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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8장 “저는 다 걸겠습니다”
한동훈이 대한민국에 남긴 그간의 흔적
8장 “저는 다 걸겠습니다”
1 대 180의 투쟁, 한동훈의 국회 시절
김경진
"저는 다 걸겠습니다" — 한동훈, 1 대 180의 싸움에서 이기다
1 청담동, 그리고 한 문장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의혹을 던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이 청담동 술집에서 변호사 30명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채널이 녹취록이라며 음성 파일을 공개했고, 야당은 '제2의 국정농단'이라며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한동훈은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저 자리에 있었거나, 비슷한 자리에 있었거나 근방 1킬로미터 안에 있었으면 저는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든지 다 걸겠습니다."
"다 걸겠습니다." 공직 전체를 걸었습니다. 모호한 해명도, 신중한 유보도 아니었습니다. 거짓이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자신의 존재를 담보로 건 한 문장이었습니다.
이후 사건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첼리스트 본인이 경찰에 출석해 해당 내용이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했습니다. 한동훈은 "파도가 밀려나면 누가 바지 벗고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며, 의혹을 부추긴 야당 의원들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법정에서는 첼리스트가 증인으로 출석해 "태어나서 한 번도 그분들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중요한 것은 한동훈이라는 사람의 싸움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을 판돈으로 올려놓고, 상대방에게도 똑같이 걸라고 요구합니다. 그 자세가 가장 극적으로 발휘된 순간이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이었습니다.
2 첫 번째 시도 — 2023년 2월, 부결
2023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1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었습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1야당의 현직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국회에서 표결하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섰습니다.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 혐의의 골자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부결. 찬성 138표, 반대 138표, 무효 11표, 기권 9표. 찬반 동수에 무효·기권이 합쳐져 과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68석의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부결시킨 것입니다. '방탄 국회'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숫자 앞에서 한동훈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끝입니다. 한 번 부결된 체포동의안을 다시 올리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큽니다. 또 부결되면 검찰의 위신이 무너지고,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 생명도 타격을 입습니다.
한동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3 7개월의 준비, 그리고 두 번째 도전
2023년 9월 18일, 검찰이 이재명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번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불법 송금 의혹, 위증교사 혐의가 추가되었습니다. 한동훈은 7개월 동안 수사팀을 독려하며 증거를 보강한 것입니다.
2023년 9월 21일, 두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이 열렸습니다.
한동훈은 다시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30분간 이재명의 혐의를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의원이고, 이 의원이 빠지면 이미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다."
그리고 이재명 자신이 석 달 전 국회에서 한 약속을 꺼냈습니다. "석 달 전인 지난 6월 19일, 이재명 의원은 바로 이 자리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국민들께 자발적으로 약속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누가 억지로 시킨 약속도 아니었다. 정당한 수사니 뭐니 하는 조건을 달지도 않겠다고 스스로 명시적으로 약속한 것이어서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다.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들께 한 약속을 지킬 때다."
이재명 자신의 말로 이재명을 묶은 것입니다.
4 본회의장의 30분
한동훈이 발언대에 서 있던 30분 동안 야당 의석 쪽에서는 격한 고성과 항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짧게 하자", "이런 식으로 내용을 자꾸 공개하느냐", "뭘 그렇게 자세하게 얘기하냐", "그만 내려와", "멈춰", "한동훈 검사", "여기는 법정이 아니고 국회다." 야당 의원들의 고함이 쉴 새 없이 쏟아졌습니다.
국회의장이 "좀 요약해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서너 차례나 했습니다. 야당은 피의사실 공표라며 발언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한동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을 비롯해서 민주당 의원들께서 이 사안 자체가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국민 앞에서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 임무를 다하겠다."
180석의 거대 야당이 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고성과 야유와 항의 속에서 한 사람이 발언대에 서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1 대 180. 그 구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30분이었습니다.
5 149표 — 1표 차이의 드라마
표결 결과, 재석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 가결이었습니다.
가결 요건은 출석 의원 과반인 148표. 149표는 가결선을 딱 1표 넘긴 숫자였습니다. 2표만 덜 나왔어도 부결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짚어야 합니다. 국민의힘 의석은 111석이었습니다. 친여 무소속과 정의당 등을 다 합쳐도 121석. 149표가 나오려면 민주당에서 최소 28명이 이탈해야 합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 최소 21표의 가결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무소속 포함 시 29명 이탈)
과반 의석을 가진 원내 1당 당수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이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파기와 단식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한동훈이 본회의장에서 30분간 쏟아낸 설명은 — 고성 속에서도 끝까지 이어진 그 설명은 — 민주당 이탈표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2월의 138표에서 9월의 149표로. 7개월 사이에 찬성표가 11표 늘었습니다. 그 11표의 차이가 부결과 가결을 갈랐습니다.
6 그 이후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이재명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체포동의안은 통과시켰지만, 구속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한동훈은 영장 기각 후에도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관련 사안으로 이미 21명이 구속됐다. 무리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영장이 기각되었으므로 실패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68석의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시킨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야당 내부에서 29명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것은, 이재명에 대한 당내 불만이 표결로 드러난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한동훈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확립했습니다. 거대 야당의 벽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사람. 고함 속에서도 발언대를 내려오지 않는 사람. 자기 자신을 걸고 싸우는 사람. "저는 다 걸겠습니다"라는 한 문장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반박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그의 정치적 정체성을 정의하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강한 자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숫자가 불리해도 원칙을 내려놓지 않는다. 한 번 실패하면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다시 도전한다. 1 대 180의 싸움에서 한동훈이 보여준 것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