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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1장 20년 뒤 돌아온 방어 논리
한동훈 이야기
PART 03 론스타, 6조 원의 국익을 지킨 한동훈 · 원문 02
11장 20년 뒤 돌아온 방어 논리
김경진
2012년 1 1월, 론스타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46억 7,950만 달러.
당시 환율로 약 6조 원이 넘는 돈이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소송. 그 규모를 실감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6조 원이면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에게 10년간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돈입니다. 수도권에 지하철 2호선 전체를 새로 건설할 수 있는 예산입니다.
론스타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우리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하려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여론의눈치를 보며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시켰다. 그 바람에 우리는 막대한 손해를 봤다. 한국 정부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한 주장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거셌습니다.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매각 승인을 미뤘습니다. 론스타는 바로 그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헐값에 사들인 은행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매각 승인이 늦어졌다며 또다시 수조 원을 뜯어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투기 자본'의 민낯이었습니다.
관료들은 당황했습니다. 로펌을 고용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적당히 합의해서 금액을 줄이자"는 패배주의가 관가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중재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상당한 배상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열쇠가 이미 있었습니다.
2011년, 젊은 한동훈 검사가 받아낸 그 '형사 유죄 판결'이었습니다. 국제법에는 ‘Clean Hands Doctrine'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손이 더러운 자는 법의 보호를 청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즉 정당한 자만이 정당한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론스타는 주가조작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그것을 유죄로확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한 것은 부당한 방해가 아니라, 범죄 수사를 시켜보는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범죄자에게 매각 승인을 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20년 전 한동훈이 찾아낸 "Capital reduction is off the table"이라는 이메일 한 줄이, 이제는 6조 원이라는 혈세를 지키는 방어 논리가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한동훈은 검사 시절 내내 이 사건의 기록을 '인생의 짐'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이사할때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복사본을 챙겼습니다.
법무부나 대검의 어떤 보직에 있든 론스타 ISDS 대응을 물밑에서 지원했습니다. 당시 소송을 잘 아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퇴직했습니다. 현직에 남아 이 사건의 처음과 끝을 꿰뚫고 있는 실무자는 그가 거의 유일했습니다.
2015년, 한동훈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으로서 탁월한 성과를 내며 ' 올해의 경제검사'라는 명성을 쌓았습니다. 어떤 언론은 그를 '독사'라 불렀습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2022년 5월,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8월, 1차 중재 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청구액 6조 원 중 대부분을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약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습니다.
다수 의견은 론스타의 주가조작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 책임을 일부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소수 의견은 달랐습니다.
"론스타의 주가조작이 있었으므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은 0원"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것은 한동훈이 설계하고 입증했던 '주가조작 유죄'가 국제 무대에서도 통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 시기, 일각에서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 "항소(취소 신청)해봐야 승산이 없다." "이자가 하루에 1억씩늘어나는데 빨리 갚는 게 낫다."
이런 목소리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더욱 강경했습니다. "승산 없는 싸움으로 희망 고문을 한다." "한동훈 장관이 개인적 아집으로 소송을끌고 간다." 일부에서는 "패소하면 한동훈이 사비로 물어내라"는 저주 섞인 공격까지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승소 확률이 100%가 아니라도, 정부가 밤을 새워서라도 100%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주가조작을 한 범죄자가 피 같은 나랏돈을 가져가는 걸 어떻게 눈 감겠습니까."
그는 자신이 직접 수사하고 증명해 낸 론스타의 범죄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1차 판정에서 론스타의 주가조작이 인정된 것을 '교두보'로 삼아, 절차적 위법성을 파고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년 전 밤을 새우며 찾아낸 증거 하나가, 이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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