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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3.1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과 실시간 신호 최적화
도시의 뇌와 디지털 트윈
3.1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과 실시간 신호 최적화
김경진 변호사
항저우시 교통 관제센터의 벽면에는 도시 곳곳의 교차로 화면이 격자무늬로 걸려 있다. 2025년 말 항저우시 공안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화면을 들여다보는 영상 담당 인력은 260명, 교차로 신호 주기를 조정하는 담당자는 115명, 현장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오토바이 경찰은 2,400명이다. 이 세 층이 하나의 지휘 체계로 묶여 도시의 신호등을 매 순간 다시 계산한다.
지능형 교통 시스템, 줄여서 ITS는 정보통신기술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대량의 데이터 연산 장비를 도로망에 이어 붙여 차량과 사람이 더 안전하고 매끄럽게 움직이도록 돕는 체계를 가리킨다. ITS는 크게 네 단계로 움직인다. 도로 위 센서와 카메라가 상황을 감지하고, 그 정보가 통신망을 타고 관제센터로 모이고, 인공지능이 그 정보를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신호등이나 안내판이 실제로 반응한다. 교차로 신호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일, 구급차가 지나갈 길을 미리 열어 주는 일, 버스 배차를 조정하는 일, 앞으로 몇 분 뒤의 교통량을 미리 짚어보는 일이 모두 이 네 단계 위에서 이뤄진다.
예전의 신호등은 정해진 시간표대로만 돌아갔다. 출근 시간이든 한밤중이든 같은 주기로 초록불과 빨간불이 바뀌었고, 도로에 차가 몰려도 신호는 그 사정을 알지 못했다. 이런 고정 주기 방식은 차량이 몰리는 순간에 정체를 키우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의 신호 체계는 차량 사이의 간격, 대기 줄의 길이, 실제 주행 속도를 그때그때 읽어서 초록불이 켜지는 시간과 인접 교차로 사이의 신호 시차를 스스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항저우시의 시티 브레인은 이런 적응형 신호 제어를 도시 전체 단위로 실제 운영에 옮긴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교차로 CCTV의 영상 분석과 고덕지도의 실시간 위치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신호 주기를 조정한다는 설명이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항저우시의 발표 자료에 되풀이해 나온다. 문제는 이 조정으로 통행 속도가 실제로 얼마나 올랐고 정체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 주는 숫자다. 이런 숫자는 대체로 사업을 함께 이끈 항저우시와 알리바바 클라우드 자신이 내놓은 것이고, 정부의 다른 부서나 제3의 기관이 따로 확인한 값은 찾기 어렵다. 이 성과를 다룬 학술 논문도 나와 있지만, 그 안의 숫자 역시 알리바바나 항저우시가 낸 자료를 사례로 삼아 다시 정리한 내용에 가깝다. 사업을 이끈 당사자가 내놓은 성과 발표와 제3의 기관이 독립적으로 확인한 결과는 다른 무게로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사업자가 밝힌 숫자를 확정된 사실처럼 옮기지 않고, 그 숫자가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를 먼저 밝히는 쪽을 택한다.
여기에 항저우 공안국이 2025년 말에 내놓은 자료는 조금 다른 각도의 숫자를 보여 준다. 짧은 구간에서 초록불이 연이어 켜지도록 묶어 둔 구간, 이른바 녹색 물결 구간의 길이가 482킬로미터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숫자는 시티 브레인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결과라기보다, 2025년 시점에서 항저우가 운영하고 있는 교통 관제의 현재 모습으로 읽는 편이 맞다.
시티 브레인은 신호 조정에 그치지 않고 구급차와 소방차가 지나갈 길을 미리 열어 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고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설명한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놓인 교차로들이 차량이 다가오는 순간에 맞춰 차례로 초록불로 바뀌는 방식이다. 구급차가 현장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사고 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짧아졌는지, 영상 분석이 사고와 위반을 잡아내는 정확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항저우시와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내놓은 자료 밖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항저우시 샤오산구에서 먼저 시험을 거친 뒤 도시 전체로 넓혀졌다는 설명도 같은 자료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시험에서 통행 속도와 혼잡 경보가 실제로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따로 확인된 값이 없다.
싱가포르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풀어 간다. 육상교통청, LTA가 운영하는 GLIDE는 초록 신호가 이어지는 구간을 스스로 계산해 정하는 체계이고, EMAS는 고속도로 상황을 하루 종일 지켜보는 체계다. 여기에 도로마다 통행료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매기는 차세대 전자 도로 통행료 시스템, ERP 2.0을 붙여 붐비는 시간과 구간에는 통행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차량이 몰리는 것을 미리 막는다.
두 도시의 실적과는 별개로, 신호 최적화를 더 정교하게 만들려는 연구도 학계에서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강화학습이라는, 컴퓨터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스스로 더 나은 판단을 익히게 하는 방법과 여러 신호등이 서로의 상태를 참고하며 함께 학습하는 다중 에이전트 강화학습이 신호 제어에 쓰인다. 교차로에 몰린 차량의 압력을 계산해 대기 줄을 줄이는 맥스 프레셔 알고리즘, 교차로 영상에서 차량 대수와 대기 시간을 읽어내는 YOLO 계열의 영상 인식 모델도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검증되고 있다. 구급차 우선 신호를 위해서는 차량과 도로 시설이 직접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방식, 5세대와 6세대 이동통신망을 쓴 초저지연 통신을 결합해 도로변 장치가 신호기를 직접 조율하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의 배차를 조정하는 일도 신호 제어 못지않게 도시의 이동을 좌우한다. 싱가포르는 이 문제를 사람을 태우지 않는 차량으로도 풀어 보려 한다. 교통부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2026년부터 풍골, Punggol에서 정해진 노선을 도는 자율주행 셔틀을 시험하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마리나 베이와 원노스에서 자율주행 버스를 시험한다. 실제로 손님을 태우기 전에는 안전요원의 개입 없이 지정된 노선을 얼마나 달리는지,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이나 보행자 같은 여러 교통 상황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를 LTA가 정한 정량적 안전 기준과 자율주행 표준에 맞춰 먼저 평가한다. 이 평가를 통과해야 실제 도로 위 상용 운행으로 넘어간다. 정해진 시간표만 따르던 버스와 지하철의 배차 역시 실시간으로 모인 승차권과 교통카드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한 만큼 늘리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옮겨 가고 있지만, 그 변화의 폭을 보여 주는 공식 수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교통량을 미리 내다보는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도로망을 점과 선으로 표현해 계산하는 그래프 신경망과 시간의 흐름을 읽는 순환 신경망을 합친 모델들, 예를 들어 시공간 그래프 합성곱 신경망이나 확산 합성곱 순환 신경망 같은 이름의 모델이 몇 분 뒤, 몇 시간 뒤의 교통 흐름을 미리 계산하는 데 쓰인다. 버스 노선을 짤 때는 통행 시간과 연료 소비, 탄소 배출량을 한꺼번에 줄이려는 다목적 경로 알고리즘이 쓰이고, 전용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도록 신호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배터리 상태까지 고려해 경로를 짜는 방식도 시뮬레이션 위에서 시험되고 있다.
카메라와 센서, 계산 모델이 도로 위에 촘촘하게 깔리면서 항저우와 싱가포르는 각자의 방식으로 도로를 관제하고 있다. 그러나 통행 속도가 실제로 얼마나 올랐고 사고 대응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사업 참여자가 아닌 제3의 기관이 확인한 수치는 아직 없다. 두 도시가 내놓는 숫자는 저마다 다른 손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 장을 읽는 동안 계속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근거 및 참고문헌
Government Technology Agency (GovTech). (2018).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in Singapore. https://www.tech.gov.sg/products-and-services/ITS/
Leong, W. Y., & Kumar, R. (2023). 5G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 for smart cities. In Convergence of IoT, blockchain, and computational intelligence in smart cities (pp. 1–25). CRC Press. https://doi.org/10.1201/9781003353034-1
Pawar, V., Zade, N., Vora, D., Khairnar, V., Oliveira, A., Kotecha, K., & Kulkarni, A. (2024).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 with 5G vehicle-to-everything (V2X): Architectures, vehicular use cases, emergency vehicles, current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 IEEE Access, 12, 183937–183960. https://doi.org/10.1109/ACCESS.2024.3506815
Singapore Ministry of Transport. (2026). Automated & autonomous vehicles. https://www.mot.gov.sg/what-we-do/automated-autonomous-vehicles/
Singapore Ministry of Transport. (2026). LTA's Quantifiable Safety Metrics and AV Standards Governing AI Decision-Making Prior to Commercial Deployment on Public Roads. https://www.mot.gov.sg/news-resources/newsroom/lta-s-quantifiable-safety-metrics-and-av-standards-governing-ai-decision-making-prior-to-commercial-deployment-on-public-roads/
杭州市公安局. (2025). 杭州举行公安高水平安全护航高质量发展新闻发布会. https://police.hangzhou.gov.cn/art/2025/12/24/art_1229267445_58931709.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