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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26장 방송과 권력 — 전파 정지 발언이 남긴 것
유리 천장을 넘어서
제8부 권력의 그늘
26장 방송과 권력 — 전파 정지 발언이 남긴 것
김경진
2016년 2월 8일 오전, 일본 국회 예산위원회 회의실. 야당 의원 한 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총무대신 다카이치 사나에에게 물었다. "헌법 9조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을 텔레비전이 반복 방송할 경우, 전파 정지 처분이 가능합니까?"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다카이치는 자리에서 천천히 답했다.
"방송국이 정치적 공평성을 반복해서 위반하고, 행정 지도를 해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회의실 안 여러 사람이 눈을 마주쳤다. 이 발언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직감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본의 모든 신문이 이 발언을 1면에서 다뤘다. 방송사 노동조합 단체인 민방노련(民放労連)이 항의 성명을 냈다. 도쿄변호사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공산당은 "강권적 체질의 표출"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4퍼센트가 이 발언이 보도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어느 정도 위협한다"고 답했다.
다카이치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법률의 해석을 설명한 것뿐이라고 했다. 방송법 4조는 방송사가 지켜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방송법 174조는 그 위반에 대한 전파 정지 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그 조항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물었기에, 법 조문에 기반해 답했다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논쟁의 핵심이 아니었다.
방송법 4조는 1950년 제정됐다. 조항의 내용은 네 가지다. 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해치지 않을 것, 정치적으로 공평할 것, 사실을 왜곡하지 않을 것, 의견이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명확히 할 것.
표면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조항들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둘러싼 법적 해석은 70년 넘게 논쟁 중이다.
헌법학자들과 언론법 전문가들의 다수 견해는 이렇다. 방송법 4조의 정치적 공평성 규정은 방송사들이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윤리 강령이다. 정부가 이 조항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전파 정지라는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해석한다면, 정부가 방송 내용을 검열하는 도구가 된다.
이에 맞서는 해석이 있다.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는 일반 잡지나 신문과 다르다. 전파는 면허가 필요하고, 면허를 관리하는 것은 정부다. 면허에 따르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 원리다.
두 해석 사이의 선은 명확하지 않다. 판례도 없다. 사법부가 최종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
다카이치가 한 것은, 이 회색 지대에서 정부에게 유리한 해석을 공언한 것이었다. 총무대신의 입에서 나온 "전파 정지가 가능하다"는 말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실질적 효과는 있다. 방송사들이 그 말을 들을 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간단하다. 이 대신이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
"다카이치 공포증(高市恐怖症)"이라는 말이 방송 업계에서 생겨난 것은 그 이후였다.
일본 방송 현장의 기자들과 프로듀서들이 이 말을 쓴다. 공식적인 지시가 없어도, 다카이치 총무대신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보도를 스스로 자제하는 현상. 그것이 공포증이다. 의사(醫師)들이 진단하는 공포증처럼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합리적 계산에서 나온 자기 제한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일본의 저명한 텔레비전 뉴스 진행자 세 명이 거의 동시에 하차했다. NHK의 시마다 도시아키(島田敏明), 테레비아사히의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 TBS의 기시이 시게아키(岸井成格)가 각각 자리를 떠났다. 이들은 모두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알려진 인물들이었다.
우연이었을까. 방송사들은 각자의 이유를 내세웠다. 계약 만료, 시청률, 개인 의사. 그러나 비판적 언론인들이 동시에 사라진 것에 대해, 언론 단체들과 연구자들은 의구심을 표했다. 방송법 발언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이것이 인과관계인지 상관관계인지는 증명할 수 없다. 자기검열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만들어지지 않은 보도,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논평, 처음부터 기획되지 않은 특집. 이런 것들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하지만 국경없는기자단(RSF, Reporters Without Borders)의 세계 언론 자유 지수는 기록으로 남는다.
2016년, 일본은 72위로 급락했다. 전년도 61위에서 11계단 하락한 것이다. RSF는 보고서에서 "정치적 압력과 기업의 이해관계, 성별 불평등이 언론인들이 감시자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는 것을 종종 방해한다"고 썼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이 주류 언론사 경영진에게 "일상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며, 이것이 "민감한 주제에 대한 강한 자기검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2024년에 일본은 70위, 2025년에는 66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조금 올랐지만, G7 국가 중 꼴찌라는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G7 중 미국(55위), 프랑스(21위), 독일(10위), 영국(24위), 캐나다(19위), 이탈리아(46위)가 모두 앞선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선진국들의 모임에서, 일본만 언론 자유에서 뒤처진다. 왜인가.
NHK는 일본의 공영방송이다. 수신료로 운영되지만, 경영위원회 위원은 내각이 임명한다. 이 구조가 독립성에 의문을 만든다. 어느 나라의 공영방송이든 정부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그 관계가 유독 긴밀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방들의 상황은 다르다. 광고로 운영되는 민간방송사들이 왜 정부의 눈치를 보는가. 이유는 허가증에 있다. 방송국을 운영하려면 전파 사용 허가가 필요하고, 그 허가는 5년마다 갱신된다. 갱신을 결정하는 것이 총무성이다. 총무대신이 "전파 정지가 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방송사 경영진들이 생각한 것은 허가 갱신이었을 것이다.
이 구조는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방송 허가제를 운영한다. 그러나 허가 갱신 과정의 투명성, 독립적인 심사 기관의 존재, 정치적 개입을 막는 법적 장치의 강도에서 차이가 생긴다.
한국과 비교하면 흥미롭다. 한국에서도 방송법과 언론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뜨거운 주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압박. 이런 문제들은 한국에서도 반복된다. 어느 정부가 집권하든 방송을 통제하려는 유혹은 있다. 그 유혹에 맞서는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강한가가 민주주의의 질을 가른다.
일본과 한국 모두, 이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하는 곳이다.
2025년 10월,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로 취임했다.
"다카이치 공포증"이라는 말이 다시 방송 업계에 돌았다. 9년 전 총무대신의 발언을 한 사람이 이제 총리가 된 것이다. 총무대신보다 훨씬 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 총무대신을 임명하는 자리. 방송 정책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자리.
취임 이후 공식적인 기록에서 방송사에 대한 직접적 압력은 보고되지 않았다. 전파 정지 처분을 실행하거나 암시한 사례도 없었다. 총리 다카이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각 방송사가 취재했다.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억지력이라는 것은 작동 방식이 다르다.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되지 않아도 핵 억지력이 전략적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전파 정지라는 수단이 실제로 사용되지 않아도 그 가능성이 방송사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한번 "가능하다"고 말한 권력자가 그 권력의 정점에 오른 것이다.
국경없는기자단은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일본 언론 환경을 주시했다. 언론 자유 지수에서 일본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방송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민주주의 이론은 명확한 원칙을 세워두었다.
언론은 권력의 감시자(watchdog)이어야 한다. 정부가 잘못을 저지를 때 그것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다. 이 기능이 작동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둘째, 그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방송이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어렵다. 전파를 사용하기 위해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는 구조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쇄 매체나 인터넷 매체는 정부 허가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 방송만이 이 종속성을 원천적으로 가진다.
이 종속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언론 선진국들에서 이루어져 왔다. 독립 규제 기관을 만들어 허가 결정을 행정부로부터 분리하는 것, 방송사 허가 갱신 조건을 명확히 법제화하는 것, 내용 규제보다 구조 규제에 집중하는 것. 이런 제도적 장치들이다.
일본에서 이 장치들이 충분히 작동하는가. 다카이치의 2016년 발언은 그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발언을 한 사람이 총리가 된 2025년에, 질문은 더욱 첨예해졌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문제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방송 장악 논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 언론사 대표 임명 과정의 정치화가 반복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싸움이 벌어진다.
이 싸움은 단순히 권력의 욕심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방송이 선거와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 그것이 권력에게 방송을 통제하고 싶은 동기를 만든다. 그리고 방송사들은 그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된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제도를 바꾸거나, 저항하거나. 제도를 바꾸는 것은 입법을 통해 이루어지고, 저항은 언론인들의 직업적 용기에서 나온다.
일본에서 그 두 가지가 충분히 작동했는가. 다카이치의 2016년 발언에 맞서 항의 성명을 낸 변호사회들, 저항의 목소리를 낸 언론인들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총리가 된 다카이치 사나에 앞에 놓인 시험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9년 전의 발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가운데, 방송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 발언이 위협이 아니라 법적 설명이었다고 주장하려면, 실제로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송사가 두려움 없이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증명이다.
그 증명이 이루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은 아직, 판단을 유보해야 할 시간이다. 다만 2016년의 발언이 있었고, 그것이 방송 현장에 위축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있다. 그리고 그 발언을 한 사람이 총리가 됐다. 이 사실들의 연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참고 자료
- 도쿄변호사회 항의 성명 (2016): https://www.toben.or.jp/message/seimei/post-425.html - 민방노련 항의 성명: https://www.minpororen.jp/?p=293 - RSF 일본 언론 자유 보고서: https://rsf.org/en/country/japan - Japan Times — 일본 G7 최하위 언론 자유 순위 (2025):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5/05/03/japan/japan-press-freedom-ranking/ - East Asia Forum — 일본 언론 자유와 정치: https://eastasiaforum.org/2024/07/16/politics-puppeteers-japans-press-freed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