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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 원을 지킨 남자 — 모두가 지라고 했던 싸움에서 두 번 이긴 한동훈

작성자
김경진
작성일
2026-02-28 17:45
조회
1172

6조 원을 지킨 남자

모두가 지라고 했던 싸움에서 두 번 이긴 한동훈

제1장 론스타 수사 — 서른셋 검사의 밤

2006년 어느 늦은 밤,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7층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유리창에 어른거렸지만, 사무실 안의 서른셋 젊은 검사는 그것을 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수만 쪽에 달하는 서류 뭉치가 쌓여 있었고, 식은 믹스커피 종이컵이 휴지통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한동훈 검사는 밤새 형광펜을 들고 숫자와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파고든 사건은 론스타(Lone Star)였습니다.

미국 텍사스에 본부를 둔 이 거대 사모펀드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34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외환위기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시절, 정부는 부실화된 외환은행을 급히 매각해야 했고, 론스타는 그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를 합병하면서 합병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자(減資)' 설을 시장에 퍼뜨렸습니다. 감자를 하면 주가가 떨어집니다.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외환카드 주식을 팔아치웠고,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론스타는 그렇게 떨어진 주가를 기반으로 외환카드를 헐값에 합병했습니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론스타 측에는 세계 최고의 법률 자문단이 있었고, 그들의 논리는 철옹성처럼 보였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 넘어온 자료에는 의심 정황만 있을 뿐,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없었습니다. "경영상의 판단이었고, 감자 계획은 나중에 철회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한동훈 검사는 현대차그룹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소속청 복귀를 준비하던 참이었습니다. 상부는 그에게 또 하나의 과제를 맡겼습니다. 그는 동료 이동열 검사와 함께 론스타 사건에 투입되었습니다.

처음 기록을 받아들었을 때, 그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닷새를 검찰청사에서 잤습니다. 신문지를 덮고 소파에서 눈을 붙이다 새벽에 일어나 다시 기록을 뒤졌습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고행이었습니다.

그의 승부수는 론스타의 자문사였던 씨티그룹(당시 살로몬스미스바니)에 대한 압수수색이었습니다. 외국계 투자은행에 대한 강제 수사는 당시로서 금기였습니다.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상부에서는 신중론이 나왔고, "괜히 건드렸다가 국제적 망신만 당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한동훈은 법원을 설득했습니다.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벽, 압수된 수만 건의 이메일 속에서 마침내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찾아냈습니다.

론스타 측이 감자 계획을 발표하던 바로 그 시점, 실무자들 사이에서 오간 이메일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Capital reduction is off the table." '감자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

겉으로는 감자를 검토한다고 시장에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이미 감자 계획을 폐기한 상태였습니다. 의도적인 허위 정보 유포. 주가조작이었습니다.

한동훈은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대한민국을 우습게 아는 그들의 오만에 대해 정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증거를 바탕으로 외국인 임원들을 소환하고, 논리적인 추궁 끝에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법원은 론스타 코리아 대표 폴 유에 대한 구속영장을 네 번이나 기각했습니다. 사법부와 검찰 사이의 보이지 않는 긴장,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외압의 기미. 그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은 10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한동훈은 부산지검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아 내려가서도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로 올라와 공판에 참석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에게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2011년, 대법원은 마침내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대표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한 범죄자를 처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론스타가 '범죄를 저지른 부도덕한 자본'임을 대한민국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한동훈이 밝혀내고 얻어낸 유죄 판결 하나가, 20년 뒤 대한민국을 6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소송에서 구해낼 유일한 무기가 될 줄은 말입니다.

제2장 론스타 ISDS — 6조 원의 국익을 지킨 승부수

2012년 11월, 론스타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46억 7,950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6조 원이 넘는 돈이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소송이었습니다.

그 규모를 실감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6조 원이면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에게 10년간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돈입니다. 수도권에 지하철 2호선 전체를 새로 건설할 수 있는 예산입니다.

론스타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우리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려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시켰다. 그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봤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한 주장이었습니다. 헐값에 사들인 은행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매각 승인이 늦어졌다며 또다시 수조 원을 뜯어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료들은 당황했습니다. "적당히 합의해서 금액을 줄이자"는 패배주의가 관가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판도를 바꿀 열쇠가 이미 있었습니다. 2011년, 젊은 한동훈 검사가 받아낸 그 형사 유죄 판결이었습니다.

국제법에는 'Clean Hands Doctrine'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손이 더러운 자는 법의 보호를 청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론스타는 주가조작이라는 범죄를 저질렀고, 대한민국 대법원이 그것을 유죄로 확정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한 것은 부당한 방해가 아니라 범죄 수사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 한동훈이 찾아낸 "Capital reduction is off the table"이라는 이메일 한 줄이, 6조 원이라는 혈세를 지키는 방어 논리가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한동훈은 검사 시절 내내 이 사건의 기록을 '인생의 짐'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이사할 때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복사본을 챙겼습니다. 당시 소송을 잘 아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퇴직했고, 현직에 남아 이 사건의 처음과 끝을 꿰뚫고 있는 실무자는 그가 거의 유일했습니다.

2022년 8월, 1차 중재 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청구액 6조 원 중 대부분을 기각했지만, 약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습니다. 다수 의견은 론스타의 주가조작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 책임을 일부 인정했고, 소수 의견은 "론스타의 주가조작이 있었으므로 배상 책임은 0원"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 소수 의견은 한동훈이 설계하고 입증했던 '주가조작 유죄'가 국제 무대에서도 통했다는 증거였습니다.

발목을 잡은 사람들

이 시기, 한동훈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론스타가 아니라 자국의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한동훈을 내세워 승산 낮은 불복 절차로 희망 고문한다면 대역죄인"이라고 했습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자가 쌓이는데 한동훈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김승원 의원은 론스타 주가조작 수사 자체가 부실했다고 공격했습니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교체하라고 압박했습니다. 태평양이 과거 론스타 관련 사건에서 정부에 불리한 의견을 낸 적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2024년 8월 유튜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에 소송 걸어서 500억 날리고 이런 거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승소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승산 없는 싸움으로 희망 고문을 한다." "패소하면 한동훈이 사비로 물어내라." 저주 섞인 공격이 사방에서 쏟아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들의 행태는 적군이 아닌 아군 진영에서 날아온 총탄이었습니다. 론스타라는 거대한 투기 자본과 싸우는 법무부 장관의 뒤통수를 향해, 같은 나라의 정치인들이 방아쇠를 당긴 것입니다.

한동훈의 결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승소 확률이 100%가 아니라도, 정부가 밤을 새워서라도 100%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주가조작을 한 범죄자가 피 같은 나랏돈을 가져가는 걸 어떻게 눈 감겠습니까."

ICSID 중재 판정이 뒤집힐 확률은 통계적으로 10% 미만이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조차 "취소 인용은 극히 희박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실적으로 2,800억 원을 주고 끝내는 것이 안전한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확률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내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거 잘못되면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 하지만 '안 한다'는 얘기는 하지 맙시다." 실무진에게도 단호했습니다. "저를 지키려 하지 마십시오.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습니다."

공무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했을 때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한동훈은 그 두려움을 자신이 끌어안았습니다.

태평양 교체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태평양은 과거 론스타를 상대로 승소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로펌이었습니다. 그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실무진과 대리인단을 지켜냈습니다.

2023년 8월, 법무부에 '국제법무국'을 신설했습니다. 그때까지 국제 소송 대응은 과(課) 단위의 소규모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었고, 담당 인력은 몇 명 되지 않았습니다. 한동훈은 이것을 국(局) 단위로 격상시키고 전문 인력을 확충했습니다. 이 국제법무국은 론스타뿐만 아니라 엘리엇, 메이슨 등 이어지는 국제 분쟁에서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핵심 기지가 되었습니다.

그해 8월,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피 같은 세금입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재산입니다. 법무부는 판정에 불복하여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습니다. 승산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했습니다. 그는 바위를 깰 수 있는 망치를 들고 있었습니다. 20년간 품어온 확신이었습니다.

완전한 승리

2025년 11월 18일, 마침내 최종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ICSID 취소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배상해야 한다는 원 판정을 전면 취소했습니다.

배상금 0원.

론스타가 처음 요구했던 46억 달러(약 6조 원)는 1차 판정에서 2억 1,650만 달러로 줄었고, 한동훈이 주도한 취소 신청 끝에 단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승리로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지출한 소송비용 중 약 72억 원까지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국제 중재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대역전극이었습니다.

한동훈은 그날 오후 5시쯤, 김민석 국무총리가 론스타 소송 결과를 직접 발표하겠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그 순간 그는 알았습니다. 이겼다는 것을. 졌다면 총리가 나설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숟가락을 얹는 사람들

결과가 발표되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브리핑에서 "새 정부의 쾌거"라고 했습니다.

한동훈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은 2025년 1월이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었습니다. 한동훈의 표현을 빌리면 이랬습니다. "90분 내내 선수들을 욕하다가 경기에서 이기자 그라운드에 난입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듯한 기이한 광경입니다."

그동안 항소를 반대하고, 한동훈을 정치적으로 공격했던 이들은 침묵하거나 태도를 바꿨습니다. 양경숙 의원의 '대역죄인' 발언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김어준씨의 '이자 책임론'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승원 의원의 '부실 수사' 공격은 역사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주목할 것은 송기호 변호사입니다. 당시 항소에 반대하고 로펌 교체를 압박했던 그가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실 비서관급 핵심 요직에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승산 없다며 싸움을 포기하라고 했던 사람이, 승리의 과실을 거두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러니를 넘어 '판단력의 부재'를 드러내는 인사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었던 정성호 현 법무장관의 반응입니다. 그는 한동훈의 이 결단에 대해 "잘하신 일이고 소신 있는 결정으로 평가받을 결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진영 논리를 떠나 국익을 위한 결단이 옳았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 한마디가 오히려 당시 한동훈을 공격했던 같은 당 의원들의 얕은 판단력을 부각시킵니다.

한동훈은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습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 돈은 저의 돈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의 돈이기 때문입니다."

2006년 서초동의 밤부터 2025년의 승소까지, 20년을 이어온 그의 끈질긴 집념이 6조 원이라는 거대한 국익을 지켜냈습니다.

제3장 엘리엇 ISDS — 바늘구멍을 뚫다

론스타와의 싸움이 마무리되기 전, 한동훈의 책상 위에는 또 하나의 국제 소송 파일이 놓여 있었습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로서 전 세계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공격적인 소송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한 이 펀드가, 대한민국 정부를 겨냥했습니다.

사건의 뿌리

2015년 5월,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는데,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설정되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라는 교환 비율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법적 수단을 총동원했으나 모두 기각되었고, 결정적 순간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안은 통과되었습니다.

합병 이후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압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2018년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약 7억 7천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가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며 소송에 임했습니다.

5년의 공방, 그리고 판정

5년간의 서면 공방과 구술심리를 거쳐 2023년 6월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배상 원금 약 600억 원에 지연이자를 포함하여 2026년 2월 기준 약 1,600억 원을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엘리엇이 청구한 약 1조 원에 비하면 7% 수준이었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거액이었습니다.

PCA가 이런 판정을 내린 핵심 근거는 국민연금공단의 지위에 관한 판단이었습니다. PCA는 국민연금공단이 한국법상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귀속시켰습니다.

한동훈의 두 번째 승부수

이 판정이 나왔을 때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이었습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23년 7월 18일, 그는 직접 브리핑에 나서 취소소송 제기를 발표했습니다. "PCA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해 이 사건에서 관할을 인정했다"면서 "이는 영국 중재법상 정당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핵심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행위를 정부의 행위로 간주한 PCA 판정은 관할권의 근본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 결정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랐습니다. ISDS 취소소송의 인용률은 최근 2년 기준 약 3%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97%의 확률로 패소할 수 있는 소송에 국가의 이름을 걸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동훈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격에 맞게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혈세를 최대한 절약하며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수사해 바로잡는 데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람이고, 누구보다 그 전모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다시 날아온 총탄

엘리엇 취소소송에 대해서도 같은 구도의 공격이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취소소송을 제기한 한동훈에게 배임죄까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이 엘리엇에 줄 이자를 대신 물 것이냐"며 집요하게 공격했습니다. 조상호 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김남희 민주당 의원이 비판의 선봉에 섰습니다. 박주민 의원도 거들었습니다.

한동훈은 훗날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민주당이 질 거라고 믿었다면 '실력 부족'이고, 저를 깎아내리는 것만 생각했다면 '애국심 부족'이다. 어느 쪽이든 나라를 운영하는 데 결격입니다."

이 말에는 분노와 연민이 동시에 서려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장관의 발목을 잡으면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국익은 진영 논리보다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영국 법원에서의 3단계 전쟁

취소소송은 영국 법원에서 세 단계를 거쳤습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 패했습니다. 2024년 8월, 영국 고등법원 1심 재판부는 한미 FTA 조항 해석 문제가 영국 중재법상 실체적 관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항소했습니다. 2025년 7월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정부 주장 취소사유는 적법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며 본안 판단을 위해 사건을 1심으로 환송했습니다. 한미 FTA 조항이 ISDS 대상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한 '관문 조항'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23일, 환송심에서 영국 고등법원은 최종적으로 한국 정부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국방이나 치안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한동훈이 2023년 7월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핵심 쟁점으로 삼았던 바로 그 논리가, 2년 7개월 만에 관철된 것입니다.

론스타에 이어 엘리엇

2026년 2월 23일 승소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훈은 곧바로 입장을 냈습니다.

"론스타에 이어 엘리엇 국제투자분쟁 취소소송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이겼습니다. 피 같은 세금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공직자들과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동시에 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거침없었습니다. 과거 취소소송을 추진할 때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비판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승소 판결이 나오자 "국민연금을 지켜낸 소중한 판결"이라고 평가한 것을 겨냥했습니다. "민주당은 안면 바꾸기와 숟가락 얹기 대신 반성과 성찰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친한동훈계 의원들의 반응은 압축적이었습니다. 정성국 의원은 "결국 한동훈의 선택은 옳았다"고 했고,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한 대표님 감사하다, 고생 많으셨다"고 적었습니다.

한동훈은 승소 직후인 2월 25일부터 사흘간 대구에 머물며 정치 행보를 본격 재개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이후 영남권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여정의 출발점에서, 엘리엇 승소는 그에게 유리한 바람이 되었습니다.

남은 과제와 역사적 의미

다만 엘리엇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닙니다. 영국 법원이 중재판정을 환송함에 따라 기존 PCA 판정은 다시 중재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영국 법원 스스로 삼성물산 합병 당시 청와대의 조치가 부당했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의 행위만으로도 엘리엇에 대한 배상 책임이 성립하는지가 후속 중재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메이슨 사건이 하나의 참조점이 됩니다. 같은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9월 ISDS를 제기한 메이슨에 대해, PCA는 2024년 4월 배상 원금 약 3,200만 달러(약 438억 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습니다. 정부는 싱가포르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고, 2025년 4월 항소를 포기하면서 지연이자를 포함한 약 860억 원의 배상이 확정되었습니다. 메이슨 사건에서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책임만을 따져 배상을 인정했습니다.

영국 법원 판사도 메이슨 사건을 인용하며 "엘리엇은 메이슨 사건의 청구인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배상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후속 중재에서 추가적인 공방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에 시작된 두 건의 ISDS 취소소송은 결과적으로 모두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론스타 사건에서는 약 4,000억 원 규모의 배상 책임에서 벗어났고, 엘리엇 사건에서는 약 1,600억 원의 배상 판정을 뒤집었습니다. 인용률 3%의 바늘구멍을 두 번 뚫은 것입니다.

시사저널은 이 사건을 두고 한동훈을 2025년 '올해의 정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결정의 연속, 혹자는 무모하다 했다. 그러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굽히지 않았다."

한동훈은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는 있다. 다만 공적 결정에 사심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수할 수 있다. 공짜는 없다. 얻은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게 용기가 아니라, 느끼면서도 행동하는 것이 용기다."

2003년 론스타 수사에 투입된 서른셋 젊은 검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사건의 기록을 트럭 한 대 분량씩 이삿짐에 챙기며 다녔습니다. 좌천을 당해서도 서울로 올라와 공판에 참석했고, 장관이 되어서는 97%의 패소 확률에 맞서 국가의 이름으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져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겼습니다. 두 번 다.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전문성과 용기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모두가 포기하자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며 끝까지 싸운 한 사람. 그의 20년은 대한민국에 이런 교훈을 남겼습니다.

정의는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용기 있는 결단과 치열한 노력으로 지켜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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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0

  • 2026-02-28 19:03

    아무나 하는일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걸 한동훈대표님의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 으로 이루어 낸겁니다


  • 2026-02-28 19:22

    와..김경진 위원장님. 예전부터 패널로 나오셨을때 참 바른정치인 같다 생각했는데. 저의 생각이 맞았읍니다.. 존경합니다..


  • 2026-02-28 19:12

    한동훈이 자랑스럽습니다


  • 2026-02-28 19:18

    정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용기있는 결단과 치열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결론의 귀절에 너무나 공감합니다. 대한민국 전무후무 최고의 공직자 한동훈 입니다. 그렇기에 구태, 기득권 모든 세력으로부터 끝없는 린치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방향이 발전이라면 결국 용기와 정의의 한동훈 대표님이 최후 승리자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 2026-02-28 19:29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김경진 위원장님 글도 참 잘 쓰시네요! 한동훈 대표님이 온갖 공격과 방해 무릅쓰고 이뤄낸 론스타 승소와 엘리엇 승소를 쉽게 잘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쏙쏙 됩니다! 한동훈 대표님은 어렵고 힘든 길을 걷고 있지만 그 어려운 선택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김경진 위원장님과 지지자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 2026-02-28 19:20

    잘 읽었습니다 의원님


  • 2026-02-28 20:48

    33살 이었군요. 실력과 도덕 모두 있는 공직자.


  • 2026-02-28 21:10

    투철한 공직 사명감과 애국심 그리고 용기와 자신의 희생과 뛰어난 실력과 명석함이 없엇다면 절대로 할수없는 일입니다.
    한동훈 대표에게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감사를 표시합니다.
    김경진 위원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응원합니다.


  • 2026-02-28 21:19

    한동훈을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승리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적 마인드로 나랏일 나랏돈을 지켜내기 위한 용기와 끈기에 더 박수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가는길이 즐겁고 신이 납니다 늘 옳은 길을 가니까요


  • 2026-03-01 07:06

    김경진님이 이랗게 기록으로 남겨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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