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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에필로그: 문 앞에 선 사람들에게
에필로그: 문 앞에 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마무리하며 저는 오래전 읽었던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역사는 이미 일어난 일의 기록이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준비하는 자들을 위한 거울이라는 말 입니다.
젠슨 황의 이야기를 쓰면서 저는 계속 이 문장을 곱씹었습니다.
2025년 10월, 젠슨 황은 대한민국을 방문했습니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맞추어 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검은 가죽 재킷 차림 으로 무대에 올라 한국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블랙웰 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겠다는 발 표도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회장들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겼습니다. 세계 9위 부호가 동네 치킨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시가총액 5조 달러 기업의 수장이왜 저렇게 편안하게 웃을 수 있을까. 무엇이 저 사람을 만들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입니다.
젠슨 황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몇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결코 순탄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습니다. 아홉 살에 낯선 나라로 보내졌고, 문신투성이 청소년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참담한 실패였고, 회사는 여러 차례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월스트리트는 그의 결정을 비웃었고, 경쟁자들은 그를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섰고, 비웃음을 받을 때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습니다. 쿠다라는 기술에 10년을 투자할 때, 세상은 그것이 쓸모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믿었습니다. 언젠가 이 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 시대가 왔습니다.
2012년, 알렉스넷이라는 인공지능 모델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 모델은 엔비디아의 GPU 위에서 돌아갔습니다. 젠슨 황이 10년 동안 묵묵히 준비해온 기술이 드디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젠슨 황은 그 말의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저는 법조인으로 출발하여 여러 길을 걸어왔습니다. 검찰에서 일했고, 변호사로 전향했으며, 국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이것이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문명의 전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새로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법률가로서, 정책 전문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가 이 책입니다. 젠슨 황의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본질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만들어낸 인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로마 제국의 역사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있습니다.
제국이 번성할 때는 언제나 변방에서 온 인재들이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히스파니아에서 온 트라야누스, 아프리카에서 온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그들은 로마 토박이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로마를 더 객관적으로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젠슨 황도 그러합니다.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 그는 실리콘밸리의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스탠퍼드나 MIT 출신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오리건 주립대학교를 나온 그는 언제나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방인의 눈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습니다. 게임용 그래픽 칩이 인공지능의 두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저는 여러 차례 감동을 받았습니다. 켄터키의 기숙학교에서 문맹인 룸메이트에게 글을 가르쳐주던 아홉 살 소년의 이야기. 세가 임원 앞에서 자신들의 칩이 실패작이라고 정직하게 고백하던 젊은 CEO의 이야기. 오픈AI에 직접 슈퍼컴퓨터를 배달하던 예순 살 가까운 기업인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직함입니다. 젠슨 황은 자신의 실패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고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적 정직함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세. 그것이 그가 말하는 지적 정직함입니다.
저는 이 자세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해야 합니다. 배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젠슨 황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달려라, 걷지 말고. 먹이를 찾아 달리든, 먹이가 되지 않으려고 달리든. 그의 말은 거칠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변화의 시대에 머뭇거리는 자는 도태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자만이 살아남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 여러분께 저는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문 너머에는 인공지능이 바꾸어놓을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문은 이미 열렸습니다.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젠슨 황은 이미 그 문을 넘어 저 멀리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를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우리 자신의 길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타이난의 햇살 아래에서 태어난 소년은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여러분도 바꿀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 서, 각자의 방식으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젠슨 황이 우리에게 보여준 삶의 방식입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역사는 계속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가 그 역사의 일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원단 김경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