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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8장 세 번째 도전, 그리고 총리
유리 천장을 넘어서
제4부 도전 — 세 번의 총재 선거
18장 세 번째 도전, 그리고 총리
김경진
2025년 10월 4일, 도쿄 자민당 본부 강당.
결선 투표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185표. 고이즈미 신지로, 156표.
29표 차이였습니다.
강당 안의 분위기는 1년 전 같은 장소에서의 그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울음을 터뜨리는 지지자들이 있었습니다. 박수 소리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단상 위에 선 다카이치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 눈에, 이번에는 눈물을 감출 이유가 없었습니다.
자민당 창당 70년. 처음으로 여성 총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 번의 도전. 세 번째에 마침내 이뤄졌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2024년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가 총재가 됐고, 총리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시바 내각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출범 한 달 만에 치른 2024년 10월 총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여당이 과반수를 잃었습니다. 소수 여당 상태가 됐습니다.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예산안을 압박했고, 주요 법안마다 조율이 필요했습니다.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출발부터 낮았습니다.
2025년 내내 자민당 안에서는 "이시바 이후"를 논하는 목소리가 흘렀습니다. 여름 참의원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그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2025년 9월, 이시바 총리는 퇴진을 결의했습니다.
다시 총재 자리가 비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에게 세 번째 기회가 왔습니다.
2025년 자민당 총재 선거의 구도는 2024년과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5명이 출마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9명이 뒤엉켰던 2024년과 비교하면, 훨씬 정돈된 구도였습니다. 그만큼 승부는 더 선명했습니다.
다카이치와 고이즈미의 양강 구도. 사실상 두 사람의 대결이었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2024년 총재 선거에서 1차 투표 3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일반 여론에서의 인기는 여전히 압도적이었습니다. 44세의 젊음,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라는 상징성, 환경 분야 등 현대적 이슈에 대한 감각 있는 발언이 무당파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었습니다.
다카이치는 다른 방향으로 싸웠습니다. 여론이 아닌 의원들을 겨냥했습니다. 2024년의 패인이 의원표였습니다. 그 약점을 메워야 했습니다.
1년 동안 그녀가 한 일이 있었습니다. 각외에서 이시바 내각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의원들과의 신뢰를 쌓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파벌이 해산된 이후 새로운 의원 네트워크를 직접 만들어갔습니다. 강경 보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내각을 구성하고 국회를 운영할 수 있는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시바 내각의 실패가 역설적으로 다카이치의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이시바도 해봤지만 안 됐다. 이번엔 다카이치다"라는 분위기가 당내에 퍼졌습니다.
2025년 10월 4일,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여론 조사에서 앞서 있던 고이즈미가 당원표를 중심으로 1차 투표를 이끌었습니다. 다카이치는 의원표에서 우위를 가져갔습니다. 두 사람 중 과반수 획득자는 없었습니다.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결선 투표에서 의원들이 움직였습니다.
결과는 이미 말했습니다. 다카이치 185표, 고이즈미 156표. 29표 차이.
2024년에 "다카이치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로 이시바에게 쏠렸던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번에는 다카이치를 선택했습니다. 이시바 내각의 1년이 그들의 판단을 바꿨습니다. 소수 여당 운영의 한계, 낮은 지지율, 정책 추진의 어려움. "이시바도 해봤는데 안 된다면, 차라리 다카이치가 낫다"는 현실적 판단이 의원 사이에 확산됐습니다.
또 한 가지. 고이즈미 신지로의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여론 인기는 높지만, 정책의 깊이와 의정 경험이 의원들의 신뢰를 온전히 확보하기 어려웠습니다. 자민당 의원들은 표를 행사할 때 감각적 인기보다 실행력에 무게를 뒀습니다.
자민당 창당 70년 만의 첫 여성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가 제29대 자민당 총재가 됐습니다.
총재 선거 직후부터 시간이 빠르게 흘렀습니다.
2025년 10월 15일, 임시국회가 소집됐습니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 중의원이 다카이치 사나에를 총리로 지명했습니다. 참의원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양원 불일치의 경우 중의원의 의결이 우선하는 헌법 규정에 따라, 결과는 확정됐습니다.
2025년 10월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제104대 내각총리대신.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였습니다.
내각제도가 시작된 1885년 이래 140년. 일본의 총리 자리에 여성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서양 주요국들에 비하면 늦었습니다. 영국은 1979년에 마거릿 대처가, 독일은 2005년에 앙겔라 메르켈이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동아시아 주요국 중에서도 여성 정부 수반은 드물었습니다. 그 역사적 전환이 도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역사의 페이지가 바뀌었습니다.
그날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단상에 섰습니다. 감색 정장. 뒤로 넘긴 단발. 평소와 다름없이 목소리는 차분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헌법 개정. 경제 정책. 여성 총리로서의 상징성.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이 자리에 선 소감이 어떠냐고.
다카이치는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대답했습니다. "두 번의 패배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20년이 넘는 세월이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기자가 물었습니다. 여성 총리로서 일본 사회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도전하고, 그 도전이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 가장 큰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그 증거가 되겠습니다."
초대 내각 구성이 발표됐습니다.
다카이치 내각의 각료 선정은 여러 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총재 선거에서 함께 겨룬 모테기 도시미쓰,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를 중요 포스트에 배치했습니다. 경쟁자를 품는 것은 자민당의 오랜 전통이기도 했습니다. 초입각 의원이 10명이었습니다. 경제안전보장 분야에는 다카이치가 직접 강한 관심을 갖고 전문가를 기용했습니다.
여성 각료는 2명에 그쳤습니다. 일본의 첫 여성 총리가 여성 각료를 충분히 기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다카이치는 "자리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실력 있는 사람이 적합한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성별 할당보다 능력주의를 앞세우는 입장은 페미니즘 진영에서의 비판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다카이치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노선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총리가 된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총리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연립 파트너로는 일본유신의회(日本維新の会)를 선택했습니다. 공명당과의 오랜 연립을 깨고 새로운 틀을 짰습니다. 유신회와의 연립은 헌법 개정 발의를 위한 중의원 3분의 2 확보라는 숨겨진 목표와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유신회가 헌법 개정에 비교적 우호적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10월 24일, 다카이치 총리는 소신표명 연설을 국회에서 발표했습니다.
연설에서 세 가지를 강하게 내세웠습니다.
"강한 경제." "강한 국방." "헌법 개정."
특히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임기 중에 발의한다"는 구체적 의지를 밝혔습니다.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조항 신설. 자민당의 오랜 숙원을 자신의 손으로 이루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키워드로 내세웠습니다. 무분별한 재정 확장이 아니라, 성장으로 이어지는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본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외교 분야에서는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의존이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십을 추구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2025년 11월, 다카이치 내각은 처음으로 외교 위기를 맞았습니다.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했습니다. "대만 유사시(台湾有事)가 발생한다면, 중국이 전함을 동원해 무력을 행사하는 경우, 이는 어떻게 보더라도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강도 높은 표현으로 일본을 비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조치까지 취했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가 오히려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을 높였습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 "총리가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과잉 대응해 오히려 다카이치를 도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외교 위기가 내부 결속의 계기로 전환된 것이었습니다. 다카이치라는 정치인의 본질이 이 위기 속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압박에 물러서지 않는 것. 말한 것을 거두지 않는 것. 그 일관성이 지지층에게는 강점으로 읽혔습니다.
2026년 1월 19일, 다카이치 총리는 해산을 선언했습니다.
총재 취임 3개월 만이었습니다. "미래 투자 해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高市早苗가 총리로서 옳은지 아닌지를 국민에게 결정해 달라"고 직접 말했습니다. 1월 27일 공시, 2월 8일 투개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민당 316석. 역사적 대승이었습니다. 일본유신의회를 합하면 352석. 중의원 전 의석 465석 중 75% 이상을 여당이 차지했습니다.
중도 야권은 무너졌습니다.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단일화에도 실패하고, 대안 제시에도 실패했습니다. 야당 대표들이 잇따라 사임을 표명했습니다.
왜 이렇게 압승했을까요.
세 가지 요인이 겹쳤습니다.
첫째, "첫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이 무당파와 여성 유권자들을 끌어당겼습니다. 역대 자민당 총리 중 이만큼 새로운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 없었습니다. 신선함이 투표장을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둘째, 야당의 실패였습니다. 자민당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내부 갈등에 시달렸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선택지가 좁아 보였습니다.
셋째, 경제 상황이 도왔습니다. 사나에노믹스의 초기 효과가 선거 직전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임금 상승세가 이어졌고, 주식시장은 안정적이었습니다. 적극 재정의 온기가 지역 경제에 전달되기 시작했습니다.
3분의 2 이상의 의석. 야당이 참의원에서 법안을 부결시켜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헌법 개정 발의도 가능한 의석수가 갖춰졌습니다.
총선 대승 후, 다카이치 총리는 제2차 내각을 발족시켰습니다. 정권 기반이 굳어졌습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 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 번째 패배에서 경제안보를 익혔고, 두 번째 패배에서 의원들의 신뢰를 얻는 법을 배웠습니다. 세 번째에 이긴 것은 그 학습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카이치의 첫 도전은 2021년이었습니다. 그때 그녀가 당원들 앞에 서서 "일본의 첫 여성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웃었습니다.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습니다. 자민당에서, 보수 정당에서, 여성이 총리가 되는 것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꿈이 4년 후에 현실이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잃은 것도 있습니다. 두 번의 패배가 주는 좌절감. 경쟁자들과의 당내 갈등. 자신의 신념이 정치적 장벽이 되는 경험.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치사에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제104대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시작한 정권이었습니다.
이제 처음이 아닌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참고 자료 - 자민당 공식 사이트 — 다카이치 사나에 신총재 선출: https://www.jimin.jp/news/information/211511.html - 日本経済新聞 — 자민당 신총재에 다카이치 씨, 결선에서 고이즈미 씨를 제압: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231WX0T20C25A9000000/ - 時事ドットコム — 자민당 신총재에 다카이치 씨: https://www.jiji.com/jc/article?k=2025100400343&g=pol - 首相官邸 — 다카이치 내각총리대신 취임 기자회견: https://www.kantei.go.jp/jp/104/statement/2025/1021kaiken.html - 自由民主党 — 다카이치 제104대 총리 선출: https://www.jimin.jp/news/information/211635.html - 時事ドットコム — 자민당 압승 316석 이상: https://www.jiji.com/jc/article?k=2026020900010&g=pol - nippon.com — 2026년 중의원 선거 자민당 역사적 대승: https://www.nippon.com/ja/japan-data/h02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