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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5장 경제안전보장 —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무기
유리 천장을 넘어서
제4부 도전 — 세 번의 총재 선거
15장 경제안전보장 —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무기
김경진
2022년 8월 10일 아침.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내각 개조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명단에 한 이름이 들어 있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담당 대신.
그 직함을 들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먼저 물었습니다. 경제안전보장이 무엇입니까.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경제안전보장은 2021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정책 용어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지 않은 개념이었습니다. 안보는 군사였고, 경제는 무역과 성장이었습니다. 두 개가 함께 묶이는 용어는 낯설었습니다.
그 낯선 개념을 다루는 자리에 다카이치가 앉았습니다.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를 정조준했습니다. 화웨이 장비가 통신망에 들어오면 안보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일본도 이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2018년 말, 정부 조달에서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사실상 배제하는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총무대신이었던 다카이치가 이 논의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왔습니다. 마스크가 없었습니다. 의약품 원료가 부족했습니다. 검사 장비가 왔다 갔다 했습니다. 전 세계의 제조업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문제로 드러났습니다. 어느 나라도 이것을 위기로 의식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같은 해.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로 활용하는 패턴이 뚜렷해졌습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것을 완성했습니다. 에너지를 외국에 의존한다는 것이 곧 그 나라에 종속된다는 것임을 유럽이 실감했습니다.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 흐름을 보면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어디에 취약한가. 반도체 소재는 한국에, 희토류는 중국에, 배터리 원료는 중국과 남미에, 의약품 원료는 중국과 인도에 의존합니다. 에너지는 중동과 러시아에. 취약점의 목록이 길었습니다.
경제안전보장추진법(経済安全保障推進法)은 이 인식에서 나왔습니다. 2022년 5월, 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다카이치가 경제안전보장 담당대신으로 취임하기 석 달 전이었습니다.
법에는 네 개의 기둥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특정 중요물자의 안정적 공급 확보. 반도체, 배터리, 중요 광물, 항생제, 비료, 영구자석, 공작기계, 항공기 부품, 클라우드 서비스, 천연가스, 선박 부품. 11개 분야를 "특정 중요물자"로 지정하고, 국내 생산과 비축을 지원하는 보조금과 융자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 11개인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해외 의존도가 높고, 대안 공급처가 적고, 없어지면 사회 기능이 멈추는 물자들이었습니다. 반도체를 예로 들면, 일본의 해외 의존도가 79퍼센트에 달했습니다. 항생제 원료는 중국에 거의 100퍼센트를 의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간 인프라 서비스의 안전 확보. 전력, 가스, 통신, 방송, 금융, 철도, 항공. 이 분야들의 설비와 소프트웨어에 외부 세력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사전 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통신 장비에 누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는지, 그 회사의 배경이 어떤지를 미리 확인하는 체계였습니다.
세 번째. 첨단 중요기술의 개발 지원. 인공지능, 양자 기술, 바이오, 우주, 사이버. 미래 핵심기술에 국가가 자금을 대고 관민 협력으로 개발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이 안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미래의 전쟁터는 물리적 전장이 아니라 기술의 우위에서 결정된다는 생각.
네 번째. 특허 출원의 비공개 제도. 안보상 민감한 기술이 담긴 특허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관리하는 제도였습니다. 일본은 특허를 출원하면 일정 기간 후 전 세계에 공개됩니다. 그 공개 정보를 통해 외국이 민감 기술을 습득해왔습니다. 이것을 막는 제도였습니다.
법의 뼈대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뼈대만으로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느 물자를 특정 중요물자로 지정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인프라 심사를 할 것인가. 어떤 기술이 첨단 중요기술인가. 이 모든 것을 구체화하는 것이 대신의 일이었습니다.
2022년 12월. 다카이치는 반도체 등 11개 분야를 특정 중요물자로 지정하는 각의결정(閣議決定)을 이끌었습니다. 2023년 4월까지, 각 기둥의 운용 지침이 차례로 각의결정됐습니다. 법의 골격에 살이 붙었습니다.
2022년 7월 8일. 다카이치가 대신으로 취임하기 한 달 전이었습니다.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앞.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았습니다. 오전 11시 31분. 총격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후 5시 3분에 숨을 거뒀습니다.
전후 일본에서 총리를 지낸 사람이 총격으로 숨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일본 전역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다카이치에게 아베는 무엇이었습니까.
2012년 아베가 자민당 총재로 복귀한 이후, 두 차례 총무대신 임명, 2021년 총재 선거에서의 전폭적 지원. 10년의 정치적 협력. 복장까지 조언하며 함께 총재 선거를 치른 사람이었습니다.
다카이치의 선거구는 나라현이었습니다. 아베가 숨진 바로 그 나라.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그녀 자신이 많은 말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녀는 이렇게 썼습니다. "2022년 7월 8일은 생애 잊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날이 됐습니다. 25년 이상 다양한 정치 활동을 함께하며 국가관을 공유한 동지였습니다."
그것이 공개 발언의 전부였습니다.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8월 10일, 그녀는 경제안전보장담당 대신으로 취임했습니다. 아베 없이, 아베와 공유했던 비전을 이어가는 자리였습니다.
경제안전보장은 좁은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반도체부터 시작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우주기술, 사이버 보안, 공급망, 외국인 투자 심사, 특허 비공개까지. 이 분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다카이치는 이 작업에 깊이 들어갔습니다.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산업계와 협의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와 같은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이 이미 구축한 경제안보 체계를 참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특히 강조한 것은 중국 리스크였습니다. 공식 발언에서는 "특정 국가"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맥락은 명확했습니다. 반도체 소재, 희토류, 의약품 원료, 배터리 소재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일본의 취약점이 되어 있다고 그녀는 판단했습니다.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국내 생산 기반을 늘리고,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
2024년 5월. "중요경제안보정보 보호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성립했습니다. 일본어로는 重要経済安保情報保護活用法. 경제 분야의 비밀정보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법이었습니다.
이 법은 영미권 국가들이 가진 "보안 클리어런스(Security Clearance)" 제도를 일본에 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정한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만이 민감한 경제안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이 법이 성립하면서 경제안보 분야에서 일본이 미국 등 동맹국들과 민감한 정보를 더 원활하게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습니다.
보안 클리어런스는 단순한 비밀 유지가 아닙니다. 동맹국들과의 정보 공유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영국, 호주는 자국의 클리어런스 보유자에게만 특정 정보를 공유합니다. 일본이 이 제도를 갖추지 않으면 동맹 내에서 핵심 정보 루프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다카이치는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2022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2년간의 경제안전보장담당 대신 임기. 이 기간 동안 그녀가 남긴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1개 특정 중요물자 지정. 기간인프라 사전 심사 제도 가동. 첨단기술 개발 관민 협력 체계 구축. 특허 출원 비공개 제도 시행. 중요경제안보정보보호법 성립.
이 법과 제도들은 그녀가 대신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계속 작동합니다. 일본의 경제안보 체계를 설계한 사람의 이름으로 기록됩니다.
그러나 이 재임기간은 동시에 아베를 잃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보호자 없이, 자신의 정책 기반을 직접 증명해야 했습니다. 총재 선거의 다음 도전을 준비하면서, 일상의 행정 업무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2024년 8월. 기시다 총리가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총재 자리가 다시 비었습니다.
다카이치는 대신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2021년에 처음 한 말이었습니다. 2022년에 아베를 잃었을 때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4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경제안전보장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통해 그녀는 무언가를 증명했습니다. 아베의 그늘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으로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참고 자료
- 内閣府 経済安全保障推進法: https://www.cao.go.jp/keizai_anzen_hosho/suishinhou/suishinhou.html - 日本経済新聞 — 특정 중요물자 11개 분야 각의결정: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A180QD0Y2A211C2000000/ - 高市早苗 X(구 트위터) — 아베 전 총리 서거 관련: https://x.com/takaichi_sanae/status/1609042743896178690 - 安倍晋三銃撃事件 Wikipedia: https://ja.wikipedia.org/wiki/%E5%AE%89%E5%80%8D%E6%99%8B%E4%B8%89%E9%8A%83%E6%92%83%E4%BA%8B%E4%BB%B6 - 日経ビジネス — 高市早苗経済安保相インタビュー: https://business.nikkei.com/atcl/gen/19/00478/1206000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