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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서재] 11장 약자를 위한 법,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다
한동훈이 대한민국에 남긴 그간의 흔적
11장 약자를 위한 법,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다
만델라 소년학교와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
김경진
한동훈과 만델라 소년학교
2022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하나의 지시를 내렸습니다. 서울 남부교도소 안에 소년 수형자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대한민국에서 소년수 전용 교도소는 경북 김천에 있는 소년교도소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형이 확정된 만 17세 이하 소년 수형자는 전국에 약 300명 정도였는데, 이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를 다니다 말고 교도소에 들어온 경우였습니다. 수용 생활 동안 공부가 끊기면, 출소한 뒤에도 학력이 없다는 낙인이 따라붙고, 그 낙인이 다시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한동훈은 이 고리를 끊으려 했습니다.
2023년 3월,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안에 만델라 소년학교가 정식 개소했습니다. 이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에서 따왔습니다.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학업을 이어가 변호사가 되고, 끝내 대통령에 오른 사람. 그의 말이 이 학교의 교훈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절대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국내 유일의 소년수 전담 교정교육기관으로, 형이 확정된 만 17세 이하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됩니다. 단순한 수형 생활이 아니라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준비 등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사회 복귀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파란 수형복을 입은 소년들이 칠판을 응시하며 필기구를 쥔 손을 움직이는 풍경은 여느 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교도관이 직접 영어를 가르치고, 대학생 봉사자가 국어와 수학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알파벳을 헷갈리던 아이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처음에는 피해자에 대한 반성문 쓰기조차 꺼리던 아이들이 교화 과정을 거치며 달라져 갔습니다.
2023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교도소 안에 수능 시험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서울 구로구 제13지구 제6시험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시험장에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10명의 소년수가 수능에 도전했습니다. 수능 응시 수수료는 전액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했습니다.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을 맡은 사회복귀과장은 "33년 9개월 근무하며 가장 보람찼던 적이 만델라 학교를 운영하며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였다"며 "아이들이 새벽 1시에도 자습을 하고 서로 영어단어를 묻고 답하는 모습을 볼 때였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10월 법무부 교정본부와 감사나눔연구원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만델라 소년학교에서는 감사 교육도 이루어졌습니다. 1기 교육에 참석했던 소년수 학생 6명이 2기 교육 때 강사진을 기억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왔고, 조별로 감사 구호를 만들고 칭찬과 격려로 친밀감을 쌓아가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바이올린 등 예체능 교육은 외부 전문가가 매주 방문해 지도하며, 모든 교육생이 반드시 참여합니다. 연 2회 피해자 공감 교육도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필요할 때는 심층 심리 상담도 진행됩니다.
비록 범죄를 저질렀지만, 아직 열일곱도 되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두어놓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한동훈이 "강강약약"을 말할 때, "강한 자에게 강하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약한 자에게 약하게"라는 뒷부분이 만델라 소년학교에 담겨 있습니다. 재벌 총수의 불법에는 가차 없이 수사의 칼을 들이대면서도, 넘어진 소년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교실의 문을 열어주는 것. 이것이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남긴 두 가지 유산입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년수형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라며 "만델라 소년학교는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자, 국가 책임 하의 청소년 교육"이라고 말했습니다.
16년째 동결된 수당, 침대 없는 당직실 — 한동훈,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다
1 아무도 찾지 않는 곳
교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정공무원. 이름부터 딱딱합니다. 하는 일은 더 딱딱합니다. 살인범, 성범죄자, 마약범, 조직폭력배를 매일 마주합니다. 새벽 교대근무를 하고, 수용자 난동을 몸으로 제압하고, 도주를 막고, 자해를 방지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사람들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재소자를 상대하는 교정공무원의 계호수당은 2006년부터 16년째 동결되어 있었습니다. 월 17만 원. 살인범 바로 옆에서 밤새 근무하는 대가로 하루 5천 원 남짓을 받는 셈입니다. 야근 근무자의 건강검진비는 3만 원이었습니다. 3만 원으로는 혈액검사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야간 당직실에는 침대가 없었습니다. 밤새 근무하다 잠깐 눈을 붙여야 하는 교정공무원이 딱딱한 바닥에서 쪽잠을 잤습니다. 관사에는 냉장고가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수용자 계호 근무를 하는 교정공무원이 한여름 폭염과 한겨울 한파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몸을 피할 근무자실조차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한동훈은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그동안 현장 교정 공직자의 열악한 처우가 심각하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예산을 짤 때는 목소리 크고 힘 있는 직군에 밀려 한 번도 우선순위였던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다음에 하자'가 되었다."
'다음에 하자.' 이 네 글자가 16년 동안 반복된 것입니다. 법무부 안에서 교정공무원은 검사들 뒤에 숨어 있는 존재였습니다. 법무부 전체 직원의 약 절반이 교정직이지만, 예산을 따올 때 검찰 쪽이 먼저였고, 교정 쪽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2 첫 번째 현장 방문지 — 교도소
2022년 6월 10일.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정책 현장 방문지로 어디를 택했는지를 보면 그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습니다. 국회도, 대검찰청도, 서울의 어떤 번듯한 기관도 아니었습니다. 충북 청주교도소였습니다.
장관이 첫 방문으로 교도소를 찾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습니다. 교도소는 장관들이 일부러 가는 곳이 아닙니다. 언론 카메라가 따라오지 않고, 화려한 성과 발표도 없고, 민원인이 환호하지도 않습니다. 높은 담장 안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간 것입니다.
한동훈은 현장에서 "교정 공무원 처우 개선은 공무원 복지가 아닌 수용자 인권을 보장하고 정교한 교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밑바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담긴 논리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정공무원의 처우가 열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지치고 무력해진 교정공무원은 수용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합니다. 수용자 사이에 폭력이 번지고, 교정 질서가 무너지고, 교화 프로그램이 형식에 그치게 됩니다. 결국 사회로 돌아오는 출소자의 재범률이 높아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교정공무원의 처우 개선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입니다.
3 약속, 그리고 이행
취임 100일이 되던 2022년 8월, 한동훈은 전국 교정공무원들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습니다. "교정 공무원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관이 일선 교정공무원 개개인에게 메일을 보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약속은 숫자로 이행되었습니다.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교정공무원 처우개선 관련 예산을 종전보다 37.1% 증액해 반영했습니다. 총 186억 원 규모로, 전년 135억 원에서 50억 원 넘게 늘어난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얼마나 촘촘한 대책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정업무경비 지급 대상을 980명에서 1,430명으로 늘렸습니다. 종전에는 대상자의 66.9%에게만 지급되어 나머지 직원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해소한 것입니다.
교정공무원 급식비를 10억 9,500만 원 증액했습니다. 수용자 난동 제압 등 육체 활동이 빈번한 교정공무원의 특성을 고려해 군 장병 급식비 단가를 적용한 것입니다.
정신건강 회복 지원 예산은 6억 9,100만 원 늘어난 15억 3,800만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매일 범죄자를 대면하는 교정공무원들의 심리적 소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 번아웃에 시달리면서도 '강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정신건강을 돌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국가가 비로소 손을 내민 것입니다.
폭염과 한파에 노출되는 운동장 근무자를 위해 근무자실 151개소를 새로 설치하고, 1974년 준공된 홍성교도소 비상대기소 리모델링에 13억 8,800만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침대가 없던 야간 당직실에 침대를 설치하고, 모든 관사에 냉장고를 보급했습니다. 사동마다 교정공무원을 위한 프린터기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격무지인 징벌 사동 근무자들을 위한 근무수당을 추가 신설했습니다.
침대 하나, 냉장고 한 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것을 챙기는 데 법무부 장관의 직접 지시가 필요했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4 38년 묵은 '예절 규정'을 찢다
한동훈이 바꾼 것은 예산만이 아닙니다. 교정 조직의 문화 자체를 건드렸습니다.
교정공무원들 사이에는 1985년에 만들어진 '교정공무원 예절 규정'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총 3장 17조로 구성된 이 규정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부하 직원이 상사를 부를 때는 반드시 '님'자를 붙이고, 상사를 수행할 때는 상사의 왼쪽 또는 한 발짝 뒤에서 따르도록 명시했습니다. 악수는 상사가 요청할 때만, 상사의 한 발짝 앞에서 차렷 자세로 오른손을 내밀어야 했습니다.
38년 동안 유지된 규정입니다. 군대도 아닌 공무원 조직에서, 상사 뒤를 한 발짝 떨어져 걸어야 한다니. 한동훈은 이 규정의 내용을 알게 되자 즉각 폐지를 지시했습니다.
법무부는 폐지 훈령에서 "상급자와 하급자의 상호존중 분위기 조성이라는 제정 취지와 다르게 '갑질의 정당화 논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존경을 강제해 경직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갑질의 정당화', '존경의 강제'라는 표현이 공식 훈령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습니다.
한동훈이 취임 때부터 실천한 탈권위 원칙이 교정 조직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것입니다. 장·차관을 포함한 간부를 부를 때 '님' 자를 쓰지 말라고 지시한 사람, 출퇴근 시 직원들이 관용차 문을 여닫는 의전을 금지한 사람이 내린 결정답습니다.
5 전자감독 — 국민의 불안을 기술로 줄이다
교정공무원 처우 개선과 함께 한동훈이 드라이브를 건 또 하나의 축이 전자감독 시스템 고도화입니다.
2022년 10월,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의 출소를 앞두고 국민 불안이 극에 달했습니다. 한동훈은 서울 동대문구의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와 서울보호관찰소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전자발찌 시스템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고위험 감독 대상자에 대한 행동관찰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동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죄자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그 나라의 역량이자 국격입니다."
국격(國格). 나라의 품격이라는 뜻입니다. 범죄자가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범죄자가 출소한 뒤에도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것입니다.
전자발찌의 성능을 높이고, 관제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독 대상자를 관리하는 신속수사팀의 인력을 보강하는 일이 뒤따랐습니다. 한국형 제시카법 추진과 맞물려,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를 빈틈없이 추적·감시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큰 그림의 일부였습니다.
6 한 발짝 뒤에서 걸었던 사람들에게
2023년 3월 31일,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에서 제81기 7급 교정공무원 임용식이 열렸습니다. 교정직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처음 계급장을 다는 날. 이 자리에 한동훈이 나타났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교정공무원 임용식에 참석한 것은 진천본원 개원 이래 처음이었습니다.
한동훈은 수료생 한 명 한 명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고 악수를 했습니다. 한 명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38년간 '상사의 한 발짝 뒤에서 따르라'고 강제당했던 조직의 가장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조직의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민 것입니다.
교정공무원들 사이의 반응을 전한 법률신문의 보도가 인상적입니다. "전임 장관 시절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교정공무원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동훈이 약속을 지켰다며 법무부 정책을 환영하는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16년간 동결된 수당을 올리고, 당직실에 침대를 놓고, 관사에 냉장고를 넣고, 폭염 속 운동장에 근무자실을 세우고, 38년 된 갑질 규정을 폐지하고, 전국 교정공무원에게 장관이 직접 메일을 쓰고, 임용식에 참석해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한 것. 어느 하나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거창하지 않은 일이기에 더 마음이 쓰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당연히 있어야 했던 것들입니다. 침대가 있어야 잠을 자고, 냉장고가 있어야 음식을 보관하고, 건강검진을 받아야 아픈 곳을 찾습니다. 당연한 것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해주는 데 장관의 결단이 필요했다는 것. 그 사실이 교정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었는지를 말해줍니다.
한동훈은 소년교도소에 수감된 아이들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부보다 피해자들께 미안해하고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걸 늘 잊지 말아달라."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따뜻하게. 그 원칙은 재벌 총수를 구속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도소 담장 안에서 묵묵히 일하는 교정공무원의 당직실에 침대 하나를 놓아주는 것에서도, 소년교도소의 아이에게 "반성이 먼저"라고 다독이는 영상 편지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는 원칙입니다.













