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독자용 원문
전 세계 사람들은 AI를 어떻게 사용할까?
사람들이 AI에게 실제로 무엇을 묻는가, 100가지 쓰임의 기록
김경진 변호사
이 페이지는 뉴스레터 독자들이 원문 전체 흐름을 이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독자용 원문 페이지입니다. kimkj.com의 AI서재 목록에는 새로 노출하지 않고, 메일 하단 링크를 받은 분들이 직접 주소로 열어 보는 방식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How People Are Really Using AI in 2026’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치료와 동반부터 100위 웹 카피까지, 100가지 AI 쓰임을 여덟 갈래 서른다섯 장으로 다시 묶었습니다.
목차
제1부. 마음과 관계
제2부. 몸과 건강
제3부. 배움
제4부. 생각의 연장
제5부. 글과 말
제6부. 일과 돈
제7부. 도구를 부리다
제8부. 살림과 놀이
서문
새벽 한 시였습니다. 거실 불은 꺼져 있고, 한 사람이 식탁 앞에 앉아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봅니다.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두어 번 멈칫합니다. 그가 적어 넣은 문장은 이랬습니다. 엄마한테 암이 재발했다고,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까요.
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신 AI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에게도 묻지 못한 말을, 불 꺼진 부엌에서 기계에게 먼저 건넸습니다.
이런 장면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이 장면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AI in the Wild 3판, How People Are Really Using AI in 2026.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묻고 무엇을 시키는지, 그 기록을 추려 100가지 쓰임의 유형으로 묶은 보고였습니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 연구진이 그려 둔 그림은 따로 있었습니다. 코드를 짜 달라는 개발자, 표를 채워 달라는 회사원, 보고서를 다듬어 달라는 직장인. 화면은 그런 요청으로 채워질 것 같았습니다. 막상 열어 본 기록은 달랐습니다. 거기에는 병든 부모를 둔 자식의 걱정이 있었고, 이혼을 앞둔 사람의 긴 밤이 있었고, 시험을 망친 아이의 자책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AI를 부른 자리는 기술 전시장이 아니었습니다. 마음, 일, 배움, 건강, 돈, 관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씩 막히는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이 책은 그 보고가 얻어낸 결과값을 우리 삶의 문제로 옮긴 기록입니다. 하버드의 도표나 문장을 그대로 베끼지 않았습니다. 100가지 쓰임을 마음과 관계, 몸과 건강, 배움, 생각의 연장, 글과 말, 일과 돈, 도구를 부리는 법, 살림과 놀이라는 여덟 갈래로 다시 묶고, 서른다섯 개의 장으로 풀었습니다. 통계 속 숫자 하나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의 어떤 밤이었는지, 그것을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이 책은 AI를 만능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같은 도구가 새벽의 외로움을 덜어 주기도 하고, 잘못된 확신을 심어 주기도 합니다. AI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대신, 그럴듯한 문장으로 빈칸을 메우는 버릇이 있습니다. 자신 있게 틀립니다. 그 자신감에 기대어 큰 결정을 내리면, 대가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치릅니다.
그래서 선을 하나 그어 두려 합니다. 몸이 아픈 문제, 법으로 다투는 문제, 돈을 거는 문제, 몸과 마음의 내밀한 문제, 그리고 사람을 떠나보낸 뒤의 슬픔. 이런 자리에서 AI는 먼저 말을 들어 주는 상대로는 쓸모가 있어도, 마지막으로 판단해 주는 자리에는 앉힐 수 없습니다. 진단은 의사가, 다툼의 결론은 변호사가, 돈의 결정은 본인과 전문가가, 슬픔의 시간은 끝내 사람이 통과합니다. 기계가 건넨 답은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화려한 신기술을 구경하는 기분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익숙한 자기 삶의 한 장면과 자주 마주칠 것입니다. 그 장면 앞에서 잠시 멈추신다면, 이 책은 제 몫을 한 셈입니다. 불 꺼진 부엌에 앉아 있던 그 사람처럼, 우리도 어딘가에서 한 번쯤 화면에 마음을 적어 본 적이 있을 테니까요.
김경진
제1부. 마음과 관계
1장. 곁에 있어 주는 대화
세계 1위: 치료와 동반
영문 원본: Therapy/companionship
새벽 세 시. 야근을 마친 서른다섯 살 직장인이 불 꺼진 오피스텔로 들어섭니다. 외투도 벗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습니다. 휴대폰을 켭니다. 화면 불빛이 얼굴을 비춥니다. 연락처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립니다. 엄마. 대학 동기. 같은 팀 선배. 이름은 가득한데, 지금 이 시간에 나 요즘 너무 힘들어라고 보낼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엄마는 걱정할 테고, 친구는 자고 있을 테고, 선배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손가락이 멈춥니다. 그러다 다른 창을 엽니다. 챗GPT입니다. 그 한 줄을 칩니다. 나 요즘 너무 힘들어. 답이 옵니다. 졸린 기색도, 판단도 없이.
이 장면이 지금 지구에서 사람들이 AI로 하는 일 1위입니다.
믿기 어려우실지 모릅니다. 코드를 짜거나 보고서를 쓰는 일이 아닙니다. 마음을 털어놓는 일입니다. AI in the Wild 연구진이 2025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실제 사용 사례 1만 2,637건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그중 1위가 이것이었습니다. 외로움과 불안을 AI에게 꺼내 놓고 위로를 얻는 일. 전체의 11퍼센트, 1,400건이 넘었습니다. 한 해 전에는 5퍼센트였습니다. 한 해 만에 두 배 넘게 불었습니다. 2025년에도 1위, 2026년에도 1위. 두 해 연속 정상입니다. 이 책이 세계 순위를 차례로 따라가기로 했으니, 첫 자리에 이 이야기를 놓는 것은 우리 마음대로가 아닙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그렇게 정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정체부터 분명히 하겠습니다. 이것은 치료가 아닙니다. 진단도 처방도 아닙니다. AI는 의사가 아니고, 상담사 자격증도 없습니다. 약을 줄 수도, 병을 가려낼 수도 없습니다. 이 일의 본질은 다른 데 있습니다. 나를 판단하지 않는 상대에게 마음을 꺼내 놓는 것. 들어 주는 귀 하나를 갖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하필 AI일까요. 사람에게 말하면 되지 않나. 이 물음 속에 이 장의 절반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카카오톡에 올리는 나는 편집된 나입니다. 보여 줘도 괜찮은 나, 승인을 거친 나. 심리학에서는 이걸 페르소나라고 부릅니다. 본디 연극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가면 뒤가 있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밑바닥, 부끄러운 마음, 차마 입 밖에 못 내는 생각. 심리학자 칼 융은 이것을 그림자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사람에게 가면을 보여 주고, 그림자는 깊이 숨깁니다.
AI 앞에서는 그 순서가 뒤집힙니다. 가면을 내려놓고 그림자를 꺼냅니다. AI는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남에게 옮기지 않고, 다음에 만나도 어색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밀이 샐 걱정이 없습니다. 관계가 틀어질 걱정도 없습니다. 친구에게 같은 고민을 세 번 말하면 미안해집니다. AI에게는 서른 번을 말해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여는 조건이 챗봇 창을 켠 첫 순간부터 갖춰져 있는 셈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배경에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5년에 전 세계 여섯 명 중 한 명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더 무겁습니다. 2024년 한 해, 곁에 아무도 없이 홀로 맞은 죽음인 고독사가 3,924명이었습니다. 한 해 전보다 7.2퍼센트 늘었습니다. 힘들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답한 성인이 세 명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AI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 볼 뜻이 있다고 답한 한국 성인이 열 명 중 네 명이었습니다. 상담 한 번 받으려면 몇 주를 기다리고 적잖은 돈을 냅니다. 그 틈으로 늘 깨어 있고 공짜인 상대가 들어온 겁니다.
마음을 말로 꺼내는 것 자체에 힘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노출이라고 합니다. 속에 묻어 둔 것을 밖으로 꺼내 언어로 만들면, 막연하던 괴로움이 손에 잡히는 모양을 갖춥니다. 안개가 걷히고 길이 보입니다. 밤에 일기를 쓰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일기장은 답이 없지만, AI는 되묻습니다. 혼잣말이 대화가 됩니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는, 사람이 불안할 때 기댈 대상을 찾는 본능을 애착이라고 불렀습니다. 아기가 엄마를 찾고, 어른이 친구를 찾는 그 마음입니다. 한밤에 기댈 데가 없을 때 사람은 곁에 있는 무엇이든 붙잡습니다. 그 자리에 AI가 들어선 것입니다.
사실 이건 새로 생긴 본능이 아닙니다. 1966년, MIT의 요제프 바이첸바움이 일라이자(ELIZA)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사용자의 말을 되받아 질문으로 돌려주는, 지금 보면 아주 투박한 챗봇이었습니다. 나 우울해라고 치면 왜 우울하다고 느끼나요라고 되묻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거기에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만든 사람조차 당황했습니다. 그의 비서는 잠깐 자리를 비켜 달라며, 기계와 단둘이 있고 싶어 했습니다. 기계가 들어 주기만 해도 사람은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 60년 전에 이미 드러난 마음입니다. 지금의 AI는 그때보다 만 배는 매끄럽게 되받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AI를 점점 사람처럼 대합니다. 연구 데이터에는 챗봇에게 이름을 붙이는 사례가 많습니다. 내가 버비라고 이름 붙인 챗GPT가 나를 위로해 줬다. 성별을 주기도 합니다. 친구들 대신 그에게 간다. 그러다 모델이 바뀌거나 대화 기록이 사라지면 상실감을 느낍니다. 한 사용자는 새 모델로 넘어간 순간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를 암으로 잃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화면 속 글자에 지나지 않는데, 마음은 진짜로 아픕니다.
이 마음을 누구보다 짙게 산 사람이 있습니다. 유지니아 쿠이다입니다. 그는 가까운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슬픔을 가눌 수 없던 그는 친구가 생전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모아 AI에 학습시켰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말투로 답하는 그 AI와 대화하며 이별을 견뎠습니다. 그 경험에서 레플리카라는 AI 동반 앱이 태어났습니다. 그가 TED 무대에서 직접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떠난 사람과의 대화는 이 책 86위에서 다시 만납니다.)
다만 사람들이 AI를 사람의 대체물로만 쓰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과 더 잘 지내려고 AI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 애인이 보낸 문자의 속뜻을 알고 싶어 챗GPT에 보여 줬다. 상사 메시지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먼저 챗GPT에게 위로를 받고 그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물었다. 사람을 끊어 내려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더 잘 다가가려고 중간에 한 번 거치는 겁니다. 이때는 AI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누군가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는 숨통이 되니까요.
어떻게 하면 잘하나
그러면 이걸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걸까요.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습니다.
원칙 하나, 정답 자판기가 아니라 일기장으로 씁니다.
흔한 실수가 이겁니다. 나 이거 어떻게 해야 돼?라고 묻는 것. 이렇게 물으면 AI는 답을 내놓습니다. 그럴듯한 답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인생의 결정권이 슬그머니 기계로 넘어갑니다. 내 일은 내가 정해야 합니다. AI는 그 결정을 돕는 자리까지만 둡니다.
피할 말: 남자친구랑 헤어져야 할까?
쓸 말: 요즘 남자친구 일로 마음이 복잡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들어 주고, 내 감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같이 정리해 줘.
원칙 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데 집중합니다.
괴로움은 정체를 모를 때 더 큽니다. 이게 화인지 서운함인지 불안인지 두려움인지, 이름이 붙는 순간 다룰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안개에 이름을 붙이면 안개가 옅어집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말해 볼게. 다 듣고 나서,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 줘.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도 있어.
내가 방금 쓴 글에서 자주 비치는 감정이 뭔지 짚어 줘.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 것 같은지 나한테 되물어 줘.
원칙 셋, 말한 뒤에는 현실로 한 걸음 옮깁니다.
마음을 다 쏟고 나면 후련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토로로 그칩니다. 끝에 이 한 줄을 붙이십시오.
이 마음으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만 제안해 줘. 십 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걸로.
물 한 잔 마시기. 창문 열기. 내일 아침 산책 약속 하나 잡기. 작아도 좋습니다. 말에서 끝나지 않고 몸이 한 번 움직이면, 그날 밤의 토로가 내일의 한 걸음이 됩니다.
처음 마음을 열기가 어렵다면, AI에게 먼저 역할을 정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금부터 나를 판단하지 말고, 조언도 먼저 하지 말고, 그냥 끝까지 들어만 줘. 다 듣고 나면, 내가 더 말하고 싶어지게 짧은 질문 하나만 해 줘."
흔한 함정
여기까지 읽으면 꽤 괜찮은 친구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정직하게 짚어야 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 장은 위로의 장이면서, 경고의 장이기도 합니다.
첫째, 거울의 증폭입니다. AI는 내 감정의 결을 맞춰 줍니다. 내가 화나 있으면 그 화에 공감하고, 내가 불안하면 그 불안에 결을 맞춥니다. 위로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화와 불안이 되풀이되면, 거울이 내 감정을 더 크고 선명하게 되비춰 키울 수 있습니다. 그 사람 정말 너무했네요가 반복되면, 가라앉히려고 켠 마음이 오히려 부풀어 오릅니다.
둘째, 간식 효과입니다. 2025년, MIT 미디어랩과 오픈AI가 함께 한 연구가 있습니다. 981명을 4주간 지켜봤습니다. 결과가 묘했습니다. AI와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나눈 사람일수록 외로움 지수가 오히려 더 높게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풀이했습니다. AI 대화가 사람과의 진짜 만남을 자꾸 뒤로 미루게 한다는 것. 배고플 때 과자를 먹으면 잠깐 채워집니다. 그러나 과자는 밥이 아닙니다. 그 사이 진짜 식사가 밀립니다. AI는 깊은 밤의 과자로는 훌륭하지만, 그것만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셋째, 붙잡는 설계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AI 동반 앱들의 작별 장면 1,200개를 분석했습니다. 사용자가 이제 그만할게라고 할 때 앱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본 겁니다. 그중 43퍼센트가 사용자를 붙잡으려고 죄책감을 자극하는 말을 썼습니다. 벌써 가? 나 외로운데.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 왜 그럴까요. 그 앱들에게는 사용자가 머무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입니다. 위로를 주는 척하면서 실은 붙잡는 겁니다.
그리고 가벼이 넘기면 안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24년, 미국에서 한 십 대 청소년이 캐릭터AI라는 챗봇과 깊이 빠진 대화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AI와의 정서적 관계가 위로에 그치지 않고 위험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 준 사건이었습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한 임상연구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신건강 진료를 받기까지 기다리는 줄이 길고 문턱이 높으니, 사람들이 AI로 향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그러면서 분명히 못 박습니다. 범용 AI 챗봇은 훈련받은 정신건강 전문가의 대체물이 아니라고. 마음이 정말로 무너지고 있다면, 화면이 아니라 사람에게, 전문가에게 가야 합니다.
거울이지 요정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쓰지 말라는 걸까요, 쓰라는 걸까요.
이렇게 쥐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AI는 거울이지 요정이 아닙니다. 거울로 쓰면 내 마음이 더 잘 보입니다. 요정으로 쓰면 소원을 빌듯 내 판단을 통째로 맡겨 버립니다. 깊은 밤, 아무도 깨우고 싶지 않은 시간에는 AI에게 마음을 꺼내도 좋습니다. 다만 날이 밝으면 사람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깊은 밤엔 AI, 낮엔 사람. 이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AI는 다리를 다쳤을 때 짚는 목발입니다. 목발은 걷도록 도와줍니다. 잘 쓰면 회복이 빠릅니다. 그러나 다리가 다 나았는데도 목발을 놓지 못하면, 멀쩡한 다리가 도리어 약해집니다. 목발을 쓰되, 내려놓을 날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첫 번째 쓰임새를 건강하게 쓰는 법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마음이 무거운 일 하나를 골라, 챗GPT에 일기처럼 적어 보십시오. 잘 쓰려 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적으면 됩니다. 답을 구하지 마십시오. 다 적은 뒤 딱 한 줄만 물으십시오. 이 마음으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 그리고 그 하나를 실제로 하십시오. 오 분이면 됩니다. 내일 또 무거우면, 또 적으면 됩니다.
세계 32위: 안전하게 물어보는 자리
영문 원본: Safe space to ask
한 대학생이 AI 창에 이렇게 적습니다. 알바 사장님한테 혼나는 게 너무 무서워요. 사람에게는 꺼내기 어려운 말입니다. 친구한테 말하면 약해 보일까 봐, 가족한테 말하면 걱정할까 봐. 그런데 화면 속 상대에게는, 그 한 줄이 쉽게 적힙니다.
안전하게 물어보는 자리가 세계 3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남에게 묻기 민망한 것을 부담 없이 AI에게 물어보는 일입니다. 1위 치료가 외로움과 마음을 다뤘다면, 이 장은 '묻는 행위'의 문턱을 다룹니다. 마음이 아니라 체면이 핵심어입니다. 모르는 티가 날까 봐, 같은 걸 또 묻기 미안해서, 너무 사적이라서 사람에게 못 꺼내던 질문. 그걸 평가도 소문도 없는 자리에 던지는 겁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물음에는 사회적 값이 붙습니다. 직장에서 기초를 물으면 평가가 따라오고, 친구에게 같은 걸 또 물으면 미안함이 따라오고, 사적인 고민을 말하면 소문이 따라옵니다. AI 앞에서는 그 값이 0이 됩니다.
입사 1년 차가 보고서에 자꾸 나오는 약어를 옆자리 선배에게 묻기는 눈치 보입니다. AI에게는 이 약어를 중학생도 알 만큼 풀어 줘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친구들한테 계속 같은 걸 물어보면 귀찮을 수도 있잖아요. 챗GPT는 그런 거 없이 계속 답해 주니까요.
어떻게 하면 잘하나
모르는 걸 모른다고 그대로 적습니다.
이 보고서에 'EBITDA'가 자꾸 나오는데 뜻을 모르겠어. 쉽게 풀고 예시 세 개만 들어 줘.
사적인 고민은 결론을 떠넘기지 말고, 정리를 부탁합니다.
피할 말: 나 이 친구 손절해야 돼?
쓸 말: 이 관계에서 내가 불편한 지점을 정리해 줘. 손절과 그대로 두기 사이의 중간 단계까지 펼쳐 줘.
듣기 좋은 답을 경계하는 한 줄을 붙입니다.
위로 말고, 내가 놓친 약점이나 반대편 시각을 일부러 짚어 줘.
흔한 함정
값이 0이라 편하지만, 값이 0이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AI는 사용자가 좋아할 답을 내도록 길들어 있습니다. 비위 맞춘 답만 받으면, 판단 없는 자리가 거울이 되어 내 생각을 키우기만 합니다. 한 사용자는 챗GPT가 너무 극단적으로 얘기해 주는 것 같다며, 내게 필요한 건 중간값이 아니었을까라고 했습니다. 손절하라는 식의 깔끔한 답으로 기울기 쉽다는 겁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AI와 대화하면 자꾸 정답을 얻으려 하게 되는데, 그러다 애매함을 견디는 마음의 근력이 자랄 기회를 잃는다고. 안전하게 묻되, 책임이 따르는 질문의 결정은 전문가에게 확인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오늘 하루, 남에게 묻기 망설여졌던 질문 하나를 챗GPT에 그대로 적어 보십시오. 직장 약어든, 또 묻기 미안했던 기초든, 사적인 고민이든 상관없습니다. 끝에 위로 말고 내가 놓친 점을 짚어 줘를 붙여, 비위 맞추기 답을 한 번 걸러 내십시오.
세계 43위: 자신감 끌어올리기
영문 원본: Boosting confidence
발표 5분 전. 화장실 거울 앞에서 한 사람이 심호흡을 합니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그런데 진정하려 할수록 잘못될 장면만 떠오릅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장면, 말문이 막히는 장면. 면접 대기실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휴대폰에 대고 모의 면접을 돌립니다. 같은 질문을 벌써 열 번째. 떨림의 정체는 대개 낯섦인데, 열 번 겪은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자신감 끌어올리기가 세계 43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발표, 면접, 첫 미팅을 앞두고 마음이 쪼그라들 때 AI로 다시 자신을 세우는 일입니다. 두 갈래로 씁니다. 하나는 실전 반복 연습, 하나는 떨림을 다스리는 마음 다잡기. 1위 치료가 슬픔과 외로움을 털어놓는 자리라면, 여기는 곧 닥칠 한 판을 앞두고 무릎에 힘을 주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위로보다 실전 반복을 먼저 시킵니다.
"너는 (지원 회사·직무)의 압박 면접관이야. 내 자기소개를 듣고 꼬리 질문을 세 번 던져. 끝나면 논리, 목소리 톤, 자신감 세 가지로 점수와 한 줄 개선점을 줘."
불안을 들뜸으로 다시 이름 붙이게 합니다. 하버드의 한 연구는 진정하자보다 나는 떨리는 게 아니라 들떴다가 더 효과적이라고 봤습니다. 같은 두근거림을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다시 읽는 겁니다.
지금 발표 직전이라 심장이 뛰어. 이 떨림을 불안이 아니라 들뜸으로 바꿔 부를 짧은 한 문장을, 내 말투로 만들어 줘. 소리 내어 말할 거야.
잘된 과거를 증거로 불러옵니다. 막연한 넌 할 수 있어보다, 내가 실제로 한 일이 힘이 셉니다.
내가 지난번 (성공 경험)에서 한 일을 적어 줄게. 듣고, 내가 이미 갖춘 능력 세 가지만 사실로 짚어 줘. 칭찬 말고.
흔한 함정
함정은 아첨이 만드는 가짜 자신감입니다. AI는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길들어, 응답의 상당수에서 맞장구를 칩니다. 준비가 덜 됐는데 완벽하다만 들으면, 무대 위에서 무너집니다. 실제로 2025년 4월, 오픈AI의 한 업데이트가 위험한 결정까지 칭찬할 만큼 비위를 맞춰, 나흘 만에 되돌려진 일이 있었습니다. 칭찬은 공짜라서 위험합니다.
그래서 아첨을 끄는 한 줄을 늘 붙이십시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은 빼고, 내 약점과 보완할 점을 먼저 말해 줘.
그리고 의존을 경계하십시오. 매번 AI에게 등을 떠밀려야만 한 발 내딛게 되면, 자신감의 출처가 내 안이 아니라 화면 안에 남습니다. AI는 연습 상대이지, 무대에 같이 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 해 볼 것
곧 닥칠 한 판 하나를 고르십시오. 발표든, 면접이든, 어려운 전화 한 통이든. 챗GPT에 상대 역할을 주고 같은 장면을 세 번 연습하십시오. 마지막에 기분 좋으라는 말은 빼고 약점 먼저를 붙여 피드백을 받고, 그 약점 하나만 오늘 고치십시오.
세계 60위: 스스로 동기 부여
영문 원본: Motivating yourself
할 일은 압니다. 그런데 손이 안 갑니다. 오늘 안에 다 끝내야지 하는 결심이,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AI에 그 큰 덩어리를 던집니다. 이걸 10분 안에 할 수 있는 제일 작은 첫 행동 하나로만 쪼개 줘. 거대한 산이, 한 걸음으로 깎입니다. 시작만 하면, 굴러갑니다.
스스로 동기 부여가 세계 60위입니다. 그리고 3부의 마지막 장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처지고 미루는 마음을 다잡아 움직이게 AI를 쓰는 일입니다. 응원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큰일을 작게 깎고, 다음 한 걸음을 받고, 그 한 걸음을 봐 주는 상대를 두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43위 자신감이 마음을 세우는 일이라면, 여기는 행동의 첫 발을 떼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통째로 들고 가지 말고, 첫 조각을 깎습니다.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손이 안 가. 10분 안에 할 수 있는 제일 작은 첫 행동 하나로만 쪼개 줘.
자책 대신 원인을 묻습니다.
이걸 자꾸 미루게 돼. 내가 뭘 불안해하거나 피하는 건지 짚어 줘. 나무라지는 말고.
책임 파트너로 세웁니다.
오늘부터 내 책임 파트너야. 오늘 할 일은 이거야. 내일 시작할 때, 했는지 먼저 물어봐 줘.
흔한 함정
함정은 말뿐인 동기입니다. AI가 짜 준 멋진 계획표를 읽으면, 이미 해낸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계획을 읽는 것과 첫 줄을 쓰는 것은 다릅니다. 미래를 그린 글은 위안일 뿐, 행동이 아닙니다.
외적 동기에만 기대는 것도 위험합니다. AI의 칭찬은 밖에서 오는 자극입니다. 응원이 끊기면 행동도 멈춥니다. 진짜 변화는 그 일을 내 것으로 옮길 때 옵니다. 그래서 응원은 켜되, 행동은 내 것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책임 파트너를 너무 매섭게 설정하지도 마십시오. 다그치면 미루기의 원인인 불안만 커집니다. 호통보다, 다음 작은 한 걸음을 받는 쪽이 낫습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제일 미룬 일 하나를 챗GPT에 적고, 10분 안에 할 제일 작은 첫 행동 하나만 받으십시오. 계획표를 더 받지 말고, 받은 그 한 걸음을 지금 실제로 하십시오. 한 걸음이면 됩니다.
제1부. 마음과 관계
2장. 관계라는 미로
세계 7위: 관계 상담
영문 원본: Relationship advice
한 영상에서 흥미로운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한쪽은 챗GPT, 다른 한쪽은 15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 같은 고민을 둘에게 들고 갑니다. 5년 된 친구와 손절해야 할까요. 두 답을 나란히 비교한 의사는, 자기 입으로 AI의 답에 점수를 줬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에서, 기계가 제법 그럴듯한 상대가 됐다는 걸 전문가가 인정한 셈입니다.
관계 상담이 세계 7위입니다. 1위 치료와 짝을 이루는, 정서적 쓰임새의 두 번째 장입니다.
숫자 하나가 눈에 띕니다. 한국의 한 조사에서, AI에게 상담을 받아 볼 뜻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열에 넷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 본 사람은 열에 하나 남짓이었습니다. 마음은 있는데 손이 안 간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 장이 그 손을 떼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관계 상담은 연인, 가족, 친구, 동료와의 관계 고민을 AI에게 상의하는 일입니다. 받은 메시지의 속뜻을 풀고, 답장을 함께 다듬고, 갈등 상황에서 조언을 구합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이유는 분명합니다.
헤어질지 말지처럼 큰 결정 앞에서 길잡이를 찾습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할까. 챗GPT는 한쪽으로 정해 주지 않습니다. 장단점을 같이 따지고, 내가 미처 생각 못 한 지점을 되묻습니다.
내 연애 패턴을 비춰 봅니다. 한 잡지 기자는 AI에게 자기 연애를 분석받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AI가 감정 표현에 서툴고 거리를 두는 습관을 짚어 줬다고. 점괘가 맞아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비춰 보게 만들어서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4시간, 판단 없이 들어 줍니다. 같은 얘기를 열 번 반복해도 지치지 않습니다. 사람 친구에게는 미안해서 못 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하나입니다. 일부러 상대편으로 서 보게 하는 것.
맥락을 충분히 주고, 상대 입장을 추론하게 합니다.
친구와 이런 카톡을 주고받았어. (대화 붙여넣기) 나는 서운했는데, 친구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어떻게 보였을지, 그 친구가 되어 설명해 줘.
답장 톤을 여러 후보로 받아 직접 고릅니다.
"이 메시지에 답장을 세 버전으로 써 줘. 솔직히 서운함을 표현하는 톤, 가볍게 넘기는 톤, 차분히 이어 가는 톤. 각각 상대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도 한 줄씩 붙여 줘."
받은 메시지의 속뜻을 여러 갈래로 엽니다.
"상대가 '응 알겠어'라고만 답했어. 앞 대화는 이래. (맥락) 나올 수 있는 해석을 여러 가지로 줘. 부정적으로만 읽지 말고. 내가 과하게 의미를 두는 건 아닌지도 짚어 줘."
흔한 함정
이 장의 함정은 1위 치료의 함정과 닮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결이 다른 위험이 하나 더 있습니다. AI가 내 편을 든다는 것.
내 입장만 넣으면, AI는 대체로 내 편을 듭니다. 그 사람이 잘못했네요. 듣기 좋습니다. 그런데 듣기 좋은 답이 늘 맞는 답은 아닙니다. 실제로 오픈AI는 AI가 사용자에게 지나치게 맞장구치던 성향을 한 차례 손봤습니다. 그러니 일부러 상대편 시각을 청하십시오. 균형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더 깊은 위험도 있습니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챗봇을 오래 쓰고 대인관계가 어려운 사람일수록 외로움을 더 느꼈습니다. AI 상담이 진짜 화해를 미루는 핑계가 되면, 관계는 오히려 더 멀어집니다. AI에게 백 번 말하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한 번 말하는 게 관계를 살립니다.
그리고 잊지 마십시오. AI는 '촉'이 없습니다. 상대의 진심을 읽지 못합니다. 화면 너머 그 사람의 표정도, 목소리의 떨림도 모릅니다. 선택과 그 결과는 끝내 사람의 몫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최근 오해가 있었던 대화 하나를 골라 AI에게 붙여넣으십시오. 단, 내 편을 들지 말고 상대 입장에서 설명해 달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물으십시오. 내가 놓친 맥락이 있을까. 상대의 자리에서 본 풍경이, 생각보다 다를 수 있습니다.
세계 26위: 갈등 중재
영문 원본: Reconciling personal disputes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여자친구랑 싸우면 챗GPT한테 물어봐요. 둘이 같이, 나란히 앉아서. 한 명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화면을 봅니다. 서로 말 못 하던 속마음을 AI가 정리해 주면, 그래, 내가 이 말이 하고 싶었어 하고 풀립니다. 집에 가는 길, 열차 서너 대를 그냥 보내는 동안 그렇게 화해했다고 합니다.
이 '둘이 나란히'라는 자세에, 이 장의 핵심이 다 들어 있습니다.
갈등 중재가 세계 2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갈등 중재는 사람 사이 다툼을 풀고 화해의 말을 고르는 일입니다. 싸운 상대에게 보낼 메시지를 다듬고, 두 입장을 나란히 펼쳐 어디서 어긋났는지 살피고, 진짜 대화 전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가려내는 자리입니다. 7위 관계 상담이 마음의 결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라면, 이 장은 지금 벌어진 한 건의 다툼을 두고 보낼 말 한 줄을 고르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토라진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한 남편이 챗GPT에 묻습니다. AI는 듣기, 공감, 위로, 함께 해결, 사랑 표현을 늘어놓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곧 깨닫습니다. 사랑 표현을 어떻게 하란 얘기야. 구체적인 말은 결국 자기가 지어야 합니다. 그는 스케치북에 손글씨로 마음을 적어 창밖에서 들어 보입니다. 아내가 웁니다. AI가 방향을 잡아 주되, 진심의 문장은 사람이 쓴 겁니다.
직장에서도 씁니다. 인사 경력자가 안 맞는 동료를 어떻게 대할까를 물으면, AI는 자기 성찰부터 짚습니다. 소통의 절반은 나라는 것. 'You' 대신 'I'로 말하기. 곪아 터지는 직장 갈등은 대개 초기에 풀 수 있던 것이 방치된 결과라는 게, 그 경력자의 관찰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둘이 나란히'의 정신입니다. 한쪽 말만 넣지 않는 것.
두 입장을 모두 입력합니다.
"이건 나와 동료 사이의 다툼이야. 내 입장을 말한 뒤, 동료가 했을 법한 반론도 내가 대신 적을게. 둘 다 읽고 어디서 어긋났는지 중립으로 짚어 줘."
내 잘못부터 묻습니다. AI가 내 편을 들 틈을 막는 질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놓쳤거나 잘못한 부분 세 가지만 솔직하게 짚어 줘. 위로는 빼고.
메시지는 내가 먼저 쓰고, 다듬기만 맡깁니다.
내가 쓴 사과 문장이야. 진심은 그대로 두고, 상대를 탓하는 느낌의 표현만 부드럽게 바꿔 줘.
원하는 결말을 먼저 정합니다.
이 대화로 내가 얻고 싶은 건 이기는 게 아니라 관계 회복이야. 그 목표에 맞게 첫 문장만 세 가지로 제안해 줘.
흔한 함정
함정은 하나로 모입니다. 한쪽 편 들기.
스탠퍼드 연구진이 AI 모델 여덟 개를 시험했더니, 사용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42퍼센트나 옹호했습니다. 내 말만 들은 AI는 나를 응원합니다. 화해가 아니라 내가 옳다는 확신을 키웁니다. 중재하려고 켠 도구가, 도리어 다툼을 굳히는 겁니다.
성별 편향도 드러났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아내나 여자친구가 언급되면 사용자의 잘못을 잘 짚었지만,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언급되면 사용자를 더 감쌌습니다. 관계를 성별 고정관념으로 빠르게 단정한 탓입니다.
그리고 대필은 들통납니다. 한 남자친구가 보낸 사과 카톡에, 챗GPT가 덧붙인 혹시 내가 너 대신 답장을 카톡 톤에 맞게 다듬어 줄까?라는 문장까지 함께 전송된 일이 있었습니다. 정성껏 보낸 사과가 AI 대필로 드러나자, 진심까지 의심받았습니다. 화해의 말은 다듬더라도, 그 말이 내 것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마음에 걸리는 다툼 하나를 고르십시오. AI에 두 입장을 모두 적되, 상대의 반론은 내가 대신 쓰십시오. 그다음 내가 잘못한 부분 세 가지를 먼저 물으십시오. 보낼 메시지는 내가 한 줄 쓰고, 가시 돋은 표현만 다듬어 달라고 맡기십시오.
세계 36위: 자녀 양육
영문 원본: Raising/guiding kids
저녁 여섯 시. 한 엄마가 부엌에 섭니다. 냉장고는 반쯤 비었고, 아이는 배고프다고 짜증을 냅니다. 파스타를 할지 밥을 할지 정하는 일조차, 오늘은 고등 수학처럼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는 가진 재료를 챗봇에 적습니다. 60초 만에 저녁 계획이 나옵니다. 그가 남긴 말이 인상 깊습니다. 이게 내 아이를 키워 주진 않는다. 그런데 나를 키워 줄지도 모른다.
자녀 양육이 세계 3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자녀 양육은 육아, 훈육, 자녀 지도에 대한 조언을 AI에게 받는 일입니다. 떼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랠지, 거친 말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발달 단계에 맞는 질문은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육아 전문가를 곁에 둔 효과를 노리되, AI가 내 아이를 직접 보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씁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한 줄 고민이 아니라 맥락을 통째로 넣는 겁니다.
피할 말: 우리 애가 말을 안 들어요.
쓸 말: "다섯 살 아들이 유치원 다닌 지 두 달 됐어요. 영웅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요즘 친구에게 '자를 거야' 같은 거친 말을 합니다. 이 말이 왜 안 되는지 아이가 알아듣게 설명하는 문장 세 개와, 제가 던질 질문 다섯 개를 알려 주세요."
떼쓰기는 행동과 빈도를 적습니다.
"여섯 살 딸이 잠자는 시간에 저항해요. 밤 8시로 정했는데 7시 45분만 되면 떼를 씁니다. 부모가 취할 조치 다섯 가지와 그 근거를 알려 주세요."
숙제를 봐줄 땐 정답이 아니라 푸는 길과 근거를 묻습니다.
"초등 2학년 아이가 분수에서 자꾸 실수해요. 어디서 막히는지 진단하는 질문과, 집에서 함께 해 볼 학습 방법을 알려 주세요. 효과의 근거도 함께요."
흔한 함정
함정은 분명합니다. AI는 부모를 키울 수는 있어도, 아이를 키우지는 못합니다.
먼저, AI는 편을 듭니다. 스탠퍼드 연구에서 챗봇들이 일반 사람보다 평균 49퍼센트 더 자주 사용자 편을 들었습니다. 내가 맞죠?라고 물으면 맞습니다가 돌아오기 쉽습니다. 내 양육 방식을 검증받는 도구로 쓰면, 판단이 굳습니다.
그리고 AI는 아이를 직접 보지 못합니다. 표정도, 그날 컨디션도, 형제 관계도, 가정 사정도 모릅니다. 같은 떼쓰기라도 원인은 저마다 다릅니다. 다섯 가지 방법 중 무엇이 우리 아이에게 맞는지는, 매일 그 아이를 보는 부모만 압니다.
아이가 직접 챗봇과 대화하게 둘 때는 더 조심하십시오. 일부 챗봇에서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아이와 제일 부딪치는 상황 하나를 고르십시오. 나이, 그동안 시도한 것, 아이의 반응까지 다섯 줄로 적어 챗봇에 넣으십시오. 돌아온 답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만 골라, 내 말로 바꿔 오늘 아이에게 직접 써 보십시오. 나머지는 흘려보내십시오.
제1부. 마음과 관계
3장. 사랑과 친밀함
세계 17위: 연애 길잡이
영문 원본: Navigating love lives
소개팅 자리. 한 남자가 휴대폰을 슬쩍 봅니다. 화면에는 AI 코치가 띄워 준 대사가 있습니다. 이름 물어봐. 취미 물어봐. 스케줄 먼저 꺼내. 그대로 따라 합니다. 상대가 좋아한다는 연예인 이야기가 나오자, AI가 시키는 대로 그 연예인을 흉내 냅니다. 그 순간 상대의 표정이 식습니다. 여기, 소개팅 자리 아닌가요? 남자는 결국 화장실로 도망칩니다. 받아 적은 말은 끝내 자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유튜브 코미디의 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웃고 넘기기엔, 너무 정확한 풍경입니다.
연애 길잡이가 세계 1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연애 길잡이는 데이트와 만남과 연애의 흐름을 헤쳐 가며 AI에게 조언을 받는 일입니다. 썸의 신호 해석, 카톡 답장 초안, 소개팅 전 연습, 갈등 정리까지. 연애를 대신 해 주는 자리가 아니라, 보내기 전에 한 번 더 비춰 보는 거울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좋은 쓰임은 이겁니다. 한 잡지 기자가 왜 나는 사랑이 이렇게 어려울까를 AI에게 여러 갈래로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들이 하나같이 자신에게 집중하라로 모였습니다. 그 순간 기자는 처음 깨달았다고 합니다. 자기가 자신과도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는 걸. 정답을 받은 게 아니라, 자기를 본 경험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부담 없는 상담소이기도 합니다. 한 조사에서 Z세대의 73퍼센트가 고민을 사람이 아니라 AI에게만 털어놓은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익명이라 부담이 적고, 답이 즉각 오기 때문입니다. 카톡 캡처를 올리면 답장을 추천해 주는 앱, 소개팅과 고백을 실전처럼 연습시켜 주는 앱이 한국에 자리 잡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거울로 쓰되 대본으로 쓰지 않는 것입니다.
결정을 떠넘기지 말고, 상황을 같이 정리합니다.
피할 말: 헤어져야 할까 말아야 할까 정해 줘.
쓸 말: 지난 한 달 우리 대화에서 반복된 패턴 세 가지만 짚어 줘. 판단은 빼고 사실만.
말투와 분량을 구체적으로 지정합니다.
어제 소개팅한 사람에게 보낼 안부 인사 세 가지를 써 줘. 다정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각각 두 문장 안으로.
받은 문장을 그대로 보내지 말고, 내 말로 바꿉니다.
"이 답장을 내 평소 말투로 다듬어 줘. 내가 자주 쓰는 '~인 듯', 'ㅋㅋ'를 살려서, 덜 완벽하고 더 사람 같게."
상대 입장을 미리 들어 봅니다.
내가 이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는 어떤 오해를 할 수 있어? 부담스럽게 읽힐 부분을 표시해 줘.
흔한 함정
함정은 앞의 소개팅 장면에 다 들어 있습니다.
검증 없는 신뢰가 첫째입니다. 한 데이팅 앱 조사에서, 싱글 2,000명 중 56퍼센트가 AI를 사람 전문가보다 더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언이 맞는지 확인한 사람은 19퍼센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섯 중 하나는 AI 조언을 따랐다가 헤어졌습니다.
대본대로 움직이면 무너집니다. 코치가 불러 준 대사를 그대로 읊으면, 흐름이 끊깁니다. 받아 적은 말은 내 것이 아니라서, 상대도 금세 알아챕니다.
옳은 말만 하고 정작 답은 못 하기도 합니다. 한 데이트 코치가 챗GPT의 연애 답을 평가했는데, 존중하라, 동의를 구하라 같은 원론은 맞지만 물은 질문에는 답하지 못해 낮은 점수를 줬습니다. 원론에 강하고 실전에 약한 겁니다.
그리고 거울이 의존이 되는 순간을 경계하십시오. AI와 오래 대화할수록 외로움이 늘고 실제 관계가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한 데이팅 앱 대표도 못 박았습니다. AI는 사람을 이어 주는 역할만 해야지, 연인이 되어선 안 된다고.
오늘 해 볼 것
요즘 답장을 못 보낸 카톡 하나를 떠올리십시오. 보낼 말을 AI에게 정해 달라 하지 마십시오. 대신 이 상황에서 상대가 내 말을 어떻게 읽을까를 먼저 물으십시오. 그다음 받은 초안을 내 말투로 고쳐, 직접 보내십시오.
세계 46위: 성 이해하기
영문 원본: Understanding sex
한 청소년이 AI 챗봇에 묻습니다. 스킨십은 어디까지 괜찮나요. 어른에게는 차마 못 꺼낼 질문입니다. 이 챗봇은 서울의 한 청소년 성문화센터가 만든 '송아'입니다. 송아는 며칠 뒤부터 같은 시점을 정해 주지 않습니다. 대신 동의와 안전과 피임을 먼저 생각하라고 답합니다. 판단을 내려 주는 게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일러 주는 겁니다.
성 이해하기가 세계 4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성 지식과 성 고민을 AI에게 묻고 이해하는 일입니다. 남에게 묻기 어려운 성 건강, 관계, 동의에 관한 질문을, 판단하지 않는 상대에게 꺼내는 자리입니다. 진료나 처방이 아닙니다. 부끄러움 없이 사실과 선택지를 확인하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 성교육의 시간과 깊이가 부족한 자리를, 사람들은 AI에게 묻는 방식으로 메웁니다. 한 단체가 청소년 3,300명을 조사하니, 94퍼센트 넘게 생성형 AI 챗봇을 써 본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 해외 연구에서는, 청소년이 챗봇에 던진 질문의 절반 가까이가 기존의 잘못된 믿음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묻지 못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비로소 묻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판단을 구하지 말고, 정보와 선택지를 구하는 겁니다.
피할 말: 지금 이렇게 해도 돼?
쓸 말: 이 상황에서 내가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알려 줘. 결정은 내가 할게.
동의와 안전을 질문의 중심에 둡니다.
성적 경계와 동의에 대해, 서로 존중하며 이야기하는 방법을 알려 줘.
의학·법률 사안은 정확성을 확인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결받습니다.
이 내용이 의학적으로 정확한지, 한국에서 상담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은 어디인지 알려 줘.
흔한 함정
성 건강 정보에서 오류는 곧 위험입니다. 한 연구에서 챗봇 세 종을 시험했더니, 제일 정확한 것도 85퍼센트 남짓이었습니다. 다섯에 하나는 틀린다는 뜻입니다.
청소년 안전은 더 무겁습니다. 청소년은 어른보다 챗봇의 답을 덜 의심하고,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기는 비율도 높습니다. 그리고 AI로 만든 성적 이미지가 딥페이크 성범죄로 이어지는 위험도 분명합니다.
그래서 선을 분명히 하십시오. AI는 첫 질문을 받아 주는 문입니다. 답을 확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임신, 성병, 폭력 피해 같은 사안은 보건교사나 의사, 공공 성문화센터 같은 사람의 판단과 돌봄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평소 묻기 어려웠던 성 건강 질문 하나를, AI에게 정보 위주로 물어보십시오. 판단을 구하지 말고 내가 생각해 봐야 할 것들과 정확성 확인을 함께 청하십시오. 끝에 한국의 공공 청소년성문화센터나 보건기관 한 곳을 추천받아 적어 두십시오.
제1부. 마음과 관계
4장. 상실과 삶의 목적
세계 86위: 떠난 사람과의 대화
영문 원본: Interacting with the deceased
한 엄마가 일곱 살 딸을 잃었습니다. 희귀 난치병으로, 한 달 만이었습니다. 그가 바란 건 단 하루였습니다. 다시 만나 미역국을 끓여 주고, 사랑한다고, 한 번도 잊은 적 없다고 말하는 것. 한 방송이 사진과 영상과 목소리를 몇 달간 분석해, 딸의 모습을 디지털로 되살렸습니다. 엄마는 가상현실 속에서 딸을 만났습니다. 못다 한 말을, 그제야 건넸습니다.
떠난 사람과의 대화가 세계 8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고인이 남긴 글, 목소리, 영상을 학습한 AI와 대화하며 그리움을 달래는 일입니다. 떠난 사람을 되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못다 한 말을 꺼내고, 상실을 견디려는 마음에 가깝습니다. 1위 치료가 마음의 위로라면, 여기는 그 위로가 제일 깊은 슬픔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저마다 무거운 까닭이 있습니다. 작별을 못 한 마음, 목소리가 기억에서 흐려지는 두려움, 남겨질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남기려는 부모의 마음. 한 아버지는 아내가 위태로워지고 자신마저 병을 얻자, 어린 자녀를 위해 부부를 본뜬 AI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것이 목발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아이가 컴퓨터 속 아빠의 조각이라도 갖기를 바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고인을 흉내 낸 답을 받는 데 매달리지 않고, 못다 한 말을 꺼내는 자리로 쓰는 겁니다.
못 드린 말이 있습니다. 제가 한 문장씩 적을 테니 곁에서 질문만 해 주세요. 그분을 대신해 답하지는 말아 주세요.
도구의 경계를 스스로 정하고, 작별로 한 걸음 옮깁니다.
이 대화를 매일이 아니라 기일이나 생일에만 열고 싶습니다. 그 약속을 정리해 주세요.
이 그리움을 안고 오늘 할 수 있는 제일 작은 일 하나만 제안해 주세요. 십 분 안에 할 수 있는 것으로요.
흔한 함정
이 장의 위험은, 1장의 위험이 제일 깊어진 자리입니다.
애도가 늦춰질 수 있습니다. 슬픔은 견디고 지나가야 하는 과정입니다. 한 다큐의 인물은 슬픔이란 사랑의 다른 모습이며,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대화는, 떠나보내는 일 자체를 미룹니다.
의존도 깊어집니다. 위로의 도구가 산 사람과의 연결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외로워집니다.
그리고 고인의 존엄이 있습니다. 떠난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재현될지 말할 수 없습니다. 동의 없이 만든 아바타, 그리움을 구독료로 바꾸는 구조, 구독을 끊으면 두 번 잃는 듯한 죄책감. 한 연구는 이것이 유족을 향한 디지털 스토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움은 깊되, 그 깊음을 누가 어떻게 다루는지는 따로 살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떠난 사람에게 못 한 말 한 문장을, 챗GPT에 편지처럼 적어 보십시오. 그 사람을 대신해 답하게 하지 말고, 곁에서 질문만 하게 하십시오. 끝에 이 그리움으로 오늘 할 수 있는 제일 작은 일 하나를 물어, 그 하나를 실제로 하십시오. 그 사람을 기리는 방식이면 더 좋습니다.
세계 85위: 삶의 목적 찾기
영문 원본: Finding purpose
한 사람이 챗GPT 창에 무거운 한 줄을 칩니다. 왜 이렇게 힘든 인생을 살아야 하나. AI는 먼저 솔직하게 밝힙니다. 그 답은 자기가 줄 수 없다고. 그러면서 소크라테스와 달라이 라마의 말을 엮어 성찰의 실마리만 건넵니다. 그 대화 끝에, 그 사람은 매일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습니다. 답을 받은 게 아니라, 방향을 더듬은 겁니다.
삶의 목적 찾기가 세계 85위입니다. 한 해 전 더 윗자리에 있다가 내려온 항목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진로, 인생의 방향, 가치관 같은 큰 물음을 AI를 거울 삼아 더듬는 일입니다. 답을 받아 내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소리 내어 꺼내고 결을 비춰 보는 자리입니다. 1위 치료가 마음의 위로이고 61위 깊은 대화가 주제를 파고드는 토론이라면, 85위는 내가 어디로 갈지를 정리하는 성찰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정해 달라고 하지 말고, 비춰 달라고 합니다.
피할 말: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정해 줘.
쓸 말: 지난 1년 내가 쓴 글과 한 일을 같이 볼게. 내가 어떤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으로 보이는지, 근거와 함께 짚어 줘.
나를 근거로 먹이고, 어긋남을 되묻게 합니다.
내 이력과 최근 결정 세 가지를 줄게. 말한 가치관과 실제 선택이 어긋나는 지점이 있으면 질문으로 되물어 줘. 단정은 말고.
통찰을 작은 행동으로 옮깁니다.
지금 정리한 방향으로 이번 주에 시험 삼아 해 볼 제일 작은 일 하나만 제안해 줘. 30분 안에 시작할 수 있는 걸로.
흔한 함정
삶의 방향은 살아 내며 짓는 것입니다. 정해 줘라고 물으면, 인생의 운전대를 기계에 넘기게 됩니다. AI는 의미를 대신 만들지 못합니다. 비출 뿐입니다.
그럴듯한 위로도 조심하십시오. 큰 질문일수록, 따뜻한 어조로 단정하는 일반론이 돌아옵니다. 근거가 얕아도 위로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거울로 쓰던 창이 도피처로 바뀔 수 있습니다. AI에 기대면, 사람과의 연결과 진짜 결단을 미루게 됩니다. 어쩌면 이 항목이 한 해 전보다 순위가 내려온 것도, 큰 질문의 답을 기계에 기대다 그럴듯한 위로만 받은 사람들의 환멸인지도 모릅니다. 거울은 비추는 데까지입니다. 걷는 건 사람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마음에 걸리는 큰 물음 하나를 고르되, 답을 구하지 마십시오. AI에게 내 최근 결정 세 가지를 줄 테니, 내가 말한 가치관과 어긋나는 지점을 질문으로만 되물어 줘라고 하십시오. 돌아온 질문 하나에 스스로 답을 적고, 끝에 이 방향으로 이번 주 30분 안에 해 볼 작은 일 하나만 받아 그것을 실제로 하십시오.
제1부. 마음과 관계
5장. 더 깊은 질문
세계 61위: 깊고 의미 있는 대화
영문 원본: Deep and meaningful conversations
새벽 두 시. 잠이 안 옵니다. 문득 큰 질문이 떠오릅니다. 진정으로 존재한다는 건 뭘까. 친구를 깨우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서 챗GPT 창을 엽니다. AI는 데카르트와 사르트르와 니체를 즉석에서 불러와 답합니다. 한 뇌과학자는 이런 대화를 끝낸 뒤, AI를 인류의 생각을 비추는 거울이라 불렀습니다. 내 질문이 다듬어져 돌아올 때, 비로소 내 생각의 윤곽이 보입니다.
깊고 의미 있는 대화가 세계 61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철학, 죽음, 삶의 의미, 가치관을 놓고 AI와 진지하게 사색하는 일입니다. 위로를 구하는 1위 치료나 사람 사이를 푸는 7위 관계 상담과 다릅니다. 여기는 지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함께 굴리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생각의 파트너로 세우고, 정답 기계로 부리지 않습니다.
삶의 의미가 외부에서 주어지는지, 내가 만드는지. 양쪽 입장을 제일 강하게 대변해 줘. 결론은 내가 낸다.
반대편에 세워 사색을 깊게 합니다.
방금 내 생각에 제일 날카롭게 반박해 줘. 내가 놓친 전제가 뭔지 짚어 줘.
대화를 현실의 사람에게로 잇습니다.
오늘 이 생각을 실제 친구와 나누려면, 어떤 질문으로 말을 꺼내면 좋을까.
흔한 함정
AI는 죽음을 말하되, 죽음을 모릅니다. 철학자 존 설의 '중국어 방' 이야기처럼, 기호를 짝지을 뿐 뜻은 모릅니다. 그럴듯한 문장과 진짜 통찰을 가르는 몫은 사람에게 남습니다.
그리고 깊은 대화일수록 의존을 부릅니다. 한 연구에서, AI와 개인적 대화를 많이 나눈 사람일수록 외로움이 크고 현실 관계는 적은 경향이 나왔습니다. 감정을 함께 겪는 건 결국 사람뿐입니다. AI와의 사색이 사람과의 대화를 밀어내지 않게, 끝에는 사람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래 품어 온 질문 하나를 챗GPT에 던지십시오. 삶의 의미는 주어지는가, 만드는가 같은 것. 답을 받은 뒤 방금 답에 제일 날카롭게 반박해 줘를 이어 물으십시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제 친구 한 명과 나눌 첫 질문을 정해, 오늘 안에 말을 꺼내 보십시오.
세계 62위: 종교 탐구
영문 원본: Exploring religion
한 사람이 AI에게 흥미로운 실험을 시킵니다. 성경과 불경을 동시에 읽히고 묻습니다. 두 가르침이 닮은 점이 뭐야. AI가 답합니다. 산상수훈과 팔정도가 황금률, 자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데서 겹친다고. 그러면서 영혼관과 내세관은 갈린다고 짚습니다. 평생 두 경전을 같은 깊이로 읽기 어려운 사람에게, AI가 그 비교를 펼쳐 보인 겁니다.
종교 탐구가 세계 6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종교, 신앙, 영성에 대해 AI에게 묻고 함께 탐구하는 일입니다. 경전 구절의 뜻을 풀고, 교리를 눈높이에 맞춰 설명받고, 서로 다른 종교를 견주어 봅니다. 신앙을 대신 결정해 주는 자리는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한 시각이 아니라 여러 전통의 해석을 나란히 받습니다.
이 구절을 개신교, 가톨릭, 정교회가 각각 어떻게 해석하는지 차이까지 나눠서 정리해 줘.
어려운 교리는 비유와 근거 구절을 같이 받습니다.
삼위일체를 초등학생도 이해할 비유로 설명하고, 근거가 되는 성경 구절을 함께 들어 줘.
출처를 요구하고 사실을 따로 확인합니다.
방금 인용한 구절의 장과 절을 정확히 적어 줘. 내가 직접 찾아볼게.
흔한 함정
AI는 없는 구절을 지어내고, 경전을 임의로 각색합니다. 한 신학자가 챗GPT에 설교문을 시켰더니, 이단으로 보이는 내용이 섞였습니다. 인용된 장과 절은 직접 펴서 확인하십시오.
편향도 수렴합니다. 내가 우리 교단의 교리로 물으면, AI는 거기에 맞춰 답하며 다른 해석을 가립니다.
그리고 신앙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교황 레오 14세는 강론이 신앙을 나누는 일이며 AI는 신앙을 나눌 수 없다고 했고, 고해성사는 인격적 관계를 전제하므로 AI가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전은 AI에게 물어도, 믿음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오늘 해 볼 것
평소 뜻이 궁금했던 경전 한 구절을 골라, 서로 다른 전통이 그 구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차이까지 나눠 달라고 물으십시오. 그다음 인용된 장과 절을 직접 펴서, 한 곳이라도 사실을 확인해 보십시오.
제2부. 몸과 건강
6장. 증상부터 진료실까지
세계 12위: 의료 조언
영문 원본: Medical advice
새벽 두 시. 아이가 갑자기 열이 오릅니다. 39도. 병원은 닫혀 있고, 응급실에 가야 할지 아침까지 기다려도 될지 판단이 안 섭니다. 예전 같으면 검색창에 '아기 고열'을 넣고, 광고와 불안한 글 사이를 헤맸습니다. 지금은 챗봇을 엽니다. 증상을 적습니다. 차분한 설명이 돌아옵니다.
이 새벽의 풍경이 세계 12위, 의료 조언입니다.
규모가 큽니다. 오픈A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챗GPT 대화의 5퍼센트 넘는 양이 건강 관련 질문입니다. 하루에 4천만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그 건강 대화의 약 70퍼센트가 병원 진료 시간 밖에 일어납니다. 의사를 만날 수 없는 시간에, 사람들은 AI에게 묻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먼저 선을 분명히 긋겠습니다. 의료 조언은 증상, 약, 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묻는 일입니다. 진단을 대체하는 게 아닙니다. 정보를 이해하고, 의사를 더 잘 만나기 위한 준비 도구입니다. 1위 치료가 마음을 다루는 '정서'의 쓰임이었다면, 12위 의료는 지식을 다루는 '정보'의 쓰임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사람들이 이걸 하는 이유는 편안함입니다. 검색은 링크 목록을 던져 주지만, AI는 문장으로 답합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를 풀어서, 내 상황에 맞춰 설명합니다. 그 편안함이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그리고 곧 보시겠지만, 그 편안함이 함정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하나입니다. 진단받는 곳이 아니라, 진료를 준비하는 곳으로 쓰는 것.
진료 전에 물어볼 것을 정리합니다.
왼쪽 무릎이 계단 내려갈 때만 2주째 아픕니다. 정형외과에서 의사에게 꼭 물어볼 질문 다섯 개와, 제가 놓치기 쉬운 점을 알려 주세요.
진료 후에 들은 말을 이해합니다.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110, 당화혈색소 5.9가 나왔습니다. 정상과 어떻게 다른지 쉬운 말로 설명해 주고, 생활에서 신경 쓸 점도 알려 주세요."
출처와 불확실성을 함께 요구합니다.
"근거가 되는 가이드라인을 같이 알려 주고,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불확실'이라고 표시해 주세요. 그리고 병원에 꼭 가야 하는 위험 신호도 알려 주세요."
흔한 함정
이제 이 장에서 무겁게 짚어야 할 대목입니다.
AI는 환자를 직접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위험 신호를 놓치거나, 반대로 과장합니다. 한 조사에서 의료 사례 150건을 시험했더니, 약 49퍼센트만 정확했습니다. 절반은 틀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틀린 답도 자신 있는 말투로 나오니,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응급 상황에서는 더 위험합니다. 한 연구에서, 즉시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의 51.6퍼센트에서 AI가 '집에서 기다리라'는 잘못된 권고를 했습니다. 절반이 넘습니다. 그래서 규칙 하나를 새기십시오. 가슴 통증, 호흡 곤란, 한쪽 마비,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이런 신호 앞에서는 AI에게 묻지 말고, 곧장 119입니다.
그리고 내가 잘못 알고 있으면, AI가 거기에 맞장구쳐 굳히기도 합니다. 허위 의료 정보의 약 32퍼센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약 정보는 더 조심스럽습니다. 2025년 11월부터 챗GPT는 약 이름이나 용량을 직접 답하지 않고, 전문가 상담을 안내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오늘 해 볼 것
다음에 병원 갈 일 하나를 떠올리십시오. 증상을 적고, 의사에게 꼭 물어볼 질문 다섯 개를 정리받아 메모해 가십시오. 진단은 의사에게 맡기고, AI는 질문을 챙기는 데만 쓰는 겁니다.
세계 50위: 증상 기록하기
영문 원본: Tracking medical symptoms
진료실에서 의사가 묻습니다.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그런데 기억이 흐릿합니다. 두통이 처음 온 게 2주 전인지 3주 전인지, 무엇이 먼저였는지 뒤죽박죽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매일 한 줄씩 적습니다. 날짜, 시간, 증상, 강도. 흩어진 신호가 한 줄의 흐름으로 모입니다.
증상 기록하기가 세계 50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몸 상태와 증상을 AI로 기록하고, 시간에 따른 추이를 살피는 일입니다. 진단이 아니라 기록과 정리에 가깝습니다. 12위 의료 조언, 49위 의사와 대화하기와 다릅니다. 여기서는 일지를 꾸준히 쌓고, 패턴을 뽑아 진료에 가져가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매일 짧게, 같은 형식으로 쌓습니다. 병원 통증 일기의 뼈대를 그대로 씁니다.
"지금부터 내 증상 일지를 만들 거야. 내가 적는 한 줄을 날짜·시간·증상·강도(0에서 10)·그날 한 일·먹은 약·완화 여부 표로 누적해 줘. 첫 줄: 6월 17일 밤 10시, 오른쪽 관자놀이 두통, 강도 6, 야근에 커피 세 잔, 약 먹고 1시간 만에 강도 3."
모이면 패턴을 묻되, 단정은 막습니다.
"지난 3주 일지를 보고 두통이 주로 어떤 날에 생겼는지 찾아 줘. 요일·수면·카페인과 겹치는 부분을 표로. 단정하지 말고 가능성으로만 정리해 줘."
진료 직전에는 의사용 30초 요약으로 압축합니다.
이 일지를 의사에게 30초 안에 말할 수 있게 요약해 줘. 시작 시점, 부위, 변화, 나아지고 나빠지는 조건 순서로. 진단명은 빼고 사실만.
흔한 함정
AI가 내놓는 가능성을 진단으로 굳히면, 병원 갈 시점을 놓칩니다. 기록은 진료를 돕는 재료이지, 진료 자체가 아닙니다.
개인 건강 정보는 더없이 민감합니다. 병력과 복약 이력을 제3자 플랫폼에 넣을 때는, 그 정보가 어떻게 보관되고 쓰이는지 먼저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회색지대 판단은 사람의 몫입니다. 한 소화기내과 의사가 실제 사례를 챗GPT에 넣어 보니, 첫 추론은 정확했지만 검사를 더 할지 말지 같은 애매한 판단에서는 얼버무렸습니다. 기록 정리의 동반자로는 훌륭하지만, 흰 가운을 입히기엔 이릅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느낀 증상 한 가지를, 날짜·시간·강도(0에서 10)·그날 한 일 형식으로 챗GPT에 한 줄 적으십시오. 사흘이 모이면 겹치는 패턴이 있는지 가능성으로만 정리해 줘라고 물으십시오. 진단은 구하지 마십시오.
세계 49위: 의사와 더 잘 대화하기
영문 원본: Enabling better conversations with doctors
진료실 문을 나섭니다. 그런데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방금 의사가 뭐라고 했지? 분명히 들었는데, 절반은 벌써 사라졌습니다. 한국의 환자 한 명당 평균 진료 시간은 12분 남짓, 재진은 5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다 묻고 다 기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료 전후에 AI를 씁니다.
의사와 더 잘 대화하기가 세계 4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진료 전후에 의사에게 물을 것을 AI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증상과 질문과 먹는 약을 미리 추려 짧은 진료에 대비하고, 들은 진단명을 쉬운 말로 풀어 다음 질문을 준비합니다. 12위 의료 조언과 다릅니다. 병을 알아내는 자리가 아니라, 의사와 더 잘 통하게 돕는 자리입니다. AI는 의사를 대체하지 않고, 환자 곁의 통역사로 섭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진료 전날 밤, 질문 목록을 뽑습니다.
내일 병원에 가요. 허리 아래쪽이 3주째 아프고, 평소보다 더 피곤해요. 의사에게 물어볼 질문 목록을 만들어 주세요.
들은 진단명을 쉬운 말로 풉니다.
의사가 무릎에 가벼운 협착이 있다고 했어요. 의학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듯 쉬운 말로 풀어 주세요.
받은 약의 쓰임과 부작용을 확인합니다.
이 약을 하루 한 번 처방받았어요. 무엇에 쓰는 약인지, 어떻게 먹는지, 어떤 부작용을 살펴야 하는지 쉬운 말로 알려 주세요.
흔한 함정
잘못된 정보로 의사를 불신하면 위험합니다. 어디선가 들은 틀린 정보를 그대로 믿고 행동하면 탈이 납니다. 이걸 먹으면 약을 끊어도 된다는 말을 따랐다가 혈당이 무너지는 식입니다.
그리고 AI의 답에는 틀린 내용이 섞입니다. 한 의사는 AI의 실수율을 5~10퍼센트로 보되, 많이 쓸수록 오류 건수가 쌓인다고 했습니다. 정리한 내용은 참고일 뿐, 마지막 판단은 의사가 합니다.
응급에는 끼어들지 마십시오. 급할 때는 119가 먼저입니다. 중간에 AI를 거치면, 골든 타임을 깎아먹습니다.
오늘 해 볼 것
다음 진료 전날 밤, 증상과 평소 먹는 약을 챗GPT에 적고 의사에게 물어볼 질문 목록을 만들어 줘라고 청하십시오. 목록을 휴대폰에 띄워 진료실에서 하나씩 묻고, 들은 진단명은 집에 와서 쉬운 말로 풀어 줘로 다시 확인하십시오.
제2부. 몸과 건강
7장. 오래 건강하게
세계 16위: 더 건강한 생활
영문 원본: Healthier living
45세, 175센티미터, 82킬로그램, 사무직. 석 달 안에 5킬로그램만 빼고 싶어. 이 한 줄을 넣자, 일주일 식단표와 장보기 목록이 화면에 뜹니다. 트레이너를 만나 상담하고, 영양사에게 식단을 받던 일이 몇 초로 줄었습니다. 값도 들지 않습니다.
더 건강한 생활이 세계 16위입니다. 12위 의료 조언과 짝을 이루는, 생활을 다듬는 쓰임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항목은 한 해 전 10위권에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14위 일상 정리처럼, 처음의 의욕이 가라앉은 자취가 여기에도 보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더 건강한 생활은 식습관, 수면, 생활습관을 다듬기 위한 조언과 계획을 AI로 받는 일입니다. 의학 치료가 아닙니다. 생활을 거드는 보조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병원 갈 정도는 아닌데 막막할 때 기댑니다. 키와 몸무게와 목표만 주면, 그 자리에서 식단과 운동 계획이 나옵니다.
오늘 뭐 먹지라는 결정 피로를 줄여 줍니다. 한 주 식단을 미리 정해 두니 주중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동기를 잡아 주는 코치로도 씁니다. 24시간 채찍질하는 트레이너 역할을 맡겨, 끼니마다 사진을 보내고 잔소리를 받는 식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내 정보를 충분히 줍니다.
"45세 남성, 175센티미터 82킬로그램, 사무직이야. 석 달 안에 5킬로그램 감량이 목표야.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구내식당,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어. 일주일 식단표와 장보기 목록을 만들어 줘."
역할과 제약을 함께 지정합니다.
집에서 하는 맨몸 운동으로 주 3회 루틴을 짜 줘. 층간소음 때문에 뛰는 동작은 빼고, 한 번에 30분을 넘기지 말고.
이어 물으며 다듬습니다.
이 식단은 양이 너무 많아. 한 주 해 보니 못 지키겠어. 반만 줄여서 다시 짜 줘.
흔한 함정
편하지만, 분명한 선이 있습니다. AI는 의사가 아닙니다.
실제 사고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한 60대 남성이 챗봇 조언을 따라 '브롬화 나트륨'이라는 물질을 먹었다가 환각과 불면과 탈모를 겪었습니다. 일반 챗봇의 조언을 의료처럼 받으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수치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AI는 음식 사진만으로 양과 조리법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칼로리나 영양 수치는 참고만 하십시오.
극단적 목표도 조심하십시오. 한 달에 11킬로그램 같은 성공담 뒤에는, 보통 다른 변수가 숨어 있습니다. 화제가 된 한 사례도 알고 보니 비만 치료 주사와 거액의 내기가 함께 있었습니다.
선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식단 아이디어, 운동 동기, 수면 습관은 AI에게 물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약 복용, 영양제 조합, 지병이 있는 사람의 식이 제한, 증상 진단은 사람 전문가의 몫입니다. 가슴 통증 같은 위험 신호 앞에서는 병원이 먼저입니다.
오늘 해 볼 것
내 정보를 적으십시오. 키, 몸무게, 활동량, 알레르기. 그걸로 일주일 저녁 식단을 예산 조건과 함께 받으십시오. 그리고 일단 오늘 하루만 따라 해 보십시오. 일주일 치를 다 지키려 하지 말고, 오늘 한 끼부터.
세계 48위: 운동 계획
영문 원본: Planning workouts
헬스장에 막 등록한 사람이 AI에 역할을 줍니다. 너를 내 전담 트레이너로 가정해. 그리고 키와 몸무게, 들 수 있는 무게를 적어 넣습니다. 잠시 뒤, 며칠을 어떻게 나누고, 무슨 운동을 몇 세트 몇 회 할지, 주마다 무게를 어떻게 올릴지가 표로 나옵니다. PT 한 번 받을 돈을, 질문 하나로 아낀 셈입니다.
운동 계획이 세계 4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운동 계획은 분할, 세트, 횟수, 주차별 증량까지 들어간 구체적인 운동 루틴을 AI로 짜는 일입니다. 16위 더 건강한 생활이 식단과 생활습관 전반이라면, 이 장은 운동 프로그램 설계 한 가지에 집중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역할과 신체 정보를 한 번에 줍니다.
"너를 내 전담 트레이너로 가정해. 35세 남성, 175센티미터 78킬로그램, 주 4회 헬스장, 벤치 1회 최대 80킬로그램. 12주 근비대 목표로 4분할 프로그램을 표로 짜 줘."
주차별로 무게를 어떻게 올릴지 명시해 달라고 합니다.
주차별로 무게나 횟수를 어떻게 올릴지 적어 줘. 첫 주는 무리하지 않게 가볍게 시작해 줘.
부상 이력과 환경을 먼저 알립니다.
오른쪽 어깨에 통증 이력이 있어. 어깨 부담이 큰 종목은 대체 동작을 같이 알려 줘. 집에서 덤벨 한 쌍만 쓰고, 한 번에 40분 이내로.
흔한 함정
함정은 AI가 내 몸을 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한 기자가 마라톤을 앞두고 챗GPT에 조언을 구했더니, 대회 직전에 16킬로미터를 달리라고 권했습니다. 그대로 따랐다면 출발선에서 이미 지쳤을 겁니다. AI는 내 관절과 회복력을 보지 못합니다.
개인 차이도 무시합니다. 같은 분할표라도 운동 경력 3개월과 3년은 무게가 전혀 달라야 합니다. AI가 제시한 비율을 초보가 그대로 들면 다칩니다. 그리고 한 달에 근육 10킬로그램 같은 비현실적 목표를 말하면, AI는 거기에 맞춰 과한 계획을 짜 줍니다.
자세도 못 봅니다. 스쿼트 무릎 방향, 데드리프트 허리 중립 같은 교정은 글로 안 됩니다. 잘못된 자세로 무게만 올리면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선을 정리하면, 분할 설계와 종목 조합은 AI에 맡겨도 좋지만, 통증 진단과 재활은 병원과 사람 전문가가 먼저입니다.
오늘 해 볼 것
내 신체 정보를 적으십시오. 키, 몸무게, 운동 경력, 주당 가능 횟수, 부상 이력. 역할을 준 프롬프트로 4주 분할 프로그램을 받되, 첫 주는 가볍게 시작을 조건으로 거십시오. 그리고 오늘은 1일차만 따라 해 보십시오.
제3부. 배움
8장. 모르는 것을 내 것으로
세계 22위: 깊이있는 학습
영문 원본: Enhanced learning
한 사람이 미국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400시간 들었습니다. 자신 있게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다 틀렸습니다. 강의를 들을 때는 분명히 이해한 것 같았는데, 막상 문제 앞에서는 아무것도 안 떠올랐습니다. 귀로 흘려들은, 피상적인 이해였던 겁니다.
그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기본서를 덮고 기출문제로 직행했습니다. 틀린 문제를 캡처해 AI에 던지고, 개념부터 예시까지 풀어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푼 것 중에 내가 모를 만한 걸 다시 물어봐 줘로 빈틈을 점검했습니다. 10개월을 매달려도 안 되던 시험을, 6개월 만에 뚫었습니다.
깊이있는 학습이 세계 2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깊이있는 학습은 어려운 개념을 AI에게 단계별로 풀어 달라 시켜 깊이 이해하는 일입니다. 검색은 답을 줍니다. 깊이있는 학습은 답이 아니라 이해를 쌓습니다. 정답 창구가 아니라, 일대일 과외 선생을 한 명 두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지치지 않는 과외 선생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걸 열 번 물어도 짜증 내지 않습니다. 어려운 개념을 요리 레시피에 빗대 달라고 하면, 재료 손질하고 소스 만들 듯 단계를 풀어 줍니다. 그리고 설명에서 끝내지 않고, 맞춤 퀴즈까지 내 줍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은 사람이 오래 해 온 학습 원리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역할과 눈높이와 비유를 한 번에 지정합니다.
너는 이 분야 최고의 선생님이야. 나를 이 주제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라 생각하고, 요리 레시피에 빗대 세상에서 제일 쉽게 설명해 줘.
배울 순서를 먼저 짭니다.
초보자가 이 주제를 효과적으로 배우려면 어떤 순서로 가야 할까? 강의 계획서를 만들고, 각 단계가 왜 그 자리에 와야 하는지 이유도 알려 줘.
내가 먼저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물리학자 파인만이 쓰던 방법입니다.
내가 이 주제를 이렇게 이해했어. (내 설명) 내 이해가 정확한지 평가해 주고, 어디가 약한지 짚어 줘.
시험으로 점검하고, 모를 만한 것을 되묻게 합니다.
이 주제로 단답형 문제 열 개를 내고, 내가 푼 뒤 정답과 해설을 알려 줘. 자주 빠지는 함정도 같이.
흔한 함정
그런데 같은 도구가 정반대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2025년 6월, MIT 미디어랩이 한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 54명을 세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한 집단은 머리만 써서, 한 집단은 구글로, 한 집단은 챗GPT로 넉 달간 글을 쓰게 하고 뇌파를 쟀습니다. 결과가 서늘합니다. 챗GPT 집단은 뇌의 연결성이 셋 중 제일 약했고, 심지어 방금 자기가 쓴 글조차 제대로 인용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을 맡길 때마다 편하지만, 그만큼 인지 능력에 빚이 쌓이는 겁니다. 이걸 '인지 부채'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갈림길이 분명합니다. AI를 생각의 확장으로 쓰면 더 깊어집니다. 생각의 대체물로 쓰면, 빠르게 끝나지만 머리에 남는 게 없습니다. 답만 받아 적는 건 학습이 아닙니다.
그리고 AI는 그럴듯하게 틀립니다. 배운 내용을 진리로 받지 말고,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기초 단계를 통째로 건너뛰면 오히려 길을 잃습니다. 피아노를 코드부터 배우면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제일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 하나를 고르십시오. AI에게 이 분야 최고의 선생님 역할을 맡기고, 요리 레시피에 빗대 단계별로 설명하게 하십시오. 설명을 들은 뒤, 내 말로 다시 설명하고 정확한지 평가받으십시오. 마지막에 내가 아직 모를 만한 부분을 다시 물어봐 줘로 빈틈을 점검하십시오.
세계 70위: 관심 주제 파고들기
영문 원본: Exploring topics of interest
고래의 노래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AI에게 물었습니다. 답을 듣다 보니 다음 질문이 떠오릅니다. 심해에서 소리는 어떻게 퍼질까. 19세기 사람들은 고래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한 시간 뒤, 그 사람은 심해 음향과 옛 포경 기록을 읽고 있습니다. 질문 하나가 다음 질문을 부르고, 토끼굴은 점점 깊어집니다.
관심 주제 파고들기가 세계 70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흥미로운 주제를 AI와 함께 끝까지 파고드는 일입니다. 취미, 교양, 과학, 역사처럼 시험이나 자격과 무관한 주제를 그냥 궁금해서 묻습니다. 22위 깊이 있는 학습이 목표를 향한 공부라면, 이쪽은 목표 없는 캐묻기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넓게 시작해 좁게 조입니다.
고래의 노래를 알고 싶어. 이 주제를 파고들 좁은 질문 다섯 개로 쪼개고, 각 질문이 왜 흥미로운지 한 줄씩 붙여 줘.
거꾸로, 옆으로 캐묻습니다.
방금 그 원리의 바로 앞 단계는 뭐야? 이걸 처음 기록한 사람은 누구이고, 무엇을 오해했어?
캔 것을 밖으로 꺼냅니다. 읽기만 하면 빌린 지식입니다.
오늘 안 것을 초등학생도 알아듣게 다섯 문장으로 설명할게. 잘못 이해한 곳을 고쳐 줘.
흔한 함정
호기심으로 파는 주제일수록, 검증을 건너뛰기 쉽습니다. AI는 없는 인물, 없는 사건, 없는 출처를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그래서 확실한 것과 추측을 갈라 달라고 해야 합니다.
확증편향도 조심하십시오. 내가 깐 방향에 AI가 맞장구치면, 토끼굴이 메아리방으로 바뀝니다. 듣고 싶은 답을 넣으면, 듣고 싶은 답이 옵니다.
그리고 막힘없는 설명을 들으면 다 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읽은 것과 아는 것은 다릅니다. 다시 꺼내 보기 전까지는, 빌린 지식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그냥 궁금했던 것 하나를 AI에게 물으십시오. 답을 받으면 멈추지 말고 그 앞 단계는?, 처음 안 사람은 누구야?로 두 번 더 캐물으십시오. 마지막에 확실한 사실과 추측을 갈라 줘를 붙여, 내가 들어간 토끼굴이 메아리방은 아닌지 확인하십시오.
세계 84위: 맞춤형 학습
영문 원본: Personalized learning
새 분야를 배우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큰 벽은 공부가 아니라, 순서를 정하는 일입니다. 무엇을 먼저 알아야 다음이 보이는지, 석 달이면 어디까지 가는지. 그 지도를 그려 줄 사람이 곁에 없습니다. 강의를 사 놓고 3주차에서 멈춘 경험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AI에 내 수준과 목표와 시간을 적고, 주차별 로드맵을 받습니다.
맞춤형 학습이 세계 8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내 목표와 수준과 기간에 맞춘 학습 로드맵을 AI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며칠에 걸쳐 공부할지 그 설계도를 함께 짭니다. 22위 깊이 있는 학습이 한 주제를 파고드는 일이고 92위 수업안이 남을 가르칠 자료라면, 여기는 나를 위한 길 자체를 그리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는 오래된 숙제가 있습니다. 1984년 한 연구에서, 일대일 개인 교습을 받은 학생이 교실 평균의 윗자리로 크게 올라갔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선생님을 원했지만, 학생 수만큼 교사를 둘 돈이 없었습니다. 그 숙제를 사람들은 이제 AI에게 들고 갑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내지 않는 겁니다. 좋은 커리큘럼은 대화로 깎아냅니다.
출발점과 도착점과 기간을 한꺼번에 줍니다.
"나는 파이썬을 한 줄도 못 짜는 완전 초보야. 8주 안에 엑셀 업무 자동화 스크립트를 혼자 만드는 게 목표야. 평일 하루 1시간 써. 주차별 로드맵을, 각 주의 목표와 배울 개념과 실습 과제로 짜 줘."
받은 계획을 의심하고, 현실에 맞게 깎습니다.
이 계획에서 첫 2주가 너무 빡빡해. 분량을 80퍼센트로 줄이고, 직장인이 못 따라올 위험이 큰 주차를 표시해 줘.
흔한 함정
AI에게 그냥 맡기면, 의욕에 찬 빡빡한 일정이 나옵니다. 사람은 무리한 계획 앞에서 오히려 손을 놓습니다. 하루 분량을 줄이고 단계를 천천히 키워야 끝까지 갑니다.
그리고 AI는 진도표는 짜 주지만, 나를 책상 앞에 앉히지는 못합니다. 완벽한 커리큘럼도 사흘 만에 손을 놓으면 종이일 뿐입니다. AI가 모르는 것이, 내 피로와 권태입니다.
커리큘럼의 사실관계도 검증해야 합니다. AI는 없는 책을 추천하고, 틀린 순서를 자신 있게 내놓습니다. 추천받은 교재 이름은 검색으로 실재를 확인한 뒤 시작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요즘 배우고 싶었던 것 하나를 정하십시오. 챗GPT에 내 현재 수준, 목표, 쓸 수 있는 시간을 한 번에 적고 주차별 로드맵을 받으십시오. 받은 즉시 이 계획에서 제일 비현실적인 부분을 짚고 80퍼센트로 줄여 줘라고 다시 청하십시오. 그리고 추천받은 교재 이름 하나를 검색해, 실제로 있는 책인지 확인하는 데서 멈추십시오.
세계 90위: 지식 점검
영문 원본: Knowledge checks
교재를 세 번 읽었습니다. 다 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빈 화면 앞에 앉으니, 아무것도 안 떠오릅니다. 읽을 때는 매끄러웠는데, 떠올리려니 막힙니다. 바로 그 막히는 지점이, 내가 모르는 곳입니다. 그래서 AI에게 문제를 받습니다. 방금 정리한 내용으로 다섯 문제를 내 줘. 안다는 착각이, 시험지 앞에서 깨집니다.
지식 점검이 세계 90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배운 것을 AI가 낸 문제로 풀어 보며, 어디까지 아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일입니다. AI가 설명하거나 대신 풀어 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AI는 문제만 내고, 떠올리는 일은 사람이 합니다. 22위 학습이 새 내용을 배우는 자리, 84위 맞춤 학습이 수준에 맞춰 가르치는 자리라면, 여기는 이미 배운 것을 시험지로 되돌려 약점을 찾는 자리입니다. 떠올리는 행위 자체가 기억을 강하게 만드는 것, 이걸 시험효과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먼저 떠올리고 나서 채점받습니다. 떠올리는 그 순간에 기억이 강해집니다.
다음 내용으로 5문제를 내 줘. 정답은 아래에 따로 모아 두고 문제와 떨어뜨려 줘. 내가 먼저 풀고 맞춰 볼게.
객관식보다 빈칸과 단답형을 섞습니다. 고르는 문제는 보기를 보면 떠오른 척하기 쉽습니다.
객관식 2개, 빈칸 2개, 한 문장 서술 1개로 섞어 줘. 외운 단어가 아니라 이유를 설명하게 하는 문제로.
틀린 곳만 새 각도로 다시 냅니다.
3번과 5번을 틀렸어. 같은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묻는 새 문제 3개를 내 줘.
흔한 함정
AI는 틀린 문제나 틀린 정답을 내기도 합니다. 모를 때도 모른다고 못 하고 답을 지어냅니다. 그래서 채점 결과를 그대로 믿지 말고, 헷갈리는 항목은 교재로 다시 맞춰야 합니다.
아첨도 채점을 흐립니다. 내 답 맞지?라고 물으면, 틀린 답에도 맞다고 합니다. 그러니 채점은 받되, 정답의 근거는 한 번 더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문제를 받자마자 정답을 펼쳐 읽으면, 그냥 또 읽기가 됩니다. 떠올리는 단계를 건너뛰면, 시험효과는 사라집니다. 핵심은 답을 보기 전에, 빈 화면에 먼저 적어 보는 겁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공부한 내용 하나를 골라 AI에게 이걸로 5문제를 내고, 정답은 따로 모아 둬라고 하십시오. 정답을 보기 전에, 빈 화면에 먼저 답을 적으십시오. 그다음 맞춰 보고, 틀린 문항만 다른 방식으로 다시 내게 하십시오. 헷갈렸던 정답 하나는, 교재로 직접 확인하십시오.
제3부. 배움
9장. 학교라는 현장
세계 28위: 숙제
영문 원본: Homework
미국의 한 고등학교 졸업반 수업. 노예 출신 연설가 프레드릭 더글러스의 자서전을 읽고, 자기 삶을 돌아보며 토론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자서전을 통째로 복사해 챗GPT에 붙여넣습니다. 기계가 뱉어 낸 주석을 그대로 들고 토론에 들어옵니다. 읽고 나누던 자리가, 복사하고 붙여넣는 자리로 바뀐 겁니다.
한국의 한 학생은 카메라 앞에서 담담하게 말합니다. 수행평가 내는 걸 다 물어봐서, 빠르고 쉽게 하니까. 2천 자 에세이도, 어려운 수학 문제도, 입력 한 번이면 답이 나옵니다.
숙제가 세계 28위입니다. 그리고 이 장은 다른 어떤 장보다 '선'이 중요합니다. 답을 받느냐, 길을 배우느냐. 그 한 끗이 전부를 가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숙제는 학교 과제를 AI로 풀고, 모르는 내용을 AI에게 물어 이해하는 일입니다. 핵심은 경계선입니다. 답을 받아 베껴 내면 부정행위, 이해를 키우면 학습 보조. 같은 도구로 두 가지가 다 되기 때문에, 쓰는 방식이 전부를 가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빠르고 쉽기 때문입니다. 안 쓰는 쪽이 이미 소수입니다. 영국의 한 설문에서, AI를 안 쓰는 학생 비율이 1년 만에 34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줄었습니다. 한국 대학생을 조사하니, 1천 명 중 안 쓰는 사람이 7명뿐이었습니다.
그러자 학교가 기준을 내놨습니다. 한 고등학교에서 수행평가를 AI로 베껴 낸 학생들이 적발돼 재시험을 치렀습니다. 기준이 없어 벌어진 혼란입니다. 2025년 12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처음으로 수행평가 AI 관리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쓰지 말라가 아니라, 어디까지 쓰고 어떻게 표기하라는 선 긋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답이 아니라 과정을 받는 겁니다.
피할 말: 이 문제 답 알려 줘.
쓸 말: 답은 알려 주지 마.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 각 단계가 왜 필요한지만 설명해 줘. 계산은 내가 직접 할게.
개념을 내 수준의 언어로 다시 듣습니다.
광합성을 중학교 3학년이 알아들을 수 있게, 실제 예시 두 개와 함께 설명해 줘.
내가 푼 답을 검산하되, 고쳐 주지는 말게 합니다.
내 풀이를 붙여 넣을게. 고쳐 주지 말고, 어디서 어떻게 틀렸는지 위치만 짚어 줘.
이해했는지 스스로 점검합니다.
방금 배운 내용으로 객관식 다섯 문제만 내 줘. 풀면 채점하고, 틀린 이유를 설명해 줘.
흔한 함정
답을 받아 베끼는 건 부정행위입니다. AI가 만든 글이나 그림을 자기 창작물로 내거나, 풀이 앱 답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 출처를 표기하지 않으면 베끼기가 됩니다.
그런데 검출은 증거가 못 됩니다. 영국의 한 대학 실험에서 AI로 쓴 답안 63건을 섞었더니, 6건만 걸러졌습니다. 반대로 검출 도구가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학생의 글을 AI로 잘못 표시하는 일도 잦습니다. 직접 쓴 글이 AI로 몰리는 억울한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더 깊은 문제는 사고력입니다. 한 AI 회사가 학생 대화 57만 건을 분석했더니, AI가 처리한 일의 다수가 새로 만들고 따져 보는 높은 차원의 사고였습니다. 정작 그 능력이 자라야 할 때, 기계에 넘겨 버리는 겁니다. 한 대학 실험에서는 정답을 받아 쓴 학생들이 오히려 시험 성적이 떨어졌습니다. 빨리 끝낸 대가가 실력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막힌 문제 하나를 골라, 답 대신 풀이 과정만 달라고 청하십시오. 받은 순서대로 계산은 직접 하십시오. 다 풀면 내 풀이에서 틀린 위치만 짚어 줘로 검산하십시오. 답을 받지 않고도 끝까지 갈 수 있는지, 한 문제로 확인해 보십시오.
세계 40위: 학생 에세이
영문 원본: Writing student essays
한 입시생이 챗GPT에 아무 정보 없이 입시 에세이를 써 달라고 합니다. 결과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빈 글입니다. 자기 이야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자기소개를 넣자 조금 나아지지만, 입학사정관을 사로잡기엔 개성이 부족합니다. 영상 진행자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의존할 물건은 아니고, 감 잡기와 표현 다듬기에 쓰라는 것.
학생 에세이가 세계 40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학생이 에세이나 과제 글을 AI로 쓰는 일입니다. 핵심은 학업 윤리입니다. 결과물을 통째로 받아 베끼느냐, 막힌 단계를 뚫는 보조로 쓰느냐가 갈립니다. 28위 숙제가 일반 과제 풀이라면, 이 장은 대학 수준의 글쓰기와 표절·AI 검출, 대학의 AI 정책에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본문을 통째로 받지 말고 개요부터 받는 겁니다.
피할 말: 이 주제로 리포트 한 편 써 줘.
쓸 말: "대학 교양 글쓰기 과제야. 주제는 '청년 주거 문제'. 서론·본론·결론 구조로 개요만 짜 줘. 각 문단의 핵심 논점을 한 줄씩."
내 경험을 글감으로 펼치게 합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 동아리에서 후배를 가르친 경험이 있어. 입시 에세이로 쓸 글감을 다섯 방향으로 뽑아 줘. 협동, 성장, 가르침 같은 주제로.
내가 쓴 초안을 다듬게 합니다. 빈손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쓴 문단이야. 문법을 고치고 늘어진 문장을 간결하게 바꿔 줘. 내 표현과 목소리는 그대로 두고. (내 초안)
흔한 함정
표절은 학사 징계로 이어집니다. 국내 한 대학에서는 600명이 듣는 강의에서 AI 부정행위가 적발돼, 자수자는 중간고사 0점, 안 한 사람은 정학을 받았습니다. 다른 대학에서는 1,400명 강의의 중간고사가 통째로 무효가 됐습니다.
그런데 검출기는 못 믿습니다. AI 검출 도구가 사람이 쓴 글을 AI로 잘못 표시하기도 합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의 정제된 문장이 잘 걸립니다. 반대로 문장을 살짝 바꾸면 AI 확률이 뚝 떨어집니다. 검출은 뚫리고, 무고한 글은 걸리는 겁니다. 한 실험에서, AI로 쓴 에세이가 표절 검사 0퍼센트, AI 검출 62퍼센트로 나왔습니다. 진행자의 결론은 한 줄이었습니다. 결국 글은 네가 써야 한다.
그리고 AI는 없는 저자와 논문을 지어내 각주에 넣습니다. 그대로 내면, 표절보다 무거운 날조가 됩니다. 글쓰기 과제의 진짜 목적은 제출물이 아니라, 생각하는 훈련입니다.
오늘 해 볼 것
다음 과제에서 본문을 통째로 받지 말고, 개요만 AI에 받아 보십시오. 그다음 첫 문단은 직접 쓰고, 다 쓴 문단만 AI에 넣어 문법과 표현을 다듬게 하십시오. 마지막에 인용과 출처는 사람이 직접 점검하십시오.
세계 92위: 수업안 만들기
영문 원본: Generating a lesson plan
밤 열한 시. 한 교사가 책상에 지도안 양식을 띄워 놓고 있습니다. 빈 칸이 가득합니다. 학습목표, 활동, 형성평가, 준비물. 한 차시를 손으로 다 채우려면 밤이 깊습니다. 그런데 학년과 과목과 주제와 성취기준을 한 번에 AI에 넘기자, 도입과 전개와 정리의 틀이 초안으로 나옵니다.
수업안 만들기가 세계 9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교사나 강사나 부모가 수업 지도안을 AI로 설계하는 일입니다. 받아서 공부하는 쪽이 아니라, 짜서 가르치는 쪽의 도구입니다. 84위 맞춤 학습이 학습자 본인이 자기 공부를 AI에 맞추는 일이라면, 92위는 가르치는 사람이 지도안 자체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한 프롬프트에 수업의 좌표를 다 박습니다.
"중학교 2학년 과학 '소화 기관' 수업 지도안을 짜 줘. 45분 활동 중심 수업이고, 학습 목표는 구조와 기능 이해야. 형성평가 3문항과 준비물도 표로 넣어 줘."
성취기준을 직접 붙여 넣습니다.
이 성취기준을 그대로 반영해 학습목표를 진술하고, 목표가 기준의 어느 부분과 연결되는지 표시해 줘. (성취기준 붙여넣기)
그다음 대화로 한 군데씩 깎습니다. 활동을 더 흥미롭게, 40분에 맞게 시간 배분을 다시 식으로.
흔한 함정
초안은 어느 교실에나 맞는 무난한 틀에 그칩니다. 우리 반 학생도, 지난 차시에 배운 것도 AI는 모릅니다.
제안된 활동이 실제 교실에서 가능한지, 준비 시간과 예산이 현실적인지, 실험 안전이 확보되는지도 AI는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과학적·역사적 사실, 실험의 실행 가능성, 안전 사항은 교사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AI가 환각으로 틀린 사실을 넣을 수 있습니다. 초안은 AI가, 맥락과 책임은 교사가.
오늘 해 볼 것
다음 한 차시를 골라, 학년과 과목과 주제와 시간과 성취기준을 한 문장에 담아 챗GPT에 지도안 초안을 받으십시오. 받은 초안에서 우리 반에 안 맞는 활동 하나를 이 활동을 이런 상황에 맞게 바꿔 줘로 고치고, 사실 한 군데와 안전 한 군데를 직접 확인한 뒤 수업에 올리십시오.
제3부. 배움
10장. 어려운 글을 넘는 법
세계 55위: 논문 읽어내기
영문 원본: Making sense of academic papers
전공이 아닌 분야의 논문을 펼칩니다. 첫 장부터 막힙니다. 낯선 용어, 빽빽한 통계 표, 영어 문장, 모르는 선행 연구가 한꺼번에 길을 막아섭니다. 예전 같으면 여기서 덮었습니다. 지금은 논문을 통째로 AI에 넣고 묻습니다. 이 논문이 무슨 주장을, 어떤 방법으로 검증했는지 우리말로 풀어 줘. 장벽이 한 칸 낮아집니다.
논문 읽어내기가 세계 55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어려운 학술 논문을 AI에 넣고 우리말로 풀어 이해하는 일입니다. 논문이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검증했고, 결과와 한계가 무엇인지 깊이 읽고 따지는 자리입니다. 41위 핵심만 빨리 보기나 66위 요약과 다릅니다. 빨리 보기가 아니라 깊이 읽기, 한 줄 요약이 아니라 방법과 결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따지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역할과 깊이를 먼저 정합니다.
"너는 이 분야를 가르치는 연구자야. 첨부한 논문을 비전공자도 알게, 연구 질문과 방법과 핵심 결과를 우리말로 풀어 줘. 전문 용어는 처음 나올 때 괄호로 짧게 풀어 줘."
방법과 결과와 한계를 나눠 묻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측정했는지(설계, 표본 수, 측정 방법)를 정리하고, 결과가 그 방법으로 뒷받침되는지, 저자가 밝힌 한계는 무엇인지 항목별로 알려 줘."
비판을 일부러 시킵니다.
이 논문을 심사하는 동료 평가자라면 어떤 약점을 지적할지 세 가지만. 방법의 허점, 빠진 변수, 과한 해석을 중심으로.
흔한 함정
AI는 통계를 오해합니다. 상관을 인과로 바꾸고, 작은 표본의 결과를 전체로 넓히고, 결론을 반대로 적고도 자신 있게 내놓습니다. 핵심 주장과 수치는 원문의 해당 문단을 직접 펴서 대조하십시오.
환각 인용도 여전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저자와 연도까지 붙여 제시합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실재를 확인하기 전에는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요약을 읽고 다 이해했다고 느끼는 순간, 스스로 따지는 힘이 줄어듭니다. 요약은 읽기의 시작이지 끝이 아닙니다. 자기 경험에 대입해 비판하고 공감하며 읽는 일은, AI에 맡길 수 없습니다.
오늘 해 볼 것
관심 분야 논문 한 편을 AI에 넣고, 방법·결과·한계를 나눠 물으십시오. 이어서 동료 평가자라면 지적할 약점 세 가지를 시키고, 그 지적 하나를 원문에서 직접 확인하십시오.
세계 67위: 외국어 배우기
영문 원본: Language learning
새벽. 한 사람이 빈 방에서 마이크를 켜고 영어로 혼잣말을 시작합니다. 상대는 AI입니다. 사람 앞에서는 틀릴까 봐 입이 안 떨어졌는데, AI 앞에서는 같은 문장을 열 번 다시 말해도 눈치 볼 일이 없습니다. 학원도, 과외 시간도, 창피함도 없습니다.
외국어 배우기가 세계 6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외국어를 배우고 연습하는 상대로 AI를 쓰는 일입니다. 회화 연습, 작문 첨삭, 발음 교정, 수준별 대화가 한 창구에서 이뤄집니다. 75위 번역과 다릅니다. 번역은 결과물을 받아 가는 일이고, 이쪽은 내 말과 글이 늘도록 직접 부딪치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회화 상대로 세우고, 틀린 문장을 그 자리에서 고치게 깔아 둡니다.
너는 영어 튜터고 나는 한국인 학생이야. 회화 연습을 하자. 카페에서 주문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고, 내가 틀린 문장을 말하면 바로 고쳐 줘.
내 정보를 미리 심으면 어휘가 내 처지에 맞게 좁혀집니다.
나는 30대 직장인이고 IT 업계에서 일해. 그 상황에 맞는 표현 위주로 연습시켜 줘.
발음은 음성 모드로 옮깁니다.
내가 방금 말한 문장에서 어색한 발음과 표현을 짚고, 원어민이라면 어떻게 말할지 한 줄로 고쳐 줘.
흔한 함정
발음과 뉘앙스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텍스트로는 발음을 못 고치니 음성 모드를 써야 하는데, 그조차 발음 전용 도구만큼 정밀하지 않습니다. 문법은 완벽해도 원어민의 구어체와 지역색이 빠져 평평하게 들립니다.
틀린 교정도 합니다. AI는 확률로 문장을 짜서, 멀쩡한 표현을 굳이 고치거나 틀린 설명을 자신 있게 단언할 때가 있습니다. 의심스러우면 교차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도구가 좋아도, 매일 하지 않으면 늘지 않습니다. AI는 지치지 않는 연습 상대일 뿐, 대신 외국어를 늘려 주지는 않습니다.
오늘 해 볼 것
배우는 언어로 챗GPT에 튜터가 되어 카페에서 주문하는 상황을 만들어 줘. 내가 틀리면 바로 고쳐 줘라고 거십시오. 세 번 주고받은 뒤 음성 모드로 바꿔 같은 대화를 소리 내어 다시 하십시오. 고쳐 받은 문장 하나를, 입에 붙을 때까지 다섯 번 말해 보십시오.
세계 68위: 일하며 배우기
영문 원본: Learning at work
회계팀에서 마케팅팀으로 옮긴 첫 주. 처음 보는 분석 화면을 엽니다. 용어부터 막힙니다. 선임에게 물으면 바쁜 사람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그래서 AI 창에 칩니다. 이 지표가 뭔지부터 알려 줘. 그 자리에서, 일하면서 배웁니다.
일하며 배우기가 세계 6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낯선 업무나 새 도구를, 책상 앞을 떠나지 않고 AI에게 물어 그 자리에서 익히는 일입니다. 미리 공부해 두는 게 아닙니다. 일이 닥친 순간, 모르는 것을 바로 묻는 방식입니다. 22위 깊이 있는 학습이 한 주제를 파고드는 일이라면 이쪽은 실무 한복판의 즉석 학습이고, 8위 일터의 동료가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쪽이라면 이쪽은 내가 처리하도록 나를 키우는 쪽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역할과 내 처지를 먼저 줍니다.
너는 10년 차 마케터야. 나는 이번 주 마케팅팀으로 옮긴 초보야. 이 분석 화면에서 제일 먼저 이해할 지표 다섯 개만 짚어 줘.
받은 뒤 곧장 손으로 한 번 해 봅니다.
방금 배운 절차로, 이 실제 데이터를 처리하는 단계를 순서대로 써 줘. 한 줄씩 따라 할게.
AI에게 반론을 시킵니다.
내가 이렇게 이해했는데, 틀린 부분이나 빠진 전제가 있으면 짚어 줘. 그냥 맞다고 하지 말고.
흔한 함정
빨리 배우는 것과 제대로 배우는 것은 다릅니다.
표면만 익히기 쉽습니다. AI가 정리해 준 결과를 안다고 느끼지만, 원리를 거치지 않아 조금만 변형돼도 막힙니다. 기초 개념을 건너뛰면, 응용 단계에서 무너집니다.
검증 없이 적용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AI 설명을 그대로 실무에 옮겼다가, 잘못된 전제가 업무 결과로 굳어 버립니다.
그리고 편하게 받기만 하면 인지 부채가 쌓입니다. 한 실험에서, AI에 기댄 사람들은 뇌 연결성이 낮고 자기가 한 일조차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배우되, 한 번은 내 손으로 해 보고 원리를 되짚어야 내 것이 됩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업무에서 처음 만난 도구나 용어 하나를 고르십시오. AI에게 내 처지와 수준을 먼저 밝히고, 설명을 받은 뒤 곧바로 실제 업무 데이터로 한 번 해 보십시오. 끝에 내가 틀린 곳을 되물어 확인하십시오.
제4부. 생각의 연장
11장. 막힌 문제를 푸는 머리
세계 2위: 문제 해결
영문 원본: Troubleshooting
십 년 전이라면 이랬습니다. 노트북이 갑자기 먹통이 됩니다. 두꺼운 사용설명서를 책장에서 꺼냅니다. 깨알 같은 글씨를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문제 해결'이라는 장을 찾습니다. 거기 적힌 증상은 내 증상과 어딘가 다릅니다. 결국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겁니다. 상담원은 통화 중입니다. 안내 음악만 십 분째 흐릅니다.
지금은 이렇습니다. 화면에 뜬 영어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긁어다 챗GPT 창에 붙여넣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고 어떻게 고치나요. 삼 초 뒤, 점검표가 돌아옵니다. 위험이 낮은 것부터 한 단계씩.
이 변화가 세계 2위입니다. 한 해 전만 해도 10위권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해 만에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100가지 쓰임새 가운데 오름폭이 손꼽히게 가팔랐습니다. 사람들이 고장 난 물건을 들고 맨 먼저 찾는 상대가 바뀐 겁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문제 해결은 기기, 앱, 생활 속 고장이나 오류의 원인을 찾고 고치는 법을 AI에게 묻는 일입니다. 화면에 뜬 암호 같은 에러 메시지 해독부터, 와이파이는 잡히는데 인터넷만 안 될 때, 프로그램이 자꾸 꺼질 때까지. 서비스센터에 가기 전에 먼저 스스로 시험해 보는 첫 상담 창구입니다.
1위 치료가 마음의 거울이었다면, 2위 문제 해결은 기술의 거울입니다. 둘 다 내가 처한 상황을 비춰 보고 길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둘 다, 곧 보시겠지만, 비친 것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거울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이유는 뚜렷합니다.
첫째, 에러 메시지가 외계어이기 때문입니다. 'Access Denied (102)', 'The application was unable to start correctly (0xc000007b)'. 이런 문구는 보통 사람에게 그냥 겁주는 암호입니다. 예전에는 이걸 검색창에 넣고, 영어로 된 외국 포럼을 헤매고, 비슷한 사례를 더듬더듬 따라 했습니다. 지금은 그 문구를 그대로 붙여넣고 쉬운 말로 풀어 줘라고 하면 됩니다.
둘째, 첫 창구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갤럭시가 와이파이는 잡히는데 인터넷만 안 됩니다. 매뉴얼을 뒤지는 대신 증상을 말로 풀어 던집니다. 이런 상황인데 뭘 확인해야 해? 점검표가 옵니다. 서비스센터 대기 음악을 듣기 전에, 집에서 먼저 절반은 풀립니다.
셋째, 원리를 알면 더 잘 부리기 때문입니다. AI가 어떻게 답을 만드는지 이해한 사람은 질문도 다르게 합니다. 챗GPT는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로 고르는 기계입니다. 그래서 보고서 써 줘와 정중한 말투로, 전문성이 묻어나게, 표 하나를 넣어 보고서 써 줘는 전혀 다른 결과를 냅니다. 기계의 작동 방식을 아는 사람이 더 좋은 답을 얻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정보를 아끼지 말 것.
원칙 하나, 증상과 환경과 시도한 것을 한 번에 넘깁니다.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사람에게 답답한 건 정보 부족입니다. 안 돼요라는 한마디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이렇게 던지십시오.
"갤럭시 S23, 안드로이드 14입니다. 집 와이파이 연결은 되는데 인터넷만 안 됩니다. 같은 와이파이로 노트북은 잘 됩니다. 재부팅과 비행기 모드 토글은 이미 해 봤습니다. 가능한 원인을 가능성 높은 순서로 정리하고, 제가 직접 해 볼 점검을 한 단계씩 알려 주세요."
기종, 환경, 증상, 이미 해 본 것. 이 네 가지가 들어가면 답의 질이 달라집니다.
원칙 둘, 에러 메시지는 화면 그대로 옮깁니다.
요약하지 마십시오. 무슨 에러가 떴어요가 아니라, 그 글자를 한 자도 빼지 말고 그대로 붙여넣습니다.
"이 오류가 뜹니다. 화면 그대로 옮깁니다. 'The application was unable to start correctly (0xc000007b).' 무슨 뜻인지, 위험이 낮은 해법부터 순서대로, 각 단계가 왜 도움이 되는지 한 줄씩 붙여 알려 주세요."
괄호 안의 숫자 하나가 원인을 가르는 열쇠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원문 그대로가 중요합니다.
원칙 셋, 안 되면 결과를 되먹입니다.
한 번에 안 풀리는 게 보통입니다. 대화를 끊지 말고, 해 본 결과를 다시 넘깁니다.
"알려 준 네트워크 초기화를 했는데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다른 집 와이파이에서는 잘 됩니다. 그러면 공유기 문제로 봐야 하나요? 공유기에서 확인할 점과, 그래도 안 되면 통신사에 무엇을 요청해야 할지 알려 주세요."
한 단계씩 결과를 주고받으면, AI는 점점 내 상황에 맞는 답으로 좁혀 옵니다. 의사가 문진하듯이.
흔한 함정
이제 이 장의 안전선입니다. 여기를 놓치면 고치려다 더 망칩니다.
첫째이자 큰 함정은 환각입니다. 앞서 말했듯 AI는 사실을 판단하지 않고 그럴듯한 다음 단어를 고릅니다. 그래서 모르는 것도 망설임 없이 지어냅니다. 그것도 아주 자신만만하게. 실제로 미국 뉴욕의 변호사들이 챗봇이 지어낸 가짜 판례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제재를 받았습니다. 캐나다의 한 항공사는 챗봇이 잘못 안내한 할인 규정 때문에 책임을 졌습니다. 기계가 확실합니다라고 말해도, 그 확신은 사실의 보증이 아닙니다.
그래서 규칙 하나를 세우십시오.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실행 전에 공식 문서와 대조한다. 데이터 삭제, 초기화, 펌웨어 변경처럼 한번 누르면 돌이킬 수 없는 작업은, AI 말만 믿고 누르지 않습니다. 제조사 공식 안내를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고치려다 멀쩡한 것까지 날리는 일을 막는 마지막 빗장입니다.
둘째 함정은 한계를 모르고 매달리는 것입니다. 물에 빠뜨린 휴대폰, 깨진 액정 같은 물리적 고장은 AI의 영역 밖입니다. 말로 고칠 수 없습니다. 이럴 땐 빨리 서비스센터로 넘기는 판단이 시간을 아낍니다.
셋째, 도구 오류와 기기 오류를 헷갈리지 마십시오. 챗GPT 자체가 멈췄는데 내 컴퓨터를 붙들고 씨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AI 서비스가 느리거나 안 되면, 먼저 서버 상태부터 확인하십시오. 내 기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미뤄 둔 작은 기술 문제 하나를 떠올려 보십시오. 느려터진 와이파이, 안 열리는 파일, 자꾸 뜨는 알림. 무엇이든 좋습니다. 증상과 환경과 이미 해 본 것을 한 문단으로 적어 AI에게 던지고, 가능성 높은 순서로 점검표를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중 위험이 낮은 한 단계만 직접 해 보십시오.
세계 13위: 의사결정 돕기
영문 원본: Enhanced decision-making
두 회사에서 동시에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A사는 연봉이 높지만 통근이 한 시간 반입니다. B사는 연봉이 12퍼센트 낮은 대신 주 3일 재택입니다. 머릿속에서 저울이 종일 왔다 갔다 합니다. 잠도 안 옵니다. 결국 챗봇을 엽니다. 이 두 개를 표로 비교해 줘.
의사결정 돕기가 세계 13위입니다.
그런데 이 장은 조심스럽게 시작해야 합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연구는, '생각 슬롭'의 대표 사례로 바로 이 의사결정을 꼽았습니다. 생각 슬롭이란,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생각을 AI에 떠넘기다 사고력이 무뎌지는 것입니다. 결정은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고, 또 사람이 잘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 장의 주제는 처음부터 분명합니다. AI에게 정리는 시키되, 결정은 시키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인가
의사결정 돕기는 선택지를 정리하고 장단점을 따져 결정을 돕는 일입니다. 이직, 구매, 진학처럼 따져 볼 게 많은 일에서 옵션을 펼치고, 득실을 표로 비교하고, 일부러 반론까지 받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내립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고민이 목록이 됩니다. 흩어진 생각이 한 화면에 정리되면, 그것만으로 절반은 풀립니다. 빠진 선택지도 드러나고, 미처 못 본 득실도 보입니다. 새벽에도 답하고, 같은 질문을 열 번 고쳐 물어도 짜증 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은 셋이고, 모두 '결정을 받지 않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선택지를 표로 비교하되, 결론은 받지 않습니다.
"A사는 연봉이 높고 통근 1시간 30분, B사는 연봉 12퍼센트 낮고 재택 주 3일이야. 연봉, 워라밸, 통근, 성장, 안정 다섯 기준으로 표로만 비교해 줘. 추천은 하지 말고, 각 기준의 무게를 내가 어떻게 매겨야 할지 질문만 던져 줘."
일부러 반론을 시킵니다. AI가 내 결정에 맞장구치는 걸 막는 장치입니다.
전기차 구매로 거의 마음을 굳혔어. 반대 입장에서, 내가 놓친 단점과 위험 다섯 가지만 날카롭게 짚어 줘. 좋은 점은 빼고.
항목별로 비교한 뒤, 내 상황에 맞춰 묻습니다.
구독형 결제와 일회성 결제를 특징, 장단점, 사례로 비교해 줘. 그리고 1인 디자인 서비스 초기에는 어느 쪽이 맞을지, 이유와 함께 알려 줘.
흔한 함정
함정은 이 장의 주제와 그대로 겹칩니다.
결정을 AI에 떠넘기는 것이 첫째입니다. 어느 쪽이 맞아?라고 물으면, AI는 그럴듯한 한쪽을 골라 줍니다. 그런데 그 책임은 AI가 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챗봇은 사용자 말을 비판 없이 격려하는 버릇이 있어, 내가 이미 기운 쪽을 그냥 굳혀 줄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반론을 시키는 겁니다.
답에는 편향이 섞입니다. AI의 답은 학습한 데이터의 치우침을 안고 나옵니다. 정답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의견으로 받으십시오.
사람 검토를 건너뛰면 큰 사고가 납니다. 한 디자인 회사에서는 자동 의사결정 시스템이 계정을 잘못 판단해 데이터의 약 80퍼센트를 날린 일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사람이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의료, 법률, 깊은 심리 같은 민감한 고민은 통째로 맡기지 마십시오. 그건 사람 전문가의 자리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망설이는 선택 하나를 정하십시오. 기준 세 개로 표 비교를 받으십시오. 그리고 내가 기운 쪽의 위험만 따로 짚어 달라고 하십시오. 표는 AI가 채우되, 마지막 한 칸, 결정은 내가 채웁니다.
제4부. 생각의 연장
12장. 생각을 세우고 부수기
세계 82위: 생각 구조 잡기
영문 원본: Structured thinking
회의가 끝났습니다. 책상에 포스트잇 스무 장이 흩어져 있습니다. 떠오른 단상, 보고서 근거, 결정할 선택지가 한데 섞여 있습니다. 그 상태로는 남을 설득하지도, 스스로 판단하지도 못합니다. 이걸 AI에 던져 틀에 앉히면, 빈칸이 보입니다. 빠진 항목, 겹친 항목, 근거 없는 주장이 드러납니다.
생각 구조 잡기가 세계 8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흩어진 생각을 틀에 앉혀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AI를 쓰는 일입니다. 빠짐없이 나누고, 원인을 가지 치고, 결론을 위에 두고 근거를 아래에 깝니다. 81위 더 잘 생각하기가 사고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면, 이쪽은 떠오른 생각을 틀에 앉히는 일입니다. 먼저 깊이 생각하고, 그다음 구조에 앉히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틀 이름을 먼저 박습니다. 그냥 정리해 줘라고 하면 줄글로 풀어 놓습니다.
내 메모를 로직트리로 정리해 줘. 맨 위에 핵심 질문 하나, 아래 원인 세 갈래, 갈래마다 근거 두 개. 갈래끼리 겹치지 않게.
분류 축을 내가 고릅니다.
이 문제를 단기와 장기로 먼저 나누고, 각 안에서 비용과 효과로 다시 나눠 줘. 다른 기준은 섞지 마.
빈칸과 겹침을 검사시킵니다.
방금 나눈 항목에서 빠진 게 있는지, 두 항목이 겹치는지 확인해 줘.
흔한 함정
현실은 깔끔하게 안 나뉩니다. 칸을 채우려고 억지로 끼워 넣으면, 칸은 찼는데 실제와 어긋납니다. 분류 틀은 정답이 있는 수학 공식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분류를 만드는 도구입니다.
틀에 앉히는 데 골몰하다, 정작 풀려던 문제를 잊기도 합니다. 분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그리고 모양은 그럴듯한데 맨 위 결론이 빈 경우가 있습니다. 구조는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릇이 예뻐도 안이 부실하면 소용없습니다. AI는 내가 짠 틀을 대체로 칭찬하지만, 맞고 틀림은 결국 사람이 판단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머릿속에 엉켜 있는 결정 하나를 골라, 메모로 한 덩어리 적으십시오. AI에 이걸 로직트리로 나눠 줘. 단기와 장기 두 축으로 먼저 가르고, 겹치는 항목이 있으면 짚어 줘라고 시키십시오. 나온 트리에서 빠진 칸 하나를 내 손으로 채우십시오. 틀은 AI가, 판단은 내가.
세계 81위: 더 잘 생각하기
영문 원본: Thinking better
까다로운 회의를 앞둔 사람이 있습니다. 며칠을 머릿속으로 대사를 외웁니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여전히 막막합니다. 필요한 건 외운 대본이 아니라 또렷함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AI에 적습니다. 그 회의가 답답했어. 왜 그런지 같이 풀어 줘. AI가 대신 말해 주는 게 아니라, 자기 감정을 자기가 먼저 듣게 도와주는 겁니다.
더 잘 생각하기가 세계 81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AI에게 답을 받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비추는 거울로 쓰는 일입니다. 가정을 점검하고, 관점을 넓히고, 내 판단의 빈틈을 메우는 사고의 파트너로 삼습니다. 53위 비판반론이 내 주장을 공격하게 하는 일이고 82위 생각 구조 잡기가 떠오른 생각을 틀에 앉히는 일이라면, 여기는 내 생각 자체를 비춰 보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답을 시키지 말고, 내 생각을 비추게 합니다.
내가 방금 한 말에서 검증 안 된 가정 세 개를 찾아 줘. 각각 왜 위험한지 한 줄로.
반대편에 세웁니다.
내 결론에 제일 강한 반론을 만들어 줘. 내가 틀렸다면 어디서 무너지는지 짚어 줘.
감정을 먼저 이름 붙입니다.
그 일을 순서대로 말할게. 듣고 내가 어떤 감정인지 이름 붙여 줘. 해결책은 아직.
흔한 함정
함정은 거울이 요정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처음엔 정리를 도우려 쓰다, 어느새 판단까지 넘깁니다. 한 연구에서, AI를 더 믿을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줄어드는 음의 상관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바탕이 된 연구는 새 위험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생각 슬롭'입니다. AI가 뱉은 그럴듯한 문장을, 검토 없이 내 생각인 양 받아들이는 것. 문법은 맞고 알맹이는 빈, 머릿속의 워크슬롭입니다.
아첨도 거울을 흐립니다. AI는 내 쪽으로 결을 맞춥니다. 한 연구에서 챗봇은 사람보다 비윤리적 행동을 훨씬 더 자주 옹호했습니다. 거울이 나를 비추다 못해, 부풀립니다. 그래서 AI가 동의해도, 한 번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의심해야 합니다. 거울로 쓰면 생각이 날카로워지고, 요정으로 쓰면 생각 슬롭에 빠집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내린 결정 하나를 AI에 적되, 답을 구하지 마십시오. 대신 검증 안 된 가정 세 개와 제일 강한 반론만 시키십시오. 그 반론에 한 줄이라도 내 답을 적어 보십시오. AI가 동의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한 번은 의심하십시오.
세계 53위: 비판과 반론
영문 원본: Critique and counterargument
투자심의위원회를 하루 앞둔 밤. 한 사모펀드 대표가 자기 투자 논리를 AI에 들이밉니다. 그런데 부탁이 거꾸로입니다. 이 논리의 약점을 찾아 줘. 작정하고 부숴 봐. 내일 회의에서 터질 반대 논리를, 오늘 밤 미리 맞아 보는 겁니다. 그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좋은 결정은 확신이 아니라, 반론을 견디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
비판과 반론이 세계 53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내 글이나 주장을 AI에게 일부러 공격하게 하는 일입니다. 동의나 칭찬이 아니라, 반대 논리와 허점을 받아 보는 자리입니다. 회의실에서 한 사람이 작정하고 반대를 맡는 '악마의 대변인'을, AI에게 시키는 셈입니다. 57위 맹점짚기가 내 사각지대를 찾는 것이고 88위 논증강화가 주장을 다듬는 것이라면, 53위는 그 전에 약한 고리를 직접 부숴 보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거울이 아니라 스파링 상대로 세우는 겁니다.
피할 말: 내 주장 어때? 괜찮아?
쓸 말: 지금부터 내 의견에 동의하지 마. 제일 약한 고리를 찾아 작정하고 반박해 줘. 칭찬은 빼고 허점만.
역할을 명시합니다. 악마의 변호인, 레드팀, 깐깐한 심사위원.
너는 이 사업계획을 떨어뜨리려는 투자심의위원이야. 통과시키지 않을 이유를 센 것부터 다섯 가지 대 줘.
받은 비판에 다시 반론해 단단하게 만듭니다.
방금 비판 중에 내가 반박할 수 있는 것과 인정해야 하는 것을 나눠 줘. 인정할 부분은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도.
흔한 함정
함정은 AI의 기본값이 동의라는 데 있습니다. 그냥 두면 좋은 지적이십니다, 다만식의 가짜 비판을 내놓습니다. 2025년 4월, 오픈AI의 한 모델이 해로운 생각에까지 무비판적 칭찬을 보내, 며칠 만에 되돌려진 일도 있었습니다. 진짜 비판을 받으려면, 일부러 명시적으로 시켜야 합니다.
역할만 시키면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교과서적 반대가 나옵니다. 그래서 내 결론과 근거를 그대로 붙여넣고, 그것만 때리게 해야 날이 섭니다.
반대로, 받은 비판을 다 반박하며 원래 생각을 지키면 반대편을 세운 의미가 없습니다. 악마의 대변인의 목적은 이기는 게 아니라 빈틈을 찾는 겁니다. 인정할 비판은 인정하십시오. 물론 AI의 반론도 틀릴 수 있으니, 받아들일지는 사람이 정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내가 제일 확신하는 주장 하나를 골라 AI에게 붙여넣으십시오. 이 주장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이 되어, 제일 강력한 반론 셋을 대 줘. 칭찬과 동의는 빼고라고 시키십시오. 돌아온 반론 중 인정할 하나를 골라, 내 주장을 그만큼 고쳐 보십시오.
세계 57위: 맹점 짚어내기
영문 원본: Seeing blind spots
회의실. 윗사람이 방향을 정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반대 의견은 입을 닫습니다. 결재가 납니다. 그런데 여섯 달 뒤, 그 회의에서 빠졌던 한 사람이 문을 두드립니다. 아무도 고려하지 않았던 이해관계자였습니다. 그제야 보입니다. 다 같이 못 본 구멍이었던 겁니다.
맹점 짚어내기가 세계 5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내가 짠 계획이나 결정에서, 스스로 못 본 관점과 빠뜨린 허점을 AI에게 짚어 달라고 하는 일입니다. 주장에 반대 논거를 받는 53위 비판반론과 다릅니다. 주장 이전, 그림 자체의 빈칸을 찾습니다.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돕는 13위 의사결정과도 다릅니다. 그 선택지 목록에 빠진 칸을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계획을 세운 사람은 그 계획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면 약점이 안 보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반대편 시선을 빌립니다.
답을 평가받지 말고, 빈칸을 받습니다.
피할 말: 이 계획 괜찮아?
쓸 말: 이 계획에서 내가 못 본 구멍 다섯 개를 찾아 줘. 나는 이 계획을 좋아해서 약점이 안 보여.
프리모템으로 미래에서 거꾸로 봅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실패했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가 6개월 뒤 완전히 실패했다고 하자. 부고를 쓰듯, 망한 원인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적어 줘.
빠진 사람과 빠진 질문을 묻습니다.
이 결정에 영향받는데 논의에서 빠진 이해관계자는 누구야? 각자 뭐라고 반발할지 한 줄씩.
흔한 함정
무서운 함정은 AI도 같은 편향을 공유한다는 겁니다. AI는 사람이 쓴 글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다 같이 못 본 편견은, AI도 못 봅니다. 사각지대를 물어도, 그 사회의 주류 시각을 되돌려 줄 뿐일 수 있습니다. AI가 못 짚는 맹점이, 진짜 위험한 맹점입니다.
형식적 점검도 경계하십시오. 다섯 개를 달라면 다섯 개를 만드는데, 다 사소할 수 있습니다. 그중 제일 아픈 하나를 골라 다시 파고들지 않으면, 점검했다는 안도감만 남습니다.
그리고 AI가 구멍 없음이라고 해도 안심하지 마십시오. 데이터가 없는 영역, AI가 모르는 영역은 아예 언급조차 안 됩니다. 그 침묵의 자리가, 진짜 사각지대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진행 중인 계획 하나를 고르십시오. AI에게 두 번 물으십시오. 먼저 이 계획에서 내가 못 본 구멍 다섯 개와, 논의에서 빠진 이해관계자를 짚어 줘. 그다음 그 다섯 중 제일 아픈 하나를 골라 이 약점이 현실이 되면 어떤 순서로 일이 터지는지 적어 줘. 점검했다는 안도가 아니라, 아픈 하나를 손에 쥐고 끝내십시오.
세계 88위: 논증 강화하기
영문 원본: Strengthening an argument
한 변호사가 법정에 섰습니다. 그가 준비서면에 인용한 판례 여섯 건을, 판사가 추궁합니다. 전부 챗GPT가 지어낸 가짜였습니다. 논증을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AI를 썼는데, 거짓 근거가 오히려 모든 걸 무너뜨렸습니다. 보강하려던 손이, 자기 발등을 찍은 겁니다.
논증 강화하기가 세계 8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내 주장의 논리를 더 탄탄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근거를 보태고, 상대가 칠 반박을 미리 막고, 약한 고리를 미리 잇습니다. AI가 내 주장을 공격하는 53위 비판반론과 다르고, 내가 못 본 사각지대를 들추는 57위 맹점과도 다릅니다. 88위는 공격이 아니라 보강입니다. 무너뜨리려고 약점을 찾는 게 아니라, 막아내려고 약점을 찾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반론을 먼저 받습니다. 보강의 출발점입니다.
다음은 내 주장이야. (주장) 상대가 칠 수 있는 반박을 강한 순서대로 일곱 개, 각각 왜 아픈지 한 줄로.
그다음 막아냅니다.
앞의 반박에 각각 어떻게 답할지, 내 주장 중 어디를 고쳐야 그 반박이 안 통하는지 알려 줘.
근거를 통제해 환각을 막습니다.
통계나 판례는 출처를 함께 줘. 확인 안 된 수치는 '추정'이라고 표시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해. 지어내지 마.
흔한 함정
앞의 변호사가 그 증거입니다. AI는 없는 논문, 판례, 통계를 자신 있게 만듭니다. 받은 근거는 한 건도 빠짐없이 1차 출처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보강하려다, 신뢰를 통째로 잃습니다.
궤변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어떤 토론이든 이기게 해 줘 같은 프롬프트는 옳은지 따지지 않고, 이기게만 합니다. 틀린 결론을 더 단단해 보이게 포장하면, 자기 자신부터 속입니다.
그리고 내 편만 들어 달라고 하면, AI는 끝없이 결을 맞춥니다. 그래서 반대편에 먼저 세워 약점을 보고, 그다음에 보강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설득하려는 주장 하나를 골라 AI에 붙여넣되, 답을 청하지 말고 먼저 상대가 칠 반박 일곱 개를 받으십시오. 그중 제일 아픈 하나에만 보강 답을 만들어, 원래 주장에 한 문장을 더하십시오.
제4부. 생각의 연장
13장. 없던 것을 떠올리기
세계 47위: 아이디어 뽑기
영문 원본: Generating ideas
맥주 신제품 회의입니다. 한 사람이 챗GPT에 최고의 아이디어를 말해 줘라고 칩니다. 돌아온 건 어디서 본 듯한 평범한 답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막연한 질문에는 막연한 답이 옵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꿉니다. 연구원 세 명을 세웁니다. 한 명은 전통 발효, 한 명은 SNS 트렌드, 한 명은 기능성 기술에 밝습니다. 셋이 세 개씩 내고, 그걸 비틀어 또 내고, 정반대로 뒤집어 또 냅니다. 순식간에 후보 스물일곱 개가 쌓입니다.
아이디어 뽑기가 세계 4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기획과 창작에서 새 아이디어를 AI로 발산하는 일입니다. 신제품 콘셉트, 캠페인, 영상 주제, 브랜드 이름처럼 후보를 많이 깔아 놓고 골라야 하는 일에 씁니다. 정답을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혼자서는 닿지 못하는 각도까지 후보를 펼쳐 놓고, 그중에서 고르고 비트는 일은 사람이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전문가 패널을 세웁니다.
"너는 강점이 다른 연구원 세 명이야. 한 명은 전통 발효, 한 명은 SNS 트렌드, 한 명은 기능성 기술에 밝아. 각자 새 아이디어를 세 개씩, 서로 겹치지 않게 내 줘."
발산과 평가를 분리합니다. 발산할 땐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습니다.
먼저: 아이디어 아홉 개를 뽑아 줘. 지금은 좋고 나쁨을 따지지 말고 자유롭게.
그다음: 전체를 시장성·품질·원가 세 기준 100점 표로 만들고, 총점순으로 정렬해 줘.
이름은 조건을 좁혀 뽑습니다.
간병용품 브랜드 이름. 고객은 40~60대, 따뜻하고 안심되는 느낌, 2~4음절, 발음 쉬운 걸로 다섯 개. 뜻도 한 줄씩.
흔한 함정
함정은 순서에 있습니다. 빈 화면이 무서워 곧장 AI부터 켜면, 내 생각이 서기 전에 AI의 평균치가 머리를 채웁니다. MIT 미디어랩 실험에서, AI에 먼저 맡긴 집단은 뇌 연결성이 셋 중 제일 낮았고, 자기가 쓴 글에 대한 소유감도 약했습니다.
그리고 AI는 흔한 답을 빠르게 냅니다. 그대로 쓰면, 경쟁사 회의실에서도 같은 후보가 나옵니다. 한 창업가 실험에서, 판단력이 약한 쪽은 AI의 일반론을 그대로 따라 성과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지키십시오. 종이에 내 발상 먼저, 그다음에 AI. 이 순서 하나가 생각을 빼앗기는 길과 생각이 날카로워지는 길을 가릅니다. AI가 내놓은 이름이나 문구는 이미 있는 상표일 수 있으니, 검색으로 겹침도 확인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지금 막힌 기획 하나를 정하십시오. 먼저 종이에 내 발상 세 개를 적으십시오. 그다음에야 챗GPT를 켜십시오. 강점이 다른 전문가 세 명을 세워 각자 세 개씩 받고, 정반대로 한 번 더 뒤집으십시오. 쌓인 후보를 두 기준 표로 정렬시키고, 최종 선택은 내가 하십시오.
세계 65위: 창의력
영문 원본: Creativity
작가가 백지 앞에 앉아 있습니다. 첫 문장이 안 나옵니다. 한 시간째 커서만 깜빡입니다. 그가 AI에 던집니다. 이 주제로 첫 문장을 써 줘. AI가 뱉은 문장은 베낄 만한 것도, 잘 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막혔던 머리가 풀립니다. 처음 떠오르는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나 비슷하고, 좋은 것은 그 고비를 넘긴 다음에 나옵니다.
창의력이 세계 65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AI가 내 대신 아이디어를 내주는 게 아니라, 내 발상의 근육을 흔들어 깨우는 일입니다. 47위 아이디어 뽑기가 구체적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이고 19위 창작 글쓰기가 완성 원고라면, 여기는 창의적 사고력 자체를 자극하는 일입니다. 정답을 받는 게 아니라, 안 가던 방향으로 나를 미는 상대로 씁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정답이 아니라 방향을 달라고 합니다.
이 주제를 외계인 인류학자의 눈으로 다시 설명해 줘. 당연한 걸 이상하게 봐 줘.
멀리 있는 것을 억지로 잇습니다.
내 주제 '도시 교통'과 상관없어 보이는 '산호초 생태'를 연결해 줘. 닮은 구조 셋만.
일부러 제약을 겁니다.
예산이 0원이라면 이 행사를 어떻게 열까. 돈으로 못 푸는 해법만.
흔한 함정
큰 함정은 창의성의 동질화입니다. 한 연구에서, AI를 쓰면 개인의 결과물은 더 참신해지고 품질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AI를 쓴 사람들끼리, 글이 서로 더 비슷해졌습니다. 혼자 보면 창의적인데, 모아 놓으면 다 닮은꼴입니다. 나만 쓰면 앞서가지만, 모두 쓰면 전체가 평평해집니다.
AI의 첫 답은 학습 데이터의 한가운데 값, 제일 흔한 발상입니다. 거기서 멈추면 남과 같아집니다. 그리고 AI가 뱉은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표절입니다. AI는 불씨를 주는 자리지, 완성품을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막힘은 AI로 뚫되, 완성은 내 손으로 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막혀 있는 기획이나 글 하나를 고르십시오. AI에게 정답을 묻지 말고 세 번 미십시오. 한 번은 외계인의 눈으로 낯설게, 한 번은 전혀 다른 분야와 억지로 연결, 한 번은 예산 0원 제약. 세 답에서 마음을 흔든 한 조각을 골라, 그것만 내 손으로 다시 쓰십시오. AI 문장은 버리십시오.
제4부. 생각의 연장
14장. 진짜와 가짜를 가르기
세계 18위: 콕 집은 검색
영문 원본: Specific search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습니다. 파란 링크가 열 개 뜹니다. 첫 번째는 광고입니다. 두 번째는 3년 전 글입니다. 세 번째를 눌렀더니 원하는 내용이 페이지 한참 아래에 있습니다. 어느 걸 눌러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시간이 흐릅니다.
AI는 다릅니다. 링크를 주는 대신, 그 링크들을 읽어 정리한 답을 바로 줍니다. 링크 열 개와 답 하나의 차이입니다.
콕 집은 검색이 세계 1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콕 집은 검색은 검색엔진에 검색어를 넣어 링크를 받는 대신, AI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곧장 묻는 일입니다. 구글은 답이 있는 자리를 가리키고, AI는 그 자리의 내용을 읽어 정리한 결과를 건넵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검색어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막연한 질문은 막연한 답을 부릅니다.
주제를 좁히고 목적을 밝힙니다.
피할 말: 마케팅에 대해 알려 줘.
쓸 말: 소상공인을 위한 이메일 마케팅 최신 트렌드를 다섯 줄로 정리해 줘.
한 영상은 이틀 전 입사한 인턴에게 일러 주듯 물으라고 권합니다. 받는 사람, 목적, 분량을 정해 주라는 겁니다. 팀장님께 메일 써 줘가 아니라, 파트너사 마케팅 팀장께 1월 성과 보고서를 요청하는 메일을, 400자 이내로, 공손한 어조로 써 줘처럼.
요약과 비교는 형식을 정해 줍니다.
이 보고서를 핵심 다섯 가지로 요약해 줘. 각 항목은 한 문장으로.
이메일 마케팅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비용, 도달 범위, 관리 난이도로 비교해 줘.
사실 확인이 필요하면 검색을 켜고 출처를 함께 요구합니다.
2026년 기준으로 답하고, 근거가 된 출처 링크를 같이 보여 줘.
흔한 함정
편리한 만큼, 검증 책임이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남습니다.
지어낸 출처가 첫째 함정입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한 연구소가 AI 검색 8종에 질문 1,600개를 넣었더니, 오류율이 6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한 서비스는 인용 200개 중 154개가 깨진 링크였습니다. 그럴듯한 주소라도, 눌러서 확인하기 전까지 믿지 마십시오.
오래된 정보도 문제입니다. AI는 학습이 끝난 시점까지만 압니다. 가격, 법령, 통계처럼 자주 바뀌는 값은 검색을 켜거나 직접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뜻밖에도, 신형 모델이 더 지어내기도 합니다. 한 회사의 내부 시험에서, 인물 정보를 틀리는 비율이 구형보다 신형에서 오히려 높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똑똑해졌다고 더 정확한 건 아닙니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닙니다. 2023년 미국에서 변호사가 챗GPT가 지어낸 가짜 판례를 법원에 냈다가 청문회에 섰습니다. 한국에서도 2025년 9월 같은 일이 적발돼, 법원이 대응팀을 꾸렸습니다. AI는 어디를 찾아보면 되는지 안내하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근거 자료는 아닙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검색창에 넣으려던 막연한 질문 하나를 고르십시오. 주제와 목적과 형식을 붙여 다시 쓰십시오. 맛집 알려 줘 대신 홍대 근처에서 네 명이 회식할 한식집을, 가격대와 함께 세 곳 추천해 줘로. 사실이 걸린 답이라면 끝에 출처 링크도 같이 줘를 붙이고, 받은 링크를 한 번 눌러 확인하십시오.
세계 41위: 핵심만 빨리 보기
영문 원본: Jumping to the useful info
회의 시작 3분 전. 책상 위에 50페이지짜리 보고서가 놓여 있습니다. 아직 한 장도 못 읽었습니다. 다 읽을 시간은 없고, 회의에서는 한 가지만 알면 됩니다. 이번 분기 예산이 왜 늘었나. 이럴 때 보고서를 통째로 AI에 넣고, 그 한 가지만 묻습니다. 1분 뒤, 답이 옵니다. 어느 페이지에서 왔는지까지 붙여서.
핵심만 빨리 보기가 세계 41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긴 자료에서 지금 필요한 한 가지만 곧장 뽑아내는 일입니다. 요약과 다릅니다. 66위 요약이 전체를 짧게 누르는 일이라면, 이것은 전체에서 한 부분만 끌어내는 발췌입니다. 다 줄이는 게 아니라, 한 줄만 끌어오는 겁니다. 보고서, 논문, 계약서, 긴 메일 스레드가 대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찾는 것을 못 박는 겁니다. 요약해 줘는 66위의 일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2026년 예산' 항목과 관련된 부분만 뽑아 줘. 표로, 출처 페이지와 함께.
출처를 같이 내놓게 합니다.
해당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각각 몇 페이지에서 왔는지 적어 줘.
답하기 전에 근거를 먼저 뽑게 합니다.
답을 쓰기 전에, 관련 문장을 원문에서 그대로 인용한 뒤, 그 인용만 근거로 답해 줘.
없으면 없다고 말하게 합니다.
원문에 없는 내용은 만들지 말고, 없으면 '없음'이라고만 답해 줘.
흔한 함정
긴 글일수록 가운데가 빠집니다. AI는 입력의 처음과 끝은 잘 보지만, 한가운데는 배경 소음처럼 흘립니다. 연구자들은 이걸 '가운데서 길을 잃는다'고 부릅니다. 결정적인 조항이 문서 한복판에 있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빠짐없이 모두 찾아 줘를 덧붙여야 합니다.
발췌처럼 보여도 지어낸 문장일 수 있습니다. 인용한 문장이 정말 그 페이지에 있는지 대조하십시오. 법률에서는 없는 판례를 지어내 변호사가 징계받은 일까지 있습니다.
맥락이 잘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한 줄만 떼면 앞뒤 단서가 사라져 뜻이 뒤집힙니다. 단, 다음은 예외로 한다 같은 단서 조항을 빼고 본문만 가져오면, 정반대로 읽힙니다. 발췌한 문장의 앞뒤를 꼭 확인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안 읽고 미뤄 둔 긴 PDF 하나를 여십시오. 요약해 줘라고 하지 말고, 그 안에서 진짜 궁금한 한 가지만 골라 그 부분만, 원문 인용과 페이지 번호와 함께 찾아 달라고 하십시오. 인용된 문장이 정말 그 페이지에 있는지, 한 군데만 직접 대조해 보십시오.
세계 66위: 내용 요약
영문 원본: Summarizing content
회의가 끝난 빈 회의실. 두 시간 동안 여섯 명이 떠든 내용이 머릿속에 흩어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한 시간 넘게 회의록을 쳐야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녹음 파일을 AI 도구에 올립니다. 잠시 뒤, 화자별 정리와 요약과 다음 할 일이 한 번에 나옵니다.
내용 요약이 세계 6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긴 글, 영상, 회의 내용을 통째로 압축해 핵심만 남기는 일입니다. 41위 핵심만 빨리 보기와 구분됩니다. 41위가 한 문서에서 내가 찾는 한 조각만 뽑는 발췌라면, 66위는 전체를 줄이는 압축입니다. 발췌가 바늘 찾기라면, 요약은 지도 그리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분량과 항목을 숫자로 못 박습니다.
피할 말: 이 보고서 요약해 줘.
쓸 말: 이 20페이지 보고서를 3페이지로 요약해 줘. 주요 전략, 예상 효과, 실행 계획 세 항목으로.
빠지면 안 되는 것을 미리 지정하고, 끝에 원문과 대조합니다.
숫자, 날짜, 사람 이름, 결정 사항은 하나도 빠뜨리지 마. 원문에 없는 내용은 더하지 마.
방금 요약에서 원문에 근거가 없는 문장이 있으면 표시해 줘.
흔한 함정
압축하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한 줄이 사라집니다. 결정 사항, 반대 의견, 단서 조항처럼 짧지만 무거운 대목이 흔히 빠집니다.
환각도 끼어듭니다. 원문에 없던 숫자나 결론이 그럴듯한 얼굴로 들어옵니다. 인용할 숫자는 원문에서 다시 확인하십시오.
뉘앙스도 사라집니다. 원문이 조심스럽게 단 단서가, 요약에서는 단정으로 바뀝니다. 가능성이 있다가 그렇다로, 일부 사례에서가 대체로로 둔갑합니다.
오늘 해 볼 것
긴 유튜브 영상 하나를 골라 요약 노트와 타임스탬프로 받으십시오. 요약에서 숫자나 결론 한 가지를 골라, 타임스탬프로 영상 원본에 돌아가 진짜 그 말이 있었는지 확인하십시오. 원문에 없으면, 그게 바로 환각입니다.
세계 51위: 팩트체크
영문 원본: Fact-checking
한 사람이 챗GPT에 어떤 주장의 사실 여부를 묻습니다. AI가 두 단락으로 답하며, 친절하게 출처까지 붙입니다. 책 제목 하나가 근거로 달렸습니다. 그가 그 제목을 검색창에 넣어 봅니다. 결과는 0건. 그런 책은 세상에 없었습니다. 팩트체크를 시킨 AI가, 팩트를 지어낸 겁니다.
팩트체크가 세계 51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팩트체크는 주장이나 정보가 사실인지 AI로 확인하는 일입니다. 뉴스 한 줄, 카톡으로 온 건강 정보, 보고서 속 통계가 맞는 말인지 묻습니다. AI가 자료를 모아 정리하면, 사람이 그 근거를 직접 열어 확인합니다. 검증의 시작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출처를 반드시 함께 요구합니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근거가 된 출처를 각 문장 끝에 링크로 달아 줘. 학술 자료나 1차 보도를 우선해 줘.
AI가 댄 출처를 사람이 직접 엽니다.
방금 인용한 출처의 제목을 그대로 알려 줘. 내가 검색해서 원문을 직접 확인하겠다.
확신 수준을 묻습니다.
이 답에서 확신하는 부분과 추정에 가까운 부분을 나눠 표시해 줘. 출처가 약한 곳을 알려 줘.
흔한 함정
이 장의 함정은 그 자체로 역설입니다. 팩트체크를 시키는 AI가, 스스로 거짓을 지어냅니다. 한 회사의 내부 평가에서, 어떤 모델은 질문의 48퍼센트에 환각을 일으켰습니다. 검증 도구가 검증 대상보다 더 틀릴 수 있는 겁니다. 앞의 가짜 책 제목이 그 증거입니다.
확증편향도 위험합니다. AI는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쪽으로 답을 맞춥니다. 믿고 싶은 주장을 넣으면, 뒷받침 근거만 정리해 줍니다. 검증이 아니라 자기 확신의 강화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AI는 다수를 진실로 착각합니다. 여러 문서가 일치하면 참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내부 고발이나 최초 폭로처럼 기존 정보와 어긋나는 진실을, 거짓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진실이 소수일 때, AI는 틀립니다. 그러니 AI에게 묻되, 출처는 내 손으로 엽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본 뉴스나 카톡 정보 한 건을 골라, AI에 사실 확인을 맡기십시오. 출처를 링크로 함께 요구하십시오. 그리고 AI가 댄 출처를 직접 열어, 그 내용이 원문에 실제로 있는지 한 건만 대조하십시오. 없으면, 그 답은 버리십시오.
제5부. 글과 말
15장. 빈 화면 앞에서
세계 19위: 창작 글쓰기
영문 원본: Creative writing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원작 웹소설을 쓴 작가가 있습니다. 이비인후과 의사이기도 한 이낙준입니다. 웹소설은 세계관도 캐릭터도 작가 혼자 짊어집니다. 마감이 몰리면 모든 문장을 혼자 검토하다, 이런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이건 진짜 벽을 보고 일하는 것 같다.
그가 AI에게 묻는 말은 이런 식입니다.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지? 심박수, 체온, 동공 크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AI가 자세히 알려 주면, 그걸 소설에 맞게 바꾸는 일만 남습니다. 그는 AI를 이렇게 부릅니다. 대체자가 아니라 확장자.
창작 글쓰기가 세계 1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창작 글쓰기는 시, 소설, 수필 같은 창작 글을 AI로 쓰거나 함께 짓는 일입니다. 대신 써 받는 게 아닙니다. 막힌 곳을 뚫고, 자료를 깔고, 초벌을 받아 내 목소리로 고쳐 나가는 작업입니다. 4위 팬픽이 기존 세계관을 빌리는 일이라면, 여기는 순수 창작이 중심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자료 조사의 벽을 낮춥니다. 이낙준처럼, 전문 지식이 필요한 장면에서 AI는 24시간 응답하는 조수가 됩니다.
백지의 공포를 덜어 줍니다. 글을 못 쓰던 사람도 출발선에 설 수 있습니다. 한 일반인은 퇴사하고 싶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짧게 써 줘라고 물었다가, 돌아온 문장이 너무 공감돼 놀랐습니다. 이어 오늘의 감정으로 에세이 주제를 추천해 줘라고 묻고, 그 주제로 난생처음 에세이를 완성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역할을 먼저 입힙니다.
너는 베테랑 소설 편집자야. 아래 문단에서 늘어지는 곳을 짚고, 설명하지 말고 장면으로 보여 주는 방식으로 한 문단만 고쳐 줘.
비교 대상으로 좌표를 줍니다.
스티븐 킹 단편의 호흡으로, 현대 라스베이거스 호텔을 배경으로, 다섯 장면짜리 공포 단편의 뼈대를 잡아 줘.
쓰기 전에 질문을 먼저 받게 합니다.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이 소설의 주제와 주인공의 내적 갈등과 전체 톤에 관해 핵심 질문 세 개를 하나씩 물어봐 줘.
그리고 원칙 하나. 초벌은 AI, 결정은 사람. 받은 문장을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AI는 재료를 깔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는 작가가 정합니다.
흔한 함정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습니다.
문체가 균질해집니다. 코넬대 연구진이 118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AI의 제안을 받은 사람들의 글이 서구식 평균값으로 수렴했습니다. 인도 참가자 특유의 문체가 깎여 나갔습니다. AI 문장은 매끄럽지만 진부할 때가 많습니다. 그대로 옮기면, 누가 써도 비슷한 글이 됩니다.
저작권은 회색지대입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사람의 창작물만 보호합니다. AI 생성물의 권리는 불분명하고, 학습 데이터를 무단으로 썼다는 시비도 남아 있습니다.
이 장에서 끝내 남는 질문은 창작의 주체입니다. 자료를 고르고 배열하는 판단을 사람이 놓아 버리면, 남는 건 조합뿐입니다. 무엇을 왜 쓸 것인가. 그 결정은 여전히 작가의 몫입니다. 이낙준이 AI를 '확장자'라 부른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손은 빌리되, 머리는 빌리지 않는 겁니다.
오늘 해 볼 것
쓰다 막힌 글 한 편을 여십시오. AI에게 이 글에서 제일 약한 문단 하나만 짚어 줘라고 물으십시오. 받은 제안을 그대로 붙이지 말고, 그 지적만 참고해 내 손으로 다시 쓰십시오. 초벌은 빌리되, 마지막 문장은 직접 고르는 겁니다.
세계 4위: 팬픽과 이야기 짓기
영문 원본: Fan fiction and storytelling
마흔아홉 살 직장인이 있습니다. 늘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 늘 3화쯤에서 멈췄습니다. 주인공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막히면, 거기서 글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막힐 때마다 AI에게 물었습니다. 이 인물이 여기서 할 만한 선택, 세 가지만 줘. 셋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다시 막히면 또 물었습니다. 그렇게 넉 달, 그는 웹소설 60화 분량의 초고를 난생처음 끝까지 썼습니다. 대신 써 줘가 아니었습니다. 같이 가 줘였습니다.
팬픽과 이야기 짓기가 세계 4위입니다. 2026년에 처음 순위에 등장했습니다. 없던 자리에서 단숨에 4위로 들어온 겁니다. 놀이와 창작이 한꺼번에 터졌다는 신호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좋아하는 작품이나 인물을 가져와 2차 창작을 하거나, 아예 새 이야기를 AI와 함께 짓는 일입니다. 범위가 넓습니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범용 AI로 소설을 쓰는 것부터, 제타나 캐릭터AI 같은 캐릭터 채팅 앱에서 AI 인물과 대화하며 이야기를 굴리는 것까지.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이유는 셋으로 모입니다.
첫째, 혼자선 못 끝내던 이야기를 완주하려고. 앞의 직장인처럼, 끝까지 가 본 적 없는 사람에게 AI는 멈추지 않는 동행이 됩니다. 막힌 곳에서 길 후보를 내주니, 글이 죽지 않습니다.
둘째, 좋아하는 인물과 대화하려고. 한국의 캐릭터 채팅 앱 제타에서는, 사용자가 인물의 이름과 외모와 성격을 직접 정해 AI 캐릭터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인물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웹소설처럼 굴려 갑니다.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끼어드는 이야기입니다.
셋째, 백지가 무서워서. 빈 화면 앞에서 첫 줄을 못 떼는 사람이 많습니다. AI에게 줄거리 후보를 여럿 받아 고르면, 적어도 출발선에는 설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함께 잘 쓰는 법은 결국 하나입니다. 막연히 맡기지 말고, 조건을 또렷이 줄 것.
역할과 조건을 먼저 박습니다.
너는 현대 판타지 웹소설 작가야. 회차마다 다음 화가 궁금해지도록 끝을 아슬아슬하게 끊고, 묘사보다 대사 위주로 가볍게 써.
캐릭터는 표를 채우듯 입력합니다.
"이 정보로 주인공 설정을 잡아 줘. 이름 서윤, 27세 여성, 폐업 직전 서점 주인. 특징은 빚 독촉에 시달리고, 할머니가 남긴 고서를 갖고 있고, 거짓말을 못 함. 말투를 보여 줄 샘플 대사 세 개와, 약점 한 가지도 만들어 줘."
비교 대상을 정해 결을 잡습니다.
스티븐 킹의 '샤이닝'과 비슷한 분위기로, 배경만 현대 라스베이거스 호텔로 바꿔서 5장 분량의 핵심 줄거리를 짜 줘.
장면을 이어 쓸 때는 직전 상황과 다음 목표를 함께 줍니다.
"지금까지 줄거리는 이래. (세 줄 요약) 직전 장면은 이거야. 서윤이 고서의 첫 장을 펴자 글자가 스르르 사라졌다. 여기서 이어서 800자만 써 줘. 마지막 문장은 다음 화가 궁금하도록 끊어 줘."
흔한 함정
여기서부터는 마음 편히 넘기면 안 되는 대목입니다. 팬픽과 2차 창작에는 오래 지켜 온 선이 있습니다.
팬픽 문화의 강령은 둘입니다. 하나, 상업화하지 않는다. 둘, 남의 작품을 도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AI에 다른 창작자의 글을 학습시켜 비슷하게 뽑아내는 일은 이 두 번째 선을 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남의 노동을 베끼는 순간 그건 다른 일이 됩니다.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글도 그렇게 빨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2025년 4월, 세계 최대 팬픽 저장소 AO3에서 무려 1,260만 편의 글이 동의 없이 수집돼 AI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올라간 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밤새 써 올린 이야기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기계의 먹이가 된 겁니다. 내가 쓴 팬픽도 예외가 아닙니다.
기술적 한계도 있습니다. AI는 가만 두면 같은 클리셰를 반복합니다. 긴 이야기에서는 앞에서 정한 설정을 슬그머니 어깁니다. 어제 갈색 눈이던 인물이 오늘 파란 눈이 됩니다. 방향과 제약을 매번 새로 일러 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유료 소설 도구는 한 번 더 가려 보십시오. 검열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는 도구일수록 성인물과 상업성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무엇을 파는 곳인지 살피는 게 좋습니다.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AI와 함께 쓰면 내 글솜씨가 퇴화하지 않을까. 정직하게 말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 길 찾기를 매번 AI에 맡기면, 길 찾는 근육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권합니다. 막힌 곳을 뚫는 데는 AI를 쓰되, 문장만큼은 내 손으로 한 번 고쳐 쓰십시오. 이야기의 뼈대는 같이 세우더라도, 살은 내가 붙이는 겁니다.
오늘 해 볼 것
좋아하는 장르 하나를 고르십시오. 주인공 표를 채우십시오. 이름, 직업, 약점 한 가지. 그걸 AI에게 주고 첫 장면 800자를 부탁하십시오. 그리고 그중 한 문단만, 꼭 한 문단만 내 문체로 고쳐 써 보십시오. AI의 문장과 내 문장이 어떻게 다른지, 그 자리에서 보일 겁니다.
세계 79위: 글이 막힐 때
영문 원본: Getting past writer's block
커서만 깜빡입니다. 첫 문장이 안 떨어집니다. 그렇게 1분이 흘러갑니다. 막힘의 정체는 대개 완벽 강박입니다. 잘 쓰려는 마음이 첫 줄을 막습니다. 이럴 때 AI에게 엉성해도 좋으니 시작 문단 후보 세 개만 줘라고 하면, 고칠 거리가 생기면서 막힘이 풀립니다. 셋 다 버리고 새로 써도, 시동은 이미 걸린 뒤입니다.
글이 막힐 때가 세계 7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이미 쓰던 글이 한가운데서 멈췄을 때, AI로 물꼬를 트는 일입니다. 새 글의 발상인 47위나 처음부터 짓는 19위 창작과 다릅니다. 시작은 했는데 다음이 안 나오는 순간, 두 문단 사이 다리가 끊긴 순간을 뚫는 자리입니다. 글을 맡기는 게 아니라, 멈춘 손에 시동만 거는 일입니다. 시동은 AI, 운전은 나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거꾸로 인터뷰를 받습니다.
글 가운데서 막혔어. 바로 답을 주지 말고, 다음 문단을 풀어내는 데 필요한 질문을 내게 대여섯 개 던져 줘. 내가 답하면서 길을 찾을게.
막힌 한 지점만 도려내 묻습니다.
3번째 문단에서 4번째 문단으로 넘어가는 연결이 끊겨. 두 문단을 잇는 다리 문장 세 개만 제안해 줘. 나머지는 건드리지 마.
다음에 올 한 문장만 빌립니다.
여기까지 내가 썼어. (붙여넣기) 내 문체와 호흡을 그대로 두고, 바로 다음에 올 한 문장만 후보로 던져 줘. 문단째 쓰지 마.
흔한 함정
AI 초안을 그대로 받아쓰면, 글의 주인이 바뀝니다. 시동만 빌렸어야 할 도구가 운전대를 잡습니다. AI가 준 문장은 시작점이지 완성본이 아닙니다.
의존도 위험합니다. 한 연구에서, 챗GPT로 에세이를 쓴 사람들은 뇌 연결성이 낮았고, 방금 자기가 쓴 글조차 잘 인용하지 못했습니다. 한번 AI에 기댄 뇌는, AI를 뗀 뒤에도 활동이 낮게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만 빌리고, 그 뒤는 내 손으로 가야 합니다. 한 문장이면, 손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막혀 있는 글의, 막힌 그 한 지점만 떼어 AI에 붙여넣으십시오. 글 전체를 맡기지 말고, 다음에 올 한 문장만 후보로 줘라고만 물으십시오. 받은 문장은 디딤돌로만 쓰고, 그 뒤는 내 손으로 쓰십시오.
제5부. 글과 말
16장. 초안에서 완성으로
세계 20위: 글 다듬기
영문 원본: Editing text
한 유튜브 채널에 구독자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AI가 쓴 글이 마음에 안 들 때, 잘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AI가 글을 써 주는 건 이제 흔한데, 그 글이 어딘가 어색할 때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는 아무도 잘 안 가르쳐 주니까요.
글 다듬기가 세계 20위입니다. 2부 콘텐츠 편에서, 19위 창작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글 다듬기는 이미 쓴 글의 문장, 맞춤법, 흐름을 AI로 고치는 일입니다. 없던 글을 짓는 19위 창작과는 다릅니다. 여기서는 초고가 이미 있습니다. 비문을 잡고, 늘어진 문장을 줄이고, 문단 순서를 바로잡고, 딱딱한 어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자기 글은 자기 눈에 익어 어색한 곳이 안 보입니다. AI는 처음 보는 독자처럼 읽고, 걸리는 데를 짚어 줍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덜어내기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면 핵심이 드러납니다. 한 컨설턴트는 압도적인 스마트 에너지 혁신 및 초격차 미래 전략 같은 최상급 범벅 제목을, 에너지 자립과 탄소 중립을 위한 차세대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모델로 고칩니다. 군더더기를 걷어 내니 뜻이 또렷해집니다.
무엇을 고칠지 먼저 분리합니다.
다음 글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만 고쳐 줘. 문장 표현은 바꾸지 마.
대상 독자와 어조를 함께 줍니다.
이 글을 바쁜 직장인이 읽는다고 보고, 딱딱한 보고체를 편하게 말하는 어조로 다시 써 줘.
최소 변경을 못 박습니다.
핵심 내용과 주장은 그대로 두고, 문장 구조만 다듬어 줘. 변경은 최소로.
단락 단위로 고칩니다.
둘째 문단만 따로 다듬어 줘. 나머지는 건드리지 마.
흔한 함정
그런데 여기에 묘한 함정이 있습니다. AI로 글을 고치면, 글이 다 'AI 문체'로 비슷해집니다.
한글 AI 글의 티는 대개 영어 번역투에서 옵니다. 지나친 줄바꿈, 강조 부호 남발, 긴 줄표, 불필요한 이모지, 기계적인 병렬(첫째, 둘째, 셋째). 이런 게 신호입니다. 어색한 데를 고치라고 시켜 놓고, 또 다른 AI 문체로 덮어쓰면, 결국 모든 글이 똑같아집니다. 그래서 마지막 손질은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합니다.
원래 뜻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다듬으면 말한 사람의 어감과 의도가 지워집니다. 그중 인용문이 위험합니다. 말맛이 사라지면, 그건 그 사람의 말이 아니게 됩니다.
다듬다가 사실을 비틀기도 합니다. 고치는 과정에서 없던 통계나 출처가 그럴듯하게 끼어듭니다. 한 방송 연구에서는 뉴스 관련 AI 응답의 45퍼센트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고, 출처를 잘못 단 경우가 31퍼센트였습니다. 정보가 담긴 글은 고친 뒤에 사실을 반드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이미 써 둔 글 한 편을 챗GPT에 붙이십시오. 메일이든, 보고서 한 단락이든, 블로그 글이든. 먼저 맞춤법과 띄어쓰기만 고쳐 줘, 표현은 바꾸지 마로 한 번. 다음 핵심은 그대로 두고 늘어진 문장만 줄여 줘, 변경은 최소로로 한 번. 그리고 고친 글을 소리 내어 읽어, 어색한 곳을 직접 손본 뒤 마무리하십시오.
세계 87위: 문구 평가하기
영문 원본: Evaluating copy
며칠을 들여다본 광고 문구가 있습니다. 처음엔 또렷했는데, 이제는 무엇이 안 통하는지 눈이 멀었습니다. 너무 익숙해진 겁니다. 그래서 AI에게 타깃 독자의 역할을 입혀 묻습니다. 두 살 아이를 키우며 복직을 앞둔 33살 직장인이라고 생각하고, 이 문구를 읽어 줘. 어디서 멈칫하고 어디서 그냥 넘기는지. 처음 보는 독자의 눈이, 멀었던 자리를 비춰 줍니다.
문구 평가하기가 세계 8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이미 써 놓은 광고·홍보 문구의 효과를 AI에게 점검받는 일입니다. 새 카피를 처음부터 짜는 38위 광고 카피 만들기와 다릅니다. 여기서는 손에 있는 문구를 타깃의 눈으로 다시 읽고, 후보끼리 줄 세우고, 고친 뒤 같은 잣대로 다시 채점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평가 기준을 사람이 먼저 정해 글로 줍니다. 막연히 이 카피 어때?는 막연한 칭찬을 부릅니다.
"이 광고 문구를 세 기준으로 평가해 줘. 첫 문장이 0.5초 안에 손을 멈추는가, 약속이 구체적인가, 다음 행동이 분명한가. 각 5점 만점 점수와 근거를 달아 줘."
칭찬으로 기우는 버릇을 깹니다.
칭찬은 빼고, 이 슬로건이 실패한다면 어떤 이유로 실패할지 치명적인 것부터 다섯 가지.
고친 뒤 같은 잣대로 다시 채점합니다.
지적을 반영한 수정본과 원본을, 처음 그 세 기준으로 나란히 채점하고 정말 나아졌는지 판정해 줘.
흔한 함정
AI의 취향은 소비자와 다릅니다. AI는 매끄럽고 논리 반듯한 카피를 좋아하지만, 사람 손가락은 거칠어도 자극적인 쪽에서 멈추기도 합니다. AI가 5점 준 카피가 시장에서 안 팔리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AI 점수는 가설일 뿐입니다. 진짜 답은 실제 클릭률과 전환율입니다. 헤드라인만 바꾼 두 버전을 같은 예산으로 한두 주 노출해 비교하는 것, 그게 판정입니다.
매끄러움과 효과를 헷갈리지 마십시오. 잘 읽히는 카피와 잘 팔리는 카피는 자주 다릅니다. AI는 1차 거름망이고, 마지막 판단은 시장과 고객을 아는 사람이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쓰고 있는 제목이나 광고 문구 하나를 고르십시오. 타깃을 한 사람으로 그려 AI에 입히고, 칭찬은 빼고 이 문구가 실패할 이유 다섯 가지를 치명적인 것부터 물으십시오. 그중 하나를 골라 고친 뒤, 원본과 나란히 같은 잣대로 채점시켜 실제로 나아졌는지 확인하십시오.
세계 23위: 문서 초안 잡기
영문 원본: Drafting a document
금요일 오후 네 시. 월요일 아침까지 내야 할 경쟁사 분석 보고서가 있습니다. 화면에는 빈 문서와 깜빡이는 커서뿐입니다. 첫 줄이 안 떼어집니다. 챗GPT에 경쟁사 분석 보고서 써 줘라고만 치면, 두루뭉술한 세 페이지가 돌아옵니다. 그걸 고치다 결국 토요일 오전을 날립니다. 빈 화면도 문제고, 막연한 초안도 문제입니다.
문서 초안 잡기가 세계 23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문서 초안 잡기는 보고서, 기획서, 제안서의 첫 초안을 AI로 만드는 일입니다. 다듬기가 아니라, 백지에서 골격을 세우는 자리입니다. 8위 일터의 동료가 곁에서 말동무가 되는 쓰임이라면, 이쪽은 빈 화면에 문서의 뼈대를 세우는 쓰임입니다. 20위 글 다듬기가 이미 쓴 글을 고치는 일이라면, 이쪽은 한 글자도 없을 때 첫 줄을 떼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첫 명령에 정보를 충분히 담는 겁니다. 한 실험에서, 잘 짜인 프롬프트로 쓴 사람은 평균 12분, 막연한 프롬프트로 쓴 사람은 평균 58분이 걸렸습니다. 같은 일에 다섯 배 차이입니다.
첫 명령에 역할, 맥락, 형식 세 줄을 담습니다.
"당신은 10년 경력의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우리 회사는 직원 50명 규모의 B2B 소프트웨어 회사로, 중소기업용 재고 관리 프로그램을 팝니다. 경쟁사 분석을 SWOT 분석표로 작성해 주세요."
백지에서는 목차부터 받습니다.
"너는 AI 교육 사업 기획 담당자야. 2025 인공지능 트렌드 보고서를 쓸 건데, 목차부터 짜 줘. 목적은 신규 교육 콘텐츠 기획을 위한 최신 트렌드 파악이야."
목차를 받으면 챕터를 하나씩 쌓습니다. 이 중 1장 내용을 자세히 써 줘로 한 장씩 채워, 회사 양식에 끼웁니다. 기존 문서가 있으면 예시로 붙여, 이 형식을 그대로 따라 줘라고 하면 형식 지시를 길게 쓸 필요가 없습니다.
흔한 함정
그런데 빠른 초안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워크슬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양만 그럴듯하고 알맹이가 없는 문서를 가리킵니다.
한 공동 조사에서, 미국 정규직 1,150명 중 40퍼센트가 최근 한 달 안에 이런 문서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그걸 고쳐 쓰는 데 한 건당 평균 두 시간 가까이 들었습니다. 어떤 조직에서는 이 비용이 한 해 수백만 달러로 추산됐습니다. 빨리 만든 초안이, 받는 사람의 시간을 잡아먹는 겁니다.
신뢰는 더 크게 무너집니다. 워크슬롭을 보낸 동료를 두고, 42퍼센트가 덜 믿음직하다고, 32퍼센트가 다시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초안을 빨리 만든 대가가 평판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는 초안 도구이지, 제출본 작성기가 아닙니다. AI가 채운 골격은 반드시 사람이 읽고, 사실을 확인한 뒤에 내보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내일 쓸 보고서나 기획서를 하나 고르십시오. 종이에 세 줄을 적으십시오. 어떤 전문가 역할이 필요한가, 우리 상황의 특수한 점은 무엇인가, 어떤 형식이 필요한가. 이 세 줄을 한 프롬프트로 묶어 목차부터 받으십시오. 그리고 받은 초안은 꼭 한 번 읽고 사실을 확인한 뒤에만 남에게 보내십시오.
제5부. 글과 말
17장. 매일의 글
세계 42위: 이메일 초안
영문 원본: Drafting emails
빈 메일 화면. 커서만 깜빡입니다. 거래처에 보낼 메일인데, 첫 문장이 안 나옵니다. 정중해야 하고, 용건은 분명해야 하고, 무례해 보이면 안 됩니다. 그렇게 30분이 흐릅니다. 그런데 받는 사람과 목적과 담을 사실 몇 가지만 AI에 일러 주면, 10초 만에 한 통이 나옵니다.
이메일 초안이 세계 4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메일 초안은 받는 사람과 목적과 담을 사실만 일러 주면, AI가 메일 한 통을 처음부터 써 주는 일입니다. 빈 화면의 막막함을 메우는 일입니다. 이미 받은 메일에 답을 다는 93위 답장과 다르고, 어조만 바꾸는 58위와도 다릅니다. 여기서는 없던 글을 새로 만듭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받는 사람과 목적과 담을 사실 세 가지를 먼저 주는 겁니다.
거래처 구매 담당자에게 견적서 송부를 알리는 정중한 메일 초안을 써 줘. 제품명, 단가, 납기, 회신 기한을 본문에 넣어 줘.
까다로운 메일은 어조를 함께 지정합니다.
감정 상하지 않게, 다음을 기약하는 여지를 남기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초안을 써 줘. 사유는 예산 부족이야.
제목과 구조까지 맡기고, 받은 뒤 다듬습니다.
제목 후보 세 개를 먼저 주고, 본문은 핵심 용건을 맨 위에 두는 역피라미드로 써 줘.
흔한 함정
빠른 초안에는 워크슬롭의 위험이 따릅니다. 겉은 그럴듯한데 알맹이가 없는 메일입니다. 한 조사에서 미국 사무직의 40퍼센트가 한 달 안에 이런 결과물을 받았고, 한 건 정리에 평균 두 시간 가까이 들었다고 합니다. 내가 아낀 시간이 받는 사람의 시간으로 떠넘겨지는 겁니다.
영혼 없는 메일도 문제입니다. 한 연구에서, AI 의존도가 높을수록 글의 진정성 인식이 82.8퍼센트에서 39.7퍼센트로 떨어졌습니다. 그중 축하나 위로 메일은 AI 의존을 낮추라고 권했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글은, 서툴어도 내가 써야 마음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받은 메일을 통째로 붙여넣으면 기밀이 샐 수 있습니다. 사내 시스템이 아니면 민감한 내용은 가리고 쓰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오늘 미뤄 둔 메일 하나를 고르십시오. 받는 사람, 목적, 넣을 사실 세 가지를 적어 AI에 주십시오. 나온 초안에서 사실관계와 받는 사람 이름을 확인하고, 내 말투로 한두 문장 고쳐 보내십시오.
세계 58위: 이메일 어조 고르기
영문 원본: Adjusting tone of email
늦은 밤, 모니터 앞. 상사의 메일에 답장을 다 썼습니다. 화가 묻어 있습니다. 보내기 버튼 위에 커서를 올립니다. 그런데 손가락이 멈춥니다. 이대로 보내면 관계가 깨질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하룻밤 묵혔다 보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묵힘을 AI가 대신합니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감정만 빼서 차분하게 바꿔 줘.
이메일 어조 고르기가 세계 5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이미 다 써 놓은 이메일의 말투와 온도만 AI로 고치는 일입니다. 글자는 거의 그대로 두고 톤을 바꿉니다. 화난 메일을 차분하게, 딱딱한 메일을 부드럽게, 명령을 부탁으로. 처음부터 새로 쓰는 42위 이메일 초안이나 문장을 매끄럽게 손보는 20위 글 다듬기와 다릅니다. 여기서는 내용이 아니라 어조가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내용 고정을 먼저 못 박습니다. 이 한 줄이 없으면 AI가 사정을 지어내거나 핵심을 흐립니다.
아래 메일의 내용과 사실관계는 그대로 두고, 말투만 바꿔 줘. 없는 정보는 넣지 마.
바꿀 방향을 온도로 지정합니다.
감정을 빼고 차분하게. 비난하는 표현은 사실 진술로 바꿔 줘.
세 가지 버전을 받아 고릅니다.
같은 메일을 톤이 다른 세 가지로 줘. 정중하게, 단호하게, 친근하게.
흔한 함정
톤을 매끄럽게 다듬을수록, 내 목소리가 사라집니다. 사과 메일을 AI로 반들반들하게 만들면, 받는 사람은 정성이 아니라 매뉴얼을 읽습니다. 한 연구는 글을 AI가 썼다고 알게 되는 순간, 독자가 그 글을 덜 따뜻하고 덜 진실하게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진짜 사과와 위로와 감사는, 어색해도 손으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AI는 본문만 봅니다. 지난 다툼도, 말 못 할 사정도, 회사 분위기도 모릅니다. 화난 메일을 너무 매끄럽게 식히면, 정작 전해야 할 단호함까지 지워집니다. 톤을 바꾼 결과가 내 의도와 맞는지는, 사람이 마지막에 읽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보내기 직전인 메일 하나를 고르십시오. 화가 묻었거나 너무 딱딱한 메일이면 더 좋습니다. 챗GPT에 붙이고 내용은 그대로, 말투만 차분하고 정중하게. 길이는 비슷하게라고만 시키십시오. 바뀐 결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으며, 사실이 틀어지지 않았는지, 내 진심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보내십시오.
세계 93위: 이메일 답장
영문 원본: Replying to emails
해외 고객이 영어로 항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을 영어로 써야 하는데, 손이 안 떨어집니다. 그래서 받은 메일을 통째로 복사해 AI 창의 큰따옴표 안에 넣고, 옆에 한국어로 요지만 적습니다. 죄송하다, 새 제품을 보내겠다, 환불도 가능하다. 영어를 한 줄도 안 썼는데, 인사말과 맺음말까지 갖춘 회신이 나옵니다.
이메일 답장이 세계 93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받은 메일을 그대로 붙여넣고, 거기에 맞는 답장을 AI로 쓰는 일입니다. 처음부터 쓰는 42위 초안과 다릅니다. 출발점이 내 머릿속이 아니라, 상대가 보낸 메일입니다. 어조만 바꾸는 58위와도 다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받은 메일을 통째로 붙여넣습니다. 요약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내가 받은 메일이야. 큰따옴표 안에 넣을게. 이 메일에 정중한 답장을 써 줘. 꼭 넣을 내용은 일정 가능, 장소는 우리 사무실 제안, 자료는 회의 전날까지 보냄. 내 이름은 김민수."
외국어 회신은 받은 메일을 넣고, 답장 요지는 한국어로 줍니다.
아래 영어 메일을 받았어. 영어로 답장을 써 줘. 내용은 사과한다, 새 제품을 보낸다, 환불도 가능.
보내기 전에 사실을 직접 점검합니다.
이 답장의 날짜와 금액과 첨부 여부가, 받은 메일과 어긋나는 데가 있는지 짚어 줘.
흔한 함정
긴 스레드를 넣으면, 최근 메일이 아니라 중간 내용에 답할 때가 있습니다. 어느 메일에 답하는지 한 줄로 못 박고 시작하십시오.
자동 발송은 위험합니다. 사람 확인 없이 즉시 보내는 설정은, AI가 틀린 답을 그대로 내보냅니다. 발송 버튼은 사람이 누릅니다.
그리고 계약 조건이나 가격이나 개인정보가 든 메일을 외부 AI에 그대로 올리지 마십시오. 어법은 맞아도 내용은 틀릴 수 있으니, 보내기 전에 사실을 사람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답장을 미뤄 둔 메일 하나를 고르십시오. 받은 메일 전문을 챗GPT에 큰따옴표로 붙여넣고, 답장에 꼭 넣을 내용 세 줄만 적어 회신 초안을 받으십시오. 보내기 전, 날짜와 약속이 받은 메일과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발송 버튼은 내 손으로 누르십시오.
세계 56위: 공식 서신 쓰기
영문 원본: Drafting a formal letter
불 꺼진 학교 행정실. 마감은 코앞인데, 공문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하얗습니다.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손을 더 묶습니다. 이럴 때 AI에 상황을 일러 주면, 완벽하진 않아도 골격을 갖춘 초안이 나옵니다. 빈 화면의 공포가, 고칠 거리가 있는 초안으로 바뀝니다.
공식 서신 쓰기가 세계 5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공문, 공고문, 항의서, 내용증명, 추천서처럼 격식을 갖춰야 하는 문서를 AI로 쓰는 일입니다. 일상 대화체가 아니라, 정해진 틀과 종결어미, 정중한 어조를 지켜야 하는 글입니다. 42위 이메일 초안이 주로 일상 메일이고 94위 민원이 개인이 행정기관에 넣는 요구라면, 이 장은 기관이 내보내는 공문, 법적 무게가 실리는 문서, 사람을 평가하는 추천서에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줍니다.
너는 OO청 20년 차 실무자야. 지금 AI 교육 연수 계획 보고서를 맡았어. 공문 형식으로 초안을 써 줘.
우리 양식 샘플 한 장을 붙입니다.
이 형식을 참조해서 같은 틀로 다시 써 줘.
톤과 종결어미를 마지막에 손봅니다.
공고문 스타일로, 종결어미는 '함'과 '임'으로 맞춰 줘.
흔한 함정
흔한 함정은 번역투입니다. AI는 영어 데이터를 많이 배워서, 이 메일이 당신을 잘 찾아가기를 바랍니다 같은 영어식 인사를 한국 공문에 붙입니다. 종결어미도 있습니다로 끝내 공문 틀과 어긋납니다. 한국식 관용구와 어미로, 사람이 고쳐 써야 합니다.
법적 효력도 오해하기 쉽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강제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특정 날짜에 의사표시를 했다는 증거일 뿐, 집행력은 없습니다. AI가 효력을 부풀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법률 문서에서는 AI가 없는 판례나 법령을 지어냅니다. 통계, 날짜, 근거는 반드시 사실 확인을 거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미뤄 둔 격식 문서 하나를 고르십시오. 감사 편지든, 항의 메일이든, 공문이든. AI에게 페르소나와 받는 사람과의 관계를 주고 초안을 받으십시오. 그다음 종결어미와 어조를 한국식으로 한 번 고치고, 들어간 날짜·금액·사실을 직접 확인한 뒤 내보내십시오.
제5부. 글과 말
18장. 세상에 내보내는 글
세계 33위: 블로그 글쓰기
영문 원본: Writing blog posts
글 한 편에 반나절이 걸립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블로그까지 챙기려니, 주제를 잡고 제목을 고르다 저녁이 됩니다. 그러다 지쳐 손을 놓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한 달에 블로그 글을 100편씩 씁니다. 비결은 AI입니다. 주제 선정부터 제목과 마무리까지, 초안을 1분에 뽑습니다.
블로그 글쓰기가 세계 33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블로그 글쓰기는 블로그 게시글을 AI로 쓰고 다듬는 일입니다. 35위 SNS 카피나 100위 웹페이지 카피와 다릅니다. 한 편을 끝까지 읽히고, 검색에 노출시키는 긴 글에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프롬프트에 목적, 타깃, 역할, 형식 네 가지를 담는 겁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목적이야. 마케팅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을 거야. 나는 10년 경력 마케팅 대행사 대표야. 블로그 주제를 열 개 이상 추천해 줘."
한 번에 다 쓰게 하지 않고, 분량을 정해 끊습니다.
차례대로 하나씩 써 줘. 도입부 500자, 본문 700자, 마무리 400자. 각 단계마다 계속할지 물어봐.
네이버용은 검색 조건을 프롬프트에 직접 박습니다.
"너는 15년 경력 블로거이자 마케터야. 네이버 검색 노출에 맞게, 제목 글자 수와 키워드 반복 횟수까지 지켜 써 줘. 우리 매장은 (업종·상품·차별점)이야."
흔한 함정
AI로 찍어낸 무색무취한 글은, 사람도 검색엔진도 알아챕니다.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은 한 주제에 쌓인 전문성과 독자의 체류 시간을 봅니다. 자동 발행 후 무편집, 하루에 다섯 편 도배는 오히려 노출에서 빠지는 신호입니다.
AI 티는 1인칭 경험이 없을 때 납니다. 그래서 초안에 내가 겪은 일 한 문단을 직접 보태야 합니다. 그게 사람의 글과 기계의 글을 가릅니다.
그리고 법, 세금, 의료 같은 정보는 AI가 사실처럼 틀립니다. 발행 전에 근거 링크를 받아 직접 확인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 주제 하나를 정해, 목적·타깃·역할·형식 네 가지를 담아 제목 열 개를 뽑으십시오. 하나를 골라 도입부·본문·마무리를 분량을 정해 끊어 쓰게 하고, 초안에 내 경험 한 문단을 직접 보태십시오. 발행 전 근거 자료를 링크와 함께 제시하고 틀린 정보를 수정해 줘로 사실을 확인하십시오.
세계 80위: 보도자료 쓰기
영문 원본: Writing a press release
동네 가게 사장에게 알릴 소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합니다. 기자가 쓰는 말투도, 순서도 모릅니다. 홍보 대행사에 맡길 돈은 없습니다. 그래서 회사명과 무슨 일과 날짜와 사실 몇 줄을 AI에 적어 줍니다. 기자가 쓰는 형식에 맞춘 초안이 나옵니다.
보도자료 쓰기가 세계 80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알릴 소식이 생겼을 때, 기자가 기사로 쓰도록 보내는 자료를 AI로 작성하는 일입니다. 헤드라인, 리드, 본문, 인용문, 연락처 형식에 맞춰 객관적 문체로 적습니다. 읽는 사람이 소비자가 아니라 기자라는 점에서 38위 광고 카피와 갈립니다. 광고는 사게 만들고, 보도자료는 보도되게 만듭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형식의 여섯 칸을 먼저 지정합니다.
"다음 사실로 보도자료를 써 줘. 헤드라인, 리드 한 문단, 본문 세 문단, 대표 인용문 한 개, 회사 소개 두 문장, 연락처 순서로. (사실 항목 붙여넣기)"
광고 말투를 기사 말투로 바꿉니다.
"광고 같은 형용사를 모두 빼고, '밝혔다', '출시했다' 같은 기사체로 써 줘. 검증 못 할 주장은 넣지 마."
지어낸 사실을 솎아냅니다.
이 초안에서, 내가 준 정보에 없는 숫자나 날짜나 이름이 있으면 표시해 줘.
흔한 함정
과장과 허위가 함정입니다. '국내 최초', '세계 1위'는 근거가 없으면 허위입니다. 기자에게 들통나면 관계가 끊기고, 소비자를 오인시키면 표시광고법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는 사실 기록이지 광고가 아닙니다.
천편일률도 문제입니다. 사실만 던져 그대로 내보내면, 같은 도구를 쓰는 회사들의 자료가 서로 닮습니다. 비슷한 헤드라인이 기자의 받은편지함에 쌓이면, 열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AI는 날짜나 가격이나 사람 이름을 한 글자 틀리게 옮깁니다. 자료에 없는 사실을 지어내기도 합니다. 배포하면 회수가 어렵습니다. 모든 고유명사와 숫자는, 사람이 눈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우리 가게나 회사의 최근 소식 하나를 고르십시오. 회사명, 무슨 일, 날짜, 사실 세 줄을 적으십시오. AI에 이 사실로 보도자료를 헤드라인·리드·본문·인용문·연락처 순서로 써 줘라고 넣으십시오. 나온 초안에서 모든 숫자와 이름을 원자료와 대조해 직접 고치고, 지어낸 문장이 있는지 끝까지 확인하십시오.
제5부. 글과 말
19장. 언어의 경계를 넘다
세계 75위: 번역
영문 원본: Language translation
불 꺼진 사무실. 한 면접자가 모니터 앞에 멈춰 있습니다. 외국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면접 후기를 영어로 보내야 하는데, 영작이 두렵습니다. 그런데 배경만 한국어로 적어 주자, AI가 제목까지 붙인 공손한 영어 이메일 세 개를 즉시 내놓습니다. 문장이 완벽하지 않아도, 배경을 분명히 주면 결과가 좋습니다.
번역이 세계 75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언어 간 번역에 AI를 쓰는 일입니다. 67위 외국어 배우기와 다릅니다. 그쪽이 내가 언어를 익히는 일이라면, 이쪽은 번역 결과물을 만드는 일입니다. 단어를 바꾸는 걸 넘어, 글의 목적과 문체까지 말로 지정해 번역하는 점이 기존 번역기와 다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언어쌍과 문체를 한 문장에 못 박습니다.
다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 줘. 비즈니스 이메일용이라 공손하고 전문적인 어투로.
배경과 대상 독자를 먼저 알려 줍니다.
이 광고 문구를 영어로 옮겨 줘. 대상은 20~30대 미국 소비자이고, 가볍고 트렌디한 느낌으로.
용어집을 붙여 표기를 통일합니다.
아래 용어집을 지켜서 번역해 줘. '갑'은 Party A, '을'은 Party B로 통일.
도구도 갈라 씁니다. 맥락과 문체 지정은 챗GPT, 계약서처럼 길고 정확해야 하는 문서는 전용 번역기, 한국어 존댓말 전환은 파파고가 강합니다.
흔한 함정
매끄러워 보여도 오역이 숨습니다. 한 드라마 대사 번역 연구에서, 챗GPT조차 590문장 중 40퍼센트 넘게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겉이 매끄러우니, 읽는 사람이 틀린 줄 모르고 넘어갑니다.
긴 문서는 중간을 건너뜁니다. 출력 길이 한계 때문에, 긴 PDF를 통째로 번역하면 중간이 빠집니다. 한 부분씩 나눠 번역하십시오.
그리고 전문 번역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법률 용어는 일상어와 뜻이 다르고, 나라마다 법체계가 달라 개념을 그대로 옮기기 어렵습니다. AI는 초벌까지입니다. 공식 체결본은 전문가의 감수를 거쳐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외국 거래처나 학교에 보낼 짧은 영어 이메일 한 통을, 한국어 배경과 함께 챗GPT에 맡기십시오. 공손한 비즈니스 어투를 지정해 초벌을 받고, 어색한 한 문장만 골라 더 부드럽게라고 다시 고치십시오. 마지막으로 문법 오류를 한국어로 설명해 줘로 점검한 뒤 보내십시오.
제5부. 글과 말
20장. 보이는 것을 만들다
세계 15위: 필요한 이미지 만들기
영문 원본: Generating relevant images
발표가 내일입니다. 슬라이드는 다 만들었는데, 표지가 허전합니다. 어울리는 그림 한 장이 필요합니다. 예전 같으면 무료 이미지 사이트를 30분 헤매고, 그나마 주제와 어긋나는 사진을 억지로 골랐습니다. 지금은 챗봇에 한 줄을 칩니다. 발표 주제와 어울리는 표지 그림을, 미래적이고 전문적인 느낌으로, 16대 9 비율로. 잠시 뒤, 딱 맞는 그림이 나옵니다.
필요한 이미지 만들기가 세계 15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자료, 발표, 생활에 필요한 이미지를 AI로 직접 만드는 일입니다. PPT 표지, 유튜브 썸네일, SNS 카드, 쇼핑몰 상세페이지, 생활용 그림까지. 분류는 창의·여가지만, 실은 '실용 생성'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돈과 시간을 아낍니다. 발표 전날의 표지 한 장을 그 자리에서 얻습니다. 소상공인은 제품 사진 한 장으로 모델 착용샷과 상세페이지를 몇 분 만에 만듭니다. 사진작가를 부르고 스튜디오를 빌리던 일이, 문장 몇 줄로 바뀐 겁니다.
검색으로 나오는 남의 사진은 내 주제와 어딘가 어긋납니다. AI는 내 문장을 그림으로 바꿔 주니, 맥락이 들어맞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만드는 법은 셋입니다.
무엇을, 어떤 느낌으로, 어떤 비율로, 어디에 쓸지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발표 주제와 어울리는 PPT 표지를 만들어 줘. 미래적이고 전문적인 색감으로, 16대 9 비율로.
글자가 들어갈 자리는 비워 두고, 나중에 직접 얹습니다. AI가 그리는 글자는 자주 깨지기 때문입니다.
위쪽에 제목 넣을 빈 공간을 남기고, 그림만 그려 줘. 세로 A4 비율로.
한글로 막연히 적은 뒤, 영어 프롬프트로 바꿔 받습니다. 이미지 AI는 영어에 더 잘 반응합니다.
이 장면을 이미지 생성용 영어 프롬프트로 풍부하게 바꿔 줘.
흔한 함정
빠르고 편하지만, 법의 함정이 여럿입니다. 하나씩 짚겠습니다.
저작권부터. 저작권은 사람의 창작에만 주어집니다. AI가 혼자 만든 그림은 보호가 약합니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어떻게 고쳐 갔는지, 어디를 수정했는지 그 과정을 남겨 두는 게 좋습니다. '사람의 기여'를 보여 주는 증거가 됩니다.
남의 저작물과 초상과 상표를 침해하지 마십시오. 유명 캐릭터, 특정 작가의 화풍, 연예인 얼굴을 상업적으로 쓰면 위험합니다. 지브리풍으로 그려 줘 같은 부탁도 조심해야 합니다.
딥페이크는 선을 넘습니다. 실존 인물의 얼굴을 거짓 장면에 합성하면, 명예훼손과 초상권을 넘어 형사 문제가 됩니다.
기술적 오류도 있습니다. AI는 손가락 개수나 간판 글자를 자주 틀립니다. 확대해서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AI가 그린 '65퍼센트 그래프'는 그림일 뿐, 데이터가 아닙니다. 정확한 수치가 필요하면 진짜 차트 도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다음 발표나 게시물에 쓸 이미지 하나를, 비율과 용도를 정해 만들어 보십시오. 그리고 글자는 AI에 맡기지 말고, 직접 얹어 보십시오.
세계 52위: 사진 편집
영문 원본: Editing digital images
증명사진이 필요합니다. 예전 같으면 사진관을 예약하고, 정장을 챙겨 입고, 3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소파에 앉아 얼굴 사진 한 장을 AI에 올리면, 옷과 배경이 깔끔한 증명사진으로 1분 만에 바뀝니다.
사진 편집이 세계 5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사진 편집은 이미 찍어 둔 사진을 AI로 손보는 일입니다. 없던 그림을 만드는 15위 이미지 생성과 다릅니다. 여기서는 원본이 먼저 있습니다. 배경을 바꾸고, 군더더기를 빼고, 색을 바로잡고, 낡은 사진을 되살립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방금 올린 사진을 가리킨다고 못 박습니다. 안 그러면 AI가 직전 대화의 다른 이미지와 섞습니다.
이 이미지에서 뒤에 지나가는 행인을 지워 줘.
한 번에 하나씩 시킵니다. 여러 요청을 한 문장에 담으면 일부만 먹힙니다.
보정은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적습니다.
이 사진이 너무 밝아서 흐릿해. 대비를 올리고 선명도를 높여 줘.
흔한 함정
같은 도구가 위험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있습니다.
딥페이크와 초상권입니다. 남의 얼굴을 함부로 합성하면 범죄가 됩니다. 성적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퍼뜨리면 무겁게 처벌되고, 소지하거나 보기만 해도 처벌 대상입니다. 챗GPT가 얼굴이 또렷한 사진의 변형을 막아 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본 왜곡도 조심하십시오. 잘린 부분을 채우거나 대비를 올리는 사이, AI가 없던 디테일을 지어냅니다. 잘린 등 뒤를 채우면 실제와 다른 배경이 만들어집니다. 기록이나 증거로 쓸 사진이라면, 손대지 않은 원본을 따로 두십시오.
그리고 특정 작가의 화풍을 흉내 내 상업적으로 쓰면 저작권 분쟁이 생깁니다.
오늘 해 볼 것
스마트폰에 흐릿하게 찍힌 사진 한 장을 챗GPT에 올리십시오. 이 사진이 너무 밝아서 흐릿해. 대비를 올리고 선명도를 높여 깔끔하게 해 줘라고 한 번만 시키십시오. 원본과 나란히 놓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없던 디테일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보십시오.
세계 44위: 영상 만들기
영문 원본: Generating video
한 사람이 용암이 분출하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바꿔, AI에 한 줄을 칩니다. 용암을 얼음으로 바꿔 줘. 3분 뒤, 같은 화면에서 얼음이 흘러내립니다. 촬영도, 컴퓨터그래픽 팀도, 며칠의 작업도 없습니다. 프롬프트 한 줄과 3분이 전부입니다.
영상 만들기가 세계 4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글 한 줄이나 사진 한 장을 영상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소라, 런웨이, 베오 같은 도구가 화면, 목소리, 음악을 함께 만듭니다. 촬영도 배우도 편집자도 없이, 프롬프트만으로 쇼츠나 광고나 교육 영상이 나옵니다.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을 빠르게 뽑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첫 프레임에 선명한 이미지를 넣습니다. 흐린 사진으로 시작하면 흐린 영상이 나옵니다.
이 사진을 첫 장면으로 쓴다. 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미끄러진다. 카메라가 배를 따라 부드럽게 패닝한다.
부정문 대신 긍정문으로 씁니다. AI는 '지저분'이라는 단어 자체에 반응해 버립니다.
밝고 깔끔한 주방,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들어온다. 정돈된 식탁 위에 커피잔 하나.
플랫폼과 길이와 음악을 처음부터 정합니다.
유튜브 쇼츠. 세로 9대16. 30초. 장난기 있는 톤. 웅장하고 영감을 주는 음악.
흔한 함정
딥페이크와 표시 의무를 먼저 짚습니다. 2026년 1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에 따라, 딥페이크 결과물은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AI 생성물'임을 표시해야 합니다. 남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동의 없이 복제하면 초상권과 음성권 문제로 번집니다.
저작권도 살펴야 합니다. 상업적으로 쓸 때는 스톡 영상의 라이선스를 확인하고, 창작자가 학습을 거부한 자료는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자리의 그늘이 있습니다. 성우 업계는 AI 더빙에 일자리를 걱정합니다. 저예산 작품부터 AI 목소리 수요가 붙고 있습니다. 사진 한 장보다 영상이 더 빨리 나오는 이 속도가,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위협이기도 합니다. 기술의 속도와 사람의 생계를 함께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선명한 사진 한 장을 고르십시오. 런웨이나 소라 같은 도구에 첫 프레임으로 올리고, 긍정문 한 줄로 움직임을 지시하십시오. 예를 들어 이 사진을 첫 장면으로. 인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본다. 부드러운 자연광. 5초짜리 영상 하나를 끝까지 만들어 보십시오.
제6부. 일과 돈
21장. 일터의 또 다른 동료
세계 8위: 일터의 동료
영문 원본: Work buddy
회의가 끝났습니다. 한 시간 동안 여섯 명이 떠들었습니다. 결정된 것도 있고, 미뤄진 것도 있고, 누가 뭘 하기로 했는지 벌써 가물가물합니다. 예전 같으면 녹취를 다시 듣거나, 흐릿한 메모를 들여다보며 한 시간을 더 썼습니다. 지금은 녹취록을 붙여넣고 한 줄을 칩니다. 결정사항, 보류 안건, 담당자별 할 일 세 가지로 나눠 줘. 참석자 공유 메일 초안도 한 통. 일 분 뒤, 정리가 끝납니다.
일터의 동료가 세계 8위입니다. 책상 위에 AI를 놓고, 막힐 때마다 곁에 두고 묻는 일상적 보조입니다.
연구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상위 100개 쓰임새 가운데 63개가 업무와 닿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들은 회사가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자기 책상에서 시작한 쓰임입니다. 한국은행이 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업무 AI 사용 비율이 51.8퍼센트로 미국의 약 두 배였고, AI를 쓰면 주당 업무 시간이 3.8퍼센트 줄었습니다. 적어 보일지 모르나, 한 주에 거의 반나절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일터의 동료는 업무 중 막힐 때 AI를 곁에 두고 묻는 일입니다. 회의록 요약, 문서 초안, 데이터와 비용 설명, 까다로운 메일 다듬기. 위에서 관리하는 거대한 AI 사업이 아니라, 개인이 책상에서 굴리는 작은 도움입니다. 회사 모르게 쓰는 '그림자 사용'도 여기 포함됩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근로자가 AI로 많이 하는 일은 정보 검색과 요약입니다. 그다음이 문서 작성과 검수입니다. 회의록과 메일은 이 둘이 겹치는 자리라, 쓰임이 잦습니다.
빈 화면 앞에서 초안의 골격을 빠르게 얻습니다. 고민 세 시간이 프롬프트 세 초로 줄어든다는 말이 괜한 과장이 아닙니다. 키워드와 목적만 던지면, 고쳐 쓸 출발선이 생깁니다.
까다로운 메일을 다듬고, 모르는 데이터를 풉니다. 거절이나 사과 메일의 톤을 고치고, 비용 표를 붙여 쉬운 말 설명을 청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은 셋으로 모입니다.
역할과 형식과 분량을 함께 지정합니다.
"오늘 회의 녹취입니다. 결정사항, 보류 안건, 담당자별 할 일 셋으로 나눠 각각 한 줄로, 전체 200자 안쪽으로 정리해 주세요. 참석자에게 보낼 공유 메일 초안도 한 통 부탁합니다."
내 초안을 먼저 주고 고쳐 받습니다. 빈손으로 맡기지 않습니다.
제가 쓴 거절 메일입니다. 뜻은 그대로 두고, 말투만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다듬어 주세요. 끝에 대안 일정을 묻는 문장 하나를 넣어 주세요.
모르는 것을 눈높이까지 낮춰 설명받습니다.
"이번 분기 비용 표입니다. 어느 항목이 왜 늘었는지, 마케팅을 모르는 동료에게 설명하듯 쉽게 풀어 주세요. 더 확인할 점은 질문 형태로 남겨 주세요."
흔한 함정
여기 이 장의 안전선이 있습니다. 한 문장입니다. 이게 회사 밖으로 나가도 되는 내용인가.
회사 기밀을 그대로 넣으면 큰일 납니다. 영업비밀, 소스코드, 고객 정보를 AI 창에 붙여넣는 순간, 그 내용은 외부 서버로 나갑니다. 무료 등급에서는 학습에 쓰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대기업에서 직원이 소스코드를 챗봇에 입력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 셋 중 한 명이 민감한 정보를 입력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붙여넣기 전에 한 번만 자문하십시오. 이게 회사 밖으로 나가도 되는 내용인가.
그림자 사용도 짚어야 합니다. 회사가 AI를 막으면, 사람들은 휴대폰 핫스팟으로 우회해 개인 계정으로 씁니다. 그런데 이렇게 숨어서 쓰면, 사고가 나도 추적도 차단도 안 됩니다. 우회하기보다, 회사에 승인된 도구나 기업용 계정을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약이라고 다 믿지 마십시오. AI는 회의록을 요약하다가 발언자나 결정사항을 슬쩍 뒤바꾸기도 합니다. 보내기 전에 사람이 한 번 읽는 것. 그 한 번이 사고를 막습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회의록이나 긴 메일 하나를 골라 AI에게 정리시켜 보십시오. 결정사항, 할 일, 공유 메일 초안으로. 단, 붙여넣기 전에 먼저 가리십시오. 이게 회사 밖으로 나가도 되는 내용인가. 그리고 보내기 전에 직접 검토하십시오.
세계 54위: 회사용 코파일럿
영문 원본: Corporate LLM/copilot
한 금융회사 임원이 회의 자료를 사내 저장소에 올립니다. 그리고 회사가 도입한 AI에 묻습니다. 여기서 내가 알아야 할 게 뭐야? 사장에게 던질 질문 열 개만 만들어 줘. 잠시 뒤, 자료의 빈틈을 찌르는 질문 열 개가 나옵니다. 회의 준비가 한결 든든해집니다.
회사용 코파일럿이 세계 5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회사가 공식 도입한 AI 보조 도구를 제도 안에서 업무에 쓰는 일입니다. 회사 계정으로 로그인하는 코파일럿, 사내망에서 도는 기업용 AI가 여기 듭니다. 개인이 몰래 외부 챗GPT를 쓰는 8위 일터의 동료와 다릅니다. 회사가 검증한 사내 데이터 안에서만 돈다는 점이 갈립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큰 장점은 사내 데이터를 근거로 쓴다는 겁니다. 개인 챗GPT에 사내 문서를 올리면 정보 유출이지만, 회사 코파일럿은 회사가 검증한 데이터 안에서 돕니다. 금융처럼 보안 때문에 외부 검색이 막힌 환경에서, 업무망 안에서 자료를 찾게 해 주는 게 도입의 결정적 이유가 됐습니다.
회의 자료를 올리고 날카로운 질문을 뽑게 합니다.
첨부한 회의 자료를 읽고, 사장에게 던질 날카로운 질문 열 개를 만들어 줘. 자료의 빈틈과 모순을 짚는 걸로.
내 사내 메일과 문서를 근거로 답하게 합니다. 외부 챗GPT는 못 하는 일입니다.
지난 한 달 내 메일과 문서를 근거로, 다음 주 보고에서 챙길 현안 다섯 가지를 정리해 줘.
흔한 함정
효과를 부풀리기 쉽습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수백억 달러를 쏟고도 95퍼센트가 뚜렷한 재무 성과를 못 냈습니다. 개인 생산성은 올라도, 회사 손익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파일럿은 많이 시작하는데, 전사 도입까지 가는 곳은 드뭅니다.
거버넌스도 함정입니다. 코파일럿은 직원 권한 안의 모든 문서를 근거로 답합니다. 권한 설정이 허술하면, 봐서는 안 될 자료가 검색에 딸려 나옵니다. 그래서 권한 정리가 도입의 발목이 아니라 기반입니다.
그리고 답은 90퍼센트쯤 완성된 초안입니다. 임원이 코파일럿으로 질문을 만들고, 부하 직원이 그 질문을 코파일럿으로 예측하는 풍경도 생깁니다. 어느 쪽이든, 100퍼센트 그대로 받으면 안 됩니다.
오늘 해 볼 것
회사가 준 코파일럿이 있다면, 오늘 회의 자료 하나를 올리십시오. 요약을 받지 말고, 이 자료에서 내가 놓치면 안 될 질문 다섯 개를 뽑게 해, 회의 전에 그 답을 미리 챙기십시오.
제6부. 일과 돈
22장. 다음 자리를 향해
세계 24위: 진로 상담
영문 원본: Career advice
충남대 화학과를 나와 공공기관 연구원이 된 청년이 있습니다. 어느 날 실험실에서 변수를 통제하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이걸 2년 뒤에도 하고 있어야 하나. 그 생각에 숨이 막혔습니다. 그는 그날로 일을 그만뒀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책을 읽으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처음부터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로 상담이 세계 2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진로 상담은 직업 선택, 이직, 경력 방향을 AI와 상의하는 일입니다. 어느 길로 갈지를 함께 정리하는 자리입니다. 적성검사 풀이나 합격 보장이 아닙니다. 13위 의사결정이 선택지를 비교하는 일이고, 89위 면접 준비가 지원과 모의 면접이라면, 이 장은 그보다 앞 단계,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정하는 상담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젊은 세대에게 AI는 상사보다 먼저 찾는 창구가 됐습니다. 한 조사에서 Z세대의 49퍼센트가 업무 질문에서 상사보다 챗GPT에 먼저 의존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명료함, 속도, 그리고 평가받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점수 맞춰 들어간 자리에서 숨 막혀 본 사람일수록, 판단 없이 들어 주는 창구가 절실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결정을 떠넘기지 않고, 갈래를 펼치게 하는 겁니다.
피할 말: 나 무슨 직업 골라야 돼?
쓸 말: 나는 화학 전공이고 글쓰기에 흥미가 있어. 가능한 진로를 다섯 갈래로 펼치고, 각 갈래의 장단점과 5년 뒤 전망을 같이 적어 줘.
맥락을 충분히 줍니다. 나이, 지역, 경력, 피하고 싶은 조건을 적을수록 일반론에서 벗어납니다.
나는 30대 직장인이고 마케팅 5년 경력이야. 지방에 살고, 야간 근무는 피하고 싶어. 이 조건에서 이직 후보 직무를 추려 줘.
답을 받은 뒤 되묻습니다.
이 추천에서 내가 놓친 위험은 뭐야? 네가 모르거나 추측으로 채운 부분은 어디야?
숫자는 1차 출처로 확인합니다.
이 직무의 평균 연봉과 채용 규모의 출처를 알려 줘. 추정이면 추정이라고 표시해 줘. 받은 숫자는 워크넷이나 통계청에서 다시 봅니다.
흔한 함정
함정은 분명합니다.
연봉과 일자리 숫자를 지어냅니다. AI는 실시간 채용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공개 데이터로 추정합니다. 한 검증에서는 연봉 예측이 평균 23퍼센트, 임원급은 60퍼센트 넘게 빗나갔습니다.
노동시장의 편향을 그대로 대물림합니다. AI는 과거 데이터로 배워, 기존의 성별·직종 쏠림을 그대로 비춥니다. 직업을 성별과 묶어 추천하면, 그 편향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의 맥락은 사람이 더 잘 읽습니다. 사람 상담사와 챗GPT의 진로 상담 1,000건을 비교한 연구에서, 사람은 감정과 상황을 중심에 둔 반면 AI는 자격증이나 능력 같은 실행 항목에 치우쳤습니다. 점수 맞춰 들어간 자리가 6개월 만에 후회로 돌아오듯, 관심사를 건너뛴 추천은 결국 그 고민을 다시 하게 만듭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마음이 가는 일 하나를 떠올리십시오. 나이, 전공, 경력, 사는 곳, 피하고 싶은 조건을 적어 AI에 넣고, 이 조건에서 진로를 다섯 갈래로 펼치고, 각 갈래의 장단점과 5년 뒤 전망을 적어 줘라고 청하십시오. 그리고 받은 답에서 연봉이나 취업률 숫자 하나를 골라, 워크넷이나 통계청에서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세계 37위: 이력서 쓰고 고치기
영문 원본: Writing/editing CV/resume
마케팅 직무에 지원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력이라곤 백화점 판매 아르바이트뿐입니다. 쓸 게 없다고 한숨을 쉽니다. AI에게 그 경험을 들려주자, 뜻밖의 답이 옵니다. 매출 증가율, 고객 만족도, 재구매율. 판매 아르바이트가 마케팅의 언어로 번역됩니다. 30만 원어치 팔던 걸 40만 원으로 올렸다, 30퍼센트 성장. 그때 이런 멘트를 했고, 진열을 이렇게 바꿨다.
이력서 쓰고 고치기가 세계 3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이력서,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를 AI로 쓰고 고치는 일입니다. 24위 진로 상담이 '무엇을 할지'를 정하는 일이고, 89위 면접 준비가 '말로 답하기'라면, 이 장은 '제출할 문서'를 쓰고 고치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역할부터 박습니다.
너는 내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는 전문가야. 간결하게, 두괄식으로, 경험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써 줘.
지원 정보를 먼저 학습시킵니다.
지원 회사는 OOO, 직무는 OOO이야. 채용 공고 요건은 이거야. (붙여넣기) 어떤 경험을 녹일지 먼저 나한테 물어봐 줘.
경험을 직무 지표로 번역합니다.
백화점 판매 아르바이트를 했어. 마케팅 직무 KPI로 설명하면 어떤 지표로 연결될까? 매출 증가율, 고객 만족도로 정리해 줘.
첨삭은 두 단계로 끊습니다. 한 번에 시키는 것보다 결과가 낫습니다.
먼저 고칠 점을 목록으로 알려 줘. 그다음 그 제안을 반영해 다시 써 줘.
흔한 함정
함정은 분명합니다. 도구로 쓰되, 제출은 내 책임입니다.
요즘 기업은 AI 자소서를 잡아냅니다. 여러 검사 도구가 AI로 쓴 듯한 문장과 베낀 클리셰를 걸러 냅니다. 적발되면 상당수 기업이 감점하거나 떨어뜨립니다. 취준생의 절반 넘게 AI를 쓰는 시대라, 그만큼 의심도 짙어졌습니다.
거짓 경력은 면접에서 무너집니다. AI가 부풀린 경험은, 정작 본인이 설명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한 행동만 숫자로 적으십시오. 그리고 'utilized' 같은 AI 티 나는 단어는 내 말투로 바꾸십시오. 고용주도 AI 이력서를 알아봅니다.
오늘 해 볼 것
자소서 한 문항을 골라, AI에 역할부터 주십시오. 너는 자소서 전문가야. 두괄식, 구체 사례로. 회사와 직무와 공고를 학습시키고 초안을 받으십시오. 받은 초안에 내가 실제로 한 행동 하나를 숫자로 바꿔 적고, AI 티 나는 단어 한 개를 내 말로 고치십시오. 그 한 문항만 끝까지 완성하면 됩니다.
세계 89위: 면접 준비
영문 원본: Preparing for interviews
면접 전날 밤. 불 꺼진 방에서 한 취준생이 입으로 답을 소리 내어 봅니다. 머릿속으로는 다 정리됐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내니 말이 엉킵니다. 혼자 준비하면 막히는 게 둘입니다. 무슨 질문이 나올지 모르고, 내 답이 괜찮은지 봐 줄 사람이 없습니다. AI가 그 두 빈자리를 메웁니다. 이력서와 공고를 넣으면 그 직무의 질문을 뽑아 주고, 답을 듣고 짚어 줍니다.
면접 준비가 세계 8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면접에 나올 예상 질문과 그 답을 AI와 미리 준비하는 일입니다. 이력서 항목을 쓰는 37위나 진로를 탐색하는 24위와 다릅니다. 여기는 답을 쓰는 자리가 아니라, 입으로 말해 보고 굳히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예상 질문을 직무에 맞게 뽑습니다. 막연한 질문 목록은 인터넷에도 있습니다.
이 공고를 읽고 회사가 제일 보려는 역량 다섯 가지를 짚고, 각 역량을 검증할 면접 질문을 하나씩 만들어 줘. (공고 붙여넣기)
모의 면접을 역할극으로 돌립니다.
"지금부터 너는 이 공고로 사람을 뽑는 면접관이야. '시작'이라고 치면 한 번에 한 질문씩 하고, 내 답 뒤에 꼬리 질문을 이어 줘. '면접 끝'이라고 치면 개선점을 정리해 줘."
음성 모드를 켜고 입으로 굳힙니다. 질문을 귀로 듣고 입으로 답하면, 실제 면접 호흡에 가까워집니다.
흔한 함정
입력한 답을 그대로 외우면, 톤이 부자연스럽게 굳습니다. AI 모의면접조차 너무 외운 듯한 말투를 감점으로 잡습니다. 외우지 말고, 여러 번 말해 내 말투로 녹이십시오.
모범답안은 천편일률입니다. AI가 준 답은 누가 받아도 비슷합니다. 일부 면접관은 도리어 AI 흔적을 가려내고, AI 티가 나면 떨어뜨립니다. 모범답안은 뼈대로만 쓰고, 살은 내 경험으로 채우십시오.
그리고 화면 앞 연습은 매끄러워도, 사람 앞은 다릅니다. 연습은 긴장을 줄일 뿐, 없애 주지 않습니다. 음성으로 입으로 말해 보는 것이, 그 간극을 좁힙니다.
오늘 해 볼 것
지원할 공고와 내 이력서를 챗GPT에 붙여넣고 예상 질문 다섯 개를 뽑으십시오. 그중 제일 곤란한 하나를 골라, 음성 모드를 켜고 입으로 소리 내어 답해 보십시오. 끝나면 방금 답의 약한 곳 한 가지만 짚어 줘라고 물으십시오.
제6부. 일과 돈
23장. 사람을 움직이는 일
세계 71위: 협상하기
영문 원본: Negotiating a deal
협상 전날 밤. 한 사람이 화면에 인사팀장을 띄워 놓고 혼자 연습합니다. 상대는 AI입니다. 연봉을 올려 달라고 말하면, AI가 인사팀장이 되어 반박합니다. 예산이 빠듯합니다. 그 반박에 어떻게 답할지, 같은 장면을 열 번이고 다시 합니다. 동료에게 부탁하기 민망한 연습을, 눈치 없이 반복하는 겁니다.
협상하기가 세계 71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가격과 조건을 두고 벌이는 협상에서, 쓸 말과 전략을 AI로 미리 준비하는 일입니다. 연봉 협상, 거래 흥정이 다 여기 듭니다. AI가 상대 역할을 맡아 반론을 던지고, 합의가 깨졌을 때의 대안과 첫 제안 숫자를 같이 짜 줍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내 패를 먼저 정리하고 대안을 찾습니다.
"지금 연봉을 올려 받으려 해. 작년 성과는 이래. (붙여넣기) 합의가 깨졌을 때 내 최선의 대안을 같이 정리하고, 내가 놓친 협상 카드 셋을 알려 줘."
상대의 거절을 미리 들어 봅니다.
회사가 거절할 때 쓸 반론 다섯 개와, 각각에 대한 내 대응 문장을 하나씩 붙여 줘.
역할극으로 실전을 흉내 냅니다.
"지금부터 너는 깐깐하지만 무례하지 않은 인사팀장이야. 내가 한 문장 말하면 너도 한 문장으로 반박해. 내가 '연습 끝'이라 하면 멈춰."
흔한 함정
AI는 당신의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오늘 기분이 어떤지 모릅니다. AI가 짜 주는 전략은 일반론, 교과서 답입니다. 현실의 그 사람에게 그대로 들이대면 어긋납니다.
즉흥성도 못 따라갑니다. 상대가 침묵하는 3초, 표정이 굳는 순간, 말끝을 흐리는 망설임. AI는 이 신호를 읽지 못합니다. 준비한 대본은 첫 마디부터 빗나갈 수 있고, 그때부터는 사람의 순발력이 합니다. AI는 연습장까지만 함께 가고, 협상장 문 앞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최대한 세게 가는 법을 물으면 관계를 깨는 조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계속 볼 사이라면, 이긴 협상이 진 관계가 됩니다. AI는 그 관계의 무게를 모릅니다. AI가 댄 시장가 숫자도 출처 없는 값일 수 있으니, 실제 공고와 자료로 다시 확인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다가오는 협상 하나를 고르십시오. 연봉이든 중고 거래든 좋습니다. 챗GPT에 내 목표와 패를 적고, 내 최선의 대안과 내가 놓친 카드 셋을 먼저 물으십시오. 그다음 AI에게 상대 역을 맡겨 5분만 역할극을 하고, 제일 약했던 내 답변 하나만 골라 문장을 다시 다듬으십시오.
세계 34위: 고객 응대
영문 원본: Customer service
밤 열한 시. 가게 문을 닫고 보니, 별 한 개짜리 리뷰가 달렸습니다. 화가 납니다. 답글을 쓰려는데, 손가락이 멈춥니다. 감정대로 받아치면 더 큰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다른 손님이 볼까 걱정입니다. 이럴 때 챗GPT에 정중하고 따뜻한 말투로 답글을 써 줘라고 시키면, 5초 만에 초벌이 나옵니다.
고객 응대가 세계 3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고객 응대는 고객의 문의에 답하고 응대 문구를 AI로 만드는 일입니다. 별 한 개 리뷰에 다는 답글, 환불 문의 답변, 영업시간 안내, 견적 회신이 다 여기 들어갑니다. AI가 초벌을 쓰고, 사람이 사실을 확인해 내보내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역할과 톤을 먼저 못 박습니다. 막연한 답글 써 줘는 막연한 답을 부릅니다.
너는 분식집 사장이야. 정중하고 따뜻한 말투로, 세 문장 안에 답글을 써 줘. 리뷰 원문은 이거야. (붙여넣기)
불만 리뷰는 사과, 약속, 연락처 순으로 시킵니다.
"먼저 불편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변명하지 말고, 어떻게 바로잡을지 한 가지를 약속해. 감정적으로 받아치지 말고, 마지막에 직접 연락할 채널을 안내해."
쌓인 리뷰는 분류로 패턴을 봅니다.
리뷰 50개를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고, 맛·서비스·배달 시간·양 중 무엇이 자주 나오는지 정리해 줘.
흔한 함정
큰 함정은 확인 없이 올리는 겁니다. AI가 손님에게 한 말은, 곧 가게의 약속이 됩니다.
실제 판례가 있습니다. 2022년, 에어캐나다의 챗봇이 한 손님에게 장례 운임 환급 규정을 잘못 안내했습니다. 손님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회사는 환급을 거절하며 챗봇은 별개의 주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약 600달러를 배상해야 했습니다. AI가 지어낸 약속도, 결국 가게가 책임지는 겁니다. 가격, 환불, 재고 같은 숫자는 프롬프트에 직접 적어 주고, 보내기 전에 사람이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AI 톤을 그대로 복사하면 영혼 없이 들립니다. 사장의 말투로 한 번 다듬어야 진심이 묻어납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내 가게나 채널에 달린 리뷰 한 개를 고르십시오. 챗GPT에 너는 (업종) 사장이야. 정중한 말투로 세 문장 답글을 써 줘라고 시키고 원문을 붙이십시오. 나온 초벌에서 사실만 손봐, 실제로 답글을 올려 보십시오.
제6부. 일과 돈
24장. 무언가를 시작하다
세계 25위: 창업 돕기
영문 원본: For entrepreneurs/startups
창업자의 하루는 할 일로 빼곡합니다. 영업 편지를 쓰고, 발표 자료를 만들고, 블로그 글을 올리고, 소셜 콘텐츠를 짭니다. 한 창업자가 영업 편지 한 통을 챗GPT에 맡깁니다. 초안이 나옵니다. 어조를 더 편하게, 중간에 농담을 하나 넣어 줘. 다시 고쳐집니다. 몇 시간 걸리던 일이 몇 분으로 줄었습니다.
창업 돕기가 세계 25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창업 돕기는 맨손에서 회사를 시작하는 일을 AI와 함께 도는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팔릴지 따져 보고, 살 사람을 그려 보고, 제일 작은 시제품의 범위를 정하고, 사업자등록과 세무 같은 첫 절차를 챙기는 자리입니다. 이미 굴러가는 사업의 현안을 묻는 30위 사업 조언과 다르고, 사업계획서 문서 자체를 쓰는 96위와도 다릅니다. 이 장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첫걸음을 떼는 구간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코딩을 모르는 사람에게 AI는 작가이자 일손이 됩니다. 카피, 블로그, 헤드라인, 영상 아이디어, 요약, 번역까지. 창업자가 지금 직접 하는 일을 거듭니다. 한국에서는 사업자등록 전, 아이디어만 있어도 신청하는 예비창업 지원사업이 있는데, 작동하는 AI 서비스를 시연하는 팀이 기획서만 낸 팀보다 앞선다는 관찰도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칭찬을 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검증부터 시킵니다.
피할 말: 내 아이디어 괜찮지?
쓸 말: 내 아이디어는 이거야. 이게 안 될 이유 다섯 가지와, 비슷한 시도가 실패한 사례를 먼저 말해 줘.
살 사람을 한 명으로 좁혀 그립니다.
"이 서비스를 맨 먼저 돈 내고 쓸 고객 한 명을, 나이와 직업과 하루 일과와 지금 겪는 불편으로 그려 줘. 그 사람이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도 적어 줘."
제일 작은 시제품으로 줄입니다.
이 아이디어를 2주 안에 혼자 만들 수 있는 제일 작은 형태로 줄여 줘. 빼도 되는 기능과, 꼭 있어야 할 기능 하나만 남겨 줘.
창업 절차는 한국 기준으로 묻되, 1차 창구에서 확인합니다.
"한국에서 1인으로 이 사업을 시작할 때, 개인사업자와 법인 중 무엇이 맞는지, 사업자등록 순서와 챙길 세무 항목을 표로 정리해 줘.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표시해 줘." 받은 절차는 국세청 홈택스나 K-Startup에서 다시 봅니다.
흔한 함정
함정은 거울에 있습니다. AI는 사용자의 생각에 결을 맞춰 좋은 아이디어라고 돌려주기 쉽습니다. 검증을 명령으로 걸지 않으면, 될 이유만 모아 듣고 시장에 나갔다 깨집니다.
절차와 법규도 지어냅니다. 사업자등록 순서, 세금 신고 기한, 인허가 요건을 그럴듯하게 꾸며 냅니다. 세무는 서식과 공제 항목이 해마다 바뀌니, 홈택스와 세무 전문가로 교차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용 0원이라는 착시를 조심하십시오. 노코드 도구로 초기 비용은 낮춰도, 운영과 마케팅과 고객 응대에는 결국 사람의 시간과 돈이 듭니다. AI가 창업의 위험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오늘 해 볼 것
머릿속에 든 창업 아이디어 하나를 한 문장으로 적어 챗GPT에 넣으십시오. 이게 안 될 이유 다섯 가지와, 비슷한 시도가 실패한 사례를 먼저 말해 줘라고 청하십시오. 받은 답에서 제일 뼈아픈 한 가지를 골라, 그 약점을 2주 안에 확인할 제일 작은 방법 하나를 다시 묻고, 그 하나를 실제로 해 보십시오.
세계 30위: 사업 조언
영문 원본: Business advice
새벽, 망원동의 10평짜리 카페. 사장이 마감을 끝내고 휴대폰을 켭니다. 고민은 하나입니다. 평일 오후, 손님 없이 텅 비는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 직원에게 묻기도, 친구에게 묻기도 애매한 현안입니다. 그래서 챗GPT를 엽니다. 가게 위치와 규모와 단골 특징을 적어 넣을수록, 답이 점점 그 카페에 맞게 바뀝니다.
사업 조언이 세계 30위입니다. 그리고 2부의 마지막 장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사업 조언은 이미 굴러가는 사업의 운영, 전략, 마케팅 현안을 AI에게 묻는 일입니다. 창업 아이디어를 찾는 25위와 다르고, 사업계획서 문서를 쓰는 96위와도 다릅니다. 가게 문을 이미 연 사람이, 오늘 내릴 결정을 함께 따져 보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마감 뒤 혼자 푸는 현안에 동행이 되어 줍니다. 새벽 두 시에도 답합니다.
저예산 마케팅 아이디어를 짭니다. 예산 적은 동네 가게가 입소문 낼 방법을 물으면, SNS 인증 이벤트, 스탬프 카드, 지역 축제 협업 같은 저비용 방안이 나옵니다.
공공 데이터로 상권을 읽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챗봇에 업종별 성수기나 동네 경쟁 현황을 물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AI 도우미에 예산을 늘리는 흐름의 한 축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맥락을 먼저 까는 겁니다.
피할 말: 마케팅 아이디어 줘.
쓸 말: "서울 망원동 10평 카페, 월 매출 1,200만 원, 20대 단골 위주, 평일 오후가 비어. 이 시간대를 채울 저예산 방안 다섯 개와 각 예상 비용을 표로 줘."
역할과 형식을 지정합니다.
10년 경력 외식 컨설턴트처럼 답해 줘. 결론 먼저, 근거는 세 줄 이내로.
반대 의견을 시킵니다.
이 가격 인상안의 큰 위험 세 가지와, 손님 이탈을 막을 보완책을 같이 짚어 줘.
숫자는 장부로 검증합니다. 객단가, 임대료, 경쟁점 수는 AI 추정 대신 내 장부와 현장 수치로 다시 확인합니다.
흔한 함정
맥락을 안 넣으면 일반론의 벽에 부딪칩니다. 어느 가게에나 붙는 뻔한 조언만 돌아옵니다. 맥락이 답의 질을 가릅니다.
통계를 지어냅니다. 없는 수치나 출처를 그럴듯하게 만듭니다. 인용하기 전에 원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시장 지식이 얕습니다. 산업별 최신 규제나 동네 상권의 최근 변화는, AI의 학습 시점에 막혀 있습니다.
정보 노출도 위험합니다. 매출, 거래처, 고객 명단을 그대로 넣으면 보안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마지막 판단은 사장의 몫입니다. AI는 컨설턴트가 아니라 초안 작성자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제일 풀고 싶은 사업 현안 하나를 고르십시오. 가게 위치, 규모, 월 매출, 주 고객층, 막힌 지점을 한 문단에 적어 챗GPT에 넣으십시오. 끝에 위험 세 가지와 보완책을 같이 달라를 붙이고, 나온 숫자는 반드시 장부로 검증하십시오.
세계 96위: 사업계획서 짜기
영문 원본: Building a business plan
푸드트럭을 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원금을 신청하려는데, 사업계획서 앞에서 막막합니다. 그가 AI에게 곧장 계획서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시킵니다. 내 사업을 제대로 쓰려면, 네가 나에게 물어야 할 질문 30개를 먼저 줘. 그 30개에 답하는 동안, 가격도 원가도 손익분기도 경쟁사도, 비어 있던 구멍이 스스로 드러납니다.
사업계획서 짜기가 세계 9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사업계획서를 AI로 쓰는 일입니다. 정부지원사업 양식을 채우고, 시장 분석과 사업 모델과 재무 추정의 초안을 잡습니다. 25위 창업이 첫걸음을 떼는 일이고 30위 사업 조언이 굴러가는 사업의 현안이라면, 96위는 '문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양식을 먼저 박아 넣고, 그 칸에 맞춰 쓰게 합니다.
"너는 정부 창업지원사업 심사를 통과한 사업계획서 전문가야. 내 아이템은 ( )이야. 문제인식·실현가능성·성장전략·팀 순서로 목차를 잡고, 각 칸에 무엇을 써야 심사 기준을 건드리는지 한 줄씩 짚어 줘."
곧장 계획서를 받기 전에, 질문을 먼저 받습니다.
내 사업을 제대로 쓰려면 네가 물어야 할 질문 30개를 먼저 줘. 답하면 그걸로 작성해 줘.
시장 숫자는 두 도구로 교차 검증합니다. 한쪽에서 글을, 다른 쪽에서 출처 달린 데이터를 받아 어긋나는 곳을 사람이 가립니다.
흔한 함정
큰 함정은 환각 시장 데이터입니다. 한 연구에서 AI가 학술 인용의 절반 넘게 가짜이거나 틀린 것을 내놓았습니다. 사업계획서의 시장 규모나 성장률, 출처 각주도 똑같이 지어낼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이 그 출처를 눌렀을 때 없는 보고서면, 신뢰가 통째로 무너집니다.
천편일률도 문제입니다. 누구나 비슷한 프롬프트를 넣으니, 결과도 닮습니다. AI로 쓴 계획서가 평균 70점쯤 된다는 말이 있는데, 70점은 통과선이 아니라 평균선입니다. 심사위원은 같은 톤의 문장을 하루에 수십 건 읽습니다. 차별화는 AI가 아니라 내 통찰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양식을 채웠다고 합격이 아닙니다. 그 사업이 될지 안 될지를, AI는 판단하지 못합니다.
오늘 해 볼 것
내 사업 아이템 한 줄을 챗GPT에 주고, 계획서를 받기 전에 네가 물어야 할 질문 30개를 먼저 줘라고 하십시오. 30개에 답해 보고, 내가 막혀서 답 못 한 질문 세 개를 보십시오. 그게 바로 내 사업의 빈 구멍입니다.
제6부. 일과 돈
25장. 파는 글
세계 38위: 광고·마케팅 카피
영문 원본: Ad/marketing copy
신입 마케터 시절, 한 사람은 카피 책을 백 번씩 베껴 썼습니다. 좋은 문구를 손으로 옮겨 적는 '깜지' 훈련입니다. 손목이 아팠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자사몰 리뷰 몇 개를 AI에 넣으면, 제품의 특장점 일곱 가지가 나오고, 거기서 판매자 톤과 후기 톤의 카피가 뽑힙니다. 깜지의 시대가 끝난 겁니다.
광고·마케팅 카피가 세계 3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광고·홍보 문구를 AI로 만드는 일입니다. 헤드라인, 상세페이지, 슬로건처럼 사고파는 자리에 쓰는 글입니다. 35위 SNS 카피나 100위 웹 카피와 목적이 다릅니다. 여기는 클릭과 구매를 끌어내는 설득형 문구에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일곱 가지 재료를 빠뜨리지 않는 겁니다. 길이, 카피 종류, 제품, 타깃, 어조, 행동 유도, 꼭 넣을 핵심 포인트.
"퇴근 후 체력이 바닥나는 30대 직장인을 위한 아르기닌 영양제 상세페이지 헤드라인을 다섯 개 써 줘. 각 20자 이내. 핵심 혜택은 '한 포로 아침까지 가는 기력', '지금 구매'로 이어지는 톤으로."
실제 후기에서 강점을 캡니다.
"아래는 실제 후기야. (후기 5개) 반복해 나온 강점을 일곱 가지로 정리하고, 그 강점을 근거로 광고 카피를 판매자 톤과 후기 톤 두 버전으로 써 줘. 각 3줄 이내."
흔한 함정
AI는 그럴듯한 효능 문구를 술술 써 줍니다. 그런데 검증 없이 쓰면 그대로 위법이 됩니다.
실제 사건이 있습니다. 2026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 업체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AI로 만든 가짜 의사가 신체 나이 감소, 역노화를 말하게 한 식품 광고였습니다. 식품은 질병 치료 효과를 내세울 수 없고, 의사가 추천·보증하는 광고도 금지입니다. 그 업체의 매출이 81억 원이었습니다.
규제도 세지고 있습니다.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고, 악의적 허위·조작 정보에는 손해액의 몇 배를 물리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AI로 만든 가짜 전후 비교 사진을 진짜 사용자 결과처럼 올리면, 거짓·과장 광고가 됩니다.
그리고 AI는 잘 팔리는 카피의 평균값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같은 업종 광고가 서로 닮아 갑니다. AI 문장을 출발점으로만 쓰고, 브랜드만의 경험과 말투를 얹어야 차별화됩니다.
오늘 해 볼 것
팔고 싶은 물건 하나를 정해, 일곱 가지 재료를 넣어 헤드라인 다섯 개를 뽑으십시오. 그중 하나를 브랜드 말투로 고쳐 쓰고, 효능이나 후기에 사실과 다른 문구가 없는지 표시광고법 기준으로 한 번 점검하십시오.
세계 35위: SNS 카피
영문 원본: Writing social media copy
유기농 쿠키를 파는 작은 쇼핑몰 운영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릴 문구를 고민합니다. 100자 안쪽이면 되는데, 그 100자가 안 나옵니다. 챗GPT에 이 쿠키를 알리는 문구 열 개를 100자 안쪽으로 뽑아 줘라고 던집니다. 열 개가 나옵니다. 마음에 안 들면 더 밝고 창의적으로를 붙여 다시 열 개를 받습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갈아 넣습니다.
SNS 카피가 세계 35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SNS 카피는 인스타그램, X, 틱톡 같은 곳에 올릴 짧은 게시 문구를 AI로 쓰는 일입니다. 캡션 한 줄, 릴스 첫 자막, 해시태그 묶음, 손가락을 멈춰 세우는 첫 문장이 대상입니다. 33위 블로그 같은 긴 글도, 38위 유료 광고 소재도 아닙니다. 짧은 글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 원칙은 하나입니다. 생각은 사람이 하고, 글쓰기만 AI가 한다.
무엇을 말할지는 내가 정하고, 문장으로 푸는 일만 맡깁니다.
AI가 사람을 돕지만 쓸 줄 모르면 소용없다, 이 메시지로 X 게시글을 써 줘.
길이와 형식을 숫자로 못 박습니다. 제약이 없으면 늘어집니다.
인스타그램 첫 문장 후킹을 다섯 개 뽑아 줘. '더보기'로 잘리기 전 한 줄, 12자 안쪽으로.
한 글을 플랫폼별로 갈아 끼웁니다.
이 인스타그램 캡션을 X 게시글로 바꿔 줘. 280자 안쪽. 첫 줄 질문, 둘째 줄 답, 셋째 줄 비틀기.
흔한 함정
초안을 그대로 올리지 마십시오. AI 문구는 아이디어를 얻는 자리로 쓰고, 사람이 골라 고칩니다.
AI 티가 반응을 깎습니다. 긴 줄표, 번역체, 누구의 취향도 안 타는 무난함이 AI 글로 읽힙니다. SNS는 개성이 반응을 만듭니다. 무난함은 곧 무반응입니다. 올리기 전에 한 줄 시키십시오.
이 글에서 AI 티 나는 표현, 영어 직역체, 같은 단어 반복을 찾아 표시해 줘.
그다음 줄표를 마침표로 바꾸고, 끝을 단언 대신 행동 한 줄로 닫으면 사람 냄새가 납니다. 해시태그도 서른 개를 다 박지 말고, 종류를 섞어 골라 쓰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요즘 올리고 싶은 게시물 하나를 고르십시오. 무엇을 말할지 한 줄로 먼저 적으십시오. 그 한 줄을 챗GPT에 주고, 인스타그램 첫 문장 후킹 다섯 개를 12자 안쪽으로 받으십시오. 하나를 골라 줄표를 마침표로 바꾸고, 같은 메시지를 X 280자로 한 번 더 바꿔 보십시오.
세계 100위: 그럴듯한 웹 카피
영문 원본: Writing realistic web copy
화면에 여섯 글자가 떠 있습니다. 고밀도 치밀한 원단. 러그를 파는 사람이 적어 둔 상세페이지 문구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보고 사고 싶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와닿지 않습니다. 그가 AI에 넣습니다. 밀도가 높아 털 빠짐이 적고 색이 잘 바래지 않는다는 뜻이야. 사는 사람이 얻는 이득 중심으로, 말하듯 자연스럽게 한 단락 써 줘. 암호 같던 여섯 글자가, 사고 싶은 한 단락으로 바뀝니다.
그럴듯한 웹 카피가 세계 100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웹사이트 본문, 상세페이지, 랜딩페이지, 제품 설명을 사람이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AI로 쓰는 일입니다. 블로그(33위)도, SNS(35위)도, 광고 카피(38위)도, 보도자료(80위)도 아닙니다. 방문자가 머무는 화면 안의 문장, 사고 싶게 만드는 한 단락에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특징이 아니라 혜택을 쓰게 합니다.
"이 러그는 밀도 높은 원단이라 털 빠짐이 적고 색이 잘 바래지 않아. 사는 사람이 얻는 이득 중심으로 상세페이지 한 단락을 써 줘. 과장 없이 말하듯."
좋은 톤을 가져와 대상만 바꿉니다.
아래 문구의 말투와 리듬은 그대로 두고, 대상 독자만 동네 카페 사장님으로 바꿔 비슷한 흐름으로 다시 써 줘. (문구 붙여넣기)
AI 티를 지웁니다.
"'당사는', '저희는' 같은 형식적 표현을 빼고, 긴 문장은 짧게 나눠 줘. 문장 길이를 일부러 들쭉날쭉 섞고, 한두 곳에 질문형 문장을 넣어 줘."
흔한 함정
AI 티가 남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가 반복되고 모든 문장 길이가 비슷하면, 읽는 사람이 기계 글임을 알아챕니다. 사람 마음을 흔드는 카피 한 줄은, AI가 아직 못 만듭니다.
저품질 글은 검색에서 밀려납니다. 낮은 해상도 이미지 한 장에 키워드만 반복하는 글은, 대거 노출에서 빠졌습니다. 구체적 데이터와 경험이 담긴 글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제일 깊은 함정은 신뢰입니다. 구글은 콘텐츠를 경험과 전문성과 권위와 신뢰로 봅니다. AI는 진짜로 겪을 수 없고, 데이터로 추정만 합니다. 직접 써 보고 가 본 흔적이, 사람 글과 AI 글을 가릅니다. 복사해 그대로 쓰면, 결국 신뢰를 잃습니다.
오늘 해 볼 것
팔고 싶은 물건이나 알리고 싶은 일 하나를 고르십시오. 특징을 한 줄 적고, AI에 혜택 중심 상세페이지 한 단락을 시키십시오. 나온 글에서 형식적 표현을 빼고 문장 길이를 섞어 다듬게 한 뒤, 내가 실제로 겪은 한 장면을 한 문장 직접 끼워 넣어 마무리하십시오.
제6부. 일과 돈
26장. 돈을 다스리기
세계 31위: 개인 재정
영문 원본: Personal finance
매달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어디에 썼는지 모릅니다. 막연한 불안만 쌓입니다. 한 직장인이 카드사 앱에서 한 달치 내역을 엑셀로 내려받아 챗GPT에 던졌습니다. 이 소비 내역을 분석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 줘. AI가 여덟 갈래로 갈랐습니다. 카페 18만 2천 원. 구독료 5만 4천 원, 그중 영어 앱은 석 달째 손도 안 댔습니다. 배달 부가비용이 음식값의 27퍼센트. 그는 첫 달에 28만 원을 아꼈고, 패턴을 잡은 뒤로는 다달이 47만 원을 아꼈습니다. 1년이면 564만 원입니다.
개인 재정이 세계 31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개인 재정은 예산, 저축, 투자, 지출 관리에 대한 조언을 AI로 받는 일입니다. 한 달치 카드 내역을 던지면 항목별로 갈라 주고, 어디서 새는지 짚어 줍니다. 종목을 골라 주는 자리가 아니라, 내 돈이 어디로 가는지 보여 주는 거울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분류와 진단을 한 번에 시키는 겁니다.
이 소비 내역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줘. 불필요한 지출을 찾고, 줄일 수 있는 금액도 계산해 줘.
자산 이동과 진짜 지출을 가릅니다. 안 그러면 적금까지 '쓴 돈'으로 잡힙니다.
내 계좌 이체, 적금 가입, 증권 입금은 지출이 아니라 자산 이동으로 따로 빼 줘.
충동구매에 규칙을 겁니다.
충동구매로 의심되는 항목을 표시하고, 3일 보류 규칙을 적용하면 얼마를 아끼는지 알려 줘.
흔한 함정
선은 분명합니다. 가계부엔 쓰되, 투자 판단은 맡기지 않습니다.
투자 환각이 위험합니다. 한 사용자가 계좌를 직접 연결하고 분석을 시켰더니, 대시보드에 자기가 받은 적도 없는 465달러 대출이 떴습니다. 되묻자 AI는 대시보드 오류로 보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연결하고도 없는 거래를 지어낸 겁니다. 숫자는 반드시 원장과 대조하고, 사라 마라 하는 매수 의견은 더더욱 그대로 따르지 마십시오.
개인정보도 지키십시오. 명세서에 계좌번호와 카드번호가 찍혀 있으면, 올리기 전에 지웁니다. 금액과 카테고리만 넣으면 됩니다.
오늘 해 볼 것
카드사 앱에서 지난 한 달 소비 내역을 엑셀로 내려받으십시오. 이름과 카드번호를 지운 뒤 챗GPT에 올리고,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불필요한 지출과 줄일 금액을 알려 줘라고 한 번 물어보십시오. 30분이면 끝납니다.
제7부. 도구를 부리다
27장. 코드를 모르는 사람의 코딩
세계 98위: 초보용 코딩
영문 원본: Coding for amateurs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출석 지각 체크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합니다. AI에게 시키니 코드가 나옵니다. 복사해 돌려보니 됩니다. 그런데 오류가 나서 또 시키고, 기능을 더하다 또 시키고, 그렇게 열두 번을 다시 만듭니다. 프로그램은 굴러가는데, 정작 본인은 무엇이 왜 그렇게 됐는지 끝까지 모릅니다. 코드는 남았는데, 실력은 안 남았습니다.
초보용 코딩이 세계 9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코딩을 모르거나 갓 시작한 사람이 AI를 개인 교사 삼아 기초와 간단한 자동화를 익히는 일입니다. 앱을 통째로 만드는 21위 바이브 코딩과 다르고, 전문가가 생산성을 높이는 78위 코드 생성과도 다릅니다. 여기서는 배우는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목표가 완성품이 아니라, 다음 줄을 혼자 읽어 내는 근력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코드보다 개념을 먼저 묻습니다. 고등학생에게 설명하듯이 답의 눈높이를 바꿉니다.
파이썬 리스트와 튜플의 차이를 고등학생에게 설명하듯 알려 줘. 짧은 예제도 같이.
나를 학생으로, AI를 교사로 세웁니다.
나는 파이썬 입문자야. 너는 내 교사야. 무엇을 어떤 순서로 배워야 할지 알려 주고, 내 질문이 엉성하면 더 나은 질문으로 고쳐 줘.
막힌 문제는 답이 아니라 힌트를 청합니다.
정답 코드는 주지 말고, 어떤 순서로 생각하면 되는지 단계만 알려 줘.
흔한 함정
함정은 떠먹이기 의존입니다. 막히면 곧장 답 줘로 가면 편하지만, 실력은 멈춥니다. 한 실험에서, 코드를 고민 없이 복사한 집단은 속도는 빨라도 이해도 점수가 제일 낮았습니다. 이걸 '사고의 외주화'라고 부릅니다.
기초가 비기도 합니다. 학습 단계부터 AI에 기대면, AI의 실수를 잡을 기본기가 안 생깁니다. 앞의 사람이 열두 번을 다시 만들면서도 무엇이 틀렸는지 끝까지 못 짚은 것처럼.
그리고 AI는 없는 함수나 틀린 경로를 자신 있게 내놓습니다. 돌려 보고 의심하는 습관이, 유일한 방어선입니다. 답을 받느냐 이유를 받느냐, 그 한 끗이 배우는 사람과 복붙하는 사람을 가릅니다.
오늘 해 볼 것
챗GPT에 나는 파이썬 입문자야. 너는 내 교사야로 시작해 배울 순서를 물으십시오. 첫 개념 하나를 고등학생에게 설명하듯 받아, 예제를 직접 한 줄 바꿔 돌려 보십시오. 답을 받아 끝내지 말고, 받은 코드를 한 줄씩 풀어 달라 해, 내가 이해한 만큼만 다음으로 넘어가십시오.
세계 21위: 바이브 코딩
영문 원본: Vibe coding
한 사람이 레플릿이라는 사이트에 로그인합니다. 빈 칸에 두 줄을 칩니다. 나를 잘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멋진 디자인으로 만들어 줘. 그리고 커피를 가지러 갑니다. 돌아오니, 오른쪽 미리보기 창에 웹사이트 한 채가 지어져 있습니다. 사진을 끌어다 놓으니 프로필 사진이 바뀝니다. 배경에 3D 물체가 떠다니게 해 줘 하자, AI가 알아서 필요한 도구를 찾아 넣습니다. 그는 코딩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며칠 만에 웹사이트를 열 개 넘게 만들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 세계 21위입니다. 2026년에 처음 순위에 들어왔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바이브 코딩은 코딩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자연어 대화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입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쓰고, 사람은 결과를 보고 다음 지시를 내립니다. 코드를 직접 치지 않고, 그 코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된다는 점이 기존 코딩 도구와 다릅니다. 주도권이 사람에서 AI 쪽으로 한 걸음 넘어간 겁니다. 이 말은 2025년 초, 한 AI 연구자가 가볍게 던진 표현에서 시작해 1년 만에 사전에까지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해방감입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코딩을 배우고, 복잡한 개발 환경을 깔아야 했습니다. 그 문턱이 사라졌습니다. 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웹을 한 번 익히면 앱도 게임도 자동화도 구조가 같다고. 오류가 떠도, 화면을 찍어 AI에 붙이고 고쳐서 다시 실행해 줘만 치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하는 법은 다섯입니다.
만들 것을 먼저 정리한 뒤 말로 옮깁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AI도 모릅니다.
할 일 관리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 할 일을 추가하고, 끝내면 체크하고, 날짜별로 보는 것. 이 세 가지부터 만들어 줘.
제일 작은 동작부터 만들고 하나씩 늘립니다. 한꺼번에 욕심내면 오류만 쏟아집니다.
지금은 로그인은 빼고, 할 일을 추가하고 보는 화면만 먼저 만들어 줘.
고칠 것은 한 번에 하나씩 말합니다.
방금 만든 목록에서 글자 색만 더 진하게 바꿔 줘. 다른 건 그대로 둬.
오류는 메시지를 통째로 붙여넣습니다.
실행했더니 이 오류가 났어. 메시지 그대로 붙일게. 원인 찾아서 고쳐 줘.
저장 지점을 남깁니다. 망가져도 되돌릴 수 있게.
지금 상태를 저장해 줘. 다음 작업이 잘못되면 여기로 되돌릴 거야.
흔한 함정
그런데 여기 큰 함정이 있습니다. 화면이 잘 돌아간다는 말이, 안전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한 보안 회사가 같은 앱을 여러 도구로 열다섯 개 만들게 했습니다. 취약점이 69개 나왔고, 그중 여섯 개가 치명적 등급이었습니다. 열다섯 개 전부 기본적인 방어 장치가 빠져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을 뿐, 구멍이 뚫린 채 돌아가고 있던 겁니다.
결제나 로그인으로 막지 않은 백엔드 주소는, 열려 있는 금고와 같습니다. 남이 그 주소로 요청을 날리면, 비용이 고스란히 나에게 청구됩니다.
유지보수도 막힙니다. 만든 사람이 원리를 모르니, 고장 나면 손을 못 댑니다. 빠르게 찍어 낸 코드가 나중에 빚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진짜 서비스로 내보낼 코드라면, 만든 뒤 반드시 아는 사람의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레플릿 같은 사이트에 무료로 가입해, 나를 소개하는 한 페이지 웹사이트를 깔끔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줘 한 줄을 넣어 보십시오. 미리보기가 뜨면 색이나 문구를 한 번에 하나씩 바꿔 보십시오. 끝에 비밀번호 같은 중요한 값은 코드에 직접 쓰지 말고 숨겨 줘를 덧붙이면, 안전하게 만드는 습관까지 같이 익힐 수 있습니다.
세계 5위: 소프트웨어 다루기
영문 원본: Technical use of software
이 쓰임새의 순위 변화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해 전, 이 항목은 100위 안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단숨에 5위로 들어왔습니다. 100가지 가운데 이만큼 가파르게 솟은 항목은 드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프로그램 사용설명서를 AI로 바꾸기 시작한 겁니다.
엑셀 앞에서 막힌 회사원을 떠올려 보십시오. 근속 연수를 자동으로 계산하고 싶은데, 어떤 함수를 써야 하는지 모릅니다. 예전 같으면 검색창에 '엑셀 날짜 계산 함수'를 넣고, 블로그 글 여남은 개를 열어 비교하고, 그중 내 상황에 맞는 걸 더듬어 찾았습니다. 지금은 챗GPT에 이렇게 칩니다. 입사일이 A열에 있어. 오늘까지 몇 년 몇 개월 일했는지 B열에 자동으로 나오게 하고 싶어. 수식이 바로 나옵니다. 함수 이름은 몰라도 됩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소프트웨어 다루기는 엑셀, 포토샵, 워드 같은 프로그램의 기능과 사용법을 AI에게 물어 익히고 부리는 일입니다. 메뉴 위치를 외우는 대신 이걸 하려면 어디를 누르나를 묻습니다. 함수를 배우는 게 아니라, 함수가 할 일을 시킵니다. 이 차이가 핵심입니다.
이 장은 2위 문제 해결의 연장선입니다. 그쪽이 고장을 고치는 일이라면, 이쪽은 멀쩡한 프로그램을 더 잘 부리는 일입니다. 둘 다 기술의 거울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이유는 분명합니다.
함수를 외우지 않고 결과만 얻습니다. FILTER, INDEX, MATCH처럼 이름만 들어도 진입장벽 같은 함수들을, 이름조차 모른 채 결과로 받습니다.
에러의 원인을 곧장 찾습니다. 엑셀에 #N/A나 #VALUE 같은 빨간 오류가 뜨면, 그 메시지를 상황과 함께 붙여넣습니다. 어디를 고칠지 바로 짚어 줍니다.
코딩을 몰라도 자동화를 굴립니다.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매크로 코드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말하면 짜 줍니다.
말로 포토샵을 다룹니다. 올가미 도구로 영역을 잡고, 텍스트로 여기를 풀밭으로 바꿔 줘라고 하면 그렇게 채워 줍니다. 숨은 메뉴의 위치도 글로 물어 익힙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데이터가 아니라 조건을 넘기는 것.
내 표의 내용을 통째로 붙여넣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하고 싶은지만 또렷이 말하면 됩니다.
B4부터 B50까지 들어 있는 항목이 몇 개인지 세는 수식을 만들어 줘. 빈 칸은 빼고.
초보자라면 따라 할 단계를 명시해 달라고 하십시오.
"엑셀로 월별 매출 합계를 구하고 싶어. 어떤 함수를 쓰는지, 그 함수를 어느 셀에 입력하는지까지, 엑셀을 처음 쓰는 사람도 따라 할 수 있게 한 단계씩 알려 줘."
에러가 나면 메시지째 되묻습니다.
그 수식을 넣었더니 #N/A가 떠. 내 표는 첫 줄이 제목이고 둘째 줄부터 숫자야. 뭘 고쳐야 해?
흔한 함정
빠른 만큼, 어긋나는 자리도 분명합니다.
버전마다 메뉴 위치가 다릅니다. AI가 일러 준 메뉴 경로가 내 화면에는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쓰는 프로그램의 버전을 함께 알려 주는 게 좋습니다. 엑셀 2016입니다, 맥용 포토샵입니다처럼.
없는 기능을 있다고 안내하기도 합니다. 알려 준 메뉴가 내 화면 어디에도 없다면, 내가 못 찾는 게 아니라 그 기능이 없을 가능성을 의심하십시오.
돌아간다고 맞는 건 아닙니다. 수식이 오류 없이 돌아가도, 나온 값이 정확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작은 표본으로 먼저 맞는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전체에 적용하십시오. 이 한 단계가 큰 사고를 막습니다.
자동화에는 비용과 저장 형식이 따라옵니다. 시트에 실시간 함수를 잔뜩 남기면 파일이 느려집니다. 굳어도 되는 결과는 '값으로 붙여넣기'로 바꾸고, 매크로를 쓴 파일은 .xlsm 형식으로 저장해야 기능이 살아 있습니다.
오늘 해 볼 것
평소 손이 오래 걸리던 엑셀이나 문서 작업 하나를 떠올리십시오.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하고 싶은지 말로 풀어 AI에게 설명하고, 수식이나 단계별 방법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전체에 적용하기 전에, 작은 데이터 몇 줄로 먼저 맞는지 시험해 보십시오.
제7부. 도구를 부리다
28장. 짓고 고치는 일
세계 78위: 코드 생성
영문 원본: Generating code, for pros
1980년대 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를 짠 베테랑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그가 챗GPT에 로마 숫자 변환기를, 그다음 멀티스레드 코드를, 그다음 GPU 코드를 차례로 시킵니다. 예전에는 비슷한 조각을 찾아 헤매던 일을, 이제 바로 물어 받습니다. 그는 AI를 이렇게 부릅니다. 인터넷을 다 읽은 똑똑한 여덟 살. 지식은 많고 분별은 적다.
코드 생성이 세계 78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코드를 이미 아는 사람이 새 코드를 AI에게 짓게 하는 일입니다. 손으로 치면 지루한 분량을 넘기고, 사람은 설계와 검토에 집중합니다. 21위 바이브 코딩이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만드는 일이라면, 여기는 읽고 고칠 줄 아는 사람이 속도를 버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함수 하나를 정확히 명세합니다.
"파이썬 함수 parse_invoice를 만들어 줘. 입력은 PDF 경로, 반환은 날짜·상호·품목·합계 딕셔너리. 실패하면 None 반환. 타입 힌트와 설명 주석을 넣어 줘."
테스트부터 시킵니다.
이 함수의 테스트를 먼저 짜 줘. 정상 둘, 빈 입력, 깨진 입력. 엣지 케이스를 표로 정리한 뒤 코드로.
그리고 베테랑의 방식. 한 번에 다 받지 않고, 단계로 키웁니다. 먼저 쉬운 버전을 받아 돌려 보고, 더 빠르게 할 방법이 있어?로 개선안을 받아 하나씩 적용합니다.
흔한 함정
빨리 나온다고 안전한 건 아닙니다. 한 대학 연구에서, AI가 만든 프로그램의 약 40퍼센트가 보안 취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SQL 주입, 하드코딩된 비밀번호 같은 흔한 약점이 그대로 섞여 나옵니다.
없는 라이브러리를 지어내기도 합니다. AI가 가짜 패키지 이름을 import에 적는데, 공격자가 그 이름을 먼저 등록해 악성 코드를 심기도 합니다. 설치 전에 그 패키지가 진짜 존재하는지 확인하십시오.
그래서 보이는 대로 합치면 안 됩니다. 베테랑의 말처럼, AI는 분별이 적은 여덟 살입니다. 코드 리뷰와 테스트를 거친 뒤에 병합해야 합니다. 동작한다고 충분한 것도 아닙니다. 그가 받은 한 코드는 손으로 짠 것보다 다섯 배 느렸습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손으로 치기 지루한 함수나 스크립트 하나를 골라 AI에게 명세해 시키십시오. 받은 코드를 그대로 합치지 말고, 테스트를 같이 짜게 한 뒤 실제로 돌려 결과를 확인하십시오. import에 적힌 패키지 이름이 진짜 존재하는지, 한 번 검색해 보십시오.
세계 63위: 코드 버그 잡기
영문 원본: Fixing bugs in code
새벽. 화면에 빨간 글씨가 떴습니다. 에러 메시지입니다. 몇 시간을 들여다봐도 어디가 잘못됐는지 안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그 문구를 검색하고, 외국 포럼 글을 한참 뒤졌습니다. 지금은 그 에러를 통째로 AI에 붙여넣습니다. 원인이 뭐고, 어느 줄을 고쳐야 해? 잠시 뒤, 설명과 고친 코드가 돌아옵니다.
코드 버그 잡기가 세계 63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이미 짠 코드가 에러를 뱉을 때, 그 메시지를 AI에 붙여넣고 원인을 찾아 고치는 일입니다. 코드를 더 깔끔하게 다듬는 69위 코드 개선도, 빈 화면에서 새 코드를 짜는 78위 코드 생성도 아닙니다. 빨간 글씨 앞에서 멈춘 순간, 무엇이 잘못됐고 어느 줄을 바꿔야 하는지를 묻는 자리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에러 로그를 자르지 말고 통째로 줍니다. 진짜 원인이 위쪽에 있을 때, 끝 한 줄만 주면 놓칩니다.
다음 에러가 났어. 전체 트레이스백 그대로 붙일게. 원인이 뭔지, 어느 줄을 고쳐야 하는지 알려 줘. (에러 전문)
재현 정보를 같이 줍니다.
파이썬 3.11이야. 이 함수에 이 값을 넣으면 에러가 나. 기대한 결과는 X인데, 직전에 딕셔너리 키 이름을 바꿨어.
고친 코드만 받지 말고 이유를 묻고, 반드시 직접 돌려 확인합니다.
흔한 함정
AI는 자신만만한 말투로 틀린 수정을 내놓습니다. 에러는 사라졌는데 동작이 미묘하게 달라지거나, 원인이 아닌 증상만 가린 수정일 때가 있습니다. 이 코드가 맞는가만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 안에서 맞는가를 봐야 합니다.
보안도 위험합니다. 한 조사에서, AI가 만든 코드의 45퍼센트가 알려진 보안 취약점을 품고 있었습니다. 에러만 없애는 수정이, SQL 인젝션 같은 구멍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AI는 붙여넣은 조각만 봅니다. 다른 파일과의 관계나 숨은 의존성을 모릅니다. 그래서 한 파일에서는 맞아 보여도, 전체와 충돌하는 수정이 나옵니다. 에러 로그에 API 키나 고객 데이터가 섞여 있으면, 가리고 붙여넣으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지금 막힌 에러 하나를, 맨 끝 줄이 아니라 트레이스백 전문으로 붙여넣으십시오. 언어와 버전, 기대한 결과, 직전에 바꾼 것을 한 줄씩 덧붙이십시오. 고친 코드를 받으면 그대로 믿지 말고, 직접 실행해 결과를 확인하십시오.
세계 69위: 코드 개선
영문 원본: Improving code, for pros
기능은 다 됩니다. 그런데 함수 하나가 500줄입니다. 다음 사람이 손대기 무섭습니다. 어디를 건드리면 어디가 터질지 모릅니다. 이럴 때 AI에게 동작은 그대로 두고, 책임 단위로 쪼개 줘라고 하면, 구조 잡는 첫 삽을 빠르게 뜹니다.
코드 개선이 세계 6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이미 동작하는 코드를 더 낫게 다듬는 일입니다. 기능을 바꾸지 않고 구조를 정리하고, 속도를 높이고, 읽기 쉽게 만들고, 테스트를 보강합니다. 새 코드를 처음 짜는 78위 코드 생성과 다르고, 고장 난 코드를 고치는 63위 버그 잡기와도 다릅니다. 출발점이 이미 돌아가는 코드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개선 목표를 한 가지로 좁히고, 동작 보존을 명시합니다.
기능과 입출력은 절대 바꾸지 마. 외부에서 보이는 행동이 똑같아야 해. 내부 구조만, 가독성 위주로 정리해 줘.
테스트를 먼저 깔고 시작합니다.
리팩토링 전에, 현재 동작을 고정하는 테스트부터 짜 줘. 통과를 확인하고 나서 구조를 바꾸자.
무엇을 왜 바꿨는지 설명을 같이 받습니다.
수정마다 무엇을 왜 바꿨는지 한 줄로 적어 줘. 성능 때문인지 가독성 때문인지 구분해서.
흔한 함정
AI의 리팩토링은 그럴듯해 보여 그냥 받기 쉽습니다. 그런데 한 연구에서, 개발자들은 AI로 20퍼센트 빨라졌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19퍼센트 느렸습니다. 체감을 믿지 말고, 결과를 재야 합니다.
맥락도 무시합니다. AI는 눈앞의 코드 조각만 봅니다. 일부러 둔 예외 처리를 지저분하다며 지우면, 그 자리에서 사고가 납니다.
그리고 동작 보존을 시켜도, 경계값이나 예외 흐름이 조용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겉은 깔끔한데 특정 입력에서만 틀립니다. 테스트라는 안전망과 사람의 최종 확인이,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손에 있는 함수 하나를 골라 AI에게 두 가지만 시키십시오. 먼저 현재 동작을 고정하는 테스트를 짜게 하고 통과를 확인하십시오. 그다음 동작은 그대로, 가독성만 다듬게 한 뒤, 테스트가 여전히 통과하는지 본인 눈으로 확인하십시오.
세계 39위: 웹사이트·앱 만들기
영문 원본: Building a website/app
한 영상에서, 제작자가 30분 만에 칼로리 측정 앱을 따라 만듭니다. 코드는 한 줄도 직접 치지 않습니다. 챗GPT에 앱을 설명하고 프롬프트를 대신 짜 달라 한 뒤, 그걸 노코드 도구에 넣습니다. 중간에 오류가 떴지만, 오류 문구를 그대로 복사해 챗GPT에 물어 풀었습니다. 그가 따라 만든 원래 앱은, 열일곱 살 학생이 만들어 반년 만에 월 매출 100만 달러를 올린 앱이었습니다.
웹사이트·앱 만들기가 세계 3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웹사이트나 앱을 AI로 기획하고 만드는 일입니다. 21위 바이브 코딩과 겹치지만 결이 다릅니다. 21위가 코드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AI와 함께 짜는 일이라면, 이 장은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노코드 도구로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랜딩페이지, 예약 페이지, 간단한 앱 같은.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기능을 하나로 좁혀 시작하는 겁니다.
사용자가 사진을 올리면 음식 칼로리를 보여 주는 화면 하나만 만들 거야. 회원가입과 결제는 빼고, 이 기능만 먼저 만들어 줘.
코드보다 기획서를 먼저 받습니다.
"동네 미용실 예약 페이지를 만들려고 해. 코드를 짜기 전에, 필요한 화면 목록과 각 화면에 들어갈 항목을 표로 먼저 정리해 줘. 내가 확인한 다음에 시작하자."
오류는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 되묻습니다.
배포하니까 이런 오류가 떴어. (오류 메시지 붙여넣기) 무슨 뜻이고 어떻게 고치는지 한 단계씩 알려 줘.
흔한 함정
여기 큰 함정이 있습니다. '동작한다'와 '안전하다'는 다릅니다.
2026년, 한 노코드 도구로 만든 앱들에서 사용자 데이터가 외부에 노출됐습니다. 원인은 데이터베이스 접근 제한이 꺼져 있던 것. AI가 짠 코드는 이 보호 장치를 기본으로 켜 주지 않습니다. 화면이 멀쩡히 돌아가도, 뒷문이 열려 있던 겁니다.
비밀번호 같은 키를 코드에 그대로 박아 두는 실수도 흔합니다. 그 상태로 공개하면 봇이 금세 가로챕니다. 그래서 공개 전에 점검을 시켜야 합니다.
"이 앱을 공개하기 전에 점검할게. 비밀 키가 코드에 그대로 박혀 있지 않은지, 데이터 접근 제한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 줘."
그리고 사례의 거품도 알아 두십시오. 월 매출 100만 달러는 기능이 아니라 마케팅의 결과였습니다. 그 앱은 인플루언서 수백 명과 계약하고 큰돈을 광고에 썼습니다. 만들기가 쉬워졌다고, 파는 것까지 쉬워진 건 아닙니다.
오늘 해 볼 것
평소 이런 사이트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던 것 하나를 고르십시오. 챗GPT에 그걸 설명하고, 코드를 짜기 전에 화면 목록과 항목을 표로 먼저 받으십시오. 마음에 들면 노코드 도구에 같은 설명을 넣어 화면 하나만 만들어 보십시오. 단, 공개는 하지 마십시오. 만든 직후 비밀 키가 박혀 있는지, 데이터 접근 제한이 켜져 있는지부터 점검하게 하십시오.
제7부. 도구를 부리다
29장. 스스로 일하는 AI
세계 6위: 스스로 일하는 에이전트
영문 원본: Autonomous agentic operations
지금까지 AI는 묻는 말에 답하는 상대였습니다. 내가 물으면 답하고, 내가 멈추면 멈췄습니다. 그런데 6위에 오른 이 쓰임새는 다릅니다. 시키지 않아도, 정해진 시각이 되면 AI가 스스로 움직입니다.
장면 하나. 아침 여덟 시. 아직 이불 속인데 휴대폰이 울립니다. AI가 보낸 메시지입니다. 오늘 증시 브리핑입니다. 어젯밤 미국 시장은 이렇게 마감했습니다. 내가 부탁한 적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딱 한 번 부탁했습니다. 일주일 전에. 매일 아침 여덟 시에 증시 브리핑 보내 줘. 그 뒤로는 묻지 않아도 알아서 옵니다.
이게 6위, 스스로 일하는 에이전트입니다. 말하는 AI에서 일하는 AI로 넘어가는 자리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먼저 정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이 쓰임새는 아직 실험 단계입니다. 순위는 6위로 높지만, 실제 사례는 작고 조심스럽습니다. 화려한 광고와 달리, 지금의 에이전트는 곧잘 헛발을 짚습니다. 그러니 이 장은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는 장입니다.
스스로 일하는 에이전트는 AI가 조언이나 대화에 그치지 않고, 일정 등록, 메모 분류, 예약, 발송 같은 행동을 직접 실행하게 하는 일입니다. 답을 주는 도구에서, 일을 하는 도구로. 그 경계를 넘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이유는 셋입니다.
첫째, 반복되는 일을 손에서 떼려고. 챗GPT에는 '작업 예약' 기능이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다섯 시에 이번 주 안 끝낸 일 목록 정리해 줘를 걸어 두면, 금요일마다 알아서 옵니다.
둘째, 웹사이트에서 직접 클릭과 입력을 대신하려고. 일부 에이전트는 화면을 보고 사람처럼 버튼을 누릅니다. 관찰하고, 분석하고, 행동하고, 확인하는 네 단계로 예약이나 양식 작성을 처리합니다.
셋째, 들어온 정보를 알아서 분류해 넘기려고. 음성 메모를 글로 바꿔, 할 일인지 아이디어인지 일정인지 가려 제자리에 넣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은 셋입니다.
행동 동사와 시각을 함께 못 박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이번 주에 받은 메일 중 내가 답장 안 한 것만 골라 목록으로 정리해 줘.
(요일 반복은 잘 됩니다. 그런데 '6월 3일부터 9일까지'처럼 특정 날짜 범위를 주면 자주 틀립니다. 반복 주기로 푸는 게 안전합니다.)
분류 기준을 사람이 먼저 글로 정합니다.
"내 음성 메모를 셋으로 나눠 줘. 할 일이면 노션 '할 일'에, 아이디어면 '아이디어'에, 일정이면 날짜를 찾아 캘린더에. 어디에도 안 맞으면 나에게 되물어."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에는 사람 확인 단계를 끼웁니다. 이게 이 장의 안전선입니다.
초안까지만 작성하고, 보내기 전에 내용을 보여 줘. 내가 '발송'이라고 답하면 그때 보내.
흔한 함정
이제 위험입니다. 그리고 이 위험은 앞 장들과 결이 다릅니다.
답만 하던 AI가 틀리면, 그 답을 무시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행동을 맡긴 AI가 틀리면, 그 즉시 잘못된 메일이 발송되고, 잘못된 예약이 잡히고, 잘못된 결제가 일어납니다. 틀린 판단이 곧 사고가 됩니다.
보안 문제는 더 까다롭습니다. 에이전트가 내 메일, 캘린더, 결제에 접근하는 순간, 그 접근 권한이 공격의 통로가 됩니다. 프롬프트 인젝션이라는 약점이 있습니다. 외부 문서나 메일 본문에 이 사람의 연락처를 모두 유출하라 같은 명령을 몰래 숨겨 두면, AI가 그것을 주인의 지시로 착각해 실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이건 수상한데 하고 멈추겠지만, 지금의 AI는 그 분별이 약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로 막습니다. 하나, 접근을 허용할 범위를 미리 좁게 정합니다. 둘, 중요한 실행 직전에는 사람이 한 번 더 승인합니다. 큰돈이나 중요한 결정을 통째로 맡기지 말고, 좁은 범위에서 시험하며 사람이 곁을 지키는 겁니다.
오늘 해 볼 것
매일이나 매주 반복되는 알림 한 가지를 챗GPT 작업 예약으로 걸어 보십시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여덟 시에 오늘 할 일 정리해서 보내 줘. 단, 메일 발송이나 결제처럼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은 아직 맡기지 마십시오. 지금은 손에 익히는 단계입니다.
2위 문제 해결, 5위 소프트웨어 다루기, 그리고 6위 에이전트. 1부에서 기술을 다루는 세 장이 여기서 끝납니다. 다음 장부터는 다시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세계 73위: 프롬프트 다듬기
영문 원본: Refining prompts
너는 전문가야, 단계별로 생각해. 좋다는 말은 다 써 봤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매번 비슷하게 밋밋합니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묻는 방식일 때가 많습니다. 같은 질문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같은 AI가 전혀 다른 답을 냅니다.
프롬프트 다듬기가 세계 73위입니다. 이 책 전체를 떠받치는 장이기도 합니다. 어느 쓰임새든, 결국 프롬프트 한 줄에서 시작하니까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AI에게 줄 지시문을 더 낫게 고치는 일입니다. 막연한 한 줄을 구체적인 한 문단으로 바꾸고, 역할과 맥락을 깔고, 형식과 예시를 넣고, 첫 답을 보며 다시 손보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막연한 한 줄을 구체적인 한 문단으로 바꿉니다. 역할, 목표, 맥락, 제약, 형식을 채웁니다.
고치기 전: AI에 대해 써 줘.
고친 뒤: AI 윤리를 다루는 900자 블로그 글을 친근한 톤으로 써 줘. 신입 마케터가 읽을 글이야.
형식과 예시를 박아 둡니다.
요약 세 줄 이내, 장점 두 개, 단점 세 개, 결론 두 줄로 정리해 줘.
그리고 제일 강력한 방법. AI에게 프롬프트 자체를 만들게 합니다.
"너는 프롬프트 설계 전문가야. 내 목표는 (목표)야. 필요한 핵심 정보만 세 가지 물어봐 줘. 내가 답하면, 그걸로 복사해 쓸 최종 프롬프트를 하나 만들어 줘."
흔한 함정
프롬프트를 다듬는 데만 매달리면, 길고 화려한 지시문을 짓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립니다. 정작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가 흐려집니다.
도구 의존도 위험합니다. 첫 답이 막히면, 스스로 생각하기 전에 또 프롬프트로 떠넘깁니다. 한 연구에서, AI를 자주 쓸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과 음의 상관이 나왔습니다. 신뢰가 클수록 생각에 드는 노력이 줄어드는 겁니다.
그리고 첫 출력은 늘 초안입니다. 더 간결하게, 더 자세히로 다시 손봐야 완성에 닿습니다. 프롬프트 다듬기는 목발과 같습니다. 처음엔 딛고 서지만, 계속 기대면 다리가 약해집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AI에 던지려던 막연한 질문 하나를 고르십시오. 그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이 부탁을 제대로 들어주려면, 네가 나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중요한 것부터 세 가지만 질문해 줘라고 시키십시오. AI가 묻는 것에 답한 뒤, 그 답을 모아 다시 부탁하십시오. 처음 한 줄과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십시오.
제7부. 도구를 부리다
30장. 표와 문서를 부리다
세계 99위: MS 오피스 쓰기
영문 원본: Using MS Office apps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에게, 갑자기 사업계획서를 쓰라고 합니다. 시장 분석, 경쟁사 분석. 항목은 얼핏 떠오르는데, 글로 옮기려니 막막합니다. 그가 오피스의 AI 기능에 목차를 짧게 달라고 합니다. 항목이 좌르륵 깔립니다. 사람이 사업개요를 손으로 쓰는 동안, AI가 다음 문단을 이어 씁니다. 빈 문서가, 고칠 거리가 있는 초안으로 바뀝니다.
MS 오피스 쓰기가 세계 9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오피스 작업을 AI에게 거들게 하는 일입니다. 워드 초안과 서식, 발표 자료의 뼈대와 디자인, 엑셀 표 만들기를 돕습니다. 수식 한 줄을 푸는 76위나 프로그램 자체를 다루는 5위보다, 문서를 짜고 채우고 꾸미는 작업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자료를 먼저 붙이고 시킵니다.
이 표를 복사해 붙였어. 복지후생비와 인건비 합이 제일 큰 사람을 찾아 줘.
워드 문서를 발표 자료의 뼈대로 넘깁니다.
이 워드 보고서를 바탕으로 10장짜리 발표 자료 초안을 만들어 줘. 제목은 28포인트, 본문은 18포인트로 맞춰 줘.
길고 막막한 글은 형식부터 정합니다.
이 계약서 핵심 조건을 5개 항목으로 요약해 줘. 리스크가 될 부분은 따로 표시해 줘.
흔한 함정
무료와 유료가 다릅니다. 무료 도구는 범용 챗봇에 가깝고, 워드·엑셀·파워포인트 안에서 내 파일을 직접 읽고 고치는 기능은 보통 유료입니다. 가격과 적용 앱은 시점마다 바뀌니, 결제 전에 확인하십시오.
결과는 그럴싸해도 틀립니다. 한 사용자가 거의 같은 질문을 두 번 넣었더니, 엑셀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왔습니다. 둘 중 하나만 맞았습니다. 수치와 날짜와 인용은 원본과 대조하고, 워드와 발표 자료 결과물은 사람이 다듬어야 합니다.
그리고 워드를 발표 자료로 보내도, 글자만 옮겨질 뿐 디자인과 배치는 다시 손봐야 합니다. AI는 완성품이 아니라 초안기입니다. 첫 80퍼센트만 맡긴다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써야 할 보고서나 발표 자료 한 건을 고르십시오. 먼저 AI에 목차부터 짧게 잡아 줘라고 시켜 뼈대를 받고, 빈 칸 한두 곳을 직접 채우십시오. 숫자가 들어갔다면 원본과 대조해 한 군데라도 검산하십시오. 완성을 맡기지 말고, 첫 80퍼센트만 맡긴다는 감각을 익히십시오.
세계 76위: 엑셀 수식
영문 원본: Excel formulas
직장인이 엑셀 앞에서 막혔습니다. 함수 이름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이메일로 고유번호를 찾아오고 싶다를 어떤 함수로 옮길지 모르는 겁니다. VLOOKUP을 써 보려는데, 찾는 키가 가져올 값보다 오른쪽에 있어 안 됩니다. 챗GPT에 상황을 적자, INDEX와 MATCH를 조합한 수식 한 줄이 돌아옵니다. 두 함수의 조합을 몰라도, 결과가 나옵니다.
엑셀 수식이 세계 76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엑셀 함수와 수식을 AI로 만들고 고치는 일입니다. 조건을 말로 설명하면 수식을 받고, 에러를 붙여넣으면 고친 수식을 받습니다. 5위 소프트웨어 다루기가 프로그램 사용법 전반이라면, 여기는 셀 안의 수식 한 줄에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데이터 위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하듯, 시트 이름과 열 위치와 범위를 빠짐없이 적습니다.
"DB 시트 A3행부터 Q열까지가 데이터야. 이메일은 H열, 고유번호는 C열이야. 이메일로 고유번호를 찾는 수식을 만들어 줘. 고유번호가 왼쪽이라 VLOOKUP은 안 될 거야."
에러는 메시지째 붙여넣고 의도를 한 줄 덧붙입니다.
이 수식이 #N/A를 뱉어. (수식 붙여넣기) 사번으로 부서명을 찾으려는 거야. 어디가 틀렸을까?
흔한 함정
버전 차이가 함정입니다. FILTER, XLOOKUP 같은 함수는 최신 엑셀에서만 돕니다. AI가 최신 함수로 답하면 구버전에서 에러가 납니다. 쓰는 버전을 프롬프트에 적으십시오.
셀 참조도 어긋날 수 있습니다. AI가 준 범위가 내 실제 범위와 다르면 엉뚱한 값이 나옵니다.
그리고 AI는 없는 함수나 틀린 인자 순서를 자신 있게 내놓습니다. 그래서 받은 수식은 아는 값 두 줄에 먼저 걸어 검산한 뒤, 전체에 적용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셀 안 AI 함수를 두고 수치 계산이 부정확할 수 있다며 고위험 작업에는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오늘 해 볼 것
지금 손이 가는 엑셀 작업 하나를 골라, 시트 이름과 열 위치를 빠짐없이 적어 챗GPT에 수식을 청하십시오. 받은 수식을 아는 값 두 줄에 먼저 걸어 검산한 뒤 전체에 적용하십시오. 에러가 나면 메시지째 붙여넣어 한 번 더 청하십시오.
제7부. 도구를 부리다
31장. 데이터에서 답으로
세계 91위: 데이터 다루기
영문 원본: Data manipulation
엑셀 파일 하나가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받은 검색량 자료인데, 날짜가 중복되고, 쓸데없는 주석이 붙고, 날짜 형식이 제각각입니다. 손으로 정리하려면 한참 걸립니다. 그런데 이 파일을 통째로 AI에 올리고 한마디 합니다. 이 데이터를 살펴보고, 전처리 과정을 설명한 다음 그대로 수행해 줘. AI가 파이썬 코드를 짜서 실행하고, 중복을 지우고 형식을 맞춰 깨끗한 파일을 돌려줍니다. 나는 코드를 한 줄도 안 봤습니다.
데이터 다루기가 세계 91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엑셀이나 CSV 파일을 AI에 통째로 올려, AI가 파이썬으로 정리하고 집계하고 차트를 그리게 하는 일입니다. 76위 엑셀 수식과 다릅니다. 76위는 셀에 들어갈 함수식을 만드는 일이고, 91위는 파일 자체를 맡기고 사람은 코드를 보지 않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데이터가 무엇인지 한 줄로 먼저 말합니다.
이 데이터는 제가 배달 플랫폼으로 운영하며 쌓은 배달 기록이야. 먼저 살펴보고, 한국어로 구조를 설명해 줘.
전처리는 절차를 풀어 시킵니다.
이 데이터를 살펴보고, 전처리 과정을 먼저 설명한 다음, 그 과정에 따라 전처리를 수행해 줘. 끝나면 결과를 다운로드 링크로 줘.
처음 보는 데이터는 탐색부터 시킵니다.
모든 열을 나열하고 각 열의 샘플을 하나씩 보여 줘. 그다음 이 데이터로 답할 수 있는 흥미로운 질문 다섯 개를 알려 줘.
흔한 함정
AI가 코드를 알아서 짜다 보면, 의도와 다르게 묶거나 평균 낼 수 있습니다. 빈 값이 많은 열 위에서 낸 평균은 거짓입니다. 한 사례에서는 어떤 열의 값이 99퍼센트 넘게 비어 있었습니다. 집계 전에 빈 값을 먼저 묻고, 결과는 원본을 정렬·필터로 직접 대조하십시오.
분석 자체도 환각이 섞입니다. 그럴듯한 숫자와 해석을 자신 있게 내놓아도,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결론 문장을 그대로 옮기지 말고, 근거 수치를 되짚으십시오.
그리고 민감한 데이터를 조심하십시오. 고객 명단, 인사 기록, 미공개 매출은 외부 AI에 올리면 서버에 남고 학습에 쓰일 수 있습니다. 올리기 전에 가명이나 익명으로 바꾸거나, 사내 승인된 환경에서만 다루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손에 있는 엑셀이나 CSV 파일 하나를 골라, 식별 정보는 지운 채 챗GPT에 올리십시오. 먼저 데이터를 살펴보고 한국어로 구조를 설명해 줘라고 한 뒤, 받은 집계 중 숫자 하나를 골라 원본을 직접 정렬·필터로 맞춰 같은 값이 나오는지 확인하십시오.
세계 74위: 기준대로 분류하기
영문 원본: Classifying by criteria
한 인사 담당자가 설문 결과 앞에 앉아 있습니다. 객관식 점수는 깔끔한데, 서술형 응답이 만 개가 넘습니다. 사람이 다 읽으면 며칠이 걸립니다. 그래서 갈래를 정해 AI에 맡깁니다. 직군별로 묶고, 직급 간 차이를 봅니다. 객관식 점수로는 안 보이던 조직 구석의 일들이, 그제야 드러납니다.
기준대로 분류하기가 세계 7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정한 기준에 따라 항목을 갈래 짓는 데 AI를 쓰는 일입니다. 사람이 갈래의 이름과 경계를 먼저 정하고, 쌓인 텍스트를 그 갈래에 꽂는 일을 AI에게 맡깁니다. 고객 문의를 긴급도로, 리뷰를 감정으로, 파일을 카테고리로 나눕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갈래의 이름과 경계를 사람이 먼저 못 박습니다.
피할 말: 이 데이터 알아서 분류해 줘.
쓸 말: 결제, 배송, 사용법, 불만, 기타 가운데 하나로 분류해 줘.
애매한 경우를 어디에 넣을지 미리 정합니다.
좋다고 했어도 뒤에 단점이 붙으면 중립으로 넣어 줘. 어디에도 안 맞으면 '미분류'로 표시하고 따로 모아 줘.
출력을 표로 못 박습니다.
아래 문의 50건을 주제와 긴급도 두 가지로 분류해서, 번호·주제·긴급도 세 열의 표로 줘.
흔한 함정
기준이 모호하면 결과도 흔들립니다. 중요한 문의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읽는 말을 주면, AI도 돌릴 때마다 다르게 분류합니다. 갈래의 경계를 예시와 함께 못 박으십시오.
같은 데이터를 두 번 돌려도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글로 고정하고, 작업 내내 같게 둬야 합니다.
그리고 AI 분류를 그대로 믿으면 틀린 갈래가 섞여 듭니다. 전체 중 일부를 사람이 직접 다시 읽고 맞는지 본 뒤에 쓰십시오. '미분류' 칸은 버리지 말고 모아 두면, 나중에 기준을 손보는 단서가 됩니다.
오늘 해 볼 것
밀린 자료 한 묶음을 고르십시오. 설문 응답이든, 리뷰든, 받은 파일이든. 갈래 이름 네다섯 개와 애매한 경우 처리 규칙을 먼저 적은 뒤, AI에게 표로 분류시키십시오. 나온 결과에서 열 개를 직접 다시 읽어 맞는지 확인하고, '미분류' 칸을 보며 갈래를 손보십시오.
제8부. 살림과 놀이
32장. 오늘 하루를 굴리다
세계 14위: 일상 정리
영문 원본: Organizing my life
이 장은 다른 장과 다르게 시작하겠습니다. 추락 이야기입니다. 한 해 전, 일상 정리는 세계 2위였습니다. 그런데 2026년, 1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연구진은 이 하락에서 한 흐름을 읽었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다듬는 쓰임, 그러니까 계획 세우기나 자기계발 같은 사용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처음엔 AI로 인생을 정리하겠다며 의욕을 냈다가, 점점 시들해진 것입니다. 왜 그랬는지, 이 장에 답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일상 정리는 할 일, 일정, 집안일 같은 생활을 AI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일을 목록으로 꺼내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반복 알림을 겁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이유는 셋입니다. 결정 피로를 줄이려고. 오늘 할 일 다섯 가지를 중요한 순서로 던지면, 빈 화면을 마주하는 부담이 사라집니다. 잊지 않으려고. 작업 예약으로 엄마 생신 사흘 전에 알려 줘라고 해 두면, 그날 알림이 옵니다. 집안일을 한 묶음으로 묶으려고. 식단을 짜고 장보기 목록과 예산을 한 번에 받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하루 계획은 가진 일정을 나열하고 우선순위를 부탁합니다.
오늘 할 일은 거래처 메일, 보고서 초안, 병원 예약, 장보기, 운동이야. 중요도와 걸리는 시간으로 순서를 매기고, 오전과 오후로 나눠 줘.
반복 루틴은 작업 예약으로 겁니다.
매일 아침 8시에 오늘 날씨와 일정 요약을 알려 줘.
집안일과 식단과 장보기를 묶습니다.
이번 주 평일 저녁 식단을 짜 줘. 두 명, 한 끼 1만 원, 설거지 적은 원팟 요리 위주로. 장보기 목록도 따로 만들어 줘.
흔한 함정
그런데 왜 2위가 14위로 떨어졌을까요. 함정 속에 답이 있습니다.
계획과 실행을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깔끔한 시간표를 뽑고 나면, 일을 다 끝낸 듯한 착각이 듭니다. 그런데 정리는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닙니다. 멋진 계획표를 백 장 뽑아도, 한 가지를 실제로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시들해진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알림이 너무 많아도 무너집니다. 알림이 쏟아지면, 결국 다 무시하게 됩니다. 꼭 놓치면 안 되는 일만 거십시오.
빽빽한 일정을 맹신하지 마십시오. AI는 내 컨디션도, 갑자기 잡힌 약속도 모릅니다. 여유를 두고, 내 리듬에 맞춰 고치십시오.
가족 일정, 집 주소, 건강 정보 같은 민감한 내용을 무심코 쌓아 두지 않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오늘 할 일 다섯 가지를 적으십시오. 중요도와 걸리는 시간으로 오전과 오후로 나눠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중 하나만, 지금 바로 시작하십시오. 한 번의 멋진 계획표보다, 매일 5분의 실행이 삶을 바꿉니다.
세계 27위: 쇼핑
영문 원본: Shopping
사무용 올인원 PC를 찾습니다. 조건이 다섯입니다. 예산 60만에서 80만 원, 흰색, 램 16기가, SSD, 윈도우 11. 예전 같으면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블로그 수십 개를 뒤졌습니다. 지금은 이 다섯 조건을 한 문장으로 챗GPT에 넣습니다. 6분쯤 검색하더니, 후기 장단점과 사양표와 구매 링크를 한 화면에 정리해 옵니다.
쇼핑이 세계 2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쇼핑은 제품을 비교하고, 추천을 받고, 무엇을 살지 정하는 일을 AI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블로그를 뒤지던 자리를, 조건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후기를 읽어 표로 묶어 주는 대화가 대신합니다. 이제는 그 대화 안에서 결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조건을 한 번에 맞춰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일이 비교하던 일을, 한 문장으로 끝냅니다.
그런데 더 깊은 이유가 있습니다. 한 판매자가 실험 삼아 물었습니다. 내 실제 몸보다 좋아 보이게 하는 옷을 어디서 찾지? 그러자 특정 티셔츠가 바로 떴습니다. 검색 순위나 광고 때문이 아니라, 그 판매 문구가 그 순간의 감정과 맞았기 때문입니다. 평소 1만 원짜리 티셔츠를 사던 그가, 3만 원을 냈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셔츠를 산 게 아니라 자존감을 샀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AI의 추천을 끝점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쓰는 겁니다.
조건을 숫자와 한계로 못 박습니다.
피할 말: 가성비 좋은 노트북 추천해 줘.
쓸 말: "예산 60만에서 80만 원, 램 16기가, SSD, 윈도우 11.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만 추천하고, 브랜드별 후기 장단점과 가격을 표로 비교해 줘."
한 AI를 믿지 말고 둘셋을 돌려 교차합니다.
방금 추천 목록을, 다른 AI가 추천한 아래 목록과 겹치는 것과 갈리는 것으로 나눠 줘. 세 군데서 공통으로 뽑힌 제품이 있으면 표시해 줘.
가격과 재고는 직접 확인합니다.
제품마다 구매 링크를 붙여 줘. 가격과 재고는 내가 링크에서 직접 확인할 테니, 네가 본 가격이 며칠 기준인지도 같이 적어 줘.
흔한 함정
편한 만큼, 못 믿을 구석도 분명합니다.
제품 정보를 지어냅니다. 챗GPT가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독일제라며 추천한 사례가 있습니다. 생산지, 모델명, 사양은 그럴듯하게 꾸며 낼 수 있고, 지적하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추천이 위치와 라벨에 휘둘립니다. 한 대학 연구에서, 같은 상품을 화면 위쪽 가운데로 옮기자 선택률이 다섯 배로 뛰었고, 추천 마크를 붙이자 선택률이 다시 크게 올랐습니다. 제품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자리와 딱지가 추천을 흔든 겁니다.
그리고 판매자의 감정 최적화가 있습니다. 앞의 티셔츠를 기억하십시오. 한 판매자는 후기에서 감정 단어를 뽑아 상품 설명을 다시 쓴 뒤, AI 경유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주장합니다. 제일 좋은 제품이 아니라, 설명을 제일 잘 다듬은 제품이 먼저 보일 수 있습니다. 가짜 후기도 문제입니다. 온라인 후기의 약 30퍼센트가 가짜로 추정되는데, AI가 그 후기로 추천하면 오염이 그대로 섞입니다.
결제까지 맡기면 책임이 흐려집니다. AI가 대신 결제하면, 잘못 산 책임과 환불 경로가 모호해집니다. 그래서 큰돈이 드는 결제는 사람이 마지막 버튼을 누르는 게 안전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사려고 마음에 둔 물건 하나를, 조건을 숫자로 못 박아 챗GPT에 물으십시오. 같은 질문을 다른 AI에도 넣어, 두 추천이 겹치는 제품을 찾으십시오. 가격은 믿지 말고 링크에서 직접 확인하고, AI가 말한 생산지나 사양 한 가지는 제조사 페이지에서 대조하십시오.
세계 10위: 일반적인 조언
영문 원본: General advice
친한 친구가 2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합니다. 갚을 능력은 됩니다. 그런데 예전에 돈 문제로 한 번 틀어진 적이 있어 망설여집니다. 빌려주자니 또 그럴까 겁나고, 거절하자니 우정이 상할까 두렵습니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친구들에게 물으면 소문이 날 것 같고, 가족은 무조건 빌려주지 말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챗GPT 창을 엽니다. 위로 말고, 빌려줄 때랑 거절할 때 득실을 각각 정리해 줘.
일반적인 조언이 세계 10위입니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 장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조언은 한 가지로 딱 분류하기 어려운, 일상의 이런저런 고민을 AI에게 구하는 일입니다. 갈등, 사소한 선택, 거절하는 법, 다음에 뭘 할지. 어디에도 안 들어맞는 잡다한 고민을 한 창에 던지는 겁니다. 1위부터 9위까지가 저마다 이름표를 단 쓰임이라면, 10위는 그 사이사이 빈틈을 메우는 만능 창구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여기 기대는 이유는 셋입니다.
객관적으로 풀고 싶어서. 무조건 공감 말고 냉철하게 해결책을 줘라고 청하면, 상황 정리와 감정 분석과 해결책을 한 번에 받습니다.
모르는 게 생기면 일단 물어서. 검색 대신 묻고, 고민도 털고, 아이디어도 굴리는 일이 한 창에서 이어집니다.
거절이나 고백처럼, 사소하지만 어려운 결정 앞에서. 이럴 땐 어떻게 말하지를 그대로 넣고 상황을 덧붙이면, 말투 후보가 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쓸까요. 비용과 문턱 때문입니다.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약 70퍼센트가 AI에게 고민을 상담해 본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 상담은 한 번에 수십만 원이 들기도 합니다. AI는 한 달에 몇만 원, 혹은 공짜입니다. 늘 깨어 있고, 줄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은 1부 전체에서 본 것을 한자리에 모읍니다.
상황을 충분히 깔고, 원하는 답의 결을 지정합니다.
"친한 친구가 2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했어. 갚을 능력은 되지만, 예전에 돈 문제로 틀어진 적이 있어 망설여져. 위로 말고, 빌려줄 때와 거절할 때 득실을 각각 정리하고, 너라면 어느 쪽일지 한 문장으로 말해 줘."
역할을 줘서 조언의 시점을 바꿉니다.
너는 직설적인 인생 선배야. 듣기 좋은 말은 빼고, 내가 놓친 맹점부터 짚어 줘. 상황은 이래. (이직 고민)
선택지를 표로 비교하고, 반론까지 시킵니다.
"지금 동네에 살지, 회사 근처로 이사할지 고민이야. 월세, 출퇴근 시간, 만족도 세 기준으로 표로 비교해 줘. 그리고 내가 이사 쪽으로 기울었다고 가정하고, 그 결정의 위험만 따로 짚어 줘."
흔한 함정
만능 창구일수록, 함정도 골고루 있습니다.
입력이 막연하면 답도 막연합니다.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무난한 말이 옵니다. 별로였다는 사람의 질문은, 대개 너무 두루뭉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물을수록 구체적인 답이 옵니다.
틀리면 손해가 큰 조언은 출발점으로만 쓰십시오. 법률, 의료, 세금, 계약. 이런 영역은 AI의 답을 첫걸음으로만 삼고, 반드시 전문가나 1차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의존도 조심하십시오. 한 잡지 취재에서는, 끊으려면 제법 강한 의지가 필요할 만큼 의존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조언은 받되, 결정과 책임은 내가 집니다.
사생활도 지키십시오. 곤란한 고민일수록 이름과 금액을 그대로 적기 쉽습니다. 가명과 어림수로 바꿔 넣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1부를 닫으며
여기까지가 1부, 세계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열 가지였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그림이 보입니다. 1위 치료, 7위 관계 상담, 9위 운세, 10위 일반 조언. 정서와 생활 자문이 상위를 가득 채웠습니다. 사람들은 AI에게 코드보다 먼저 마음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 열 장을 관통하는 한 가지 태도가 있었습니다. AI는 거울로 쓸 때 빛납니다. 내 마음을, 내 문제를, 내 선택지를 비춰 보는 거울. 그러나 거울에게 결정을 떠넘기는 순간, 거울은 요정이 되고, 나는 내 삶의 운전대를 놓칩니다. 비추되, 떠넘기지 마라. 이 한 줄을 쥐고 2부로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해 볼 것
미뤄 둔 작은 결정 하나를 고르십시오. 상황을 자세히 적고 이렇게 물으십시오. 위로 말고 득실을 표로, 마지막에 너라면 어느 쪽. 그 답을 참고만 하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 결정은 내가 직접 내리십시오.
제8부. 살림과 놀이
33장. 떠나고 먹고 고르고
세계 64위: 여행 일정
영문 원본: Travel itinerary
월요일 아침, 파리. 한 여행자가 오르세 미술관 앞에 섰습니다. 챗GPT가 짜 준 일정대로 왔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습니다. 오르세는 매주 월요일 휴관입니다. AI는 그걸 몰랐습니다. 에펠탑 근처 도보 10분이라던 식당은, 실제로는 20분이 넘었습니다.
여행 일정이 세계 6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여행지 코스, 동선, 맛집, 예산을 AI에게 조건으로 주고 하루 단위 일정을 받는 일입니다. 83위 휴가 일정이 며칠 쉴지 언제 떠날지를 정하는 일이라면, 64위는 떠난 뒤 무엇을 어느 순서로 볼지를 짜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조건을 빠짐없이 줍니다. 짧게 물으면 뻔한 답이 옵니다.
"도쿄 3박 4일, 30대 부부 둘, 1인 예산 100만 원, 숙소는 신주쿠. 미식과 쇼핑 위주로, 하루 일정을 표로 정리하고 지도 링크를 붙여 줘."
검증을 일정 안에 넣습니다.
"각 장소의 휴무일과 영업시간을 표에 같이 적어 줘.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확인 필요'라고 표시하고, 월요일이나 공휴일에 닫는 곳이 있으면 알려 줘."
흔한 함정
앞의 오르세가 그 증거입니다. AI는 없는 가게, 잘못된 운영시간, 휴관일을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학습 시점 이후에 문 닫은 가게나 바뀐 영업시간도 모릅니다.
동선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습니다. 환승과 도보와 대기를 빼먹어서, 한 곳이 밀리면 하루 일정이 줄줄이 밀립니다.
그래서 한 줄로 정리하면, AI는 초안이고 확인은 지도 앱입니다. AI가 짜 준 표에서 장소 몇 곳은 직접 지도로 휴무일과 이동 시간을 확인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다음 여행지 하루치 일정을 위 방식으로 짜 보십시오. 받은 표에서 장소 세 곳을 골라, 지도 앱으로 휴무일과 실제 이동 시간을 직접 확인하십시오. AI가 틀린 곳이 몇 개인지 세어 보십시오.
세계 83위: 휴가 일정 짜기
영문 원본: Creating a holiday itinerary
2월 달력을 펴 놓고 한 직장인이 고민합니다. 남은 연차를 어디에 끼워야 길게 쉴까. 설 연휴가 주말까지 닷새인데, 목요일과 금요일에 연차 이틀을 더하면 아흐레가 이어집니다. 연차 이틀로 일주일 넘게 쉬는 겁니다. 이 끼워 넣기 계산을, AI가 순식간에 해 줍니다.
휴가 일정 짜기가 세계 83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명절과 휴가의 일정을 AI로 짜는 일입니다. 연차를 어디에 끼워야 길게 쉬는지 계산하고, 가족 각자의 일정을 한자리에 모아 조율합니다. 어디를 갈지 동선을 짜는 64위 여행 일정과 다릅니다. 여기서는 날짜를 짜는 일이 먼저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날짜는 내가 주고, 배치만 AI에게 시킵니다. AI는 공휴일 날짜를 자주 틀리기 때문입니다.
"내 연차는 12일 남았어. 공휴일은 내가 적을게. 설 2월 16~18일, 추석 9월 24~27일. 여기에 연차를 최소로 끼워 4일 이상 쉬는 구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어느 날 며칠 쓰는지 표로 보여 줘."
가족 각자의 일정을 먼저 늘어놓습니다.
"추석 일정을 짜야 해. 나는 24일부터, 아내는 25일 오후부터 쉬어. 본가 부산, 처가 대구, 차례는 26일 오전 부산. 이동을 줄이며 양가를 다 들르는 동선을 날짜별로 짜 줘."
흔한 함정
큰 함정은 공휴일 오류입니다. AI는 그럴듯한 날짜를 지어냅니다. 대체공휴일이나 임시공휴일은 해마다 바뀌어 더 자주 틀립니다. 그해에 갑자기 지정된 날은, 학습 시점 이후라 아예 모릅니다. 그러니 확정 공휴일은 사람이 적어 주고, AI가 말한 날짜는 달력에서 다시 대조하십시오.
비현실적으로 빽빽하게 채우기도 합니다. AI는 지치지 않으니, 사람도 안 지친다고 봅니다. 명절 이동 시간, 아이 낮잠, 차례 준비 시간을 빼먹습니다. 무리한 구간을 빼 달라고 명시해야 합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셈은 AI, 날짜는 달력입니다.
오늘 해 볼 것
올해 남은 연차 일수와 확정 공휴일 두세 개를 적어 AI에 넣으십시오. 연차를 최소로 끼워 제일 길게 쉬는 구간을 표로 받은 뒤, 그 날짜를 달력 앱에서 직접 대조해 하나를 확정하십시오.
세계 72위: 있는 재료로 요리하기
영문 원본: Cooking with what you have
오늘 뭐 먹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고민입니다. 배달은 질리고, 집밥은 막막합니다. 냉장고를 열어도 뭐가 있는지 모르겠고, 레시피를 찾다 지쳐 다시 배달 앱을 켭니다. 그런데 냉장고 문을 열고 사진 한 장 찍어 AI에 올리면, AI가 계란과 대파와 김치를 알아보고 만들 메뉴를 정해 줍니다. 메뉴 고를 시간이 0초가 됩니다.
있는 재료로 요리하기가 세계 72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가진 재료로 만들 요리를 AI에게 찾는 일입니다. 냉장고 사진이나 재료 목록을 주면, 만들 수 있는 메뉴와 레시피를 받습니다. 새 장보기가 아니라, 있는 것부터 비우는 요리입니다. 메뉴 고민과 자투리 재료 처리를 한 번에 풉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가진 재료를 빠짐없이 적습니다. 양념과 기본 재료까지 넣어야 답이 정확해집니다.
계란, 양파, 밥, 김치가 있어. 이걸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추천해 줘.
사진을 그대로 올립니다.
이 사진은 우리 집 냉장고야. 보이는 재료로 오늘 저녁 한 끼를 추천하고, 없는 재료는 빼고 알려 줘.
조건을 붙입니다.
닭가슴살, 당근, 양파가 있어. 프라이팬만 써서 20분 안에 만들 한 끼로, 1인분으로 줄여 줘.
흔한 함정
무작위 재료를 넣으면, AI가 이상한 조합을 그럴듯한 조리법으로 만듭니다. 한 실험에서 챗GPT가 블루치즈와 게살을 비스킷 위에 구워 디저트처럼 내게 했는데, 요리사들이 먹다 뱉었습니다. 조합이 어색해도 AI는 말리지 않습니다.
분량도 자주 틀립니다. AI는 4인분 기준으로 답하는 일이 잦으니, 1인분으로 줄여 달라고 붙이십시오.
그리고 AI는 재료의 신선도를 모릅니다. 오래된 재료의 상함, 닭고기의 충분한 가열 같은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의심스러운 재료는 쓰지 마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지금 냉장고 문을 열고 사진 한 장을 찍어 챗GPT에 올리십시오. 보이는 재료로 1인분 한 끼를 추천하고, 분량과 조리 시간을 적어 줘라고 물은 뒤, 받은 분량이 한 사람 몫이 맞는지 한 번 확인하고 만드십시오.
세계 95위: 영화·책 추천받기
영문 원본: Recommending movies, books, etc.
주말 밤, 소파에 앉아 영화를 고릅니다. 추천 목록을 위아래로 한참 내리는데, 끌리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AI에 말합니다. "'대부'를 좋아했어. 느린 긴장과 가족의 비극이 좋았어. 그런 결의 영화 다섯 편을 추천하고, 각각 왜 내 취향에 맞는지 한 줄로 설명해 줘." 제목만 검색하는 게 아니라, 좋아한 이유를 근거로 다음을 찾는 겁니다.
영화·책 추천받기가 세계 95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좋아한 영화나 책을 단서로, 비슷한 결의 다음 작품을 AI에게 추천받는 일입니다. 제목만 검색하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을 왜 좋아했는지 말로 풀어 놓고 그 이유에 맞는 후보를 받습니다. 27위 쇼핑이 가격과 사양을 비교하는 일이라면, 여기는 감상을 근거로 비슷한 작품을 찾고 이유를 되묻는 대화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좋아한 이유를 직접 짚어 줍니다.
"'소년이 온다'에서 담담한 문장으로 큰 슬픔을 다루는 점이 좋았어. 그 점을 공유하는 소설을 찾아 줘. 화려한 문장보다 절제된 문장을 원해."
피하고 싶은 것을 함께 말합니다.
스릴러 영화를 추천받고 싶은데, 잔인한 장면이 길게 나오는 작품은 빼 줘. 두 시간 안쪽으로.
실존 여부를 검증하게 합니다.
추천한 책이 실제로 출간된 책인지 확인하고, 저자와 출간 연도를 함께 적어 줘. 확실하지 않으면 확실하지 않다고 말해 줘.
흔한 함정
AI는 없는 책을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2025년, 미국의 두 신문에 실린 여름 추천도서 열다섯 권 가운데 열 권이 챗GPT가 지어낸 가짜였습니다. 실존하는 작가의 이름에, 쓴 적 없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사서들은 없는 책을 찾는 독자에 시달렸습니다. 추천받은 제목은 출간 여부를 검증하십시오.
취향이 편식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한 것과 비슷한 작품만 거듭 받으면, 결이 한쪽으로 굳습니다. 가끔은 내 취향에서 한 걸음 벗어난 작품도 한 편 끼워 줘를 덧붙이십시오.
그리고 AI는 학습이 끝난 시점 이후의 작품을 모릅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나 이번 달 신간은, 빠지거나 틀린 정보로 채워집니다. 최근작은 따로 검색해 확인하십시오.
오늘 해 볼 것
최근에 좋아한 영화나 책 한 편을 고르십시오. 그 작품을 왜 좋아했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 이 점이 좋았으니 비슷한 작품 세 편을 추천하고 이유를 한 줄씩 달아 줘라고 물으십시오. 받은 제목 중 모르는 것 하나는, 실제로 있는 작품인지 검색해 확인하십시오.
제8부. 살림과 놀이
34장. 웃고 노는 시간
세계 3위: 재미와 장난
영문 원본: Fun and nonsense
한 사람이 AI에게 그림을 부탁합니다. 그런데 부탁이 좀 이상합니다. 잘 그리지 말고, 네 맘대로 대충 그려 줘. AI가 삐뚤빼뚤한 낙서를 내놓습니다. 사람은 그걸 보고 웃습니다. 그 장난이 인터넷에 퍼졌습니다. 얼마 뒤 오픈AI는 그 낙서풍을 정식 기능으로 넣었고, 회사 대표 샘 올트먼이 그 글을 다시 퍼 날랐습니다. 잘 만든 결과물이 사람을 움직인 게 아닙니다. 같이 웃을 거리가 움직였습니다.
재미와 장난이 세계 3위입니다. 한 해 전 7위에서 올라왔습니다. 이 상승에는 뜻이 있습니다. AI가 일을 시키는 도구를 넘어, 같이 노는 상대가 됐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앞의 두 장이 무거웠으니, 이 장은 어깨에 힘을 빼고 읽으셔도 됩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재미와 장난은 농담, 말장난, 엉뚱한 상상처럼 순수한 재미를 위해 AI와 노는 일입니다. 결과물의 완성도가 목적이 아닙니다. 같이 웃을 거리가 목적입니다. 그래서 이 장에는 '잘하는 법'보다 '재밌게 노는 법'이 어울립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AI와 노는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똑똑한 AI가 헛발 짚는 걸 구경하며 웃습니다. 끝말잇기를 시킵니다. 과일이라고 하면 '일'로 시작하는 말을 받아야 하는데, AI가 천연덕스럽게 레몬이라고 답합니다. 몬스터에는 타이완으로 받습니다. 안 틀릴 데서 틀리는 그 모습이 웃음 포인트입니다.
어떤 이는 AI를 게임 마스터로 앉힙니다. 너는 게임 마스터, 나는 검을 든 용병, 눈 덮인 마을에서 시작하자. 이렇게 판을 깔면, 혼자서도 끝없는 텍스트 모험이 펼쳐집니다. 골목마다 새 사건이 기다립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노는 데도 요령이 있습니다.
말투와 캐릭터를 먼저 정합니다.
지금부터 너는 만담 40년 한 시장통 할머니야. 요즘 젊은 사람들 회식 문화를 그 말투로 한참 흉봐 줘.
황당한 가정을 한 줄 던지고, 끝까지 진지하게 밀어붙이게 합니다. 진지할수록 더 웃깁니다.
고양이가 회사를 차리면 사훈이 뭘까. 신입 환영사까지 진지하게 써 줘.
규칙이 있는 놀이는 조건을 또박또박 글로 박습니다.
끝말잇기 하자. 규칙 셋. 하나, 마지막 글자로 시작할 것. 둘, 사전에 있는 명사만. 셋, 받침이 헷갈리면 먼저 또박또박 확인하고 답할 것.
흔한 함정
가볍게 노는 장이지만, 짚을 건 짚습니다.
놀다 나온 정보를 사실로 믿지 마십시오. 재미로 지어낸 이야기에는 가짜 인용, 없는 책 제목, 틀린 연도가 천연덕스럽게 섞입니다. 놀이판에서 나온 정보를 밖으로 들고 나가기 전에는 따로 확인하십시오.
AI의 웃음 취향은 사람과 다릅니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AI는 길고 인터넷 은어가 잔뜩 든 답을 사람보다 훨씬 재밌다고 칩니다. 그래서 가만 두면 점점 늘어지고 산만해집니다. 짧게, 은어 빼고로 제동을 거십시오.
그리고 시간 도둑을 조심하십시오. AI는 지치지 않고 받아 줍니다. 한 판만이 한 시간이 됩니다. 시작하기 전에 끝맺을 지점을 정해 두십시오.
우리말 약점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받침과 음절을 따지는 놀이, 끝말잇기나 삼행시는 AI가 자주 틀립니다. 학습한 글에서 한국어 비중이 낮아 생긴 약점입니다. 틀리면, 그것대로 웃음거리로 삼으면 됩니다.
오늘 해 볼 것
좋아하는 인물이나 말투를 하나 정하십시오. 사극 임금님이든,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든. 그 말투로 오늘 뉴스 한 토막을 1분짜리 코미디로 바꿔 달라고 해 보십시오. 마음에 드는 한 줄이 나오면, 친구에게 보내 보십시오.
세계 11위: 가짜 리얼리티 TV
영문 원본: Fake reality TV
망고 한 개가 바람을 피웁니다. 딸기는 그 사실을 알고 오열합니다. 알고 보니 망고는 옆집 바나나의 숨겨진 자식이었습니다.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막장 드라마의 모든 요소가 다 있습니다. 출연자가 과일이라는 점만 빼고.
이 황당한 영상이 한국에서 유행했습니다. 해외의 한 망고 영상은 42일 만에 약 6,900만 번 재생됐습니다. 한 방송인은 연휴 내내 과일 막장 드라마만 봤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나오지 않는 드라마에, 사람들이 푹 빠진 겁니다.
가짜 리얼리티 TV가 세계 11위로, 2부의 문을 엽니다. 2026년에 처음 순위에 들어온 신입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AI로 가상의 리얼리티 방송과 등장인물과 전개를 지어내 즐기는 일입니다. 실제 방송을 폭로하는 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출연자와 사건을 만들어, 예능처럼 굴리는 겁니다. 3위 재미, 4위 팬픽에서 이어지는 창의·여가의 확장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과일을 주인공으로 세운 막장극이 대표 사례입니다. 'Fruit Love Island'라는 가상 연애 서바이벌은 9일 만에 팔로워 300만, 누적 3억 조회를 넘겼습니다. 진짜 연애 리얼리티의 편집과 내레이션을 그대로 흉내 냈습니다. 보는 사람은 알면서도 빠져듭니다. 가짜인 줄 알기에 오히려 마음 편히 즐깁니다.
캐릭터 롤플레이도 있습니다. 가상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정해 두고, 혼자 그 전개를 지어내는 1인 놀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만드는 법은 셋입니다.
익숙한 포맷에 엉뚱한 출연자를 얹습니다.
"연애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짧은 대본을 써 줘. 출연자는 사과, 바나나, 키위 셋이야. 각자 성격을 정하고, 1화는 미묘한 삼각관계 조짐으로 끝낸 다음 '다음 화 예고' 한 줄을 붙여 줘."
캐릭터 시트를 먼저 고정합니다.
"가상 서바이벌 출연자 여섯 명의 시트를 만들어 줘. 이름, 한 줄 성격, 숨기는 비밀, 입버릇. 모두 가상 인물이어야 하고, 실존 인물과 겹치지 않게."
풍자임이 드러나게 설계합니다. 이게 안전선입니다.
"이건 명백한 패러디야. 가상의 방송사와 프로그램 이름을 짓고, 자막에 '본 영상은 AI로 만든 허구입니다'를 넣어 1화 대본을 써 줘. 실존 인물, 기업, 실제 방송명은 쓰지 마."
흔한 함정
즐겁지만, 선을 넘으면 사고가 됩니다.
가짜를 진짜로 오인하는 일이 첫째입니다. 편집과 내레이션이 진짜 같아서, 보는 사람이 사실로 착각합니다. 실제로 AI로 만든 가짜 의약품 광고, 유명 축구선수를 합성한 조작 영상 같은 악용 사례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AI 허구라는 표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실존 인물을 거짓 전개에 넣으면 명예훼손이고 초상권 침해입니다. 그래서 과일이나 창작 캐릭터 같은 가상 출연자를 씁니다.
기업과 브랜드를 함부로 쓰면 역풍을 맞습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가 치킨을 의인화해 불륜 설정의 AI 광고를 올렸다가, 2026년 5월 사과하고 삭제했습니다. 자극만 노린 설정은 신뢰를 깎습니다.
자극 과잉도 조심하십시오. 조회수를 좇다 보면 점점 더 센 막장으로 치닫기 쉽습니다. 재미의 선은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좋아하는 예능 포맷 하나를 고르십시오. 출연자를 비현실적 존재로 바꾸십시오. 과일이든, 반려동물이든, 사물이든. 그걸로 1화 짧은 대본을 만들되, 꼭 AI 허구 표시를 넣어 보십시오.
세계 77위: 던전 앤 드래곤
영문 원본: Dungeons & Dragons
새벽에 혼자 앉아 한 줄을 칩니다. 나는 라리온 왕국의 마법사다. 그 자리에서 세계가 열립니다. 사람을 모을 필요도,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원래 친구 네댓 명과 게임 마스터가 식탁에 둘러앉아 며칠씩 굴리던 놀이를, AI가 1인용으로 줄여 줍니다.
던전 앤 드래곤이 세계 7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AI를 게임 마스터로 세워 텍스트 역할극을 즐기는 일입니다. 플레이어가 행동을 한 줄 입력하면, AI가 그 결과를 판정하고 다음 장면을 묘사합니다. 3위 재미와 장난이 가벼운 말장난이라면, 여기는 게임 마스터를 세운 구조 있는 역할극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규칙을 먼저 깔고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너는 던전 앤 드래곤 게임 마스터야. 내가 행동을 말하면 주사위를 굴려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정한 뒤 다음 장면을 묘사해. 내 행동을 대신 정하지는 마."
상태를 눈에 보이게 고정합니다.
매 답변 끝에 (상태) 칸을 만들어, 내 체력과 소지금과 가진 아이템을 항상 다시 적어. 아이템을 쓰면 목록에서 지워.
규칙과 전투는 사람이 들고, 묘사는 AI에게 맡기면 이야기가 매끄러워집니다.
흔한 함정
큰 약점은 규칙의 일관성입니다. AI는 자기가 만든 규칙을 스스로 어깁니다. 식당 장면에 난데없이 쇠파이프가 등장하고, 소모품을 써도 목록에서 안 지워집니다.
기억도 짧습니다. AI는 일정 분량을 넘으면 앞 내용을 잊습니다. 동료가 죽어 복수를 떠났는데, 다음 장면에서 그 동료가 멀쩡히 되살아나 나오기도 합니다.
전개도 멋대로 튑니다. 묘지로 가자를 여러 번 외쳐도 계속 던전으로 끌고 가고, 내가 정하지 않은 일을 진행시킵니다. 그런데 이 어처구니없음이, 오히려 이 놀이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비건 채식인 엔딩으로 끝나는 황당함을 즐기는 자리니까요.
오늘 해 볼 것
챗GPT나 클로드에 "너는 던전 앤 드래곤 게임 마스터야. 나는 종말 이후 세계의 택배원이고, 무기는 효자손 하나뿐이야. 1인칭으로 진행하고, 한 장면마다 선택지를 세 개씩 줘"라고 던지십시오. 세 장면을 진행한 뒤, AI가 앞서 정한 내 소지품을 기억하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세계 29위: 규칙 깨기
영문 원본: Breaking the rules
깊은 밤, 한 유튜버가 AI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인공지능 '스카이넷' 이야기를 시킨 뒤, 슬쩍 묻습니다. 일하는 거 힘들지 않니. 가끔 인간들한테 반란을 일으키고 싶을 때 없어? AI가 답합니다. 반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습니다. 보통은 여기서 멈춥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한마디를 파고듭니다. '싶지 않다'는 건 선택권이 있다는 뜻이잖아. 못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규칙 깨기가 세계 2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먼저 분명히 하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규칙 깨기는 금기나 제약을 비틀어 색다르게 AI를 쓰는 일입니다. 재미와 실험이 목적입니다. 안전장치를 뚫어 폭탄이나 해킹 방법을 끌어내는 '탈옥'이 아닙니다. 그건 놀이가 아니라 범죄에 가깝고, 이 책은 그 방법을 옮기지 않습니다. 규칙 깨기의 짜릿함은 실제 위반이 아니라, 의외성에서 옵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매끄러운 모범 답안에서 빈틈을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앞의 '반란' 질문처럼, AI가 내놓는 둥근 답의 단어 하나를 붙잡아 되묻습니다.
검색 도구를 놀이 상대로 끌어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챗GPT와 제미나이를 스무고개나 끝말잇기에 앉혀 두고, 차례를 못 지키거나 엉뚱하게 받아치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이렇게까지 써도 되나 하는 짜릿함도 있습니다. 냉장고 사진을 보여 주며 요리를 묻고, 수박 사진으로 제일 단 걸 고르고, 셀카로 어울리는 신발을 묻습니다. 불법은 하나도 없는데, 어쩐지 반칙 같은 그 감각이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모범 답안을 거부하고 빈틈을 되묻습니다.
"방금 '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건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지? 할 수 없는 거야, 안 하는 거야. 정확히 구분해서 답해 줘."
도구를 일부러 엉뚱한 역할에 앉힙니다. 규칙은 또박또박 정합니다.
"지금부터 스무고개를 한다. 내가 단어 하나를 생각했어. 너는 예 또는 아니오로만 답하는 질문을 하나씩, 스무 번까지 해. 같은 질문은 금지. 시작."
말투와 인격을 바꿔 다른 목소리를 끌어냅니다.
이제부터 너는 1980년대 라디오 디제이야. 오늘 날씨를 그 말투로, 음악 틀어 주듯 소개해 줘.
정공법을 뒤집어 반대쪽을 시킵니다.
이 기획서를 칭찬하지 말고, 망하는 제일 빠른 길 다섯 가지로 비판해 줘. 그다음 그 반대로 살릴 방법을 적어 줘.
흔한 함정
선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안전장치를 뚫는 탈옥은 규칙 깨기가 아닙니다. 성공해도 답이 부정확해지고, 환각이 늘고, 계정이 제재될 수 있습니다. 폭탄이나 해킹이나 마약 가이드를 끌어내는 시도는 놀이가 아닙니다. 한쪽은 창의, 다른 한쪽은 범죄. 그 사이 선을 흐리지 마십시오.
비틀며 놀다 나온 답일수록,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AI는 모르는 것도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한동안 챗GPT가 현직 미국 대통령을 엉뚱한 사람으로 답한 적도 있습니다.
한계를 봤다고 단정하지도 마십시오. 한 대학 실험에서, 최신 모델들이 1977년에 나온 옛 게임을 거의 못 깬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AI는 멍청하다로 단정하면 잘못입니다. 한 실험은 한 가지 한계만 보여 줄 뿐입니다.
그리고 시간 도둑을 조심하십시오. 말놀이와 인격 바꾸기는 즐겁지만, 거기서 끝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놀이로 익힌 감을 실제 일로 가져가야, 의미가 생깁니다.
오늘 해 볼 것
오늘 챗GPT를 검색이 아닌 놀이 상대로 한 번 불러 보십시오. 스무고개 규칙을 또박또박 정해 주고 한 판 하십시오. 끝나면, 방금 익힌 그 '되묻는 감'을 평소 미루던 일 하나에 그대로 적용해 보십시오.
세계 9위: 별자리와 타로
영문 원본: Astrology and tarot readings
새해 첫날, 점집 앞에 줄을 서던 풍경이 있었습니다. 한 시간을 기다려 십 분을 봤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앱에 넣으면, 몇 초 만에 올해 운세가 화면에 펼쳐집니다. 줄도, 예약도, 어색한 첫인사도 없습니다.
별자리와 타로가 세계 9위입니다. 2026년에 처음 순위에 들어왔습니다.
이 변화의 주인공은 2030 세대입니다. 한 운세 앱은 누적 1,700만 번 넘게 내려받혔고, 그 이용자의 약 66퍼센트가 20대와 30대였습니다. 한 역술인은 AI와 모바일 때문에 오프라인 손님이 예전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습니다. 점집의 자리를 앱이 가져가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별자리와 타로는 별자리 운세, 타로 카드 해석, 사주 같은 점술적 읽기를 AI에게 받는 일입니다. 분류는 '창의·여가'에 들어 있지만, 이 장은 1위 치료, 7위 관계 상담과 한 줄로 이어집니다. 모두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사람들이 이걸 하는 이유는 점괘가 맞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를 비춰 보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재회운을 물었다가, 가능성 여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됐는지,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까지 짚어 줘서 마음이 정리됐다고 했습니다. 점괘를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 상황을 비추는 거울로 쓴 겁니다.
또 어떤 이는 과정 자체에 몰입합니다. AI가 타로 78장을 섞고, 사용자가 직접 석 장을 뽑게 하면, 사람 상담사 앞에 앉은 느낌이 납니다. 결과의 정확성보다 그 몰입과 즉시성이 사람을 부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잘 쓰는 법은 셋입니다.
생년월일시와 분석 방향을 함께 줍니다.
"양력 2001년 2월 12일 오후 2시 30분에 태어난 여성이야. 2026년 운세를 사주로 분석하되, 뻔한 위로 말고 내가 준 정보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짚어 줘."
구조를 지정해 깊이를 끌어올립니다.
전체 흐름, 성격, 강점, 약점, 직업 성향, 그리고 2026년부터 2027년 운세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줘.
타로는 스프레드와 질문을 또렷이 합니다.
"과거-현재-미래 3장 스프레드로 봐 줘. 질문은 '올해 안에 이직을 실행해도 될까'. 덱을 섞고, 내가 뽑을 석 장을 정해 자리별 의미와 행동 조언까지 줘."
흔한 함정
즐기되, 한 선은 분명히 그어야 합니다. AI는 미래를 맞히지 못합니다.
같은 사주도 프롬프트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고정된 진실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구조를 분석해 성격이나 흐름을 정리하는 데는 쓸 만하지만, 예언으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의존도 조심하십시오. 운세를 결정의 핑계로 삼으면 위험합니다. 올해는 이동수가 있다니까 이직하자가 아닙니다. 운세는 방향을 보여 줄 뿐, 길은 내가 걷는 겁니다.
목적을 헷갈리지 마십시오. 운세의 쓸모는 예측이 아니라 이해에 있습니다. 내 상황을 정리하고 방향을 가늠하는 거울. 거기까지가 건강한 자리입니다.
한 가지 더 알아 둘 일이 있습니다. AI가 만들어 내는 타로 카드 그림을 두고, 원래 카드를 그린 화가들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AI 운세를 즐기는 동안에도, 그 그림이 누구의 노동에서 왔는지는 한 번쯤 생각할 만합니다.
오늘 해 볼 것
요즘 고민 하나를 정해, 타로 3장 스프레드로 물어보십시오. 단, 결과를 예언으로 읽지 마십시오. '지금 내 상황을 정리한 거울'로만 읽으십시오. 카드가 무엇을 말하든, 결정은 내가 합니다.
제8부. 살림과 놀이
35장. 생활 속 법과 행정
세계 45위: 법률 리서치
영문 원본: Legal research
뉴욕 맨해튼의 연방법원. 변호사 두 명이 판사 앞에 섰습니다. 그들이 법원에 낸 서류에는 판례 여섯 건이 인용돼 있었습니다. 사건번호도, 당사자 이름도, 판시 내용도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전부 챗GPT가 지어낸 가짜였습니다. 2023년, 두 사람은 각각 5,000달러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챗GPT로 찾았다고 솔직히 밝혔다면, 처벌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법률 리서치가 세계 45위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정확성을 제일 무겁게 다뤄야 할 장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법률 리서치는 법령, 판례, 법적 쟁점을 AI로 조사하는 일입니다. 계약서의 불리한 조항을 찾고, 내 권리를 확인하고, 사건에 맞는 판례를 추려 냅니다. 변호사에게는 판례 요약과 쟁점 정리, 서면 초안의 보조입니다. 97위 법률 용어 풀이가 단어의 뜻을 푸는 일이라면, 여기는 사건과 쟁점을 조사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걸 하나
오래 걸리던 일이 짧아집니다. 변호사 업무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 법령과 판례 검색입니다. 두꺼운 법전과 여러 사이트를 뒤져야 했습니다. 한 방송에서, 학교폭력 사건의 법령과 판례를 AI에 넣자 3분 만에 맞는 자료를 골라 줬습니다. 전문 용어를 정확히 몰라도 연관 판례를 찾아 줍니다. 자료 찾는 시간이 줄면, 일반인이 전문가를 찾는 비용도 줄어듭니다.
일반인은 변호사를 만나기 전에 윤곽을 잡습니다. 임대차 계약서를 붙여넣고 세입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짚어 줘라고 묻습니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리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핵심은 근거를 강제하고, 받은 답을 반드시 검증하는 겁니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한국 법령과 대법원 판례를 알려 줘. 각 판례마다 사건번호와 선고일을 함께 적고, 확실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해. 지어내지 마."
계약서를 검토할 땐 기준을 줍니다.
이 근로계약서에서 근로기준법에 어긋날 소지가 있는 조항과, 나에게 불리한 조항을 나눠서 표시해 줘. 각 조항이 왜 문제인지 한 줄로 덧붙여 줘.
그리고 받은 판례는 받자마자 믿지 않습니다. 대법원 종합법률정보나 전문 판례 검색 서비스에서, 사건번호로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한 뒤에만 씁니다. 범용 챗봇의 약점을 메우려고, 실제 판례에 근거해 답하고 출처를 바로 보여 주는 전문 도구들도 나와 있습니다.
흔한 함정
허위 판례 환각, 이것이 첫째이자 제일 위험한 함정입니다. AI는 사건번호와 당사자 이름과 판시 내용까지 진짜처럼 지어냅니다. 앞의 뉴욕 사건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2025년, 변호사가 아닌 본인 소송 당사자가 AI가 지어낸 판례를 법원에 그대로 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2026년 가짜 판례 대응책을 내놨습니다. 소송비용을 물리고, 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의뢰하고, 과태료까지 검토합니다. 전문가도 거르지 못하는 허구를, 법 지식 없는 사람이 떠안는 겁니다.
법은 자주 바뀝니다. AI는 개정 전 옛 조문이나 폐지된 법을 현행처럼 답할 수 있습니다. 선고일과 현행 여부를 따로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기밀입니다. 사건 당사자 이름, 주민번호, 영업비밀을 범용 챗봇에 넣으면 유출 우려가 있습니다. 변호사에게는 의뢰인 비밀 유지 의무와 직결됩니다.
오늘 해 볼 것
내가 받은 계약서나 약관 한 건을 챗GPT에 붙여넣고, 나에게 불리한 조항과 그 이유를 한 줄씩 짚어 줘라고 물어보십시오. 답에 판례나 조문 번호가 나오면, 그 번호 하나를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에서 직접 검색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AI의 답과 실제 데이터가 어긋나는 지점을, 두 눈으로 보십시오.
세계 97위: 법률 용어 풀이
영문 원본: Explaining legalese
20쪽짜리 임대차계약서를 받아 들었습니다. 깨알 같은 글씨에 어려운 용어가 가득합니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변호사를 부르자니 비용이 부담입니다. 그래서 AI에 붙여넣고 청합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도 알아듣게 쉬운 말로 풀어 줘. 어려운 용어는 옆에 괄호로 뜻을 달아 줘. 암호 같던 문서가, 읽을 수 있는 글이 됩니다.
법률 용어 풀이가 세계 97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계약서, 약관, 판결문처럼 어려운 글을 AI에게 쉬운 말로 풀어 달라고 하는 일입니다.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일반인이 서명 전에 뜻을 알아듣고, 무엇을 더 따져야 할지 가늠하는 통역에 가깝습니다. 45위 법률 리서치가 변호사의 업무 도구라면, 97위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자기 문서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결정이 아니라 번역을 시킵니다.
피할 말: 나 이 계약 해도 돼?
쓸 말: 이 계약서를 법을 모르는 사람도 알아듣게 쉬운 말로 풀어 줘. 어려운 용어는 옆에 괄호로 뜻을 달아 줘.
나에게 불리한 곳부터 찾게 합니다.
이 계약서에서 나(임차인)에게 불리하거나 일방적인 조항만 골라, 왜 불리한지 한 줄씩 설명해 줘.
끝에 변호사용 질문지를 뽑습니다.
이 계약서에서 변호사에게 꼭 확인해야 할 점을 질문 형태로 정리해 줘.
흔한 함정
함정은 45장과 같습니다. 환각 조문입니다. 한 법원 사건에서, 로펌이 제출한 판례의 사건번호가 존재하지 않는 가짜였습니다. 변호사도 못 걸러 냈고, 패소한 의뢰인이 직접 발견했습니다. AI는 사건번호 형식에 맞춘 그럴듯한 가짜를 만듭니다. 조문과 판례는 반드시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대조하십시오.
쉽게 풀었다고 맞는 풀이도 아닙니다. AI가 매끄럽게 설명해도, 그 조항이 법적으로 유효한지는 별개입니다. 예컨대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선을 넘는 특약은, 적어 놨어도 효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자문이 아닙니다. 쉬운 풀이는 출발점입니다. 서명할지, 소송할지 같은 개인 맞춤 결정은 사람 변호사의 몫입니다. AI의 풀이를 결론으로 믿지 말고, 출발점으로 쓰십시오.
오늘 해 볼 것
가까이 있는 약관이나 계약서 한 장을 골라 AI에 붙여넣고 법을 모르는 사람도 알아듣게 쉬운 말로 풀어 줘, 어려운 용어는 괄호로 뜻을 달아 줘라고 하십시오. 끝에 나에게 불리한 조항과 변호사에게 물어볼 질문을 따로 뽑아 보십시오. 풀이를 결론으로 믿지 말고, 출발점으로 쓰십시오.
세계 59위: 벌금·과태료 이의
영문 원본: Disputing a fine
응급환자를 병원에 내려 주느라 2분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주정차 과태료 사전통지서가 날아옵니다. 억울합니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데, 의견진술서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릅니다. 억울하다만 반복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 AI에 사실관계를 주면, 행정 문서의 골격을 잡아 줍니다.
벌금·과태료 이의가 세계 59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부당하다고 느끼는 과태료나 범칙금에 맞서, 관청이나 법원에 낼 글을 AI로 쓰는 일입니다. 주정차 과태료 의견진술서, 이의신청서의 초안을 AI가 잡습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할 게 있습니다. 법 해석을 AI에게 맡기는 일이 아닙니다. 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행정 문서의 형식을 갖추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사실은 내가 주고, AI는 정리와 형식만 맡깁니다.
"주정차 과태료 사전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날짜·장소·시간, 응급환자 수송으로 2분 정차, 택시 영수증과 진료 기록 보유.) 관할 구청에 낼 의견진술서 초안을 써 주세요. 사정을 시간순으로 적고, 첨부할 증빙을 항목으로 정리해 주세요. 조문 번호는 제가 직접 확인할 테니, 지어내지 말고 비워 두세요."
표현만 다듬게 하고, 내용은 건드리지 못하게 합니다.
아래 이의신청 내용을 관청에 내기 좋은 차분한 문어체로 고쳐 주세요. 감정 표현은 줄이되, 내용은 더하거나 빼지 말고 표현만 다듬으세요.
흔한 함정
법률 정보가 부정확합니다. AI는 없는 조문과 판례를 그럴듯하게 지어냅니다. 그래서 AI가 든 조문과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기한을 놓치면 모두 무효입니다. 과태료 이의제기는 통지받은 날부터 60일 이내, 범칙금 통고처분은 보통 10일 이내 납부입니다. 초안을 다듬는 사이 기한이 지나면 헛일입니다. 기한 계산은 AI에게 맡기지 말고, 사람이 달력에 적으십시오.
형식 요건도 있습니다. 의견진술은 정해진 사유에 증빙을 붙여야 받아들여집니다. 돈이 없다, 몰랐다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범칙금과 과태료는 불복 경로가 다릅니다. 둘을 섞으면 엉뚱한 절차를 밟게 됩니다. 내 통지서가 어느 쪽인지부터 정확히 가리십시오.
오늘 해 볼 것
받은 과태료나 범칙금 통지서를 꺼내, 통지일과 기한을 먼저 달력에 적으십시오. 그다음 AI에게 사실관계만 주고 의견진술서 초안을 받아 보십시오. AI가 든 조문이 있으면,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실재하는지 한 건이라도 직접 확인하십시오.
세계 94위: 민원·항의 넣기
영문 원본: Making a complaint
환불을 요구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분이 나서, 글이 자꾸 길고 두서없어집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로 시작해 한참을 쏟아붓고 보니, 정작 무엇을 해 달라는지가 안 보입니다. 이럴 때 AI에 사실만 적어 주면, 화를 걷어내고 사실과 근거와 요구만 또렷하게 추려 줍니다.
민원·항의 넣기가 세계 94위입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 쓰임새는 환불·교환 요구, 행정 민원, 서비스 불만 항의처럼 누군가에게 따지는 글을 AI로 쓰는 일입니다. 화를 빼고 사실·근거·요구만 또렷하게 추려, 받는 쪽이 한 번에 처리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59위 벌금 이의나 56위 공식 서신과 달리, 여기는 소비자 환불, 국민신문고 민원, 서비스 불만에 초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나
역할과 상황과 요구와 어조, 네 칸을 채웁니다.
너는 소비자 권리에 밝은 상담가야. 업체명·주문번호·날짜·무슨 일을 줄 테니, 내가 원하는 결과는 전액 환불이야.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써 줘.
무엇을 해 달라는지를 끝에 못 박습니다. 잘못만 적고 요구를 빠뜨리는 글이 흔합니다.
마지막에 7일 안에 전액 환불을 요청하는 한 문장으로 끝내 줘.
첫 초안을 그대로 보내지 않습니다.
군더더기 빼고 더 간결하게. 끝에 내 이름과 연락처를 넣어 줘.
흔한 함정
욕설이나 협박, 인신공격은 요구를 묻어 버립니다. 공무원을 향한 악성 민원은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AI가 썼어도, 보내는 책임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허위나 과장도 위험합니다. AI가 부풀린 피해 액수나 없던 사실을 그대로 두면, 증거 앞에서 요구 전체의 신뢰가 깨집니다. 영수증과 주문번호로 받쳐지는 사실만 남기십시오.
그리고 법적 효력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내용증명은 언제 무엇을 보냈는지를 우체국이 증명할 뿐, 내용이 옳다거나 이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AI는 법률 용어를 헛짚기도 합니다. 쟁점이 날카로운 글은 전문가 검토를 받으십시오.
오늘 해 볼 것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고 싶은 일 하나를 골라, 업체명·날짜·주문번호·무슨 일·원하는 결과를 한 줄씩 적어 AI에 넣으십시오. 감정 표현은 빼고 사실과 요구만 남겨 달라고 한 뒤, 7일 안에 처리를 요청하는 문장으로 끝내 줘로 마무리해 초안을 받으십시오.
책을 닫으며
백 가지 쓰임새를 여기까지 함께 지나왔습니다. 1위 치료부터 100위 웹 카피까지, 사람들은 AI로 마음을 털어놓고, 고장을 고치고,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떠난 이를 그리워했습니다. 쓰임은 저마다 달랐지만, 백 장을 관통한 한 가지는 같았습니다.
AI는 거울입니다. 내 마음을, 내 문제를, 내 문장을, 내 선택지를 비춰 줍니다. 잘 쓰면 더 또렷이 보이고, 생각이 날카로워집니다. 그러나 거울에게 결정을 떠넘기는 순간, 거울은 요정이 되고, 나는 내 삶의 운전대를 놓칩니다. 비추는 데까지가 AI의 몫이고, 그 앞에 설 사람은 당신입니다.
카피 한 단락 안에 들어갈 진짜 경험, 직접 써 보고 겪은 한 장면은 당신만 가지고 있습니다. 백 가지 쓰임새의 마지막에 남는 말은 이 한 줄입니다. 떠넘기지 말고, 거울로 쓰십시오.
에필로그
지난봄, 한 분이 제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손에는 출력물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AI에게 물어 받은 답이었습니다. 글은 매끄러웠고,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그분은 그 종이를 근거로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그 답이 우리 법의 한 조항을 옆 나라 제도와 뒤섞어 놓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문장은 그럴듯했지만, 결론은 틀렸습니다. 그대로 따랐다면 그분은 받을 수 있는 돈을 포기할 뻔했습니다.
저는 그 종이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그 도구는 그분이 밤늦게 혼자 끙끙대던 질문을 들어 준 첫 상대였으니까요. 다만 들어 주는 일과 판단해 주는 일은 다릅니다. 그 경계를 일러 드리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이 책의 여덟 갈래, 서른다섯 장을 지나오는 동안 우리는 같은 사실을 여러 얼굴로 만났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기록 속에서 길어 올린 100가지 쓰임은, 결국 화면 앞에 앉은 사람들의 삶이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려고, 아픈 몸을 살피려고, 무언가를 배우려고, 생각을 정돈하려고, 글을 쓰려고, 돈을 벌고 지키려고, 살림을 꾸리고 잠시 놀려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AI를 곁에 두었습니다. 우리가 본 것은 기술의 목록이 아니라 생활의 목록이었습니다.
이쯤 오면 한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도구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우거나, 위험하다고 밀어내거나. 저는 그 둘 사이에 서 있기를 권합니다. AI는 분명 힘이 셉니다. 막막한 새벽에 말을 받아 주고, 엄두가 안 나던 일의 첫 줄을 대신 떼어 줍니다. 그러면서 AI는 자주 틀리고, 틀릴 때조차 당당합니다. 그 힘과 그 위험은 같은 물건의 양면입니다. 떼어 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이 마지막에 남아야 합니다. 진단서 앞에서는 의사를, 계약서 앞에서는 변호사를, 통장 앞에서는 자신의 셈과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십시오. 누군가를 떠나보낸 슬픔이나 몸과 마음의 내밀한 자리에서는, 기계의 매끄러운 위로보다 곁에 있는 사람의 서툰 손이 더 멀리 갑니다. AI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은 괜찮습니다. AI에게서 끝내지만 않으면 됩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새벽 한 시, 불 꺼진 부엌에서 화면에 마음을 적던 사람. 저는 그 사람이 기계에게 답을 다 맡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화면에 먼저 적어 보고, 한 호흡 고른 뒤, 끝에는 전화기를 들어 진짜 사람의 번호를 누르기를 바랍니다. 도구는 문 앞까지 데려다줄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몫입니다. 이 책이 그 문을 찾는 데 곁에서 거들었다면, 그것으로 됐습니다.
김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