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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23장 대미 외교 — 트럼프 시대의 동맹
유리 천장을 넘어서
제5부 권력 —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23장 대미 외교 — 트럼프 시대의 동맹
김경진
2026년 3월 19일 저녁, 워싱턴 D.C.
백악관 연회장에 테이블보가 깔렸습니다. 은촛대가 빛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최하는 만찬이었습니다. 손님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였습니다. 낮에 나눈 정상회담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저녁이었습니다.
트럼프가 건배를 제의하며 말했습니다. 만찬장 분위기를 전한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는 "최고의 상棒(상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다카이치도 답했습니다. "강한 일본과 강한 미국, 풍요로운 일본과 풍요로운 미국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최강의 버디(最強の相棒)입니다."
취재진의 플래시가 터졌습니다. 이 장면은 그날 밤 일본 전역에 방영됐습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복잡한 계산이 있었습니다. 관세 문제가 있었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있었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이라는 지뢰밭이 있었습니다. 다카이치는 웃으면서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카이치가 미국을 처음 경험한 것은 1987년이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経塾)의 지원으로 미국 워싱턴에 건너갔습니다. 미국 연방의회 민주당 하원의원 패트리샤 슈로더(Patricia Schroeder)의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슈로더는 미국 정치에서 여성 권리를 위해 싸운 것으로 유명한 의원이었습니다. 다카이치는 그 사무실에서 입법 조사 업무를 도왔습니다.
나중에 이 경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생겼습니다. 다카이치가 자신의 첫 저서 표지에 "미국 연방의회 입법조사관(立法調查官)"이라고 표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마쓰시타 정경숙이 비용을 댄 연구원 신분으로 의원실에서 인턴 성격의 업무를 한 것이었지, 미국 연방 공무원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미국 시민권자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표기가 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논란과 별개로, 워싱턴에서의 경험 자체는 다카이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그녀는 미국 의회를 주제로 책을 썼습니다. 제목은 "미국의 대의원들(アメリカの代議士たち) — 미국 연방의회의 민낯"이었습니다. 의회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관찰이었습니다. 법률이 만들어지는 현장. 이익 집단의 로비. 의원과 보좌관의 관계. 이 모든 것을 20대의 눈으로 직접 보고 쓴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이 다카이치의 미일 관계관을 형성했습니다. 미국을 추상적인 동맹국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의회의 복도를 직접 걷고 의원들의 말투와 논리를 귀로 들은 경험. 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미국관은 다릅니다.
2025년 10월 21일 총리 취임 후 이틀이 지났을 때, 다카이치가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대는 트럼프였습니다. 취임 후 첫 외국 정상과의 통화. 미일 동맹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 2026년 3월 19일 워싱턴에서 공식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회담의 핵심 성과는 숫자로 표현됐습니다. 5,500억 달러. 약 87조 원.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규모였습니다. 아베 신조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골프 외교로 쌓은 관계, 그리고 트럼프가 요구하는 "공정한 거래"의 논리를 결합한 숫자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 건설. GE베르노바와 히타치가 합작해 테네시 주와 앨라배마 주에 짓는 원전. 최대 400억 달러 규모. 여기에 펜실베이니아 주 천연가스 발전시설 건설. 최대 170억 달러 규모. 희토류 공동 개발. 남조류 해역의 희귀 광물 자원 탐사. 이 모든 것이 한 번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됐습니다.
트럼프는 "매우 공정한 거래"라고 했습니다. 다카이치는 "최강의 상봉"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만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그러나 회담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있었습니다.
관세 문제였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부과한 자동차 관세, 철강 관세, 반도체 관세. 이것들이 일본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다카이치는 총재 선거 때부터 이 문제에 강경했습니다. 야당 시절 이시바 내각의 관세 협상 대응을 비판하면서 "지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막상 총리가 되고 나서도 쉽지 않았습니다.
정상회담에서 관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트럼프는 특정 분야에서 유연성을 보였지만, 자동차에 대해서는 단호했습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짓거나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관세 압박을 피하려 했습니다. 본질적인 해결이 아니라 우회로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더 민감했습니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갈등 속에서 동맹국들에게 기여를 요청했습니다. 일본도 요청 대상이었습니다. 다카이치는 정상회담 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의 법률 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할 수 없다는 말을 최대한 외교적으로 포장한 것이었습니다.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이해한다고 했지만, 만족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트럼프 외교의 어려움입니다. 트럼프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어제 동맹이었다가 오늘 관세를 부과합니다. 어제 비판했다가 오늘 최고라고 칭찬합니다. 그 변덕 속에서 안정적인 동맹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방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도 자국 이익을 지켜야 합니다. 일본은 그 줄타기를 아베 시절부터 해왔습니다.
아베 신조와 트럼프. 두 사람의 관계는 개인적 친분으로 유명했습니다. 골프. 선물. 호칭. 아베는 트럼프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허영심을 자극하되 실리는 챙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본 언론은 그것을 "아베의 트럼프 외교"라고 불렀습니다.
다카이치가 아베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한다는 것은 이 외교 방식도 계승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다카이치가 미국을 방문하기 전,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조언했습니다. "아베처럼 품에 뛰어들어라. 칭찬하라. 측근에게는 경의와 배려를." 아베의 공식을 따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카이치는 그 조언을 어느 정도 따랐습니다.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트럼프뿐"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발언은 일본 국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너무 저자세 아니냐는 비판이었습니다. 다카이치 측은 "맥락을 보라"고 했지만, 발언 자체는 국제 언론에 그대로 퍼졌습니다.
블룸버그는 다카이치의 워싱턴 방문 직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다카이치가 호르무즈 대응 문제로 상황이 급변한 가운데 트럼프 방문에 나선다." 당초 순조롭게 준비되던 방문이 이란 문제로 복잡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교는 언제나 변수와 함께합니다.
다카이치의 대미 외교를 평가하는 시각은 나뉩니다.
긍정적인 시각: 5,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는 일미 경제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단순한 안보 동맹에서 경제 공동 번영의 파트너 관계로 격상한 것입니다. 트럼프가 "공정한 거래"라고 한 것은 미국이 일본을 진지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신호입니다.
비판적인 시각: 5,500억 달러 투자는 사실상 관세 압박에 굴복한 것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자국에 투자할 돈을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일본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최강의 상봉"이라는 표현도 지나치게 저자세입니다.
두 시각 모두 일부는 맞습니다. 외교에는 원칙만으로 안 되는 현실이 있습니다. 미일 동맹은 일본 안보의 근간입니다. 그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합니다. 문제는 어디까지 들어주느냐의 선입니다.
다카이치는 그 선을 어디에 그었는가. 호르무즈에서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라는 선을 지켰습니다. 관세에서는 투자로 대응했습니다. 이것이 최선의 선이었는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미일 동맹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트럼프는 언제까지 대통령인가.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입니다. 트럼프 2기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입니다. 그 이후는 알 수 없습니다.
다카이치의 임기도 변수입니다.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를 거쳐야 합니다. 경제 성과, 국내 정치, 외교 성과. 모든 것이 임기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미일 동맹은 어느 한 정치 지도자의 개인적 관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아베와 트럼프의 골프 외교가 훌륭했지만, 그것이 구조적 동맹 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제도, 조약, 군사 협력의 틀. 이것이 개인적 친분이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동맹의 기반입니다.
2026년 3월 19일 밤, 백악관 만찬장의 촛불이 꺼졌습니다. 다카이치는 워싱턴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가져온 것은 5,500억 달러 합의서와 "최강의 상봉"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것이 진짜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사진 속 장면으로 끝날 것인지.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일 관계는 다카이치에게 이념이 아니라 현실이었습니다. 1986년 워싱턴에서 직접 경험한 미국 의회는 추상적인 "동맹국"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사람들이 일하고 논쟁하고 타협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만든 대미관은 단순한 친미주의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을 알고, 미국과 협상하는 방법을 아는 것. 그것이 다카이치가 트럼프 시대의 미일 관계를 항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참고 자료
- 日米首脳会談実施 投資プロジェクトを発表 (ジェトロ): https://www.jetro.go.jp/biznews/2026/03/ab62054548af3a25.html - 高市首相「最強の相棒」トランプ大統領主催夕食会 (日経):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200S20Q6A320C2000000/ - 日米首脳会談及び夕食会 (外務省): https://www.mofa.go.jp/mofaj/na/na1/us/pageit_000001_00014.html - 高市首相が訪米へ、トランプ氏への対応で苦慮 (Bloomberg): https://www.bloomberg.com/jp/news/articles/2026-03-18/TBTQUGKJH6V400 - 高市総理の政治家の原点 アメリカで仕えた大物女性議員 (ANN): https://news.yahoo.co.jp/articles/088632c128a9d8ec0d30a1752705e1df50e397e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