"이라는 글자가 범위를 열어 둡니다. 채용과 대출 심사는 예시입니다. 보험 가입 심사, 학자금 대출 심사, 임대차 적격 여부 판단, 사회보장 급여 수급 자격 판정, 이 모두가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에 포섭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AI 면접 분석 시스템은 사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스템의 적합도 점수가 채용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2단계 판단의 중대성 요건도 충족됩니다. 다만 이 점수가 참고자료일 뿐이고 인사 담당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한다면, 중대성 판단에서 빠질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AI가 채용 결정에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갖느냐가 고영향 해당 여부를 가릅니다.
아목. 교통안전법에 따른 교통수단, 교통시설, 교통체계의 주요한 작동 및 운영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주행 제어, 항공 관제 보조, 철도 운행 관리, 신호 체계 최적화가 대상입니다. "주요한 작동 및 운영"이라는 한정어가 붙어 있습니다. 교통 정보 안내 앱이나 내비게이션의 경로 추천은 교통시설의 "주요한 작동"이 아니므로 아목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의 조향과 제동을 제어하는 AI는 교통수단의 주요한 작동 그 자체입니다.
자목.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자격 확인 및 결정 또는 비용징수 등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등의 의사결정입니다. 공무원 시험 채점, 복지 급여 수급 자격 판정, 공공요금 책정에 AI를 쓰는 경우입니다. 주어가 국가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므로, 민간 사업자가 직접 당사자가 되는 일은 드뭅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공공기관에 AI 시스템을 납품하는 경우, 그 시스템이 자목에 해당하는 결정에 쓰인다면 개발사업자로서 고영향 의무를 질 수 있습니다.
차목. 교육기본법에 따른 유아교육, 초등교육 및 중등교육의 학생 평가입니다. AI가 학생의 시험을 채점하거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거나, 학습 수준을 진단하는 시스템이 대상입니다. 범위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대학교육은 빠져 있습니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만 해당합니다. 학생 평가가 아닌 학습 보조(AI 튜터, 문제 추천)는 평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차목의 대상이 아닙니다.
카목. 그 밖에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역입니다. 2026년 7월 현재, 대통령령으로 추가 지정된 영역은 없습니다. 이 항목은 열린 조항입니다. 기술 발전이나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영역을 추가할 수 있도록 남겨 둔 것입니다.
3. 2단계 판단의 실제
시행령과 고영향 AI 판단 가이드라인은 2단계 판단을 이렇게 운영합니다.
1단계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우리 시스템이 11개 영역 가운데 어디에서 쓰이는지 대조합니다. 에너지 공급, 먹는물 생산, 보건의료, 의료기기, 원자력, 생체인식 범죄수사, 채용이나 대출심사 같은 권리 의무 판단, 교통, 공공서비스, 학생 평가. 해당 영역이 없으면 고영향이 아닙니다. 해당 영역이 있으면 2단계로 넘어갑니다.
2단계는 까다롭습니다. "중대한 영향"이란 무엇인가. 법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라고 적었습니다. 시행령 제25조 제2항이 판단의 고려 요소를 제시합니다.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의 영향, 중대성, 빈도, 그리고 활용 영역별 특수성입니다.
구체적 사례로 나누어 봅니다.
AI 채용 면접 시스템입니다. 1단계 판단. 사목의 "채용"에 해당합니다. 2단계 판단. AI의 적합도 점수가 1차 면접 합격 여부를 사실상 결정한다면, 지원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시스템은 고영향입니다. 반면 같은 시스템이라도 AI 점수를 참고만 하고 인사 담당자가 전원을 독립적으로 면접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라면, AI의 영향이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결정하고 AI는 보조할 뿐"인 구조에서는 2단계를 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선이 실무에서 빈번하게 다투어질 지점입니다.
AI 신용평가 시스템입니다. 1단계 판단. 사목의 "대출 심사"에 해당합니다. 2단계 판단. 신용점수가 대출 승인이나 금리 결정에 직결된다면, 개인의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존에 신용정보법의 적용을 받는 신용평가 회사라면, 중복 규제 완화 조항에 따라 신용정보법상 의무를 이행한 범위에서 기본법의 책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AI 학생 평가 시스템입니다. 1단계 판단. 차목의 "학생 평가"에 해당합니다. 2단계 판단. 이 AI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의 채점을 하고, 그 채점 결과가 내신 성적에 반영된다면, 학생의 교육을 받을 권리와 진학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고영향입니다. AI가 연습 문제를 추천하거나 학습 진도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면 "평가"가 아니므로 차목에 해당하지 않고, 2단계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4. "영향"인가 "위험"인가
한국법제연구원의 정원준 연구위원은 2025년 9월 보고서에서 이 법의 용어 혼선을 지적했습니다.
법 제2조 제4호의 정의를 다시 봅니다.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 하나의 문장 안에 "영향"과 "위험"이 함께 나옵니다.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다음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이어집니다.
"영향(impact)"과 "위험(risk)"은 개념이 다릅니다. 영향은 이미 발생한 결과나 발생이 예상되는 결과의 크기를 가리킵니다. 위험은 해로운 결과가 발생할 확률과 심각성의 곱입니다. 한국법의 이름은 고영향입니다. 그런데 정의 조문에는 위험이라는 말도 들어 있습니다.
정원준 연구위원의 비판은 이렇습니다. "영향"과 "위험"이 법 안에서 병행 사용되면서, 사업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혼선이 생긴다. 게다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이라는 문구에서 "및(and)"이 안전과 기본권을 병렬로 연결하는데,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도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면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전과 기본권 양쪽 모두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 것인지 해석이 갈린다.
사업자 입장에서 말하면 이렇습니다. AI 채용 면접 시스템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기본권(직업 선택의 자유)에는 영향을 미칩니다. "및"을 "그리고(and)"로 읽으면, 생명과 신체 안전에 영향이 없는 이상 고영향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및"을 "또는(or)"로 읽으면, 기본권에만 영향을 미쳐도 고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과기정통부의 가이드라인은 후자의 방향, 즉 기본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고영향에 해당할 수 있다는 쪽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국회 과방위 심의 과정을 돌아보면, 법 이름에서 "위험(risk)" 대신 "영향(impact)"을 택한 것은 기술에 부정적 낙인을 찍지 않으려는 정치적 타협이었습니다. 이해민 의원의 발언이 보여주듯, 영향이라는 단어가 위험보다 중립적이고 포괄적이라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의 정의 조문에서 영향과 위험을 동시에 쓰면서, 이름의 중립성과 정의의 명확성 사이에 긴장이 생겼습니다.
유럽연합은 이 문제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위험(risk)"이라는 말을 쓰고, 네 단계로 체계를 세웠습니다. 금지(unacceptable risk), 고위험(high-risk), 제한적 위험(limited risk), 최소 위험(minimal risk). 용어와 체계가 일치합니다.
5. 유럽연합의 고위험 AI: 이중 경로와 면제
EU AI법은 고위험 AI를 두 경로로 분류합니다.
경로 하나. 제품안전 경로(제6조 제1항)입니다. EU 조화입법(부속서 I에 열거된 의료기기, 기계류, 장난감, 항공기, 자동차 등 제품 관련 지침)에 따라 제3자 적합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제품의 안전 구성요소로 AI가 쓰이면 고위험입니다. 의료기기에 들어간 AI 진단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입니다. 이 경로에서는 기존 제품안전 체계와 AI 규제가 겹칩니다.
경로 둘. 부속서 III 경로(제6조 제2항)입니다. 부속서 III이 열거하는 영역에서 쓰이는 독립형 AI 시스템이 대상입니다. 생체인식, 핵심 인프라, 교육과 직업훈련, 고용과 인력관리, 필수 공공 및 민간 서비스 접근, 법 집행, 이민과 비호 및 국경 관리, 사법과 민주적 절차. 한국법의 11대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차이도 있습니다. EU가 이민과 국경 관리, 사법과 민주적 절차를 명시하는 반면, 한국은 이 영역을 열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에너지 공급, 먹는물 생산, 원자력을 별도 항목으로 분리한 반면, EU는 이것을 "핵심 인프라" 하나로 묶었습니다.
EU에는 한국에 없는 장치가 있습니다. 면제 메커니즘(제6조 제3항)입니다. 부속서 III에 열거된 영역의 AI 시스템이라도, 사람의 건강이나 안전이나 기본권에 유의미한 위험(significant risk)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위험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좁은 절차적 업무를 수행하거나, 이전에 사람이 내린 결정을 개선하려는 목적이거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되 사람의 평가를 대체하지 않는 경우가 면제 사유입니다. 다만 자연인에 대한 프로파일링(profiling)은 항상 고위험입니다. 어떤 면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국법에는 이 면제 장치가 없습니다. 11개 영역에 해당하고 중대한 영향이 있으면 고영향입니다. EU처럼 "이 시스템은 부속서 III 영역에서 쓰이지만 실질적 위험이 낮으므로 고위험이 아닙니다"라고 빠져나갈 경로가 법문에 없습니다. 2단계 판단에서 "중대한 영향"의 해석으로 유사한 결론에 이를 수는 있지만, EU처럼 명시적 면제 조건을 열거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EU의 또 다른 차이는 의무의 강도입니다. EU는 고위험 AI에 의무적 적합성 평가(conformity assessment)를 부과합니다. 출시 전에 기술 문서를 작성하고,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적합성 선언서를 발행하고, CE 마킹을 붙여야 합니다. 제3자 기관의 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부적합 시 최대 1,500만 유로 또는 매출의 3퍼센트가 과징금으로 부과됩니다.
한국의 고영향 AI 사업자 의무는 성격이 다릅니다. 법 제34조 제1항이 한 조문 안에 다섯 개 호로 정합니다. 위험관리방안을 수립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판단의 주요 기준과 학습용데이터 개요 등을 설명할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이용자 보호 방안을 수립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사람이 관리하고 감독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행 근거 문서를 작성하여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여기에 시행령 제27조 제1항이 게시 의무를 붙입니다. 위험관리방안의 주요 내용, 설명 방안의 주요 내용, 이용자 보호 방안, 관리·감독자의 성명과 연락처를 사무소나 사업장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은 뺄 수 있습니다. 의무의 목록은 실질적이지만, 제3자 적합성 평가와 같은 사전 관문은 없습니다. 이 책무를 위반했다고 곧바로 과태료가 부과되는 구조도 아닙니다.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을 때 비로소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정부는 시행 후 최소 1년을 계도 기간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6. 중국: 위험 분류 없이 분야를 나누다
중국은 "고위험 AI"나 "고영향 AI"라는 범주 자체를 쓰지 않습니다.
EU처럼 위험 등급으로 모든 AI를 가로지르는 수평적 분류 체계가 없습니다. 개별 규정 안에 분류·등급 관리 원칙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대신 기술 유형별로 규정을 나누었습니다. 알고리즘 추천에는 알고리즘추천관리규정(2022년 3월 시행), 딥페이크에는 심층합성관리규정(2023년 1월 시행), 생성형 AI에는 생성형AI관리잠행판법(2023년 8월 시행). 2025년에는 AI 생성 콘텐츠 표시 판법이 추가되었고, 2026년 7월에는 의인화 AI 상호작용 서비스 잠행판법이 시행되었으며, 그에 앞서 5월에는 AI 에이전트에 관한 규범 실시의견이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이 모든 AI를 하나의 법으로 포괄하고 그 안에서 고영향과 일반을 나눈 것과 반대 구조입니다. 중국은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해당 기술에 맞는 규정을 내놓았습니다. 각 규정은 자기 관할의 기술만 정의하고 그 기술에 맞는 의무를 부과합니다.
중국에서 위험 분류에 그나마 가까운 것은 "여론 속성이나 사회적 동원 능력"이라는 기준입니다. 생성형AI관리잠행판법은 이런 속성을 가진 서비스에 보안 평가를 요구합니다. "사회적 동원 능력"이 있는 AI 서비스는 사전에 인터넷정보판공실(CAC)에 보안 평가를 신청해야 하고, 이 평가를 통과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고영향이나 EU의 고위험과는 다른 기준입니다. 기본권 침해 우려가 아니라 사회 안정 유지가 판단의 축입니다.
중국은 포괄적 인공지능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무원은 2026년 5월 연도별 입법 업무 계획에서 "인공지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종합 입법을 가속화한다"고 밝혔습니다. 학자 건의안(2024년 3월, 중국정법대학 등 학계 공동)에는 AI 네거티브 리스트 기반의 허가관리제도가 포함되어 있고, 학계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통과를 2027년 말께로, 시행을 2028년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종합법이 제정되면 중국도 어떤 형태로든 위험 등급 분류를 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 나라를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은 "고영향"이라는 하나의 범주를 만들고, 11개 영역을 열거하고, 2단계 판단으로 해당 여부를 가립니다. 금지 범주는 없습니다.
EU는 네 단계 위험 분류를 세우고, 금지되는 관행을 설정하고, 고위험 AI에 이중 경로를 두면서 면제 장치까지 갖추었습니다. 체계가 정교합니다.
중국은 EU식 위험 등급 분류 없이 기술 유형별로 규정을 나누고, 콘텐츠 통제와 사전 등록을 결합합니다.
7. 사업자의 판단 절차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를 사업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절차를 정리합니다.
단계 하나. 우리 시스템이 인공지능시스템인가. 법 제2조 제2호의 요건(자율성, 적응성, 추론)을 충족하는가. 정해진 규칙만 따르는 단순 자동화는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고 해석됩니다.
단계 둘. 우리는 인공지능사업자인가. 이 시스템을 개발하여 제공하거나, 제공받아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가. 제공받아 쓰기만 하면 이용자입니다.
단계 셋. 11개 영역 가운데 하나 이상에서 쓰이는가. 해당하지 않으면 고영향이 아닙니다.
단계 넷.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가. 그 영향과 위험의 중대성, 발생 빈도, 활용 영역별 특수성을 따집니다.
단계 다섯. 판단 근거를 문서로 남깁니다. 고영향에 해당하든 해당하지 않든, 판단 과정과 근거를 기록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우면 시행령 제25조의 절차에 따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장관은 30일(한 차례 연장하면 최대 60일) 이내에 결과를 회신합니다. 회신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회신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재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고영향에 해당한다면 법 제34조 제1항이 한 조문 안에 다섯 개 호로 정한 의무가 따라옵니다. 위험관리방안의 수립과 운영. 이용자에 대한 판단 근거 설명 방안의 수립과 시행. 이용자 보호 방안의 수립과 운영. 사람의 관리·감독. 그리고 이행 문서의 작성과 5년 보관.
8. 경계에 선 시스템들
고영향 해당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시스템이 있습니다.
AI 기반 보험 심사 시스템입니다. 보험 가입 신청을 AI가 분석하여 승인이나 거절이나 보험료를 결정합니다. 사목의 "대출 심사 등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등"이 보험 심사를 포함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보험 가입 거절은 개인의 경제적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고영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기반 교통 정보 서비스입니다.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 경로를 추천합니다. 아목은 "교통수단, 교통시설, 교통체계의 주요한 작동 및 운영"이라고 적었습니다. 경로 추천은 교통체계의 주요한 작동이나 운영이 아닙니다.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보조 서비스입니다. 고영향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기반 아파트 관리 시스템입니다.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여 공동 난방과 전력을 관리합니다. 가목은 "에너지법에 따른 에너지의 공급"이라고 적었습니다. 아파트 내 에너지 관리가 에너지법에 따른 에너지 공급에 해당하는가. 에너지법의 에너지 공급은 전력회사나 가스회사가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아파트 관리 시스템은 공급받은 에너지를 배분하는 것이지,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기반 국가장학금 수급 자격 판정 시스템입니다. 자목의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자격심사, 확인, 판정"에 해당합니다. 2단계 판단에서도 학생의 교육 기회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고영향입니다.
경계 사례가 쌓일수록, 2단계 판단의 "중대한 영향"이라는 말이 가진 불확정성이 드러납니다. 이 불확정성은 결함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기본법이 모든 사례를 미리 분류할 수는 없으므로, 판단의 여지를 남겨 두고 가이드라인과 유권해석과 사례의 축적으로 채워 나가겠다는 구조입니다. 다만 사업자에게는 이 불확정성이 비용입니다. 판단이 틀리면 의무 위반이고, 과잉 준수하면 불필요한 지출입니다.
9. 세 나라의 체계를 놓고
인사관리 회사의 법무 담당자에게 돌아갑니다.
이 AI 면접 분석 시스템은 한국법에서 고영향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단계, 사목의 채용 영역. 2단계, 지원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에 중대한 영향. 위험관리방안을 수립하고, 판단 근거를 설명할 체계를 만들고, 이용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인적 개입 장치를 갖추고, 문서를 5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같은 시스템을 유럽 시장에 내놓는다면, EU AI법 부속서 III의 고용 영역에 해당하여, 면제 사유에 들지 않는 한 고위험 AI로 분류됩니다. 적합성 평가를 받아야 하고, 기술 문서를 작성해야 하며, CE 마킹을 달아야 합니다. 다만 2026년 디지털 옴니버스 개정으로 부속서 III 고위험 AI 의무의 적용은 2027년 12월 2일로 미뤄졌습니다. 제재 상한을 견주면, 1,500만 유로만 해도 한국 과태료 상한 3,000만 원의 700배가 넘고, 매출 3퍼센트 기준이 적용되는 대기업이라면 그 차이는 수천 배로 벌어집니다.
같은 시스템을 중국에서 서비스한다면, 고위험이라는 분류 자체가 없으므로, 적용 가능한 개별 규정이 있는지를 규정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생성형 AI가 아니므로 생성형AI잠행판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 추천을 사용한다면 알고리즘추천관리규정의 등록 의무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고영향 인공지능이라는 한 줄의 정의 뒤에는 사업자의 비용과 이용자의 보호가 얽혀 있습니다. 법의 이름은 고영향이지만, 조문에는 위험이라는 말도 함께 있습니다. 2단계 판단의 중대성 기준은 아직 사례로 채워지는 중입니다. 과기정통부 장관의 확인 절차, 가이드라인의 운용, AI 기본법 지원데스크의 상담 사례가 하나씩 쌓이면서 경계의 윤곽이 잡혀 갈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5단계 판단 절차를 밟고, 판단 근거를 문서로 남기고, 경계에 있다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확인 요청이 와서 고영향이 아니라고 밝히는 것보다, 고영향으로 간주하고 의무를 이행한 뒤 과잉이었다고 밝히는 쪽이 위험이 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