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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8장 수사 철학
한동훈 이야기
PART 02 강강약약(強强弱弱) 한동훈 · 원문 03
8장 수사 철학
김경진
"세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동훈이 후배 검사들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사건이라도, 핵심은 단순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피의자가 무슨 짓을 했고, 왜 그것이 잘못인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세 줄만 읽으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믿었습니다.
복잡하게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단순하게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핵심을 꿰뚫어야만 비로소 단순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기름기를 빼고 봐도 정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수사의 정당성은 정치적 상황이나 권력의 눈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법 앞에 공정한지,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의 불법을 바로잡는 것인지가 기준이어야 합니다. 한동훈은 이 원칙을 평생 지켰습니다.
한동훈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강강약약(強强弱弱)'.
강한 자에게는 강하게, 약한 자에게는 약하게.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의 불법에는 더욱 엄정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철학이었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그 반대로 삽니다. 강한 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약한 자 앞에서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것이 현실적이라고, 영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훈은 달랐습니다.
2003년, 서른 살의 한동훈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로 발령받았습니다. 그리고 그해, 그는 대한민국 재계 서열 3위의 대기업과 맞섰습니다.
SK그룹 주식 부당거래 사건.
8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이면거래를 지시한 혐의가 포착됐습니다. 재벌비리를 수사한다는 것은 당시에도 지금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언론의 관심, 정치권의 압력, 기업 측 로비. 보이지 않는 손들이 수사를 힘들게 했습니다. 한동훈은 흔들리지 않고 증거를 수집했고, 관련자들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재판 결과유죄가 확정됐습니다.
3년 뒤인 2006년, 한동훈은 또 다른 재벌기업과 마주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이 사건을 맡았던 한동훈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추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관련자들은 구속됐고, 배임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07년에는 공직자가 타깃이 됐습니다.
국세청장 비리 사건.
국가의 세금을 관장하는 최고위 공무원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었습니다. 한동훈은 이 사건 역시 끝까지 추적해 기소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한동훈이 수사한 대상은 특정 정파 세력에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진영 무관,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하게."
이것이 그의 일관된 원칙이었습니다.
2015년, 한동훈은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습니다.
국제 경제 사건.
전 세계에서 담합을 벌인 기업들을 추적하고 처벌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과 국제 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한동훈은 이 사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2015년 '올해의경제검사상'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이 무렵 그가 맡았던 사건 중 하나가, 20년 뒤 대한민국을 구하는 열쇠가 됩니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당시 한동훈은 론스타 대표에게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형사판결은 훗날 6조 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에서 대한민국의 승소를 이끄는 결정적 무기가 됩니다. 그 이야기는 제3부에서 다루겠습니다.
한동훈의 수사 철학을 압축하는 또 하나의 표현이 있습니다.
"악인은 타인을 착취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악인의 정의입니다.
권력을 가졌든, 돈을 가졌든, 그것을 이용해 약한 사람을 짓밟는 자가 악인입니다. 지위가 높든 낮든, 학벌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남을 착취하는 순간, 그는 악인이 됩니다.
한동훈은 그런 악인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권력자들에게는 두려운 이름이었습니다.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는 희망의 이름이었습니다.
재벌이든 대법원이든, 불법을 저질렀다면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평가였습니다. 권력자들에게 그 이름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동훈 자신은 그 별명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특별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칙을 지켰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하게.”
그것이 그가 검사로서 평생 지켜온 원칙이었습니다. 권력이 크면 클수록, 돈이 많으면많을수록, 그들의 불법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그는 믿었습니다. 국정농단 수사가 끝난 뒤, 한동훈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지휘하게 됩니다. 그 수사가 불러온 폭풍은앞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권력에 맞서는 검사. 강자의 불법을 용납하지 않는 검사.
그런 검사는 언제나 권력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길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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