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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5장 내 아이를 지키는 법
한동훈이 대한민국에 남긴 그간의 흔적
5장 내 아이를 지키는 법
한국형 제시카법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
김경진
내 아이들 곁에 조두순을 두지 않겠다 — 한동훈과 한국형 제시카법
1 제시카라는 이름의 유래
2005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아홉 살 소녀 제시카 런스퍼드가 실종되었습니다. 수색 끝에 발견된 것은 소녀의 시신이었습니다. 범인은 바로 옆집에 살던 성범죄 전과자 존 쿠이. 그는 이전에도 성범죄로 복역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아무런 제한 없이 초등학교 바로 옆에 거주하면서, 이웃집 어린이를 납치해 살해한 것입니다.
분노한 플로리다주는 같은 해 '제시카법(Jessica's Law)'을 제정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명확합니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가 출소한 뒤 학교, 놀이터, 어린이집 등으로부터 1000~2000피트(약 300~600미터)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입니다. 이 법은 이후 미국 30개 이상의 주로 확산되었습니다.
2 한국에서 되풀이된 악몽
한국에서도 비슷한 공포가 반복되었습니다.
2020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습니다. 그는 경기도 안산의 기존 거주지로 돌아왔습니다. 피해 아동의 가족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항의했지만, 법적으로 그의 거주를 막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결국 피해자 가족이 이사를 갔습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쫓겨나는 결과였습니다.
2022년에는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출소해 경기도 화성에 거주지를 정했습니다. 화성시장과 주민들이 퇴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같은 해 또 다른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이 출소했습니다. 그가 어디에 살 것인가를 두고 전국적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문제의 구조는 매번 같았습니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 고위험 성범죄자가 어디에 살든 국가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전자발찌를 채우고, 보호관찰관을 붙이고,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기존 제도의 한계였습니다. 학교 옆에 살든, 어린이집 건너편에 살든 막을 수 없었습니다.
3 한동훈, "지금이 바로 그 때"
한동훈은 2023년 신년사에서 미국의 제시카법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우리나라 환경과 현실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 획기적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달 26일, 법무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5대 핵심 추진과제의 하나로 포함시켰습니다. 한동훈은 "고위험 성범죄자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한 대책이 있었지만 부족했다"고 진단하면서, 해외 사례를 검토해 국내 환경에 맞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 국회에서는 이전에도 성범죄자 거주 제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피해자 주거지와 같은 시·군·구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거나, 접근금지 거리를 100미터에서 1~2킬로미터로 늘리는 법안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헌법상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매번 무산되었습니다.
한동훈은 이 문제를 우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려 했습니다. 단순히 '어디에 살지 마라'는 접근이 아니라, '국가가 지정한 시설에서 살아라'는 적극적 관리 모델을 선택한 것입니다.
4 법안의 구체적 내용
2023년 10월 24일, 법무부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법안의 대상은 모든 성범죄자가 아닙니다.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로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 등 고위험군만 해당됩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거주 제한 명령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범죄자는 2022년 말 기준 325명이었습니다. 그중 매년 50~60명씩 출소할 예정이었습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보호관찰소장이 대상자의 연령, 건강, 생활환경 등을 토대로 거주지 제한이 필요한지 판단합니다. 필요하다고 보면 검찰에 제한 명령을 신청하고, 검찰이 다시 검토한 뒤 법원에 청구합니다.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립니다.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심사를 거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법원이 거주지 제한 명령을 내릴 때는, 대상자가 사는 광역자치단체 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 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 거주시설'을 거주지로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거주 제한과 함께 성 충동 약물치료도 강화했습니다. 개정안은 검사가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전문의 감정을 실시하고,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하면 성 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하도록 했습니다. 약물치료를 받은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1.3%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10%)에 비해 월등히 낮다는 통계가 근거였습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미 출소한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에도 소급 적용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5 찬반의 갈림길
법안은 예상대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찬성 측의 논리는 직관적입니다. 아이들을 지켜야 합니다. 대구 지역 성범죄자 138명의 주거지를 분석한 결과, 77명(56%)이 초등학교 500미터 이내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위험이 높은 사람이 학교 바로 옆에 사는 것을 국가가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반대 측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미 수형 생활로 징벌을 받은 자에 대한 이중 처벌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뺏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정 시설이 위치할 지역 주민들의 반발 문제, 사실상 재수감에 가까운 인신 구속의 문제도 제기되었습니다.
한동훈은 이 논쟁을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약탈적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국민들께서 얼마나 불안해하셨는지 잘 알고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을 통해 국가가 이들을 더욱 강력하게 처벌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입법예고 이후 대상 성범죄자가 거주지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심리상담과 치료 등이 제공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법안에 추가했습니다.
위헌 논란과 인권 침해 우려를 의식하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양보하지 않은 것입니다.
6 '당연한 일'을 하기까지
2024년 1월 2일, 한국형 제시카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직후였습니다. 그가 장관 재임 시절 구상하고 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마친 뒤, 마지막 국무회의 관문은 후임자의 몫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조두순이 출소하던 2020년 12월, 온 국민이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분노만으로는 법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 뒤 2년이 넘도록 아무 정부도, 아무 장관도 제시카법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위헌 소지'라는 네 글자가 모든 시도의 앞을 막았습니다.
한동훈은 그 네 글자를 뚫고 나갔습니다. 위헌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법원의 심사라는 안전장치를 설계에 넣고, 약물치료라는 보완 수단을 붙이고, 거주지 변경 신청이라는 구제 절차를 추가하면서 법안의 균형을 잡았습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범죄자의 기본권 사이에서 어느 한쪽만 택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모두 고려하되 최종 저울추는 아이들 쪽에 놓은 것입니다.
325명. 숫자로 보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325명 가운데 한 사람이 아이가 등하교하는 길목에 살고 있다면, 그 아이의 부모에게 325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내 아이 곁에 있는 그 한 사람이 전부입니다.
한동훈은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국가가 관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떤 장관도 하지 않은 일을, 위헌 논란을 감수하면서 밀어붙인 것입니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를 지킨다는 그의 원칙이 이 법안에도 그대로 관통하고 있습니다.
"나는 촉법소년이라 처벌 못 받아" — 70년 묵은 기준
1 열세 살이 칼을 들어도 감옥에 가지 않는 나라
촉법소년. 이 단어를 처음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풀어쓰면 이렇습니다.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지만,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소년입니다.
대한민국 형법은 만 14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이 살인을 하든, 강도를 저지르든, 성폭행을 하든 감옥에 보낼 수 없습니다.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 — 사회봉사, 수강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 만 가능합니다.
이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약 70년간 유지되어 온 기준입니다. 70년 전의 열세 살과 지금의 열세 살이 같을까요. 70년 전에는 초등학교도 못 다니는 아이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지금의 열세 살은 스마트폰을 쓰고, 인터넷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에 접근하며, 신체적으로도 성인에 가까운 발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형사 책임의 기준은 반세기 전 그대로 멈춰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의 빈틈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2 "나 촉법이라 어쩔 거야"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촉법소년 제도를 범행에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촉법소년을 데려다가 범행을 시키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성인 범죄 조직이 만 14세 미만의 아이를 범행 도구로 쓰는 것입니다. 아이가 붙잡혀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니, 위험한 역할을 아이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나 촉법이라 경찰이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법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거꾸로 아이를 범죄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역설이 벌어진 것입니다.
숫자가 이 현실을 보여줍니다.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2017년 7,897건에서 2021년 12,502건으로 급증했습니다. 4년 만에 60%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전체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5년 2.30%에서 2020년 4.86%로 두 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강력범죄 중 성범죄 비율은 같은 기간 48.55%에서 86.22%로 급등했습니다.
범죄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닙니다. 범죄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집단 폭행을 가하면서 영상을 촬영해 SNS에 올리고, 피해자에게 추가 가해를 예고하는 식의 흉포한 범죄가 반복되었습니다. 사회는 공포에 질렸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분노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법정에 세울 수 없었습니다.
3 법무부, 4개월간의 검토
한동훈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구성했습니다. 법무부 내부 전문가, 소년사법 관련 연구자, 현장 실무자들이 참여했습니다. TF의 과제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연령을 몇 살로 낮출 것인가. 둘째, 낮추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셋째, 낮추면서 동시에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TF는 12세로 낮출지, 13세로 낮출지, 또는 죄명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지 등을 논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만 12세로 2살 낮추겠다고 했지만, 법무부는 대통령 공약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독자적으로 적정 기준을 검토했습니다.
4개월 뒤인 10월 26일, 법무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형사처벌이 가능한 소년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1살 낮추기로 한 것입니다.
왜 12세가 아니라 13세였을까요. 법무부는 세 가지 근거를 들었습니다. 첫째, 흉포화된 소년범죄로부터 국민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 둘째,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3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는 점. 셋째, 13세를 기준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구분하는 우리나라 학제입니다.
70%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촉법소년으로 보호처분을 받는 아이들 10명 중 7명이 13세입니다. 10세, 11세, 12세는 합쳐도 30%에 불과합니다. 범죄의 무게 중심이 13세에 집중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연령대 한 살만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켜도 촉법소년 제도의 악용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4 처벌만이 아닌, 교화와 보호를 함께
한동훈이 이 정책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사실 연령 하향 자체가 아닙니다. 연령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내놓은 '소년범죄 종합대책'의 나머지 부분입니다.
한동훈은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소년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족하다는 우려를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를 감옥에 보내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합니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 이후에 해야 할 일을 함께 설계한 것입니다.
소년원의 처우를 개선했습니다. 기존 10~15인실이었던 소년원 생활실을 4인실로 소규모화하고, 급식비를 아동복지시설 수준으로 인상했습니다. 소년원은 형벌 시설이 아니라 교육 시설입니다. 아이들이 다시 사회에 나왔을 때 범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려면, 수용 기간 동안의 환경이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갖춰야 합니다.
교육도 강화했습니다. 교육부와 협력해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 소년원을 포함시키고, 소년교도소에 검정고시반 필수과정을 신설했습니다. 수도권에는 학과교육 중심의 소년전담 교정시설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공부할 기회를 잃은 아이에게 다시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소년 성폭력 사범을 위한 맞춤형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피해자 관점 교육을 도입했습니다. 가해 소년이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 이해하게 하는 교육입니다.
피해자 보호도 대폭 강화했습니다. 소년보호절차에서 피해자에 대한 통지제도를 개선하고, 피해자의 법정 참석권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SNS와 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가해자의 피해자 접근금지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종전에는 가해 소년이 보호처분을 받은 뒤에도 SNS로 피해자에게 접촉하거나 협박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를 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권 보호 장치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우범소년에게 장기 보호관찰과 소년원 송치 등 과도한 보호처분을 부과하는 관행을 폐지하고,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에 대해 소년이 이의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설했습니다.
처벌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처벌의 질을 높이고, 교화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 소년의 인권까지 챙기는 다층적 설계였습니다.
5 반대의 논리, 그리고 한동훈의 응답
이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는 점, 미성년자 전과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반대의 주된 근거였습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명확히 반론했습니다. "국제인권기준은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문화적 특성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국가마다 다양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프랑스, 캐나다, 영국, 호주, 미국 등 형사미성년 연령이 13세 미만인 국가도 다수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미성년 전과자 양산 우려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했습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더라도 대부분의 소년범은 기존과 같이 소년부로 송치되고, 계획적 살인범이나 흉악범같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만 형사처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취학과 취업 등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13세에 범한 범죄에 대해서는 전과 조회 시 회보를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6 처벌과 보호 사이에서
한동훈이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의 핵심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모순이 아니라는 인식에 있습니다.
아이는 보호해야 합니다. 그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호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구조가 되면, 그 구조의 틈을 타고 더 많은 아이가 범죄에 이용당하고, 더 많은 아이가 피해를 입습니다. 제도가 보호하려는 바로 그 아이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는 역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한동훈은 이 역설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연령을 1살 낮추는 것은 상징적 조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촉법소년의 70%가 13세에 집중되어 있다는 데이터를 놓고 보면, 이 1살의 차이는 제도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치입니다.
동시에 소년원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을 강화하고, 심리치료를 도입하고, 피해자 보호를 법제화한 것은 "우리는 아이들을 감옥에 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려는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한동훈은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소년범죄 대응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문제뿐만 아니라 교정·교화 강화, 피해자 보호 및 인권보호 개선, 인프라 확충을 망라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70년 동안 아무도 손대지 못했던 기준을, 4개월간의 실증적 검토를 거쳐 바꾸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바꾸면서도 처벌 일변도가 아니라 교화와 보호를 함께 설계했습니다. 아이를 처벌하되 아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그것이 한동훈이 이 정책에 담은 철학이었습니다.
7 씨앗은 뿌려졌으나, 열매는 아직
그러나 이 종합대책은 아직 법으로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2022년 12월, 법무부는 소년법 및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3세 소년이 형사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서를 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권고 등을 근거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법원행정처, 인권위, 그리고 야당의 신중론이 겹치면서 국회 법사위 심사 단계에서 사실상 멈추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에도 관련 법안은 끝내 본회의까지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한동훈이 뿌린 씨앗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3년 뒤입니다. 2025년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최근 자신이 촉법소년에 해당한다면서 온갖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있어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국무회의 의제화를 지시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마약이나 성범죄는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길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숙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면서,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입법은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촉법소년 범죄는 한동훈이 종합대책을 발표한 2022년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촉법소년 검거 건수는 2021년 11,677명에서 2025년 21,095명으로 4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되었습니다. 한동훈이 경고했던 '흉포화'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지만, 그것을 막을 법적 도구는 여전히 70년 전 기준에 묶여 있습니다.
한동훈이 2022년에 이 문제를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와 종합대책이 뒷받침된 정책 패키지로 처음 정리해 공론의 장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가 설계한 종합대책 — 연령 하향, 소년원 처우 개선, 교육 강화, 피해자 보호 법제화 — 은 이후 어떤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든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씨앗은 뿌려졌습니다. 열매를 맺는 것은 국회와 국민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