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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9장 연기로 사라진 횡재
2026년 미국 이란 전쟁과 전 세계의 에너지 위기
19장 연기로 사라진 횡재
김경진
제19장 연기로 사라진 횡재
19.1 러시아의 기회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픽 퓨리 작전이 이란을 강타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기 시작한 그 순간, 지구 반대편 모스크바의 에너지 관료들은 자기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들의 책상 위 모니터에 찍힌 브렌트유 가격이 하루 만에 80달러대에서 100달러를 뚫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3월 첫째 주가 끝나기 전에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를 기록했고, 러시아의 주력 수출 유종인 우랄(Urals)유는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우랄유의 처지는 비참했습니다. 서방의 제재와 유가 상한제 아래서 우랄유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28달러나 싸게 팔리고 있었습니다. 2026년 1월과 2월 사이, 우랄유의 거래 가격은 배럴당 53달러에서 59달러 사이를 맴돌았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2026년 예산을 짤 때 상정한 유가는 배럴당 59달러. 현실은 그 숫자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2026년 첫 두 달 동안 러시아의 재정 적자는 350억 달러에 달했고,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에너지 분석가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러시아의 2026년 전체 재정 적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이 닫혔습니다. 하루 2,000만 배럴이 지나가던 수로가 막혔습니다.
중동 석유를 구할 수 없게 된 아시아의 거대 수입국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중국, 인도, 태국, 베트남. 그 시선이 향한 곳은 러시아였습니다.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3월 들어 전월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인도는 82% 급증했습니다. 브라질은 32%, 싱가포르는 거의 세 배로 뛰었습니다. 에너지 청정대기연구센터(CREA, 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의 루크 위켄든 분석가는 CBS 뉴스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에 붙어 있던 10~20%의 할인율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브렌트유와 거의 같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숫자로 확인해 봅니다. CREA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후 첫 24일간 러시아의 원유 수출 평균 일일 수입은 3억 8,800만 유로에 달했습니다. 2월 평균보다 20% 높은 수치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를 이란 전쟁의 "최대 수혜자"라고 불렀고, 일일 수입이 1억 5,000만 달러나 늘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의 선박 추적 데이터는 더 적나라했습니다. 3월 15일까지의 일주일 동안 러시아의 해상 원유 수출 수입은 약 20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주보다 8억 9,000만 달러가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래 최대 주간 증가폭이었습니다.
크렘린궁은 이 횡재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현재의 가격 환경에서 우리 석유 기업들이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푸틴 대통령은 석유 생산업자들에게 "이 상승장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독려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 급등이 "일시적"이라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그 단서가 얼마나 정확한 예언이었는지는 며칠 뒤에 증명됩니다.
에너지 시장의 산수는 잔인할 정도로 명쾌했습니다. 러시아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총 한 발 쏘지 않았습니다.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은 러시아의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쟁이 러시아에게 역사적인 고유가를 선물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비용으로 텅 비어가던 금고가 남의 전쟁 덕에 다시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제재와 우리의 심층 타격으로 러시아는 2026년에만 1,00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4~15일 동안 약 100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면 그 적자를 메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CNBC에 출연한 전 NATO 유럽연합군 부사령관 리처드 시레프 장군은 비유를 하나 들었습니다. "러시아 경제는 해발 8,000미터 이상의 죽음의 영역(Death Zone)에 있는 등반가와 같습니다. 몸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치명적 손상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경제적으로 득을 보고 있습니다." 죽음의 영역에서 벌어먹는 횡재. 이것이 2026년 3월 초, 러시아가 처한 역설의 정확한 좌표였습니다.
19.2 미국의 러시아 제재 완화
2026년 3월 12일 밤, 미국 재무부 홈페이지에 한 장의 문서가 올라왔습니다. 공식 명칭은 일반허가서(General License). 내용은 이랬습니다. 3월 12일 기준으로 이미 선박에 적재되어 해상에 있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의 구매 및 인도를 4월 11일까지 30일간 허용한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이 조치를 "좁게 설계된 단기 조치"라고 불렀습니다. "이미 항해 중인 석유에만 적용되는 것이며, 러시아 정부에 상당한 재정적 이익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그의 말과 정반대였습니다. 인도의 정유사들은 허가서가 뜨자마자 움직였습니다. 미국이 인도에 별도의 30일 면제를 부여한 것은 이보다 일주일 앞선 3월 5일이었는데, 그때부터 이미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은 급증하고 있었습니다. CREA 자료에 따르면 3월 첫 3주간 인도의 러시아 원유 일평균 수입은 2월 평균 대비 82% 증가했습니다. 전에는 제재 리스크를 감수하느라 할인가에 사가면서도 눈치를 봐야 했던 구매자들이, 이제는 미국 정부의 허가증을 들고 당당하게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블룸버그의 데이터가 보여준 숫자는 베센트 장관의 언어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제재가 러시아산 원유 한 배럴마다 부과하고 있던 28달러의 벌금(사실상의 디스카운트)이 허가서 발표 이후 급속히 쪼그라들어 3월 13일에는 4.8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4개월 만의 최저치였습니다. 우랄유는 100달러를 돌파했고, 러시아 정부가 예산에 반영한 59달러의 거의 두 배 가격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해상 수출 수입이 8억 9,000만 달러 늘어났다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입니다.
이 사태의 구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이 이란을 폭격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닫혔고, 해협이 닫혀서 유가가 폭등했고, 유가를 낮추려고 러시아 제재를 풀었고, 제재가 풀려서 러시아의 금고가 찼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리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란히 선 기자회견에서 이 조치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번 완화만으로도 러시아에 전쟁을 위한 약 100억 달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한마디를 더 보탰습니다. "러시아는 에너지 판매 수입을 무기에 씁니다. 그 무기는 전부 우리를 향합니다. 제재를 풀어서 나중에 더 많은 드론이 날아오게 만드는 것은, 제 생각에는 옳은 결정이 아닙니다."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노르웨이 방문 중에 더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G7의 6개 회원국이 이것은 잘못된 신호라는 매우 분명한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달리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가격 문제이지 공급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이 결정을 내리게 된 추가적인 동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카리 히어만 선임연구원은 이 상황을 세 가지 우선순위의 충돌로 분석했습니다. 낮은 휘발유 가격, 이란과의 전쟁,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통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미국은 낮은 휘발유 가격과 이란 전쟁을 택했습니다. 경제적 국정 운영(economic statecraft)을 많이 하는 세상에서 내려야 하는 종류의 결정입니다."
석유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카타르산 비료 원료의 수급이 끊어졌습니다. 미국 중서부의 봄 파종기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적국인 러시아로부터 비료를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러시아산 헬륨, 알루미늄, 질소 비료의 수출도 국가 수입에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규모는 석유보다 작지만, 방향은 같았습니다. 미국의 폭탄이 이란에 떨어지는 동안, 러시아의 은행 계좌는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아틀란틱 카운슬의 리나스 코얄라와 비타우타스 레셰비추스는 3월 20일자 분석에서 이 역설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단기적인 시장 관리를 위한 긴급 조치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 그래야만 합니다. 일시적이고, 좁고, 이미 항해 중인 화물에 한정된 것이어야 합니다. 이것을 더 넓은 제재 완화로 전환시키면 러시아에 보상을 주는 것이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금융 압박이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에." 그들은 악순환의 구조를 지적했습니다. 한번 완화가 시작되면, 그것은 모스크바와의 더 넓은 정치적 대화 쪽으로 논의를 끌어가고, 그 대화는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제재 해제 논의로 이어지며, 두 개의 궤도가 서로를 먹여살리면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순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민주당 소속 진 샤힌 상원의원은 공식 성명을 냈습니다. "푸틴이 이란을 도와 중동의 미군을 겨냥하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은 크렘린의 전쟁 금고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흔들리는 경제를 조이는 대신, 대통령이 무모하게 시작한 전쟁이 푸틴에게 횡재를 안겨주고 있으며, 미국 가정은 더 높은 물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앞서 제4부에서 살펴본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경제적 충격이 여기서 의도하지 않은 두 번째 파급을 낳은 것입니다. 첫 번째 파급은 유가 급등과 아시아의 에너지 위기였습니다. 두 번째 파급은 미국 스스로가 쌓아올린 대러시아 제재 체계의 내부 붕괴였습니다. 세계 최강국도 하루 2,000만 배럴의 물리적 결핍 앞에서는 적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Axios의 분석이 이 상황의 핵심을 짚었습니다. "제재를 풀면 낙인(stigma)도 사라집니다. 한번 사라진 낙인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4월 11일에 30일 유예가 만료되었을 때, 미국 정부가 과연 제재를 원래대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인지. 이것이 3월 중순 시점에서 워싱턴과 브뤼셀의 정책 결정자들이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었습니다.
19.3 그러나 수출할 수 없는 석유
2026년 3월 22일 일요일 밤에서 23일 월요일 새벽 사이, 러시아 레닌그라드주의 밤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249기의 우크라이나 드론이 밤새 러시아 영토를 향해 날아갔고, 그중 상당수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서쪽으로 약 130킬로미터 떨어진 프리모르스크 항구(Primorsk Port)를 정확히 타격했습니다. 프리모르스크는 러시아 발트해 연안 최대의 원유 수출항입니다. 하루 수출 용량이 원유 100만 배럴, 디젤 30만 배럴. 트란스네프트(Transneft)가 운영하는 발트 파이프라인 시스템(BPS)의 종착점이자, 제재를 피해 러시아 원유를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의 주요 출항지이기도 합니다.
드론은 연료 저장 탱크와 원유 선적 인프라를 동시에 타격했습니다. 위성 사진에서 확인된 것만 18개 탱크 중 최소 5개가 손상되었습니다. 레닌그라드주 주지사 알렉산드르 드로즈덴코는 텔레그램에 "연료 탱크가 손상되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적었고,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어 진화 작업을 벌이는 동안 항구 인력은 전원 대피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트란스네프트-프리모르스크 석유 터미널이 타격을 받았고, 탱크파크와 원유 선적 인프라 모두에 피해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선박 데이터에 따르면 프리모르스크에서의 유조선 선적은 즉시 중단되었습니다. NASA 화재정보시스템(FIRMS)의 위성 영상에는 원유 선적 터미널과 석유 제품 터미널 양쪽 모두에서 화재가 감지되었습니다. 불은 하루가 넘도록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인 3월 24일에서 25일 사이의 밤, 두 번째 타격이 왔습니다. 이번 표적은 프리모르스크에서 남쪽으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우스트루가(Ust-Luga) 항구였습니다. 우스트루가는 러시아의 또 다른 발트해 핵심 수출항으로, 하루 약 7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을 처리하며, 노바텍(Novatek) 사의 가스 콘덴세이트와 석유 제품 처리시설도 들어서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우스트루가에서 수출된 석유 제품은 3,290만 톤, 프리모르스크에서는 1,680만 톤이었습니다. 두 항구를 합치면 하루 2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이곳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나갔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총참모부는 알파 특수작전센터 소속 장거리 드론이 900킬로미터 이상을 비행하여 우스트루가의 노바텍 석유 제품 시설을 타격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저장 탱크와 선적 장비가 불에 타올랐습니다. 화염과 연기 기둥은 인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관측되었고,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시민들에게 "대기오염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풀코보(Pulkovo) 국제공항은 드론 위협으로 수시간 동안 이착륙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세 번째 타격이 이어졌습니다. 3월 25일에서 26일 사이의 밤, 드론들은 같은 레닌그라드주에 있는 키리시(Kirishi) 정유소를 겨냥했습니다. 키리시네프테오르그신테즈(KINEF, Kirishinefteorgsintez)라는 정식 명칭의 이 정유소는 수르구트네프테가스(Surgutneftegas)가 소유한 러시아 제2위의 정유 시설입니다. 연간 처리 능력 약 2,000만 톤, 하루 기준 약 35만 배럴. 러시아 전체 원유 정제량의 6.6%를 처리하며, 2024년에는 휘발유 200만 톤, 경유 710만 톤, 중유 610만 톤, 비투멘 60만 톤을 생산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론이 1차 정제시설(primary processing unit) 두 기와 복수의 2차 시설에 화재를 일으켰고, 정유소는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후 상세 피해를 발표했습니다. 주요 원유 증류 장치인 ELOU-AVT-2와 ELOU-AVT-6이 손상되었고, 비투멘 생산 시설, 수소처리 장치, 가스 분류 시스템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리 시기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섯 일 동안 세 번의 타격. 프리모르스크, 우스트루가, 키리시. 세 곳 모두 레닌그라드주에 있고, 세 곳 모두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00~1,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자폭 드론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거리의 한계를 시험하는 작전이었습니다.
공격의 타이밍에는 분명한 전략적 의도가 있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러시아에 대한 압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재를 풀었고, 유가 급등으로 러시아의 금고가 차고 있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국제적 관심은 이란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젤렌스키는 CNN 인터뷰에서 공격의 논리를 더 직접적으로 밝혔습니다. "우리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그들의 공격에 응답했습니다. 우스트루가의 역량을 줄이는 강력한 타격으로 응답했습니다. 우리의 타격 이후 그 시설 역량의 40%만 남았습니다."
라이스대학교 베이커연구소는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이 전략을 "물리적 제재(Kinetic Sanctions)"라는 용어로 개념화했습니다. 법적 제재는 가격 할인을 만들어내고, 그 할인은 그림자 선단과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는 중개인들에게 차익 거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새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유조선의 국적을 바꾸는 것은 빠르고 저렴합니다. 그러나 폭발물에 의해 파괴된 에너지 자산을 교체하는 것은 느리고 비쌉니다. "대규모의 물리적 타격을 통한 물리적 제재는 러시아를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으며, 거기에 핵심적인 전략적 영향이 있습니다."
제재가 종이 위의 전쟁이라면, 드론은 철과 화약의 전쟁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법정과 규정 준수 부서를 통해 느리게 집행하는 제재를, 우크라이나는 드론 조종팀을 통해 몇 시간 만에 집행했습니다. 원유가 시장에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다면, 그림자 선단이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차익 거래의 창이 닫히는 것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3월 25일 기사에서 결과를 집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유조선 나포, 드루즈바 파이프라인 폐쇄를 합산하면, 러시아 전체 석유 수출 용량의 약 40%, 하루 약 200만 배럴이 가동을 멈추었습니다. "현대 러시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석유 공급 중단"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습니다.
40%라는 숫자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쪼개서 봅니다. 발트해의 프리모르스크와 우스트루가가 드론에 타격을 받아 선적을 반복적으로 중단했습니다. 흑해의 노보로시스크 항구는 3월 초의 드론 공격 이후 선적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습니다.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의 우크라이나 구간은 1월 27일 러시아의 공습으로 손상되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의 송유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유럽 해군이 러시아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억류하면서 해상 수출에 추가적인 병목이 생겼습니다. 러시아에 남은 주요 수출 경로는 중국으로 가는 파이프라인과 극동의 코즈미노(Kozmino) 항구뿐이었고, 이 두 경로의 합산 수출량은 하루 약 190만 배럴이었습니다.
프리모르스크는 3월 26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미네르바 조지아 호가 접안하면서 선적을 일부 재개했지만, 트란스네프트는 원유를 다른 경로로 우회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3월 26일에서 27일 사이의 밤, 우크라이나 드론은 프리모르스크와 우스트루가를 동시에 다시 타격했습니다. 닷새 만에 세 번째 공격이었습니다. NASA 위성 데이터는 두 항구 모두에서 새로운 화재를 확인했습니다. 풀코보 공항은 또다시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 공격 패턴을 분석하면서 "이 속도는 키이우가 러시아의 발트해 석유 수출 항구를 복구 불가능한 수준까지 파괴하려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드론이 날아간 것은 러시아 영토만이 아니었습니다. 3월 25일 새벽 3시 43분, 에스토니아 동부 이다비루 카운티에 있는 아우베레(Auvere) 화력발전소의 굴뚝에 드론 한 기가 충돌했습니다. 러시아 영공에서 날아온 것이었습니다. 에스토니아 총리 크리스텐 미할은 드론이 에스토니아의 우스트루가 타격 중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라트비아에서도 드론 한 기가 러시아 영공에서 넘어와 국경 근처에 추락 폭발했습니다. 부상자는 없었습니다. 이틀 전인 3월 23일 밤에는 리투아니아 남동부 바레나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 드론이 벨라루스 영공을 거쳐 날아와 추락한 바 있습니다.
세 개의 발트 3국이 48시간 안에 모두 드론 침입을 경험한 것입니다. NATO 회원국의 영토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떨어졌습니다. 러시아의 GPS 재밍과 스푸핑이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전자전 장비가 위성 항법 신호를 교란하거나 위조하면, 드론이 자기 위치를 잃어버리거나 잘못된 좌표로 비행하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표적까지의 거리가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상황에서, 작은 항법 오차가 수십 킬로미터의 경로 이탈로 증폭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 국영 TV는 "발트 3국이 우크라이나 드론의 비행을 위해 영공을 개방했다"는 주장을 내보냈습니다. 발트 3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유럽연합에 방공 체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에스토니아 국방군 사령관은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드론을 요격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술적으로 제약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확전의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서는 드론을 교전할 수 없습니다." 발트해 상공의 드론 잔해는 이 전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의 국경을 넘어 NATO의 동부 전선으로 물리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였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대응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국방부는 하룻밤 사이에 389기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지만, 항구의 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둘째,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바크는 석유 기업들과 협의를 거쳐 4월 1일부터 휘발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국영통신 타스(TASS)가 보도한 이 금지 조치는 2025년 9월에도 한차례 시행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의 정유소 타격으로 국내 휘발유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메르산트지는 이번 금지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수출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업자들이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으로 휘발유를 돌리고 있어 내수가 부족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역설의 완전한 회로가 드러납니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올랐습니다. 러시아는 비싼 값에 석유를 팔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얻었습니다. 미국은 유가를 낮추려고 러시아 제재까지 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수출 항구를 불태워서 석유를 실어 보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비싼 가격에 팔 석유는 있는데, 그 석유를 배에 실을 항구가 타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드루즈바 파이프라인은 1월부터 끊겨 있었고, 유럽 해군은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잡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젤렌스키는 이 전략의 논리를 3월 중순 기자회견에서 명확히 밝혔습니다. "제재가 없으면 러시아의 돈벌이에 맞서 싸우는 것은 오직 우크라이나 무기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바뀌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반격하지 않으면, 아무도 러시아 경제와 싸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자지라는 3월 27일 보도에서 우크라이나의 타격을 "러시아의 전쟁 금고가 다시 채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렌트유는 3월 26일 기준 배럴당 108.01달러였습니다. 2월 27일, 이란 전쟁 발발 전날에는 70.71달러였습니다. 한 달 만에 53% 올랐습니다. 이 가격에 석유를 팔 수만 있다면 러시아의 재정 적자는 사라집니다. 젤렌스키가 말한 1,000억 달러의 적자가 메워집니다. 푸틴은 전쟁을 계속할 자금을 확보합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그것만은 막아야 했습니다.
러시아에게는 나머지 수출 경로가 있었습니다. 중국으로 가는 파이프라인과 코즈미노 항구를 통한 극동 수출입니다. 하루 약 190만 배럴. 이 물량은 드론의 사정거리 밖에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쪽 경로가 막혔다는 것은, 유럽과 인도와 아프리카를 향한 해상 수출의 대부분이 차단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코즈미노에서 실을 수 있는 양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3월 29일, 우스트루가는 또다시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같은 항구, 같은 시설, 같은 패턴. 이번에도 화재가 발생했고, 이번에도 선적이 중단되었습니다. 3월 31일에는 또 한 번의 공격이 보고되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우스트루가가 "추가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장의 제목이 "연기로 사라진 횡재"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란 전쟁이 러시아에 안겨준 것은 역사적인 고유가의 기회였습니다. 미국의 제재 완화가 덧붙인 것은 합법적으로 석유를 팔 수 있는 허가증이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이 빼앗은 것은 그 석유를 세계 시장으로 보낼 수 있는 물리적 통로 자체였습니다. 가격은 올랐습니다. 허가는 나왔습니다. 그런데 항구가 타고 있었습니다. 발트해 상공에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기둥이 러시아의 횡재가 사라지는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카네기 센터의 바쿨렌코는 CNBC에 이란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단기적 이익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palpable)"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5.9%에 달하고, 중앙은행 기준금리는 15%로 고정된 채 내려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전시 군수 경제로의 전환, 식품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 제재의 누적 효과. 고유가로 번 돈이 이 모든 것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NATO의 시레프 장군이 말한 비유가 다시 떠오릅니다. 해발 8,000미터의 죽음의 영역. 몸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고유가는 산소통 한 개를 손에 쥐여준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 산소통마저 구멍이 뚫렸습니다. 구멍을 뚫은 것은 몇 만 달러짜리 드론이었습니다. 이란 전쟁이 선물한 횡재는 발트해의 항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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