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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27장 이란의 역제안
2026년 미국 이란 전쟁과 전 세계의 에너지 위기
27장 이란의 역제안
김경진
제27장 이란의 역제안
27.1 미국의 15개 항목 종전 제안
2026년 3월 25일 화요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외무부 청사에서 한 통의 문서가 테헤란으로 전달되었습니다.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Ishaq Dar)의 손을 거친 이 문서는 미국이 작성한 15개 항목의 종전 제안서였습니다. A4 용지 몇 장에 불과한 이 문서가 도착하기까지, 전쟁은 이미 26일째 계속되고 있었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를 오르내렸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8척에서 하루 1척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이 제안서의 존재는 뉴욕타임스와 이스라엘 채널 12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파키스탄의 두 고위 관료가 AP 통신에 그 윤곽을 전했습니다. 제재 완화, 이란 핵 프로그램의 후퇴, 미사일 능력 제한,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이것이 15개 항목의 큰 뼈대였습니다.
항목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무게가 드러납니다. 이란은 핵무기를 영구적으로 포기해야 합니다.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 포르도(Fordow)의 핵 시설을 해체해야 합니다. 60% 이상 농축된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넘겨야 합니다. 탄도 미사일의 생산을 중단하고 그 능력을 방어용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 가자지구의 하마스(Hamas), 예멘의 후티 반군(Houthi)에 대한 자금과 무기 지원을 완전히 끊어야 합니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 개방하여 모든 상선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장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핵 관련 경제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부셰르(Bushehr) 원전을 포함한 민간 원자력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습니다. OAN(One America News)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제재 완화는 '단계적(Tiered)' 또는 '조건부(Phased)'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초기에는 인도적 채널과 동결 자산에 한정된 완화가 이루어지고, 본격적인 경제 정상화는 핵과 미사일 관련 합의의 검증된 이행에 달려 있었습니다. 이집트 측 중재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란의 무장 세력 지원에 대한 제한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워싱턴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으로 이란의 공군력과 해군력, 방공망의 상당 부분을 파괴한 지금, 이란이 충분한 타격을 받아 전쟁 이전에는 거부했던 조건을 수용할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는 백악관 각료 회의에서 이 제안의 골격을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이란과 "15개 항목에서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지만, 이 주장은 곧바로 이란 측의 전면 부인에 부딪혔습니다.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G7 외무장관 회의를 위해 프랑스로 출발하면서, 나토(NATO)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전쟁이 아니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많이 기여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미국이 이 전쟁의 외교적 고립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15개 항목에는 한 가지 근본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미국이 이란에 요구했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의 조건들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NPR의 다니엘 에스트린(Daniel Estrin) 기자는 이 점을 정확하게 짚었습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이 이란에 제시했던 조건들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대리 세력 지원 중단. 이 세 가지는 이란이 2018년 이후 단 한 번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한 적 없는 항목들입니다. 이란은 탄도 미사일을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대리 세력 네트워크를 비대칭 방어의 축으로, 우라늄 농축을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이 보장하는 주권적 권리로 규정해 왔습니다. PBS는 이란이 자국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민병대 지원을 안보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어, 이 항목들은 "전쟁 이전 협상에서도 이란이 절대 수용 불가로 분류한 것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의 반응은 빠르고 단호했습니다. 국영 프레스 TV(Press TV)는 익명의 고위 정치안보 관료의 말을 인용하여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관료는 미국의 요구를 "현 전장 상황에 비추어 과도하다(excessive)"고 규정했습니다. 프레스 TV는 강경파가 통제하는 매체입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는 국영 TV 인터뷰에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어떤 형태의 협상에도 참여할 계획이 없다." 그는 미국이 여러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협상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관영 통신사 타스님(Tasnim)은 아라그치가 이란은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분쟁의 영구적 종식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수주간의 미국-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파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거부의 뿌리는 깊었습니다. 이란이 미국의 외교를 불신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역사가 있습니다.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에 서명하며 이란은 농축 우라늄의 97%를 해외로 반출하고, 핵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을 수용했습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6월과 2026년 2월, 오만을 통한 물밑 핵 협상이 진전을 보이던 바로 그 시점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폭격했습니다. 2월 28일의 공습은 이란과의 핵 프로그램 관련 간접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감행된 것이었습니다. 오만의 외교 당국은 전쟁 발발 직후 "합의가 손에 닿을 만큼 가까웠다(within reach)"고 밝혔습니다. 알자지라는 "이란은 미국에 대해 극도로 의심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고위급 외교 대화 중에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 군사 대변인 이브라힘 줄파가리(Ebrahim Zolfaghari)가 미국을 향해 던진 조롱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스스로와 협상하고 있는 것 아닌가(negotiating with yourselves)." 이 발언은 허세가 아니었습니다. 미국이 전장 상황을 보지 못한 채 작성한 제안서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지적한 것입니다.
이란의 거부에는 국내 정치의 무게도 실려 있었습니다. 2월 2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가 암살되었습니다. 그의 딸, 사위, 손자, 며느리도 함께 사망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40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국방장관 아지즈 나시르자데(Aziz Nasirzadeh), 혁명수비대 사령관 모하마드 파크푸르(Mohammad Pakpour), 국방위원회 서기 알리 샴하니(Ali Shamkhani)를 포함한 고위 지도자들이 잇따라 살해되었습니다. 3월 8일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로 선출되었고, 혁명수비대와 정치 지도부가 그에게 충성을 서약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3월 하순 이란의 지도부가 "마비 상태에 빠져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 인프라 파괴가 편집증과 내부 권력 투쟁을 촉발했습니다. PBS는 이란 정부 내에서 "누가 협상의 권한을 갖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도자를 계속 표적 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지도자 중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겠다고 자원할 사람은 없었습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의 거부 발표에도 "대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생산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만약 이란과의 대화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이란이 이전에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수준으로 타격할 것이다." 외교와 위협이 같은 문장 안에 공존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반응은 또 다른 차원의 복잡성을 더했습니다. NPR의 에스트린 기자는 텔아비브에서 보도하며, 이스라엘 군부가 종전 제안의 존재 자체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이 전쟁의 종식을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스라엘 군은 기습을 당한 셈이었습니다. 에스트린은 취재원을 인용해 이스라엘 군이 "휴전이 선언될 경우에 대비해 향후 48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이란의 무기 공장을 타격하기 위해 작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트럼프에게 전쟁을 계속하라고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15개 항목을 전달한 3월 25일, 같은 날 이란은 이스라엘과 걸프 아랍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에서는 이란의 공격으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테헤란에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미국은 82공수사단(82nd Airborne Division)의 병력 2,000명에서 3,000명에게 중동행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종전 제안이 전달되는 동안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았고,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외교의 시계, 전쟁의 시계, 그리고 유가의 시계.
27.2 이란의 새 요구
이란은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인 3월 25일, 프레스 TV를 통해 자신들의 5개 항목 역제안(Counter-proposal)을 발표했습니다. 이란 주 남아프리카 대사관은 소셜 미디어에 이 5개 조건의 전문을 공개했고, 전 세계 주요 통신사가 이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이란 측은 이 역제안이 지난달 제네바에서 진행된 2차 협상 때 제시한 조건과는 별개라고 명시했습니다.
다섯 가지 조건은 이렇습니다.
첫째, 적의 침략 행위와 암살의 즉각적 종결(End to aggression and assassinations by the enemy). '암살'이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포함된 것은 의도적입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와 국방장관, 혁명수비대 사령관, 핵 과학자들이 표적 살해된 사실을 이 조건의 첫머리에 놓았습니다. PBS는 "이란 정부 내에서 누가 협상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스라엘이 자국 지도자를 계속 죽이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누가 기꺼이 협상에 나서겠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협상 자체가 목숨을 건 행위인 상황에서, '암살 중단'이 첫 번째 조건으로 나온 것은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둘째,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메커니즘의 수립(Concrete guarantees preventing the recurrence of war, with clear determination). 미국이 2015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협상 진행 중에 두 차례나 이란을 공격한 전례를 감안하면, 이란이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적입니다. OAN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이 항목에서 "이란 영토에 대한 어떠한 미래의 침략 행위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속력 있는 메커니즘"을 요구했습니다.
셋째,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 보장(Guaranteed payment of war damages and reparations).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커 튀르크(Volker Turk)는 이 전쟁이 아랍 지역에만 약 63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분쟁에서의 많은 공습이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는 국제법 하에서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기반 인권단체 HRANA는 전쟁 개시 이후 이란에서만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1,500명 이상이 민간인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이란 본토의 역사 유적지 120곳 이상이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넷째, 모든 저항 그룹을 포함한 전 전선에서의 포괄적 전쟁 종식(Comprehensive end to the war across all fronts, including against all resistance groups). 이 조건이 미국에 가장 큰 부담을 지운 항목입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것까지 중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통제할 능력이 없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과의 협상과 무관하게 레바논 남부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수행 중이었습니다. 레바논에서만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고, 이 가운데 121명은 어린이였습니다. 레바논 인구의 5분의 1이 이미 집을 떠났습니다. 에스트린 기자는 취재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전쟁이 끝나는 즉시 레바논 남부에 더 많은 지상군을 투입하여 영토를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다섯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행사(Iran's exercise of sovereignty over the Strait of Hormuz). 이것이 전 세계를 경악시킨 조건입니다. PBS는 "배상금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지속적인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요구는 백악관이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법적 지위를 이해해야 이 요구의 의미가 보입니다. 이 해협은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제38조에 따라 모든 국가의 선박이 방해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통과 통행권(Right of Transit Passage)'이 보장된 국제 수역입니다. 2026년 3월 11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817호는 이란의 해협 봉쇄를 국제법 위반이자 국제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상선의 항행 자유를 재확인했습니다. 이란과 오만이 해협 양쪽에 영토를 갖고 있지만, 좁은 항로 자체는 국제 해양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이란은 이 협약에 서명했으나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이란의 요구는 이 국제법적 질서를 정면으로 뒤집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란은 이미 이 요구를 실행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라라크 섬(Larak Island) 북쪽에 새로운 항로를 만들어 '통행료 검문소(Tollbooth)'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USNI 뉴스(US Naval Institute News)에 따르면, 이 검문소를 통과하려면 선박의 소유권, 화물, 목적지에 관한 상세 정보를 혁명수비대에 사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로이드 리스트(Lloyd's List)는 3월 13일 이후 이 경로를 이용한 선박이 26척이라고 집계했습니다. 해양 리스크 분석가 타이머 라아난(Timer Raanan)은 "이것은 매우 전례 없는 일이다. 이란이 해협 통행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전개"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란의 선별적 개방 전략은 체계적이었습니다. 3월 26일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중국, 러시아, 인도, 이라크, 파키스탄 5개국 선박의 해협 통과를 허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선박에도 통과가 허용되었습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아라그치가 교도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협은 우리의 적에게 속하는 선박에 대해서만 닫혀 있다. 다른 나라 선박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이 두 나라의 동맹으로 간주되는 국가의 선박은 통과가 금지되었습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이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이란은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으로 인식되는 국가의 선박에 대해서는 이란 당국과의 조율과 대가 지불을 조건으로 제한적이고 감독된 통과를 허용하면서, 다른 교통은 억제하거나 지연시키거나 피해를 입히는 선별적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이것이 이란의 5개 조건 중 마지막 항목인 '호르무즈 해협 주권 행사'가 의미하는 바입니다. 서류 위의 요구가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실행 중인 현실의 법제화 시도였습니다. 이란 의회는 이 통행료 징수를 국내법으로 공식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1956년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Gamal Abdel Nasser)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한 것처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구적 통제권을 기정사실로 만들려 했습니다. 이란 의회의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한 첫 공개 충성 서약과 통행료 법안은 같은 시기에 진행되었습니다.
이란의 5개 조건을 미국의 15개 항목과 나란히 놓으면, 두 문서 사이의 거리가 보입니다. 미국은 이란의 무장 해제를 요구했고, 이란은 미국의 패권 구조 자체를 흔들겠다고 응수했습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 개방을 원했고, 이란은 해협에 대한 주권 인정을 요구했습니다. 어느 한쪽이 한 발이라도 물러서야 교집합이 생기는 구조인데, 양쪽 모두 물러설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란 뭄바이 총영사관은 소셜 미디어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란은 스스로가 정한 시점에, 스스로가 설정한 조건이 충족될 때 전쟁을 끝낼 것이다. 트럼프가 전쟁 종식의 시점을 결정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스 TV가 인용한 익명의 관료는 같은 맥락에서 선언했습니다. 이란은 역내에서 "강한 타격(heavy blows)"을 계속할 것이라고.
27.3 파키스탄의 중재
2026년 3월 29일 일요일, 이슬라마바드에 네 나라의 외무장관이 모였습니다.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Hakan Fidan),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빈 파르한(Faisal bin Farhan), 이집트의 바드르 압델아티(Badr Abdelatty). 원래 튀르키예의 수도 앙카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회담은,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심 역할을 맡게 되면서 이슬라마바드로 옮겨졌습니다.
이 4자 회담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테이블에 앉지 않은 두 사람을 먼저 봐야 합니다. 미국과 이란입니다. 전쟁의 당사자인 두 나라는 이 자리에 없었습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회담이 네 나라 외무장관만으로 진행되었다고 확인했습니다. 알자지라(Al Jazeera) 방송은 이 회담의 목적이 "휴전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역내 입장을 조율하고 미국과 이란 간 직접 대화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외교관들은 이 회담이 "양측이 양보한다는 인상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정치적 엄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48시간에서 72시간 내에 이 외교적 시도가 실질적 회담으로 이어질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파키스탄이 이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 경위에는 여러 겹의 맥락이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900킬로미터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슬람 국가입니다. 세계에서 이란 다음으로 큰 시아파 인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작년 군사 협력 협정을 체결한 수니파 다수 국가이며, 이슬람권 유일의 핵보유국이기도 합니다. 알자지라의 오사마 빈 자바이드(Osama Bin Javaid) 기자는 파키스탄의 독특한 위치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파키스탄에는 미국 군사 기지가 없으므로 이란이 파키스탄을 미국에 의해 이용당하는 나라로 비난할 수 없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 지역의 행위자들 사이에서 관계를 복원하려 노력해 온 국가다."
미국과의 관계도 독특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아심 무니르(Asim Munir) 원수를 두 차례 백악관에 초대했고, 공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원수(my favourite field marshal)"라고 불렀습니다. 파키스탄은 트럼프의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에도 참여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정치 분석가 자히드 후세인(Zahid Hussain)은 이슬라마바드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파키스탄은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 해결책을 강제할 레버리지가 없다." 파키스탄의 한 고위 외교관은 이 상황을 비유로 표현했습니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말이 물을 마실지는 전적으로 말에게 달려 있다(We can take the horse to the water; whether the horse drinks or not is entirely up to them)." 후세인은 덧붙였습니다. "만약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전쟁이 끝난다면 이슬라마바드의 외교적 위상은 크게 올라가겠지만, 전쟁이 계속된다면 파키스탄은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파키스탄이 이 역할을 자청한 이유는 이타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슬라마바드 소재 안보 분석가 사이에드 모하마드 알리(Syed Mohammad Ali)는 이 전쟁이 "파키스탄 역사상 가장 큰 경제 및 에너지 안보 도전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500만 명의 파키스탄 노동자가 걸프 아랍 국가들에서 일하며, 이들이 보내는 송금액은 파키스탄 전체 수출액과 맞먹습니다. 중동의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 구조 때문에, 전쟁 발발 이후 파키스탄 국내 유가는 이미 약 20% 올랐습니다.
회담에 앞서 파키스탄의 샤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 총리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대통령과 90분간의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5일 만에 두 번째 통화였습니다. 샤리프 총리는 미국, 걸프 국가들, 이슬람권 국가들을 상대로 한 외교적 접촉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페제시키안은 이스라엘이 분쟁을 역내 다른 국가로 확대하려 한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외교적 성과도 하나 있었습니다. 이슬라마바드 회담을 전후하여, 파키스탄은 이란으로부터 자국 국적 선박 20척에 대해 하루 2척씩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가받았습니다. 블룸버그는 파키스탄 국적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카라치(Karachi)'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여 걸프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알자지라의 빈 자바이드 기자는 이 조치가 "미국에게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테이블에 앉은 이유는 파키스탄과 달랐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매일 수백만 배럴의 석유 수출이 막힌 상태였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튀르크는 이란의 공격이 걸프 아랍 국가들의 에너지와 수자원 인프라를 타격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UAE에서만 8명이 사망했고, 쿠웨이트와 바레인에서도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집트의 절박함은 또 다른 경로를 따랐습니다.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으로 수에즈 운하 통행량이 감소하면서, 이집트 경제의 생명줄인 운하 통행료 수입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집트 외무장관 압델아티는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 대화(Direct dialogue)"를 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란 관련 회의가 사태 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카이로에서도 개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나토(NATO) 회원국 대표이면서 동시에 이란의 이웃 국가 대표라는 이중적 위치에서 회담에 참여했습니다.
중국은 테이블에 앉지 않았지만, 무대 뒤에서 움직였습니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Wang Yi)는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에게 전화를 걸어 이슬라마바드의 중재 노력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다르가 3월 31일 왕이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에게 파키스탄의 중재를 수용하라고 뒤에서 밀어준 것은 베이징이었습니다. 파키스탄 고위 외교관은 알자지라에 "중국은 매우 지지적(very supportive)"이라고 전했습니다.
이틀간의 회담이 끝난 뒤 다르는 핵심 발표를 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미국 양측이 파키스탄에 대해 신뢰를 표명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파키스탄은 앞으로 며칠 내에 양측 간의 의미 있는 대화를 이슬라마바드에서 주최하고 촉진할 영광스러운 준비가 되어 있다." 로이터는 회담의 초기 논의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 집중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의 접촉이 유지된다면 미 국무장관 루비오와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 간의 회담이 며칠 내에 파키스탄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이란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gher Qalibaf)는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파키스탄에서의 회담을 미국의 지상 침공을 위한 연막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적은 겉으로는 협상을 신호하면서 은밀히 지상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우리 병력은 미국 지상군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의 응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결코 굴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같은 날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휘관 및 정치 관료들의 거주지"를 역내에서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전 정보부 장관이자 외교 분석가인 무샤히드 후세인 사예드(Mushahid Hussain Sayed) 상원의원은 이슬라마바드 회담의 의의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이것은 무슬림 세계 최초의 제도적 대화 이니셔티브이며, 파키스탄과 튀르키예는 이란의 이웃국이자 각각 핵보유국과 나토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이고, 미국과 이란 양쪽이 파키스탄을 소통의 다리로 신뢰를 표명했다는 것입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도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알자지라의 카말 하이더(Kamal Hyder) 기자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이슬라마바드의 모임은 유일하게 가능한 옵션인 외교와 대화를 포함하는 중대한 프로세스의 시작이다. 그러나 확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려운 과정이며, 모든 시선이 이슬라마바드에 쏠려 있다. 여기서 어떤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미국이 이 전쟁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고 있는지 아니면 시간을 벌려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4자 회담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가장 조직화된 역내 외교 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의 당사자가 테이블에 앉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국들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뛰어다녀도 양측의 신뢰 부재를 메울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파키스탄은 말을 물가에 데려갔지만, 말은 물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27.4 협상인가, 시간벌기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시작된 일련의 발표는, 이 전쟁의 외교사에서 가장 기이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습니다.
3월 22일 토요일,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이란의 전력망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48시간 내에 열리지 않으면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겠다며, "가장 큰 것부터 시작하겠다(STARTING WITH THE BIGGEST ONE FIRST)"고 대문자로 썼습니다.
48시간이 지났습니다. 3월 24일 월요일, 트럼프는 돌연 태도를 바꿨습니다. "이란과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에너지 시설 타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5일의 유예 기간이 3월 28일 금요일에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3월 26일 목요일, 트럼프는 각료 회의를 마친 뒤 다시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에너지 시설 파괴 유예 기간을 2026년 4월 6일 월요일 오후 8시(동부 시간)까지 10일 연장한다. 대화는 진행 중이며, 가짜 뉴스 매체와 그 외의 잘못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글은 그날 주식 시장이 마감된 뒤 약 10분 만에 게시되었습니다. S&P 500 지수가 2026년 들어 최대 일일 낙폭인 1.74%를 기록하고, 브렌트유가 5.6% 이상 올라 배럴당 108.01달러에 마감한 직후였습니다.
트럼프는 폭스 뉴스에 이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아주 정중하게 요청했다. 7일을 요청했는데, 내가 10일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에게 선박을 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열린 각료 회의에서 트럼프는 이란의 석유를 빼앗는 것이 "하나의 옵션"이라고 말한 뒤 "그건 얘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거래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란이 자신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보기 좋지 않을 것(won't be pretty)"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란의 반응은 트럼프의 서술을 정면으로 부정했습니다. 아라그치는 미국과 어떤 직접 또는 간접 협상도 이루어진 바 없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이란의 고위 관료는 드롭 사이트(Drop Site) 뉴스의 제러미 스카힐(Jeremy Scahill) 기자에게 "어떠한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직접 확인해 주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재자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예를 연장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에너지 시설을 타격할 경우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자체 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적국의 동맹국 및 지지자들의 항구를 오가는 모든 선박"의 통행을 금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양쪽 모두 시간이 필요했고, 양쪽 모두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쪽의 시간 필요를 먼저 보겠습니다.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에서 "대화가 순조롭다"고 쓰는 동안, 미 국방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82공수사단 즉응여단(Immediate Response Force)의 병력이 중동행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부대는 18시간 안에 세계 어디든 투입할 수 있는 미 육군 최정예 공수 부대입니다. 사단장 브랜든 테그마이어(Brandon Tegtmeier) 소장과 사단 참모진이 전진 지휘소 설치를 위해 함께 이동했습니다. 아미 타임스(Army Times)는 3월 30일 82공수사단 병력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 사세보(Sasebo)를 출발한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USS Tripoli)는 약 2,500명의 해병대원과 수병을 태우고 3월 27일 중동에 도착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를 출발한 USS 복서(USS Boxer) 강습단은 2,200명의 해병대원과 함께 4월 중순까지 전투 지역에 도달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미 중동에 배치된 미군 5만 명에 이 병력이 더해지면 7,000명의 지상전 가능 병력이 이란 인근에 집결하는 것입니다.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알렉스 플리차스(Alex Plitsas) 분석관은 "이 규모의 병력은 대규모 침공이나 도시 점령에는 충분하지 않다. 제한적이고 표적화된 작전만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스위크는 트럼프가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다(can take out at any time)"고 언급한 하르그 섬(Kharg Island)이 핵심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처리하는 이 작은 섬은 본토에서 약 25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미 공군은 이미 전쟁 초기에 하르그 섬의 석유 인프라는 온전히 남겨둔 채 군사 목표만을 타격한 바 있습니다.
국무장관 루비오는 의회 브리핑에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이란 내부의 핵물질을 물리적으로 확보해야 할 수도 있다. 사람이 가서 가져와야 한다(People are going to have to go and get it)." 이 발언은 에너지 시설 확보를 넘어, 이란의 핵 물질 제거라는 새로운 지상전 목표를 시사한 것이었습니다.
이란 쪽의 시간 필요는 더 구조적이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태로 매일 세계 석유 시장에서 전 세계 해상 석유 운송의 약 20%를 사라지게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올라가고, 가솔린 가격은 뛰고,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됩니다. 3월 28일까지 50개 주에서 3,300건의 반전 시위가 벌어졌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36%까지 떨어졌습니다. NPR/PBS/Marist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6%가 이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이란 의회는 이 지연되는 시간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국내법으로 공식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선박에 대한 심사 및 등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통행료 체계가 법제화되면, 설사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란은 "국내법에 따라 통행료를 징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됩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Kaja Kallas)는 G7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 전쟁들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국방 수장은 이란의 전쟁 수행 뒤에서 "푸틴의 보이지 않는 손(hidden hand of Putin)"을 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전쟁 이전에 이란에 정보와 훈련을 제공했다는 것이 영국 정보기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란 지상군 사령관 알리 자한샤히(Ali Jahanshahi) 준장은 국경 지역의 부대를 시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란 영토의 모든 지점이 우리 병력의 경계와 준비 태세 아래 보호되고 있다. 국경을 따라 모든 적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되어 있다." 국회의장 갈리바프의 경고는 더 직설적이었습니다. "우리 병력은 미국 지상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들을 불태울 것이다."
프레스 TV가 인용한 이란 고위 관료의 발언이 이 전쟁의 비대칭을 정확하게 포착합니다. "이란은 스스로가 결정할 때, 스스로의 조건이 충족될 때 전쟁을 끝낼 것이다(Iran will end the war when it decides to do so and when its own conditions are met)."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물리적 급소를 장악한 방어자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공격자를 상대로 전쟁의 시간표를 자신의 손에 쥐고 있다는 선언입니다.
이 전쟁의 역학에서 가장 뚜렷한 비대칭은, 시간의 비용이 양쪽에 다르게 부과된다는 점입니다. 미국에게 시간의 비용은 경제적입니다.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주식 시장 하락, 지지율 하락. 선거 주기에 민감한 민주주의 국가에 치명적인 비용입니다. 이란에게 시간의 비용은 물리적입니다. 폭격, 인프라 파괴, 인명 손실. 잔혹하지만, 이란의 정치 체제에서는 미국의 경제적 비용만큼 즉각적인 정권 위기를 초래하지 않습니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트럼프의 발전소 폭격 위협을 "전쟁 범죄 실행 위협"이라고 규탄했고, 민간 인프라 파괴는 제네바 협약에 따라 전쟁 범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이 법적 부담 때문에 실제로는 발전소를 때리지 못할 것이라고 읽었습니다.
4월 6일이라는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설정한 세 번째 데드라인입니다. 악시오스(Axios)는 펜타곤이 "최종 일격(Final blow)"을 위한 군사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상군 투입과 대규모 폭격 작전이 포함된 계획이었습니다. 이란 지상군 사령관은 "변치 않는 저항"을 예고했습니다. 미국의 전쟁 지출은 한 달 만에 18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미군 사망자는 15명, 부상자는 303명이었습니다. 이란에서는 공식 집계로 1,937명, 인권단체 추산으로는 6,5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4월 6일은 평화를 향한 날짜가 아니었습니다. 양쪽 모두가 다음의 확전을 준비하며 숨을 고르는 폭풍 전야의 타이머였습니다. 트럼프는 전쟁을 시작하는 버튼을 눌렀지만, 전쟁을 끝내는 열쇠는 글로벌 경제의 목줄을 쥔 테헤란의 손에 있었습니다. 이것이 비대칭 전쟁의 가장 잔혹한 역설입니다. 폭탄 9,000발을 쏟아부은 쪽이 시간표를 통제하지 못하고, 폭탄을 맞은 쪽이 시간표를 결정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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