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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3장 1,400만 개미의 편에 서다
한동훈이 대한민국에 남긴 그간의 흔적
3장 1,400만 개미의 편에 서다
금투세 폐지
김경진
1400만 개미의 편에 서다 — 한동훈과 금투세 폐지
1 금투세란 무엇이었나
금융투자소득세. 줄여서 금투세.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벌어들인 소득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세금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처음에는 2023년 시행 예정이었고, 이후 2025년 1월로 미뤄진 상태였습니다.
얼핏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2022년부터 증권거래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고 있었습니다. 즉 금투세를 걷는 대신 거래세를 낮춰주겠다는 교환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금투세 시행이 계속 미뤄지면서, 거래세는 낮아졌는데 금투세는 걷지 않는 '세수 공백'이 생겼습니다. 반대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면, 이미 낮아진 거래세에 더해 투자 소득에까지 세금이 이중으로 물리는 셈이 되어 투자자 이탈이 우려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이 두려워한 것은 시장 위축이었습니다. 한국 증시에서 수익을 내면 세금을 물리고, 해외 증시에 투자하면 기존 양도세 체계 그대로인 상황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1400만 개미투자자들의 공통된 걱정이었습니다.
2 총선 공약에서 당대표 어젠다로
2024년 1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증권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발맞춰 금투세 폐지를 22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공약의 전면에 선 사람이 한동훈이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하던 한동훈은 금투세 폐지를 핵심 민생 공약의 하나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국민의힘이 108석으로 다시금 패배하면서 금투세 폐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175석의 거대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한동훈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7월 23일 국민의힘 당대표로 당선된 뒤,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금투세 폐지 등 민생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3 한동훈의 전략 — 여론전과 현장 압박
108석의 소수 야당 대표가 175석의 거대 여당(민주당)의 당론을 바꾸려면, 국회 안이 아니라 국회 밖에서 싸워야 합니다. 한동훈의 전략은 투자자 여론을 결집시켜 민주당을 포위하는 것이었습니다.
8월 27일, 한동훈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았습니다. 당대표 취임 후 첫 현장 간담회 장소로 증권가를 택한 것입니다. 거래소 이사장, 업계 종사자들과 만나 금투세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금투세 폐지를 넘어 기업 상속세 문제, 배당소득 분리과세까지 언급하며 전선을 넓혔습니다.
"주거격차, 자산격차, 돌봄격차, 교육격차를 줄이자.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으로 자산형성의 사다리를 더 많이,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금투세 폐지에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금투세를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자산 격차 해소'와 '청년 자산형성'의 문제로 프레이밍한 것입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주식으로 자산을 모아가는 청년과 중산층을 지키는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9월 1일, 한동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첫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금투세를 핵심 의제로 올렸습니다. 회담장 밖 국회 정문 앞에서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소속 개미투자자들이 민주당에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10월 4일에는 국회 정문 앞 투자자 집회에 직접 참석해 "민주당이 어차피 입장을 바꿀 텐데, 유예와 폐지는 완전히 다르다. 바꾸는 김에 1400만 투자자가 진짜 원하는 폐지를 선택해달라"고 압박했습니다.
'유예'가 아니라 '폐지'를 요구한 것이 한동훈의 핵심이었습니다. 2년 뒤에 다시 시행한다는 유예는 불확실성을 남깁니다. 투자자들은 2년 뒤에 또 같은 논쟁이 반복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동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폐지'만을 말했습니다.
4 민주당, 당론을 뒤집다
민주당 내부는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론, 금투세를 폐지하면 상위 1%만 혜택을 본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1400만 개미투자자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SNS 계정에는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댓글이 폭주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항의 문자가 쏟아졌습니다.
결정적 변수는 이재명 대표 자신이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 신중론을 펴는 등 입장을 바꾸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행 당론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2024년 11월 4일,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한동훈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늦었지만, 늦었지만 금투세의 완전한 폐지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환영합니다. 결국 이런 민생에는 여야 진영이 없습니다."
'늦었지만'을 두 번 반복한 것이 눈에 띕니다. 자신이 몇 달간 압박해온 결과라는 것을 부드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짚은 것입니다.
5 마지막 고비 — 계엄 정국 속의 표결
민주당이 폐지에 동의한 뒤에도 법안 통과까지는 험난한 길이 남아 있었습니다. 2024년 12월 초, 여야는 예산안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금투세 폐지안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개미투자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대한민국 역적"이라는 항의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12월 3일에는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졌습니다. 정치권이 혼란에 빠진 와중에도 금투세 폐지는 2025년 1월 1일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2024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재석 275명 중 찬성 204명, 반대 33명, 기권 38명으로 의결되었습니다.
찬성 204명. 압도적인 숫자입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입니다. 불과 석 달 전까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민주당의 당론이 완전히 뒤집힌 결과였습니다.
6 한 사람이 바꾼 것
금투세 폐지의 공은 한동훈 한 사람에게만 돌릴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선언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시행 강행은 비겁한 결정"이라며 동조했고, 1400만 개미투자자가 거리로 나왔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흐름의 가운데서 일관되게 '폐지'라는 한 단어만을 말하고, 여론을 조직하고, 현장을 찾고, 야당을 압박하고, 회담 테이블에 의제를 올린 사람은 한동훈이었습니다.
비대위원장 시절 총선 공약으로 씨앗을 뿌렸고, 총선에 졌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당대표가 되자마자 첫 의제로 올렸고, 한국거래소 현장 간담회로 전선을 열었고, 여야 대표 회담에서 정면으로 요구했고, 투자자 집회에 직접 나가 함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108석으로 175석의 당론을 바꾸는 것은 숫자의 논리로는 불가능합니다. 한동훈은 숫자 대신 여론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1400만 투자자의 목소리가 국회 안의 의석수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결국 이런 민생에는 여야 진영이 없습니다."
한동훈이 금투세 폐지 직후 한 말입니다. 이 한 문장이 이 싸움의 본질을 요약합니다. 금투세 폐지는 여당의 승리도, 야당의 패배도 아니었습니다. 진영의 벽을 넘어 1400만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한 것이었습니다. 한동훈은 그 벽을 넘는 데 필요한 망치를 들었던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