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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안 대신, 클로드 코드로

작성자
김 경진
작성일
2026-04-12 08:44
조회
933

옵시디안 대신, 클로드 코드로

내 기억의 연장, AI가 대신 기억하고 연결하는 외부 뇌

"내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모든 형식의 자료들을 다 읽은 다음, 나랑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판단해서 알려줘?"

지난주, 나는 AI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아이클라우드에 쌓아둔 10년치 일기와 개별 메모장 노트, 엑셀 파일, 주소록을 통째로 읽게 한 뒤였다. 3분쯤 지났을까. 클로드 코드가 답을 내놓았다.

"OO입니다."

틀린 답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일기에 자주 등장하지만, 그건 업무 미팅이라는 맥락이다. OO는 달랐다. 할 일 없는 일요일에 전화 한 통, 바쁜 시기에 제일 먼저 건 통화, 노래방까지 함께 간 밤, 부친이 쓰러졌을 때 일기에 적어둔 걱정. AI는 그 결을 읽어냈다.

깨달았다. 옵시디안에서 링크를 걸고 태그를 달고 그래프 뷰를 들여다보며 보낸 시간이 허무해졌다. 내가 원한 건 예쁜 지식 그래프가 아니라, 내 기억을 대신 기억해주는 또 하나의 뇌였다.


옵시디안, 결국 수작업이다

옵시디안은 훌륭한 도구다. 마크다운 기반이라 가볍고, 로컬 저장이라 프라이버시 걱정이 없고, 플러그인 생태계가 탄탄하다. 그런데 한 가지 결정적 문제가 있다.

모든 연결을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이름]]이라고 링크를 걸어야 해당 노트로 연결된다. #친구라는 태그를 달아야 친구 목록에 뜬다. 2021년 어느 날 일기에 "OO 통화"라고 적었다면, 그 문장이 왜 중요한지, 그날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옵시디안은 모른다. 그건 내가 수동으로 주석을 달아야 하는 영역이다.

10년치 일기가 있다. 수천 개의 메모가 있다. 수백 명의 연락처가 있다. 이걸 전부 링크하고 태그 달고 관계를 정리하려면 몇 달이 걸릴까. 그리고 그 몇 달을 투자한들,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는 질문에 옵시디안이 답해줄 수 있을까.

없다. 옵시디안은 검색 도구이지 추론 엔진이 아니다.


클로드 코드 + 저장장치 색인화, 이것이 듀얼브레인이다

내가 택한 방법은 네 단계다. 사실 아래도 전부 클로드 코웍이나 클로드 코드에게 지시하면 되는 일이다.

첫째, 클로드 코드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파일을 정리한다. 한글(HWP) 파일, PDF, 워드 문서, 카카오톡 백업 파일은 마크다운(.md)으로 변환한다. CSV와 엑셀(XLSX)은 변환 없이 그대로 읽히니 놔두면 된다. 변환 스크립트는 클로드 코드가 짜준다. Python으로 hwp5txt, pdfplumber, python-docx 라이브러리를 엮어서 폴더 통째로 변환하는 스크립트, 30분이면 완성된다.

둘째, 변환된 파일을 아이클라우드 특정 폴더에 모은다. 내 경우 ~/iCloud/ai_workspace/memory/ 아래에 일기, 노트, 주소록, 프로젝트 메모 등을 하위 폴더로 나눴다. 굳이 한 곳에 모으지 않아도 된다. 파일이 아이클라우드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도 방법이 있다.

이때 색인 작업도 클로드 코드가 한다. 사람이 할 일은 자연어로 한 번 지시하는 것뿐이다. 폴더가 10개든 50개든 폴더마다 따로 명령할 필요 없다.

클로드 코드에게 "~/iCloud/ 아래 모든 하위 폴더를 돌면서 폴더별 색인을 만들어줘. 마크다운 파일은 파일명, 날짜, 핵심 키워드를 뽑고, CSV나 엑셀 파일은 시트명, 컬럼 구조, 날짜 범위를 정리해줘. 다 끝나면 종합색인 master_index.md 하나로 합쳐줘"라고 말하면 된다.

클로드 코드가 폴더 목록을 파악하고, 하나씩 순회하면서 파일을 열고 읽고 요약해서 폴더별 색인 파일을 생성하고, 마지막에 종합색인까지 만들어준다. 사람이 엑셀을 열거나 수작업으로 목록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만들어둔 종합색인은 나중에 위력을 발휘한다. 질문이 들어오면 클로드 코드가 수천 개 파일을 전부 열지 않고, 종합색인만 먼저 훑어서 어느 폴더를 깊이 읽을지 판단한다. 시간과 토큰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셋째, 클로드 코드에 파일시스템 서버를 연결한다. 이게 핵심이다. 클로드 코드가 로컬 파일 시스템에 직접 접근하게 되면, 수천 개 파일을 실시간으로 읽고 분석할 수 있다. 작업폴더를 아이클라우드 전부로 주면 된다. 아님 자신이 선택한 자료모음 폴더로 해도 되고.

넷째, 질문한다. 자연어로. "2023년에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은?"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서 거래처와 처음 접촉한 날짜는?" "엄마 생신이 언제였더라?" 누구 핸드폰 번호는? 만났는데 왜 만났지? 아들 결혼식때 누가 왔었지? 클로드 코드가 파일을 뒤져서 답을 찾는다. 내가 과거에 쓴 특정 주제의 보고서를 찾아달라고 할 수도 있고, 그 보고서의 목차만 뽑아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게 듀얼브레인이다. 내 기억의 연장. 내가 잊어버린 것을 대신 기억하고, 내가 미처 연결하지 못한 것을 대신 연결해주는 외부 뇌.


듀얼브레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실제로 내가 테스트한 활용 사례들이다.

인간관계 분석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 것 같아?" 이 질문에 AI는 빈도 카운트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일기에 50번 등장해도, 그 50번이 전부 업무 미팅 맥락이면 '친구'로 분류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30번 등장했더라도, 일요일 통화, 노래방, 가족 병환 걱정 같은 '사적 맥락'이 섞여 있으면 친밀도를 높게 잡았다. 이건 옵시디안에서 태그로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 #업무 #가족 같은 태그를 달아도, "업무로 만났지만 나중에 친구가 된 관계"는 태그로 표현하기 어렵다. AI는 문맥을 읽는다.

시간축 기억 복원

"2021년 3월에 무슨 일이 있었지?" 그해 3월은 내게 바쁜 달이었다. 출장이 세 번 있었고, 새 프로젝트 킥오프가 있었다. 내 일기에는 그 와중에 세 명의 지인에게 전화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AI는 이걸 찾아서 "바쁜 시기에도 먼저 연락한 핵심 인맥"이라는 해석까지 붙여줬다. 내가 왜 그 사람들에게 전화했는지, 2년 뒤에 묻기 전까지 나도 잊고 있던 맥락이다.

약속과 히스토리 추적

"거래처 대표를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야?" 비즈니스 미팅 히스토리. 캘린더에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캘린더는 "미팅"이라고만 적혀 있고 상대방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기에는 "OO 대표와 점심, 그 자리에서 새 프로젝트 얘기가 나왔다"고 적혀 있다. AI는 캘린더와 일기를 교차해서 정확한 날짜와 맥락을 찾아낸다.

패턴 인식

"내가 글을 가장 많이 쓴 시간대는?" "운동을 꾸준히 한 달과 안 한 달의 차이가 뭐야?" "스트레스 받을 때 자주 쓰는 표현이 뭐야?" 자기 자신에 대한 메타 분석. 일기 10년치를 직접 읽어보면 3일 걸릴 내용을, AI는 5분 안에 훑어서 패턴을 뽑아낸다. "스트레스 받으면 문장이 짧아지고, 마침표 대신 쉼표가 늘어난다"는 분석을 받았을 때, 소름이 돋았다. 내가 몰랐던 나를 AI가 알려준 순간이었다.

잃어버린 정보 복구

"3년 전에 만난 그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명문대 출신이고 AI 스타트업 한다고 했는데." 기억의 파편만 남은 상태. 이름이 기억 안 난다. 옵시디안이라면? 이름을 몰라서 검색 자체가 불가능하다. AI라면? 단편적 키워드로 일기를 훑어서 후보군을 추린다. "2021년 7월 15일 일기에 해당 인물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라고 답이 돌아온다.

파일 속 정보 발굴

엑셀 파일에서 특정 전화번호를 찾거나, 수백 개 문서에 흩어진 계약 조건을 한 번에 정리하거나, 오래된 프로젝트 폴더에서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파일만 골라내는 일. 이런 잡무에 AI가 빛을 발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이런 것도 된다

글쓰기 소재 발굴과 팩트 체크

칼럼이나 책 원고를 쓸 때, "내가 과거에 이 주제로 뭘 썼었지?"를 찾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듀얼브레인은 과거 원고 전체를 훑어서 관련 문장을 뽑아주고, 이전에 인용한 수치나 출처가 지금 쓰려는 내용과 충돌하는지까지 교차 검증한다. "2023년 칼럼에서 이 수치를 30%로 썼는데, 2024년 메모에서는 25%로 적어두셨습니다"라고 알려주면 팩트 오류를 사전에 잡을 수 있다.

법률 업무 지원

변호사에게 듀얼브레인은 실질적 업무 도구가 된다. "어떤 회사 관련 자문 기록 중 개인정보 이슈가 언급된 건 찾아줘." "작년 사건 준비서면에서 인용한 판례 목록 뽑아줘." 수백 건의 자문 메모와 의견서가 쌓여 있는 변호사에게, 키워드 검색으로는 못 잡는 맥락적 연결을 AI가 잡아낸다.

회의록과 약속 이행 추적

"지난 3개월 회의록에서 '다음에 하기로 한' 항목만 전부 뽑아줘." 회의 때마다 "다음에 논의하자", "조사해서 공유하겠다"고 했던 것들. 대부분 잊힌다. 듀얼브레인은 회의록 전체를 읽고, 미이행 약속 목록을 만들어준다. 날짜, 담당자, 원문 맥락까지 함께.

건강 기록 분석

일기에 "두통", "못 잤다", "허리 아프다" 같은 기록이 산재해 있다. 듀얼브레인에 "올해 건강 관련 기록만 시간순으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병원 가기 전에 의사에게 보여줄 증상 타임라인이 완성된다. "두통이 3월과 7월에 집중되어 있고, 두 시기 모두 야근 빈도가 높았습니다"라는 상관관계까지 잡아준다.

자녀 성장 기록과 교육 이력

아이 성장 과정을 기록해온 부모에게 듀얼브레인은 선물이다. "첫 걸음마는 언제였지?" "예방접종 기록 정리해줘." "학원 변경 이력이랑 성적 변화를 같이 보여줘." 육아 일기, 병원 기록, 학교 알림장 사진 텍스트까지 통합해서 아이의 성장 타임라인을 재구성한다.

재무 기록 교차 분석

"작년 해외출장 경비 중 환급받지 못한 건 있어?" 영수증 사진, 경비 보고서, 카드 내역서가 각각 다른 폴더에 흩어져 있다. 듀얼브레인은 이걸 교차 대조해서 빠진 항목을 찾아낸다. 세무 신고 전에 "이 금액은 경비 처리했는데 영수증 파일이 없습니다"라고 미리 알려주면 얼마나 편한가.

독서 기록과 지적 계보 추적

"내가 '인공지능 윤리'에 대해 메모해둔 것들 전부 모아줘. 어떤 책에서 읽었는지, 언제 읽었는지 포함해서." 읽은 책의 밑줄 메모, 독서 노트, 블로그에 남긴 서평이 흩어져 있어도 AI가 하나의 지적 계보로 엮어준다. 새 글을 쓸 때, 과거의 내가 이미 정리해둔 생각을 재발견하는 경험은 꽤 짜릿하다.

여행 기록 재구성

"몇 년 전 일본에서 갔던 식당 이름이 뭐였지? 오사카 골목에 있던 그 라멘집." 사진 파일의 날짜, 카드 결제 내역, 일기의 단편적 언급을 조합하면 답이 나온다. "해당 날짜에 오사카에서 카드 결제 기록이 있고, 같은 날 일기에 '줄 서서 먹은 라멘, 국물이 뜨거웠다'고 적으셨습니다"라는 식이다.


파일 변환 자동화, 이렇게 한다

듀얼브레인 구축의 첫 번째 허들은 파일 포맷이다. 아이클라우드에 쌓인 파일 중 상당수가 HWP, PDF, DOCX다. 이걸 전부 마크다운으로 바꿔야 클로드 코드가 읽을 수 있다. 사실 이것도 클로드 코웍이나 클로드 코드에게 해 달라고 하면 된다.

한글(HWP) 파일 변환은 pyhwp 또는 hwp5txt를 쓴다. 맥에서는 LibreOffice 헤드리스 모드로 HWP를 ODT로 바꾼 뒤 텍스트를 추출하는 방법도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본문 텍스트는 대부분 살아남는다.

PDF는 pdfplumber가 무난하다. 텍스트 레이어가 있는 PDF는 거의 완벽하게 추출된다. 스캔 PDF라면 OCR을 돌려야 하는데, Tesseract OCR에 한글 언어팩을 얹으면 80% 정도 정확도가 나온다. 완벽하진 않아도 "검색용"으로는 충분하다.

DOCX는 python-docx로 쉽게 변환된다. 표나 이미지는 날아가지만, 텍스트 본문은 그대로 마크다운으로 옮겨진다.

CSV와 엑셀(XLS/XLSX)은 접근이 다르다. 마크다운으로 변환할 필요가 없다. CSV는 원래 텍스트 파일이라 클로드 코드가 그대로 읽는다. XLSX는 바이너리지만 Python의 openpyxl이나 pandas로 열면 내용을 바로 꺼낼 수 있다. 연락처, 경비 내역, 프로젝트 관리 시트 같은 핵심 데이터가 대부분 엑셀에 들어 있으니, 이걸 색인에서 빼면 듀얼브레인에 구멍이 생긴다. 색인을 만들 때 "시트명, 컬럼 구조, 행 수, 날짜 범위"를 포함시켜두면 나중에 "2023년 택시비 합계 뽑아줘" 같은 질문에 어느 파일을 열어야 하는지 바로 찾아간다.

클로드 코드에게 "이 폴더 안의 모든 HWP, PDF, DOCX 파일을 마크다운으로 변환하고, CSV/XLSX 파일은 시트별 구조 요약을 만드는 파이썬 스크립트 짜줘"라고 요청하면, 30분 안에 돌아가는 코드가 나온다. 한 번 짜두면 새 파일이 들어올 때마다 돌리면 된다.


색인의 역할, 그리고 실시간 분석

옵시디안은 Dataview 플러그인으로 "인덱스"를 만든다. 파일 앞머리에 YAML 프론트매터를 달고, 날짜, 태그, 카테고리 같은 메타데이터를 적어두면, Dataview가 이걸 쿼리해서 테이블로 보여준다.

클로드 코드 방식에서도 미리 요약 인덱스를 만들어두는 게 낫다. 앞에서 파일을 마크다운으로 변환하고 폴더별 색인, 종합색인을 만들어둔 것이 바로 이 목적이다.

그 색인이 있으면 클로드 코드가 수천 개 파일을 매번 전부 읽지 않고도 필요한 폴더를 곧장 찾아 들어간다. 옵시디안이 YAML 프론트매터와 Dataview로 구조화된 인덱스를 미리 쌓아두고 즉시 꺼내 쓰는 것과 같은 효과다. "매년 12월 31일에 '올해 만난 사람 상위 20명' 리스트를 뽑아서 index.md에 저장해줘"라고 클로드 코드에게 자동화 스크립트를 짜게 하고, 그 결과물을 옵시디안 볼트에도 넣어두면, 즉답과 실시간 분석을 둘 다 가져갈 수 있다.

반대로, "2020년과 2023년 사이에 멀어진 사람이 있어?"처럼 미리 인덱스를 설계할 수 없는 질문, 질문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분석에는 클로드 코드가 압도적이다. 둘은 경쟁이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

인덱스를 만들어놓지 않으면 수천 개 파일을 매번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 읽기해야 하고, 그러면 토큰 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 실제로 클로드 코드는 파일명과 경로를 먼저 훑고, 질문과 관련 있을 법한 파일만 골라서 내용을 읽는다. 필요하면 요약본을 만들어 중간 단계로 쓰기도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질문하면 답이 나온다"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꽤 정교한 선별과 요약 작업이 돌아가고 있다. 사전에 인덱스 색인화를 해 놓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하드웨어와 모델, 듀얼브레인의 능력을 결정한다

듀얼브레인의 능력은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하드웨어 성능. 클로드 코드를 로컬에서 돌리려면 충분한 RAM과 빠른 SSD가 필요하다. 내 경우 MacBook Pro M5 Pro를 주력으로 쓰고 있다. M4 Mac Mini도 있고, 인텔 Mac Mini에 Ubuntu를 올려서 서버로 쓰기도 한다. 파일 수가 적으면 M4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수천 개 파일을 동시에 분석하려면 메모리가 넉넉해야 한다. SSD 속도도 중요하다. 클로드 코드가 파일을 읽을 때마다 디스크 I/O가 발생한다. HDD라면 답답해서 못 쓴다.

기반 언어 모델. 클로드 코드는 기본적으로 Claude Sonnet을 사용한다. 로컬에서 OpenClaw를 돌린다면, 어떤 모델을 붙이느냐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맥 로컬에서 Gemma 4는 아직 추론 깊이가 얕다. Claude Opus를 붙이면 느리지만 복잡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한다.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야?"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맥락 이해가 필요하다. 이건 작은 모델로는 안 된다. 모델이 작으면 "이름 등장 횟수 기준으로 OO가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라는 바보 같은 답이 나온다.

정리하면 이렇다.

작은 모델 + 느린 하드웨어: 키워드 매칭 수준. 듀얼브레인이라 부르기 민망하다.

작은 모델 + 빠른 하드웨어: 빠른 검색. 여전히 추론은 약하다.

큰 모델 + 느린 하드웨어: 깊은 추론 가능하지만 답이 나오는 데 한참 걸린다.

큰 모델 + 빠른 하드웨어: 이게 진짜 듀얼브레인이다. 질문 던지고 커피 한 모금 마시면 답이 나온다.


옵시디안과 클로드 코드, 같이 쓰면 어떨까

옵시디안은 여전히 좋은 도구다.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는 옵시디안만한 게 없다. 마크다운 에디터로서, 로컬 노트앱으로서 옵시디안의 자리는 그대로다.

내가 말하는 건, "제2의 뇌"로서 옵시디안의 한계다. 옵시디안은 내가 연결해준 것만 연결한다. 내가 태그 단 것만 태그로 인식한다. 10년치 일기를 던져주고 "알아서 분석해"라고 할 수 없다.

클로드 코드 + 파일 색인화 방식은 그게 된다. 연결은 AI가 한다. 패턴은 AI가 찾는다. 나는 질문만 하면 된다.

둘을 같이 쓰면 어떨까. 글쓰기는 옵시디안에서. 분석과 검색은 클로드 코드로. 옵시디안 볼트 폴더를 클로드 코드의 MCP 파일시스템에 연결해두면, 옵시디안에서 작성한 노트를 클로드 코드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좋은 활용 조합이다. 하지만 점점 그냥 무질서하게 파일들을 어질러 놓아도 색인작업만 잘 해놓으면 그냥 모든 파일을 클로드 코드가 분석 종합하는 능력이 완벽해질 것이므로, 옵시디안의 가치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왜 Opus 4.6과 고사양 하드웨어인가

듀얼브레인의 품질은 결국 두 축으로 결정된다. 얼마나 똑똑한 모델을 쓰느냐, 그리고 그 모델이 얼마나 빨리 파일을 처리하느냐.

최고급 지능모델은 좋다.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야?"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려보자. 작은 모델은 이름 등장 횟수를 센다. 50번 나온 사람이 1등이다. 이건 grep 명령어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Opus 4.6은 다르게 접근한다. 일기 전체를 읽으면서 맥락을 파악한다. "이 사람은 업무 회의에서만 등장하네." "저 사람은 주말에도 연락하고, 가족 얘기도 나누고, 힘들 때 먼저 전화하네." 이런 구분을 스스로 해낸다. 빈도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를 읽는다.

한 번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가 2020년과 2023년 사이에 멀어진 사람이 있어?" 하이쿠는 빈도 변화만 추적했다. "OO는 2020년에 12회, 2023년에 3회 등장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피상적이다. Opus 4.6은 달랐다. "OO와의 대화 톤이 바뀌었습니다. 2020년에는 '같이 저녁', '주말에 보자' 같은 표현이 많았는데, 2022년 이후로는 '연락 좀 해야겠다', '오래 못 봤네' 같은 표현으로 바뀝니다. 빈도보다 질적 변화가 눈에 띕니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관계의 변화를 AI가 짚어낸 순간이었다.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질문일수록 모델 크기가 중요하다. "내 글쓰기 스타일이 3년 전과 지금 어떻게 달라졌어?" "스트레스 받을 때 나타나는 패턴이 뭐야?" "내가 특정 주제에 대해 입장을 바꾼 적 있어?"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수천 개 파일을 읽고, 시간 순으로 정렬하고, 미묘한 어조 변화를 감지하고, 패턴을 추출해야 한다. 7B, 13B 급 로컬 모델로는 역부족이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M5 Pro의 유니파이드 메모리는 이유가 있다. 클로드 코드가 파일을 읽을 때, 내용 전체를 메모리에 올려야 한다. 메모리가 크면 1만 개 파일도 버틴다. SSD 속도도 체감된다. NVMe SSD에서 3초 걸리는 작업이 외장 HDD에서는 30초가 걸린다.

결국 듀얼브레인의 공식은 이렇다.


듀얼브레인 품질 = 모델 지능 x 하드웨어 속도 x 데이터 양

세 변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경험이 반토막 난다. 작은 모델을 쓰면 추론이 얕다. 느린 하드웨어를 쓰면 답이 안 나온다. 데이터가 없으면 분석할 게 없다.

나는 Opus 4.6 API와 MacBook Pro M5 Pro 조합을 쓴다. 비용이 든다. 월 비용이 적지 않고, 맥북 가격도 만만치 않다. 클로드 맥스 플랜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년치 기억을 3분 안에 검색하고, 내가 잊어버린 관계의 맥락을 AI가 되살려주는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비용이 아깝지 않다.


시작하는 법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아이클라우드에 ~/iCloud/ai_workspace/memory/ 같은 폴더를 하나 만든다.

일기, 노트, 메모 파일을 그 폴더 아래로 모은다. 하위 폴더로 나눠도 된다. 아니 안해도 된다. 그냥 아이클라우드나 자기 저장장치를 전부를 통으로 색인하고 검색을 시켜도 된다. 토큰 소모가 심하고 결과가 좀 늦게 나올 뿐이다.

HWP, PDF, DOCX 파일이 있으면 마크다운으로 변환한다. 클로드 코드에게 스크립트 짜달라고 하면 된다.

클로드 코드에 MCP 파일시스템 서버를 연결한다. 터미널에서 claude mcp add filesystem -- npx @modelcontextprotocol/server-filesystem ~/iCloud/ai_workspace/memory 한 줄이면 끝이다. 팀원과 공유하려면 프로젝트 루트에 .mcp.json 파일을 만들어두면 된다.

질문한다. "내가 2022년에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은?" "어떤 프로젝트 관련 메모 중 거래처를 언급한 것만 찾아줘."

처음엔 어색하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싶다. 그런데 한 번 써보면 안다. 내 기억보다 정확하고, 내 검색보다 빠르고, 내 분석보다 깊다.

10년 전에 쓴 일기 혹은 메모장 파일을 AI가 읽고, "그때 당신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네요. 당신은 이런 생각이었습니다"라고 말해줄 때. 그 순간, 듀얼브레인이 뭔지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체감의 깊이는, 당신이 선택한 모델과 하드웨어가 결정한다.

다만, 이 모든 것의 전제가 있다. 기록이다. 10년치 자료 파일이 있어야 10년치 기억을 검색할 수 있다. 메모를 남겨야 메모에서 패턴을 뽑아낼 수 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아무것도 기록해 놓지 않은 사람의 뇌를 대신해줄 수는 없다. 듀얼브레인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원초적인 연료는 모델도 하드웨어도 아니다. 인간이 직접 손으로 써 내려간 삶의 파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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