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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6장 동물 실험: 돼지와 원숭이가 증명한 가능성
6장 동물 실험: 돼지와 원숭이가 증명한 가능성
가. 거트루드(Gertrude) 프로젝트: 돼지 뇌 신호의 실시간 시각화
2020년 8월 28일 금요일 오후, 샌프란시스코 프리몬트의 뉴럴링크 본사는 이례적인 광경으로 가득 찼습니다. 무대 뒤편에 건초가 깔린 작은 우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예정 시간보다 늦게 등장한 일론 머스크가 청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전기차나 로켓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주인공은 세 마리의 돼지였습니다.
커튼이 열리자 분홍빛 피부의 동물 한 마리가 킁킁거리며 건초 더미를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거트루드(Gertrude)라는 이름의 이 돼지가 코를 건초에 파묻을 때마다, 스피커에서 기이 한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띠-띠-띠-띡, 삐리릭." 불규칙한 재즈 음악처럼 들리기도 했고, 오래된 모뎀이 접속을 시도하는 잡음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머스크는 그 소리의 정체를 설명했습니다. "여러분이 듣고 있는 소리는 거트루드 뇌 속 뉴런이 실시간으로 발화하는 소리입니다."
거트루드의 두개골에는 두 달 전에 동전 크기의 칩이 이식되어 있었습니다. 이 장치는 코의 감각을 담당하는 피질 영역에 연결되어 있었고, 돼지가 무언가를 냄새 맡거나 건드릴 때마다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포착하여 무선으로 전송하고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파란색 파형이 춤추듯 그려졌습니다. 코가 움직일 때마다 스파이크가 치솟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뇌의 전기적 속삭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물리적 신호로 변환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시연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뇌파를 읽는다는 사실에 있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비교에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세 마리의 돼지를 차례로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돼지 조이스(Joyce)는 임플란트 수술을 받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였습니다. 두 번째 돼지 도로시(Dorothy)는 뇌에 칩을 심었다가 제거한 상태였습니다. 도로시의 존재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뉴럴링크를 심었다가 마음이 바뀌거나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면, 언제든 제거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뇌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가역성(Reversibility)을 증명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거트루드는 현재 뇌에 칩을 심은 채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런 흉터도, 이상행동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돼지였을까요. 신경과학 연구에서 영장류가 인간과 가장 유사한 모델이긴 합니다. 그러나 돼지는 두개골의 두께와 강도가 인간과 유사하여 수술 로봇의 드릴링 및 임플란트 내
구성 테스트에 적합했습니다. 돼지의 코를 담당하는 감각 피질은 대단히 발달해 있습니다. 돼지가 코로 세상을 탐색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신경 정보는 BCI의 성능을 시험하기에 이상적인 데이터였습니다.
연구진은 거트루드가 러닝머신 위를 걸을 때 발생하는 뇌 신호를 분석하여, 다리 관절의 위치를 예측하는 알고리즘도 함께 시연했습니다. 화면에는 두 개의 선이 나타났습니다. 회색선은 실제 돼지 다리의 움직임을 추적한 값이었고, 파란색 선은 뇌 신호만으로 예측한 값이 었습니다. 두 선은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이것은 뇌의 운동 피질 신호를 해독하여 척수 손상 환자의 마비된 다리를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머스크는 이 장치를 "두개골 속의 핏빗(Fitbit in your skull)"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케팅 용어처럼 들리지만, 거트루드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 비유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녀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뇌데이터를 24시간 무선으로 전송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뇌 실험이 실험실의 격리된 환경에 서, 머리에 굵은 전선을 꽂은 채 이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이것은 근본적인 변화였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세르게이 스타비스키(Sergey Stavisky)는 이 발표를 보고 뉴럴링크가 2019년 초기 시연에서 2020년 완전 이식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 "인상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토론토 대학의 신경과학 연구원 그래엄 모팻(Graeme Moffat) 은 칩의 크기, 휴대성, 무선 기능 면에서 "기존 과학에 비해 한 차원 높은 도약"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 발표는 과학 논문이 아니라 데모였고, 표본 수나 추적 기간, 부작용 정의 같은 임상 수준의 엄밀성은 별개의 문제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거트루드 데모가 만들어낸 효과는 분명합니다. BCI가 더 이상 비침습형 뇌파 헤드셋의 영역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침습형에서도 실사용이 가능한 폼팩터로 향하는 길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대중에게 이 시연은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심어주었습니다. 하나는 생명체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뇌조차 데이터화될 수 있다는 경이로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의 생각과 감각도 저렇게 전자음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서늘한 자각이었습니다.
거트루드는 자신이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맛있는 건초를 찾아 킁킁거릴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킁킁거림에서 울려 퍼진 전자음은, 신경공학이 상아탑을 벗어나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현실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돼지의 뇌에서 나온 그 소리는 곧 인간의 뇌가 기계와 직접 대화하게 될 미래의 예고편이 었습니다.
나. 페이저(Pager)의 퐁(Pong) 게임: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2021년 4월 8일, 유튜브에 3분 27초짜리 영상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화면 속에는 9살 난 마카크 원숭이 한 마리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페이저(Pager). 손에 조이스틱을 쥐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금속 빨대에서는 바나나 스무디가 흘러나왔고, 페이저는 스무디를 빨아먹으며 열심히 게임에 몰두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동물 인지 실험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내레이터가 말했습니다. "이제 조이스틱의 연결을 끊었습니다."
화면 속 조이스틱의 케이블은 뽑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니터 속의 탁구공은 여전히 페이저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페이저는 손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시늉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게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그의 손이 아니라 뇌였습니다. 영상의 하이라이트에서 연구진은 조이스틱 자체를 아예 치워버렸습니다. 페이저는 빈 허공을 응시하며 빨대로 스무디를 빨았습니다. 손은 무릎 위에 가만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니터 속의 라켓은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정확하게 받아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인드퐁(MindPong)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이 영상을 공유하며 썼습니다. "원숭이가 뇌 칩을 이용해 텔레파시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다." 텔레파시라는 단어는 과학적 용어가 아니지만, 이 현상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문학적 표현이었습니다. 생각의 전달. 육체라는 매개체를 건너뛴 의지의 전송.
이 마법 같은 장면 뒤에는 치밀한 공학적 설계가 숨어 있었습니다. 시연 6주 전, 페이저의 뇌양쪽 운동 피질에는 각각 하나씩, 총 두 개의 뉴럴링크 N1 칩이 이식되었습니다. 총 2,048개의 전극이 페이저가 손과 팔을 움직이려 할 때 발생하는 신경세포의 발화 패턴을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보정(Calibration)이었습니다. 페이저가 물리적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게임을 할 때, 컴퓨터는 조이스틱의 움직임과 페이저의 뇌 신호를 짝지어 학습했습니다. "이 패턴의 전기 신호가 나오면 조이스틱을 위로 올린 것이다", "저 패턴이 나오면 아래로 내린 것이 다"라는 상관관계를 인공지능이 파악한 것입니다.
학습이 끝나자, 더 이상 물리적인 입력 장치는 필요 없었습니다. 뉴럴링크의 디코더(해독기) 는 페이저의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가로채어, 그것을 커서의 움직임으로 변환했습니다. 영상 하단에는 페이저의 뇌 활동이 시각화되어 나타났습니다. 붉은색 스파이크들이 요동칠 때마다 게임 속의 라켓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지연 시간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페이저에게 있어 이 과정은 어떤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단지 바나나 스무디를 계속 먹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공을 맞히려는 의도를 품었을 뿐입니다. 그 의 도가 전선도, 근육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디지털 세계의 행동으로 직결된 것입니다.
뉴캐슬 대학의 신경 인터페이스 교수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은 이 시연에 대해 원숭이 의 뇌로 컴퓨터 커서를 제어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2002년에 유사한 시연이 처음 발표되었고, 그 아이디어는 1960년대 에버하드 페츠(Eberhard Fetz)의 연구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뉴럴링크가 충격을 준 포인트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완전 무선, 소형 임플란트, 높은 채널 수를 전제로 한 실시간 디코딩을 영상 한 편으로 압축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비침습적 뇌파(EEG) 장비로는 "왼쪽 또는 오른쪽" 같은 단순한 명령만 내릴 수 있었고 반응 속도도 느렸습니다. 하지만 페이저는 뉴런 단위의 고해상도 신호를 통해, 마치 마우스를 쥔 것처럼 부드럽고 정교한 아날로그 컨트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실험은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의 위력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페이저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자신의 뇌 활동이 게임 결과(스무디 보상)로 이어진다는 것을 학습했습니다. "함께 발화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는 헵의 법칙(Hebbian theory)처럼, 페이저의 뇌는 기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재배선하여 최적의 제어 경로를 만들어냈습니다.
머스크는 이 영상을 공유하며 호언장담했습니다. "나중에는 마비 환자가 엄지손가락을 쓰는 일반인보다 더 빠르게 스마트폰을 조작하게 될 것입니다." 페이저의 퐁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지마비 환자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였습니다. 척수가 손상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사람도, 뇌의 운동 피질이 살아만 있다면 페이저처럼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기술적 성취 이상의 철학적 질문도 남겼습니다. 페이저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게임의 일부가 된 것일까요? 그의 의식과 컴퓨터의 알고리즘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스무디라는 보상을 위해 뇌를 사용하는 원숭이의 모습에서, 우리는 미래의 인류가 도파민이라는 보상을 위해 뇌를 기계에 연결하는 모습을 미리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페이저의 눈동자 속에 비친 모니터의 불빛은, 인간과 기계가 융합된 포스트휴먼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강렬한 메타포였습니다.
다. 동물 실험의 기술적 성과와 안전성 데이터
돼지 거트루드와 원숭이 페이저의 화려한 시연 이면에는, 뉴럴링크 엔지니어들이 수년간 쌓아 올린 방대한 데이터의 산이 있습니다. 동물 실험의 진정한 목적은 쇼맨십이 아닙니다. 이 기술이 인간의 뇌에 들어갔을 때 죽지 않고, 오랫동안, 제대로 작동할 것임을 입증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것은 생물학적 환경이라는 가혹한 전장에서 반도체 장비가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투쟁이었습니다.
뉴럴링크가 강하게 밀어붙인 공학적 성과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전극 스레드(thread) 기반의 고밀도 채널 설계입니다. 기존의 딱딱한 유타 어레이(Utah Array)는 뇌 조직에 미세한 손상을 주고 면역 반응을 일으켜 시간이 지날수록 신호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뉴럴링크는 폴리이미드 소재의 얇은 실 전극이 뇌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뇌척수액이나 혈액 속에서 부식되지 않고 수년이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동물 실험을 통해 증명해야 했습니다.
둘째는 이 전극들을 빠르고 정밀하게 삽입하기 위한 수술 로봇 R1입니다. 뇌 표면에는 수많은 미세 혈관이 존재합니다. 전극을 삽입하다가 혈관을 터뜨리면 뇌출혈이 발생하고, 이는 뇌세포 사멸로 이어집니다. 뉴럴링크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R1 로봇은 돼지와 원숭이의 뇌 표면을 스캔하여 혈관을 피하는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해냈습니다. 분당 192개의 전극을 삽입하면서도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도를 확보했습니다. 이는 인간 외과의사가 현미경을 보며 수동으로 삽입할 때보다 월등히 낮은 합병증 비율이었습니다.
셋째는 초저전력 신호 증폭, 디지털화, 무선 전송을 임플란트 내부에서 처리하는 집적 기술입니다. 체내, 특히 뇌 속은 전자기기에 있어 지옥과도 같습니다. 섭씨 36.5도의 온도, 높은 습도, 그리고 부식을 유발하는 체액이 가득합니다. 초기의 많은 BCI 장치들은 몇 달 못 가 부식되거나 절연이 파괴되어 고장 나곤 했습니다. 뉴럴링크는 가속 노화 시험과 실제 동물 이식을 통해 칩의 밀폐 기술을 검증했습니다. 페이저와 같은 원숭이들은 1년 이상 칩을 이식한 상태로 생활했으며, 그 기간 동안 감염이나 장치 부식으로 인한 독성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넷째는 실시간 디코딩 파이프라인입니다. 거트루드의 다리 관절 예측과 페이저의 퐁 게임 제어는 뇌 신호 디코딩 알고리즘의 정밀도를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1,024개 채널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의도(Intention)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백에서 수천채널에서 나오는 발화 데이터의 노이즈 제거, 비선형 패턴 인식, 시간 지연 최소화 등 고난도 의 신호 처리 문제를 현실 시간대 안에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안전성 데이터는 데모 영상만으로 충분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안전성은 수술 중 합병증, 이식 후 생체 반응, 장기 내구성, 동물 복지 관점의 고통 및 스트레스 관리, 연구 거버넌스까지 포함합니다. 공개된 학술 및 공식 문서에서 뉴럴링크는 일부 수치와 시스템 개요를 제시했지만, 외부 연구자들이 장기적이고 대규모로 재현 가능한 수준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고 공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2022년 초, FDA는 뉴럴링크의 임상 시험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주요 우려는 리튬 배터리의 안전성, 전극 실이 뇌 안에서 엉뚱한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 그리고 칩을 제거할 때 뇌 조직이 손상될 위험 등이었습니다. 뇌 조직은 섭씨 1~2도의 온도 상승만으로도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칩이 최대 부하로 작동할 때나 충전 중일 때 발생하는 열이 안전 기준치 이내임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뉴럴링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동물 실험 데이터를 생성했습니다. 배터리 과열 방지 시스템을 입증하고, 전극이 뇌 조직과 유착되지 않고 안전하게 제거될 수 있음을 돼지 모델(도로시 사례)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2022년 돼지 실험에서 일부 동물들은 뇌에 육아종(granulomas)이라는 염증 조직이 형성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뉴럴링크는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지만, 임플란트와 스레드가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2023년 5월, FDA는 이러한 보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 임상 시험을 승인했습니다. 동물 실험은 단순한 기능 시연을 넘어,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엄격한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첫 인간 환자 놀랜드 아보의 수술 후, 일부 전극 스레드가 뇌에서 수축(retraction)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럴링크와 FDA는 이전 동물실험에서 머리카락보다 가는 스레드가 수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뉴럴링크는 이 위험이 재설계를 요구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번째 환자부터 는 스레드를 뇌의 운동 피질 안으로 8밀리미터까지 더 깊이 삽입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대응했습니다.
결국 돼지와 원숭이가 남긴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뇌에 구멍을 뚫고 칩을 심는다"는, 어찌 보면 야만적이고 위험천만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의학적으로 통제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시술"로 격상시킨 과학적 토대였습니다. 그들의 희생과 기여 위에서 뉴럴링크는 실험실의 괴짜 프로젝트에서 차세대 의료기기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라. 동물복지 논란과 윤리적 비판에 대한 해명
혁신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은 법입니다. 뉴럴링크가 보여준 화려한 기술적 성취의 이 면에는, 실험실에서 생을 마감한 동물들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윤리적 쟁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동물권 단체들의 고발과 내부 직원들의 폭로는 우리가 기술 발전을 위해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PCRM)'의 고발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뉴럴링크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UC Davis)와 협력하여 수행한 초기 실험(2017~2020) 기록을 공개기록청구 소송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뇌수술 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안락사된 원숭이들, 감염으로 인해 피부가 썩어들어간 사례, 그리고 의료용 접착제 '바이오글루(BioGlue)'가 뇌 표면으로 흘러들어가 뇌세포를 파괴하여 동물이 발작을 일으키며 죽어간 사례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내부 직원의 증언을 인용해, 일론 머스크의 "속도를 높이라"는 압박 때문에 준비 부족 상태에서 무리하게 실험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2018년 이후 약 1,500마리 이상의 동물이 죽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원숭이들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PCRM은 이것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의 자해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9월, 와이어드(Wired) 매거진은 수의학 기록에 기반한 탐사보도를 발표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한 원숭이는 "심각한 신경학적 결함"으로 고통받고 있었음에도 뉴럴링크 과학자의 요청으로 안락사가 지연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실험이 "그녀의 뇌를 변형시키고 파열시켰으며", 뇌가 "두개골 바닥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규제기관은 이것이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 위반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2018년 12월, 한 원숭이의 두개골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전극을 이식했습니다. 금속 플레이 트를 뼈 나사로 머리에 고정하고 임플란트 주변의 피부를 봉합했습니다. 수술 부위는 빠르게 감염되었고 "피부가 침식되었습니다." 세 달 후, 감염이 지속되자 그들은 그녀를 죽였습니다. 부검 결과 그녀가 뇌에서 "급성" 출혈을 겪었으며 대뇌 피질이 뉴럴링크의 장치에 의해 " 너덜너덜해졌음"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와 뉴럴링크는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서 "어떤 원숭이도 뉴럴링크 임플란트의 결과로 죽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초기 임플란트 실험에서 건강한 원숭이를 사용하지 않고, 이미 말기 상태(terminal)의 원숭이 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PCRM이 소송을 통해 확보한 공개 기록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세 마리의 원숭이 만이 수술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말기 실험에 사용되었고, 12마리의 이전에 건강했던 동물들은 회사의 임플란트 문제로 직접적인 결과로 안락사되었습니다. 2023년 9월, PCRM은 SEC(증
권거래위원회)에 머스크와 뉴럴링크에 대한 증권 사기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2024년 12월, SEC가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를 재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뉴럴링크 측은 자신들의 동물 사육 시설이 국제실험동물관리평가인증협회(AAALAC)의 인증을 받았으며, 실험실이라기보다는 "동물 놀이터"에 가깝게 설계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물들이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놀이 공간에서 지내며, 실험 참여 역시 자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PCRM의 분석에 따르면, 실험 프로토콜은 원숭이를 하루에 최대 5시간까지 의자에 강제로 고정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동물이 구속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프로토콜은 동물의 머리를 강제로 고정하기 위해 두개골에 강철 "헤드포스트 임플란트"를 부착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뉴럴링크는 원숭이들이 기꺼이 실험에 참여한다고 주장했지만, 어떤 동물도 실험자가 자신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장치를 이식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허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022년 12월, 미국 농무부(USDA) 감찰국이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습니다. 2023년 7 월, USDA 조사 결과 2019년의 자체 보고된 사건을 제외하고는 동물복지법 위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PCRM은 이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11월, FDA가 뉴럴링크의 캘리포니아 동물 연구 시설에서 여러 품질 관리 문제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pH 측정기, 활력 징후 모니터 및 기타 장비에 대한 보정 기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첫 주에 농무부 조사를 담당하던 감찰관 필리스 퐁(Phyllis Fong)을 포함한 17명의 감찰관이 해임되었습니다. PCRM이 제기한 두 건의 조사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기술의 역사는 언제나 윤리적 딜레마 위에서 쓰였습니다. 파스퇴르의 백신 실험도, 초기 우주 개발의 라이카(Laika)도 그러했습니다. 뉴럴링크 측은 "동물 실험 없는 의료기기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을 폈습니다. FDA의 승인을 받고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동물 생체 데이터가 필요하며, 현재 기술로는 시뮬레이션만으로 뇌의 복잡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한 동물의 뇌를 여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윤리적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혁신의 속도가 생명 윤리의 속도보다 빠를 때, 우리는 그 브레이크를 누가, 어떻게 밟아야 하는가?
동물들의 뇌에 꽂힌 전극은 단지 신호만을 전송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도덕적 현주소를 묻는 질문을 끊임없이 송출하고 있습니다. 돼지와 원숭이의 희생은 인간 임상 시험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비극적이지만 불가피한 통행료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통행료의 영수증에 적힌 금액이 정당한지,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