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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6장 유무인 복합체계(MUM-T): 인간 리더와 AI 파트너
제4부 충성스러운 윙맨의 시대
16장 유무인 복합체계(MUM-T): 인간 리더와 AI 파트너
F-16 바이퍼의 조종석에서 수백 번의 출격을 경험했습니다. 적의 SAM 사이트를 향해 돌진하는 와일드 위즐 임무에서, 내 레이더 경보 수신기는 언제나 미친 듯이 울어댔습니다. 적외선 미사일의 연기가 캐노피 옆을 스쳐 지나갈 때, 내 몸에 쏟아지는 9G의 중력은 폐를 짓누르고 시야를 좁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윙맨이 있다 해도 그 역시 자기 목숨을 지키기에 바빴고, 결국 모든 결정은 내 두 손과 두 눈에 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하늘의 전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유무인 복합체계, 군에서는 MUM-T(Manned-Unmanned Teaming)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단순히 무인기를 유인기 옆에 붙여놓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전투의 본질을 바꾸는 혁명입니다. 한 대의 유인 전투기가 여러 대의 AI 무인기와 팀을 이루어, 마치 늑대 무리가 사냥감을 몰아가듯 적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인간 조종사는 더 이상 단독으로 싸우는 검투사가아닙니다. 그는 하늘 위의 지휘관이 됩니다. 전술을 짜고, 명령을 내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를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미 육군이 처음으로 이 개념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회의적이었습니다. "로봇이 전투기 조종사를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핵심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MUM-T의 요점은 로봇이 인간처럼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로봇이 인간이 하기 싫은 일, 아니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와일드 위즐 임무를 수행할 때, 적의 방공 레이더를 찾아내려면 내가 먼저 적의 레이더에 잡혀야 했습니다. 적이 나를 조준해야 비로소 적의 위치가 드러났고, 그때 나는 대레이더 미사일인 HARM을 쏠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나는 미끼였습니다. "나를 쏴라"라고 외치며 적진으로돌진하는 미친 짓이었고, 매번 출격할 때마다 유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MUM-T 환경에서는 내가 미끼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무인기가 대신 적진으로 들어가 레이더를 켜고 적의 주의를 끕니다. 적이 무인기를 향해 사격 레이더를 켜는 순간, 나는 안전한 거리에서 그 위치를 포착하고 미사일을 날립니다.
이것이 바로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 효과입니다.
2023년 11월, 록히드 마틴의 스컹크웍스가 실제로 이 개념을 시험했습니다. 제트 훈련기 L-39 앨버트로스에 탑승한 조종사가 무인기로 개조한 L-29 델핀 두 대에게 목표물을 지정하고 공격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무인기들은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같은 해 5월에는 보잉이 FA-18 슈퍼 호넷과 MQ-25 스팅레이 드론으로 공중 급유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유인 전투기 조종사가 무인기에게 급유 명령을 내렸고, 드론은 유인기와 속도를 맞추며 안정적으로 연료를 전달했습니다.
2025년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 공군 연구소의 시험에서 F-16C와 F-15E 조종사 각각이 두 대씩의 XQ-58A 발키리 무인기를 동시에 제어하며 공중전 훈련을 수행했습니다. 한 명의 인간 조종사가 네 대의 무인기를 지휘하는 장면은, 과거라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볼 수 있었던 광경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현실입니다.
MUM-T의 핵심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AI 기반의 군집 비행 기술이 있어서 드론들이스스로 대형을 유지하며 비행합니다. 임무 할당 기술이 있어서 각 드론에게 최적의 역할이 자동으로 배분됩니다. 조종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지휘결심지원 기술이 있고,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자동표적식별기술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데이터 링크기술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입니다.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윙맨은, 나와 술잔을 나누고 눈빛을 교환한 전우여야 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기계가 버그를 일으켜 갑자기 내 쪽으로 선회한다면? 적을 쏴야 하는 순간에 멍하니 있다면? 이런 걱정은 MUM-T를 도입하려는 모든 공군에서 나오는 목소리입니다. 2020년 DARPA의 알파 독파이트 대회에서 AI가 베테랑 조종사를 5대 0으로 이겼을 때, 많은 조종사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AI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정면 대결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기계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명 가능한 AI, 즉 XAI(Explainable AI) 기술이 중요합니다.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인간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인간은 그 판단을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내 윙맨이 왜 저기로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 나는 그에게 내 등을 맡길 수 없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MUM-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숙련된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는 수십억 원의 비용과십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AI 파일럿은 복제하면 됩니다. KAI가 개발 중인 KF-21
보라매와 무인기의 연동이 바로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KF-21이 무인기와 팀을 이루는 그날, 한반도의 상공은 훨씬 더 촘촘하게 지켜질 것입니다.
과거 중세 기사들은 혼자서 싸웠습니다. 명예와 용기가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머스킷 총이 등장하면서 기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종사는더 이상 스틱을 붙잡고 적기와 꼬리 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태블릿과 음성 명령으로 수십 대의 무인기를 지휘하는 지휘관이 됩니다. 낭만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살아서 집에 돌아갈 확률은 높아집니다. 나는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