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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29장 고가 소수 vs 저가 다수: 소모성 무인기의 전략적 가치
29장 고가 소수 vs 저가 다수: 소모성 무인기의 전략적 가치
고도 3만 피트, 적의 영공에 진입하는 순간 조종석 안은 긴장으로 가득 찹니다. 레이더 경보 수신기가 날카로운 비프음을 토해내고, 적의 지대공 미사일이 활주로를 떠났다는 신호가 들려옵니다. F-16의 조종간을 쥔 손에 땀이 배어납니다. 그 순간 파일럿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돕니다.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 수천만 달러짜리 기체와 수년간의 훈련을 받은 조종사,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잃는다는 것은 군사적으로 재앙에 가깝습니다.
이라크와 발칸의 하늘을 누비던 시절, 우리는 언제나 숫자에서 열세였습니다. 적의 방공망은빽빽했고, 아군 전투기는 한 대 한 대가 금처럼 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 자체가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전장은 그때와 다릅니다. 적은 더 이상 우리의비싼 전투기 한 대를 격추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수백 발의 값싼 미사일을 쏘아대며, 우리가 경제적으로 파산하기를 기다립니다.
이것이 바로 '비용 교환비'라는 잔인한 수학입니다. F-35 라이트닝 II 한 대의 가격은 1억 달러를 훌쩍 넘습니다. 적이 20억 원짜리 미사일로 이 기체를 격추한다면? 전술적으로는 우리가잘 싸웠을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적이 웃고 있는 셈입니다. 마치 체스에서 폰 하나로 퀸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이 불리한 수학 공식을 뒤집을 카드가 필요했습니다.
그 카드가 바로 '소모성 무인기'입니다. 영어로는 'Attritable UAV'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모성'이라고 해서 휴지처럼 쓰고 버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임무를 완수하고 귀환하는 것이 목표지만, 혹시 격추되더라도 전략적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체스에서 폰을 희생하듯이, 킹이나 퀸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2024년 4월, 미 공군은 협동전투기(CCA)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 참여 업체로 앤듀릴과 제너럴아토믹스를 선정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하는 YFQ-44A 퓨리와 YFQ-42A는 F-35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생산됩니다. 2025년 5월 현재, 이 무인기들은 지상 테스트를 마치고첫 비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 공군은 2029년까지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89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내가 탄 F-35가 적진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내 앞에는 4대의 무인기가 편대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적의 레이더가 켜지는 순간, 나는 무인기 1호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가서 저 레이더를 교란해라." 무인기 2호에게는 "미끼가 되어 적의 미사일을 유인해라"라고 지시합니다.
적의 방공 운용사는 혼란에 빠집니다. 스크린에 갑자기 다섯 개의 표적이 나타났는데, 무엇이진짜 위협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소모하며 가짜 표적을 쫓는 동안, 나는 안전한 후방에서 나머지 무인기에게 타격 명령을 내립니다. 무인기들은 적의 레이더 기지를 향해 돌진하고,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킵니다.
이 전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역사 속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중세전장에서 기사는 값비싼 갑옷을 입고 말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귀족이었고, 한 명을 잃는 것은 영지 하나를 잃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전장의 맨 앞줄에는 싸고 많은 창병들이 서있었습니다. 그들이 적의 화살을 받아내는 동안, 기사는 결정적인 순간에 돌격했습니다. 6세대공중전은 이 원리를 디지털 시대에 되살린 것입니다.
호주의 MQ-28 고스트 배트는 이 개념을 현실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1.7미터 길이에 500 킬로그램의 무장을 탑재하고, F/A-18이나 F-35와 함께 편대 비행을 합니다. 2025년 현재 100 회 이상의 시험비행을 완료했고, 곧 공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에 돌입합니다. 이 무인기는 정찰, 전자전, 직접 전투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터키의 바이락타르 크즐엘마도 주목할 만합니다. 마하 0.9의 속도를 내며, 내부 무장창과 외부하드포인트를 갖췄습니다. 2024년 대량생산에 들어갔고, 위성 통제로 완전 자율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한때 드론 강국은 미국과 이스라엘뿐이었지만, 이제 세계 여러 나라가 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GJ-11 공격형 스텔스 무인기는 J-20 전투기의 윙맨으로활동하며, 미군의 CCA 개념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거대한 제조업 인프라를바탕으로 저가형 무인기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FH-97A는 8발의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하고, 로켓 부스터로 활주로 없이 이륙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장의 지리적 제약을 무너뜨립니다.
대한민국 공군도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KF-21 보라매 복좌형은 후방석 조종사가 무인기 편대를 통제하는 지휘기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2030년대 초반을 목표로, FA-50 경공격기가 다수의 소모성 무인기를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 중입니다. 대한항공이 개발중인 가오리-X 계열의 스텔스 무인기는 한국형 '충성스러운 윙맨'이 될 것입니다.
왜 이것이 중요할까요? 우리는 북한의 밀집된 방공망과 대량의 재래식 전력을 상대해야 합니다. 값비싼 F-35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합니다. 개전 초기, 적의 방
공망을 제압하는 임무는 조종사의 목숨을 건 도박입니다. 하지만 소모성 무인기가 먼저 들어간다면? 우리 조종사들은 훨씬 안전한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은 명확합니다. XQ-58A 발키리를 연간 250대에서 500대 생산하면 대당 가격이 20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집니다. 같은 예산으로 F-35 두 대를 사느냐, 발키리 100대를 사느냐의 선택입니다. F-35 두 대는 동시에 두 지점만 공격할 수 있습니다. 발키리 100대는 50개 지점을동시에 타격하거나, 10개 지점에 각각 10대씩 집중 투입할 수 있습니다.
스웜, 즉 벌떼 전술의 진정한 위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적의 레이더 스크린에 수십 개의 표적이나타날 때, 그들의 방공 체계는 마비됩니다. 어느 것을 먼저 쏴야 할지 결정하는 동안 귀중한시간이 흐릅니다. 그 혼란 속에서 진짜 포식자인 유인 전투기가 결정적인 일격을 가합니다.
미 공군 참모총장 케네스 윌스바흐 장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CCA는 적을 혼란에 빠뜨려 제공권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요. 그리고 2025년 미 공군 보고서는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CCA는 유인 전투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요. 5세대 전투기와 짝을 이뤄미래의 고강도 전장을 지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요.
조종사로서 솔직히 말하자면, 내 윙맨이 인간이 아닌 기계라는 사실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냉혹한 전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적의 미사일은 날로 정교해지고, 우리의파일럿과 비싼 전투기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무인기는 잠들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가족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고가의 유인 전투기가 '쿼터백'이 되어 전장을 지휘하고, 저가의 소모성 무인기들이 '라인배커' 와 '리시버'가 되어 몸을 던집니다. 이것이야말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적의 경제를 파탄 내며, 궁극적으로 하늘을 지배할 수 있는 길입니다. "양은 그 자체로 일종의 질이다"라는 오래된격언은 AI 시대의 공중전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습니다.
탑건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탑건은 이제 혼자 날지 않습니다. 그는 강철의 군단을 거느린 지휘관이 되어 하늘을 지배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